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강중구 별장.이곳은 개발된 지 꽤 오래된 별장 단지였다. 안에는 별장이 딱 한 채 있었는데 반도에 우뚝 솟아올랐고 주변의 지세들이 험악했기에 마치 보루 속의 궁전 같았다. 별장 밖은 기다란 담장이 있었고 담장 밖에는 철조망까지 있어 딱 봐도 경비가 삼엄해 보였다.입구에는 열댓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다 덩치가 크고 건장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인도에서 퇴역한 군인들 같았다.차는 별장 문 앞에 멈춰 섰다. 김예훈과 박인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외투를 차에 벗어두었다. 오늘 밤 이곳은 피로 물들 것이니 깨끗한 옷 한 벌쯤은 남겨둬야 하지 않는가. 박인철은 칼집마저 차에다 두고 한 손으로 칼을 들고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뒤를 따랐다. 오늘 박인철은 마치 총사령관을 따라 유라시아 전쟁터를 누비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의 그는 당도 부대의 대장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군인이었다. “이곳은 사유지다. 침입하는 자는 모두 죽여버린다!”앞에서 네 명의 남자가 기세등등하게 나타났다.“이곳은 우리 인도의 영지다. 꺼져!”“하.”박인철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당도로 그들을 베었다. 하지만 검날이 아닌 검날의 반대 면으로 베었을 뿐이었다.쿨럭.네 명의 그림자가 그대로 날아가더니 강철로 된 대문에 부딪혀서 쓰러졌다.“미친, 죽으려고 작정했어?!”몇 명이 소리를 지르며 더 나왔다.박인철은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인도의 고수들 얼굴에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 드러났다. 이윽고 그들은 그 표정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인도의 정예라고 하는 사람들이 박인철 앞에서 일격에 쓰러지다니.“뭐 하는 사람이냐!”밖의 움직임을 들은 사람들이 별장 안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망가진 대문을 보고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바로 허리춤의 총을 꺼내 들었다.“악!”그 사람들이 총을 쏘기
이때 별장 건물 안의 정예들도 수상한 움직임을 읽었다. 그들은 사방에서 나타나 총과 칼을 꺼내 들고 사이렌을 울렸다.스윽.박인철은 차가운 얼굴로 먼저 나서서 달빛 아래 빛나는 검을 휘둘렀다. 총으로 김예훈을 조준하려던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1분 후, 김예훈과 박인철 옆에는 거의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쓰러졌다.시체가 땅을 뒤덮었고 피가 강처럼 흘러내렸다.3분 후, 김예훈과 박인철은 건물의 입구에 도착했다.이때 별장 안에 있던 고수들이 모두 뛰쳐나왔다. 수많은 총과 검이 김예훈과 박인철을 노리고 있었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안재석, 나오라고 해.”“감히, 네까짓 게 안재석 님을 함부로 불러?”도복을 입은 남자가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김예훈을 향해 호통을 쳤다.“감히 우리 청별 그룹의 구역에 와서 난동을 피우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짝.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앞으로 나서서 뺨을 후려쳤다.남자의 표정이 확 변했고 몸은 뒤로 날아가 버렸다.그가 반응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김예훈의 손바닥은 바로 남자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남자의 머리는 퍽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믿기 힘들다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게 되었다.그는 8대 천왕 중 전설 속 철두공을 수련한 강민상이었다. 그의 머리는 매우 단단해서 벽을 부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김예훈에 뺨을 맞고 바로 쓰러져 버렸다.김예훈은 그런 강민상을 쳐다도 보지 않고 담담하게 얘기했다.“다시 한번 얘기한다. 안재석 나오라고 해.”그러자 또 다른 사내가 도복을 입은 채 나타났다. 그의 머리는 매우 길었는데 조선시대의 선비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 그는 바로 많은 사람을 뛰어넘고 자신만만하게 김예훈 앞에 나섰다. 미간을 살짝 찡그린 박인철은 이미 상대가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내 이름은 호종윤이다. 8대 천왕 중 두번째로 센 사람이지.”호
