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나서 김예훈이 핸드폰을 양 서장한테 건넸다.양 서장이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전화를 건네받더니 이내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하 비서님, 안녕하세요! 네! 제 잘못입니다!""김 회장님,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실례했습니다!"전화를 끊고 양 서장이 김예훈한테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더니 이내 부하들을 데리고 잽싸게 도망쳤다.이런 젠장, 이 사람은 내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김... 김 회장님?" 양 서장의 말을 들은 박동훈이 크게 놀라더니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어떻게? 당신 같이 무능력한 사람이 새 회장이라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건 말도 안 돼!""말도 안 돼! YE 가문의 젊은 세대는 하나 같이 위세가 높은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당신은 절대..."박동훈은 미친 듯이 계속 고개를 저었다.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업신여겼던 무능력한 사람이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이리 쉽게 자신을 짓밟아버렸다는 사실을."부탁해요, 당신이 도대체 누구인지 말해줘요, 죽더라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죽읍시다." 박동훈은 멘붕이 와서 울먹거렸다."YE 가문에 후계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큰 도련님..." 박동훈의 멘탈이 무너졌다, 그가 이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았다:" 도련님,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한 번만 눈 감아 주세요, 맹세합니다, 다시는 아내 분을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도련님 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나한테 내일은 없을 거라면서요?""도련님, 도련님, 제가 미쳤나 봅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이렇게는 못 살겠습니다, YE 투자 회사에서 제가 오랜 시간 애를 쓴 걸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박동훈이 콧물 눈물 다 흘리면서 머리를 박았다."내 눈앞에서 꺼져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이 뭘 하든 난
”쉽지 않을 텐데…”정민택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말처럼 쉬운 일이었다면 그렇게 박동훈에게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어르신이 테이블을 탁탁 쳤다. “이 자금을 마련해 오는 사람이 쇼핑 센터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될 거다.”현재 정씨 일가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쇼핑 센터 프로젝트다. 그러니 프로젝트 담당자가 된다면 앞으로 정씨 가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어르신의 말에 적지 않는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YE 투자 회사와 접촉하긴 무리였다.“할아버지.”정지용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가 마침 YE 투자 회사에 다니는 미녀 한 분 알고 있어요. 부장급이니 회사에서 어느정도 발언권이 있겠죠. 제가 만나서 얘기해볼까요?”어르신이 인상을 팍 썼다. “부장 나부랭이가 무슨 발언권이 있겠어?”“할아버지, 부장 한 명으로 당연히 안 되죠. 하지만 곧 총지배인으로 승진한다던데, 그때 말을 꺼내면 되지 않을까요?”정지용이 싱긋 웃었다. 지금 정씨 내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프로젝트 담장자가 된다면 앞으로 이사장 자리는 자기 몫이 될 테니까.정민택은 아들을 쳐다보기만 할 뿐 반대하지는 않았다. 만약 진짜로 정지용이 이 골칫거리를 해결한다면 그의 가족은 아버지 눈에 더 들게 될 것이다.모두가 꺼리는 눈길로 쳐다보자 정지용은 씩 웃으며 휴대폰을 꺼냈다. 모두 다 들을 수 있도록 특별히 스피커 버튼까지 눌렀다.“여보세요.” 스피커를 통해 약간 긴장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정지용은 상대방이 긴장을 하든 말든 큰 소리로 물었다.“송 부장님, 정지용입니다.”한 편, 김예훈이 전동 스쿠터를 타고 회사에 도착했다. 박동훈 일로 송문영이 회사에 막 도착한 김예훈에게 보고하는 중이었다. 저녁이라 회사는 매우조용했다. 그러니 쩌렁쩌렁한 정지용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사무실에 있는 김예훈한테까지 들렸다.정지용이 큰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송 부장님, 듣자니 회사에서 투자금을 9000억으로 늘리셨다고 하던데, 마
