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이 늙은 여우들은 모두 머리가 너무 좋아서 그들 앞에서는 어떤 목적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김예훈도 이 생각을 하자마자 잔소리를 하지 않고 바로 차 한 잔을 들고 마시더니 감탄했다. "역시 위장에 좋은 차네요. 500그램에 몇 십만 원 되겠네요?" "몇 십만 원?" 김예훈의 말을 듣고 선우건이는 화내지 못해 웃었다. "이것은 중국 우이산의 대홍포야. 절벽 위의 한 그루에는 경비원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어. 이 차는 1년에 5kg 정도만 생산하고 밖에서 유통하고 있는 게 2.5kg 밖에 안 돼. 500g의 가격은 9천만 원 넘어." "이런 차가 500g에 몇 십만 원이라고 했어요?" 김예훈은 차에 대해 그다지 마스터한 편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우 가문의 인맥은 자신의 상상을 초월한 것으로 보이며, 이런 차는 돈이나 인맥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우 가문의 관계는 아마 하늘을 찌르는 거 아닌가? 그리고 선우건이가 일부러 이런 차를 내놓은 것은 자신의 기를 꺾으려는 것이 아닐까? 김예훈이 조금 어이가 없었으며 선우정아의 일은 나중에 골치 아플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는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직접 입을 열었다. "선우 대가님이 저의 뜻을 이미 짐작하셨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 게요. 오늘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요." 김예훈의 뻔뻔스러움과 단도직입에 놀란 선우건이는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물었다. "정말 겁없이 감히 입을 열어? 내가 정씨 가문을 떠나라고 한 것을 알면서도 정씨 가문을 위해 부탁하러 온 거야?" 김예훈은 부인하지 않았다. "정씨 가문은 대가님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데, 도와주실 없을까요?""돕는 게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서 정씨 가문은 지방 도시의 이류 가문이라서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선우건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것은 사실이다. 울성에도 이런 가문이 적지 않지만, 어느 가문
"임마, 네 체면이 그렇게 값어치가 있어?" 선우건이는 웃는 듯 말 듯 입을 열었다. "아마도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우리 선우 가문의 산업이 이렇게 많으니 아무거나 골라서 정씨 가문과 협력해봐. 이것도 정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는 셈이잖아." 선우건이는 손을 흔들며 마치 사소한 일을 말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이류 가문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가치가 될 것이다. 선우 가문의 인정이 없어도 선우 가문과 협력할 수 있다면 아주 작은 프로젝트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선우 대가님, 이 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저에게 뭐든 시키신다면 저도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김예훈은 진지하게 말했다. 선우건이는 웃으면서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는 김예훈의 잠재력을 보고 그를 도왔지만, 지금 김예훈이 그렇게 큰 실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일 얘기 다 끝났어요?" 선우정아는 옆에서 덤덤하게 말했다. "끝났으면 나랑 같이 밥 먹으러 가요." 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아가씨, 지금 아침 9시 좀 넘었어요. 우리 방금 아침을 먹었는데 어떻게 먹어요? 아니면 오늘 저녁에 데리러 올까요?" "좋아요." 선우정아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김예훈이 떠난 후에야 그녀의 얼굴 표정이 무너져 내렸으며 못마땅해서 말했다. "이 쓰레기 같은 남자, 하루라도 더 같이 있는 것도 싫어가지고. 할아버지, 저 남자를 도와주지 말았어야 했어요!" "왜 안 도와줘? 내가 너를 위해 기회를 만들어 준 건데, 잠시 후 정씨 댁에 놀러 가봐." 선우건이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씨 댁이 뭐가 재밌다고요?" 선우정아는 원래 성격이 냉담하며 김예훈을 만날 때만 감정이 약간 흔들린다. "정씨 댁에 가서 우리가 정씨 가문을 돕는 것은 김예훈 때문이고, 김예훈이 없었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 선우건이는 말했다. "싫어요." 선우정아는 단
