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현은 그제야 백승우가 왜 시비 거는지 깨닫고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두 가지 모두 선택 안 할거예요! 저랑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요!”짝!백승우가 또 그녀의 뺨을 때렸다.“내가 너랑 상관있다면 있는 거야! 조연 주제에 나랑 도리를 따져?”백승우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는 부산 부동산 큰손으로서 몸값이 몇천억 원이나 되었고 전씨 가문과도 친해 어느 연예인과 자고 싶으면 마음대로 잘 수 있었다.‘조연 주제에 나를 거부해?’“그래, 선택하기 싫으면 내가 대신 선택해 주도록 하지!”백승우는 정소현의 머리를 잡더니 구석에 있던 방으로 끌고 갔다.“먼저 나랑 자고 유빈이 앞에서 무릎 꿇고 빌어!”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정소현은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이 법치 사회에서 당신이 말한 대로 되게 할 수 없어요!”정소현은 온 힘을 다해 배불뚝이 백승우를 밀쳐냈다.“무조건 신고할 거예요!”다른 여배우들은 온몸을 떨더니 말했다.“소현 씨, 신고보다 빨리 도망쳐요! 그 사람 손에 잡히면 죽어요!”이들도 백승우가 정소현의 미모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런 순간에 따져봤자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잘 알고 있었다.가장 좋은 방법은 기회를 틈타 도망치는 것이었다.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도망쳐? 내가 못 가게 하면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해?”백승우는 아등바등 도망치려는 정소현의 발을 걸어 바닥에 넘어뜨렸다.“쌍년이, 조연 주제에. 내가 너랑 자고 싶어 하는 거 영관인 줄 알아! 엄마 아빠가 안 가르쳐줬어? 연기를 하려면 많은 것을 겪어야 한다고. 내 앞에서 무슨 순진한 척이야. 방으로 들어가기 싫으면 이곳에서 하든가!”백승우는 바로 정소현의 옷을 찢어 강제적으로 벗기려고 했다.퍽!포기를 모르던 정소현은 아예 바닥에 머리를 박아 정신을 잃고 말았다....김예훈이 최산하가 보내준 봉고차를 타고 혜성 세트장에 도착했을 때, 정소현은 의무실로 들려갔다.정소현의 마지막 발버둥은 그녀의 굳센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유빈 씨가 운이 나빴던 거예요! 진 감독님이 소현 씨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거고, 백 사장님도 도리를 따지지 않고 그저 소현 씨한테 화풀이한 거예요! 백 사장님은 사람도 아니에요. 분명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한 여배우가 더는 못 참겠는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리고 백승우가 사람들 보는 앞에서 정소현을 강간할 뻔한 사실도 말했다.정소현이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상상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몰랐다.김예훈은 처음에는 분노가 들끓었지만, 이제는 상황 파악이 되면서 차분해지기 시작했다.‘소현이를 겨냥한 작전이었을지도 몰라. 이유빈이 상처 입은 것도, 백승우가 난폭해진 것도 모두 계획 중의 일부였을 거야.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사람이 누군진 몰라도 백승우 같은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해.’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의료진은 그 여배우를 째려보더니 윽박질렀다.“이 년이, 감히 백 사장님이랑 진 감독님을 모욕해? 내가 지금 당장 알려드려서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해줄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하게 해줄까?”의료진은 여배우가 주제 파악을 못 한다는 것처럼 째려보았다.‘정소현이 어떻게 된 건지 보고도 감히 저런 말을 해?’여배우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두려운지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의 뒤에 숨었다.“걱정하지 마세요.”김예훈은 여배우들을 등 뒤에 숨기더니 말했다.“괴롭히지 못하게 해드릴게요. 그리고 부산 연예계 일은 저한테 맡겨도 좋아요!”의료진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어머? 촌놈이 나이도 어린 게 허세가 가득하구먼? 연예계 일을 맡겨? 네가 뭔데?”의료진은 손에 쥐고 있던 아이폰으로 김예훈을 가리키더니 말했다.“내가 말해주는데, 이 년이 깨어나기 전에 나한테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이 좋을 거야.”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핸드폰을 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소현이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려고?”“뭐라는 거야! 나는 훔친 것이 아니야! 이거 백 사장님이 선물로 주신 거라고! 정소현과 아무런 상관도
