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탁이 차갑게 웃었다:"나한테 고마워할 것 없어, 지금 네가 꺼진다고 해도 난 정씨 일가에 이 일을 알릴 거니까, 가문에 도둑놈 하나가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고, 이 일에 대해서 나한테 사과를 해야 할 거야.""물론, 너한테 기회를 줄게,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어, 그럼 용서해줄게, 어때?"김예훈이 담담하게 웃으며 대꾸하지 않았다.옆에 있던 나동욱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강문탁 씨, 제정신이에요?"나동욱은 예전부터 김예훈과 친구를 맺고 싶었지만 줄곧 기회가 없었다, 김예훈을 운정 경매에 초대한 것도 조금이나마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어서였다.김예훈이 겸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지금까지 쭉 지켜봤는데 누군가 자신을 멍청하다고 욕을 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나 은행장님, 이 데릴사위가 여기 있는 게 내 눈을 더럽히고 있는 겁니다!" 강문탁이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강문탁도 나동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옆에 그보다 더 큰 인물이 있는데 고작 은행장이 뭔 대수겠는가? 게다가 나동욱이 김예훈의 편을 드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다.그는 자신이 여자한테 빌붙어 살게 된 것이 다 김예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김예훈을 죽이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오늘, 김예훈도 죽일 수 있고 또 선우정아와도 알고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 이참에 김 여사한테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젊고 예쁜 여자의 덕을 보고 살려면 분발해야 할 것 같다.그 생각을 하고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차가운 눈빛으로 나동욱을 쳐다보았다:"나 은행장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은행장님이 두렵지 않아요, 좋게 말해서 은행장이지 솔직히 부자들의 금고지기가 아닙니까? 만약 우리 같이 돈 있는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저축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위세를 부릴 자격이나 있나요? 나도 상업은행의 VIP 고객입니다, 그런데도 날 건드릴 생각입니까? 날 건드린다면 우리 강씨 가문의 돈을 은행에서 다 뺄 것입니다.""철썩-"이때, 나동
두 사람이 계속 싸우게 되면 선우 가문도 피해를 보게 될지 모른다. 그리 된다면 선우정아한테는 시끄러운 일이다, 그녀가 오늘 여기에 온 목적은 경매 때문이니까."선우정아 씨, 잠시만요..." 강문탁이 다급해졌다, 내가 당신 때문에 뺨까지 맞았는데 어떻게 이대로 그냥 가버리는 건지?이때, 그가 선우정아를 따라가면서 고개를 돌려 사납게 말했다:"나동욱, 당신 이제 끝났어요, 두고 봐요, 내일 당장 강씨 가문의 돈을 은행에서 다 뺄 테니,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거예요!"나동욱은 강문탁을 쳐다보지도 않고 김예훈의 눈치를 살피며 한숨을 쉬었다:"대표님, 제가 충동적으로 그만, 신경 쓰지 마세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면전에서 욕을 먹고도 가만히 있었다면 제가 은행장님을 얕잡아봤을 겁니다.""갑시다, 우리도 경매장으로 들어갑시다, 제 개인 계좌의 자금은 은행에서 잠시 보관해주세요."말을 하고 김예훈이 태연하게 경매장으로 들어갔다.나동욱이 흠칫하더니 이내 기쁜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오늘 실수하지 않은 것 같다, 김예훈 대표가 화가 나지 않은 걸 보면.......운정 경매회의 경매장은 축구장 크기만큼 엄청 넓었다, 경매장에 거의 빈 좌석이 없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분이 있는 사람이었다. 남해시의 상류층을 제외하고도 경기도 각 지역의 부자들이 다 모였다, 운정 경매회는 아주 유명하다, 매년 독특한 물건들을 구해와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이때, 하은혜는 나동욱이 안내한 VIP룸에 앉아있다.그리고 손건우와 정민아, 조이영은 경매장 맨 앞줄에 앉아있다, 보아하니 손건우 또한 신분이 남다른 사람인 것 같다, 아니면 이 자리에 앉아있지 못했을 것이다.선우정아와 강문탁 두 사람도 맨 앞줄에 앉았다, 강문탁이 그곳에 앉아있는 건 선우정아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신분으로는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맨 앞줄에 자리가 두 개 남았다, 마침 정민아의 옆자리였다, 김예훈이 나동욱을 향해 손짓한 후 그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정민아 곁에 앉
