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독성이 강하고, 시간이 오래된 독극물일수록 좋아요. 이로써 어르신 체내에 있는 극야한독을 유인해 내는 거예요.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거죠.”“독으로 독을 물리친다...”양유선은 표정이 변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알겠어요. 김 도련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최대한 빨리 찾아볼게요.”양상철도 처방전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유선아, 김 도련님께서 이런 처방전까지 보여주는 걸 보면 정말 우리가 편해졌나 봐. 어차피 하늘의 뜻을 따라야 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절대 김 도련님을 탓해서는 안 돼. 알겠지? 김 도련님, 얼마든지 시도해 보세요. 제가 잘 감당해 볼게요.”“저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어르신, 극야한독이 철저히 발작하는 7일 동안 죽기보다도 못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예요. 어르신께서는 무술 고수라 충분히 버틸 수 있겠죠?”양상철은 실성하고 말았다.“이 지경이 되니 감각을 잃는 것이 가장 두렵더라고요. 식물인간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고통을 느껴야 그래도 살아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김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일주일 동안 잘 버텨볼 테니 7일 뒤에 만나요.”김예훈은 또 몇 마디 부탁하고는 양유선과 함께 이곳을 떠났다.양유선은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준비 물품을 준비하라고 하고는 뒤돌아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도련님, 감사해요. 대립 구도에 서 있던 저를 도와주셔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어차피 저희 둘 사이의 거래라 최선을 다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앞으로 일주일 동안 밑에 있는 남양인들을 잘 단속하기를 바랄게요. 제가 죽어버리면 어르신도 끝장이에요.”“걱정하지 마세요.”양유선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남양인 중에 아무도 김 도련님을 해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남양인이 아니더라도 절대 김 도련님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이제부터 김 도련님을 건드리는 사람은 저 양유선을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 시체를 짓밟
“얼른 서둘러. 타케이 도련님께서 기다리고 있어.”“쯧쯧쯧. 역시 대한민국 여자들은 예쁘게 생겼어. 타케이 도련님마저 한눈에 반해서 어떻게든 데려오라고 하잖아.”우두머리 남성의 옷에는 유우토라는 이름이 박혀있었다.그는 음흉한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었다.“역시 진주에 오기 잘했어!”그러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녀의 몸을 더듬거렸다.제정신이 아닌 듯한 소녀는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발버둥 쳤다.하지만 머리카락이 가리고 있어 얼굴을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그녀가 이곳 무법지대의 술집 여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어 망설이고 있었다.만약 소녀가 스스러 이러고 있는 거라면 도와줬다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되기 일쑤였다.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김예훈은 본능적으로 일본 남자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 일본 남자들은 뭔가 목적을 달성한 듯한 뿌듯함에 빠져있었고, 소녀는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살짝 취한 상태라 힘이 센 일본 남자들을 밀쳐내지 못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갑자기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말았다.소녀가 머리를 드는 순간 얼굴을 확인했더니 허씨 가문 다섯째인 허유주인 것이다.이런 곳에서, 그리고 이런 상태로 그녀를 만날 줄 몰랐다.가끔 이런 일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직접 겪는 일이라 의아하기만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허유주와의 원한을 뿌리치고 본능적으로 뒤돌아 유우토의 멱살을 잡으면서 말했다.“잠깐만!”일본인들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런 제기랄!”유우토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이거 놓고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죽여버릴 거니까.”김예훈 역시 냉랭하게 말했다.“내 친구야. 함부로 데려갈 수 없어.”바로 이때, 김예훈은 허유주의 몸에서 이상한 향기를 맡게 되었다.코끝을 자극하는 이 냄새는 머리마저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김예훈은 바로 허유주가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셨다는 것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말했다.“아무리 무법지대 사람들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야? 양심도 없어? 일본인이 우리 대한민국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데 막을지언정 지금 돕고 있는 거야? 그러고도 남자야?”“해쳐?”유우토가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우리 타케이 도련님을 모시는 거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해! 우리 고귀한 일본 남자를 모실 수 있는 걸 보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지. 그런데 어떻게 해친다고 말할 수 있어? 내가 일본인이라는 신분을 밝히면 얼마나 많은 여자가 내 품에 안기지 못해 안달인지 알아?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세상은 원래 이런 거야. 강자가 살아남는 법이거든. 비쩍 마른 놈이 여자를 만나보기나 했어? 그 주제에 보호해 주려고?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정말 죽여버릴 거니까!”