차 문이 열리고, 열몇 명의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차에서 내렸다.몇몇 경호원은 길을 막으려다 제일 앞에 있던 경찰한테 발로 걷어차이고 말았다.그렇게 열몇 명의 경찰들이 바로 의무실로 향하더니 제일 앞에 서 있던 경찰이 김예훈을 향해 인사했다.“김예훈 도련님, 저는 부산 경찰서 혜성 지구대 팀장 임승협이라고 합니다. 방금 임 사모님께서 전화해 주셨습니다.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법대로 잘 처리하겠습니다!”제복을 갖춰 입은 한 무리의 경찰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아까의 의기양양한 모습이 사라졌다.김예훈의 전화 한 통으로 혜성 지구대 팀장이 달려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소현이 아이폰, 에르메스 가방, 카르티에 시계, 반지, 현금이 모두 털렸어요.”김예훈은 여배우들이 알려준 정보에 근거하여 잃어버린 물건과 빼앗아 간 사람들 리스트를 미리 작성해 놓은 것이다.“모두 되찾아 주시고, 물건을 훔쳐 간 사람은 체포하여 법대로 처리해 주십시오.”그리고 방금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해하던 의료진을 가리키더니 말했다.“여기 핸드폰을 훔쳐 간 사람이 있어요.”의료진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했다.“저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백 사장님께서 선물해 주신 거라고요! 백 사장님을 건드렸다간 목숨을 부제하지 못할 거예요!”임승협은 리스트를 받아쥐더니 의료진의 뺨을 때려 바닥에 눕혔다.“체포해!”의료진은 얼굴을 감싸 쥐더니 소리쳤다.“제가 훔친 거 아니에요. 정말 아니라고요!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김예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이 모든 것을 계획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조죄 역시 가만히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임승협은 몇몇 사람이 체포되는 모습을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차 몇 대 더 보내라고 해. 이 사람들도 모조리 체포해서 조사 진행시켜! 회사와 가족에게 알려드리고! 벌금을 물리든 징역을 내리든 법대로 처리해!”“안 돼요. 이러시면 안 돼요!”의료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회사에서 도적질로 경찰
진우현은 이 순간 자신만만하기만 했다.그는 감독일 뿐만 아니라 진주의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어느 정도 권력을 쥐어 잡고 있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몇몇 경찰들은 손쉽게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네가 바로 감독이야?”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맞아. 내가 바로 감독인데 넌 누구야? 너...”짝!진우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예훈은 바로 그의 뺨을 때렸다.뺨 한 대에 얼굴이 부어오르고 입이 삐뚤어질 정도였다.“으악!”진우현은 비명과 함께 잠깐 멍때리더니 얼굴을 감싸 쥐었다.“이 자식이! 감히 날 때려? 죽고 싶어서 그래?”그의 뒤를 따르던 몇몇 스태프들 역시 분노하면서 말했다.“어이, 촌놈! 여기 어떤 곳인지 알아? 감히 이곳에서 사람을 때려? 죽여줄까? 감히 우리 진 감독님같이 귀하신 분을 건드려? 너는 이제 죽었어!”졸개들이 미친 듯이 날뛰었지만 김예훈은 그저 태연하게 앞으로 다가갔다.짝!“때리려던 사람이 바로 너야!”짝!“대단한데? 감히 날 죽이겠다고?”짝!“일개 감독 주제에 경찰 조사를 방해해?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아무것도 아닌 놈이.”짝!“소현이 일은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했는데 감히 내 앞에서 언성을 높여?”짝!“남자인 것이 책임감도 없이 나약한 여자한테 죄를 덮어씌워?”짝!“창피한 것도 모르고.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내가 널 때린 게 뭐 어때서? 내가 오늘 널 때려도 널 위해 나서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거야! 뭐? 진주 4대 가문? 곽영현한테 어디 전화해서 물어봐. 널 위해서 나서줄 수 있는지.”김예훈은 정소현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진우현에게 아주 본때를 보여주었다.연이은 뺨에 진우현은 어질어질했다.“이봐요, 경찰 양반. 이 사람이 지금 나를 때리고 있잖아. 빨리 잡아가지 않고 뭐해!”김예훈이 연이어 자기 뺨을 때릴 줄 몰랐던 진우현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임 팀장님! 빨리 이 사람을 잡아가요!”임승협이 담담하게 말했다.“진 감독님 되신다고요? 방금 저한테 혜성 세트장에서 사
