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순간, 어마무시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휘둥그레 쳐다보는 와중에 기타가와 나오야는 뺨 맞고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뺨 앞에서는 기타가와 나오야가 자랑스러워하던 무술 실력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야마구치파 제자든, 토네이도 검술이든, 사무라이 정신이든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퍽!바닥에 널브러진 기타가와 나오야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 손에 단검을 쥐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앞으로 다가가 그의 뺨을 때렸다.기타가와 나오야는 비명을 지르면서 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고 말았다.쨕!“기타가와 가문의 도련님이라면서?”“야마구치파 제자라면서?”“토네이도 검술이 그렇게 대단해?”“사나이로서 치욕을 당할 수 없어?”김예훈이 쉬지 않고 뺨 때리는 바람에 기타가와 나오야는 얼굴이 피범벅이 되고 말았다.쨕!“내가 너한테 치욕 주는 게 뭐 어때서? 일본인 주제에 우리 대한민국에서 소란을 피워? 너희 뒤를 봐주고 있는 리카 제국에서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고개 숙이고 다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았어? 하찮은 실력을 갖추고 정말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기타가와 나오야는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면서 분노했다.그는 무술과 지혜를 겸비한 일본 젊은 층 중에서 1인자이자 야마구치파 검신의 제자라고 소문났다.검으로 거대한 바위를 두 동강 내기도 하고 날아다니는 파리를 검으로 베었다는 소문도 있었다.자기 실력에 자신감 넘치던 그는 젊은 층 중에서 절대적인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김예훈 앞에서는 반격할 기회도 없이 꼼짝하지도 못했다.제일 중요한 것은 김예훈이 화려한 기술을 사용한 것도 아니라 그저 뺨을 때렸을 뿐인데 방어할 힘조차도 없었으니 말이다.화려한 기술이라면 몰라도 뺨 맞고 이런 상태가 되어버렸으니 어떻게 반항해야 할지 몰랐다.평범해 보이는 뺨이었지만 전혀 막을 수가 없었다.“자, 대단한 분께서 말해봐. 무엇이 사무라이 정신인지.”김예훈은 또
“김 도련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기타가와 나오야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아까와는 달리 비참함의 극치였다.진작에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일본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자기 입을 막고 있었다.비록 김예훈이 무신 급 실력자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랑으로 여기던 기타가와 나오야가 무릎을 꿇는 순간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지고 말았다.“기회를 한 번 더 줘?”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래. 네가 그렇게 존경하는 사무라이 정신을 봐서라도 기회를 한 번 더 줄게. 가고 싶으면 손 한 쪽씩 내놓고 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사람은 반항해도 좋아. 그런데 결국에는 양쪽 손을 다 내놓아야 할 거야.”김예훈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일본인들은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시간을 1분 동안 줄게.”김예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추하린은 이미 앞으로 다가가 초를 재기 시작했다.“60, 59...”이에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기타가와 나오야는 온몸에 소름 끼치고 말았다.무릎 꿇으라면 꿇고, 개처럼 기어다닐 수도 있었지만, 양손을 잃기는 죽어도 싫었다.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두 손을 잃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기타가와 나오야는 상체를 곧게 세우고는 잠깐 망설이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김 도련님께서 무신 급 실력자이자 천하무적인 것은 알고 있지만 제 체면도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기타가와 가문의 도련님이자 야마구치파의 제자라고요. 그리고 일본 황실의 왕자와 공주랑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에요. 제 체면을 살려주시기만 한다면 이 은혜, 꼭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몸에 손대는 순간 건드리지 않아도 될 상대를 건드릴 수 있으므로 꼭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희 일본인은 언제나 은혜는 물론 원한을 꼭 갚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제 체면을 살려주시기만 한다면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저를 병신으로 만들어도 꼭 기억할 거고요. 오늘은 김 도련님의 상대가
기타가와 나오야는 키노시타를 욕하고 나서 진지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오늘 저녁은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 뺨을 때린 것으로 화가 풀리지 않았습니까? 이 일은 제가 더는 캐묻지 않을 것이니 도련님도 없었던 일로 하시고, 저희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 것입니다. 무릎 꿇고 있다가 도련님께서 가시면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기타가와 나오야는 합의를 보는 것처럼 김예훈을 진지하게 쳐다보았다.“지금부터 저희는 각자 갈 길을 가는 것이고, 다시 서로 몰랐던 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어떠신가요?”김예훈이 분풀이도 다 했겠다, 자세를 낮춰서 말하면 웬만하면 없었던 일로 해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몰랐던 때로 돌아가자고?”“무릎을 꿇고 사과까지 했는데 뭐 더 어떻게 하시려고요.”기타가와 나오야는 이를 꽉 깨물었다.“김예훈, 내 뺨을 여러 대 때렸다고 잘난 척하지 마. 내가 정말 본때를 보여주면 네가 어떻게 될지도 몰라. 비록 지금은 내가 너한테 손댈 수 없지만 너의 친척, 가족과 친구들은 장담하지 못해. 우리 기타가와 가문에는 다른 건 몰라도 사신은 많거든.”