뺨 몇 대에 인도 8대 천왕의 리더이자 최고 실력자인 천용선은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천용선이었다.그녀는 8대 천왕 중의 최고로서 인도에서도 막 나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뺨을 맞고 그대로 죽어버리다니.그 모습을 본 인도의 정예 인원들은 모두 낯빛이 잿빛으로 변했다.김예훈 앞에서 무기를 들 용기조차 잃어버렸다.김예훈은 담담하게 휴지를 꺼내 손을 닦으며 얘기했다.“마지막으로 얘기한다. 안재석, 나와. 그렇지 않으면 여기 사람들 다 죽게 될 거야!”장내는 적막만이 남았다.그들은 성남에서 감히 그들의 별장에 쳐들어와 일방적인 살인 같은 대학살을 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게다가 들어와서 안재석을 부르며 나오라고 하지 않는가!별장 안의 분위기는 삽시에 얼어붙었다.누군가는 놀랐고 누군가는 마음이 무거웠으며 누군가는 이를 갈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입을 열지 않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안재석을 부른다면 그들은 상대방이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안재석은 인도 태권도 일인자인 박용진의 직속 제자이고 또 인도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부사장이니까. 이런 사람은 지위가 높아서 기관의 일인자가 그를 만날 때도 예의를 차리는 편이었다.눈앞의 김예훈 같은 자식이 아무렇게나 껄떡대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별장을 지키던 8대 천왕 중의 세 명이 바로 죽었다. 그것도 뺨을 맞고 죽었다. 그래서 이들은 김예훈에게 이렇게 나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 사람들은 지나가는 개가 아니라 인도의 천왕 들이다! 인도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수들이란 말이다! 하지만 김예훈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니 정예 인원들이 멘붕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놀라운가! “이래도 안 나온다고? 그럼 내가 직접 들어가지. 너희 인도인들은 항상 이래. 평소에는 떵떵거리며 살다가 중요할 때는 또 겁쟁이처럼 숨어있지. 그러고도 태권도 일인자의 직속 제자라고? 박용진이 뭘 가르친 거야? 숨는
말을 마친 안재석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별장 주변에 숨어있던 백여 명의 인도 정예 인원들이 뛰쳐나왔다. 이들은 모두 안재석의 수행 경호원이었는데 하나 같이 태권도 고수처럼 도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숙련된 동작으로 안재석을 중앙에 보호했다. 그리고 총을 든 인도 정예 인원들이 살기등등하게 뛰쳐나왔다. 그들은 이미 안전장치를 해제한 채 바로 총을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곧이어 검은 태권도 도복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별장에서 나왔다. 그 남자는 한 손에 붕대를 쥔 채 걸어오면서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동시에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말로 하기 어려운 진중함이 있었다. 그는 바로 인도 태권도 3 대장 중의 박세형이었다. 그리고 김예훈과 박인철의 등 뒤에도 똑같은 도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손이 매우 크고 거칠었는데 손에 양주를 들고 껄렁거리며 등장했다.하지만 그에게서도 똑같은 살기가 느껴졌다.이는 인도 태권도 3 대장 중의 정원기였다.두 사람은 태권도 실력으로 말하자면 신과도 같은 존재로서 다들 무신 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그런 사람들이 앞뒤로 압박해 오니 얼마나 두려울까!자리에 굳어있는 김예훈과 박인철을 본 안재석은 마음속으로 웃으며 차갑게 김예훈을 노려보았다.“김세자, 정말 경기도가 네 구역이라고 생각해? 다 네 뜻대로 될 거로 생각하는 거야? 전에 투자 유치 대회의 일도 아직 복수하지 못했는데 네가 알아서 찾아올 줄이야. 청별 그룹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안재석은 차가운 표정으로 호통을 치듯 얘기했다.김예훈은 마찬가지로 차갑게 대답했다.“안재석, 쓸데없는 말은 그만 해. 쓸모없잖아. 오늘 밤 죽고 싶지 않으면 정소현을 풀어줘. 만약 정소현의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이곳의 모든 사람은 다 죽어야 할 거야.”김예훈의 시선은 날카로웠다.“정소현?”안재석은 잠시 멈칫거리고 이내 크게 웃었다.“그렇군, 정소현을 찾으러 온 거였어!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일인걸. 내가 아무렇게나 납치한 여자가 그 대단
안재석의 얼굴에는 잔인한 웃음이 드러났다. 그는 인도에서 높은 신분이었고 청별 그룹에서도 심상치 않은 사람이다.하지만 오늘 밤, 김예훈은 계속해서 그의 한계에 도전하듯 선을 넘어버렸다.그가 데려온 천왕들을 해치워 안재석의 체면을 크게 깎아버렸다.이제 그 설욕을 갚아줄 기회가 생겼으니, 안재석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었다.정소현은 얼굴을 감싸 쥐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이 사람들이 왜 자신을 납치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러던 정소현의 두 눈이 빛났다.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처럼 김예훈을 보고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형부!”정소현의 모습을 본 김예훈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김예훈도 아까워서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 정소현을 이런 꼴로 만들어 버리다니. 안재석은 죽어도 쌌다.김예훈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가볍게 얘기했다.“소현아, 괜찮아?”정소현이 애써 웃으면서 얘기했다.“형부, 전 괜찮아요.”김예훈이 정소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큰 상처가 없는 것을 보고 겨우 한숨을 돌렸다.“아무 일 없으면 돼. 형부랑 같이 돌아가자.”정소현은 겨우 웃음을 짜냈다. 억울하지만 또 기뻤다. 그러자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리고 정소현은 걱정된다는 듯 얘기했다.