선우정아가 차가운 도시 여자라면 정민아는 전통적인 미인이다, 두 여인이 함께 앉아 있으니 그야말로 아름다운 세계 명화가 따로 없다, 그러나 이때 김예훈이 터벅터벅 걸어가 앉아 분위기가 싹 깨져버렸다.이 순간, 손건우와 강문탁의 안색이 변했다."데릴사위, 당신이 여긴 어떻게! 이봐요, 여기 경매회는 왜 이래요? 어떻게 초대장도 없는 사람을 한 번도 아니고 계속 들여보내는 거예요? 이곳은 규정을 어기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손건우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게 말이에요, 데릴사위가 되더니 감히 우리랑 겸상을 하려 드네요,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모르고 있나 보네요!" 강문탁이 비꼬는 말투로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주최 측에서 설명 좀 해봐요!""아무나 이렇게 경매에 참가하게 한다면, 운정 경매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뒤에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김예훈의 행동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 앉았더라면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두 미녀 사이에 앉았으니, 그것도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이다.김예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손건우를 쳐다보고, 다시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하하하, 또 주머니를 뒤져요? 무슨 마술이라도 할 줄 알아요? 아까도 아무것도 꺼내지 못하더니, 지금..." 손건우가 큰소리로 웃었다, 그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웃음을 뚝 그쳤다.아까는 확실히 초대장이 없었다, 하지만 아까 하은혜가 나가서 김예훈의 외투를 가져왔다.이때, 김예훈이 초대장을 쥐고 무심하게 손건우의 얼굴에 던지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젠 그 입 좀 다물죠?""당신..." 손건우가 발끈했다, "어디 가서 가짜 초대장을 구해와서는 지금 내 앞에서 잘난 척하는 거예요?... 저기요, 이 초대장에 초대인도 초대받은 사람도 없는 걸 보면 가짜 맞죠?"양복 차림의 한 직원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상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받아보고는 잠시 후, 공손하게 김예훈에게 건네주었다, 그러
얼마 지나지 않아, 손건우가 조이영한테 문자를 보냈다.조이영이 핸드폰을 확인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일어나 웃으면서 말했다:"민아야, 너 저 찌질한 놈이랑 같이 앉지 마, 너까지 없어 보이잖아, 오늘 밤 넌 운이 좋아야 해, 나랑 자리 바꿔, 좀 있다가 건우씨가 널 데리고 YE 투자 회사의 고위 임원을 만나러 간다고 했잖아!"정민아가 고민도 안 하고 바로 대답했다:"됐어, 그냥 여기 앉을게."이때, 정민아는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김예훈과 같이 있는 게 손건우와 같이 있는 것보다 안심이 되었다.돈이 많아서 안심되는 게 아니라, 뭔가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는 것 같은 그런 편안함이 느껴졌다.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정민아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조이영을 거절했다.조이영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은 너무 티 나게 하면 안 되니까, 그녀가 앉아서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찌질한 놈,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민아 앞길 막지 마, 사람이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네 것이 아닌 물건에 욕심내지 말라고! 그래봤자 너만 손해이니까!"김예훈이 웃었다:" 욕심을 내든 안 내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만 좀 나대! 우리 부부 사이의 일에 네가 왜 끼어드는데! 내가 민아 남편이지 네 남편이야? 어이가 없어서 정말!"두 사람이 싸우자 정민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두 사람 그만해, 조이영, 결혼은 내 일이야, 그리고 생각해봤는데 당분간 나 이혼 안 해..."이 말을 듣고 조이영의 안색이 확 변했다, 옆에 있던 손건우의 얼굴도 어두워졌다.만약 정민아가 이혼하지 않는다면, 난 기회가 없는 거 아니야?"예훈 씨, 당신... 오늘 집에 들어올 거야?" 정민아가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머뭇거리며 말했다.김예훈이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그래, 저녁에 집에 데려다줄게."정민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한편 조이영이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민아를 데