진우현은 멈칫하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잽싸게 전화했다.십몇 분 뒤, 입구에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와 함께 몸매도 좋고, 정갈한 메이크업의 한 여성이 보디가드를 데리고 이곳으로 걸어들어오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진우현, 어떤 눈치 없는 놈이 우리 혜성 세트장에서 난리를 피운다며? 걱정하지 마. 곽 도련님께서 나를 부산에 보냈으니 내가 다 해결해 주도록 하지! 감히 누가 부산에서 우리 곽영현 도련님의 체면을 안 지켜주는지 어디 한번 봐야겠어!”촬영장 센터로 걸어들어온 이 여성은 바로 블릭 위도우 소한미였다.그 누구도 그녀가 성남에서 쫓겨난 후 돌연 부산에 나타나 계속해서 진주 4대 도련님 우두머리인 곽영현의 일을 도와줄 줄 몰랐던 것이다.그녀는 팔짱을 끼더니 김예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김예훈이 불빛이 어두운 곳에 앉아있어서 그의 얼굴을 정확하게 보지 못했는지 도도하게 말했다.“진우현, 누가 건방지게 이곳에서 난리를 피워! 여기 진주 4대 가문의 구역인 거 말해주지 않았어?”그러더니 시선을 임승협에게 돌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부산 경찰서 임승협 팀장이시죠? 강서 임씨 가문 사람이라는 건 알겠는데 먼 친척일 뿐이잖아요. 임강호 씨가 당신을 알기나 할까요? 미리 말씀드리는데. 오늘 이 일, 저한테 잘 설명하지 않으면 기어서 나가게 해드릴게요!”소한미가 손짓하자 진주에서부터 동행한 80명의 보디가드가 차가운 눈빛을 하고서 동시에 뛰어 들어왔다.진주의 특수한 지리적 위치, 역사적 이유로 인해 진주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지위가 높았다.막무가내인 이 사람들 앞에서 경찰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이 순간 소한미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등에 업은 진우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말했다.“어이, 촌놈. 봤지? 지금 당장 무릎을 꿇을래 아니면 무릎 꿇을 때까지 패줄까?”김예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한미를 쳐다보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불빛이 밝은 곳으로 걸어갔다.“그럼 꿇어야지.”눈앞에 나타난
김예훈은 담담하게 앞으로 걸어가 소한미의 얼굴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네가 바로 진우현이 믿는 구석이야?”“아... 아닙니다...”짝!김예훈은 그녀의 뺨을 때리더니 냉랭하게 말했다.“큰 소리로 말해. 밥 안 먹었어? 왜 이렇게 힘이 없어!”“아닙니다!”소한미는 벌떡 정신을 차리더니 바닥에 무릎 꿇은 채로 벌벌 떨었다.“김예훈 도련님, 저는 이 사람이랑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김예훈 도련님?’이 호칭을 들은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온 소한미가 무릎 꿇은 것도 모자라 뺨을 맞고도 김예훈 도련님이라고 부를 줄 몰랐던 것이다.‘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아무런 관계도 없어? 그럼 여기 와서 뭐 하는데?”김예훈이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김예훈 도련님께 인사드리려고 왔을 뿐입니다. 별다른 일이 없으시면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이대로 꺼져드리겠습니다...”소한미는 처음부터 이곳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속으로 생각했다.‘곽영현 도련님도 한 방에 날려버리는데 내가 뭐라고. 김예훈 도련님한테는 내가 아무것도 아닐 거야.’“내가 가라고 말했어?”김예훈은 소한미를 걷어차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제멋대로 경찰 수사를 방해한 죄는 알아서 자수해!”말을 마친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 시간을 확인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아직 15분 남았어. 나한테 실망 주지 말고.”자신을 향한 한마디에 멍때리고 있던 진우현은 화들짝 놀라면서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철석같이 믿었던 소한미가 발에 밟혀 누워있는 것을 보니 두려워질 수밖에 없었다.김예훈을 더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지만 진퇴양난인 마당에 어쩔 수 없이 또 누군가에게 전화했다.십몇 분 뒤, 삼베옷을 입은 한 노인이 뒷짐을 쥐고 열몇 명의 개량한복을 입은 남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걸어들어왔다.김예훈은 담담하게 상대방을 쳐다보자마자 단번에 누군지 알아차렸다.이 사람은 돈이 많아서, 일을 벌이기 좋아해서 유명한 것이 아니라 연예계에서 지위가 높은 것으로
짝! 짝! 짝!상현이 인정사정없이 뺨을 열몇 대 때리자, 진우현은 비명이 난무했다.김예훈은 아무 말도 없이 이 장면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상현은 뺨을 때리면서도 이렇게 말했다.“내 구역에서 일 저지른 건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쓸모없어서 개나 소나 내 혜성 세트장에 들어와서 난리를 피우는 거 아니야. 내가 창피할까 안 할까?”상현은 에둘러 김예훈을 욕하고 있었다.이때 임승협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당신!”김예훈은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면서 상현이 무슨 짓을 할지 지켜보기로 했다.“그리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이 년이랑 안전거리를 유지하라고! 이 년은 그저 몸이나 파는 기생년이라 일반인 앞에서만 허세를 부렸지 실력 있는 사람을 만나면 머리도 못 들어. 