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선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진지하게 물었다.“도대체 누가 할아버지한테 독을 탔을까요?”“그게...”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이 극야한독은 복용해야 체내에 흡수될 수 있는데 아마도 음식이나 마시는 물에 탔을 수 있어요. 저는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께서는 짐작 가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김예훈의 확고한 말투에 양유선은 멈칫하더니 이내 그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챈 눈치였다.독을 탄 사람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고, 또 양상철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일지도 몰랐다.이런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찾자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가족이 독을 탔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양씨 가문 내부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바로 이때, 양상철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말 못 할 고통을 참으면서 얼굴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마치 언젠가 숨을 거둘 것만 같이 말이다.“지금 독이 심장을 공격하고 있어요!”김예훈은 양상철이 체내에 있는 독을 억누르지 못할 줄 몰랐는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아마도 독은 탄 사람이 누군지 짐작이 가는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그만 정신을 놔버린 것이 분명했다.“할아버지! 빨리 저희 할아버지를 구해주세요!”당황한 양유선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당황하지 마세요. 제가 확인해 볼게요.”김예훈은 피가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양상철의 가슴에 있는 혈을 눌렀다.이어 메스로 왼쪽 손에 있는 혈을 찌르자, 검은 피가 상처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검은 피가 다 흐를 때까지 기다려서야 양유선더러 상처를 감싸라고 했다.이때, 부들부들 떨던 양상철은 그제야 안정을 취하기 시작했다.흐릿한 정신도 말짱해지는 느낌이었다.정상으로 돌아온 양상철은 믿기지 않는지 두 손을 들었다.비록 두 손에는 거즈가 감겨있었지만, 여전히 지금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웠다.“지금 내가 손을 움직일 수 있는 거야?”“할아버지!”양유선 역시 흠칫하더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 이
두 사람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욕심 많은 사람으로 보여요? 제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아직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아니라 어르신 체내에 있는 독성은 당분간 빼내기 어려워서예요. 기생충처럼 체내에 너무 오래 머물러있어서 뿌리까지 뽑으려면 원만한 방법으로는 안 될 거예요. 다행히 어르신도 고수라 아직 희망이 보여요.”“김 도련님 뜻은...”양상철은 짐작 가는 것이 있는지 혹시나하는 마음에 물었다.“어르신께서는 지옥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할수도 있어요. 독성이 자기 마음대로 발작할 수 있도록 내버려 뒀다가 극치에 달했을 때 단김에 뽑아버리는 것이 가장 깔끔할 수 있어요.”“독성이 발작하게 내버려 둔다고요?’양유선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그러다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거 아니에요?”“맞아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지옥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할수도 있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지금 상황에서는 독을 말끔히 빼내는 건 불가능해요. 아까는 그저 잠시 독성을 억누른 것이라 말끔히 치료되었다고 할수 없어요. 기껏해 열흘에서 보름 정도 효과 볼 수 있는데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요. 유일한 방법은 독성이 발작하게 내버려 뒀다가 한 번에 말끔히 뽑아버리는 거예요. 비록 리스크가 크지만,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해요.”양유선은 불안한 표정이었다.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러다 할아버지를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양상철이 양유선을 말리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도련님,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50퍼센트요.”이 말에 양유선은 표정이 창백해지고 말았다.“50퍼센트뿐이라고요?”양유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양상철이 먼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50퍼센트요? 김 도련님께서는 정말 대단한 분이셨네요. 저는 기껏해 30퍼센트라고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독성이 강하고, 시간이 오래된 독극물일수록 좋아요. 이로써 어르신 체내에 있는 극야한독을 유인해 내는 거예요.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거죠.”“독으로 독을 물리친다...”양유선은 표정이 변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알겠어요. 김 도련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최대한 빨리 찾아볼게요.”양상철도 처방전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유선아, 김 도련님께서 이런 처방전까지 보여주는 걸 보면 정말 우리가 편해졌나 봐. 어차피 하늘의 뜻을 따라야 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절대 김 도련님을 탓해서는 안 돼. 알겠지? 김 도련님, 얼마든지 시도해 보세요. 제가 잘 감당해 볼게요.”“저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어르신, 극야한독이 철저히 발작하는 7일 동안 죽기보다도 못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예요. 어르신께서는 무술 고수라 충분히 버틸 수 있겠죠?”