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유나는 자신이 김예훈을 미워해야 할지 감사해야 할지 몰랐고, 이 순간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평생 의학에 심취한 이 여신은 처음으로 한 남자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유나는 더욱 매력적이고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네가 감히 나를 때려? 여기가 내 구역인 거 몰라?"지원은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따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김예훈은 빙그레 웃으며 걸어가 지원의 목을 잡고 그를 조금씩 들어 올렸다."너… 너 뭐 하는 거야? 놔! 이거 놔!” 목이 걸린 탓인지 치밀어 오르는 기혈에 정신을 잃은 지원은 조금 진정이 되었고 이 순간 참지 못하고 꽥꽥 소리를 질렀다.한편 유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안 돼요. 흥분하지 마세요."김예훈은 유나를 곁눈질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사람은 그냥 불량배이고 쓰레기예요. 만약 오늘 내가 마침 오지 않았다면, 당신은 이 사람에게 유린당했을 뿐만 아니라, 이 일로 당신을 협박하여 이 사람의 노리개로 만들었을지도 몰라요. 이런 사람은 인간쓰레기, 불량배, 개자식도 못한 사람인데, 당신이 지금 나를 말려요? 당신이 착한 마음인 건 알겠지만, 어린 동생, 가끔 착한 마음과 어리석음은 종이 한 장 차이예요.”안색이 살짝 붉어진 유나는 연한 핑크색 입술을 깨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너… 아직도 안 놔! 내가 경고하는데, 만약 너 감히 나를 손가락 하나 건드리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다…" 지금 지원은 바보처럼 발버둥 치면서 김예훈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자신은 어쨌든 병원의 부원장이고, 권세는 병원에서도 하늘을 찌르고 지위가 높으며, 얼마나 많은 상류사회 사람들이 자신에게 부탁을 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놈이 감히 자신에게 이럴 수 있는가? 죽을 놈! 정말 죽을 놈이다!지금 지원의 머릿속에는 김예훈이
이때 사무실 문이 살짝 열리면서 마침내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서 의료진들이 이쪽의 움직임을 보고 벌써 당황한 표정으로 경호팀장을 불러들였다."무슨 일이에요? 뭐 하는 거예요? 우리 원장님을 놔요!"경호팀장 손철수가 사람을 데리고 빠르게 달려왔다.손철수를 보자 지원의 부어서 돼지머리 같은 얼굴에 웃음이 나왔다. 그는 몸부림치면서 한편으로 날뛰며 김예훈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너 이제 죽었어!"이어 그는 손철수를 향해 소리쳤다. "빨리! 빨리 이놈 잡아서 경찰서로 보내!""또 너 이놈이구나?"손철수는 김예훈이 바로 전에 그를 발로 걷어찼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았고, 지금은 흉악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가 그를 잡으려고 했다.“이 자식아, 넌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손용석의 동생이다. 감히 내 앞에서 까불어! 내가 오늘 너를 죽여버릴 거다!"손철수가 말을 하면서 "팍" 하고 방문을 닫고 품에서 과일 나이프를 더듬어 꺼냈으며 얼굴이 흉악했다.김예훈은 고개를 돌리기도 귀찮아서 담담하게 말했다: "손용석이 다 죽었는데, 너는 아직도 여기서 날뛰고 있다니 언젠가 얻어맞아 죽어도 모르는 데 두렵지 않아?"손철수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우리 형님이 죽었다고? 우리 형님은 남해시 진정한 형님인데, 형님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휴대폰에서 귀에 거슬리는 벨 소리가 울렸다.손철수는 힐끗 쳐다보더니 바로 냉소했다.”너 감히 우리 형님이 죽었다고 해? 봐봐. 형님이 전화왔잖아?"그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보여주었으며 화면에 '손용석'이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떴다.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손철수는 득의양양하게 스피커를 누르고 공손하게 말했다.”형님…”휴대폰 저쪽에서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 철수 형님... 빨리 도망가요. 큰 형님이 오정범에게 살해당했어요... 우리 망했어요. 우리 다 망했어요... 아...""두두두..."처절한 비명과 함께 전화가 끊겼고, 조금 전