“형부, 이곳은 위험해요. 오지 말지...”짝짝짝.“보기 좋아, 아주 보기 좋아! 여기서 드라마라도 찍어?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두 사람이 오늘 헤어지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 지켜보는 내가 다 울 것 같네. 그래서 말인데, 두 사람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안재석은 손뼉을 치며 웃더니 김예훈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정소현의 뺨을 후려쳤다.정소현의 입가에 새빨간 피가 묻으면서 예쁘장한 얼굴에 파랗게 멍이 들었다.김예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재석, 당신 선 넘었어!”“선을 넘은 걸 이제야 알았어? 난 항상 이렇게 해왔어. 불만이 있으면 와서 날 죽여봐.”안재석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네가 그럴 능력이 있어? 네까짓 게?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안재석은 변태처럼 웃으면서 얘기했다.그의 부하들도 따라서 웃었다.다들 비웃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이렇게 많은 인원과 안재석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김예훈은 차갑게 얘기했다..“마지막으로 얘기한다. 정소현을 풀어줘.”“퉤.”안재석은 바닥에 침을 뱉고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꿇어. 그리고 깨끗하게 핥아. 생각할 시간을 1분 주지. 바닥을 깨끗하게 핥지 않으면 정소현을 죽일 거다.”말하면서 안재석은 품에서 총을 꺼내 안전장치를 풀고 정소현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안재석이 자기 목숨으로 형부를 협박하고 있는 것을 본 정소현은 마음이 아파 눈물만 주르륵 흘렸다.형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이런 치욕을 겪게 하다니!“꿇어!”안재석이 외쳤다.“깨끗하게 핥아!”김예훈의 낯빛은 매우 어두웠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정소현이 외쳤다.“형부, 안 돼요, 안돼!”정소현의 눈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녀도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 김예훈과 박인철 두 사람은 이곳의 사람들을 압도할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안재석이 그녀로 협박을 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자신을 위해 형부가 이런 치욕을 겪고 있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니.정소현의 심장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정소현은 그제야 김예훈이 자신에게 매우 잘해주고 있다고, 자신은 이제 김예훈 없이는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안재석이 뱉은 침 앞까지 걸어왔다.그 모습을 본 안재석은 차갑게 웃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총으로 김예훈의 발 옆을 겨냥하고 바로 총을 쐈다.“좋아, 바로 거기서 꿇어. 그리고 바닥을 깨끗하게 핥아.”안재석의 총은 또 어두운 표정의 박인철을 조준했다. 안재석은 차갑게 얘기했다.“박인철 무신이라고 했지? 그 당도를 버리고 바로 꿇어.”툭.박인철은 바로 손의 당도를 바닥에 떨구었다. 그리고 표정을 굳힌 채 천천히 꿇었다.그 모습을
백여 명의 인도 정예 인원들을 그대로 뛰어넘었다.중요한 것은, 김예훈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인도의 정예 인원들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박세형과 정원기, 두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조심하세요!”안재석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김예훈이 이런 시기에 반항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인도 정예 인원들은 다 같이 놀랐지만 그래도 김예훈을 막을 수 없었다.빠르게 방아쇠를 당겼지만, 그들의 손에서 총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박세형의 속도는 꽤 빠른 편이었다. 그는 빠르게 안재석의 앞으로 날아와 김예훈을 막았다.짝.김예훈은 몸을 낮추고 바로 박세형의 뺨을 내쳤다.박세형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주먹을 뻗으려고 할 때, 그는 바로 절망하고 말았다. 김예훈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박세형이 주먹을 뻗으려는 순간, 김예훈은 또 박세형의 뺨을 후려쳤다.쿨럭.이번에는 바로 피를 토해낸 박세형이 바닥에서 구르고 있었다.김예훈은 왼손으로 박세형의 머리를 지그시 누르더니 이내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인도 태권도 3 대장 중 한 명이 눈도 감지 못하고 자리에서 죽어버렸다.김예훈은 또 뛰어올라 안재석을 향해 다가갔다. 놀란 안재석이 바로 총을 정소현의 머리로 갖다대었지만 그의 동작은 김예훈보다 많이 느렸다.김예훈은 이미 왼손으로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짝.그리고 김예훈은 또 그의 뺨을 후려쳤다.“감히 내 처제를 납치해?”짝.“그리고 나를 꿇게 해?”짝.“네까짓 게 감히?”짝.주변의 모든 사람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이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것이라 사람들은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했다.