양상철은 실성하고 말았다.“이 지경이 되니 감각을 잃는 것이 가장 두렵더라고요. 식물인간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고통을 느껴야 그래도 살아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김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일주일 동안 잘 버텨볼 테니 7일 뒤에 만나요.”김예훈은 또 몇 마디 부탁하고는 양유선과 함께 이곳을 떠났다.양유선은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준비 물품을 준비하라고 하고는 뒤돌아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도련님, 감사해요. 대립 구도에 서 있던 저를 도와주셔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어차피 저희 둘 사이의 거래라 최선을 다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앞으로 일주일 동안 밑에 있는 남양인들을 잘 단속하기를 바랄게요. 제가 죽어버리면 어르신도 끝장이에요.”“걱정하지 마세요.”양유선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남양인 중에 아무도 김 도련님을 해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남양인이 아니더라도 절대 김 도련님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이제부터 김 도련님을 건드리는 사람은 저 양유선을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 시체를 짓밟
“얼른 서둘러. 타케이 도련님께서 기다리고 있어.”“쯧쯧쯧. 역시 대한민국 여자들은 예쁘게 생겼어. 타케이 도련님마저 한눈에 반해서 어떻게든 데려오라고 하잖아.”우두머리 남성의 옷에는 유우토라는 이름이 박혀있었다.그는 음흉한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었다.“역시 진주에 오기 잘했어!”그러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녀의 몸을 더듬거렸다.제정신이 아닌 듯한 소녀는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발버둥 쳤다.하지만 머리카락이 가리고 있어 얼굴을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그녀가 이곳 무법지대의 술집 여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어 망설이고 있었다.만약 소녀가 스스러 이러고 있는 거라면 도와줬다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되기 일쑤였다.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김예훈은 본능적으로 일본 남자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 일본 남자들은 뭔가 목적을 달성한 듯한 뿌듯함에 빠져있었고, 소녀는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살짝 취한 상태라 힘이 센 일본 남자들을 밀쳐내지 못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갑자기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말았다.소녀가 머리를 드는 순간 얼굴을 확인했더니 허씨 가문 다섯째인 허유주인 것이다.이런 곳에서, 그리고 이런 상태로 그녀를 만날 줄 몰랐다.가끔 이런 일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직접 겪는 일이라 의아하기만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허유주와의 원한을 뿌리치고 본능적으로 뒤돌아 유우토의 멱살을 잡으면서 말했다.“잠깐만!”일본인들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런 제기랄!”유우토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이거 놓고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죽여버릴 거니까.”김예훈 역시 냉랭하게 말했다.“내 친구야. 함부로 데려갈 수 없어.”바로 이때, 김예훈은 허유주의 몸에서 이상한 향기를 맡게 되었다.코끝을 자극하는 이 냄새는 머리마저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김예훈은 바로 허유주가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셨다는 것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말했다.“아무리 무법지대 사람들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야? 양심도 없어? 일본인이 우리 대한민국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데 막을지언정 지금 돕고 있는 거야? 그러고도 남자야?”“해쳐?”유우토가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우리 타케이 도련님을 모시는 거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해! 우리 고귀한 일본 남자를 모실 수 있는 걸 보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지. 그런데 어떻게 해친다고 말할 수 있어? 내가 일본인이라는 신분을 밝히면 얼마나 많은 여자가 내 품에 안기지 못해 안달인지 알아?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세상은 원래 이런 거야. 강자가 살아남는 법이거든. 비쩍 마른 놈이 여자를 만나보기나 했어? 그 주제에 보호해 주려고?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정말 죽여버릴 거니까!”거만하기 그지없는 이 유우토라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진주에서 종횡무진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이런 말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김예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말했다.“그 손 놓으라고. 내 말 안 들려? 굳이 내가 본때를 보여줘야겠어?”“하하. 우리 구역에서 어떻게 좀 해보려고?”건달들 눈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우리가 누군지나 알아? 우리는 홍성파 사람들이라고! 진주·밀양에서는 우리 홍성파가 일등이야! 온 가족이 죽는 꼴을 보고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유우토한테 사과해. 아니면 곧 죽게 될 거니까.”유우토는 술 냄새를 풍기면서 가소로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봤어?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너랑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 너를 죽여버릴 거라고.”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결국엔 이 여자를 안 놔주겠다?”“우리 타케이 도련님께서 아직 즐기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놔줘.”유우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이 너의 와이프거나 여동생이라고 해도 오늘 저녁에는 타케이 도련님을 모셔야 할 거야. 네가 아무