이를 생각하자, 손철수는 공손한 얼굴로 김예훈을 향해 몸을 굽히고 말했다. "양반 선생님, 재밌게 노세요.""아직도 안 꺼져?"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퍽."손철수는 바로 물러나갔고 가는 김에 방문을 닫았다.지원은 크게 비명 소리를 냈다. "손철수, 너 이 새끼 눈이 멀었어? 내가 맞은 거 안 보여? 계속 여기서 일하고 싶지 않아?"손철수는 이때 그를 상대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큰 형님 손용석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했는데 자기도 빨리 도망가야 했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면 자신도 죽을 것이다.바로 이때 김예훈의 휴대폰 벨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지원을 바닥에 내던지고 전화를 받았다."김...... 예훈...... 방금 차가 막혔어요. 어디 계세요? 우리 할아버지는 괜찮으세요?"전화는 선우정아가 걸어온 것이고, 그녀는 뒤늦게 도착했다.김예훈은 바닥에 있는 지원을 보며 기분이 매우 나빠서 불쾌하게 말했다. "내가 유나 선생님의 사무실에 있어요. 당신 할아버지의 수술은 잘 됐고 지금 VIP 병실에 계시니까 혼자 먼저 가봐요. 내가 눈앞에 있는 이 뚱뚱한 돼지를 처리하고 넘어갈게요."“네? 무슨 뚱뚱한 돼지요? 제가 가서 도와드릴까요?” 할아버지가 괜찮다는 말에 선우정아는 한숨을 내쉬고 나서 입을 열었다."마음대로 해요." 김예훈은 전화를 끊고 바닥에 앉아 있는 지원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지원은 지금 얼굴과 눈이 다 빨개졌으며 돼지처럼 보였다. 그는 모질게 침을 뱉으며 김예훈을 노려보며 원망이 가득해서 말했다. "이 새끼야, 너 죽었어. 무섭지 않으면 가지 마!"그러고 나서 그는 유나를 다시 쳐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너, 잘해줬더니 좋은 줄 모르고. 그냥 쌍년이야. 정말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너는 오늘 밤 여기에서 나갈 준비를 해!”욕설을 퍼붓고 지원은 벌써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고 했다.김예훈은 그의 말을 듣고 오히려 웃었고, 그는 급히 앞으로 나가지도 않고 편한 대로 소파에 주저앉아
"제 이름은 김예훈이예요." 김예훈은 자기소개를 하며 웃었다.유나는 별생각 없이 조용히 말했다. "김예훈 선생님, 빨리 가세요. 지원은 부원장님이고 때로는 우리 원장님을 허수아비로 만들기도 해요! 그분 뒤에는 큰 인물이 뒷받침해 주고 있고,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아요. 당신은 돈이 많아도 그 사람들을 건드릴 수 없어요.”이런 얘기를 하고 나니 유나도 걱정이 많았다. 오늘 자신을 위해 김예훈이 큰 문제를 일으켰는데 어르신도 아직 입원 중이라서 이 일을 좋게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리고 앞으로 자신도 이 병원에서 일할 수 없을 거다. 취업 문제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그냥 둘 수가 없다."걱정 마요. 별일 아니니까 내가 해결할 수 있어요."김예훈은 웃으며 유나를 위로했다.유나는 어리둥절해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왠지 김예훈이 한 말에 그녀는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상대방을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다.바로 이때 지원이 막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번호를 누르기도 전에 사무실 입구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양복을 입고 꼿꼿한 몸매를 가진 중년 두 사람이 들어왔으며 기세가 놀라웠다.그리고 그들 뒤에는 전통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돈과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지원은 이 중년 남자를 보자마자 눈을 번쩍 뜨고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 이 중년 남자의 발 밑에 가서는 비명을 질렀다. "선… 선우 이사장님, 마침 오셨네요. 방금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부디 저의 일을 처리해 주셔야 합니다!""선우 이사장님?" 김예훈은 무의식적으로 보고 표정이 기이했다."선우정택?" 유나는 안색이 달라졌고 이번에는 정말 당황했다. 선우정택은 성도(도청 소재지) 선우가문의 사람이고, 선우 가문은 이 병원의 배후에 있는 최대 주주이다. 이런 거물까지 오셨는데 자신이나 김예훈 모두 끝장났다.지원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김예훈을 돌아볼 때 눈빛이 흉악했다.선우 가문은 골동품 장사를 해서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골동품 장사만 할 줄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에 일어난 일은 선우정아 씨가 잘 알고 있고, 유 선생님, 방금 일어난 일을 한번 말해보세요. 그쪽이 부끄럽다는 것을 알지만, 환자를 위해서 용기를 내셔야 해요…."유나는 살짝 몸을 떨었으며 확실히 약간 부끄러워했다. 어떤 여자든 이런 일을 쉽게 말할 수 없겠지만, 김예훈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녀의 환자를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야 한다.곧 그녀는 오늘 밤 김예훈이 병원에 온 후에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했고, 마자막에는 그저 두려운 얼굴이었다.선우 어르신이 지원 때문에 수술이 중단될 뻔했다는 얘기를 듣고, 선우정택은 식은땀이 흘리면서 얼굴이 창백해졌고, 끝까지 듣고 보니 안색이 더 보기 힘들었다. 지원은 그가 발탁한 사람이며 심지어 그를 다음 원장으로 밀어줄 의향이 있었지만, 그가 이렇게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팍."선우정택은 직접 지원을 들어 올리고, 손등으로 세게 뺨을 때렸다. "지원, 내가 너를 발탁했을 때 너에게 한 말을 다 잊었어? 의덕이 우선이라고. 너도 병원을 자신의 집처럼 생각하고 의사와 환자를 가족처럼 대할 것이라고 네 입으로 직접 맹세했잖아. 너는 지금 가족을 이런 식으로 대해?"말을 다 하고 그는 뺨을 한 대를 더 때렸지만 화가 풀리지 않아 지원의 배를 걷어차서 그를 날려 벽에 부딪혔다.“풍당--”지원은 몸부림치며 일어섰지만, 원망스러운 표정조차 짓지 못한 채 고통을 참으며 선우정택의 앞에 무릎을 꿇고 놀라고 무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선우 이사장님, 저… 저… 저…""닥쳐!"선우정택은 차갑게 말했다. "지원, 내가 원래 너에게 기대를 걸었는데, 결국 나를 실망시켰네. 오늘부터 병원에서 나가. 그리고 네가 병원에서 무슨 짓을 했든 간에, 내가 철저히 조사하게 할 거고 만약 네가 병원의 돈을 한 푼이라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발견되면, 너는 감옥에서 썩을 준비를 해.""선우 이사장님…."그 말에 지원은 바닥에 주저앉아 한 마디도 못하고 떨기만 했다. 그는 자신이 망했다는 것을 알