거만하기 그지없는 이 유우토라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진주에서 종횡무진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이런 말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김예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말했다.“그 손 놓으라고. 내 말 안 들려? 굳이 내가 본때를 보여줘야겠어?”“하하. 우리 구역에서 어떻게 좀 해보려고?”건달들 눈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우리가 누군지나 알아? 우리는 홍성파 사람들이라고! 진주·밀양에서는 우리 홍성파가 일등이야! 온 가족이 죽는 꼴을 보고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유우토한테 사과해. 아니면 곧 죽게 될 거니까.”유우토는 술 냄새를 풍기면서 가소로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봤어?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너랑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 너를 죽여버릴 거라고.”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결국엔 이 여자를 안 놔주겠다?”“우리 타케이 도련님께서 아직 즐기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놔줘.”유우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이 너의 와이프거나 여동생이라고 해도 오늘 저녁에는 타케이 도련님을 모셔야 할 거야. 네가 아무
퍽! 퍽! 퍽!전혀 봐 줄 생각이 없는 김예훈은 바로 발을 뻗었다. 그러자 상대방이 하나둘씩 저 멀리 날아가 다리가 부러진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이때 홍성파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비수를 들고 덮쳐왔다.빠직!하지만 김예훈에게 닿기도 전에 멱살이 잡혀 그대로 공중에 들리고 말았다.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우리 홍성파가 진주에서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 날 건드리기만 하면 홍성파에서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홍성파가 대단해서 김예훈이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빠직!김예훈이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에 힘을 싣자 목이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자신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보디가드와 몇몇 홍성파 건달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을 본 유우토는 허유주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우리 일본인을 건드리는 거 보니 대단한데? 그런데 여기서 거들먹거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유우토는 갑자기 검을 들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덮쳤다.김예훈이 아무렇지않게 가만히 있자 유우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웃기는 놈이네. 좀 실력이 있다고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나 봐? 그 주제에 미인을 구출해 보려고? 유치하긴!”유우토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여전히 거들먹거리고 있었다.“천하무적인 우리 일본인 앞에서는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랑 맞서는 순간 하느님도 너를 구하지 못한다고. 일단 너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 타케이 도련님께서 너희 대한민국 여자를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한번 구경시켜 주려고. 우리는 이러는 거 제일 좋아하거든.”유우토는 실실 웃으면서 다시 허유주의 머리끄덩이를 잡으려고 했다.퍽!하지만 허유주에게 손이 닿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그의 등을 발로 차버렸다.유우토는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빠직!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몇 대 빠진 그는 똥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넌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유우토가 힘겹게 고개를 돌
김예훈이 룸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부근에 있던 진주·밀양 용전 제자들이 나타나 이 일본인들을 구속했다.추하린은 허유주의 위를 세척 할수 있게 의사 선생님도 보내왔다.술을 마셨다면 이 정도로 취하진 않았을 것이다.몽롱한 상태를 보면 누가 음료수에 약을 탄 것이 틀림없었다.의사 선생님의 기술이 좋아 얼마 지나지 않아 허유주의 얼굴이 평온해지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체온도 가라앉기 시작했다.허유주한테 생수 한 통을 다 먹여서야 서서히 눈을 뜨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허유주는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누구야! 지금 뭐하는 거야! 나한테 손대지 마! 우리 아빠는 도박왕 허순재라고! 나를 건드린 순간 우리 아빠가 너를 죽여버릴 거야!”허유주는 목 놓아 울부짖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유주, 흥분하지 마. 나 김예훈이야. 너를 해치지 않아.”“김예훈?”그제야 정신을 차린 허유주는 김예훈을 확인한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나한테 약을 먹여? 우리 아빠한테 다 말할 거야. 꼭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쨕!김예훈이 갑자기 뺨을 때리는 바람에 허유주는 멍하니 넋이 나가고 말았다.“정신이 좀 들어? 이제는 제대로 말할 수 있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을 닦으면서 허유주를 전혀 안쓰러워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물어? 나한테 대신 덤터기를 씌우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이나 해봤어?”허유주는 붉으락푸르락하더니 그제야 제대로 정신을 차렸는지 일본인들을 힐끔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김예훈... 네가 살 살린 거야?”“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무언갈 바라고 살려준 건 아니지만 억울하게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우연히 지나가다가 네가 강제로 끌려온 거 같아서 살려준 거야.”김예훈은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쳐다보았다.“그래도 도박왕님 딸인데 어떻게 유우토한