”네,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전화 와서…”송문영은 손으로 휴대폰을 감싸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예훈이 씨익 웃었다. “꺼지라고 해.”“네!” 여전히 휴대폰을 손을 감싼 송문영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서 차갑게 내뱉었다.“저희 대표님께서 꺼지라네요!”그리고 통화를 끊어버렸다. ‘또라이 같은 새끼!’…한 편, 아주 의기양양하게 전화를 걸던 정지용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한참 뒤에야 자리에서 팔짝 뛰며 일어났다.“고작 부장 나부랭이가 지금 나보고 꺼지라고 한 거야? 네가 뭔데 꺼지래?! 우리 가문이 우습다 이거야?”정씨네 식구들은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그 부장 나부랭이가 꺼지라고 한 게 아니라 분명 대표가 꺼지라고 한 거 같은데!“할아버지, 너무 하지 않아요?”정지용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감히 우리 가문을 꺼지라고, 분명 우습게 보는 거예요. 이거 찾아가서 따…”“닥쳐!”어르신이 말을 잘라버렸다. “무의미한 짓은 하지 말거라. 듣자니 20대 초반인 젊은 사람이 신임으로 왔다고 하던데. 그 나이 땐 세상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르고 건방지게 구는 건 당연한 거야.” 어르신이 잠시 멈추다 말을 이었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그 대표가 예전의 모든 투자를 거절하고 9000억을 늘린 걸 보면 분명 비전 있는 프로젝트만 취급하나 보다. 그렇다면 누가 우리 가문을 대표해서 만나고 올 테냐?”정씨네 식구들 또 서로 쳐다보기만 한다.어르신이 방금 송 부장이 말한 걸 못 들었나? 그 회사 대표님께서 꺼지라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찾아가는 건 진짜로 면전에서 모욕을 처먹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다.어르신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당연히 힘든 일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직접 찾아가서 투자금을 요구한다면 냉대를 받고 올 게 뻔하지만 이 기회를 놓친다면 정씨 가문은 부상할 가능성이 없게 된다.그때 어르신 눈길이 한참 화를 내고 있는 정지용에게 향했다. 그 시선을 느낀 정지용이 일어서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할아버지, 누나를 보내는 게 어떨
어르신이 고려해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필경 손주들 중에서 정지용을 가장 아끼고 있으니 그 말을 들어줬다.“그래, 민아가 가면 되겠구나. 미루지 말고 내일 YE 투자 회사에 가거라.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실패하면 안 돼!”“할아버지, 제 생각엔…” 방금 욕을 먹고 무슨 비위로 내일 가서 협력을 상의하라는 건지 정민아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어르신은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미 이렇게 결정한 이상 핑계를 대지 말거라!”말 떨어지기 바쁘게 그 자리에 모였던 정씨 가문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마음속으로 다행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런 판에는 누가 걸리던 재수 없게 되는 것이다.임은숙은 집에 도착해서도 표정이 내내 어두웠다. 원래 어르신 눈에 차지 않는 집인데 성공하지도 못할 임무를 맡게 되었으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탁!임은숙이 물컵을 탁하고 놓으면서 표효했다. “김예훈 그 놈은 어디 있는 거야?! 집 청소도 밥도 안 하고 우리를 굶겨 죽일 셈이야?!”정민아가 답했다. “엄마, 잊었어? 나 대신 경찰서에 갔잖아. 아직도 안 돌아온 걸 보면 무슨 일이라도 생긴 모양인데.”임은숙이 냉소를 지었다. “일은 무슨? 그 꼴에 무슨 싸움을 할 줄 한다고. 이 참에 이혼이나 해! 그동안 이혼시킬 구실이 없었는데 잘됐네. 병신 같은 놈이 우리 집에 들어온 이후로 좋은 일이 하나도 없어!”정민아는 살짝 걱정돼 몇몇 친구에게 연락했다. 김예훈을 경찰서에서 꺼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모두 하는 말이 김예훈이 경찰서에 잡혀가지 않았단다.…이튿날, 정민아는 아래 위로 단정하게 치장하고 집을 나섰다. 포르쉐를 몰고 YE 투자 회사에 가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YE 투자 건물 회사 건물 아래에서 정민아를 맞이한 사람은 대표님 비서 하은혜였다. 비서는 정민아를 향해 인사도 건네지 않고 프리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민아 씨 맞죠?”정민아가 우두커니 바라보다 이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네, 맞아요.”“따라오세요.