이렇게 많은 부하들이 놀라서 벌벌 떨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들은 눈 깜빡할 사이에 김예훈이 이렇게 판을 뒤집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게다가 태권도 3 대장 중 박세형이 이렇게 쉽게 죽다니? “안 사장님을 풀어줘.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뒤에서 정원기가 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고 얘기했다. “나에게는 죽이고 싶은 사람만 있지 내가 죽일 수 없는 사람은 없어. 내가 죽이고 싶은 사람은 예수님이 와도 살릴 수 없어. 내가 죽일 거니까.”이때 갑자기 별장의 3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놈이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나 있나!”안재석은 갑자기 몸을 흠칫 떨며 흥분에 겨워 외쳤다. “도윤수 형님, 오셨군요!“스물일곱, 여덟 되어 보이는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매우 키가 컸는데 정장을 입고 고고한 자태를 뽐냈다. 마치 아무것도 그의 흥미를 끌 수 없는 듯했다.그는 인도 태권도 3 대장 중의 일인자, 도윤수였다. 동시에 그는 인도 태권도 일인자 박용진의 수석 제자이자 안재석의 선배였다.도윤수는 차갑게 김예훈을 보며 얘기했다.“안재석을 놓아주고 여자는 두고 가. 그리고 너희 두 사람의 손과 발을 한 쪽씩 잘라내면 오늘 밤은 죽이지 않도록 하지.”김예훈은 웃음을 흘렸다.“네까짓 게? 네 스승이 여기 있어도 그런 얘기는 하지 못했을 거다.”도윤수는 바로 화를 내며 얘기했다.“지금 네 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김예훈은 고개를 저었다.“누가 와도 내 태도는 같아.”도윤수는 음산하게 웃으며 얘기했다.“마지막 기회다. 안재석을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조금 후에는 꽤 잔인하게 죽을 거다.”안재석의 목을 조르는 김예훈의 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이렇게 나를 협박하는 사람은 적지 않은데. 안타깝게도 다들 결국 죽었어.”도윤수는 어두운 얼굴로 앞으로 나서서 호통을 쳤다.“얼른 놓아줘!”그의 말과 함께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김예훈을 감쌌다. 이때 김예훈이 왼손에 힘을 팍 주었다.뚝.안재석의 목이 바로 부러졌다. 그의 입가에는 검은 피가 나타났다. 몸을 부르르 떨던 그는 동그랗게 두 눈을 뜨고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그리고 이내 그의 얼굴에는 후회에 찬 표정이 드러났다.안재석은 그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인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
아마미네 토시로는 영상통화를 끊어버리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실력이라면 아마도 나랑 거의 맞먹을 거야. 탑 무신급에 가까운 실력자가 아니라면 내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었어.”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넌 정말 숨은 고수였구나. 어린 나이에 이런 실력을 갖추다니. 정말 장래가 밝아. 너 같은 사람은 왜 밖에 나가서 자랑하지 않는 거야? 자랑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너의 실력을 모르잖아.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하고 실수로 너를 죽이면 어떡하려고?”아마미네 토시로는 자신감 넘치게 웃었다.“내가 다년간 수련하면서 도를 닦았기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너의 상대가 안 되었을 수도 있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무신 급 실력자를 한 명 잃게 될 운명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를 저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다른 일본인들도 서로 마주 보더니 하나같이 가소로운 미소를 지었다.오늘 패배할 운명인 줄 알았는데 무서운 김예훈을 앞에 두고도 아마미네 토시로가 태연한 모습을 보일 줄 몰랐다.‘역시 야마자키파 검신은 달라.’이 순간 일본인들은 다시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이런 제기랄. 우리 아마미네 토시로 검신님의 말씀을 못 들었어? 무신이라고 해서 우리 검신님 앞에서 잘난 척하지 마. 자식. 넌 아직 너무 어려. 네가 엄마 배속에서부터 무술을 배웠다고 해도 검신님의 상대가 될 수 없어. 얼른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고 뭐해. 검신님이 네가 무신인 걸 봐서 살려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보기엔 넌 우리 몸종이나 되는 게 낫겠어.”“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이번에 입을 연 사람은 김예훈이 아니라 아마미네 토시로였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아까 입을 놀린 일본인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버렸다.쨕.부하가 요트 엔진에 부딪히는 바람에 엔진이 고장 나면서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나머지 일본인들은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바로 이때, 아마미네 토시로가 담담하게 말했다.
