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독성이 강하고, 시간이 오래된 독극물일수록 좋아요. 이로써 어르신 체내에 있는 극야한독을 유인해 내는 거예요.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거죠.”“독으로 독을 물리친다...”양유선은 표정이 변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알겠어요. 김 도련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최대한 빨리 찾아볼게요.”양상철도 처방전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유선아, 김 도련님께서 이런 처방전까지 보여주는 걸 보면 정말 우리가 편해졌나 봐. 어차피 하늘의 뜻을 따라야 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절대 김 도련님을 탓해서는 안 돼. 알겠지? 김 도련님, 얼마든지 시도해 보세요. 제가 잘 감당해 볼게요.”“저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어르신, 극야한독이 철저히 발작하는 7일 동안 죽기보다도 못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예요. 어르신께서는 무술 고수라 충분히 버틸 수 있겠죠?”양상철은 실성하고 말았다.“이 지경이 되니 감각을 잃는 것이 가장 두렵더라고요. 식물인간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고통을 느껴야 그래도 살아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김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일주일 동안 잘 버텨볼 테니 7일 뒤에 만나요.”김예훈은 또 몇 마디 부탁하고는 양유선과 함께 이곳을 떠났다.양유선은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준비 물품을 준비하라고 하고는 뒤돌아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도련님, 감사해요. 대립 구도에 서 있던 저를 도와주셔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어차피 저희 둘 사이의 거래라 최선을 다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앞으로 일주일 동안 밑에 있는 남양인들을 잘 단속하기를 바랄게요. 제가 죽어버리면 어르신도 끝장이에요.”“걱정하지 마세요.”양유선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남양인 중에 아무도 김 도련님을 해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남양인이 아니더라도 절대 김 도련님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이제부터 김 도련님을 건드리는 사람은 저 양유선을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 시체를 짓밟
“얼른 서둘러. 타케이 도련님께서 기다리고 있어.”“쯧쯧쯧. 역시 대한민국 여자들은 예쁘게 생겼어. 타케이 도련님마저 한눈에 반해서 어떻게든 데려오라고 하잖아.”우두머리 남성의 옷에는 유우토라는 이름이 박혀있었다.그는 음흉한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었다.“역시 진주에 오기 잘했어!”그러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녀의 몸을 더듬거렸다.제정신이 아닌 듯한 소녀는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발버둥 쳤다.하지만 머리카락이 가리고 있어 얼굴을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그녀가 이곳 무법지대의 술집 여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어 망설이고 있었다.만약 소녀가 스스러 이러고 있는 거라면 도와줬다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되기 일쑤였다.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김예훈은 본능적으로 일본 남자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 일본 남자들은 뭔가 목적을 달성한 듯한 뿌듯함에 빠져있었고, 소녀는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살짝 취한 상태라 힘이 센 일본 남자들을 밀쳐내지 못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갑자기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말았다.소녀가 머리를 드는 순간 얼굴을 확인했더니 허씨 가문 다섯째인 허유주인 것이다.이런 곳에서, 그리고 이런 상태로 그녀를 만날 줄 몰랐다.가끔 이런 일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직접 겪는 일이라 의아하기만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허유주와의 원한을 뿌리치고 본능적으로 뒤돌아 유우토의 멱살을 잡으면서 말했다.“잠깐만!”일본인들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런 제기랄!”유우토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이거 놓고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죽여버릴 거니까.”김예훈 역시 냉랭하게 말했다.“내 친구야. 함부로 데려갈 수 없어.”바로 이때, 김예훈은 허유주의 몸에서 이상한 향기를 맡게 되었다.코끝을 자극하는 이 냄새는 머리마저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김예훈은 바로 허유주가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셨다는 것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말했다.“아무리 무법지대 사람들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야? 양심도 없어? 