“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휴지로 손을 닦으면서 평온하게 말했다.“지금 생각이 바뀌었어.”기타가와 나오야는 자기 협박이 먹혔다고 생각했는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인당 양쪽 손을 다 내놓아야겠어.”현장에 있던 일본인들은 하나같이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이때, 추하린이 앞으로 나서더니 담담하게 말했다.“10, 9, 8...”이때, 기타가와 나오야는 더이상 무릎 꿇지 않고 벌떡 일어섰다.“내 뺨을 때리는 것 말고 뭐 더 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 내가 말해주는데 너...”빠직!바로 이때,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키노시타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기타가와 나오야의 두 손목을 꽉 잡았다.손아귀에 힘을 주는 순간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으악!”아까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기타가와 나오야는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꺅!”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참한 비명에 스파이들은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김예훈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추하린이 데려온 사람인 것은 알고 있었다.그 누구도 이제 막 독립하기 시작한 진주·밀양 용전이 이 정도로 막무가내로 나갈 줄 몰랐다.빠직!키노시타는 다른 사람들의 손목을 전부 부러뜨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손목마저 부러뜨렸다.그래도 체면이 있다고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까지 흘리면서까지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오는 와중에 키노시타는 부들부들 떨면서 김예훈 앞에 다시 무릎을 꿇었다.“김 도련님, 이제는 만족하시나요?”“괜찮네요. 이것이 바로 일본 사무라이 정신이죠. 앞으로 대한민국 사람을 만나면 고개를 숙일 때 숙이고, 무릎을 꿇어야 할때 제때 꿇으세요.”“감사합니다. 김 도련님.”비웃는 말에도 키노시타는 못 들은 척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김예훈은 후환이 생길까 봐 이들을 전부 다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핑곗거리를 찾지 못해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키노시타가 이 정도로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데 괜히 나서기도 뭐했다.이때 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람들 데리고 가주세요. 이제부터 저를 만나거나 제 사람을 만나면 복수할 생각하지 말고 비켜 가시기 바랍니다. 제 심기를 건드렸다간 기타가와 가문과 야마구치파를 없애버릴 수도 있으니까요.”키노시타가 씁쓸한 마음에 말했다.“알겠습니다.”“제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아마미네 토시로한테 여쭤보세요. 그 사람 제자들마저도 죽여버렸는데 기타가와 도련님이라고 살려둘 이유가 있겠습니까?”아마미네 토시로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김예훈이 누군지 생각났는지 키노시타는 움찔하고 말았다.‘용문당 회장 김예훈? 야마자키파를 부산에서 내쫓은 것도 모자라 사쿠라를 직접 죽인 사람이잖아. 후지산에서 무술을 연마하고있는 아마미네 토시로가 직접 부산에 가서 죽여버리겠다던 사람이 바로 이 악마였어...’이순간, 키노시타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아마미네 토시로마저 건드
추하린을 따라온 몇몇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바로 채지민을 잡아 바닥에 제압했다.아까 본 장면에 이들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추하린이 전주 자리에 오르게 된 과정을 떠올리면서 김예훈이야말로 진정한 최종 보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예훈이 있는 곳에서 아무도 추하린에게 시비 거는 사람이 없었다.일본인한테도 마구 총을 쏘는데 말 안 듣는 부하한테 총 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채지민은 발버둥 치면서 소리쳤다.“이거 놔! 놓으라고! 나도 피해자야!”하지만 아무리 소리쳐봤자 술집에는 스파이들만 있었지, 일반 고객은 없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추하린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둘 뿐 아무도 나서서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추하린은 냉랭한 표정으로 룸 입구로 걸어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켜보았다.기타가와 나오야가 맞이한 비참한 결말에 추하린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추하린이 담담하게 말했다.“모든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용전 본부와 홍성파 스파이분들, 안녕하세요.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부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맡게 된 추하린이라고 합니다. 이제부터 진주·밀양 용전은 독자적으로 운영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누구든, 뒤에서 누가 지켜주고 있든, 진주·밀양 용전 구역에서는 저희 규칙을 잘 따라야 할 것입니다. 특히 무법 지대에 계시는 분들은 옮고 그름을 잘 판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누구를 봐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법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돌아가셔서 저 추하린은 이런 사람이라고 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추하린은 담담한 표정으로 총을 꺼내 총알을 장전했다.그러고서 발버둥 치고 있는 채지민을 향해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피융!채지민은 경련을 일으키면서 믿기지 않는 표정을 한 채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추하린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