퍽! 퍽! 퍽!전혀 봐 줄 생각이 없는 김예훈은 바로 발을 뻗었다. 그러자 상대방이 하나둘씩 저 멀리 날아가 다리가 부러진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이때 홍성파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비수를 들고 덮쳐왔다.빠직!하지만 김예훈에게 닿기도 전에 멱살이 잡혀 그대로 공중에 들리고 말았다.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우리 홍성파가 진주에서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 날 건드리기만 하면 홍성파에서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홍성파가 대단해서 김예훈이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빠직!김예훈이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에 힘을 싣자 목이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자신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보디가드와 몇몇 홍성파 건달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을 본 유우토는 허유주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우리 일본인을 건드리는 거 보니 대단한데? 그런데 여기서 거들먹거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유우토는 갑자기 검을 들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덮쳤다.김예훈이 아무렇지않게 가만히 있자 유우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웃기는 놈이네. 좀 실력이 있다고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나 봐? 그 주제에 미인을 구출해 보려고? 유치하긴!”유우토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여전히 거들먹거리고 있었다.“천하무적인 우리 일본인 앞에서는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랑 맞서는 순간 하느님도 너를 구하지 못한다고. 일단 너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 타케이 도련님께서 너희 대한민국 여자를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한번 구경시켜 주려고. 우리는 이러는 거 제일 좋아하거든.”유우토는 실실 웃으면서 다시 허유주의 머리끄덩이를 잡으려고 했다.퍽!하지만 허유주에게 손이 닿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그의 등을 발로 차버렸다.유우토는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빠직!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몇 대 빠진 그는 똥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넌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유우토가 힘겹게 고개를 돌
김예훈이 룸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부근에 있던 진주·밀양 용전 제자들이 나타나 이 일본인들을 구속했다.추하린은 허유주의 위를 세척 할수 있게 의사 선생님도 보내왔다.술을 마셨다면 이 정도로 취하진 않았을 것이다.몽롱한 상태를 보면 누가 음료수에 약을 탄 것이 틀림없었다.의사 선생님의 기술이 좋아 얼마 지나지 않아 허유주의 얼굴이 평온해지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체온도 가라앉기 시작했다.허유주한테 생수 한 통을 다 먹여서야 서서히 눈을 뜨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허유주는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누구야! 지금 뭐하는 거야! 나한테 손대지 마! 우리 아빠는 도박왕 허순재라고! 나를 건드린 순간 우리 아빠가 너를 죽여버릴 거야!”허유주는 목 놓아 울부짖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유주, 흥분하지 마. 나 김예훈이야. 너를 해치지 않아.”“김예훈?”그제야 정신을 차린 허유주는 김예훈을 확인한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나한테 약을 먹여? 우리 아빠한테 다 말할 거야. 꼭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쨕!김예훈이 갑자기 뺨을 때리는 바람에 허유주는 멍하니 넋이 나가고 말았다.“정신이 좀 들어? 이제는 제대로 말할 수 있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을 닦으면서 허유주를 전혀 안쓰러워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물어? 나한테 대신 덤터기를 씌우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이나 해봤어?”허유주는 붉으락푸르락하더니 그제야 제대로 정신을 차렸는지 일본인들을 힐끔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김예훈... 네가 살 살린 거야?”“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무언갈 바라고 살려준 건 아니지만 억울하게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우연히 지나가다가 네가 강제로 끌려온 거 같아서 살려준 거야.”김예훈은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쳐다보았다.“그래도 도박왕님 딸인데 어떻게 유우토한