일본인이 우리 대한민국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데 막을지언정 지금 돕고 있는 거야? 그러고도 남자야?”“해쳐?”유우토가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우리 타케이 도련님을 모시는 거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해! 우리 고귀한 일본 남자를 모실 수 있는 걸 보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지. 그런데 어떻게 해친다고 말할 수 있어? 내가 일본인이라는 신분을 밝히면 얼마나 많은 여자가 내 품에 안기지 못해 안달인지 알아?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세상은 원래 이런 거야. 강자가 살아남는 법이거든. 비쩍 마른 놈이 여자를 만나보기나 했어? 그 주제에 보호해 주려고?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정말 죽여버릴 거니까!”거만하기 그지없는 이 유우토라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진주에서 종횡무진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이런 말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김예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말했다.“그 손 놓으라고. 내 말 안 들려? 굳이 내가 본때를 보여줘야겠어?”“하하. 우리 구역에서 어떻게 좀 해보려고?”건달들 눈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우리가 누군지나 알아? 우리는 홍성파 사람들이라고! 진주·밀양에서는 우리 홍성파가 일등이야! 온 가족이 죽는 꼴을 보고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유우토한테 사과해. 아니면 곧 죽게 될 거니까.”유우토는 술 냄새를 풍기면서 가소로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봤어?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너랑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 너를 죽여버릴 거라고.”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결국엔 이 여자를 안 놔주겠다?”“우리 타케이 도련님께서 아직 즐기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놔줘.”유우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이 너의 와이프거나 여동생이라고 해도 오늘 저녁에는 타케이 도련님을 모셔야 할 거야. 네가 아무
퍽! 퍽! 퍽!전혀 봐 줄 생각이 없는 김예훈은 바로 발을 뻗었다. 그러자 상대방이 하나둘씩 저 멀리 날아가 다리가 부러진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이때 홍성파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비수를 들고 덮쳐왔다.빠직!하지만 김예훈에게 닿기도 전에 멱살이 잡혀 그대로 공중에 들리고 말았다.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우리 홍성파가 진주에서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 날 건드리기만 하면 홍성파에서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홍성파가 대단해서 김예훈이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빠직!김예훈이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에 힘을 싣자 목이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자신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보디가드와 몇몇 홍성파 건달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을 본 유우토는 허유주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우리 일본인을 건드리는 거 보니 대단한데? 그런데 여기서 거들먹거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유우토는 갑자기 검을 들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덮쳤다.김예훈이 아무렇지않게 가만히 있자 유우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웃기는 놈이네. 좀 실력이 있다고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나 봐? 그 주제에 미인을 구출해 보려고? 유치하긴!”유우토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여전히 거들먹거리고 있었다.“천하무적인 우리 일본인 앞에서는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랑 맞서는 순간 하느님도 너를 구하지 못한다고. 일단 너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 타케이 도련님께서 너희 대한민국 여자를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한번 구경시켜 주려고. 우리는 이러는 거 제일 좋아하거든.”유우토는 실실 웃으면서 다시 허유주의 머리끄덩이를 잡으려고 했다.퍽!하지만 허유주에게 손이 닿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그의 등을 발로 차버렸다.유우토는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빠직!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몇 대 빠진 그는 똥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넌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유우토가 힘겹게 고개를 돌