VIP 병실에서 지금 선우건은 이미 깨어나서 앉을 수 있었다.선우정아는 절세미인인데, 지금은 어린 소녀처럼 옆에 앉아 선우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정아야, 내가 방금 생각해 봤는데, 이번 일은 비록 김예훈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만, 그렇다고 모두 그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어. 만약 이 늙은이가 사람을 쉽게 믿고 손용석의 구역에 가지 않았더라면 인질로 잡히지 않았을 거다. 결국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니 절대 그 사람을 탓하지 말아.”"그리고 정반대로, 김예훈이 우리 둘을 구해줬고, 또 나를 병원으로 데려와 응급처치를 해주었어. 듣자 하니 내 일 때문에 많은 미움을 샀다고 하던 데 이것은 큰 은혜이니까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선우건은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그는 원래 김예훈을 테스트해 볼 의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번 일로 볼 때 김예훈은 품격뿐만 아니라 능력과 몸놀림도 최상급이다. 이런 인물이 선우 가문의 손녀사위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러자 선우건이는 갑자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정아야, 아까 지하 복싱장에 있을 때 네가 김예훈을 엄청 걱정하는 걸 봤는데, 할아버지께 솔직하게 말해봐. 너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선우정아의 예쁜 얼굴이 빨개졌다. "할아버지, 이제 별말씀 다 하시네요. 그리고 김예훈은 가정이 있어요.""하하하......" 선우건이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젊은 친구들은 눈앞의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을 모르네. 그가 가정이 있으면 어때서? 내가 알아봤는데 그는 정씨 집안의 데릴사위이고, 아무런 지위도 없고, 심지어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그의 아내의 손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들었어. 이 정도면 두 사람이 무슨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내가 듣기로는 지금 정씨 집안에서 이혼을 강요하고 있다던데 이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야. 정아야, 이 일이 너에게 기회이니까 절대 놓치지 말고 잘해봐. 할아버지에게 손녀사위를 데리고 와. 만약 그가 우리 선우 집안에 와서 데릴사위를 한다면, 앞으로 우리 선우 집안
"잘했네!" 이 말을 듣고 선우건은 만족한 얼굴이었으며 어떤 일은 그의 신분으로는 할 수 없었는데 아랫사람이 이렇게 잘 알아서 해주니까 그도 매우 뿌듯했다.선우정택은 김예훈을 보며 고마운 표정을 지었으며 어떤 말은 본인 입으로 말하기에는 부적절했으나 김예훈의 입에서 나오니까 의미가 달라졌다. 이 김예훈이라는 사람은 처신을 아주 잘하는 것 같았다.이때 갑자기 선우정아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여기가 우리 선우 가문의 산업이기 때문에 아마 듣고 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자칫 잘못하면 가족에게 말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우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어때요?"선우정아는 이 말을 하고 나서 마음이 좀 불안했다. 그녀도 왠지 모르겠지만, 김예훈과 유나가 함께 서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선우건이는 거기까지 생각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리가 있네. 선우정택, 남해시에 은밀한 곳이 있어? 나 거기서 며칠 쉴게.""어르신, 걱정 마십시오. 제가 잘 준비하겠습니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선우정택은 잘 보이려고 애쓰는 얼굴이었다. 그는 남해시에서 권력이 막강한 인물이지만, 선우 가문 전체에서는 정말 아웃사이더이다. 선우건의 앞에서 잘 보일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은 그가 반평생 쌓은 복이다.옆에서 이를 지켜본 유나는 생각을 좀 하더니 말했다. "어르신의 상처는 주로 외상과 출혈이 심했는데, 지금은 상처를 봉합하고 수혈도 마쳤으니 좀 허약하시겠지만 앞으로 안정을 취하고 휴식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합시다. 내일부터는 제가 직접 가서 어르신께 수액 하겠습니다.""유 원장님, 감사해요."선우건은 하하 웃었고, 일은 이렇게 결정되었다.선우건, 김예훈 일행이 떠나자, 유나는 김예훈의 뒷모습을 보고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이 남자가 정말 그녀에게 교훈을 주었고, 게다가 그녀를 구해줬다. 그가 올해 몇 살인지, 결혼했는지, 선우정아와 또 어떤 관계인지 모른다.그 생각에 유나는 갑자기 울고 싶었다.