허유주의 설명에 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그저 도박왕의 딸이 막무가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허씨 가문의 일때문에 복수심을 안고 일본인한테 연락해서 나를 처리할 생각을 했다니. 그런데 사회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야. 일본인이 자기를 어떻게 할 줄 알고.’하지만 이로써 대립 구도에 서 있던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나중에 허씨 가문의 도움을 받으려면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유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네가 일본인한테 부탁해 나를 죽이라고 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 그런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길 바라.”“알았어.”허유주는 뻘쭘하기만 했다.“전에는 내가 너무 철없었어. 미안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구석에서 울부짖고 있는 일본인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아까 너를 구하면서 일본인 몇 명을 데려왔거든. 지금은 이 사람들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 기껏해 3분 내로 올 것 같은데 먼저 너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할까?”김예훈은 여유작작 차를 마시면서 허유주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허유주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절대 안 가! 날 살려줬는데 이대로 떠날 수는 없지. 아니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이 뭐가 돼. 그리고 우리 허씨 가문은 일본인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허유주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김예훈은 어느정도 성장한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이순간 허유주는 어제와 같은 말괄량이 소녀가 아니었다.여러 가지 일을 겪어봐야 성장한다는 말이 맞았다.“됐어. 사람 부를 필요 없어.”김예훈은 손을 툭툭 털면서 뒤에 서 있던 추문성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따 아가씨를 잘 부탁해. 털끝 하나 건드리게 하는 순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네!”추문성은 평온한 표정으로 전방을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한테 어떻게든 잘 보여야 했다....김예훈과 허유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양손이 부러진 홍성파 건달이 휘청거
진세은의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본 깡패는 입을 움찔거릴 뿐이다. 그는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오늘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결국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저희를 습격한 놈이 타케이 도련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를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기고만장하게 1번 룸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능력 있으면 어떻게 해보라고 하면서요. 그리고 유우토 씨도 허리가 부러진 채 생포 당하고 말았어요.”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저희가 너무 무능한 것이 아니라 그놈이 너무 기고만장했다니까요? 저희의 체면을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어요.”홍성파 사람들은 상대방이 만만찮은 사람인 것을 눈치챘는지 서로 눈치를 보았다.구룡성은 예전부터 무법지대라 난잡한 곳이었다.홍성파는 이 구역에서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있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홍성파 사람을 건드릴 사람이 없었다.그것도 모자라 홍성파의 귀한 손님인 유우토의 허리마저 부러뜨렸으니 죽으려고 환장한 거나 다름없었다.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김예훈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그리고 김예훈의 가족과 세력들도 모조리 파헤쳐질 운명이었다.홍성파 스타일을 보면 온 가족을 죽이겠다고 하면 무조건 죽일 사람들이었다.유우토의 허리가 부러졌다는 말에 표정이 차갑기만 하던 타케이가 갑자기 웃는 것이다.“우리 일본 야마구치파 사람이라는 건 말했어?”“네. 말했어요.”깡패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유우토 씨가 타케이 도련님의 사람이라는 것도 말했고, 저희 홍성파의 귀한 손님이라고 말해도 별로 소용이 없었어요. 일부러 시비 걸려고 찾아온 것 같았어요.”이 말에 타케이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의 신분을 봤을 때, 진주는 물론 전체 대한민국에서 그의 체면을 지켜주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야마구치파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제자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여기는 자기 구역이 아니라 남의 구역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짓밟을 수는 없었다.홍성파가 알아서 나서서
허유주의 설명에 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그저 도박왕의 딸이 막무가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허씨 가문의 일때문에 복수심을 안고 일본인한테 연락해서 나를 처리할 생각을 했다니. 그런데 사회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야. 일본인이 자기를 어떻게 할 줄 알고.’하지만 이로써 대립 구도에 서 있던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나중에 허씨 가문의 도움을 받으려면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유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네가 일본인한테 부탁해 나를 죽이라고 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 그런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길 바라.”“알았어.”허유주는 뻘쭘하기만 했다.“전에는 내가 너무 철없었어. 미안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구석에서 울부짖고 있는 일본인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아까 너를 구하면서 일본인 몇 명을 데려왔거든. 지금은 이 사람들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 기껏해 3분 내로 올 것 같은데 먼저 너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할까?”김예훈은 여유작작 차를 마시면서 허유주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허유주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절대 안 가! 날 살려줬는데 이대로 떠날 수는 없지. 아니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이 뭐가 돼. 