김예훈이 룸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부근에 있던 진주·밀양 용전 제자들이 나타나 이 일본인들을 구속했다.추하린은 허유주의 위를 세척 할수 있게 의사 선생님도 보내왔다.술을 마셨다면 이 정도로 취하진 않았을 것이다.몽롱한 상태를 보면 누가 음료수에 약을 탄 것이 틀림없었다.의사 선생님의 기술이 좋아 얼마 지나지 않아 허유주의 얼굴이 평온해지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체온도 가라앉기 시작했다.허유주한테 생수 한 통을 다 먹여서야 서서히 눈을 뜨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허유주는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누구야! 지금 뭐하는 거야! 나한테 손대지 마! 우리 아빠는 도박왕 허순재라고! 나를 건드린 순간 우리 아빠가 너를 죽여버릴 거야!”허유주는 목 놓아 울부짖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유주, 흥분하지 마. 나 김예훈이야. 너를 해치지 않아.”“김예훈?”그제야 정신을 차린 허유주는 김예훈을 확인한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나한테 약을 먹여? 우리 아빠한테 다 말할 거야. 꼭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쨕!김예훈이 갑자기 뺨을 때리는 바람에 허유주는 멍하니 넋이 나가고 말았다.“정신이 좀 들어? 이제는 제대로 말할 수 있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을 닦으면서 허유주를 전혀 안쓰러워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물어? 나한테 대신 덤터기를 씌우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이나 해봤어?”허유주는 붉으락푸르락하더니 그제야 제대로 정신을 차렸는지 일본인들을 힐끔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김예훈... 네가 살 살린 거야?”“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무언갈 바라고 살려준 건 아니지만 억울하게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우연히 지나가다가 네가 강제로 끌려온 거 같아서 살려준 거야.”김예훈은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쳐다보았다.“그래도 도박왕님 딸인데 어떻게 유우토한
허유주의 설명에 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그저 도박왕의 딸이 막무가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허씨 가문의 일때문에 복수심을 안고 일본인한테 연락해서 나를 처리할 생각을 했다니. 그런데 사회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야. 일본인이 자기를 어떻게 할 줄 알고.’하지만 이로써 대립 구도에 서 있던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나중에 허씨 가문의 도움을 받으려면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유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네가 일본인한테 부탁해 나를 죽이라고 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 그런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길 바라.”“알았어.”허유주는 뻘쭘하기만 했다.“전에는 내가 너무 철없었어. 미안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구석에서 울부짖고 있는 일본인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아까 너를 구하면서 일본인 몇 명을 데려왔거든. 지금은 이 사람들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 기껏해 3분 내로 올 것 같은데 먼저 너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할까?”김예훈은 여유작작 차를 마시면서 허유주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허유주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절대 안 가! 날 살려줬는데 이대로 떠날 수는 없지. 아니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이 뭐가 돼. 그리고 우리 허씨 가문은 일본인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허유주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김예훈은 어느정도 성장한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이순간 허유주는 어제와 같은 말괄량이 소녀가 아니었다.여러 가지 일을 겪어봐야 성장한다는 말이 맞았다.“됐어. 사람 부를 필요 없어.”김예훈은 손을 툭툭 털면서 뒤에 서 있던 추문성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따 아가씨를 잘 부탁해. 털끝 하나 건드리게 하는 순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네!”추문성은 평온한 표정으로 전방을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한테 어떻게든 잘 보여야 했다....김예훈과 허유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양손이 부러진 홍성파 건달이 휘청거
