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지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아까까지만 해도 화를 내던 주우섭은 바로 기가 죽어 뻘쭘하게 다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다른 재벌 2세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남윤지는 진주 4대 명문가인 남씨 가문의 따님일 뿐만 아니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과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고 했다.남윤지를 건드리는 것은 김현민을 건드리는 것과도 같았다.이 자리에 있는 재벌 2세들은 김현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바로 겁이 나서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강서연 씨, 남윤지 씨가 오겠다는데 다 설명이 된 거 아니에요?”손다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강서연을 쳐다보았다.“괜찮으시다면 화장실 옆에 있는 테이블로 옮겨주실 수 있을까요? 잠시 후에 음료수와 맥주 같은 걸 보내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얼마든지 드릴게요.”웃을 듯 말 듯 한 손다미의 표정에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여자는 충분히 처벌받아도 마땅했다.만약 오늘 밤 강서연이 정말 남윤지라는 이름에 겁을 먹는다면 강씨 가문, 그리고 진주·밀양 용문당의 체면은 아마도 거의 다 잃게 될 것이다.강서연이 꼬리를 내릴 거로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이다.그러고선 뒷짐을 쥔채 손다미 앞으로 걸어갔다.“매니저님, 옥루정의 매니저님이면 이곳 주인이 누군지는 알고 있겠죠?”강서연이 웃으며 물었다.그런데 손다미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알죠. 강씨 가문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쨕!손다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서연은 바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주인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여기서 날뛰고 있다고? 개 한 마리를 방치해 뒀더니, 자기가 주인인 줄 착각하고 있나 보네.”“악!”손다미는 얼굴을 감싼 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얀 얼굴에 손바닥이 닿은 곳은 메이크업이 지워져 있었다.그 외에도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와 매우 처참해 보였다.손다미는 퉁퉁 부어오른 얼
강서연이 연속으로 뺨을 열몇 대 때리는 바람에 손다미는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어 비명을 질렀다.“우리 강씨 가문이 몇 년 동안 너무 겸손해서 함부로 건드려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오냐오냐해 줬더니 우리 강씨 가문을 뭐로 보는거야. 다른 주인에게 붙으면 우리 강씨 가문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쨕!“당장 꺼져!”강사연은 마지막으로 그녀의 뺨을 때리면서 말했다.“기회를 줄 때 짐 싸서 꺼져. 다음에 또 옥루정에서 만나면 죽여버릴 줄 알아.”아까 거만한 모습과는 달리 손다미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은 멍투성이인 모습이었다.오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함만이 남아있었다.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으로 강서연을 힐끔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용문당 회장의 손녀로서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면 오히려 무시당했을 것이다.그런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호한 모습에 다시 보게 되었다.다른 재벌 2세들도 입이 떡 벌어진 채 강서연을 쳐다보았다.평소에 온순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강서연이 화가 나면 이런 모습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이른바 군계일학이란 지금의 강서연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강서연 씨, 옥루정은 강씨 가문에서 독점 운영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다른 주주들의 동의 없이 옥루정의 매니저를 함부로 폭행하고 해고하는 건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요?”손다미가 기어서 나가려고 할 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열몇 명의 남녀가 쏟아져 들어왔다.가장 앞에 서 있는 여인은 얼굴이며 몸매가 환상적이었다.비록 최대 스물세네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귀부인 같은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지방시 최신 미니스커트를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손목에 무심하게 다이아몬드 팔찌를 하고 있어 마치 선녀처럼 돋보였다.새하얀 허벅지, 입체감 있는 가슴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단순히 말하자면 그녀의 매력과 기품은 일반 여성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녀는 바로 진주 남씨 가문의 남윤지였다.고개 들어 그녀를 쳐다보던 김예훈 역시