이 년한테 의지하려고 했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상현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진우현을 쳐다보았다.진우현은 그제야 알아듣고 굽신거리면서 머리를 조아렸다.“상현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거예요!”진우현은 말하면서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소한미를 째려보았다.‘이 년은 평소에 그렇게 나대더니, 결국엔 아무것도 아니었네. 중요한 순간에 아무런 쓸모도 없어. 보디가드가 있으면 뭐 해? 주인이 무릎까지 꿇었는데 졸개라고 뭐 어떻게 할 수나 있겠어?’소한미는 상현의 모욕 가득한 말을 듣고도 표정 변화라곤 없었고 그를 타일러주려는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자신이 호랑이굴에 들어왔으니, 상현도 함께 들어오기를 바랐던 것이다.상현은 소한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또다시 임승협 무리에게 시선을 돌렸다.속으로는 그저 김예훈을 밟아 죽이고 싶었지만, 소한미가 무릎까지 꿇고, 임승협이 룰을 어기면서 사람을 체포한 것을 보면 김예훈이 어느 정도 능력 있고 배경 있는 사람이라고 예상했다.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된 상현은 시가에 불을 붙이더니 말했다.“어이, 젊은이. 그쪽이 어느 가문의 사람인지는 몰라도 내 구역에서 난동 부린 거 집안
“그래, 정소현 씨가 맞긴 했어도 큰 문제가 없는 타박상일 뿐이잖아. 병원 갈 필요도 없겠더구먼. 백승우가 심하게 때렸다고 해도 와이프 때문에 그런 거잖아. 이유 없이 그런 건 아니잖아. 그리고 이유빈이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싸우기도 그렇잖아. 진실이 무엇이냐고? 내가 알기로는 그저 쌍방이 원하지 않았던 단순한 사고였던 것 같아. 그러니까 젊은이, 내가 오늘 체면을 챙겨줄 테니 이대로 물러가. 그래야 나중에 또 볼 수 있지. 내 말 알아듣겠어?”상현 같은 사람이 도리를 따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지금은 김예훈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어서 예의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김예훈이 일을 크게 만들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겠다고 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러서든지 조용히 이 일을 해결하기로 했다.경찰까지 개입된 일이라 일이 커지면 혜성 엔터테인먼트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하고 싶은 말 빨리하세요.”상현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말했다.“200만 원. 200만 원을 줄 테니 없었던 일로 하지. 네가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으면 나랑 백 사장도 더는 죄를 묻지 않을게. 이 200만 원이 곧 정신적 손해배상, 그리고 진실이라고 대신해. 200만 원도 적은 돈은 아니잖아. 일이 더 커지면 일 푼도 가지지 못할 수도, 심지어 네 편을 들어준 임 팀장한테도 피해가 갈 거야. 진 감독을 때리고 경찰도 개입시킨 건 내 룰을 어긴 거 맞잖아. 그러나, 이 모든 죄를 묻지 않도록 할 테니, 만약 내 말이 맞다고 생각되면 지금 바로 수표를 써줄게. 돈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먼저 돌아가 있어. 며칠 후 기분이 좋아지면 정소현한테 조연 자리를 하나 만들어 줄게.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지 않아?”상현은 말하면서 화해의 의미로 시가를 한 대 꺼내더니 김예훈 앞에 있던 상위에 던져주었다.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시가를 받기는커녕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하나만 여쭐게요. 상현 어르신한테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가만히 있었을 거예요?”“아니. 너랑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
마리아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자 부끄러워 그녀의 뺨을 때릴 수조차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 같은 거 필요 없어. 왜냐, 내가 총사령관이거든. 내가 신물이 아니라고 하면 신물이 아닌 거야. 알겠어?”현장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부산 용문당 회장이자 경기도 김세자가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라고?’‘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이 검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잖아.’무대 뒤쪽에 있던 혜선 스님 역시 휘청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는 오직 총사령관만이 동경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저 사람이 총사령관님이라고? 말도 안 돼!’잠시의 정적 후, 장무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요? 저놈이 한 말을 믿는 거예요? 