김서하의 꽃집에는 손님은 없이 온통 진주·밀양 도련님들이 모여있었다.김병욱이 핸드폰을 꽉 잡은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접한 소식인데 추하린이 진주·밀양 용전을 접수했다고 합니다. 기타가와 나오야가 처참히 짓밟힌 것도 모자라 키노시타도 두 손을 잃었다고 합니다. 지금쯤이면 처참한 모습으로 남기방을 벗어나는 중일 것입니다.”김병욱은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가장 중요한 자제 중의 한 명이었다.추하린을 타깃으로 함정을 제대로 파놓았는데 이대로 끝나버릴 줄 몰랐다.김서하는 젊은이들끼리의 대화가 궁금하지도 않은지 여유작작 꽃꽂이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 역시 오늘 이 사건 이후에 진주·밀양 용전의 주인이 정말 바뀔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추하린의 파죽지세에 진주·밀양 용전 안방마님의 자리가 위협받을 수도 있었다.맞은편에는 김현민이 평온한 표정으로 와인을 마시고 있었고, 그 옆에는 곽영현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도련님, 김예훈이 일본 야마구치파의 체면도 살려주지 않을 줄 몰랐네요.”“기타가와 나오야의 손을 빌어 김예훈을 죽이지 못한 것도 모자라 추하린에게 힘을 실어주기만 했네요.”“사모님께서 든든한 오른팔을 잃어버린 것이 유감일 따름입니다.”곽영현은 김서하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사모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장미꽃 가시에 손가락이 찔린 김서하는 흠칫하고 말았다.김서하는 손가락이 점점 피에 물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진주·밀양 용전을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지만 진주와 밀양 두 곳을 컨트롤할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는 곳이에요. 김예훈의 손에 넘어가든, 그 누구의 손에 넘어가든, 현민이 수장 자리에 오르기에는 어려울 거예요. 심지어 김예훈이 진주·밀양 용전을 무기로 저희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요.”김서하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김현민이 자신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한 부분은 전혀 탓하지 않았고, 그저 냉정하게 지금 상황
허씨 가문 앞에 차를 세워두고 집안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전화기 너머의 선재 스님은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말았다.김현민이 자신한테 했던 약속이 떠올라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현민 씨, 저한테 허씨 가문을 해결할 만한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요. 허순재 저 늙은 여우한테 섬라 3대 마승이 남겨둔 아기 귀신을 처리할 만한 사람이 필요한 거 아니겠어요? 이미 오륜 사찰의 장로님이자 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이신 저희 손도영 사부님을 모셨거든요. 저 노인네는 곧 처참하게 죽을 거예요.”“선재 씨, 조심해요.”김현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허순재가 유언장을 남긴 적 있는데 의외의 사고로 죽는 날에 모든 재산을 네명의 부인께서 공동으로 관리해달라고 적혀 있어요. 그리고 사망 후 3년 내 어느 한 가족이 죽어 나가든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했으니, 허순재는 죽되 가족 중에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야 할 거예요.”...진주·밀양 용전.김예훈은 창가에 서서 담담한 표정으로 빅토리아 항구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반 시간 뒤, 추하린이 들어와서 공손하게 인사했다.“잘 확인해 보셨어요?”김예훈이 흥미진진하게 묻자, 추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상대가 워낙 신비롭긴 했지만, 남긴 흔적들을 봐서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인 것이 틀림없어요. 하지만 이 흔적들이 증거로는 될 수 없어 누가 한 짓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고요.”“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라...”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진주·밀양 용전을 저희 것으로 만든 것도 안동 김씨 가문의 이익을 해친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김현민이 직접 나서는 것도 이상하지만은 않죠. 그리고 요 며칠 저희가 허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저희가 얼마나 꼴보기 싫겠어요.”추하린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도련님, 요 며칠 일단 밀양으로 돌아가시는 거 어때요? 지금 진주·밀양은 워낙 복잡해서 많이 위험한 것 같아서요...”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핸드폰
김예훈이 허씨 가문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풍부 박살이었다.비록 몇몇 보디가드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들 역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집안 전체를 헤집고 다니는 미친 보디가드들 때문에 분위기는 말도 아니었다.“얼른 오륜 사찰에 도움을 청해보세요!”“이번에는 셋째 도련님께서 쓰러지셨다고요!”“병원에서 모셔 온 의사 선생님들도 속수무책이었어요.”“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큰일 났어요. 넷째 도련님께서도 기절하셨어요!”“이쪽에도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아요!”전체 허씨 가문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허씨 가문 가족들 외에 하인들과 보디가드들도 하나둘씩 맥없이 쓰러졌다.허씨 가문 가족들을 우선으로 살리는 바람에 하인들과 보디가드들은 한쪽에 내팽개쳐지고 말았다.심각한 표정의 김예훈은 급하게 사람을 살리는 대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조사 쪽을 쳐다보았다.음기가 가득한 것이 불길한 징조였다.‘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라는 사람이 대단하긴 하네.’“사부님! 저희 엄마 좀 살려주세요!”김예훈이 거실에 도착했을 때, 허유주가 눈물범벅으로 휘청거리면서 달려왔다.김예훈은 흥분한 허유주를 무시한 채 혼란에 빠진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소파 위에는 허순재의 넷째 아내인 황수련이 고귀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있었다.그녀는 얼굴이 시커먼 것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입에 거품이 가득했다.옆에 있던 의사 선생님들은 갖은 방법을 다 시도해 보았지만 여전히 속수무책이었다.김예훈은 황수련을 보자마자 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수 있었다.음기가 체내에 흡수된 것도 모자라 심장에까지 파고든 것이다.황수련에 대해 별로 호감은 없었지만, 허순재가 없을 때는 허씨 가문에서 신분이 가장 높은 사람이 황수련이었기 때문에 두말없이 의사 선생님들을 밀어내고 자기 검지를 물어뜯어 흘러내리는 피를 황수련의 이마에 떨궜다.전쟁터에 오래 몸 담그고 있었던 김예훈의 몸에서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살기는 바로 음기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었다.이마에 피가 똑 떨어지는 순간, 황수련은 상