"당신은 이해할 필요가 없어요." 선우정아는 냉담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에 나는 선우 가문을 대표해 정씨 가문과 손잡아보려고 왔어요.” 정씨 어르신은 어리둥절했으며 선우정아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김예훈 그 바보가 선우건이의 마음속에서 이렇게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설마 이번에는 정씨 가문이 데릴사위 덕분에 부상하는 거 아닌가? 이 순간 정씨 어르신의 심성으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선우정아는 계속 차갑게 말했다. "내가 할 일이 많으니 오늘은 짧게 말할 게요." "전에 우리 선우 가문이 생각 외로 김예훈에게 신세를 졌어요." "오늘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신세를 갚으라고 하면서 정씨 가문을 인정해 달라고 간청했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승낙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 프로젝트를 하나 골라 정씨 가문과 협력하기로 약속했어요.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정씨 가문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지는 당신들의 몫이에요." 정씨 어르신은 김예훈이 갑자기 개똥 같은 운을 잡고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어 선우 가문의 눈에 띄었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뜻밖에 선우 가문이 그에게 신세를 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 바보의 인맥이 정씨 가문에 이런 기회를 가져다준 것은 그의 몫을 제대로 했다! 그러자 정씨 어르신은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우 아가씨, 아가씨가 우리 정씨 집에 와서 프로젝트 협력까지 제안했으니 아가씨도 우리 정씨 가문의 실력을 잘 알죠!" “우리 정씨 가문은 남해시에서 일류 가문은 아니지만 YE 투자 회사까지 우리에게 투자한 것은 우리 정씨 가문의 잠재력을 말해주는 거예요.” "우리 정씨 가문과 협력하면 선우 가문은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정씨 어르신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어쨌든 지금까지 남해시 전체에서 정씨 가문만이 YE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았다.전에 정지용이 골동품 품평회에서 체면을 구겼지만, 사실 정씨 가문의 지명도를 높인 것도 어찌 보면 좋은 일이었다. 지금 이유가
이 순간 정씨 어르신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이 계약이 체결되면 정씨 가문과 선우 가문이 정식으로 협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선우건이가 직접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씨 가문에게 매우 소중한 기회다. 경기도 전체에서 선우 가문과 협력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지방도시의 일류 가문이다. 그러면 이번에 정씨 가문이 선우 가문과 협력할 자격이 있다는 뜻이고 일류 가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쇼핑 센터 프로젝트까지 받쳐주고 있다. 정씨 가문은 김씨 가문과 선우 가문을 동시에 등에 업은 셈인데 부상은 확실한 일이 아니겠는가? "선우 가문이 저희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정씨 어르신은 겸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좋은 소식을 가져온 선우 아가씨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 대신 선우 대가님께 감사의 뜻을 전해주세요. 우리 정씨 가문은 반드시 이번 기회를 잘 잡을 테니 대가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정씨 어르신의 나이는 선우건이보다 몇 살 더 많지만, 지금 그는 선우건이에 대해 공경하기 짝이 없고 감히 실례할 수 없다. 선우정아는 김예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씨 어르신이 김예훈에게 공을 돌릴까 봐 걱정했다.사실, 그녀는 이런 것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씨 어르신이 그런 생각을 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김예훈은 정씨 가문의 개일 뿐이고, 정씨 가문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모든 것이 정씨 가문에게 보답하는 것인데, 그가 이런 일로 김예훈을 마음에 둘 수 없다. 정씨 가문이 실력이 없으면 김예훈이 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선우정아가 떠나고 정씨 어르신은 자신의 '왕좌'에 앉아 온몸이 흥분되었다. 이번에는 정씨 가문의 또 다른 큰 기회이며 쇼핑 센터 프로젝트와 같이 논할 만하다. 이번 기회는 반드시 정지용에게 주어져야 하며 그가 잘 파악하고 멋지게 잘 처리한다면 정지용의 능력과 위상을 제대로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민아가