제가 영국 황실 프린세스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총사령관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옆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전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기품을 지닌, 세상을 압도할 만한 기세를 가지고있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자 덕분에 경매장에 들어오는 놈이 어떻게 총사령관님일 수가 있어요! 부산 용문당 회장, 그리고 경기도 김세자의 신분도 여자 덕분에 따낸 거라고 들었어요. 아내가 부산 견씨 가문의 제9대 수장이라 김세자로 될수 있었고, 또 우현아 씨 덕분에 우충식 부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 될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 등만 처먹는 염치없는 놈이라고요. 정말 웃겨서 원. 저런 놈이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무리 총사령관님 행세를 해 봤자 아닌 건 아니라고요.”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장무준 도련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요?”“하긴,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았네요.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 어떻게 저희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게다가 총사령관님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
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족하지 못하겠는데요?”“굳이 저희 경매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잖아요.”혜선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제 결정을 따라야죠. 이곳은 오륜 사찰의 영역이라 제 말을 따라야 해요.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동하임 씨께서 김예훈 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주시기를 바랄게요. 동씨 가문을 봐서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을게요.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돼요.”혜선 스님의 말투는 차갑고 무관심했다.“이것이 바로 최선의 설명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오륜 사찰의 규칙인 거였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륜 사찰은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네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혜선 스님은 김예훈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는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중년 여도사가 차갑게 말했다.“밖으로 모셔!”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던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싫증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도련님, 이만 가시죠.”김예훈이 손을 쓰려고 할 때, 동하임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한 곳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오륜 사찰을 건드렸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요. 저희 아빠도 간신히 진주 1인자로 되었다고요.”동하임의 간절한 표정에 김예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하임 씨 말을 들을게요.”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만 동하임과 동씨 가문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륜 사찰이 경기도 무술의 경지로 함부로 견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그래요. 이만 가요.”김예훈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하자 동하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따라서 안도했다.비록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이 정말 오륜 사찰과 큰 싸움이 벌어진다면 피해를 볼까 두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김예훈이 또 한 번 가격을 올리려고 할 때, 방금 그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자신만만한 말투였다.“8천억 원의 가격으로 총사령관님의 칼은 마리아 씨의 것이 되었습니다.”김예훈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이번에는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아예 마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김예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요? 