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표정을 풀었다. 혜성 세트장에 도착하기 전에 상대방이 찾아온 것을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정소현이 곁에 있으면 실력 발휘가 안 되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정소현이 한밤중에 촬영이 추가된 것도 상대방의 계획된 행동이었나?’세상에는 우연인 것이 없었다.김예훈은 양진우가 무섭지 않았지만 오정범 등을 정소현에게서 철수시켰기 때문에 그녀의 안전이 걱정되었다.“자식, 건방지군...”양진우는 아주 담담한 표정이었다.“내 형제를 죽였다고 인정했으니 일이 간단해지겠군. 알아서 목숨을 끊을래 아니면 내가 직접 손과 발을 부러뜨리고 살을 하나하나 벗겨줄까? 전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거야. 한 번에 죽는 것도 행복이거든.”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더니 말했다.“그러면 나도 두 가지 선택 기회를 주도록 하지. 첫째, 무릎 꿇고 용서 비는 거. 둘째, 그냥 죽는 거.”긴박한 상황에서 양진우와 쓸데없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정말 상황 파악을 못 하나 보네.”양진우는 한숨을 내쉬더니 눈빛에 살기를 장착했다.“건방진 놈. 내가 직접 목숨을 끊어주지.”양진우는 말을 끝내자마자 왼손으로 탄창을 결합하더니 순식간에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김예훈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양진우는 가다 말고 잠깐 멈칫하더니 오른손으로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피융!거대한 소리와 함께 총알이 직선을 그리면서 날아왔다.피융! 피융!양진우는 재빠르게 오른손으로 방아쇠를 당기고 탄창을 교체하더니 또 한 방을 쐈다.김예훈의 앞과 뒤, 오른쪽과 왼쪽에는 쉴 새 없이 총알이 날아오고 있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평범한 사냥용 권총을 이렇게 잘 다루다니. 이름날린 이유가 있었어.’몸에 아무런 총기도 지니고 있지 않은 김예훈은 어리석게도 억지로 맞서지 않고 2m상방으로 솟더니 몸을 피했다.피융!그가 피한 순간 네 방의 총알이 지면을 적중해 커다란 홀이 생기고 말았다.딱 봐도 독이 있는 총알이었고 맞으면 십중
김예훈은 이번에 피하는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피융! 피융! 피융!몇 알의 돌멩이가 마치 총알의 방향을 예측하기라도 한 듯 아주 정확하게 적중했다.그런 찰나, 총알은 김예훈에게 도착하지도 못하고 거대한 소리와 함께 폭발하고 말았다.이 광경을 본 양진우는 김예훈이 자신의 사격 방향을 예측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지 표정이 확 바뀌었다.그는 오른손으로 사격 방향을 바꾸더니 또 방아쇠를 당겼다.피융! 피융! 피융!김예훈도 쏜살같이 돌멩이를 튕겨 총알을 적중했다.펑! 펑! 펑!총알이 다시 한번 터지고, 양진우에게 남은 탄창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웁!”바로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경찰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이곳 상황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 모양이었다.양진우는 더는 계속하지 않았고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실력이 꽤 괜찮긴 하지만 세자님을 잘 못 건드렸어. 오늘은 그저 맛보기일 뿐이야. 내가 사격 총으로 하면 이보다 더 강하다는 거 명심해. 3일 내로 목을 베러 올 거니까 깨끗이 씻어놔.”양진우는 말을 끝내자마자 몸을 숙여 옆에 있던 나무숲으로 뛰어들더니 감쪽같이 행적을 감췄다.김예훈도 더는 쫓아가지 않았고 그저 사방을 경계한 후 신속히 이곳을 벗어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혜성 세트장에 갈 수 있게 차 한 대 보내. 그쪽에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으니까!”...바로 이때, 혜성 세트장.정소현은 구석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아까 여주인공 이유빈과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을 때, 스크린이 떨어지면서 이유빈의 머리를 적중해 이유빈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모든 사람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고, 촬영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한 치의 오차가 있었더라면 자기 머리에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소현은 구석으로 도망가 부들부들 떨었다.만약 그렇게 된다면...피 범벅된 이유빈 머리를 떠올린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핸드폰을 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김예훈에게 전화했지만,