진세은의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본 깡패는 입을 움찔거릴 뿐이다. 그는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오늘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결국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저희를 습격한 놈이 타케이 도련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를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기고만장하게 1번 룸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능력 있으면 어떻게 해보라고 하면서요. 그리고 유우토 씨도 허리가 부러진 채 생포 당하고 말았어요.”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저희가 너무 무능한 것이 아니라 그놈이 너무 기고만장했다니까요? 저희의 체면을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어요.”홍성파 사람들은 상대방이 만만찮은 사람인 것을 눈치챘는지 서로 눈치를 보았다.구룡성은 예전부터 무법지대라 난잡한 곳이었다.홍성파는 이 구역에서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있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홍성파 사람을 건드릴 사람이 없었다.그것도 모자라 홍성파의 귀한 손님인 유우토의 허리마저 부러뜨렸으니 죽으려고 환장한 거나 다름없었다.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김예훈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그리고 김예훈의 가족과 세력들도 모조리 파헤쳐질 운명이었다.홍성파 스타일을 보면 온 가족을 죽이겠다고 하면 무조건 죽일 사람들이었다.유우토의 허리가 부러졌다는 말에 표정이 차갑기만 하던 타케이가 갑자기 웃는 것이다.“우리 일본 야마구치파 사람이라는 건 말했어?”“네. 말했어요.”깡패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유우토 씨가 타케이 도련님의 사람이라는 것도 말했고, 저희 홍성파의 귀한 손님이라고 말해도 별로 소용이 없었어요. 일부러 시비 걸려고 찾아온 것 같았어요.”이 말에 타케이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의 신분을 봤을 때, 진주는 물론 전체 대한민국에서 그의 체면을 지켜주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야마구치파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제자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여기는 자기 구역이 아니라 남의 구역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짓밟을 수는 없었다.홍성파가 알아서 나서서
“상대방은 누군데?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진주 4대 명문가? 밀양 허씨 가문? 아니면 남양파?”진세은은 담담한 표정으로 진주·밀양에서 홍성파와 맞설 자격 있는 상대를 하나하나 언급했다. 만약 이들이라면 상황을 봐서 나서야 했고, 아니라면 상대방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짓밟아 버릴 자신이 있었다.깡패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말했다.“아가씨, 상대방 억양이 진주·밀양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저희 구역에서 이러는 거 보면 어느정도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진주·밀양 사람이 아니라고?”진세은은 피식 웃더니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사람이 아니면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여기서는 말할 자격도 없는거야.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하나도 빠짐없이 우리 구역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한다고! 10대 명문가라고 해도 우리의 체면을 지켜줘야 하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겠어?”퍽!진세은은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청동으로 만들어진 패쪽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홍성파 사람들은 이 패쪽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타케이도 이 물건을 알아봤는지 두 눈이 반짝거렸다.진세은이 냉랭하게 말했다.“흑구야, 우리 홍성파 구룡 패쪽을 가져가서 그 자식한테 알려. 타케이 도련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를 데리고 와서 사과하라고 말했다고. 그리고 내가 만족할 때까지 무릎 꿇어야 할 거라고. 오늘은 타케이 도련님의 체면을 봐서 기회를 주는 거야. 평소 같았으면 바로 죽여버렸다고.”“네!”구릿빛 피부에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나타나 공손하게 테이블 위에 있는 구룡 패쪽을 챙겼다.이 사람은 진세은의 보디가드이자 진주·밀양에서 이름을 날린 깡패였다.그동안 진세은 밑에서 겸손을 지키면서 조용히 살아왔지만, 사실 큰 공을 세운 사람이었다.최근 몇 년 동안 일이 순조롭게 풀리자 흑구는 자기가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상태였다.홍성파가 뒤에서 지켜주고 있고, 또 실력까지