"말하자면, 정씨 집안의 데릴사위도 전설적인 인물이네. 한 남자가 얼마나 무능한지 상상할 수가 없다. 정씨 집안에서의 지위는 개보다도 못하다고 들었는데 매일 집안일 아니면 욕먹고 얻어 맞고, 심지어 돈 쓰는 것도 아내에게 받아서 쓴다며. 이런 사람은 정말 남자를 완전히 쪽팔리게 하네!"정지용은 그 말을 듣고 냉소하며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송우 형님은 그 사람이 얼마나 무능한 놈인지 모르실 거예요. 빨래하고 밥하고 심지어 마누라 절친의 신발까지 다 씻어 준 대요. 그리고 가족들과 같이 식탁에서 밥 먹을 자격도 없어서 부엌에서 남이 먹고 남은 걸 조금 먹는 대요."정지용은 이쯤 되자 속이 메스꺼워 몇 번 헛구역질을 했다."씨발. 정말 바보 새끼네. 내가 이런 사람을 만나면 정말 뺨을 때려죽일 거야. 정말 남자의 자존심을 밟아버리네! 이런 사람이 살아 있으면 우리 남자들의 수치야!"송우는 어이가 없었으며, 그들은 조직에서 일하는 놈들인데, 어떻게 여자를 등쳐먹는 사람이 마음에 들겠어? 게다가 이렇게 무능한 놈."휴." 정지용은 감탄했다. "맞아요. 그 사람은 남자도 아니에요. 제가 몇 번이나 바지를 벗겨 보고 싶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이 세상에서 더 찾아볼 수 없을 거예요!""참." 송우가 문득 생각에 잠긴 듯 입을 열었다. "듣자 하니, 이 누나는 정씨 집안의 소문난 미인이라던데, 이 데릴사위도 염복이 많네......""아이고, 그 주제에요?"정지용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이 넘도록 정민아의 손도 대지 못하고 항상 서재에서 자는데, 가끔 저도 이 바보가 원하는 게 뭔지 이해가 안 가요."송우는 이를 듣고 오히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결혼 3년 동안 손도 못 댔다고? 그럼 생과부로 지낸 거 아니야? 아이고, 네 누나가 참 불쌍하구나…."정지용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지만 이내 알았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같은 남자라서 어떤 말은 하지 않아도 그는 지금 송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었다.정지
차가운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룸에서 울려 퍼졌다.사람들은 소름 끼치는 느낌에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나름대로 자기 실력에 자신 있던 사람들도 상대방이 보이지 않아 간담이 서늘해졌다.얼굴을 부여잡고 있던 진세은은 멈칫하고 말았다.“라이언 킹 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홍성파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놈을 죽여주시기를 바랍니다.”라이언 킹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진주·밀양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라이언 킹은 홍성파 중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소문으로는 홍성파가 외래침략을 막으려고 그녀를 해외에서 고가로 모셔 왔다고 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진세은 옆을 지킬 줄 몰랐다.라이언 킹만 있으면 진세은은 절대적으로 안전했다.소문으로는 라이언 킹이 곧 무신 급 실력자가 될 장병급 실력자라고 했기 때문에 김예훈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장병급과 장벽급 사이에도 크나큰 차이가 있어 추문성이라고 해도 그를 보호해 줄 수가 없었다.라이언 킹 앞에서는 이제 막 장병급이 된 추문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홍성파에서 숨겨둔 실력자가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젊은이, 홍성파와 야마구치파는 너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이 건드릴 만한 존재가 아니야. 지금 기회를 줄게. 자기 뺨을 열대 때리고, 타케이 도련님을 살려주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 만약 이 기회를 거절하면 내가 직접 너의 사지를 찢어버릴 거야.”마치 저승사자의 말투처럼 차갑고 음흉하기만 했다.사람들은 그대로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이때, 누군가 귀신처럼 창문을 통해 들어와 모습을 드러냈다.검은 복장에 드리워진 금발 머리를 한 이는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길에서 만났다면 폐지 줍는 할머니라고 오해했을 수도 있었다.그녀의 발이 바닥에 닿은 순간, 타일이 아무런 소리 없이 가루로 변해버리고 말았다.이런 어마어마한 포스에 사람들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이 기세에 눌린 사람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그야말로 천하무적의 기세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장병급 실력자인 추문성 앞에서는 아무리 홍성파라고 해도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나버리고 말았다.표정이 확 변한 진세은은 룸을 벗어나고 싶었다.