정소현은 창백한 얼굴로 억지로 웃고 있었지만, 긴장된 모습으로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감독 진우현이 이유빈의 곁을 지키고 있었고 몇몇 의료진들 역시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었다.이유빈은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지금은 그저 응급처치할 뿐 곧 병원으로 호송되어야만 했다.이 모습을 본 정소현은 더욱 무서워 났다.‘나는 유빈 씨처럼 잘나가는 연예인도 아닌데, 만약 내 머리에 맞았다면 이렇게 응급처치를 해줬을까?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었겠지?’“유빈아,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 있었어.”바로 이때 정장을 입은 한 배불뚝이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 몇몇을 데리고 황급히 달려오더니 조급한 표정으로 이유빈을 쳐다보았다.감독 진우현 등은 전 사장님이라고 부르면서 냉큼 맞이했다.“저 사람 유빈 씨 남편이래. 나이도 20 몇 살이나 많은 부동산 사장님이래. 포레스트 별장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는데 돈이 그렇게 많대!”“유빈 씨가 여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남편 덕분이래. 그런데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예전에 다른 여자 연예인이랑도 스캔들이 많았거든.”“그런데 유빈 씨 정말 대단하네.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게 된 것도.”“남편이 그렇게 이뻐한다는데 오늘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진 감독님 죽어 나가겠구먼.”작은 배역을 맡은 여배우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이유빈도 그녀들처럼 그저 작은 배역이나 맡는 배우였지만 예쁘기도 하고 끝없는 노력 끝에 이런 남편을 얻게 된 것이다.비록 이유빈 아버지뻘이었지만 돈이 많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바로 이때, 그 배불뚝이 남성은 아들을 혼내듯이 감독 진우현에게 호통을 쳤다.촬영장에서 왕 노릇 하던 진우현은 허리를 굽석이면서 무언가 설명을 늘려놓더니 정소현을 쳐다보았다.“소현 씨, 분위기 이상해요!”“진 감독 이 사람 원래 책임감 없는 사람인데, 저 꼴을 보니 모든 책임을 소현 씨한테 떠넘기려는 속셈인 것 같아요.”“빨리 경찰조사를 끝내고 저 사람을 피해요. 유빈 씨 남편이라는 저분도
정소현은 멈칫하더니 대답했다.“백 사장님, 제가 안 그랬어요! 스크린이 떨어질 때 저는 반응할 새도 없이 그저 멍때리고 있었어요! 저도 피해자예요! 유빈 씨를 방패막이로 쓴 적 없어요. 억울해요!”백승우가 말했다.“억울해요? 제가 진 감독님 말을 믿을까요 아니면 이름도 모를 당신 말을 믿을까요? 유빈이를 밀지 않았다고 해도 왜 유빈이 대신 스크린을 막아주지 않았어요? 유빈이는 여주인공이고, 당신은 조연일 뿐인데 여주인공을 보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어요! 설명을 제대로 해보세요!”정소현은 화가 나서 어처구니가 없었다.“백 사장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제가 유빈 씨를 밀었을 리가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보호요? 저는 유빈 씨의 보디가드도 아니고, 똑같이 나약한 여자인데 어떻게 보호해 드려요! 설마 제가 대신 맞아 죽기를 바랐어요? 유빈 씨 일에 대해서는 유감이지만 저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에요! 백 사장님께서도 아무리 슬프고 기분이 안 좋다고 하더라도 도리를 따지시길 바라요. 모든 책임을 저한테 미룰 수는 없잖아요.”정소현은 도리를 따지려고 했다.백승우는 나이 어린 계집애가 또박또박 말대꾸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래! 네가 대신 맞아서 죽었어야 했어! 그렇게 안 한 건 너의 잘못이야. 유빈이는 너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거야. 비천한 목숨 따위 어디서 우리 유빈이랑 비교해! 건방진 년, 오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분 차이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주지!”짝!이때 백승우는 정소현의 뺨을 때렸다.“어디서 어린 나이에 못된 것만 배워서!”짝!“감히 어디서 말대꾸를 해!”짝!“진 감독이 너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것도 너의 운명이야. 받아들여야지!”짝! 짝! 짝!백승우는 두 손으로 정소현의 뺨을 수십 대 때렸다.진우현 등이 말리려는 척하자, 보디가드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다.몇몇 여배우들은 아연실색이 되어 자신한테까지 피해가 올까 봐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이 년이, 감히 나를 째