그리고 우리 허씨 가문은 일본인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허유주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김예훈은 어느정도 성장한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이순간 허유주는 어제와 같은 말괄량이 소녀가 아니었다.여러 가지 일을 겪어봐야 성장한다는 말이 맞았다.“됐어. 사람 부를 필요 없어.”김예훈은 손을 툭툭 털면서 뒤에 서 있던 추문성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따 아가씨를 잘 부탁해. 털끝 하나 건드리게 하는 순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네!”추문성은 평온한 표정으로 전방을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한테 어떻게든 잘 보여야 했다....김예훈과 허유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양손이 부러진 홍성파 건달이 휘청거
김예훈이 룸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부근에 있던 진주·밀양 용전 제자들이 나타나 이 일본인들을 구속했다.추하린은 허유주의 위를 세척 할수 있게 의사 선생님도 보내왔다.술을 마셨다면 이 정도로 취하진 않았을 것이다.몽롱한 상태를 보면 누가 음료수에 약을 탄 것이 틀림없었다.의사 선생님의 기술이 좋아 얼마 지나지 않아 허유주의 얼굴이 평온해지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체온도 가라앉기 시작했다.허유주한테 생수 한 통을 다 먹여서야 서서히 눈을 뜨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허유주는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누구야! 지금 뭐하는 거야! 나한테 손대지 마! 우리 아빠는 도박왕 허순재라고! 나를 건드린 순간 우리 아빠가 너를 죽여버릴 거야!”허유주는 목 놓아 울부짖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유주, 흥분하지 마. 나 김예훈이야. 너를 해치지 않아.”“김예훈?”그제야 정신을 차린 허유주는 김예훈을 확인한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나한테 약을 먹여? 우리 아빠한테 다 말할 거야. 꼭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쨕!김예훈이 갑자기 뺨을 때리는 바람에 허유주는 멍하니 넋이 나가고 말았다.“정신이 좀 들어? 이제는 제대로 말할 수 있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을 닦으면서 허유주를 전혀 안쓰러워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물어? 나한테 대신 덤터기를 씌우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이나 해봤어?”허유주는 붉으락푸르락하더니 그제야 제대로 정신을 차렸는지 일본인들을 힐끔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김예훈... 네가 살 살린 거야?”“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무언갈 바라고 살려준 건 아니지만 억울하게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우연히 지나가다가 네가 강제로 끌려온 거 같아서 살려준 거야.”김예훈은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쳐다보았다.“그래도 도박왕님 딸인데 어떻게 유우토한
퍽! 퍽! 퍽!전혀 봐 줄 생각이 없는 김예훈은 바로 발을 뻗었다. 그러자 상대방이 하나둘씩 저 멀리 날아가 다리가 부러진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이때 홍성파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비수를 들고 덮쳐왔다.빠직!하지만 김예훈에게 닿기도 전에 멱살이 잡혀 그대로 공중에 들리고 말았다.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우리 홍성파가 진주에서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 날 건드리기만 하면 홍성파에서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홍성파가 대단해서 김예훈이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빠직!김예훈이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에 힘을 싣자 목이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자신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보디가드와 몇몇 홍성파 건달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을 본 유우토는 허유주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우리 일본인을 건드리는 거 보니 대단한데? 그런데 여기서 거들먹거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유우토는 갑자기 검을 들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덮쳤다.김예훈이 아무렇지않게 가만히 있자 유우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웃기는 놈이네. 좀 실력이 있다고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나 봐? 그 주제에 미인을 구출해 보려고? 유치하긴!”유우토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여전히 거들먹거리고 있었다.“천하무적인 우리 일본인 앞에서는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랑 맞서는 순간 하느님도 너를 구하지 못한다고. 일단 너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 타케이 도련님께서 너희 대한민국 여자를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한번 구경시켜 주려고. 우리는 이러는 거 제일 좋아하거든.”유우토는 실실 웃으면서 다시 허유주의 머리끄덩이를 잡으려고 했다.퍽!하지만 허유주에게 손이 닿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그의 등을 발로 차버렸다.유우토는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빠직!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몇 대 빠진 그는 똥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넌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유우토가 힘겹게 고개를 돌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말했다.“아무리 무법지대 사람들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야? 양심도 없어? 