“도련님, 저 지금 해양 공원 야외 주차장에 있어요.”주우섭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두려움이 담겨 있는 듯했다.“지금 컨테이너 뒤에 숨어있는데 계속 저를 찾고 있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어요... 서연이가 잡혀갔다고요. 빨리 와주시면 안 돼요?”“알겠어요. 곧 갈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김예훈은 조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는 웨이터에게 현금을 건네고는 택시를 잡아 해양 공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누군가 어두운 구석에서 걸어 나와 무전기를 꺼내 조용히 말했다.“걸려들었어.”...십몇 분 뒤, 김예훈은 해양 공원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서 택시요금을 낸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곧 김예훈은 구석 자리를 찾았다.몇몇 정장을 입은 장정들은 입에 시가를 물고 한 남자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이들이 하나같이 호스, 야구방망이 같은 것들을 휘두르는 바람에 구석에 있는 남자를 울부짖게 했다.이들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랭글러 차 보닛 위에는 어떤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몸매 좋은 그녀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영락없는 명사수의 모습이었다.김예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힐끔 쳐다보더니 곧바로 살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멀리서 총으로 김예훈을 겨냥하면서 저리 꺼지라는 제스처를 했다.한껏 거만한 태도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정말 아무것도 간파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김예훈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도대체 누가 자기를 건드리려고 하는지 보고 싶어서였다.김예훈은 그녀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 구석에서 구타당하고 있는 주우섭을 발견했다.이 순간 그의 얼굴에는 뺨 자국이 가득했고 퉁퉁 부어있었다. 그리고 여러 곳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전혀 재벌 2세의 모습이 아니었다.게다가 그가 입고있는 정장은 너덜너덜해져 악취가 계속 풍겨 나왔다.앞장서있던 남자는 야구 방망이를 세게 내리쳐 주우섭의 비명을
남윤지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 남지훈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동생아, 이제 이 늙은 호랑이가 진주에 돌아와 소란을 피울 때도 된 거야. 그 사람이 이기면 우리 남씨 가문도 다시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야. 어차피 그 사람이 죽어도 앞으로 너의 걱정이 하나 줄어드는 거 아니겠어?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우리한테는 좋은 일일 거라고.”남윤지는 표정이 확 변했다.“설마 김현민 도련님이랑...”“쉿!”남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현민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4대 도련님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건데? 예전의 4대 도련님은 이미 그에게 죽임을 당하고 대신 김병욱이 올라섰어. 만약 나랑 곽영현이 이렇게 바보처럼 지내고 있으면 얼마 안 지나 또 다시 물갈이하지 않겠어?”남윤지가 말했다.“그러면 맹승현은...”남지훈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맹승현이 우리의 체면을 되찾아 줄 수 있다면 우리 편에 설 자격이 있는 거지. 아니면 그냥 버려진 존재일 뿐이야. 진주에서는 오직 나랑 곽영현이 힘을 합쳐야만 김현민과 맞설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설마 나랑 곽영현이 계속해서 심부름꾼이나 할거로 생각하지 않았지? 그래도 남자 대장부인데 남에게 짓밟혀 살아야 하겠어?”뒤쪽에서 곽영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의 등장에 남윤지는 멈칫하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그녀는 이 두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정말 김현민과 힘겨루기를 할 만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음날 이른 아침. 김예훈은 앱으로 주변에 있는 딤섬 가게를 찾았다.진주 경찰서와의 약속에 따라 단기간 내에 진주를 떠날 수 없었다.하지만 그래도 그의 자유를 제한할 방법은 없었다.적어도 김예훈은 지금도 동하임이 자신에게 ‘착한 시민상’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밥을 먹고 있는데 김예훈은 어두워진 날씨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주변이 끔찍하게 어두워 하늘이 언제든지 내려앉을 것만 같았
남윤지 뒤에는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남지훈이 카푸치노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남윤지의 화가 거의 가라앉을 때쯤, 그제야 담담하게 말했다.“왜 이렇게 화를 내고 흥분하는 건데? 생각해 봐. 진세은, 김청미, 류서우도 그 사람한테 당했는데 너도 손해 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야? 왜 그 사람을 건드리러 갔는지 자신을 탓해야지. 다른 사람을 보냈어도 되잖아. 내가 몇번을 말해. 우리 남씨 가문은 폭력으로 먹고 사는 게 아니라고. 그런 건 홍성파에서나 할 짓이지. 우리는 머리를 써야 해.”퍽!남윤지는 남지훈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바닥에 던져버리더니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안 가게 생겼어? 김현민 도련님이 강서연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는데 옥루정도 우리 남씨 가문의 재산이고, 내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겠어. 너는 감히 나설 수가 있겠어?”남지훈은 아쉬운 표정으로 바닥에 던져진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에르메스에서 20억 원 이상은 소비해야 받을 수 있는 선물인데 이렇게 깨져버리니 너무나도 아쉬웠다.