“쓰레기”라는 세 글자에 김서하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김예훈 씨, 당신 말 대로 우리 모두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당신이 반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확실하게 현민이 잘못이 맞으니 제가 돌아가면 반드시 단단히 교육시켜서 직접 사과하게 할게요. 그러니 김예훈 씨도 성의를 보여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우리 모두 오해를 풀고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필경 현민이도 그렇고 김예훈 씨도 모두 큰 일을 할 사람인데 이렇게 싸우면 다른 경쟁자들에게만 좋은 일이 되는 거잖아요.”김예훈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의를 보여달라고요? 그럼 먼저 멀리도 말고 바로 어제 용문도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야밤에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와서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말로는 오해를 풀자고 하면서 매번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심지어 저를 박연서 사모님 댁으로 가게 만든 것도 당신들이 꾸민 거잖아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낯선 전화번호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삑!”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김서하는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이 메시지는 누가 보낸 건가요?”김서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김현민의 부하일 거라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만약 정말로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안동 김씨 내부에 김현민을 죽이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순간 김서하는 오늘 자기가 직접 김예훈을 찾아온 것은 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비웃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이쯤 되면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이 메시지는 당연히 김현민이 보낸 것이고 저를 임수민 구하러 가게 해서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게 하려는 계획이었잖아요. 당신들이 박연서 사모님의 손을 빌려 저를 죽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저의 손을 빌려 박연서 사모님을 어떻게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어찌 됐든 당신들의 계
“사모님이 초대하시는데 제가 왜 거절하겠어요?”김예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김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김서하가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고 싶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고 안전벨트를 했다.김예훈이 차에 타자 김서하는 가볍게 웃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페라리 488은 자신의 존재를 뽐내며 맹수와 같이 순환고속도로를 향해 질주했다.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김예훈이 고개를 돌려 김서하에게 물었다.“사모님, 정말로 저와 함께 비를 구경하면서 드라이브하려고 오신 건 아니죠? 저는 사모님과 함께 비 구경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그러니 이제 솔직하게 말씀하시죠.”김서하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김예훈 씨가 우리 넷째 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서요. 그리고 그 대가로 조건을 걸었다고 들었어요.”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모님, 역시 소식이 빠르시네요. 저의 조건이 무엇인지 아시는 것 같은데요. 그건 바로 김현민을 양자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거였어요.”김예훈의 말에 들은 김서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주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실제로 그 조건 때문에 김현민은 정정당당하게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가 될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그야말로 사람을 죽이고 마음마저 짓밟는 격이다.“김예훈 씨, 잘 모르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안동 김씨 가문의 일에 간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김서하가 계속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현재 권력 교체의 중요한 시기예요. 외부 사람들에게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엄청 치열하거든요. 아무리 진주·밀양 두 도시의 거물이라 할지언정 안동 김씨 가문의 싸움에 끼어들면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혼자서 거기에 끼어들겠다는 건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김서하는 말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았다.그녀의 오른쪽 다리의 치맛자락이 살짝 흩날리더니 보는 사람이 섬뜩할 정도로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김서하의 적나라한 유혹