허유주의 설명에 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그저 도박왕의 딸이 막무가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허씨 가문의 일때문에 복수심을 안고 일본인한테 연락해서 나를 처리할 생각을 했다니. 그런데 사회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야. 일본인이 자기를 어떻게 할 줄 알고.’하지만 이로써 대립 구도에 서 있던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나중에 허씨 가문의 도움을 받으려면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유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네가 일본인한테 부탁해 나를 죽이라고 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 그런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길 바라.”“알았어.”허유주는 뻘쭘하기만 했다.“전에는 내가 너무 철없었어. 미안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구석에서 울부짖고 있는 일본인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아까 너를 구하면서 일본인 몇 명을 데려왔거든. 지금은 이 사람들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 기껏해 3분 내로 올 것 같은데 먼저 너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할까?”김예훈은 여유작작 차를 마시면서 허유주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허유주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절대 안 가! 날 살려줬는데 이대로 떠날 수는 없지. 아니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이 뭐가 돼. 그리고 우리 허씨 가문은 일본인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허유주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김예훈은 어느정도 성장한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이순간 허유주는 어제와 같은 말괄량이 소녀가 아니었다.여러 가지 일을 겪어봐야 성장한다는 말이 맞았다.“됐어. 사람 부를 필요 없어.”김예훈은 손을 툭툭 털면서 뒤에 서 있던 추문성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따 아가씨를 잘 부탁해. 털끝 하나 건드리게 하는 순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네!”추문성은 평온한 표정으로 전방을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한테 어떻게든 잘 보여야 했다....김예훈과 허유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양손이 부러진 홍성파 건달이 휘청거
진세은의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본 깡패는 입을 움찔거릴 뿐이다. 그는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오늘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결국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저희를 습격한 놈이 타케이 도련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를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기고만장하게 1번 룸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능력 있으면 어떻게 해보라고 하면서요. 그리고 유우토 씨도 허리가 부러진 채 생포 당하고 말았어요.”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저희가 너무 무능한 것이 아니라 그놈이 너무 기고만장했다니까요? 저희의 체면을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어요.”홍성파 사람들은 상대방이 만만찮은 사람인 것을 눈치챘는지 서로 눈치를 보았다.구룡성은 예전부터 무법지대라 난잡한 곳이었다.홍성파는 이 구역에서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있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홍성파 사람을 건드릴 사람이 없었다.그것도 모자라 홍성파의 귀한 손님인 유우토의 허리마저 부러뜨렸으니 죽으려고 환장한 거나 다름없었다.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김예훈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그리고 김예훈의 가족과 세력들도 모조리 파헤쳐질 운명이었다.홍성파 스타일을 보면 온 가족을 죽이겠다고 하면 무조건 죽일 사람들이었다.유우토의 허리가 부러졌다는 말에 표정이 차갑기만 하던 타케이가 갑자기 웃는 것이다.“우리 일본 야마구치파 사람이라는 건 말했어?”“네. 말했어요.”깡패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유우토 씨가 타케이 도련님의 사람이라는 것도 말했고, 저희 홍성파의 귀한 손님이라고 말해도 별로 소용이 없었어요. 일부러 시비 걸려고 찾아온 것 같았어요.”이 말에 타케이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의 신분을 봤을 때, 진주는 물론 전체 대한민국에서 그의 체면을 지켜주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야마구치파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제자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여기는 자기 구역이 아니라 남의 구역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짓밟을 수는 없었다.홍성파가 알아서 나서서