“쯧쯧쯧. 강서연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강씨 가문에서 옥루정 지분을 30%만 가지고 있다는 거 잊었어요? 그리고 저희 남씨 가문에서는 40%나 가지고 있다고요!”남윤지는 사람들과 함께 강서연 앞으로 다가가 아래위로 훑어보았다.“간단히 말해서 옥루정의 진정한 주인은 저희 남씨 가문이고, 매니저님도 저희 남씨 가문에서 고용한 매니저라고요. 강서연 씨가 때리고 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감히 해고할 수 있겠냐고요!”얼굴이 시퍼레진 손다미는 이 순간 거만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남윤지가 자기편을 들어주면 강서연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남씨 가문이야말로 주인이라고요?”강서연은 피식 웃고 말았다.“남윤지 씨, 먼저 가서 의사를 보이는 거 어때요? 남씨 가문이 창피를 당하기 전에 텅 빈 머리를 메꾸고 나서 다시 찾아오시죠. 주식을 양도할 때 저희 강씨 가문이야말로 옥루정의 영원한 결정권자라고 똑똑히 말했을 텐데요?”“영원한 결정권자라고 똑똑히 말했다고요?”남윤지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강서연 씨도 이 바닥에 오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순진한 거예요? 이 세상에 계약서에 똑똑히 적혀있는 글씨 빼곤 말로만 하는 약속은 없다고요. 저희도 그때 강씨 가문에서 더 이상 옥루정의 일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 솔직히 그동안 옥루정을 관리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잖아요. 옥루정의 인사 채용부터 기타 모든 업무는 저희 남씨 가문에서 관리하고 있었다고요. 간단히 말해서 매년 30%의 이익을 챙기는 것 빼고는 할수 있는 말이 없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매니저님께 사과하시고 아까 했던 말을 다시 거두는 것이 좋을 거예요. 일이 커졌다간 강씨 가문한테도 좋은 일이 없을 테니까요. 이 언니가 지금 동생 걱정을 하는 게 안 보여요? 제 말 무슨 말인지 이제 알겠죠?”강서연이 냉랭하게 말했다.“이익? 남윤지 씨, 솔직히 말해서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당신들이 그동안 허위로 회계보고를 하는 바람에 저희 강씨 가문에서
“그동안 강씨 가문에서 옥루정 관리에 참여도 하지 않았으면서 매년 공짜로 30%의 지분을 챙겨가려는 거, 너무 양심 없는 짓 아니에요? 제가 말해주는데 강씨 가문에서 챙겨가야 할 부분은 저희 남씨 가문의 손에 있어요. 매년 2천만 원을 챙겨드리는 것도 충분히 체면을 세워 드린 거라고요. 무슨 불만이 있으면 얼마든지 고소해도 좋아요. 사건이 커지면 누가 더 창피해질지 어디 지켜보자고요.”남윤지의 표정은 더욱더 날카로워졌다.“그래요? 저희 강씨 가문의 이익을 남씨 가문에서 가져갔다고요?”강서연은 화내는 대신 오히려 피식 웃었다.“그러면 그동안 저희를 위해 돈을 저축해 준 것에 감사드려야겠네요. 매년 10% 이자 기준으로 돌려받을게요. 그동안 남씨 가문에서 얼마를 챙겨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부 다 10%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받아야겠어요. 일주일의 시간을 드릴 테니 한 푼도 빠짐없이 돌려주길 바랄게요. 남씨 가문이 얼마나 잘나가는데 그깟 돈은 필요 없지 않을까요? 고소해서 창피를 당하는 것까지는 상관없지만 남씨 가문에서 다음 총독님 자리를 경쟁하고 싶어 한다면서요? 기본적인 신뢰도 없는 가문이 어떻게 총독님 자리를 탐낼 수 있죠? 이 일이 커지면 의원님들이 과연 남씨 가문에 투표할까요?”강서연은 아무 감정 없는 말로 바로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그만 해요! 강서연 씨, 여기서 그런 쓸데없는 말이나 하지 마요!”남윤지는 웃음을 거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말해주는데 그동안 옥루정의 이익은 저희 남씨 가문 것이지, 강씨 가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요! 괜히 그 돈을 탐내지도 마세요! 그리고 강씨 가문에서 가지고있는 그깟 지분으로는 옥루정을 관리할 자격조차 없다고요. 눈치가 있으면 강씨 가문 어르신께 나머지 30%의 지분마저 저희 남씨 가문에 넘기라고 하세요! 서로에게 좋은 일이잖아요.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옥루정 주인행세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오늘은 강 회장님의 체면을 봐서 이대로 넘어가는데 다음에 또 주인행세를 하면 그 입을