일본인이 우리 대한민국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데 막을지언정 지금 돕고 있는 거야? 그러고도 남자야?”“해쳐?”유우토가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우리 타케이 도련님을 모시는 거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해! 우리 고귀한 일본 남자를 모실 수 있는 걸 보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지. 그런데 어떻게 해친다고 말할 수 있어? 내가 일본인이라는 신분을 밝히면 얼마나 많은 여자가 내 품에 안기지 못해 안달인지 알아?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세상은 원래 이런 거야. 강자가 살아남는 법이거든. 비쩍 마른 놈이 여자를 만나보기나 했어? 그 주제에 보호해 주려고?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정말 죽여버릴 거니까!”거만하기 그지없는 이 유우토라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진주에서 종횡무진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이런 말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김예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말했다.“그 손 놓으라고. 내 말 안 들려? 굳이 내가 본때를 보여줘야겠어?”“하하. 우리 구역에서 어떻게 좀 해보려고?”건달들 눈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우리가 누군지나 알아? 우리는 홍성파 사람들이라고! 진주·밀양에서는 우리 홍성파가 일등이야! 온 가족이 죽는 꼴을 보고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유우토한테 사과해. 아니면 곧 죽게 될 거니까.”유우토는 술 냄새를 풍기면서 가소로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봤어?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너랑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 너를 죽여버릴 거라고.”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결국엔 이 여자를 안 놔주겠다?”“우리 타케이 도련님께서 아직 즐기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놔줘.”유우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이 너의 와이프거나 여동생이라고 해도 오늘 저녁에는 타케이 도련님을 모셔야 할 거야. 네가 아무
“얼른 서둘러. 타케이 도련님께서 기다리고 있어.”“쯧쯧쯧. 역시 대한민국 여자들은 예쁘게 생겼어. 타케이 도련님마저 한눈에 반해서 어떻게든 데려오라고 하잖아.”우두머리 남성의 옷에는 유우토라는 이름이 박혀있었다.그는 음흉한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었다.“역시 진주에 오기 잘했어!”그러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녀의 몸을 더듬거렸다.제정신이 아닌 듯한 소녀는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발버둥 쳤다.하지만 머리카락이 가리고 있어 얼굴을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그녀가 이곳 무법지대의 술집 여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어 망설이고 있었다.만약 소녀가 스스러 이러고 있는 거라면 도와줬다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되기 일쑤였다.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김예훈은 본능적으로 일본 남자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 일본 남자들은 뭔가 목적을 달성한 듯한 뿌듯함에 빠져있었고, 소녀는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살짝 취한 상태라 힘이 센 일본 남자들을 밀쳐내지 못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갑자기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말았다.소녀가 머리를 드는 순간 얼굴을 확인했더니 허씨 가문 다섯째인 허유주인 것이다.이런 곳에서, 그리고 이런 상태로 그녀를 만날 줄 몰랐다.가끔 이런 일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직접 겪는 일이라 의아하기만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허유주와의 원한을 뿌리치고 본능적으로 뒤돌아 유우토의 멱살을 잡으면서 말했다.“잠깐만!”일본인들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런 제기랄!”유우토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이거 놓고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죽여버릴 거니까.”김예훈 역시 냉랭하게 말했다.“내 친구야. 함부로 데려갈 수 없어.”바로 이때, 김예훈은 허유주의 몸에서 이상한 향기를 맡게 되었다.코끝을 자극하는 이 냄새는 머리마저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김예훈은 바로 허유주가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셨다는 것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독성이 강하고, 시간이 오래된 독극물일수록 좋아요. 이로써 어르신 체내에 있는 극야한독을 유인해 내는 거예요.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거죠.”“독으로 독을 물리친다...”양유선은 표정이 변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알겠어요. 김 도련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최대한 빨리 찾아볼게요.”양상철도 처방전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유선아, 김 도련님께서 이런 처방전까지 보여주는 걸 보면 정말 우리가 편해졌나 봐. 어차피 하늘의 뜻을 따라야 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절대 김 도련님을 탓해서는 안 돼. 알겠지? 김 도련님, 얼마든지 시도해 보세요. 제가 잘 감당해 볼게요.”“저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어르신, 극야한독이 철저히 발작하는 7일 동안 죽기보다도 못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예요. 어르신께서는 무술 고수라 충분히 버틸 수 있겠죠?”양상철은 실성하고 말았다.“이 지경이 되니 감각을 잃는 것이 가장 두렵더라고요. 