이때 남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흥분하지 마. 우리가 비록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래도 김현민 도련님한테 우리는 언제나 그의 편인 것을 알렸잖아. 그것도 투자나 마찬가지라 좋은 일이지. 도련님께서 이 일을 알게 되면 우리 남씨 가문이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남씨 가문의 충성을 기쁘게 여길 것이야.”남윤지가 냉랭하게 말했다.“너는 당연히 괜찮겠지. 나는 어떨 것 같아? 도련님한테 내가 무능한 사람이라고 낙인이 찍히면 어떻게 안방마님이 되라고. 김청미를 겨우 없애고 나한테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 있겠어? 내가 안동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 진주 4대 도련님인 너한테도 좋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내가 지금 무엇때문에 머리 아파하는지 모를 리가 없잖아.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여기서 비꼬기만 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남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이 정도로 흥분할 필요가 없다고. 내가 안
이번 식사 자리는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강서연은 대충 몇 입 먹고는 계산을 마치고 곧바로 이곳을 떠났다.김예훈은 그녀가 보고하러 갈 거라고 예상하고 막지 않았다.진주·밀양 용문당 무도관.방석에 앉아있는 강준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강서연이 맞은편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서연의 말이 끝나자 강준은 그제야 눈을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잘못 들은 게 아니야? 정말 김현민을 포함한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을 불러오라고 했다고?”강서연은 자세히 기억을 되새겨서야 대답했다.“김예훈 씨가 정말 그렇게 말한 거 맞아요.”“재밌네.”강준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남윤지가 부르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단 말이지. 모든 걸 계산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이 와도 상관없었던 거야?”강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떤 경우든 한 가지 사실을 의미하고 있었다.그것은 바로 김예훈이 진주·밀양에서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강서연은 강준의 표정을 보며 조금 망설였다.“할아버지, 저희 남씨 가문을 찾아가서 잘 이야기해 보는 거 어때요? 아니면 김예훈 씨랑 끝까지 가는 것이 좋을까요? 문제는 집법부대가 안동 김씨 가문의 편이잖아요. 김예훈 씨를 따라갔다간 위험해질지도 몰라요.”강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진주·밀양에 지금 거대한 폭풍이 일고 있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고. 우리 강씨 가문이 진주·밀양 용문당을 수년간 지배해 오면서 절대적으로 그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잖아. 한쪽은 집법부대고 한쪽은 부산 회장인데 우리도 용문당 사람으로서 더 이상 중립을 지킬 수 없어. 무조건 한쪽을 선택해야 해.”강서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할아버지, 그렇다고 지금 당장 누구의 편에 설 필요도 없잖아요.”강준은 고개를 흔들었다.“어쩔 수가 없잖아. 최소한 지금은 선택할 여지가 있잖아.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나중에 안동 김씨 가문이랑 엮
김현민까지 이곳에 부를 바에 남윤지는 결국 조용히 있기로 했다.오늘 너무 급하게 온 나머지 너무 경솔하기도 했다.조금만 더 잘 준비하면 김예훈을 죽이기는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고 생각했다.이순간 수많은 음흉한 계획이 남윤지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음 순간, 그녀는 복수의 결의를 다지며 강서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강서연 씨, 미안해요. 오늘은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무례한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 옥루정 이익에 관해서는 잘 정리해서 최대한 빨리 보내드릴게요.”“그래요. 사과를 받아들일게요.”강서연은 일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무덤덤하게 말했다.“이제 가보셔도 좋아요.”남윤지는 강서연의 태도에 화가 나서 거의 피를 토할 뻔했지만 결국 분노를 억누르며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과 강서연을 쳐다본 후 사람들과 함께 떠났다.남윤지 일행이 떠나자 주우섭이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그러고는 이상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강서연의 옆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연 씨, 오늘 일을 크게 벌였는데 이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남씨 가문은 4대 명문가 중의 하나로서 만약 남윤지 씨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찾아오면 우리가 손해 볼지도 몰라. 아니면 지금 바로 김현민 도련님을 찾으러 가는 건 어때? 직접 사과하고 손해배상도 드리자고.”“맞아! 맞아!”“나도 그 말을 하려고 했어.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절대 건드리면 안 돼.”“우리가 지금은 이겼다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 거야.”아까 남윤지가 있을 때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던 강서연 친구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혹시라도 잘못 연루될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이들이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외감 외에도 적대감이 더해졌다.분명 오늘 김예훈의 행동이 많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였다.남씨 가문에서 발끈해서 본격적으로 나서면 그 후과를 누