현장은 잠시 고요해지고 말았다.온화하기만 하던 강서연이 화를 내면 이렇게 무서울 줄은 아무도 몰랐다.남윤지는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그래요? 김 도련님을 모시는 날이었어요? 그러면 저분을 밖으로 쫓아내면 이 자리도 없어지겠네요?”말하는 사이, 남윤지는 웃으며 손뼉을 쳤다.이때, 건장한 경호원들이 살기를 뿜어내며 서서히 다가왔다.장병급! 이들은 장병급 실력자들이자 김현민이 특별히 남윤지 옆을 지키라고 보낸 사람들이었다.솔직히 말해서 강씨 가문과 남씨 가문 간의 원한은 그저 핑계일 뿐 오늘의 타깃은 김예훈이었다.동시에 김현민은 강준을 떠볼 생각도 있었다.진주·밀양 용문당 회장이 정말 김예훈의 편을 들어줄 것인지, 아니면 그저 쇼인지 보고 싶었다.“강서연 씨, 저들이 노리는 사람이 저라 제가 해결할게요.”계속해서 구경만 하던 김예훈이 드디어 일어섰다.그는 강서연 앞으로 다가가 눈앞에 서 있는 남윤지를 쳐다보았다.강서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예훈을 배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녀가 장병급 실력자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었기에 자연스레 김예훈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보면 강서연도 김예훈 때문에 이런 무고한 재앙을 겪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도련님...”김예훈이 앞으로 나서자, 아까까지만 해도 잘난 척하던 재벌 2세들과 강서연은 이사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강서연은 할아버지가 이런 남자를 소개해 준 것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을 정도로 연약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 순간 자신이 잘못 추측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남자를 소개해 준 이유는 정말 충분히 우수해서였다.그야말로 진정한 남자였기 때문이다.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재벌 2세들과 비교했을 때 김예훈은 그들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뛰어났다.“쉬세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남윤지에게 시선을 돌렸다.“저희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괴롭히러 온 거라면 저한테 뭐라 하시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
“강서연 씨, 언제부터 이런 충견을 데리고 다닌 거예요?”남윤지는 한껏 조롱의 말투였다.“진주·밀양 용문당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 밖에 있는 남자랑 만나는 거예요? 이 일이 알려지면 강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까 봐 두렵지도 않으세요?”오늘 밤 남윤지는 약 올리기 위해 찾아온 것이 맞았다. 게다가 옥루정이 그동안 벌어들인 몇조 원에 달하는 수익과 관련된 문제라 김현민의 힘을 빌려서 이 일을 확실히 끝내버리기로 했다.어차피 진주·밀양에서는 김현민과 맞설 사람이 없었기에 전혀 두려운 것도 없었다.강서연은 표정이 차갑긴 했지만 화를 내지 않고 김예훈을 예의주시했다.할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보고 싶었다.“남윤지 씨, 지금은 법 치사회인 것에 고마워해야 할 거예요. 아니면 진작에 시체로 변해버렸을 거예요.”김예훈은 남윤지의 말을 무시한 채 자기 할 말만 했다.“그런데 일단 사과하셔야겠어요. 강서연 씨의 용서까지 받아야 없던 일로 해드릴 텐데 용서받지 못하면 오늘은 식사 못할 줄 아세요. 평생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도 있어요.”김예훈은 남윤지가 김현민의 사람이라 자신을 겨냥한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예의 차릴 생각이 없었다.김예훈의 목소리에서 비록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김예훈 씨, 지금 저를 협박하는 거예요?”김예훈을 쳐다보고 있던 남윤지는 강서연을 향해 콧방귀를 뀌었다.“강서연 씨, 강씨 가문, 그리고 진주·밀양 용문당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능해진 거예요? 어떻게 외부인의 힘을 빌어 체면을 되찾으려고 할수 있죠? 이제는 강서연 씨가 밖에서 만나는 남자가 아니라고 해도 못 믿겠어요. 하긴, 강서연 씨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어르신께서 오늘 나서서 구해주지도 않았겠죠.”남윤지는 갑자기 모든 것이 이해되는 기분이었다.원래는 김예훈이 겁 없는 사람이고, 강준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강서연의 태도를 보니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다.강준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는 이
“악!”얼굴을 감싼 채 저 멀리 날아간 남윤지는 문에 부딪혀 고통스러운 나머지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아름다운 얼굴에 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이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충격과 놀라움이 가득했다.심지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비록 김예훈이 진세은, 나오토, 류서우를 짓밟아 버린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절대 자신마저 짓밟아 버릴 줄 몰랐다.그 사람들은 그저 김현민과 얽혀있는 사이였지 자신처럼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심지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라고 소문까지 났는데 말이다.진주에서는 4대 명문가 수장, 홍성파, 그리고 남양파의 우두머리라고 해도 그녀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아무도 그녀에게 손댈 사람이 없는데 예상 밖에도 김예훈은 정말 만만찮은 사람이었다.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모든 체면을 잃게 만들었으니 말이다.