“내가 김예훈을 설득해 볼게. 그런데 계속해서 제멋대로 행동하면 죽여버릴 수밖에.”김서하는 어떻게든 김현민을 수장 자리에 앉히고 싶었다.비록 큰 피해를 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양보하기만 한다면 진주·밀양 용전을 내놓을 마음도 있었다....시즌 호텔.하늘에서는 가랑비가 쏟아졌고, 호텔 전체가 안개에 휩싸이고 말았다.토요타 프라도에서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가려던 김예훈 뒤로 갑자기 자동차 경적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그의 앞에 페라리 488 한대가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가면서 백옥과도 같은 아름다운 얼굴에 샤넬 드레스를 입고 구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요정 같은 얼굴이 보이자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상대는 바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서하였다.갑작스러운 등장이 놀랍긴 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김병욱이 이 큰일을 꾸민 걸 보면 무조건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재조사하려는 것을 김현민에게 알려줬을 것이고, 이 타이밍에 김서하가 찾아온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것은 싸우러 총이나 칼을 들고 온 것이 아니라 홀몸으로 찾아왔다는 것이다.김예훈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의외였다.김서하도 의문스러운 그의 표정을 감지했는지 핸들을 잡고 창가에 기대어 김예훈을 향해 피식 웃었다.“김예훈 씨, 저랑 대화 좀 나눌까요? 비 오는 날 고속도로 풍경이 꽤 볼만한데 한번 보실래요?”침착하고 여유로운 표정, 무심하면서도 약간의 유혹이 담겨있는 말투였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이 둘이 꽤 괜찮은 사이라고 오해할 만도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두 손을 창문에 갖다 대면서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사모님, 제 기억이 맞는다면 저희 둘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가요? 그것도 깊은 원한이 있는 그런 관계 말이에요. 언제부터 저희가 비 오는 날 같이 드라이브하는 사이가 된 거죠? 말도 안 되잖아요.”김예훈은 그녀의 손에서 진주·밀양 용전을 빼앗아 왔는데 자신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
김서하는 김현민의 말을 듣고서야 조금씩 차분해지기 시작했다.“맞아. 그깟 임수민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을거야. 그런데 이런 사람을 살려두는 건 위험 요소가 될 수밖에 없어. 기회를 봐서 일본인한테 처리해달라고 해.”김서하는 단 한마디로 임수민의 생을 마감시켜 버렸다.바로 이때, 김병욱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구석에 가서 전화를 받더니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지기 시작했다.이어 그는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김현민한테 말했다.“도련님, 큰일 났어요. 방금 별장에서 전해온 소식인데 박연서 사모님께서 1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하네요. 김예훈이 설득하기도 했고, 임수민의 증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높아요.”쨍그랑.김서하는 표정이 다시 창백해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김현민도 표정이 변하면서 앞으로 걸어가 무릎 꿇고 있는 김만태를 발로 걷어찼다.“이런 병신. 너 같은 병신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 안 돼.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게 해서는 안 돼.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다 죽을 수도 있고 나까지 수장 자리에 앉지 못할 수 있어.”김서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현민아, 흥분하지 마. 그때 그 사건 흔적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어. 박연서가 아무리 대단해도 증거를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 거야. 어차피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다 죽었어.”김서하는 이어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곽영현 일행을 쳐다보았다.필요하다면 이 사람들도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김현민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다 내가 신뢰하는 부하들인데 아쉽더라도 정말 죽여야 하는건가? 하지만 정말 그랬다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도 지킬 수 없을텐데?’다음 순간, 김현민은 억지로 냉정을 취하면서 말했다.“고모, 저희끼리 알고 있는 건 괜찮을 거예요. 기껏해 다 같이 잘되거나 다같이 망하는 거겠죠.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어차피 다 죽었는데 아무것도
