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충식과 청현 도장은 김예훈을 보자마자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이들이 지금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바로 김예훈이였고 저승사자보다도 더 무서워했다.한 사람은 모든 권력을 빼앗겼고, 한 사람은 김예훈의 뺨 한 대에 날아간 사람이다.이 두 사람은 김예훈 앞에서 잘난 척할 수가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인사 겸 고개를 끄덕이자, 우충식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우충식은 이를 꽉 깨물면서 용준하를 향해 말했다.“준하야, 방금 내 이름을 이용해서 사기 치는 사람이 있다며?”“네! 바로 저 여자예요...”용준하가 사실대로 대답했다.짝!우충식은 갑자기 용준하의 뺨을 때려 날려 보냈다.“내가 무슨 이용 가치가 있다고 그래! 그저 평범한 바지 부회장일 뿐인데! 저 귀하신 분이 내 이름을 이용하는 게 어때서! 내가 안 된다고 말한 적 있어? 왜 맨날 호들갑이야. 왜, 저 여성분을 어떻게 해보려고? 어울린다고 생각해?”우충식은 직접 용준하의 뺨을 열몇 대 때린 후 발로 걷어차 버리고는 식은땀을 닦으면서 조효임에게 인사했다.“조효임 씨라고요? 저의 불찰로 저희 부하가 실수를 범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우충식은 청현 도장과 눈을 마주치고는 처량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김예훈이 있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더군다나 김예훈이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우충식과 청현 도장은 그의 신분을 밝힐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이 둘이 부리나케 달아나는 모습을 본 변우진은 뒷짐을 쥐더니 비웃기 시작했다.“저분이 부산 용문당 부회장님이세요? 제가 용문당을 너무 높이 평가했나 봐요. 기회 되면 새로 부임한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랑 한판 붙어봐야겠어요. 저한테 회장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데!”변우진의 그럴싸한 말에 강남미인들은 수줍은 듯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변 도련님, 정말 대단하세요. 어떻게 저렇게 두꺼운 병풍을 한 방에 부러뜨릴 수가 있어요?
하은혜는 조효임이 이렇게 밀어붙일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변우진이 싫긴 했지만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바로 거절한다면 조효임의 체면이 깎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효임 씨, 제가 효임 씨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선후 순서를 따지자면 제가 먼저 김 도련님께 부탁한 거라 갑자기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변 도련님은 부산 용문당 부 회장님께서도 체면을 세워 드리는 대단한 분이신데 저같이 평범한 사람을 경호했다가 신분이 깎일 수도 있어요! 저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요! 그러니까 김예훈 씨가 저를 24시간 밀착 경호하면 될 것 같고 변 도련님은 뒤에서 그저 지켜봐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작은 일은 김예훈 씨가 나서면 되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변 도련님께 부탁드릴게요. 페이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변 도련님 몸값의 두 배로 지급해 드릴게요! 저의 자그마한 성의니까 사양하지 말고 받으시기를 바랍니다.”하은혜는 변우진의 보호를 거절하는 한편 조효임의 체면도 세워주면서 변우진이 난처해지는 상황도 피면했다.하는 말 하나하나, 하는 행동 하나하나 꼬투리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현명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변우진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게 되었다.‘내 실력이 이 정도로 강한데 은혜 씨가 왜 내 품에 와락 안기지 않지?’하지만 상대방이 우수한 사람일수록 그의 도전정신을 일으켰다.이럴 때일수록 강제적으로 밀어붙였다간 그녀의 불만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나기로 했다.“은혜 씨는 제가 성심성의껏 보호해 주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저 뒤에서 지켜봐 달라고 했으니 은혜 씨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페이는 안 주셔도 됩니다. 은혜 씨라서 제가 이러는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몇백억 원을 준다고 해도 저한테 부탁할 자격을 드리지 않았을 거예요!”실력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몇백억 원이나 되는 페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고 몇몇 강남미인들은 그가
조효임은 김예훈의 얼굴이 창백해진 것을 보고 아까 변우진과 힘겨루기하다가 지쳐서 보디가드 하겠다고 한 걸 후회하고 있는 줄 알았다.그녀는 김예훈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꾸짖었다.“김예훈, 우리 아빠가 너한테 몇 번이나 말했는데. 사람은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왜 자꾸 흘려듣는 거야? 굳이 보디가드 하겠다고 하는데 말리지 않을게. 미리 말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발 벗고 나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거야. 은혜 씨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다간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김예훈이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곁에 있는 이상 은혜 씨한테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전에 오산 그룹에서 이미 내 실력을 증명해 줬잖아?”조효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정말 어이가 없네. 그 두 번 모두 우 도련님께서 해결해 주신 거잖아. 네가 오산 그룹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준 거잖아! 그런데 그 공을 자신한테 돌려? 정말 염치가 없네!”김예훈이 어깨를 들썩였다.‘우지환이 또 나를 도와준 건가? 어떤 천성을 지닌 사람인지 이제야 알겠네.’“우 도련님께서 이미 이 사실을 알려줬으니 말 한마디 전해줄래? 대단히 감사하다고?”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조효임은 그의 말속에 비웃음이 가득하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김예훈의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하은혜를 봐서라도 참기로 했다.“효임 씨, 김예훈 씨는 원래 말을 가려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하은혜는 조효임의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은 모습에 급히 김예훈을 말렸다.아까 잠깐 사이 하은혜는 이미 김예훈과 조효임이 어떤 사이인지 확인했던 것이다.그래서 굳이 김예훈이 조씨 가문과 다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은혜 씨가 대신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조효임이 한숨을 내쉬었다.“사과해야 할 사람은 저인 거죠! 비록 은혜 씨가 김예훈 어느 부분을 맘에 들어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김예훈과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라 쟤가 어떤