“이게 뭐야.”“이럴 수가.”“감히 남윤지 씨를 때려?”손다미 등은 하나같이 정신이 황홀해지고 어안이 벙벙했다.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전혀 믿을 수가 없었고 이 결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뺨 한 대로 십몇 미터 날려 보냈다고? 이게 꿈이야! 생시야.’손다미는 심지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주우섭을 포함한 재벌 2세들과 강서연의 여자친구들도 입이 떡 벌어진 채 오랫동안 다물지도 못했다.오직 강서연만은 멈칫도 잠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남윤지 같은 사람도 거리낌이 없이 때리는 걸 보니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네.’남윤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힘겹게 일어서서 손다미 등을 밀쳐내고 김예훈을 향해 삿대질했다.“김예훈, 지금 날 때렸어?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나를 때렸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 내가 말해주는데, 너는 이제 죽었어. 너는 물론 너의 온 가족들도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야. 너희 집에서 기르는 개조차도 말이야.”이 순간 남윤지는 분노로 가득 차서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김예훈은
남윤지는 더 이상 단아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이순간 그녀는 마치 욕설을 퍼붓는 아줌마처럼 김예훈을 죽여버릴 생각만 하고있었다.남윤지의 명령하에 김현민이 붙여준 장병급 실력을 갖춘 경호원들이 하나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김예훈에게 달려들었다.총 네명의 이들은 순식간에 김예훈을 포위하게 되었다.누구는 김예훈의 손을 묶어버리고, 누구는 김예훈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으며 누구는 김예훈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호흡이 척척 맞는 이들은 공격할 때 그야말로 무자비했다.일단 공격이 먹히면 무신 급 실력자라도 피를 토해내야 했다.어찌나 호흡이 잘 맞는지 섬라국의 3대 마승이 생각날 정도였다.오랜 세월 동안 서로 호흡을 맞춘 덕분에 이미 무신 급 실력자와 맞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우섭 등은 하나같이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김현민 도련님의 수하인 장씨 가문의 4형제잖아!”“인도에서 전역한 장병급 실력자로서 실력이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어!”“리카 제국 맹수 부대를 상대로도 절대 지지 않고 인도를 지켜냈다고 하잖아!”“저런 사람들을 상대로 과연 이길 수 있을까?”“진주·밀양에서는 홍성파 우두머리, 그리고 용문당 회장 정도 되어야 맞설 수 있지 않을까?”김현민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 재벌 2세들은 장씨 가문 4형제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알고 있었기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죽든 말든 별로 상관은 없었지만 남윤지가 화난 나머지 복수할 경우, 자기들도 연루될까 봐 두려웠다.이런 생각에 주우섭을 포함한 재벌 2세들은 여전히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얼굴이 돼지머리처럼 부어오른 손다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제 죽었어! 남윤지 씨랑 맞서 싸우는 사람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어!”남윤지 뒤에 서 있던 남녀들은 팔짱을 낀 채 김예훈의 결말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아무 이유 없이 상류 인사들을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큰지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그런데 다음 순간,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아까 분명 말씀드렸는데 잘 못 들으셨다면 다시 한번 말할게요. 이 관은 당주님이 미야다 신노스케라는 사랑이랑 사용하세요. 당주님 같은 매국노는 일본 주인과 함께 누울 수 있는 것이 가문의 자랑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너!”김예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선재 스님을 쳐다보았다.“성녀님이 직접 와도 내 앞에서는 아무런 체면도 없는데 네까짓 게 뭐라고. 김현민 시중이나 잘 들어. 여긴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니까 썩 꺼져.”“이 자식이!”백옥처럼 순전 무결하다고 소문난 선재 스님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김현민과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건 맞지만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김예훈, 내 명예를 훼손한 것도 모자라 김현민 도련님의 이미지마저 망치려고? 죽고 싶어? 전화 한 통이면 네가 바짝 엎드려야 하는 거 몰라?”“그렇게 대단해?”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럼 전화해 봐. 