“비록 10년이나 지난 사건이긴 하지만 밝히려고 하면 분명 단서가 보일 거예요. 굳이 증거가 필요할까요? 제가 증거를 보여주면 안동 김씨 가문 수장님이 과연 믿어줄까요?”박연서의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 도련님, 오늘은 이만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빨리 답변드릴게요. 만약에 진짜라면 그 조건이 아니더라도 김현민은 절대 수장 자리에 앉을 수 없어요.”김예훈은 일어나 연락처를 남긴 후에 추하린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김윤후 등은 휘둥그레한 모습으로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들은 김예훈이 뺨 몇 대와 말 몇 마디로 안동 김씨 가문, 심지어 진주·밀양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퍽.김예훈이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떠났을 때,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한 건물에는 김서하가 일그러진 얼굴로 테이블을 내리쳤다.안동 김씨 가문에 심어놓은 스파이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현민, 네 부하들은 어쩜 다 병신들밖에 없어. 어떻게 임수민 그년한테 우리 대화 내용을 듣게 할수 있냐고. 심지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에 들어서게 하다니. 걔가 박연서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었다는 거 몰라? 그년이 살아있기만 하면 들은 거 전부 다 박연서한테 전할 거라고. 그때되면 네가 수장 자리에 앉는 것도 문제일 거야. 김현민, 요즘 너무 편해서 그래? 아랫사람도 잘 간수하지 못할 정도로?”김병욱, 곽영현, 남지훈은 맞은편에 서서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김만태는 무릎 꿇고 바닥에 머리까지 박으면서 말했다.“사모님, 제 잘못이에요.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쫓아갔다면 그년을 죽였을 거예요. 그러면 김예훈과 추하린이 기회를 틈타 별장으로 몰래 들어갈 일도 없고요.”“고모, 그만 탓해요.”김현민은 김서하에게 차를 건네면서 웃으며 말했다.“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임수민 그년이 중요한 순간에 박연서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만태도 최선을 다했어요
“멈춰. 아무도 움직이지 마.”바로 이때, 다시 평온을 되찾은 박연서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일어났다.“김 도련님께서는 지금 내 병을 치료하는 중이야. 너무 무례하게 대하지 마.”김윤후가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이 새끼가...”“괜찮아. 정말 내 병을 치료해 주는 중이니까.”박연서는 처음에는 김예훈이 건방지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검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순간 그녀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표정이 훨씬 편안해 보였다.김윤후 등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맨날 우울하고 차갑기만 하던 사람이 이제야 되살아난 것 같네. 그래. 바로 이래야지.’김예훈이 뺨으로 박연서의 가슴 한쪽에 고여있던 묵은 피를 뚫어낸 것이다.이건 또 무슨 치료법이람?김윤후 등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진주 10대 명의, 유럽 의학 대가, 일본 왕실 어의도 속수무책이었는데 이 김예훈이라는 놈이 뺨으로 바로 해결했다고? 믿을 수가 없어.’“사모님, 제가 뺨으로 사모님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분노를 깨워드린 거예요. 10년 동안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것을 토해내게 한 거죠. 앞으로 한 달 동안은 편히 잠들 수 있을 거예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려 매일 밤 아들을 잃었던 그날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닦았다.“그런데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박연서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훨씬 개운해진 느낌이었다.이순간 그녀는 더 이상 김예훈을 의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젊은 나이에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 되고, 경기도 토박이인 이일매, 김병욱을 하룻밤 사이에 해결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요. 전에는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조건을 들어줄게요.”박연서의 말에 보디가드들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김예훈의 조건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곧 피바람이 불 것임을 의
얼굴이 창백해진 박연서는 잠시 후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대단한 분이시네요. 김 도련님께서 알아차렸다면 굳이 저도 숨기지 않을게요. 10년 전 저한테 아들이 있었던 건 맞지만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이 세상을 떠났어요. 이것이 바로 저를 우울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죠. 그동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이 일을 언급한 적도 없는데 김 도련님께서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물을게요. 제 병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제 아들을 돌려주기라도 할 거예요?”박연서는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아들이 다시 살아나야만 이 병이 나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아니면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제 요구만 들어주시면 그 병을 치료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박연서는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천천히 말했다.“제가 요구를 들어줬는데도 해결하지 못하면요?”“사모님께서 동의하기만 하면 무조건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제가 무슨 능력으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인 사모님을 속이겠어요. 아무튼 아무도 치료할 수 없는 병인데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요?”박연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 도련님, 이 조건을 들어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요? 제가 김현민, 심지어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과 등을 돌리는 거나 다름없어요. 즉 이 세상과 등지는 거죠. 제 병을 치료해 줄 수 있다고 해서 제가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할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절대 후회하게 안 할 자신도 있고요.”박연서는 잠깐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그 조건을 들어주긴 하겠지만 효과가 있는지부터 봐야겠어요. 제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아니면 며칠동안 먼저 조용히 쉬고 있을까요?”“필요 없어요.”김예훈은 고개를 흔들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박연서의 뺨을 때렸다.쨕!뺨