별장에 도착한 정씨 어르신은 바로 선우 가문과 협력한 일을 정지용에게 알렸다. 동시에 정씨 어르신은 다소 사려 깊은 표정을 짓고 말했다. "지용아, 이번 협력은 아마 선우정아가 직접 주도할 가능성이 높으니 기회를 잡아야 한다. 만약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그녀를 잡을 수 있다면, 네가 선우 가문의 데릴 사위가 되더라도 할아버지는 동의할 것이다!" 정지용은 어리둥절했다. 할아버지는 항상 자신을 가장 예뻐해주셨는데, 어떻게 자신을 데릴 사위를 하라고 할까? 나를 포기하는 것인가? 정지용의 속셈을 알아차린 듯 정씨 어르신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용아, 안심하거라. 설령 네가 선우 가문의 데릴 사위가 되더라도 정씨 가문은 여전히 네 것이니 걱정하지 마!" "선우정아의 일은 네가 가서 해봐. 선우정아가 선우 가문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들었어. 만약 잡을 수 있다면, 설령 데릴 사위가 되더라도 나중에 그녀가 자리에 오르면 네가 실권을 차지하면 돼!" "조만간 선우 가문을 정씨 가문으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아!" 정지용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정씨 어르신이 이렇게 깊이 그리고 멀리 생각할 줄은 몰랐다."할아버지,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걱정마세요. 제가 반드시 이 일을 잘 해낼 거예요.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정지용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만약 단지 프로젝트만 한다면, 그는 아직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여자 꼬시는 일만큼은 잘한다. 선우정아가 인간 속세를 초월한 모습을 보니 분명 남자 친구가 없다. 이런 여자는 마음만 얻으면 그녀를 쉽게 잡을 수 있다. 정씨 어르신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이 일에서 좀 잘 해냈으면 좋겠다. 이 일을 잘 해낸다면 대표 자리를 너에게 넘겨주마!" 이 말은 정말 웃겼다. 뻔뻔스럽게 선우정아를 잡으면 잘 해내는 거라니? ...... 정씨 회사에서. 김예훈은 모처럼 정씨 회사에 왔으며 그가 정민아 사무실에 왔을 때 그녀가 여전히 책상에서 일하고 있는
김예훈이 눈가를 살짝 떨고 어이가 없었으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그걸 물어보는 거지? 이 일은 정말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자 김예훈은 한숨만 내쉬었다. “민아야, 나를 딱 한 번만 믿어주면 안 돼? 나와 유나는 정말그냥 일반 친구일 뿐이야. 만약 우리가 특별한 관계가 있다면, 내가 문 밖을 나가자마자 차에 치일 거야!” 정민아는 단번에 손을 뻗어 김예훈의 입을 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퉤퉤퉤. 가리는 게 없네. 함부로 말하지 마. 내가 믿으면 되잖아!” 그러자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웃었으며 서글픈 감정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다들 부부싸움은 금방 화해한다고 하지만, 김예훈과 정민아의 관계는 너무 특별하며 그들은 진짜 부부라고 할 수 없고 명목상의 부부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일로 오랫동안 갈등이 생긴 것이다. "김예훈, 나는 일해야 돼. 먼저 나가봐. 오늘 밤 일찍 들어와." 정민아가 수줍은 듯 입을 열었다. 그녀는 오늘 밤 그 선을 넘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결심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남편을 정말 빼앗길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정민아는 더욱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바로 이때, 김예훈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급하게 울리기 시작했고, 원래 분위기가 좋던 두 사람이 동시에 멈추게 되었다. 김예훈은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끊기 버튼을 누르며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 계속 해. 괜찮아. 별일 아니야…” "당신…" 정민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뻔뻔해. 결국 두 사람이 말을 하기도 전에 김예훈의 전화가 또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누군지 한번 볼래?" 정민아는 좀 화가 났다.김예훈이 마지못해 전화를 받자 맞은편에서 선우정아의 쓸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예훈, 선우 가문에서 방금 당신의 요청대로 정씨 가문과 프로젝트 협력에 대해 얘기가 끝났는데, 당신은 이제 와서 모른 척하고 나와의 약속을 잊었어요?" "선우정아?" 정민아는 바로 누군지 알아들었다. 김예훈은