과연 나를 바짝 엎드리게 할수 있는지 보게.”“너...”선재 스님은 부들부들 떨면서 핸드폰을 꺼내 성녀의 번호를 누르려 했지만 이깟 일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꾸중을 들을까 두려웠다.“왜. 못하겠어?”김예훈은 덤덤하기만 했다.“겁이 나서 못 할 거면 꺼져. 넌 내 앞에서 거들먹거릴 자격도 없어.”“너!”선재 스님은 여전히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바로 이때, 도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나타나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 그렇게 화내실 필요가 뭐가 있어요. 기껏해야 저희 무술의 성지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 하층 인물인 것 같은데. 저 육민준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이런 자기 주제를 모르는 놈이에요. 손을 대봤자 제 손만 더러워지니까요. 그런데 선재 스님을 위해서라면 제가 기꺼이 본때를 보여드리죠.”이 모습에 육민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육민준 도련님, 이런 하층 인물은 반드시 혼내줘야 정신을 차려요.”“감히 우리 무술의 성지를 무시하다니. 죽고 싶어?”“육민준 도련님, 절대 봐주지 마세요. 저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선재 스님을 쳐다보았다.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그녀가 이번에 나타난 것은 김현민이 시킨 짓인 것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은 각 무술 성지의 대표인 것 같았다.이들은 단순히 관전하러 온 것이 아니라 심판 역할까지 하려고 했다.그래서 김예훈도 별로 좋지 않은 태도로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당주님이 관을 가져와서 저희 온 가족은 물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마저 관에 처넣겠다고 하는데 제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요? 아예 머리까지 박으라고 하시죠?”“그거랑 그거랑 어떻게 같을 수가 있어. 네가 일본인을 건드려서 검신이 복수하러 오는 거 아니야. 당주님은 네가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걸 봐서 특별히 좋은 목재로 관까지 만들어줬는데 감사한 줄도 모르고 뭐하는 짓이야. 대한민국은 너같이 무례한 사람이 많아서 수준 낮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선재 스님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때 타케이 나오토의 온 가족을 죽일 때는 오늘이 다가올 줄 몰랐어? 네가 뭔데. 경기도 김 세자? 용문당 회장? 웃기지 마. 그깟 실력으로 일본인을 건드리다니. 야마구치파 검신이 온다고 했으니 넌 이제 죽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미야다 신노스케가 정말 제 상대가 될 거로 생각하세요?”“뭐라고?”선재 스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김예훈, 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 미야다 신노스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해? 말도 안 돼. 내가 말해주는데, 미야다 신노스케의 공격을 한 번만이라도 피할 수 있으면 내가 무릎을 꿇을게. 자신감 있는 건 좋은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자신을 해칠 수도 있어.”선재 스님은 한껏 가소로운 표정으로 전에 김예훈 때문에 겪었던 수치심을 거리낌 없이 되갚아 주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를 죽게.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큰코다칠 거야.”선재 스님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번에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관전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김예훈은 물론 진주·
용태웅의 손짓에 뒤에 있던 집법부대 제자들이 차량 뒷좌석에서 관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김예훈, 잘 봐. 이건 내가 너를 위해 직접 제작한 관이야.”용태웅은 한껏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네가 죽으면 내가 직접 관에 넣어서 경기도와 부산을 다녀올 거야. 너의 아내를 포함한 온 가족도 죽여서 안에 넣으려고. 너의 조상님 무덤까지 파내서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와 함께 파묻을 거야. 걱정하지 마. 다음 생에 다시 환생할 수 있게 풍수 좋은 곳에 묻어줄 테니까. 하하하하. 네가 감히 나 용태웅의 아들을 죽여?”이 순간 용태웅은 이미 감정조절이 안 되어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다.용태웅이 이 정도로 화내는 것을 처음 본 집법부대 제자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김예훈은 차를 한 잔 따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오늘 돌아가실 필요가 없겠네요. 오늘 이 관에 매국노인 당주님과 일본 검신이라는 사람을 같이 묻으면 되겠네요. 이런 대우에 만족하실 거라고 믿어요.”김예훈은 찻잔을 들어 천천히 향을 음미했다.