김예훈은 좋은 의도가 담겨있지 않은 이 모임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하은혜가 응대할 필요가 없었다면 이미 그녀를 데리고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그는 사방을 둘러보다 위험 요소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절밥을 배급받으러 갔다.“김 도련님!”“회장님!”김예훈이 자리에 앉았을 때,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우충식과 청현 도장 2인이 김예훈의 옆으로 다가와 예의를 갖췄다.부산 상류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이 두 사람은 김예훈 앞에서 고개도 쳐들지 못했다.자세히 쳐다보면 이 두 사람의 얼굴에 뺨 자국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얼음찜질했어도 그래도 눈에 띌 정도였다.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담담하게 물었다.“왜요? 두 분 저한테 복수하러 오신 거예요? 어제 일에 대해 불만 있어서 제가 혼자 남겨진 틈을 타 복수하시게요?”김예훈의 말에 우충식과 청현 도장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우충식이 먼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회장님, 농담도 참. 어젯밤 일에 대해서는 100% 받아들이는 바입니다. 다른 불만은 없습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한 룸을 향해 찻잔을 던졌다.빠직!문이 부서지고, 안에 있던 우충식의 열혈 충신들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다른 불만은 없으시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열고 있는데, 저를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요? 이래도 불만이 없으세요?”우충식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회장님, 아닙니다. 오늘 저희가 모인 이유는 어떻게 회장님께 사과드려야 할지 얘기 중이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맹세합니다. 오늘부터 저희는 회장님께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아 일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사과했고 현아 엄마도 인맥을 동원하여 진주에 있는 큰 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치료를 위해 직접 전남산 어르신도 모셨고요. 그리고 오늘부로 현아는 저희 우씨 가문에서 제가 속해있는 일맥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되었습니다. 저희 일맥에서는 제 말보다도
심지어 우충식의 태도를 봤을 때 김예훈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볼 수 있었다.김예훈은 이제부터 부산 용문당의 회장이었기 때문에 우충식의 미래는 김예훈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우 부회장님께서는 다른 능력은 없어도 사태 파악은 잘 되나 보죠. 정말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셨으니, 현아를 봐서라도 기회 한 번 더 드릴 테니 소중히 여겨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은 우충식이 자신을 무서워하고 존경스러워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는 점 이외에 부상 하나 없이 견청룡을 죽이고 이곳에 서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부산 6대 세자 중의 한 명인 견청룡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봐도 김예훈의 실력이 충분히 설명되었다.김예훈은 눈치 빠른 우충식을 비웃는 대신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회장 자리를 빼앗아 간 사람한테 마지막 자존심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청현 도장은 꼬리를 내린 우충식을 보고 따라서 공손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전에는 제가 너무 잘난 척했습니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보잘것없는 능력을 믿고 도련님께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온 하루 반성한 끝에 사죄드리는 의미에서 청현 사찰의 50% 지분을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우 부회장님께 뵙자고 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습니다!”청현 도장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처음에는 불쾌한 마음에 우충식과 어떻게 복수할까 상의하려고 했다가 우충식이 저렇게 무릎 꿇는 모습을 본 순간 자존심을 굽혀야겠다고 생각했다.김예훈과 한배를 타면 나중에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늙은 여우 같은 청현 도장의 공손한 태도에 피식 웃더니 말했다.“도장님, 너무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싸우면서 정든다지 않습니까. 도장님께서 지분을 넘겨주겠다고 하셨는데 공과 사는 구분해댜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계약서 하나 작성하는 거 어떨까요? 저한테 청현 사찰 51%의
