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단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선우정아, 대학교 때 네가 그랬잖아? 넌 꼭 백마 탄 왕자를 만날 거라고.""결국은? 지금 뻔뻔하게 네 돈 쓰는 남자를 데리고 쇼핑하러 나오고 싶어?”선우정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양단아를 한참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훈씨, 이런 사람들 때문에 데이트 분위기 깨지 말고 우리 가요, 사지 말아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선우정아를 송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이다, 일을 더 크게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는 그 자리를 뜨려고 했다.이때, 여민수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 "설마 그 블랙 카드가 가짜는 아니겠죠?""듣자 하니 인터넷에서 2만 원 정도면 가짜 블랙 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던데, 진짜와 거의 비슷할 정도라군요. 내가 오늘 운이 좋아서 그런 걸 구경한 건 아니겠죠?"김예훈은 자신의 카드를 챙기며 여민수를 힐끗 보았다. "카드가 가짜라고 해도 당신과 무슨 상관입니까?""난 단지 그런 사람이 아주 꼴불견이라서요, 돈도 없으면서 가짜 카드로 잘난 척하는 사람 말입니다." 여민수는 탄식하는 표정을 지었다, "선우정아가 눈이 멀었나 봅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다니."여민수는 아직까지 선우정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성우정아가 자기보다 백배, 천배 부족한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속으로 구역질이 났다."당신의 카드는 진짜인 것처럼 말을 하네요, 능력 있으면 카드 긁고 내 앞에서 잘난 척해봐요."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여민수는 아직 "그린 판타스틱"의 가격을 보지 못했지만 김예훈은 이미 봤다.그 가격이라면, 플래티늄 카드를 가진 사람이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그렇게 보고 싶다면 오늘 밤 보여줄게요." 여민수가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점원을 향해 무심하게 말했다 ,"계산해요.""손님, 이 '그린 판타스틱'은 가격이 좀 비쌉니다, 가격은..." 점원이 좋은 마음으로 귀띔해줬다."내가 가짜 카드를 쓰는 사람 같아요? 계산하라고 하면 계산해요, 무슨 잔
선우정아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비록 이 물건이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데릴사위인 김예훈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그녀라 하더라도 갑자기 이 많은 현금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선우정아는 김예훈을 끌고 주얼리 샵을 나왔다.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 선우정아가 이 목걸이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그는 눈치챘다.비록 비싼 목걸이기는 하지만 그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금 있다가 몰래 사서 그녀한테 선물하면 된다.두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맞은 편에서 여민수와 양단아 두 사람이 걸어왔다.이 순간, 양단아는 아까 창피했던 일을 잊은 것 같았다, 그녀가 뻔뻔하게 입을 열었다. "선우정아, 남해시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인연인데, 어디 가서 차나 한잔 할래?"그녀는 여민수와 결혼한 후, 예전에 여민수가 선우정아를 좋아했던 사실을 늘 질투해왔다.선우정아를 망신 줄 기회가 이제 겨우 생겼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이때, 여민수도 방금 창피한 일은 잊은 것처럼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우리 이게 얼마 만이야? 어디 가서 차나 한잔 하자, 비즈니스에 관해서도 얘기해보고.""아, 미안, 내가 깜빡했다, 네 남자는 아마 나와 비즈니스 할 만 것이 없을 거야."선우정아가 미간을 찌푸렸다.두 인간이 여씨 가문의 신분을 믿고 계속 잘난 척하다니, 김예훈한테 문제를 일으킬까 봐 참고 있었던 거지, 아니면 진작에 화를 냈을 것이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부자들의 생활도 이렇게 시시할 줄은 몰랐다.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선우정아 씨, 얘기하고 있어요, 난 잠깐 볼 일이 있어서."이 말을 듣고 여민수가 피식 웃었다. "볼일? 설마 창피해서 핑계 대고 도망가는 것은 아니죠?"김예훈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곧장 그 주얼리 샵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블랙 카드를 꺼내서 점원에게 말했다. "그린 판타스틱 포장해줘요."점원 몇 명은 서로 쳐다보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들 멍청한 사람을 보