“이런 제기랄! 감히 우리 당주님께 무슨 말버릇이야. 누가 너한테 이런 용기를 준거냐고.”바로 이때, 벤츠 G클래스 몇 대가 도관 앞에 멈추더니 한 무리의 남녀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심상찮은 포스를 풍겼다.이들은 다른 재벌 2세와는 다르게 뒤를 따르는 보디가드가 없었고, 세상을 많이 경험해 본 것처럼 허리춤에 보석이 박힌 총과 검을 지니고 있었다.가장 앞장서있는 여자는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고 있어 가느다란 허리라인이 돋보였다.이 사람은 바로 경기도 무술의 성지인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이었다.이번에는 선재 스님이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온 것이다.그녀는 돌계단 위로 올라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김예훈, 전에 허씨 가문에서 네가 귀신 놀이를 할 때도, 오륜 사찰 경매회에서 제멋대로 행동할 때도 우리 성녀님께서 대인배라 가만히 있었는데 어떻게 용문당 집법부대 용태웅 당주님께 무례를 범할 수 있어. 위아래도 없이. 명령하는데 지금 당장 무릎
“당주님, 어떻게 죽고 싶으세요?”김예훈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주위 온도가 갑자기 뚝 떨어지면서 으스스해지기 시작했다.“이런 제기랄! 당주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감히 당주님 앞에서 거들먹거려? 죽고 싶어?”“전체 용문당에서 우리 당주님이 나라를 사랑하는 충신인 거 모르는 사람이 없을거야.”“당주님께 누명을 뒤집어씌우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한 무리의 용문당 집법부대 정예 부하들은 격노하며 김예훈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집법부대가 생기고부터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항상 그들이었는데 오늘 김예훈이 되려 용태웅에게 뒤집어씌울 줄 몰랐다.부하들은 이대로 참을 수가 없었다.“김예훈, 대단한데? 조금 실력을 갖춘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장난 아닌데?”용태웅은 혈압이 솟아오르는 느낌이었지만 애써 진정해 보려고 했다.“그런데 그래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거야. 네가 일본 야마구치파의 귀인을 잔인하게 살해해서 검신 미야다 신노스케가 이미 진주에 도착했어. 너를 산산조각 내버릴 거라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직접 찾아와서 제가 힘을 아낄 수 있을것 같네요. 직접 일본까지 가서 죽이기에는 시간과 돈이 아까웠는데 어떻게 보면 당주님이 좋은 일을 하신 거나 다름없네요.”“너!”용태웅은 김예훈의 거만한 말투에 천불이 났다.이때 용태웅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김예훈, 어디 계속해 봐. 곧 일본 무신, 야마구치파 검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테니까. 오늘 너는 반드시 죽을 운명이야. 그래도 죽지 않으면 내가 직접 용문당 집법부대를 대표해서 너를 산산조각 내버릴 거야.”용태웅은 눈에 실핏줄이 가득했다. 화면을 통해 직접 아들이 김예훈에게 총 맞아 죽는 모습을 목격했기에 마음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까지 손쓰지 않은 이유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용태웅은 김예훈이 미야다 신노스케의 손에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만약 김예훈이 미야다 신노스케마저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이라고 해도 지쳤을
다음 날 오후 두 시. 김예훈은 진주 용문당 도관에 나타났다.아마도 모든 사람이 오늘 용태웅이 진주에 오는 이유를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전체 용문당 도관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청소 아줌마조차 보이지 않았다.김예훈은 혼자서 도관 뒷산에 있는 정자에 앉아 평온한 표정으로 차를 마셨다.곧 맞이할 것은 폭풍우가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광대인 것처럼 말이다.김예훈 외로 현장에는 추문성과 류서우도 있었다.이대로 죽으면 안 되는 류서우는 어젯밤 제때 치료를 받아 지금은 휠체어에 힘없이 앉아있었다.이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했다.“김예훈, 소용없어. 오늘 당주님께서 오시면 너는 끝장이야. 게다가 일본 야마구치파 검신인 미야다 신노스케도 같이 올 거라고.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진정한 무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거야. 그러게 누가 자꾸 야마구치파를 건드리라고 했어. 너같이 오만방자한 사람의 결말은 딱봐도 뻔한 거지. 하하하!”류서우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그녀는 어제 김예훈 손에 끔찍하게 죽은 용천수를 떠올리며 머릿속에 이미 자신의 운명이 그려졌다.김예훈이 죽든 말든 류서우는 반드시 용천수를 따라가야 했다.그래서 지금 류서우는 자기 죽음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김예훈이 사지가 찢겨 가루가 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김예훈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덤덤하게 말했다.“류서우, 기대할 만할 거야. 과연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깟 일본의 검신을 숭배해. 정말 정신이 아니네.”추문성이 류서우의 뺨을 때리는 바람에 그녀는 이가 몇 대 날아갔다.추문성은 김예훈의 평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류서우가 개처럼 짖는 것을 두고볼수 없었다.차 한 주전자를 다 마신 김예훈은 이윽고 저 멀리 용문당 도관 입구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차 문이 열리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 용태웅이 정예부대를 이끌고 나타났다.한 무리의 사람은 아주 빠른 속도로 용문당 도관 뒷산에
