별장에 도착한 정씨 어르신은 바로 선우 가문과 협력한 일을 정지용에게 알렸다. 동시에 정씨 어르신은 다소 사려 깊은 표정을 짓고 말했다. "지용아, 이번 협력은 아마 선우정아가 직접 주도할 가능성이 높으니 기회를 잡아야 한다. 만약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그녀를 잡을 수 있다면, 네가 선우 가문의 데릴 사위가 되더라도 할아버지는 동의할 것이다!" 정지용은 어리둥절했다. 할아버지는 항상 자신을 가장 예뻐해주셨는데, 어떻게 자신을 데릴 사위를 하라고 할까? 나를 포기하는 것인가? 정지용의 속셈을 알아차린 듯 정씨 어르신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용아, 안심하거라. 설령 네가 선우 가문의 데릴 사위가 되더라도 정씨 가문은 여전히 네 것이니 걱정하지 마!" "선우정아의 일은 네가 가서 해봐. 선우정아가 선우 가문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들었어. 만약 잡을 수 있다면, 설령 데릴 사위가 되더라도 나중에 그녀가 자리에 오르면 네가 실권을 차지하면 돼!" "조만간 선우 가문을 정씨 가문으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아!" 정지용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정씨 어르신이 이렇게 깊이 그리고 멀리 생각할 줄은 몰랐다."할아버지,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걱정마세요. 제가 반드시 이 일을 잘 해낼 거예요.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정지용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만약 단지 프로젝트만 한다면, 그는 아직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여자 꼬시는 일만큼은 잘한다. 선우정아가 인간 속세를 초월한 모습을 보니 분명 남자 친구가 없다. 이런 여자는 마음만 얻으면 그녀를 쉽게 잡을 수 있다. 정씨 어르신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이 일에서 좀 잘 해냈으면 좋겠다. 이 일을 잘 해낸다면 대표 자리를 너에게 넘겨주마!" 이 말은 정말 웃겼다. 뻔뻔스럽게 선우정아를 잡으면 잘 해내는 거라니? ...... 정씨 회사에서. 김예훈은 모처럼 정씨 회사에 왔으며 그가 정민아 사무실에 왔을 때 그녀가 여전히 책상에서 일하고 있는
김예훈이 눈가를 살짝 떨고 어이가 없었으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그걸 물어보는 거지? 이 일은 정말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자 김예훈은 한숨만 내쉬었다. “민아야, 나를 딱 한 번만 믿어주면 안 돼? 나와 유나는 정말그냥 일반 친구일 뿐이야. 만약 우리가 특별한 관계가 있다면, 내가 문 밖을 나가자마자 차에 치일 거야!” 정민아는 단번에 손을 뻗어 김예훈의 입을 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퉤퉤퉤. 가리는 게 없네. 함부로 말하지 마. 내가 믿으면 되잖아!” 그러자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웃었으며 서글픈 감정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다들 부부싸움은 금방 화해한다고 하지만, 김예훈과 정민아의 관계는 너무 특별하며 그들은 진짜 부부라고 할 수 없고 명목상의 부부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일로 오랫동안 갈등이 생긴 것이다. "김예훈, 나는 일해야 돼. 먼저 나가봐. 오늘 밤 일찍 들어와." 정민아가 수줍은 듯 입을 열었다. 그녀는 오늘 밤 그 선을 넘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결심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남편을 정말 빼앗길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정민아는 더욱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바로 이때, 김예훈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급하게 울리기 시작했고, 원래 분위기가 좋던 두 사람이 동시에 멈추게 되었다. 김예훈은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끊기 버튼을 누르며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 계속 해. 괜찮아. 별일 아니야…” "당신…" 정민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뻔뻔해. 결국 두 사람이 말을 하기도 전에 김예훈의 전화가 또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누군지 한번 볼래?" 정민아는 좀 화가 났다.김예훈이 마지못해 전화를 받자 맞은편에서 선우정아의 쓸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예훈, 선우 가문에서 방금 당신의 요청대로 정씨 가문과 프로젝트 협력에 대해 얘기가 끝났는데, 당신은 이제 와서 모른 척하고 나와의 약속을 잊었어요?" "선우정아?" 정민아는 바로 누군지 알아들었다. 김예훈은