그날 저녁, 정씨 가족들이 다시 별장에 모였다. 멍하니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몇 시간 전에 통보를 받고 저녁 식사도 못한 채 회의하러 온 것이다. YE 투자 회사에서 계약서를 내민 것도 모자라 투자금액을 더 올려줬다는 말에 단숨에 달려왔다.엊저녁만해도 YE 투자 회사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서 다들 재수 없는 판에 엮이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정민아가 해냈다. 무슨 자격으로!정민아는 어르신 셋째 아들의 딸이라 평소 대접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경영하는 회사가 계속 적자를 많이 내는 바람에 곧 정씨 가문에서 쫓겨나게 생겼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 바뀌었다.이렇게 중요한 투자금을 받아냈으니 어르신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정민아도 가문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될 것이다.그들 중에서 정지용이 가장 믿을 수 없었다. 정민아가 성공하게 되면 자신이 무능한 인간으로 되기 때문이다.“민아 누나, 아무렇게나 쓴 계약서에 사인해도 되는 거예요? 그리고 550억이라니 누굴 속이려고? YE 투자 회사 대표 얼굴도 보지 못했으면서!” 정지용이 빈정거리며 말했다.“그래, 나 대표 얼굴 못 봤어.”정민아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은혜가 접대를 했을 뿐 대표는 만나지 않았으니.그 말에 다들 하나같이 노려봤다. “저녁 밥도 못 먹고 네 헛소리 들으러 온 게 아니야!”“정민아, 너무 하는 거 아니야? 명색이 대표인데 모자란 네 남편을 따라 배운 거니? 가짜 계약서를 내놓고 우리를 속이려 들어?”“우리가 바보로 보이냐? 가짜 계약서가 말이 돼냐고!”“이혼이고 뭐고. 그냥 짐 싸서 네 남편이랑 손잡고 집에서 나가!”잠자코 있던 사람들이 분노하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성공하지는 못할 망정 가짜 계약서를 내놓으면 앞으로 정씨 가문은 어찌해야 되는지 아득했다.만약 가문이 망하게 되면 부귀영화는 물거품이 된다.정지용은 뻥진 표정으로 바보를 보듯이 바라봤다. “진짜 대박이다. 누나는 우리 가문이 안중에도 없어요? 민아 누나, 이 일 진짜 중요해요.
이때 어르신이 계약서를 읽더니 돋보기를 꺼내 인감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서야 손을 휘휘 저었다.“다들 조용히 해. 이 계약서 진짜구나. 한데 지용이 말도 맞다. 계약서를 보아하니 미리 작성한 게 아니라 어제 작성한 것 같구나. 민아가 계약을 성사시켰으니 물론 공을 세웠다지만 지용이가 우리 가문을 위해서 수모를 감수했으니 그 공이 더 크다.”정지용이 의기양양해서 정민아를 힐끗 보고는 할아버지를 향해 절을 했다.“할아버지, 저도 정씨 가문 후손인데 그보다 더한 수모도 참을 수 있어요. 제가 얻어 맞더라도 가문이 돈을 벌 수 있다면 기꺼이 몸을 희생하겠어요.”“제 생각엔 이 신임 대표가 우리 가문의 상업 부지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금을 내준 것 같아요. 성의를 표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계약서에 서명해서 내일 보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계약서는 제가 안전하게 신임 대표에게 전달할게요. 그리고 우리집에도 초대할께요.”정지용은 무조건 신임 대표를 모시고 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신임 대표가 계약서를 내줬다는 건 우리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는 걸 설명하니 무조건 성공이다.그리고 계약서를 자기가 가져가게 되면 이 프로젝트 담당자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맡게 될 텐데.정민아가 누군지 기억할 리가 없다.“그래, 역시 내 손자다!”어르신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지용아 그럼 내일 수고해라.”정민아는 실망했다. 이젠 공로가 다 정지용한테 가게 생겼다.계약서에 YE 투자 회사 인감도 있으니 내일 가져가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다. 그때면 정민아라는 사람을 기억할 리가 없었다.정민아는 분통이 터졌지만 말은 못하고 이만 갈았다. 왜냐면 할아버지가 저렇게 말한 이상 내가 가져온 계약서라고 우겨도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YE 투자 회사김예훈은 손이 닿는 대로 서류를 훑어보다 손끝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긴장을 풀었다.오늘 일은 김예훈이 안배한 것이다. 정씨 가문 따위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민아가 오는 걸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 그냥