“상대방은 누군데?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진주 4대 명문가? 밀양 허씨 가문? 아니면 남양파?”진세은은 담담한 표정으로 진주·밀양에서 홍성파와 맞설 자격 있는 상대를 하나하나 언급했다. 만약 이들이라면 상황을 봐서 나서야 했고, 아니라면 상대방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짓밟아 버릴 자신이 있었다.깡패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말했다.“아가씨, 상대방 억양이 진주·밀양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저희 구역에서 이러는 거 보면 어느정도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진주·밀양 사람이 아니라고?”진세은은 피식 웃더니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사람이 아니면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여기서는 말할 자격도 없는거야.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하나도 빠짐없이 우리 구역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한다고! 10대 명문가라고 해도 우리의 체면을 지켜줘야 하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겠어?”퍽!진세은은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청동으로 만들어진 패쪽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홍성파 사람들은 이 패쪽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타케이도 이 물건을 알아봤는지 두 눈이 반짝거렸다.진세은이 냉랭하게 말했다.“흑구야, 우리 홍성파 구룡 패쪽을 가져가서 그 자식한테 알려. 타케이 도련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를 데리고 와서 사과하라고 말했다고. 그리고 내가 만족할 때까지 무릎 꿇어야 할 거라고. 오늘은 타케이 도련님의 체면을 봐서 기회를 주는 거야. 평소 같았으면 바로 죽여버렸다고.”“네!”구릿빛 피부에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나타나 공손하게 테이블 위에 있는 구룡 패쪽을 챙겼다.이 사람은 진세은의 보디가드이자 진주·밀양에서 이름을 날린 깡패였다.그동안 진세은 밑에서 겸손을 지키면서 조용히 살아왔지만, 사실 큰 공을 세운 사람이었다.최근 몇 년 동안 일이 순조롭게 풀리자 흑구는 자기가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상태였다.홍성파가 뒤에서 지켜주고 있고, 또 실력까지
아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동태원은 9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아무리 힘을 실어봤자 오히려 자기 손바닥만 점점 찢어지듯이 아파져 왔다.“대단하네요.”동태원은 적당히 물러나서 더 이상 계속하지 않았다.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머리가 뛰어난 것도 모자라 실력과 마음가짐도 대단하시네요. 이번에 그 쪽한테 당한 것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네요.”이때 동태원의 손짓 하나에 집사 한명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 사람 옆으로 가져왔다.김예훈한테 자리에 앉으라면서 직접 차를 한 잔 우려주었다. 이어 집사가 정교한 다과를 차례로 가져왔다.동하임은 아버지가 김예훈을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 몰랐는지 의아하기만 했다.복수극이 열릴 줄 알았는데 마치 갑자기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동태원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이상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을 죽여버리지 않고 식사 초대를 해서 이상해?”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동태원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원래부터 김 도련님께 식사를 초대하고 싶었어. 이곳까지 모신 이유는 나에게 중시 받을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럴 자격이 없더라도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어젯밤 일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식사를 초대했을 거야. 그런데 그때는 그저 순수한 저녁 식사 한 끼에 불과한 거지.”동태원의 의미가 담긴 말에 동하림은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이제 막 보석으로 풀려난 김예훈이 자신의 아빠에게 이렇게 중시 받고 있을 줄 몰랐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김예훈은 동태원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도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이 생각 많은 늙은 여우한테 함부로 말을 걸었다가 낭패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동태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께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동하임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어젯
샤샤샥!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동하임은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김예훈이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보고 싶은지 가소로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그런데 결국 실망할 줄 몰랐다.김예훈은 뒷짐 쥔채 제자리에 서서 나뭇가지들이 몸을 스쳐 지나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기 실력을 뽐내고 있는 동태원을 쳐다보았다.‘대단한데?’김예훈이 속으로 감탄하고 있을 때, 동태원이 선글라스를 벗어 와이프한테 건넸다.그러고는 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젊은 나이에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대단한데요? 제가 어젯밤 당신한테 호되게 당한 것도 이유가 있었네요. 당신 같은 사람 손에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동태원은 김예훈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아까는 김예훈을 테스트하기보다 겁을 주면 놀라서 오줌을 지릴 정도의 사람인지 보고싶었다.그런데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모습에 다시 보게 되었다.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과찬입니다. 