저녁에 김예훈은 회사를 떠나 포르쉐를 타고 선우정아를 데리러 갔다. 조수석에 탄 선우정아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원래 김예훈이 작은 스쿠터를 타고 데리러 올 줄 알았고 스쿠터에 앉아 웃을 준비까지 했는데 김예훈이 포르쉐를 몰고 올 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니 김예훈은 자신을 매우 중시하는 것 같았다. "왜 웃어요?" 김예훈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의 마음은 정말 이상하다. 수시로 변하는 것 같다. 선우정아는 창밖을 내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웃고 싶었어요. 안 돼요?" "그래요! 당신은 선우 가문의 아가씨이니까 남해시는커녕 경기도 전체에서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김예훈이 말했다. 그는 함부로 말한 것이 아니다. 비록 아직 경기도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지만 지위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 "그럼 쇼핑 좀 하고 피곤할 때 밥 먹으러 가요." 선우정아가 말했다. 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가씨, 벌써 6시예요. 쇼핑을 해도 좋지만 우리 한 시간으로 한정해도 되죠? 오늘 내 아내가 마침내 나와 말을 했어요. 아기씨와 식사를 끝내고 나는 일찍 들어가서 아내와 같이 있어야 해요!" "부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좋겠어요." 선우정아는 약간 착잡한 눈빛으로 살짝 웃었다. 쇼핑몰에 도착한 두 사람은 거리를 걸었지만, 마치 커플처럼 느껴져 많은 사람들을 뒤돌아보게 했다. 선우정아는 명품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쇼핑을 가는 대신, 일반 브랜드 매장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파는 것은 모두 평범한 옷, 신발, 모자, 액세서리들이다. 선우정아는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지만, 작은 액세서리를 볼 때는 계속 고르고 골랐다. 김예훈은 그녀가 한참을 고르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를 데리고 다른 거리로 향했다. "이쪽으로 와서 봐요."선우정아는 이쪽 다이아몬드 매장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김예훈, 내가 그렇게 많은
선우정아는 한동안 이 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구나, 졸업하고 나서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남해시에서 다 만나다니.”높은 하이힐을 신은 양단아가 웃으면서 걸어왔다, 그녀는 선우정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런 우연이 다 있네!”대학교 때, 양단아의 남편은 선우정아를 쫓아다녔었다, 그래서 지금 선우정아를 보니 적대심으로 가득 찼다.김예훈을 한번 훑어보더니 양단아 웃으면서 말했다. “선우정아, 듣자 하니 선우 가문에 가업을 이어받을 능력 있는 젊은 사내가 없어서 데릴사위를 찾는다고 하던데.”“이 사람이 설마 네가 찾은 데릴사위야?”“대학교 때, 너 따라다니던 사람 많았잖아, 뭐 하러 굳이 이렇게 가난한 사람을 찾아?”“하긴 돈이 없으니까 데릴사위를 하는 거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가 그 짓을 하겠어?”“사는 게 힘드니까 청춘으로 밥 빌어먹고 사는 거겠지?”양단아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끊임없이 조롱했다.옆에 있던 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두 사람이 선우정아의 동창이라고 해서 사이가 괜찮은 줄 알았는데, 대화가 심상치 않았다.바로 이때, 여민수가 걸어 나와 웃으면서 말했다. “선우정아, 얼마 전에 선우 어르신을 뵌 적이 있어, 그때는 데릴사위에 관한 얘기가 없었는데, 설마 네가 이 허름한 곳에 온 이유가 가난한 데릴사위를 찾기 위해서였단 말이야?”딱 봐도, 여민수의 출생은 범상치 않았다, 그렇지 않은 한 선우정아한테 이런 태도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김예훈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경기도에 유명한 여씨 가문은 없는데 말이다, 서울 쪽에 아주 유명한 여씨 가문이 있긴 한데, 이 여민수가 그 여씨 가문의 사람이란 말인가?근데 서울에 사는 사람이, 경기도에는 웬일인가?바로 이때, 옆에 있던 종업원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경멸의 눈빛으로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키도 크고 인물도 훤한 이 젊은이가 여자 덕을 보고 사는 데릴사위라니?선우정아는 아무 말도