식물인간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고통을 느껴야 그래도 살아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김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일주일 동안 잘 버텨볼 테니 7일 뒤에 만나요.”김예훈은 또 몇 마디 부탁하고는 양유선과 함께 이곳을 떠났다.양유선은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준비 물품을 준비하라고 하고는 뒤돌아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도련님, 감사해요. 대립 구도에 서 있던 저를 도와주셔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어차피 저희 둘 사이의 거래라 최선을 다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앞으로 일주일 동안 밑에 있는 남양인들을 잘 단속하기를 바랄게요. 제가 죽어버리면 어르신도 끝장이에요.”“걱정하지 마세요.”양유선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남양인 중에 아무도 김 도련님을 해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남양인이 아니더라도 절대 김 도련님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이제부터 김 도련님을 건드리는 사람은 저 양유선을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 시체를 짓밟
두 사람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욕심 많은 사람으로 보여요? 제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아직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아니라 어르신 체내에 있는 독성은 당분간 빼내기 어려워서예요. 기생충처럼 체내에 너무 오래 머물러있어서 뿌리까지 뽑으려면 원만한 방법으로는 안 될 거예요. 다행히 어르신도 고수라 아직 희망이 보여요.”“김 도련님 뜻은...”양상철은 짐작 가는 것이 있는지 혹시나하는 마음에 물었다.“어르신께서는 지옥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할수도 있어요. 독성이 자기 마음대로 발작할 수 있도록 내버려 뒀다가 극치에 달했을 때 단김에 뽑아버리는 것이 가장 깔끔할 수 있어요.”“독성이 발작하게 내버려 둔다고요?’양유선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그러다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거 아니에요?”“맞아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지옥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할수도 있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지금 상황에서는 독을 말끔히 빼내는 건 불가능해요. 아까는 그저 잠시 독성을 억누른 것이라 말끔히 치료되었다고 할수 없어요. 기껏해 열흘에서 보름 정도 효과 볼 수 있는데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요. 유일한 방법은 독성이 발작하게 내버려 뒀다가 한 번에 말끔히 뽑아버리는 거예요. 비록 리스크가 크지만,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해요.”양유선은 불안한 표정이었다.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러다 할아버지를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양상철이 양유선을 말리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도련님,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50퍼센트요.”이 말에 양유선은 표정이 창백해지고 말았다.“50퍼센트뿐이라고요?”양유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양상철이 먼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50퍼센트요? 김 도련님께서는 정말 대단한 분이셨네요. 저는 기껏해 30퍼센트라고
양유선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진지하게 물었다.“도대체 누가 할아버지한테 독을 탔을까요?”“그게...”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이 극야한독은 복용해야 체내에 흡수될 수 있는데 아마도 음식이나 마시는 물에 탔을 수 있어요. 저는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께서는 짐작 가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김예훈의 확고한 말투에 양유선은 멈칫하더니 이내 그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챈 눈치였다.독을 탄 사람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고, 또 양상철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일지도 몰랐다.이런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찾자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가족이 독을 탔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양씨 가문 내부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바로 이때, 양상철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말 못 할 고통을 참으면서 얼굴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마치 언젠가 숨을 거둘 것만 같이 말이다.“지금 독이 심장을 공격하고 있어요!”김예훈은 양상철이 체내에 있는 독을 억누르지 못할 줄 몰랐는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아마도 독은 탄 사람이 누군지 짐작이 가는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그만 정신을 놔버린 것이 분명했다.“할아버지! 빨리 저희 할아버지를 구해주세요!”당황한 양유선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당황하지 마세요. 제가 확인해 볼게요.”김예훈은 피가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양상철의 가슴에 있는 혈을 눌렀다.이어 메스로 왼쪽 손에 있는 혈을 찌르자, 검은 피가 상처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검은 피가 다 흐를 때까지 기다려서야 양유선더러 상처를 감싸라고 했다.이때, 부들부들 떨던 양상철은 그제야 안정을 취하기 시작했다.흐릿한 정신도 말짱해지는 느낌이었다.정상으로 돌아온 양상철은 믿기지 않는지 두 손을 들었다.비록 두 손에는 거즈가 감겨있었지만, 여전히 지금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웠다.“지금 내가 손을 움직일 수 있는 거야?”“할아버지!”양유선 역시 흠칫하더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