그런데 왜 저 때문에 호되게 당했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젯밤 제가 경찰에 신고한 것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시민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잖아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박장대소를 지었다.“역시 재밌는 사람이네요. 맞는 말이죠. 경찰에 신고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자 권력이죠. 그것 때문에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고요. 진주 1인자로서 큰 권력을 쥐고 있는 한편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에요.”동태원의 시원시원한 말투에 김예훈도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때 동태원이 앞으로 다가와 오른손을 내밀면서 말했다.“자, 정식으로 인사하죠. 저는 진주 1인자인 동태원이라고 해요.”김예훈도 배시시 웃으면서 악수했다.“그러면 저도 제 자기소개를 하죠. 저는 용문당 회
허유주가 김예훈을 데리고 아침 먹으러 가려고 할때, 구룡성 경찰서에서 어떤 몸매가 좋은 여자가 걸어왔다.그 여자는 바로 동하임이었다.동하임은 허유주와 함께 웃고 떠드는 김예훈을 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쓰레기 같은 자식.”이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김예훈의 옆으로 다가갔다.동시에 그녀에게 시선이 향한 추하린과 허유주는 진주 1인자의 딸인 그녀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이해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설마 번복해서 김 도련님을 다시 구속하려는 건 아니겠지?’다시 경찰서로 들어간다고 해도 아무 상관 없는 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쳐다보았다.이대로 잡힌다고 해도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동하임이 한참동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말했다.“김 도련님,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다 같은 편인데 하실 말씀이 있으면 여기서 하시죠.”동하임은 잠깐 침묵하더니 겨우 한마디 꺼냈다.“저희 아빠가 김 도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아침 식사 함께하는 거 어떠세요?”동태원이 주동적으로 만나자고 할 줄 몰랐는지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은 이를 거절하지 않고 추하린더러 허유주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하고는 동하임의 포르쉐 911차에 올라탔다....반 시간 뒤, 태산 뒤쪽에 있는 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드넓은 이 별장에서는 멀리 있는 남태평양까지 보였다.습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면서 소금 짠 내가 풍기기도 했다.하와이풍의 반바지와 반소매 티를 입은 진주 1인자 동태원은 손에 낚싯대를 들고 바닷가에서 낚시하고 있었다.동하임과 함께 별장으로 들어섰을 때, 마침 동태원이 잡은 물고기를 들어올렸다.그의 옆에 있던 여인은 낚싯바늘을 떼어내고 다시 물고기를 방생했다.이 모습을 보고있던 김예훈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이런 생활은 그가 꿈꾸던 노년 생활이었기 때문이다.그때되면 과연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아니면 모두 다?김예훈
10분 뒤, 구룡성 경찰서를 벗어난 김예훈은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홍성파 부하들을 발견했다.김예훈이 경찰서를 힐끔 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진주 1인자라는 사람이 재밌군요. 상대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라고 해도 절대 봐주지 않네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추하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서 안동 김씨 가문, 일본 야마구치파, 홍성파에서 얼마나 벼르고 있는지 몰라요. 진주 1인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비 거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진주 1인자라는 그분 성함이 뭐죠?”추하린이 답했다.“동태원이요.”“동태원 씨가 진주 1인자 자리에 앉은 걸 보면 능력이 대단할 거예요. 그리고 누군가 그 사람이 그 위치에 앉아있기를 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안동 김씨 가문에서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요.”김예훈은 추하린의 어깨를 툭툭 치려다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가 생각나 다시 손을 거뒀다.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진주 1인자인 동태원 씨랑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줘요. 그분도 저를 만나고 싶어 할 거예요.”김예훈이 손을 툭툭 털면서 이곳을 떠나려고 할때, 주차장에 있던 토요타 알파드 차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예훈 오빠.”온밤 여기서 기다리면서 온갖 인맥을 다 동원한 허유주는 바로 김예훈에게 안기려고 했다.“나왔어? 정말 다행이야.”어젯밤 그녀는 김예훈이 홍성파와 일본 야마구치파한테 짓밟힐까 봐 걱정이었다.진주에 깊은 뿌리를 박은 홍성파는 진주 기관 사람들과 친했으니 말이다.김예훈이 무사히 풀려난 것만으로도 놀라울 정도였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라이언 킹의 뺨까지 때렸는데 김예훈이 보석되고 진세은이 갖힐 줄 몰랐다.김예훈은 자기를 와락 끌어안은 허유주를 떼어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난 다른 사람을 도와준 착한 시민일 뿐이야. 나까지 구속하면 진주 법도가 신뢰를 잃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네가 날 도와주고 있는데 누가 감히 날 건드리