“진세은 씨, 저를 아직 죽이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도망치려고요? 너무 예의가 없는거 아니에요? 여기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도 되는 그런 곳인 줄 알았어요?”김예훈은 일어나 진세은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툭툭 쳤다.마법에 걸린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린 진세은은 뒤로 물러서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뭘 어쩌려고 이러는 거예요? 어디 제 털끝 하나 건드려 보든가요!”밖에서 달려 들어오려던 홍성파 부하들은 추문성과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다.“그게 어려운 줄 알았어요?”김예훈은 검지로 진세은의 턱을 들어 올리더니 뺨을 두 대 때렸다.쨕! 쨕!진세은의 얼굴은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태생 미인이라 여전히 예뻤다.“얼굴에 손댔는데 뭐 어쩔 거예요?”어릴때부터 맞아본 적 없는 진세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쨕!김예훈이 또 그녀의 뺨을 때렸다.“나를 죽여버리겠다고? 지금 네 목숨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거 몰라?”쨕!“이 바닥에서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거 몰라? 그런데 감히 날 협박해? 미쳤어?”쨕!“어떻게 일본인을 도와 같은 대한민국 사람을 괴롭힐 수 있어. 넌 치욕스러운 것이 뭔지 몰라?”쨕!“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내 앞에서 잘난 척하는 거야. 어디서 나온 용기인 거냐고.”한마디 할 때마다 때린 바람에 진세은은 뺨을 열몇 대씩이나 맞고 말았다.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진세은은 마지막 오만감과 자존심마저 모두 상실했다.퍽!김예훈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허유주 앞에 무릎을 꿇렸다.“허유주가 용서할 때까지 무릎 꿇고 있어. 함부로 일어서는 순간 죽은 목숨일 거야
퍽!바닥에 무릎 꿇고만 사카모토 류이치는 시체로 변해 온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분명 야마구치파의 장로이자 탑 장병급 실력자인데 어떻게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한테 패배할 수 있는지 몰랐다.아무리 이해되지 않고, 믿기 어렵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었다.현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당도를 쥐고 있는 추문성을 쳐다보았다.몇몇 일본인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해 보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그렇게 대단한 사카모토 류이치가 대한민국의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하다니.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던 무신 급 실력자인 김현민은 바로 추문성이 최근에 고수의 지도를 받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실력을 보일 수가 없었다.그러다 시선이 김예훈을 향하게 되었다.‘설마 저 새끼가 추문성을 가르친 건가? 그래서 추씨 가문에서 기꺼이 저 자식을 모시는 건가?’이런 생각에 김현민의 눈빛에는 살기가 더욱 진해졌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가 김현민의 가장 든든한 뒤패였기 때문에 아무도 이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이 없어야 했다.김예훈을 죽이진 못해도 그를 철저히 짓밟아 버리고 싶었다.이때 정신을 차린 진세은이 이를 꽉 깨물면서 사악한 미소로 말했다.“우리 홍성파, 야마구치파랑 끝까지 해보시겠다? 그러면 기꺼이 함께해 드리죠.”진세은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사카모토 류이치가 죽고, 타케이도 목숨을 구제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야마구치파에 제대로 설명을 내놓기 전에 자기가 모든 죄를 뒤집어쓸지도 몰랐다.그래서 자기 앞날을 위해서든, 홍성파의 체면을 위해서든, 야마구치파한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김예훈을 죽여버려야만 했다.이때 진세은의 명령하게 수십 명의 홍성파 부하들이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죽여버려!”홍성파 부하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과 추문성에게 총구를 겨눴다.긴장감의 극치에 도달한 순간, 어느 누가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여기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누구인가?’일본 야마구치파의 장로이자 탑 장병급 실력자인 그는 곧 무신 급 실력자로 거듭날 사람이었다.그런데 진세은은 추문성이 그저 밀양 추씨 가문의 도련님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그런데 탑 장병급 실력자를 이렇게 쉽게 무너뜨린다고?’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추문성은 차가운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가 또다시 당도를 휘둘렀다.