저녁에 김예훈은 회사를 떠나 포르쉐를 타고 선우정아를 데리러 갔다. 조수석에 탄 선우정아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원래 김예훈이 작은 스쿠터를 타고 데리러 올 줄 알았고 스쿠터에 앉아 웃을 준비까지 했는데 김예훈이 포르쉐를 몰고 올 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니 김예훈은 자신을 매우 중시하는 것 같았다. "왜 웃어요?" 김예훈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의 마음은 정말 이상하다. 수시로 변하는 것 같다. 선우정아는 창밖을 내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웃고 싶었어요. 안 돼요?" "그래요! 당신은 선우 가문의 아가씨이니까 남해시는커녕 경기도 전체에서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김예훈이 말했다. 그는 함부로 말한 것이 아니다. 비록 아직 경기도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지만 지위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 "그럼 쇼핑 좀 하고 피곤할 때 밥 먹으러 가요." 선우정아가 말했다. 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가씨, 벌써 6시예요. 쇼핑을 해도 좋지만 우리 한 시간으로 한정해도 되죠? 오늘 내 아내가 마침내 나와 말을 했어요. 아기씨와 식사를 끝내고 나는 일찍 들어가서 아내와 같이 있어야 해요!" "부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좋겠어요." 선우정아는 약간 착잡한 눈빛으로 살짝 웃었다. 쇼핑몰에 도착한 두 사람은 거리를 걸었지만, 마치 커플처럼 느껴져 많은 사람들을 뒤돌아보게 했다. 선우정아는 명품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쇼핑을 가는 대신, 일반 브랜드 매장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파는 것은 모두 평범한 옷, 신발, 모자, 액세서리들이다. 선우정아는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지만, 작은 액세서리를 볼 때는 계속 고르고 골랐다. 김예훈은 그녀가 한참을 고르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를 데리고 다른 거리로 향했다. "이쪽으로 와서 봐요."선우정아는 이쪽 다이아몬드 매장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김예훈, 내가 그렇게 많은
선우정아는 한동안 이 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구나, 졸업하고 나서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남해시에서 다 만나다니.”높은 하이힐을 신은 양단아가 웃으면서 걸어왔다, 그녀는 선우정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런 우연이 다 있네!”대학교 때, 양단아의 남편은 선우정아를 쫓아다녔었다, 그래서 지금 선우정아를 보니 적대심으로 가득 찼다.김예훈을 한번 훑어보더니 양단아 웃으면서 말했다. “선우정아, 듣자 하니 선우 가문에 가업을 이어받을 능력 있는 젊은 사내가 없어서 데릴사위를 찾는다고 하던데.”“이 사람이 설마 네가 찾은 데릴사위야?”“대학교 때, 너 따라다니던 사람 많았잖아, 뭐 하러 굳이 이렇게 가난한 사람을 찾아?”“하긴 돈이 없으니까 데릴사위를 하는 거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가 그 짓을 하겠어?”“사는 게 힘드니까 청춘으로 밥 빌어먹고 사는 거겠지?”양단아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끊임없이 조롱했다.옆에 있던 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두 사람이 선우정아의 동창이라고 해서 사이가 괜찮은 줄 알았는데, 대화가 심상치 않았다.바로 이때, 여민수가 걸어 나와 웃으면서 말했다. “선우정아, 얼마 전에 선우 어르신을 뵌 적이 있어, 그때는 데릴사위에 관한 얘기가 없었는데, 설마 네가 이 허름한 곳에 온 이유가 가난한 데릴사위를 찾기 위해서였단 말이야?”딱 봐도, 여민수의 출생은 범상치 않았다, 그렇지 않은 한 선우정아한테 이런 태도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김예훈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경기도에 유명한 여씨 가문은 없는데 말이다, 서울 쪽에 아주 유명한 여씨 가문이 있긴 한데, 이 여민수가 그 여씨 가문의 사람이란 말인가?근데 서울에 사는 사람이, 경기도에는 웬일인가?바로 이때, 옆에 있던 종업원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경멸의 눈빛으로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키도 크고 인물도 훤한 이 젊은이가 여자 덕을 보고 사는 데릴사위라니?선우정아는 아무 말도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