추하린이 입을 가리면서 웃었다.경찰에 신고하는 거에 그치지 않고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이상 공평하게 처리해야만 했다.뚜벅뚜벅.두 사람이 대화를 마쳤을 때, 제복을 입은 한 경찰이 걸어들어왔다.짧은 머리에 혼혈인으로 보이는 그녀는 높은 콧대에 움푹 파인 두 눈을 하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가져다주었다.그리고 그녀의 가슴에 있는 명찰에는 동하임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그녀는 김예훈을 한참동안 쳐다보고는 추하린을 힐끔 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씨, 이 사람 보석으로 풀려났어요. 그런데 보름 동안은 진주를 벗어나지 못하며 언제든 저희 연락을 기다리셔야 해요.”추하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동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김 도련님은 피해자예요. 누구를 죄인으로 몰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잘 협조할 거예요. 저희한테는 인증이면 인증, 물증이면 물증, 없는 것이 없어요.”이 말에 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에 대해 불만이 많은지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자료 하나를 던져주었다.“여기에 사인하고 당장 꺼져요.”펜을 든 김예훈은 급히 사인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림을 쳐다보았다.“저희 처음 본 사이인 것 같은데 제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을까요?”동하임은 콧방귀만 뀔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추하린이 말했다.“김 도련님께서는 잘못한 거 없어요. 그런데 진주 1인자인 동하임 씨 아버님을 건드린 건 맞죠.”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김예훈은 그제야 동하임이 왜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은지 알 수 있었다.어제저녁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진주 1인자를 궁지로 몰고 갔으니 말이다.표정이 차갑기만 만 동하임은 사실 감정을 잘 숨기고 있었다.김예훈이 펜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동하임 씨, 제가 보석되었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동하임이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김현민 씨 일행이 모든 일을 도모한 사실은 증거 부족으로 전부 석방되었어요. 야마구치파는 죄가 극악
10분 뒤, 전신 무장한 경찰들이 닥쳐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체포했다.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열몇 명의 기자들도 피비린내를 맡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늘, 이 거대한 사건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홍성파와 일본 야마구치파가 연루된 사건이었다.어느 한쪽만 있었다고 해도 뉴스 메인을 차지했을 텐데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진주 경찰은 공과 사를 구분하면서 공평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진주·밀양에서 신분 높은 김현민이라고 해도 도망칠 수 없이 똑같이 조사받아야 했다.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진주 경찰들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공정해야 했다.그렇게 1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구룡성 경찰서에 잡혀가고 말았다.경찰은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을 포함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조사를 진행했다.김예훈도 구룡성 경찰서에 잡혀가긴 했지만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이번에 일부러 김현민에게 골탕을 먹이려고 작정한 것이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어느정도로 대단한지, 그리고 이곳에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두번째 날 아침, 추하린이 그럴싸한 브런치를 들고 취조실로 들어왔다.추하린은 김예훈에게 브런치를 건네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도련님, 어젯밤 그 전화 한 통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알아요?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께서 화가 난 나머지 진주 1인자인 동태원에게 전화해서 왜 김현민을 구속했냐고 따졌대요.”김예훈이 브런치를 즐기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겁이 났대요?”“얼마나 많은 기자가 지켜보고 있는데 겁이 날 새나 있었겠어요? 계속해서 진주 1인자를 해야 하는데 말이죠.”추하린이 피식 웃었다.“그저 법대로 진행하는 거라고 답장했대요. 그리고 온밤 구룡성 경찰서를 포위한 홍성파 사람들은 자기 사람을 풀어달라고 하면서 김 도련님을 처리하라고 했대요. 그런데 증거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요. 야마구치파가 허유주 씨한테 약을 탄 것만 해도 충
“이런 제기랄!”“지금 김현민 도련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죽고 싶어?”김현민 뒤에 서 있던 남녀들이 김예훈을 차갑게 째려보고 있었다.비록 김예훈이 어마어마한 실력으로 라이언 킹을 뺨 한 대로 죽여버리긴 했지만,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상류 인사들한테는 그저 싸움만 잘하는 사람으로 보였다.김예훈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들의 힘, 배경과 권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지금은 예전처럼 혼자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시대가 아니었다.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저 대단한 것뿐이었다.김현민은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까지 건드리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수장님도 참. 제가 언제 수장님을 건드리겠다고 했나요?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정의로운 분을 제가 왜 건드리겠어요.”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언급할 때 김예훈의 표정은 흥미진진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이 타이틀을 이용해서 과연 거들먹거릴지 보고 싶었다.김현민 역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그저 소문일 뿐이에요.”