김예훈이 짜증 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점장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점원들은 조심스럽게 '그린 판타스틱'을 포장한 후 공손하게 김예훈한테 건네주었다.그중에 예쁘게 생긴 한 점원이 김예훈을 향해 끊임없이 웡크하며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의 손을 건드렸다.그러나 김예훈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몇 분 후, 김예훈은 정교한 선물 박스를 들고 방금 그곳으로 돌아갔다.이때, 여민수, 양단아 두 사람은 선우정아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하지만 선우정아는 전혀 두 사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참고 있을 뿐이다.바로 이때, 김예훈이 걸어와서 손에 든 선물 박스를 선우정아에게 건네주며 웃었다. "내일 떠나잖아요, 작별 인사예요, 다음에 또 남해시로 놀러 와요, 언제든지 환영이니까."선우정아는 기뻤다, 김예훈이 특별히 선물을 사러 간 것은 마음속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이때, 그녀는 얼굴을 약간 붉히며 말했다. "고마워요."말하면서 그녀가 선물 박스를 열었다, 김예훈이 선물한 것이니 무엇인지 보고 싶었다."열어보지 마요," 김예훈은 웃었다, "귀중한 선물 아니에요, 그냥 기념으로 산 거니까 나중에 돌아가서 봐요."비싼 물건이니 만약 선우정아가 받으려 하지 않는다면 귀찮게 될 것이다.선우정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난 다른 사람이 주는 선물을 잘 받지 않아요, 내가 받았다는 건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에요."바로 이때, 양단아가 갑자기 웃었다."선우정아, 한번 열어봐봐, 데릴사위가 너한테 무슨 선물을 했는지 궁금해." 양단아는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선물을 샀는데 나중에 돌아가서 보라고?내놓기 부끄러운 선물이니 남에게 비웃음당할까 봐 두려운 거야?선우정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 친구가 준 선물이야, 여기서 열어보고 싶지 않은데, 나중에 또 얘기해, 우리는 볼일이 있어서 그만."말을 마치고 그녀는 떠날 준
김예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우정아조차도 단번에 100억을 꺼내 목걸이를 살 수 없을 것이다!이건 분명 훔친 거야 !어쩐지 꼭 집에 가서 선물 박스를 열어보라고 하더니, 남한테 들키는 것이 두려웠던 거지!여민수가 차갑게 웃으며 선우정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몰라봤네, 선우정아, 남자 보는 눈이 이렇게 없고서야, 도둑놈을 만나다니.""근데 그 도둑놈이 솜씨가 좋은가 봐! 고작 몇 분밖에 안 됐는데 100억짜리 물건을 훔치다니! 대단해!"선우정아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차갑게 말했다. "여민수, 경고하는데 말 가려서 해.""내가 말을 함부로 했다고?" 여민수가 크게 웃었다.그리고 그가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 "다들 여기 보세요! 누가 물건을 훔쳤어요! 100억짜리 목걸이를 훔쳤어요, 이런 극적인 시나리오가 또 어디 있을까요! 도망가게 놔두면 안 됩니다!"와르르-이내,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하나같이 김예훈을 향해 손가락질했다.특히 김예훈 옆에 있는 도도한 미인을 보고 많은 사람이 질투심에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돈이 없으면 연애를 하지 말지! 여자한테 도둑질해서 선물을 하다니?""점잖게 생겼는데 도둑놈일 줄이야?""대낮에 감히 도둑질을 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내가 보기에는 저 미인이 눈이 먼 것이야, 저런 놈을 좋다고!""..."주위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오자 김예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여민수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여민수, 그쪽이 가난해서 사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도 당신이랑 같은 줄 알아요?""가난? 내가 가난하다고요?"여민수는 웃으면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위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 도둑놈이 나한테 가난하다고 합니다, 다들 한번 말해봐요!"여민수는 오늘 옷차림이 캐주얼하지만 왼손 손목에는 금빛 찬란한 롤렉스 시계를 하고 있었다.순금 스타일에 그린 골드가 섞여 있다.이건 올해의 베스트 상품으로 8천만 원 가까이하는 시계다!이걸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누군가 시계를 보고 아부하듯이
주위에서 의견이 분분하자 선우정아도 미간을 찌푸렸다.이런 사람들과 골동품 시계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골동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물건의 가치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 생각을 하고 선우정아는 여민수를 보며 말했다. "여민수, 넌 여씨 가문의 사람이잖아, 설마 몰라보겠어? 예훈씨의 시계가 진짜라는 걸? 몇천억짜리 시계도 하고 다니는 사람이 고작 몇백억짜리 목걸이를 훔치겠냐고? 쓸데없이 시비 걸지 마!""몇천억?" 여민수가 비웃었다, "만약 정말 전설 속의 그 시계라면 가치가 몇천 억 맞지만, 근데 만약 가짜라면 몇만 원도 안 해!""선우정아, 너희 선우 가문은 골동품 사업으로 유명해진 집안이야, 도둑놈 하나 때문에 선우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해야겠어? 선우 어르신께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너..." 선우정아는 어이가 없었다, 왜 사실대로 말해도 믿지를 않는 것인지?바로 이때, 주위에서 수군대는 소리는 일파만파 커졌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백화점 직원 몇 명이 다가와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100억짜리 목걸이를 훔치다니, 이건 엄청난 일이다!바로 이때, 사람들 속에서, 한 여인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이 사람은 도둑이 아니에요!"