박연서의 명령에 보디가드들은 잠시 망설이다 하나둘씩 주저하며 총을 내려놓았다.그들은 한편으로는 박연서의 안전을 지키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어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김 도련님이라고 하셨죠? 미안해요. 저희 윤후가 너무 충동적이었죠? 착한 아이예요. 저를 보호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이때 박연서가 표정이 좋지 않은 김윤후를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김윤후, 얼른 김 도련님께 사과해.”김윤후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저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외부인이 김 도련님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요...”박연서는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있다면 있는 거야. 얼른 사과해!”김윤후는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어렵게 앞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김 도련님, 죄송해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후 씨도 사모님을 보호하느라 그런거 알아요. 윤후 씨를 탓할 마음 없어요. 그런데 아랫사람으로서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는 성격이 좋아서 이대로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윤후 씨는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요.”원래 불만이 많았던 김윤후는 김예훈이 방금 자신을 쉽게 제압한 장면이 떠올라 눈꺼풀이 떨렸다.아무리 김예훈의 나이가 어려 보이고 사기꾼처럼 보인다고 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총격전에서 임수민을 구한 것도 모자라 박연서 앞에서 소신 있게 할 말을 다 하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사람인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최소한 진주·밀양에서 김현민 외에는 박연서 앞에서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젊은이는 없었기 때문이다.“아랫사람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도 있죠.”박연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제가 대신 사과의 말씀을 드릴게요.”“괜찮습니다.”김예훈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의 잘못도 있죠. 의사도 아니면서 치료해 드릴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믿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죠.”박연서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쳐다보면서 김예훈에게 앉으라
두둥!김예훈이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모든 사람의 얼굴이 변하고 말았다.몇몇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보디가드들도 하나같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들은 앞으로 걸어 나와 김예훈의 이마에 총을 갖다 대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이런 제기랄. 도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우리 사모님과 김현민 도련님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야. 그리고 어떻게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서 치료해 주겠다고 할수 있어? 얼마나 많은 의사가 속수무책이었는지 알아? 머리털도 제대로 안 자란 놈이 우리 사모님을 치료해 주겠다고? 어디서 잘난 척이야.”그는 김예훈이 박연서의 심리 질환을 알아채서 놀라운 모양이다.하지만 그래도 김예훈이 이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누군가 시켜서 일부러 박연서와 김현민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로 보였다.이곳이 피를 보면 안 되는 박연서의 휴양지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이 새끼가. 여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여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이라고. 이곳에서 헛소리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이나 해봤어? 눈치 있는 사람이면 얼른 사모님께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어떻게든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이순간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보디가드는 탑 장병급 실력자로 보였다.김예훈은 박연서의 보디가드마저 탑 장병급 실력자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박연서의 신분으로 탑 장병급 실력자를 보디가드로 들이는 것도 정상이었다.계속 기운을 모으는 중이던 보디가드는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이 사과하지 않거나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총을 쏠 기세였다.이때 김예훈은 총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팅.탑 장병급 실력자인 보디가드는 반응할 틈도 없이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고 총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그는 깜짝 놀라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이 전부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그리고 그가 다른 행동을 취하기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