"여보, 오늘 밤 이 사기꾼이랑 같이 갈 필요 없겠어, YE 투자 회사의 대표도 모르는데 무슨 소용이야? 나랑 내일 같이 내 동창 하은혜를 만나러 가자, 그게 더 효과 있을지도 몰라." 김예훈이 정민아한테 말했다."정말? 잘 됐어." 정민아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하은혜는 YE 투자 회사 대표의 비서이다, 만약 그녀한테 줄을 댄다면 어떤 임원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손건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때 조이영이 고개를 저으며 이제 그만하라고 손건우한테 눈치를 줬다, 이미 말실수를 한 상태이니 더 이상 만회할 수 없는 상태였다.이때, 경매장에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는데, 역시 운정 경매회의 인기는 대단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가 시작되었다.앞에 나온 몇 가지 경매품은 소장 가치가 있는 시계나 보석 같은 것들이었다, 비록 모두 보기 드문 물건이긴 하지만, 다들 큰 흥미는 없었다.이 물건들의 거래 가격은 몇억에서 몇백억까지 다 있다, 비록 비싼 물건이기는 하나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하지만 다음 경매품이 나왔을 때, 장내의 여인들이 감탄을 감추지 못하고 눈빛이 반짝거렸다.그건 거대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최소한 12, 13캐럿은 되었다, 투명하고 광택이 나는 것이 딱 봐도 좋아 보였다.이런 다이아몬드는 정말 희귀한 보석이다, 지금 그게 이 경매대에 놓여있다."세상에나! 이게 말로만 듣던 최상의 다이아몬드이군요, 듣기로는 남아프리카에서 발굴한 크리스탈 다이아몬드라고 해요.""제가 듣기로는 이 다이아몬드는 유럽의 다이아몬드 장인이 직접 만든 결혼반지라고 해요, "영원"을 뜻한다고 해요!""영원한 다이아몬드, 영원한 마음?!"이 물건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 순간, 정민아가 무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는데 귀여운 얼굴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렇게 귀중한 다이아몬드 반지라면, 누구나 탐내는 귀한 물건이었다.만약 이런 반지를 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청혼을 받을 수 있다면
조이영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그녀는 손건우한테 관심이 있다, 하지만 손건우가 정민아한테 이렇게 목을 매고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그녀한테는 상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손건우를 꼬셨을 거다, 정민아한테 소개해줄 일은 없을 것이다."김예훈, 넌 자기 와이프가 갖고 싶은 것도 해줄 수 없으면서 왜 나한테 잘난 척이야, 정말 재수 없어!" 조이영이 콧방귀를 뀌며 생각에 잠겼다."예훈 씨, 조이영, 두 사람 이제 그만 좀 해." 정민아는 머리가 아팠다, 조이영은 예전부터 김예훈을 싫어했다, 예전에는 김예훈이 말대꾸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이전과 전혀 달랐다, 조이영이 말싸움에서 몇 번이나 졌다.옆에 있던 손건우가 웃으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갑자기."120억!""140억!""160억!"손건우한테 잘난 척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눈 깜짝할 새에,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배로 뛰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야?" 손건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여자들 완전 미쳤구나? 다이아몬드가 아무리 좋다고는 하나 반지일 뿐, 그렇게 돈을 퍼부을 가치가 있나?하지만 이미 큰소리를 쳐 놓은 상태이니, 만약 낙찰받지 못한다면...생각을 마치고, 손건우는 머리가 저렸지만 이를 악물고 말했다:"162억!" "죄송합니다, 낙찰 가격은 20억씩 추가합니다, 만약 2억을 더 부른다면 인정할 수 없습니다." 여자 경매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귀띔했다."하하하-"말이 끝나자 장내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운정 경매장이 어떤 곳인가? 손건우의 수작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아차렸다, 이 자식, 더 이상 가격을 높일 능력이 안 된다, 아니면 왜 이렇게까지 하겠는가?손건우의 안색이 어둡다, 돈이 있는 집안인 건 맞다, 하지만 유동자금이 제한되어 있어 함부로 쓸 수 없었다.손건우가 망설이고 있을 때 맨 앞줄에 앉아있던 선우정아가 무심하게 말했다:"180억!""180억! 이 여자분께서 180억을 외쳤습니다!" 여자 경매사가 흥분했다.경매품이 낙찰되면 그녀도