말을 한 사람은 바로 유나였다.지나가는 자리였는데 여기서 김예훈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그녀를 보고 김예훈도 흠칫했다.유나는 오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몸매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게다가 그녀의 청순한 얼굴까지 더해져 청춘 그 자체였다."와-"유나가 나타나자, 순식간에 많은 사내의 눈길을 끌었다.여민수도 지금 이 순간, 무의식적으로 곁눈질을 몇 번 했다, 그러더니 참지 못하고 조용히 침을 삼켰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남해시 같은 작은 도시에, 여행하러 오지 않았다면 그는 평생 오지 않을 것이다, 근데 이런 곳에 미인이 이렇게 많다고?그러나, 지금 유나의 옆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양복 차림에 금색 테두리 안경을 한 그는 분위기
양단아는 유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질투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외모에 대해 그녀는 자신감이 있었다.근데 오늘 만난 이 두 여자는, 하나는 도도하고 하나는 청순하고,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단순히 분위기만 봐도 그녀가 비교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그게 양단아를 더욱 불쾌하게 했다, 그녀가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결백하다고 하면 결백한 거예요? 이 목걸이는 100억짜리예요, 무슨 의미인지 알기나 해요? 당신을 팔아도 그 값이 안 나온다고요!""이 사람이 어디 100억이 있게 생겼어요? 이런 사람이 훔치지 않고서야 이런 물건을 살 수 있다고요? 꿈꾸는 거예요?"유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치 여름에 활짝 핀 연꽃처럼 말이다. "난 김예훈 씨가 물건을 훔쳤다고 믿지 않아요, 그리고 그건 내 인격으로 장담할 수 있어요!"이 말을 듣고 양단아가 피식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인격으로 장담이요? 당신이 누구인데요? 어느 집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낮에 그 차림으로 누구를 꼬시려고? "이 말을 꺼내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의견이 분분했다.양단아는 유나가 그런 장사를 하는 아가씨이니 인격 따위는 없다고 비꼬는 것이었다.유나는 화를 내지 않고 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말했다. "난 인민병원의 부원장 유나라고 해요."뭐라고?이렇게 젊은 사람이, 인민병원의 부원장이라고?말을 마치자, 거의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인민병원은 남해시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이다, 거기의 의사들은 의술이 좋을 뿐만 아니라 인품도 훌륭하다고 소문났다.응급센터에 유 선생님은 환자를 돕기 위해 여러 차례 자신의 월급으로 병원비를 대신 지불해줬다고 소문이 자자하다.설마 그분이 바로 이분이란 말인가?만약 그렇다면, 이분의 인품은 절대적으로 믿을 만하다.바로 이때, 사람들 속에서 한 노인이 돋보기를 들고 자세히 한 번 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유 선생님, 정말 선생님이시군요! 지난번 수술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전 벌써 죽은 목숨이였어요."유나가
"고객님!" 이내, 점장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 다음 선물 박스를 다시 잘 정리하고 예를 갖추어 말했다. "고객님, 아까는 너무 빨리 가셔서 미처 영수증을 드리지 못했습니다.""그리고, 고객님의 소비 금액이 높은 이유로 본부 쪽에서 고객님께 최고 레벨의 VIP 회원 카드를 발급해드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연락처를 남겨주시겠습니까? 앞으로 전시회나 신제품이 있으면 저희 쪽에서 특별히 연락드릴 것입니다!"뭐라고?영수증?최고 레벨의 VIP 회원?게다가 전시회 초대까지?그러니까... 이 목걸이를 정말 이 자식이 산 거라고?순식간에 사방이 고요해졌다.거의 모든 사람이 입을 크게 벌리고 놀랍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100억!돈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양단아는 멍해졌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말도 안 돼!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100억짜리 목걸이를! 10만 원짜리도 아니고!이때, 양단아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와서 영수증을 보았다, 그걸 확인한 그녀는 멍해졌다.영수증에 가격이 똑똑히 적혀있었다, 김예훈이 산 것이 틀림없었다.게다가 점장의 공손한 태도를 보면 절대 거짓일 수 없다.이때, 주위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다들 창피하다고 느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여민수와 양단아를 보고 혀를 차며 손가락질했다.두 사람이 정신이 나간 거지?남이 직접 산 목걸이를 훔쳤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고?멍청한 게 설마 정신 병원에서 뛰쳐나온 인간들 아니야?그리고 저 남자, 롤렉스 시계를 하고 있다고 이리 잘난 척해도 되는 거야? 결국 남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무심하게 핸드폰 번호를 남기고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행사나 신제품이 있으면 문자로 해요, 전화하지 말고.""네, 알겠습니다,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어떤 행사든 핸드폰 번호만 제시하시면 뜻대로 다른 분을 모시고 참석할 수 있습니다." 점장은 공손하게 말했다.부자들은 성격이 각자 다