엄기준은 남윤지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만 가자고!”수십 명의 중부 경찰서 사람들은 헐레벌떡 이곳에서 도망쳤다.지금 비참한 정도는 아까 기고만장하던 모습과 맞먹었다.눈을 휘둥그레 뜬 주우섭은 물론 손다미 등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대체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다.‘김예훈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전화 한 통으로 엄기준을 쫓아낸 것도 모자라 남윤지의 체면마저 짓밟아버렸다니.’남윤지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소리쳤다.“대장님, 어디 가세요!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언젠가 죽여버릴 거예요!”엄기준은 못 들은 체하면서 최대한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잠시 후, 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남윤지, 저 사람으로는 안 되겠는데? 계속 도움을 요청해 보시지? 그냥 한꺼번에 불러와.”김예훈은 무표정으로 화가 잔뜩 난 남윤지 앞으로 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 2인자 아버지인 김현민을 불러오지 그래? 아니면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을 전부 불러오든가. 시간은 충분히 드릴게.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어.”김예훈은 매너를 갖춰 남윤지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환한 핸드폰 불빛에 자극된 남윤지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이런 제기랄!”지금 이 순간 남윤지는 김예훈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그런데 머리 위로 든 손을 다시 내릴 수밖에 없었다.직접 겪어보고 나서 김예훈 같은 사람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다.남씨 가문 따님이라고 해서 절대 그에게 겁줄 수 없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전혀 그의 기세를 꺾어버릴 수 없었다.함부로 손댔다간 오히려 두 배로 당할 것인 것도 알고 있었다.오늘 밤 남윤지는 이미 바닥날 정도로 체면을 잃어버렸다.김예훈에게 뺨을 맞으면 예쁜 얼굴이 완전히 망가버릴지도 몰랐다.이를 갈고 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남윤지를 바라보며 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오른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툭툭 쳤다.“불만이 많은 것도, 억울한 것도 알
하지만 중부지역에서 활개 치고 다니던 엄기준은 한 무리의 총을 든 사람들을 데리고 왔는데도 김예훈의 기세를 꺾지 못할 줄 몰랐다. 그것도 모자라 뺨까지 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으니 말이다.이런 일은 절대 이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이대로 체면을 되찾지 않으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남윤지에게도 할 말이 없었다.그의 부하들도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앞으로 다가와 총알을 장전하고서 바로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바로 이때 김예훈은 테이블 위에 있는 휴지로 손바닥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엄기준이라고? 굳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겠다는데 뭐라 하지 않을게. 그런데 죽기 전에 누가 네 뺨을 때렸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지금 바로 하임 씨한테 전화해 봐. 그러고도 나랑 끝까지 싸울지 고민할 기회를 줄게. 이 년 때문에 나를 건드릴지 지켜볼 거라고.”“이런 제기랄! 하임 아가씨의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엄기준은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했다.“어디서 굴러온 놈이 나랑 큰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 하임 아가씨한테 전화하라는 건데?”엄기준은 수준이 너무 낮아서 이 며칠 동안 김예훈이라는 이름이 진주에서 뭘 대표하는지 몰랐다.김예훈은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하고는 엄기준 앞에 핸드폰을 던졌다.“자, 하임 씨한테 말해봐. 지금 총으로 날 쏴 죽이겠다고.”아무렇지도 않던 엄기준은 전화번호를 확인한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바로 동하임의 전화번호였기 때문이다.동하임은 비록 진주 1인자가 아니었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진주 1인자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진주 경찰서 내부에서 동하임의 신분은 절대 낮지 않았다.그리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도 얼마 없는데 김예훈이 알고 있을 줄 몰랐는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뚜. 뚜. 뚜.잠시 후 전화기 너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엄기준은 멈칫하더니 본능적으로 전화를 들고 구석으로 가서 받았다.하지만 통화를 마치고 나서 얼굴이 어