“김 도련님의 신분을 봤을 때 이 양패쪽이 마음에 안 들 수도,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자그마한 제 성의를 받아주시기를 바랄게요. 아니면 편히 잠을 잘 수 없을것 같아서 그래요.”양상철은 진지한 표정으로 정중히 양패쪽을 김예훈의 손에 쥐어주었다.아까의 대화를 듣고, 또 양패쪽을 본 신유림 일행은 모두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이들은 양상철이 양패쪽을 내어줄 정도로 이 사기꾼 같은 놈을 신뢰할 줄 몰랐다.이 양패쪽만 있으면 이제 김예훈이 동남 해역에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김예훈도 양상철이 이 정도로 체면을 세워줄 줄 몰랐는지 멈칫하고 말았다.그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어르신, 이렇게 귀중한 물건을 받을 수 없어요.”김예훈은 이 패쪽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신으로 불리는 양상철은 전체 동남 해역에서 적수가 없는 존재로 알려졌다.남양국으로 돌아가는 순간 아마도 전체 동남 해역에서 남양국을 우러러볼 것이다.그때되면 이 패쪽이 대표하는 의미는 지금과 천차만별이었다.김예훈은 이 패쪽을 가지고 있어도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 물건을 양유선에게 주는 것은 김예훈에게 주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었다.김예훈의 말에 양유선은 멈칫하더니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진주와 밀양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김현민은 그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이 패쪽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값으로도 매길 수 없는 이 패쪽을 거절한다고? 정말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네.’김예훈은 정중히 패쪽을 돌려주며 웃으며 말했다.“정말 괜찮아요. 어르신께서 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면 기회가 될 때 술이나 사주세요.”“술은 술이고 선물은 선물이죠.”양상철은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계속 거절했다가 이 노인네가 화가 나서 잘못되면 어쩌려고요. 뭐, 이걸 원하지 않는다면 제 손녀딸을 드릴게요. 제 손녀사위가 되어준다면 이걸 안 받아도 괜찮아요. 어때요? 제 손녀사위가 되어준
“하하하. 극야한독을 제거해 주셨는데 다른 건 어려운 일도 아니죠. 진주 10대 명의가 제 친구인데 몸조리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침대에서 거의 10년을 보낸 양상철은 전성기 시절로 돌아와 기쁘지 않을수 없었다.“할아버지, 김 도련님께서 아까 할아버지를 구하다가 신유림 총에 맞아 죽을 뻔했어요.”양유선은 힘겹게 일어나 기쁜 마음으로 양상철을 부축하면서 고자질했다.신유림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변명하고 싶었지만 차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숨이 간당간당한 양상철을 상대로 아무 말이나 막 해도 이제 전성기 시절로 돌아온 그를 미치지 않고서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김 도련님,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양상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젊어서 잘나갈 때는 친구들도 많았었는데 몰락하니까 어떤 사람들인지 알겠더라고요. 이번에 김 도련님의 도움을 받았는데 누가 뭐래도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보려고요.”양상철은 양유선에게 손짓하면서 말했다.“내 물건 가져와 봐.”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저도 아무런 사심도 없이 구해드린 건 아니니까 감사해할 필요 없어요.”양상철이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솔직하시네요. 이거라도 드리지 않으면 제 마음이 안 내려갈 것 같아서 그래요.”양유선은 기쁜 마음에 안방에 가서 낡은 상자를 꺼내 양상철 앞에 가져왔다.이어 양유선은 김예훈을 향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김 도련님, 저희 할아버지를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이건 저를, 그리고 전체 양씨 가문을 구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제부터 저 양유선은 김 도련님의 사람이에요. 누군가 김 도련님을 해치려고 한다면 제 시체부터 밟고 가야 할 거예요.”