아무런 기교도 없이 그저 쏜살같이 휘두를 뿐이었다.김예훈의 말대로 살벌한 무술 세계에선 스피드가 생명이었다.사카모토 류이치는 그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다시 검을 들었다.쨍그랑!당도와 검이 서로 마주친 순간, 사카모토 류이치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다음 순간, 사카모토 류이치는 타케이가 있는 곳까지 연신 물러서서야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카모토 류이치는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진세은 등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언제부터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거야?’김현민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힐끔 쳐다보게 될 정도였다.그제야 사람들은 김예훈이 왜 허유주 대신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추문성 같은 고수가 지켜주고 있어서 그럴만한 용기가 있었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던 진세은 일행은 의기양양해하는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이런 제기랄!”대한민국 젊은이한테 패배하자 사카모토 류이치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이때,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는 순간 수십 자루의 비수가 날아왔다.쨍! 쨍! 쨍!이때 추하린이 손에 쥐고 있던 당도로 모든 비수를 막아냈다.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홍성파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비수들은 그들의 몸에 박히고 말았다.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이들은 하나같이 시커메진 얼굴을 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홍성파 사람들이 순식간에 몇십 명이 쓰러지자, 현장 분위기는 얼어붙고 말았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진세은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이런 제기랄!”자기 공격으로 자기편을 죽여버린
사카모토 류이치가 최선을 다해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타케이가 더이상 거품도 토해내지 않고, 경련을 일으킬 힘도 없는지 호흡이 고르지 않는 것을 보니 더이상 오래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진세은은 타케이가 이대로 자기 앞에서 죽어버리면 야마구치파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무섭기 그지없었다.진세은은 김예훈이 무섭긴 해도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1분만 줄 테니 타케이 도련님을 당장 살려내요. 아니면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니까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어떻게 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건지 한번 지켜볼까요?”딱.이때 김예훈이 또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타케이는 온몸이 굳어버리면서 눈알까지 튀어나와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참담한 모습은 마치 언제든지 숨을 거둘 것만 같았다.아까까지만 해도 어떻게 해보려던 진세은은 더이상 움직이지도 못했다.바로 이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김현민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말했다.“타케이 도련님은 심장병을 앓고 있어. 거기다 파란색 알약을 드셨으니 자극적인 소리만 내도 심장이 견디지 못하는 거고. 그러니까 손가락을 튕기는 건 파란색 알약을 드신 타케이 도련님한테나 먹히는 기술이라고.”김현민은 그래도 눈앞에 보이는 것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바로 진실을 밝혔다.그러면서 속으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김예훈이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현장을 압도한 것에 감탄하고 있었다.멈칫한 허유주는 다시 아까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았다. 타케이가 파란색 알약을 먹었을 때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 생각나 어쩌면 정말로 심장병을 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 진세은도 정신 차리고 김현민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에 다시 안색이 밝아졌다.김예훈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 이제는 그를 죽여버릴 자신이 있었다.“세 번째로 손가락을 튕기지 않는 이상 타케이 도련님은 다시 살아날 수 있어. 그런데 세 번째로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무조건 목숨을 잃게 돼.”김현민의 판단에