“그래요?”김예훈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김현민은 9대 국방부의 총사령관인 것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이 기세를 빌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굳히고 싶은 모양이었다.이대로라면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새로운 수장이 될지도 몰랐다.아니라면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라는 타이틀을 이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이순간 김예훈은 김현민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김현민은 한참동안 김예훈을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김예훈이 앞으로 나서서 그의 앞길을 막았다.“김예훈 도련님께서 따로 하실 말씀이 있나요?”김현민은 김예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이런 순간에 김예훈이 자신한테 무슨 짓을 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아무리 실력이 대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모든 사람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어지지 않는지 정신마저 해이해지는 느낌이었다.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 누구도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라이언 킹이 결국 뺨 한 대로 김예훈의 손에 죽을 줄 몰랐다.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진주·밀양을 종횡무진하는 홍성파의 고수가 이렇게 치욕스럽게 죽어버렸으니 말이다.김예훈은 뺨 한 대로 라이언 킹을 죽여버린 것도 모자라 홍성파의 체면마저 짓밟아버렸다.홍성파 부하들은 복수심에 심장이 들끓는 대신 그저 총을 쥐고 있는 손이 무지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다.어마어마한 한기가 불어와 온몸이 굳어져 눈 하나 깜빡하지도 못했다.“죽여! 죽여버리라고! 라이언 킹 님을 위해 복수해야지!”잠시 후, 그제야 반응한 진세은이 이성을 잃었는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이순간 자기가 인생을 망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사카모토 류이치도 죽고, 라이언 킹도 죽고, 타케이도 살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일련의 사건 때문에 진세은은 거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김예훈이 죽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만 했다.하지만 아쉽게도 홍성파 부하들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총구를 김예훈에게 조준하지도 못했다.아까 그 뺨 한 대에 넋을 잃고 말았다.진주·밀양 용전 사람들 역시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단한 줄 몰랐는지 믿기지 않는 표정을 하고있었다.이순간 그제야 김예훈이 왜 진주·밀양 용전을 접수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김서하를 물리칠 수 있었는지 이해되는 것만 같았다.뺨 한 대로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부들부들 떨고 있는 홍성파 부하들을 보고 있자니 진세은은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진세은은 총을 빼앗아 김예훈이 있는 곳을 향해 미친듯이 방아쇠를 당겼다.“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피융! 피융! 피융!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총알은 김예훈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고 모조리 그의 발밑에 떨어지고 말았다.김예훈은 서서히 다가가 진세은의 턱을 잡으면서 피식 웃었다.“봐봐. 총을 가
김예훈 뒤에 서 있던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도 일그러진 표정으로 총을 꺼내 홍성파 부하들을 겨냥했다.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열세에 처해있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하지만 진퇴양난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이들 역시 속으로는 김예훈이 너무 거들먹거린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홍성파가 용전처럼 도리를 따지고, 룰을 지키는 조직인 줄 아나 봐. 우리 몇 명으로 어떻게 홍성파를 제압하려고 그러는 거지? 말도 안 돼.’투닥투닥.공격을 주고받고 있는 사이, 라이언 킹은 갑자기 표정이 확 변하더니 몸에 지니고 있던 비수 하나를 꺼냈다.라이언 킹은 갑자기 추문성 발밑까지 굴러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비수를 내밀었다.아무 생각 없는 행동인 것 같았지만 추문성의 요충을 노리고 있었다.파란 불빛을 띠고 있는 비수에 찔리는 순간 추문성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비수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피 냄새가 맡아지기도 했다.일반인이 이런 상황을 맞이했다면 피하지도 못하고 무서워서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때,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이 동반자살을 택하면서 당도를 내리 찔렀다.만약 라이언 킹이 계속 추문성을 죽이는 것을 택한다면 똑같이 추문성의 당도에 의해 두 동강 날 것이 뻔했다.등골이 오싹해진 라이언 킹이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을 때, 그는 웃고 있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더니. 김예훈 저놈의 말을 듣고 목숨까지 내놓기로 한거야.’추문성이 동반자살을 택한다고 해도 라이언 킹은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홍성파 고수로서 매일 아무 걱정 없이 크루즈나 들락거리는 사람이 죽고 싶을 리가 없었다.다음 순간, 라이언 킹은 어쩔 수 없이 노리던 부위를 피해 비수로 추문성의 당도를 막았다.쨍!두 사람은 몸이 굳어져 버리더니 동시에 뒤로 튕겨 나갔다.“풉!”바닥에 떨어진 순간, 창백한 얼굴로 피를 토해낸 추문성과는 달리 라이언 킹은 피를 꾹 삼키면서 크게 숨을 내쉬었다.라이언 킹은 추문성 같은 젊은이를 상대로 양쪽 모두 크게 다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