김예훈은 무의식적으로 선우정아를 쳐다보았다.선우정아는 바보가 아니다, 자연히 눈앞에 이 여자가 김예훈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근데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전 괜찮아요, 이렇게 귀중한 선물도 받았는데 저녁은 뭐로 해도 좋아요."이 말을 듣고 유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선우정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김예훈이 이렇게 비싼 물건을 정민아한테 선물했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근데 딱 봐도 시크한 이 여자는 또 누구일까?바로 이때, 유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의 지도교수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전화가 연결되자 맞은편에서 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나야, 강천이랑 왜 아직이야? 설마 두 사람 몰래 데이트하러 간 건 아니지?"유나와 강천 두 사람의 교수님도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되어있다.그러나 두 제자가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서 전화를 걸어 농담한 것이다.유나가 점잖은 강천을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 "교수님, 농담하지 마세요, 우연히 친구를 만났을 뿐이에요, 저와 강천 선배는 곧 도착할 거예요, 그리고 친구 두명을 데리고 갈 생각인데 괜찮으시죠?""당연히 괜찮지, 이번 세미나는 친구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야, 네가 친구를 데리고 온다면 난 환영이야, 빨리 오거라." 지도교수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유나가 신나서 전화를 끊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선우정아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받고 그녀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훈씨, 미안해요, 할아버지 쪽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얼른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식사는 다음에 해요.""데려다줄까요?" 김예훈은 조금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아니요, 할아버지 차가 이미 백화점 앞에 와있어요, 저 혼자 가도 돼요, 예훈씨는 유나씨랑 세미나에 참석해요." 선우정아가 미소를 지었다. "경기도에 오면 꼭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선우정아는 도도하게 하이힐을 신고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
임수민의 직업적 미소가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는지 예쁜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추문성이 곤란해진 상황에 김예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추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최상급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진주·밀양 사람들이 추씨 가문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추씨 가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추문성이 나서려고 할 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 둘도 있는데 정말 싸웠다간 저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 제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최상급으로요.”동하임은 말하는 사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건넸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남윤지가 선물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오늘 뜻밖으로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이 카드는 남윤지 씨가 직접 저에게 준 거예요. 이것도 인정하지 않으면 옥루 회관에서 일부러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죠?”동하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오늘 이 일을 똑똑히 기억해 두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겸손해졌지만 본성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 이렇게 쉽게 모욕을 당할 수만은 없었다.임수민은 동하임이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원래 부잣집 자식들은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회원 카드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최대한 세 명까지 더 데려올 수 있고요.”임수민은 추문성을 계속 괴롭히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아무리 괴롭혀봤자 외부인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추문성은 자기 부하들에게 앞을 지키라 하고 김예훈, 동하임, 그리고 한 명의 부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