하은혜가 벤틀리를 몰고 김예훈을 집까지 데려다 주려고 했다. 하지만 차가 너무 막혀서 김예훈은 어쩔 수 없이 차 트렁크에서 전동 스쿠터를 꺼내 올라탔다. 전동 스쿠터가 고장난 줄도 모르고 달리다 물구덩이에 빠져서 꼴이 말이 아니었다.김예훈은 먼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한데 조이영이 보더니 냉소를 지었다.“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더니, 병신한테도 먹히나 봐. 김예훈, 설마 똥물에 빠졌어? 냄새 장난 아닌데?”김예훈은 듣는 척도 안하고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하던 찰나.임은숙이 말소리를 듣고 다가오더니 인상을 팍 썼다.“김예훈, 무슨 염치로 돌아와?! 여기가 무슨 호텔이냐?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게?!”못난 자식 때문에 정민아의 공로가 정지용에게 빼앗긴 것이다. 다 이 재수 없는 놈 때문이다.정소현도 방에서 나오면서 김예훈을 째려봤다. “왜 이렇게 더러워? 신발도 갈아 신지 않고. 집안이 다 썩겠어. 우리 집에 있기 싫으면 나가!”김예훈은 무덤덤하게 임은숙과 정소현을 번갈아 볼 뿐 입을 꾹 담았다. 만약 두 모녀와 맞붙을 생각이 있었다면 3년 전에 이미 혈압 올라 죽었을 것이다.대꾸하는 것도 귀찮아 그냥 정민아 앞으로 걸어갔다. 원래는 인상이라도 쓰려고 했는데 예쁜 얼굴을 본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민아, 회사에 9억 필요하다고 했지? 내가…”“하하하, 병신 이제야 와이프를 챙기네?”조이영이 말을 끊었다. “모자란 놈 얼굴도 두껍지. 지 꼴이 어떤지 몰라요. 다른 남편들은 와이프가 돈이 필요하다면 노가다를 뛰면서라도 돈을 갖다 바치는데. 너는 호주머니 털어도 만원도 안 나오면서 무슨 염치로 돈 얘기를 꺼내? 내가 너라면 3층에서 뛰어내리겠어. 왜 사냐?”조이영의 말이 점점 심해지자 정민아는 더는 들어줄 수가 없었다.“이영, 그만 해.”어찌했든, 어제 박동훈한테서 억울함을 당할 때 김예훈이 나서줬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어느정도 감정이란 게 있었다.“민아, 너는 진짜 얘가 착해빠져서는. 나
김예훈과 박동훈이 짜고 벌인 짓이 분명하다. 아니면 김예훈이 멀쩡하게 검찰서에서 나올 수 없다.“조이영! 안지희! 적당히 해!” 김예훈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두 여자를 싸늘하게 내려봤다.한데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조이영은 세련되고 안지희는 귀여워서 아무리 싸가지없이 굴어도 예쁜 건 여전히 예쁘고 귀여운 건 여전히 귀여웠다.조이영이 질색했다. ‘병신 같은 자식 지금 어딜 보는 거야? 감히 지 와이프 친구를 훑어봐? 쓰레기 같은 자식!’김예훈이 갑자기 배시시 웃었다.“전에 그랬지? 내가 9억을 내놓으면 무슨 요구든 다 들어준다고?”“그래! 맞아!” 조이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다가갔다. 김예훈 가슴에 닿을 듯 말듯 한 자세로 서서 쏘아붙였다. “내놔 봐! 안 그러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래, 능력 있으면 어디 내보시지!” 옆에 앉았던 안지희도 참지 못하고 비아냥대며 한마디 날렸다.“눈 똑바로 뜨고 봐!” 김예훈이 방금 들고 온 검정색 봉투를 들어올렸다.그러자 5만원권 돈뭉치가 와르르 쏟아졌다.그 순간 별장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신사임당 얼굴이 박힌 누런 돈뭉치가 거실에 산처럼 쌓였다. 보기만 해도 눈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이…이건…” 정민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이거…진짜야…” 임은숙이 거의 덮치듯이 달려와 양손에 돈뭉치를 쥐고 확인했다. 그새 화난 표정이 어느정도 누그러들었다.정소현은 입만 벌린채 그 자리에 고정돼 버렸다. 있는 집에서 태어났지만 지금까지 현금 9억이 쌓이면 어떤 광경인지 전혀 본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