“꺅!”처참한 비명과 함께 타케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거품을 토해내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마치 누군가 비수로 심장을 찌르고 있는듯했다.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고통스러울 뿐이었다.살려달라고 말할 힘도 없는 타케이는 유일하게 할수 있는 것이 비명과 경련뿐이었다.이 모습은 그야말로 죽기보다도 못해 보였다.“타케이 도련님!”“어떻게 된 일이지?”“저놈이 무슨 마법이라도 건 거야?”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타케이를 보고있던 진세은과 일본인들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김예훈이 손가락을 튕기는 바람에 타케이가 쓰러질 줄 몰랐다.우연인지, 김예훈한테 진짜 그런 능력이 있는 건지는 몰랐다.이때 겸손을 지키던 야마구치파 어르신 한명이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타케이한테 달려가 오른손으로 그의 가슴에 있는 맥을 짚었다.일본 야마구치파의 장로인 사카모토 류이치는 타케이의 전담 보디가드였다.의술과 무술에 능통한 그는 타케이 몸에 있던 심장약을 꺼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한 알이면 바로 효과 보던 약이 아무런 작용 없자 타케이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카모토 류이치는 표정이 변하더니 주사기 하나를 꺼내 빨간 액체를 타케이 몸에 주입했다.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작용도 없자 은침을 꺼내 신속하게 여기저기 꽂았다.김예훈은 그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지막 침이 꽂히는 순간, 타케이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김예훈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아무리 의술이 좋아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예요. 이 사람은 이미 병신이 되어버렸거든요.”이때 타케이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또다시 경련을 일으키고 말았다. 몸에 꽂혀있던 은침이 휘어지는 바람에 더욱 고통스러워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했다.진세은이 심각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봐요, 당신이 한 짓 맞죠? 도대체 타케이 도련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김예훈을 쳐다보던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손가락을 튕겼
김현민이 떠나자, 뒷짐을 쥔 진세은이 김예훈 주위를 맴돌면서 비웃었다.“김 도련님, 오늘 인생 수업 잘 받으셨어요? 이제는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나서면 안 된다는 걸 아셨죠? 당신과 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이 이런 결말을 맞이할 거라는 걸 몰랐죠?”진세은 전세 역전에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오늘 김예훈과 허씨 가문에 짓밟힐 줄 알았는데 김현민이 알게 모르게 자신과 타케이의 편을 들어줄 줄 몰랐다.‘나만 만났으면 몰라도 어떻게 저 자식은 재수 없이 김현민 도련님을 만날 수 있어.’김예훈이 어떤 능력으로 김현민을 건드렸는지는 몰랐지만 진세은은 똑똑한 사람이라 김현민의 태도에서 그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걸 알고 있었다.진세은은 얼마든지 그의 뜻을 만족시켜 주고 싶었다.홍성파를 건드린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또 진주·밀양 안동 김씨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한테 잘 보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봐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김예훈이 여유작작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인생 수업 잘 받았어요. 저도 이런 결과를 맞이할 줄 몰랐네요. 그래도 진주·밀양에는 공평하게 상황 수습할 만한 능력 있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제 보니 진주·밀양도 그저 그렇네요.”“이봐, 이런 쓸데없는 말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타케이는 앞으로 한 발짝 나서서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제는 네가 우리한테 사과해야할 것 같은데? 시체라도 보존할 수 있게 무릎 꿇고 있을래? 아니면 끝까지 해볼 작정이야?”이때 타케이의 손짓하나에 일본인들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허리춤에 있던 검을 꺼냈다.진세은 역시 타케이의 손을 잡고 김예훈을 죽이려고 홍성파 부하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섰다.이때 김예훈이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타케이, 여자랑 잠자리를 가지려면 약까지 먹어야 하는 놈이 내 앞에서 무슨 잘난 척이야. 내가 너한테 기회를 줄게. 네가 알아서 너 자신을 고자로 만들어 버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 병신을 죽이기에는 아무런 성취감이 없을 거란 말이야.