쨕!김예훈은 바로 손을 들어 엄기준의 뺨을 때렸다.엄기준은 멍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총을 머리가 대고 있는데 지금 내 뺨을 때렸다고?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아니면 내가 누군지 아직 모르는 건가?’이런 생각이 들자 엄기준은 분노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잘 봐. 나는 진주 중부 경찰서의 대장 엄기준이라고! 진주 법도를 어긴 혐의로 지금 바로 너한테 총을 쏠 수도 있어. 죽고 싶지 않으면 무릎부터 꿇어!”쨕!김예훈은 또 한 번 무심한 표정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아까보다도 더 맑고 강렬한 뺨 소리에 모든 사람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이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특히 남윤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김예훈이라는 녀석이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와 자신감이 나왔는지 몰랐다.엄기준이 이미 총알을 장전하고 총구를 그의 머리에 대고 있는데 말이다.만약 엄기준이 한순간 충동적으로 방아쇠를 당긴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제벌 2세들조차도 이렇게까지 행동할 용기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면 바로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그런데 김예훈의 대담한 행동을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지금 날 때렸어? 그것도 모자라 두 번이나?”엄기준은 어이없는 상황에 분노에 차서 외쳤다.“내가 총을 못 쏠 것 같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그는 김예훈에게 겁을 주려고 총구로 허벅지를 겨냥했다. 제대로 진주 법도의 위엄을 알려주기로 했다.철컥!그런데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어느샌가 젓가락이 총구로 들어와 어떻게든 당길 수가 없었다.쨕!총구를 막아버린 김예훈은 또 한 번 그의 뺨을 때렸다.이번에는 힘이 세다 못해 엄기준은 손에서 총을 놓치고 뒤로 휘청거렸다.펑!그러다 엉겁결에 방아쇠가 당겨져 총알이 천장에 매달린 조명에 맞았다.거대한 소리에 현장이 진동하고, 멍하니 쳐다보던 남윤지와 손다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거침없는 사람일 줄 몰랐다.
엄기준은 한 무리의 중부 경찰서 경찰들과 함께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2층 룸으로 향했다.그는 혼잡한 인파를 밀치고 남윤지 앞에 나타나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윤지 씨, 옥루정에서 소란을 피우는 놈이 있다고요? 그것도 모자라 윤지 씨의 얼굴까지 때렸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너무 놈이야! 윤지 씨가 진주의 여왕인 걸 몰라서 그래?”엄기준은 마치 가죽을 벗겨버리겠다는 포스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누군지 알려주시면 제가 제대로 혼을 내줄게요. 진주 법도가 어떤 건지 똑똑히 알려줄게요.”주우섭은 부들부들 떨면서 김예훈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이만 항복하시죠. 엄기준은 남씨 가문의 사람인데 중부지역 우두머리가 못해내는 것이 없어요. 그리고 기관이나 범죄조직이나 국방부와도 어느정도 서로 아는 사이일 거예요. 성격이 하도 잔인해서 재벌 2세들도 저 사람을 무서워한다고요. 그러니까 조심하셔야 해요. 아니면 그냥 항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그렇군요. 재밌네요.”엄기준이 총을 들고 건장한 경찰들을 데리고 이곳에 나타나자 남윤지는 처음 모습으로 돌아와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엄 대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강씨 가문의 따님이 저 기생오라비한테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거든요. 강씨 가문을 믿고서 옥루정에서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총까지 쐈다니까요? 봐봐요. 제 보디가드들이 말리다가 어떻게 되었는지. 얼른 잡아서 법에 따라 처리해 주세요. 제가 신고했다고 너무 엄하게 다스리지도 말고 강서연 씨의 사람이라고 또 봐주지도 마세요. 아무튼 법대로 진행해 주세요. 저희는 상류 인사로서 경찰서의 위신, 기관의 위엄, 법의 권위를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엄격하고도 신속하게 처리해 주세요!”이 순간 남윤지는 마치 자신이 여왕인 듯한 모습으로 김예훈을 지적할 뿐만 아니라 엄기준에게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기도 했다.그야말로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손다미 등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하나같이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