정소현은 그제야 백승우가 왜 시비 거는지 깨닫고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두 가지 모두 선택 안 할거예요! 저랑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요!”짝!백승우가 또 그녀의 뺨을 때렸다.“내가 너랑 상관있다면 있는 거야! 조연 주제에 나랑 도리를 따져?”백승우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는 부산 부동산 큰손으로서 몸값이 몇천억 원이나 되었고 전씨 가문과도 친해 어느 연예인과 자고 싶으면 마음대로 잘 수 있었다.‘조연 주제에 나를 거부해?’“그래, 선택하기 싫으면 내가 대신 선택해 주도록 하지!”백승우는 정소현의 머리를 잡더니 구석에 있던 방으로 끌고 갔다.“먼저 나랑 자고 유빈이 앞에서 무릎 꿇고 빌어!”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정소현은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이 법치 사회에서 당신이 말한 대로 되게 할 수 없어요!”정소현은 온 힘을 다해 배불뚝이 백승우를 밀쳐냈다.“무조건 신고할 거예요!”다른 여배우들은 온몸을 떨더니 말했다.“소현 씨, 신고보다 빨리 도망쳐요! 그 사람 손에 잡히면 죽어요!”이들도 백승우가 정소현의 미모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런 순간에 따져봤자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잘 알고 있었다.가장 좋은 방법은 기회를 틈타 도망치는 것이었다.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도망쳐? 내가 못 가게 하면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해?”백승우는 아등바등 도망치려는 정소현의 발을 걸어 바닥에 넘어뜨렸다.“쌍년이, 조연 주제에. 내가 너랑 자고 싶어 하는 거 영관인 줄 알아! 엄마 아빠가 안 가르쳐줬어? 연기를 하려면 많은 것을 겪어야 한다고. 내 앞에서 무슨 순진한 척이야. 방으로 들어가기 싫으면 이곳에서 하든가!”백승우는 바로 정소현의 옷을 찢어 강제적으로 벗기려고 했다.퍽!포기를 모르던 정소현은 아예 바닥에 머리를 박아 정신을 잃고 말았다....김예훈이 최산하가 보내준 봉고차를 타고 혜성 세트장에 도착했을 때, 정소현은 의무실로 들려갔다.정소현의 마지막 발버둥은 그녀의 굳센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유빈 씨가 운이 나빴던 거예요! 진 감독님이 소현 씨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거고, 백 사장님도 도리를 따지지 않고 그저 소현 씨한테 화풀이한 거예요! 백 사장님은 사람도 아니에요. 분명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한 여배우가 더는 못 참겠는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리고 백승우가 사람들 보는 앞에서 정소현을 강간할 뻔한 사실도 말했다.정소현이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상상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몰랐다.김예훈은 처음에는 분노가 들끓었지만, 이제는 상황 파악이 되면서 차분해지기 시작했다.‘소현이를 겨냥한 작전이었을지도 몰라. 이유빈이 상처 입은 것도, 백승우가 난폭해진 것도 모두 계획 중의 일부였을 거야.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사람이 누군진 몰라도 백승우 같은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해.’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의료진은 그 여배우를 째려보더니 윽박질렀다.“이 년이, 감히 백 사장님이랑 진 감독님을 모욕해? 내가 지금 당장 알려드려서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해줄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하게 해줄까?”의료진은 여배우가 주제 파악을 못 한다는 것처럼 째려보았다.‘정소현이 어떻게 된 건지 보고도 감히 저런 말을 해?’여배우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두려운지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의 뒤에 숨었다.“걱정하지 마세요.”김예훈은 여배우들을 등 뒤에 숨기더니 말했다.“괴롭히지 못하게 해드릴게요. 그리고 부산 연예계 일은 저한테 맡겨도 좋아요!”의료진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어머? 촌놈이 나이도 어린 게 허세가 가득하구먼? 연예계 일을 맡겨? 네가 뭔데?”의료진은 손에 쥐고 있던 아이폰으로 김예훈을 가리키더니 말했다.“내가 말해주는데, 이 년이 깨어나기 전에 나한테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이 좋을 거야.”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핸드폰을 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소현이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려고?”“뭐라는 거야! 나는 훔친 것이 아니야! 이거 백 사장님이 선물로 주신 거라고! 정소현과 아무런 상관도