정민아의 안색이 어둡다, 손건우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 큰돈을 내놓는 걸 보고 조금 감동했었다, 하지만 자꾸만 김예훈을 비웃으니 마음이 안 좋았다.김예훈은 돈도 없고 데릴사위이기는 하지만, 3년 동안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을 도맡아왔다, 불평불만 없이 고생하는 그를 보며 정민아는, 처음에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아무리 못난 남편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비웃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이때, 정민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손건우 대표님, 방금 한 말 취소해요, 예훈씨한테 사과하세요.""내가 저 사람한테 사과를요?" 손건우가 피식 웃었다, "이게 다 당신을 위해서예요, 민아씨, 능력도 없는 사람이 밖에서 이렇게 잘난 척하면 언젠가는 화를 불러 올 거예요, 나야 뭐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니 몇 마디하고 그냥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 같으면 벌써 주먹을 날렸겠죠!"옆에 있던 강문탁도 맞장구를 쳤다:"그래, 민아야, 넌 너무 순진해, 사람 마음이 얼마나 험악한데,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건 오히려 괜찮아, 무서운 건 뒤에서 원한을 품고 복수를 하는 거지, 그때 되면 한 사람이 아니라 한 가문이 피해를 입을지도 몰라, 민아야, 이렇게 작은 일로 큰 실수 하지마, 너랑 동창 사이가 아니라면 이런 말 절대 안 해."강문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옆에 있던 선우정아가 그를 힐끔 보았다, 그에 대한 인상이 좋아졌다, 이 남자 괜찮은 사람 같다, 매너도 좋고 자기 동창을 위할 줄도 알고.반대로 김예훈은 너무 역겨웠다, 데릴사위라는 사람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이런 자리에서 손건우를 건드리다니, 데릴사위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것인가?김예훈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민아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피식 웃더니 핸드폰을 꺼내 하은혜한테 문자 한 통을 보냈다.그의 핸드폰을 본 선우정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3년 전 모델을 쓰다니, 역시 찌질한 놈이다.강문
정민아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김예훈은 정민아의 손등에 손을 포개며 미소를 지었다.“너에게 줄게.”정민아가 흠칫했다.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오히려 선우정아가 김예훈을 힐끗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인간아, 능력이 없는 것도 모자라 나댈 줄도 모르네. 이 물건이 김 씨 가문에 들어가면 누가 되찾을 수 있겠어? 데릴사위 따위가 할 수 있겠어?’…“다음은 여섯 번째 경매품입니다. 이 물건은 우리 감정사들도 진위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출처가 평범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앞에 오셔서 직접 감상하면서 입찰을 할지 말지…”그때 무대 위에 있던 여성 경매사가 경매장 분위기가 훈훈한 것을 발견하고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손 벽을 치더니 곧 커다란 나무 틀이 경매장 뒤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모두의 시선이 그 나무 선반에 모였다. 무슨 물건인지 신기했다. 오죽하면 경매장에 있던 감정사조차 눈을 뗄 수 없었다.곧 그림 한 장이 선반에 위에 나타났다. 강화유리로 표면을 덮어 가까이 볼 수 있지만 만질 수는 없었다.그림을 본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때 누가 입을 열었다. “이건 황공망의 ‘부춘산거도’ 아닙니까? 어떻게 이럴 수가?”“뭐요? 전설 속에서 10대 명화 중 하나인 ‘부춘산거도’라고요?”“입찰가는 얼마부터 시작합니까?”모두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골동품을 볼 줄 아는 거물들이 모두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경매사가 웃으며 말했다.“여러분이 이 물건을 알아보셨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판매자의 신분이 신비로워서 이 그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도 진위를 보장할 수 없고요. 그러니 입찰가는 여려분이 결정하세요. 여러분이 원하는 값을 내보세요. 오만 원이라도 됩니다.”경매사의 말에 모두 가짜라고 확신했다. 아니면 오만 원이라는 가격을 입에 내놓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 그림을 갖고 온 사람 신분은 평범하지 않다. 안 그러면 딱 봐도 가짜인 물건을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