김예훈은 시종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양 수장님, 그저 지나가다가 우연히 도움을 드렸을 뿐이에요. 앞으로 진주·밀양에서 만날 일도 많을 텐데 돈 벌 기회가 있으면 같이 벌고, 무슨 일이 생겨도 다같이 감당하면 될 거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안 괜찮다면 안 괜찮은 거고, 병신이라면 병신인 거야. 오늘은 내가 하는 말이 곧 법이라고!”신유림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정상으로 돌아온 양상철에게 가까이했다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양상철 체내에 있던 극야한독이 정말 완전히 제거될 줄 몰랐다.‘이 김예훈이라는 사기꾼놈이 정말 그렇게 대단한 놈인가?’이 생각이 들자 신유림의 눈빛은 오직 살기로 가득했다.양상철이 병신이 되는 것은 자기 이익에 부합되는 일이라 상관없었지만 그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렇게 되면 신유림은 반드시 죽어야만 했다.그리고 남양국도 다시 양상철이 지배하던 시절로 돌아갈 것이기에 신씨 가문에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멈춰!”신유림이 방아쇠를 당기려던 순간, 김예훈은 신씨 가문 경호원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내고는 곧바로 달려왔다.하지만 신유림은 가소로운 눈빛을 하고서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피융!방아쇠가 당겨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내내 눈을 감고 있던 양상철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퍽!총알은 그대로 양상철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고.“신유림, 지금 뭐하는 거야.”이순간 양상철은 여전히 허약해 보였지만 온몸에서 말할 수 없는 기운을 뿜어냈다.총을 쏜 신유림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더니 결국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는 두려운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스승님...”양상철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착한 제자. 나한테 총을 쏜 건 무슨 뜻이지? 나를 죽이려고?”“그... 그게 아니라... 스승님, 오해예요.”아까까지만 해도 여왕처럼 행동하던 신유림은 양상철 앞에서 한없이 작아 보였다.양상철의 차가운 시선에 그녀는 아예 무릎부터 꿇었다.이와 동시에 신씨 가문의 경호원들과 하영이라는 부하도 전부 다 무릎을 꿇었다.위압감을 느낀 이들은 눈코입귀에서 피를 흘리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신유림 일행 기세를 전부 꺾어버릴 정도였다.그래
딱.신유림이 손가락을 튕기자 열몇 명의 신씨 가문 경호원들이 밖에서 달려 들어왔다.이들은 흑아프리카인이 아니라 남양인이었고, 하나같이 왼손에 총을 들고 오른손에 검을 든 채 무섭게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다.곧이어 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김예훈을 둘러싸더니 공격에 서두르지 않고 주위를 맴돌았다.김예훈은 신유림이 뭘 하려는지 몰라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이때 신유림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실력이 꽤 괜찮던데 잘 지켜봐. 움직이는 순간 양유선을 죽여버려. 이 둘 사이가 심상치 않아 보이니까.”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만약 신유림이 양유선을 죽여버린다면 오늘 한 모든 짓이 전부 의미 없어지게 된다.김예훈이 직접 양유선을 구하려고 할 때, 신유림은 김예훈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양상철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양유선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신유림, 도대체 뭘 어쩌려고.”“내가 뭘 어쩌겠어.”신유림은 콧방귀를 뀌었다.“당연히 우리 스승님이 더이상 고통받지 않게 해주려는 거지. 너희 둘이 한때 남양 무신이었던 스승님을 괴롭히는 걸 가만히 두고볼수 없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내가 직접 보내드릴 거야.”신유림은 자기가 하는 말이 다 맞는 것처럼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은 표정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어르신 체내에 있던 극야한독은 내가 다 제거했어. 곧 회복해서 전성기였던 시절로 돌아갈 거라고. 어르신 실력으로 십 년 정도는 거뜬히 사실 거야. 그러니까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거야.”“함부로 해?”신유림은 콧방귀를 뀌면서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다.“진주 10대 명의와 신의 손도 해결할 수 없는거를 너 같은 사기꾼놈이 어떻게 해결했다는 거야. 허세를 부리는 거로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었다면 난 세계 대통령이 감이야.”신유림은 김예훈을 비웃으며 총알을 장전한 총을 스카프로 닦으면서 살기가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었다.양유선이 아연실색하며 말했다.“신유림, 너의 스승님한테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