차 문이 열리고, 열몇 명의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차에서 내렸다.몇몇 경호원은 길을 막으려다 제일 앞에 있던 경찰한테 발로 걷어차이고 말았다.그렇게 열몇 명의 경찰들이 바로 의무실로 향하더니 제일 앞에 서 있던 경찰이 김예훈을 향해 인사했다.“김예훈 도련님, 저는 부산 경찰서 혜성 지구대 팀장 임승협이라고 합니다. 방금 임 사모님께서 전화해 주셨습니다.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법대로 잘 처리하겠습니다!”제복을 갖춰 입은 한 무리의 경찰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아까의 의기양양한 모습이 사라졌다.김예훈의 전화 한 통으로 혜성 지구대 팀장이 달려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소현이 아이폰, 에르메스 가방, 카르티에 시계, 반지, 현금이 모두 털렸어요.”김예훈은 여배우들이 알려준 정보에 근거하여 잃어버린 물건과 빼앗아 간 사람들 리스트를 미리 작성해 놓은 것이다.“모두 되찾아 주시고, 물건을 훔쳐 간 사람은 체포하여 법대로 처리해 주십시오.”그리고 방금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해하던 의료진을 가리키더니 말했다.“여기 핸드폰을 훔쳐 간 사람이 있어요.”의료진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했다.“저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백 사장님께서 선물해 주신 거라고요! 백 사장님을 건드렸다간 목숨을 부제하지 못할 거예요!”임승협은 리스트를 받아쥐더니 의료진의 뺨을 때려 바닥에 눕혔다.“체포해!”의료진은 얼굴을 감싸 쥐더니 소리쳤다.“제가 훔친 거 아니에요. 정말 아니라고요!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김예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이 모든 것을 계획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조죄 역시 가만히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임승협은 몇몇 사람이 체포되는 모습을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차 몇 대 더 보내라고 해. 이 사람들도 모조리 체포해서 조사 진행시켜! 회사와 가족에게 알려드리고! 벌금을 물리든 징역을 내리든 법대로 처리해!”“안 돼요. 이러시면 안 돼요!”의료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회사에서 도적질로 경찰
진우현은 이 순간 자신만만하기만 했다.그는 감독일 뿐만 아니라 진주의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어느 정도 권력을 쥐어 잡고 있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몇몇 경찰들은 손쉽게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네가 바로 감독이야?”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맞아. 내가 바로 감독인데 넌 누구야? 너...”짝!진우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예훈은 바로 그의 뺨을 때렸다.뺨 한 대에 얼굴이 부어오르고 입이 삐뚤어질 정도였다.“으악!”진우현은 비명과 함께 잠깐 멍때리더니 얼굴을 감싸 쥐었다.“이 자식이! 감히 날 때려? 죽고 싶어서 그래?”그의 뒤를 따르던 몇몇 스태프들 역시 분노하면서 말했다.“어이, 촌놈! 여기 어떤 곳인지 알아? 감히 이곳에서 사람을 때려? 죽여줄까? 감히 우리 진 감독님같이 귀하신 분을 건드려? 너는 이제 죽었어!”졸개들이 미친 듯이 날뛰었지만 김예훈은 그저 태연하게 앞으로 다가갔다.짝!“때리려던 사람이 바로 너야!”짝!“대단한데? 감히 날 죽이겠다고?”짝!“일개 감독 주제에 경찰 조사를 방해해?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아무것도 아닌 놈이.”짝!“소현이 일은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했는데 감히 내 앞에서 언성을 높여?”짝!“남자인 것이 책임감도 없이 나약한 여자한테 죄를 덮어씌워?”짝!“창피한 것도 모르고.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내가 널 때린 게 뭐 어때서? 내가 오늘 널 때려도 널 위해 나서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거야! 뭐? 진주 4대 가문? 곽영현한테 어디 전화해서 물어봐. 널 위해서 나서줄 수 있는지.”김예훈은 정소현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진우현에게 아주 본때를 보여주었다.연이은 뺨에 진우현은 어질어질했다.“이봐요, 경찰 양반. 이 사람이 지금 나를 때리고 있잖아. 빨리 잡아가지 않고 뭐해!”김예훈이 연이어 자기 뺨을 때릴 줄 몰랐던 진우현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임 팀장님! 빨리 이 사람을 잡아가요!”임승협이 담담하게 말했다.“진 감독님 되신다고요? 방금 저한테 혜성 세트장에서 사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