"헉-"주얼리 샵의 점원들이 지금 이 순간 깜짝 놀랐다.이건 플래티늄 카드다!비록 전설 속의 블랙 카드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이것 또한 신분과 지위를 상징한다, 플래티늄 카드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자산이 최소한 수십억은 되어야 한다.이 카드를 소유한 사람은 남해시 전체에서 아마 백명이 넘지 않을 것이다.잠시 충격을 받던 점원이 몸을 낮추며 말했다. "손님, 이 플래티늄 카드가 있으시면 '그린 판타스틱'을 손님께 팔 수 있습니다."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 순간 주위에서 보석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린 판타스틱', 이런 한정판을 전시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바로 판매되다니?이 말을 듣고 여민수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선우정아를 한번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선우정아, 남자를 선택할 때는 안목이 있어야 하는 거야, 누구나 선뜻 목걸이를 사줄 능력이 되는 건 아니니까."양단아가 여민수의 팔을 껴안고 다정하게 말했다. "여보, 고마워,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 것 같아.""물건 포장해주세요." 여민수가 웃으며 말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김예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차가운 성격인 선우정아도 이 순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여민수 이 인간, 물건을 사면 물건만 살 것이지, 감히 누구를 조롱해? 누구를 엿먹이는 거야?"잠깐." 바로 이때, 김예훈이 앞으로 걸어 나가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때, 장내의 모든 시선이 김예훈한테로 떨어졌다, 보기만 해도 궁상맞은 녀석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모든 일에는 선착순이라는 게 있는 거죠? 이 물건 내가 먼저 본 겁니다, 내가 살지 말지 결정하기 전에 다른 사람한테 파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김예훈이 말했다.이 말을 꺼내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하하하, 진짜 웃기는 상황이네, 가난한 놈이 어디서 선착순을 따지는 거야?점원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조롱하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손님, 방금 저희가 한 말 못 들으셨나요? '그린 판타스틱'을 구매할 수 있는 분
양단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선우정아, 대학교 때 네가 그랬잖아? 넌 꼭 백마 탄 왕자를 만날 거라고.""결국은? 지금 뻔뻔하게 네 돈 쓰는 남자를 데리고 쇼핑하러 나오고 싶어?”선우정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양단아를 한참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훈씨, 이런 사람들 때문에 데이트 분위기 깨지 말고 우리 가요, 사지 말아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선우정아를 송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이다, 일을 더 크게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는 그 자리를 뜨려고 했다.이때, 여민수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 "설마 그 블랙 카드가 가짜는 아니겠죠?""듣자 하니 인터넷에서 2만 원 정도면 가짜 블랙 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던데, 진짜와 거의 비슷할 정도라군요. 내가 오늘 운이 좋아서 그런 걸 구경한 건 아니겠죠?"김예훈은 자신의 카드를 챙기며 여민수를 힐끗 보았다. "카드가 가짜라고 해도 당신과 무슨 상관입니까?""난 단지 그런 사람이 아주 꼴불견이라서요, 돈도 없으면서 가짜 카드로 잘난 척하는 사람 말입니다." 여민수는 탄식하는 표정을 지었다, "선우정아가 눈이 멀었나 봅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다니."여민수는 아직까지 선우정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성우정아가 자기보다 백배, 천배 부족한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속으로 구역질이 났다."당신의 카드는 진짜인 것처럼 말을 하네요, 능력 있으면 카드 긁고 내 앞에서 잘난 척해봐요."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여민수는 아직 "그린 판타스틱"의 가격을 보지 못했지만 김예훈은 이미 봤다.그 가격이라면, 플래티늄 카드를 가진 사람이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그렇게 보고 싶다면 오늘 밤 보여줄게요." 여민수가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점원을 향해 무심하게 말했다 ,"계산해요.""손님, 이 '그린 판타스틱'은 가격이 좀 비쌉니다, 가격은..." 점원이 좋은 마음으로 귀띔해줬다."내가 가짜 카드를 쓰는 사람 같아요? 계산하라고 하면 계산해요, 무슨 잔