저는 1조 원을 제시하도록 할게요.”“저희 성녀분께서 이미 말씀하셨듯이 마리아 씨가 8천억 원에 이 물건을 낙찰받게 되었습니다.”그 중년 여도사는 김예훈을 가볍게 쳐다보고는 딱히 설명하지도 않고 다시 웃으면서 마리아를 쳐다보았다.“마리아 씨, 비용을 내시고 총사령관님의 칼을 가져가셔도 좋아요. 제가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축하의 말씀을 드릴게요.”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모두 멍한 상태였다.김예훈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 총사령관의 칼을 얻을 기회를 빼앗아 갈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전설 속의 오륜 사찰의 성녀, 혜선 스님이 직접 나와서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릴 줄 몰랐다.혜선 스님의 신분과 지위로는 그녀가 원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 수 있었다.경매장 규칙 또한 그녀가 정한 것이었다.지금 그녀가 규칙을 바꾸려 하더라도 아무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었다.비록 이 가격은 마리아에게는 큰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총사령관 칼을 손에 쥐었다.중년 여도사 역시 딱히 말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비록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성녀가 직접 규칙을 깨뜨린 이상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저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는데요?”김예훈이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왜죠? 제가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면 낙찰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오륜 사찰에서 이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싶지 않다면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하든 말든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경매에 내놓고 규칙까지
이 가격을 듣자마자 사람들은 갑자기 숨을 죽였다.아무리 총사령관이 요구를 하나 들어준다고 해도 끊어진 칼 하나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게다가 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와 계속 경쟁한다고?아무리 돈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영국 황실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6천억 원을 부른다고?그 모습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다.‘어디서 나타난 놈이길래 이렇게 담이 큰 거지?’“김예훈! 이 자식이!”장무준은 바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지금 일부러 방해하는 거야?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어! 돈 없으면서 일부러 가격을 올리는 거, 주최 측의 이익을 해치는 짓인 거 몰라? 저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마리아 역시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김예훈,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짓은 하지 마.”“일부러 방해해? 돈 없으면서 가격을 올려? 남에게 해를 끼쳐?”김예훈은 무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이 물건이 너희 것인 것처럼 말하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계속 가격을 올려보든가. 돈 없으면 여기서 잘난 척하지 말고 꺼져. 그리고 영국 황실을 들먹이면서 사람들한테 겁주지 마.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그런 협박이 먹힐 것 같아? 오후에 황실 신분을 박탈당한 사람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영국에서 이러는 거 중범죄인 거 몰라?”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여러분들 믿기지 않으시면 영국 최신 뉴스를 확인해 보세요.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되었다는 소식은 특종일 테니까요.”평소 뉴스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수군수군 의논 소리가 들려왔다.“맞아요. 영국 황실에서 제49번째 상속자인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당했다고 입장을 발표했네요.”“그리고 마리아가 황실을 이용해서 행동하는 것이 발각되면 바로 신고할 거라고 했네요.”“결국엔 가짜 신분을 가지고 잘난 척한 거였네요.”이 순간, 사람들은 격분하기 시작하면서 하나같이 소리쳤다.‘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