김서하는 한껏 우쭐거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녀는 김예훈을 조롱하면서도 그가 산산조각이 나는 장면을 놓칠까 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아마미네 토시로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이따 김예훈이 죽으면 저랑 했던 약속을 잊으면 안 돼요.”김서하가 냉랭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김예훈만 죽이면 네가 원하는 특별 외교 신분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이제부터 야마자키파가 우리 진주에서 무슨 짓을 하든 다 상관없는 거야. 진주법을 어기더라도 나랑 현민이가 뒤를 봐주는 이상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입 다물어. 좋은 구경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개인 이익을 위해 국가 이익마저 팔아넘기는 사람을 제일 좋아하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이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의 검에서 빛이 반사되어 김예훈은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이제는 피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하지만 이 어마어마한 기세에도 김예훈은 피식 웃을 뿐이다.“아마미네 토시로, 이 여덟 명의 제자를 길러낸 것도 참 대단해. 그런데 아쉽게도 네가 만난 상대는 나야. 내 앞에선 무신도 맥을 추지 못하는데 하물며 가짜 무신이라?”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사람무리를 뚫고 나가 손바닥을 힘껏 휘둘렀다.아무렇지 않은 움직임이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했다.이들 눈에 평범해 보이기만 하던 김예훈이 손바닥을 휘두르는 순간 천지가 흔들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정도였기 때문이다.“이런 제기랄!”알약까지 먹은 일본 자객들은 잠깐 멈칫하긴 했지만 이 순간에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쨕.하지만 다음 순간, 청량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바람의 아들들이 하나같이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악!”이들은 공중에서 피를 뿜어내기도 했다.땅에 떨어지는 순간,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표정이 멍한 채 일어날 수 없었다.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이 뺨 한 대로 무너지다니.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설령 천하무적의 무신이라 해도 이 정도로
“이런 제기랄!”김예훈이 다시 그들의 습격을 피하자 남은 네 명의 일본 자객은 다시 힘을 합쳐 동시에 앞으로 달려들었다.김예훈이 갑판에 꽂혀있던 검 하나를 뽑아 드는 순간 바다 위에 밝은 달이 떠오르는 것처럼 번쩍거렸다.아마미네 토시로는 이 광경을 보고 얼굴색이 확 변하면서 단호하게 외쳤다.“막아!”다음 순간, 남은 네 명의 자객은 동시에 뒤로 물러나면서 검을 모아 앞을 막았다.이 완벽한 호흡은 정말 흠잡을 데 없었다.이로써 아마미네 토시로가 고수를 가르치는 실력을 알 수 있었다.퍽.검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불꽃이 튀었지만 당장 방어막을 뚫을 수는 없었다.다른 네 명의 부상당한 자객들은 모두 빠르게 썩은 냄새 나는 알약을 삼키더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이 알약으로 고통을 감소하고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다시 공격!”김예훈이 상대하기 어려운 놈으로 보이자 아마미네 토시로는 험악한 표정을 하고서 또 한 번 이를 악물며 명령했다.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은 하나가 되어 검을 칼집에 넣더니 다시 뽑았다.“죽여!”이건 바로 일본 검도 중 가장 강력한 기술인 일본 검술이었다.여덟 명의 탑 장병급 실력자들은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 함께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어떤 무신도 가볍게 죽일 것만 같은 기세에 물러설 곳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느낌이었다.이 모습을 보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그제야 긴장이 풀리면서 진정할 수 있었다.‘나도 막을 수 없는데 고작 김예훈 따위가 막겠어?’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야마자키파의 명성을 알릴 수 있는 이 기회에 구경꾼을 불러 모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었다.그래도 아쉬운 대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곧 통화가 연결되고, 핸드폰 화면에 김서하의 아름다운 얼굴이 나타났다.그녀는 반쪽 얼굴을 감싼 채 한쪽 손으로 운전하면서 원망 어린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처리했어?”“아직요. 곧 끝날 거예요. 이 역사적인 순간을 보여주려고 사모님께 영상통화를 보낸 거 아니에요.”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