선우정아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비록 이 물건이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데릴사위인 김예훈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그녀라 하더라도 갑자기 이 많은 현금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선우정아는 김예훈을 끌고 주얼리 샵을 나왔다.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 선우정아가 이 목걸이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그는 눈치챘다.비록 비싼 목걸이기는 하지만 그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금 있다가 몰래 사서 그녀한테 선물하면 된다.두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맞은 편에서 여민수와 양단아 두 사람이 걸어왔다.이 순간, 양단아는 아까 창피했던 일을 잊은 것 같았다, 그녀가 뻔뻔하게 입을 열었다. "선우정아, 남해시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인연인데, 어디 가서 차나 한잔 할래?"그녀는 여민수와 결혼한 후, 예전에 여민수가 선우정아를 좋아했던 사실을 늘 질투해왔다.선우정아를 망신 줄 기회가 이제 겨우 생겼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이때, 여민수도 방금 창피한 일은 잊은 것처럼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우리 이게 얼마 만이야? 어디 가서 차나 한잔 하자, 비즈니스에 관해서도 얘기해보고.""아, 미안, 내가 깜빡했다, 네 남자는 아마 나와 비즈니스 할 만 것이 없을 거야."선우정아가 미간을 찌푸렸다.두 인간이 여씨 가문의 신분을 믿고 계속 잘난 척하다니, 김예훈한테 문제를 일으킬까 봐 참고 있었던 거지, 아니면 진작에 화를 냈을 것이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부자들의 생활도 이렇게 시시할 줄은 몰랐다.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선우정아 씨, 얘기하고 있어요, 난 잠깐 볼 일이 있어서."이 말을 듣고 여민수가 피식 웃었다. "볼일? 설마 창피해서 핑계 대고 도망가는 것은 아니죠?"김예훈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곧장 그 주얼리 샵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블랙 카드를 꺼내서 점원에게 말했다. "그린 판타스틱 포장해줘요."점원 몇 명은 서로 쳐다보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들 멍청한 사람을 보
김예훈이 짜증 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점장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점원들은 조심스럽게 '그린 판타스틱'을 포장한 후 공손하게 김예훈한테 건네주었다.그중에 예쁘게 생긴 한 점원이 김예훈을 향해 끊임없이 웡크하며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의 손을 건드렸다.그러나 김예훈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몇 분 후, 김예훈은 정교한 선물 박스를 들고 방금 그곳으로 돌아갔다.이때, 여민수, 양단아 두 사람은 선우정아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하지만 선우정아는 전혀 두 사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참고 있을 뿐이다.바로 이때, 김예훈이 걸어와서 손에 든 선물 박스를 선우정아에게 건네주며 웃었다. "내일 떠나잖아요, 작별 인사예요, 다음에 또 남해시로 놀러 와요, 언제든지 환영이니까."선우정아는 기뻤다, 김예훈이 특별히 선물을 사러 간 것은 마음속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이때, 그녀는 얼굴을 약간 붉히며 말했다. "고마워요."말하면서 그녀가 선물 박스를 열었다, 김예훈이 선물한 것이니 무엇인지 보고 싶었다."열어보지 마요," 김예훈은 웃었다, "귀중한 선물 아니에요, 그냥 기념으로 산 거니까 나중에 돌아가서 봐요."비싼 물건이니 만약 선우정아가 받으려 하지 않는다면 귀찮게 될 것이다.선우정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난 다른 사람이 주는 선물을 잘 받지 않아요, 내가 받았다는 건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에요."바로 이때, 양단아가 갑자기 웃었다."선우정아, 한번 열어봐봐, 데릴사위가 너한테 무슨 선물을 했는지 궁금해." 양단아는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선물을 샀는데 나중에 돌아가서 보라고?내놓기 부끄러운 선물이니 남에게 비웃음당할까 봐 두려운 거야?선우정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 친구가 준 선물이야, 여기서 열어보고 싶지 않은데, 나중에 또 얘기해, 우리는 볼일이 있어서 그만."말을 마치고 그녀는 떠날 준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