김예훈은 이 몇 가지 요리를 맛보고는 찻잔을 들다가 비서를 힐끔 쳐다보았다.차가운 눈빛에 비서는 온몸이 굳어져 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김예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무슨 헛소리를 했다간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잘 알고 있었다.우충식과 청현 도장이 공손하게 김예훈에게 음식을 집어주는 장면에 비서는 깜짝 놀랐다.비록 김예훈이 어떤 신분을 갖고있는지 몰랐지만 우충식, 청현 도장 같은 사람이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고 있는 걸 보니 충분히 설명된다고 생각했다.이 순간 그녀는 아까 우충식과 청현 도장이 변우진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 아니라 김예훈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그래서 결국 오늘 본 이 장면을 비밀로 간직하리라고 다짐했다.비서와 같이 가난을 증오하고 돈과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어느 만큼 보잘것없는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강약약강, 약자는 처참히 짓밟고, 정작 강자에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서 건드리지도 못했다.그렇게 하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식사를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을 때, 조효임 등도 이미 식사를 마친 뒤였다.비록 식사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지만, 변우진의 상기된 모습을 보니 이 사람들이 얼마나 비위를 맞춰줬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흩어질 때도 하은혜는 여전히 변우진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고, 김예훈만 붙잡고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변우진은 표정이 어둡긴 했지만 애써 괜찮은 척 조효임의 차에 올라탔다.조효임은 유명세를 탄 이후로 차량을 핑크 레드 컬러의 롤스로이스로 바꿨다. 대출을 받아서 샀는지, 임대했는지는 몰랐다.김예훈은 그녀의 집안 형편을 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차 안, 김예훈은 하은혜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변우진 씨라는 사람은 어떻게 된 거예요?”하은혜는 이쁜 코를 찡긋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총사령관님께서 직접 저를 보호하라고 보내신 사람이라는 거 잊으셨어요? 저를
뒤에 멀지 않은 곳에서는 흰색 렉서스 LX570 한대가 무난하게 달리고 있었다. 가끔은 앞에서 달리다 가끔은 뒤에서 달리고 있어 그 목적을 읽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시종 하은혜의 BMW 차량 주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김예훈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은혜 씨, 요 며칠 심씨 가문에서 은혜 씨를 건드리지 않았던 이유가 혹시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던 거 아닐까요? 심씨 가문의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인 것 같네요.”하은혜도 곁눈질로 뒤를 확인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심씨 가문은 비밀 조직한테 협박받고 있어 마음대로 집 밖을 나서지 못할 거예요. 심옥연이 집 밖을 나서려고 해도 보디가드 수십 명과 동행해야 할거예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저를 잡으러 사람을 보냈겠어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서울에 있는 그 분을 모셔 온 거예요?”하은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대표님, 혹시 심씨 가문을 노리고 있는 비밀 조직이 어느 조직인지 알고 있으세요?”“어느 조직인데요?”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예전에는 어떻게 불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독사파로 불리고 있다는 것만 알아요.”김예훈이 사색에 잠기더니 잠시 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독사파요?”“네. 바로 독사파라고...”김예훈은 태양혈을 만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글쎄 심씨 가문에서 이 조직을 무서워한다 했어요. 세계 최대 킬러조직보다는 못해도 비밀스러운 조직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소문에 의하면 그 전신이 20년 전 대한민국 3대 킬러조직인 승냥이 파라고 알고 있어요. 심씨 가문은 큰 화를 입겠네요. 킬러 랭킹 3위인 남진서를 어머님을 보호하라고 보내긴 했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백 프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요.”하은혜가 담담하게 답했다.“알아요. 그래서 심씨 가문에서 방호철 도련님을 모셔 온 게 아닐까요...”...김예훈이 태양
“종주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이분들은 모두 방 도련님의 사람이기 때문에 방 도련님 한마디 말씀이면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어느 정도 능렸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곳은 경기도가 아니라 부산입니다. 그 사람의 관할이 아니라고요. 방 도련님께서 명령만 내려주시면 저희가 감쪽같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랄지라도...”사쿠라는 분명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말투에 살기가 가득했다.방호철은 무슨 애지중지하는 보물을 대하듯 사쿠라의 아리따운 얼굴을 쓰다듬더니 한참후에야 입을 열었다.“너희 일본사람들은 이 몇해동안 한국에서 배운 것이 없나봐? 매일같이 너희들 손에 사람이 죽어 나가는구나. 그게 무슨 재미야? 사람을 죽이기 전에 해야하는 일이 뭔진 아니? 철두철미한 계획... 마치 술래잡기처럼 상대방을 피말려 죽이는 거지. 알겠어?”사쿠라는 살짝 고개를 쳐들고 고분고분 말 잘 듣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방호철은 피식 웃고 말았다.“내가 너 어떤 부분을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줄 알아? 분명 부산 용문당 회장 자리에 앉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견청룡을 위해 복수하고 싶겠는데 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는 거야. 이 점은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나아.”사쿠라도 피식 웃었다.“방 도련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방호철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사쿠라의 머리를 잡고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중요부위에 가져다 댔다.사쿠라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그의 수요를 만족시켰다.방호철은 표정 하나 변하지않고 멀지 않은 곳에서 달리고 있는 BMW 차량을 우두커니 쳐다보면서 손짓했다.그러자 렉서스 LX570 차량이 그 자리에서 유턴하여 반대방향을 달렸다.열심히 방호철을 위해 복무하던 사쿠라는 소리소문없이 누군가에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금정산 아래. 차가 막히는 까닭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하은혜와 김예훈은 운전기사한테 한적한 시골길로 가자고 했다.퍽!1km로 채 달리지 않았을 때, 자동차 앞뚜껑에 무언가 떨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