이때 김현민이 차가운 표정으로 타케이를 힐끔 쳐다보았다.200억 원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타케이의 태도에 무척 만족스러운 모양이다.타케이는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손잡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야마구치파는 일본 6대 파벌 중의 하나로써 실력이 강했기 때문에 오늘 타케이의 체면을 지켜준 것이다.김현민은 굳이 거절하지 않고 우정이 맺어진 의미로 이 200억 원을 받기로 했다.하지만 김현민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타케이를 쳐다보면서 말했다.“타케이 도련님께서 이 정도의 성의를 보여주는 걸 보니 원하는 다른 조건이 있나 봅니다.”“다들 대한민국이 예의지국이라고 하던데 오늘 느끼는 바가 많네요.”타케이는 품위 있는 태도를 보여주었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난처하게 만들지는 않을거니까요. 조건은 아주 간단해요. 바로 제 사람을 다치게 한 저 사람을 저한테 넘기는 거예요.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제 부하들이 난리 칠 거예요.”타케이는 김예훈을 쳐다보는 와중에 배시시 웃으면서 허유주도 힐끔 쳐다보았다.김예훈을 손에 넣기만 한다면 허유주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안 돼! 이런 염치도 없는 자식! 우리 김예훈 오빠를 건드렸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허유주는 타케이가 이런 조건을 내세울 줄 꿈도 꾸지 못했다.김현민은 김예훈도 이 자리에 있을 줄 몰랐는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비록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었지만, 사진으로는 수백 번 봤었다.가루로 부서져도 이 사람이 김예훈인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좋은 기회만 보였으면 김예훈을 바로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허유주가 그를 김예훈 오빠라고 부르자 김현민은 착잡한 심정이었다.이미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는데 허씨 가문마저 잃어버릴 수가 없었다.“이런 제기랄!”김현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김예훈을 알아보지 못하는 척 연기하면서 타케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입금 잊지 마세요. 그리고 너희, 지금 당장 유주를 데리고 밀양
“어릴때부터, 오빠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오빠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대한민국 5대 문호로 만들겠다면서 최고로 거듭나겠다고 했지. 나중에 커서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되어서 여전히 어릴때부터 알고 지낸 오빠이자 영웅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떻게 내가 일본인한테 괴롭힘당해도 가만히 있을 수 있어? 어떻게 일본인이 나를 협박할 수 있게 가만히 지켜볼 수 있냐고. 내가 얼마나 큰 영웅이라고 생각했는데. 김현민, 너는 우리 현민 오빠가 아니야! 너는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일본인만 만나면 겁부터 먹는 비겁한 자식이야! 염치도 없는 자식! 이러고도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칵! 퉤!”허유주는 김현민을 좋아했던 것만큼 그에 대한 실망이 컸다.김현민이 자기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그한테는 그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일 줄 몰랐다.심지어 허유주를 이용해서 야마구치파가 자기한테 빚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이순간 허유주는 그제야 김현민이 얼마나 우습고 가식적인 사람인지 알수 있었다.쨕!김현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허유주의 뺨을 때렸다.허유주는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뒤로 휘청거리고 말았다.“허유주, 우리가 그동안 알고 지낸 정을 봐서라도 아까 네가 했던 말은 못 들은 거로 해줄게. 나중에 또 이런 비슷한 말을 듣는 순간 허씨 가문을 없애버릴 거야.”허유주가 한번이고 두번이고 계속 반박하자 자존심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허순재가 아끼는 딸이라 이용 가치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타케이한테 그녀를 내줬을 것이다.허유주는 뒤로 몇 발짝 물러서면서 얼굴을 부여잡은 채 울먹거리면서 말했다.“피해자는 나라고. 왜 날 때려?”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진작에 죽여버렸다는 거 알잖아. 내가 너 얼마나 예뻐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허유주가 뺨 맞는 모습을 본 진세은은 깨 고소한 표정을 지었다.특히 타케이는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불리는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이 이렇게 자기 체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