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윤제이라고?”그 이름을 들은 남자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제이는 최근 몇 달 동안 모 플랫폼에서 가장 핫한 댄스 BJ였다. 많은 인기를 얻은 후, 많은 광고를 찍었다.그렇게 윤제이는 많은 남자들이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엄청난 캐릭터로 성장했다.하지만 그런 여자가 에디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아무런 명분도 없이 말이다.에디를 향한 사람들의 눈빛에는 갑자기 부러움과 질투심이 담겼다.윤제이는 누군가가 자기를 알아보자 곧바로 도도하고 차가운 얼굴을 보였다. 자기가 소문대로 외국 남자만을 유혹하는 윤제이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전정민은 앞으로 다가가더니 에디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에디 씨, 저희를 아직 기억하고 계시나요? 전에 한 번 만났었잖아요. 에디 씨 회사 서류도 제가 접수했었는데요...”“전정민 씨 맞죠?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면 저희 라벤더 재단으로 차 마시러 오세요.”에디가 인사치레로 말했다. 하지만 전정민은 그 말을 듣더니 잔뜩 흥분하며 고개를 돌렸다.“여러분들도 들으셨죠? 에디 씨는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차 마시러 오라고 초대했어요! 에디 씨, 혹시 앞으로는 어떤 프로젝트에 투자할 생각인가요? 우리 성남 신도시로 오셔야죠. 저희가 기관을 대표해서 잘 모셔드리겠습니다!”전정민이 열정적으로 말했다.사실 그는 에디로 차려질 수 있는 이익 때문에 그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었다.외국 기업의 프로젝트를 따내면 큰 공을 세운 거나 다름없었기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탠다면 전정민의 앞날은 창창할 것이다.“네, 한번 생각해 볼게요.”에디가 말했다.“참, 에디 씨. 라벤더 재단에서 새로운 구역을 개발하려 한다고 들었어요. 혹시 공급업체가 벌써 생겼나요?”누군가가 넉살스럽게 물었다.에디가 웃으면서 대답했다.“공급업체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사장을 지킬 경비견 몇 마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그럼 그 자리에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 멍멍멍...”누군가가 개 짖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에
정민아는 미간을 구겼다.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라벤더 재단에서 저번 별장 일에 대해 모를 리가 없었고, 또 에디라는 사람이 그녀를 콕 집어 얘기했으니 그녀에겐 분명 좋은 일이 차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묵묵히 자리에 앉아있을 수도 없었다...정민아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그때, 김예훈이 갑자기 손을 내밀어 그녀를 말리고는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라벤더 재단이 뭐라고? 왜 여보가 직접 가서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야?”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정민아 쪽으로 몰렸다. 그녀의 데릴남편인 김예훈의 예기치 못한 말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무려 라벤더 재단이라고! 감히 라벤더 재단 앞에서 그들을 디스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모두 김예훈을 바보를 보듯이 바라봤다.종유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표독스러운 얼굴로 김예훈과 정민아를 째려보며 말했다.“정민아 대표님, 지금 남편분인 김예훈 씨가 무슨 말을 한 거죠? 에디 씨에게 당장 와서 인사를 해도 모자랄 판에 디스를 해요? 라벤더 재단이 우스워요?”김예훈이라는 이름에 에디는 뭔가 떠올랐다.그는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기억났어요, 당신이 바로 우리 라벤더 재단이 로열 가든 그룹을 경매하는 걸 방해한 김예훈 씨죠? 전에 김세자 님의 운전기사였다면서요? 그래서 우리 라벤더 재단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건가요? 지금의 당신은 이미 CY그룹과 전혀 상관이 없잖아요. 그런데도 이런 태도를 보여요? 우리 라벤더 재단에서 당신 하나를 못 죽일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내 앞에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면 이 일을 그냥 넘길게요. 아니면 절대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에디는 서늘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그를 때려죽일 것만 같은 기세였다.사람들은 그제야 알게 되었다, 김예훈이 예전에 이미 한 번 라벤더 재단을 건드린 적이 있다는 것을. 어쩐지 건방진 태도를 보이더라니.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누구
에디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김예훈을 보더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그는 영국 제국의 귀족으로 신분이 아주 고귀했다.‘한국에서 이름도 없는 X끼가 감히 날 무시해?’게다가 정민아와 권연우 두 사람이 김예훈의 양옆에 앉았으니 그는 더 단단히 화가 났다. 두 사람은 모두 그의 옆에 있던 윤제이보다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벽한 얼굴과 몸매는 물론, 청순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윤제이는 얼굴이 예쁘긴 하지만 깨끗한 매력이 없었다. 그냥 보면 충분히 미인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정민아와 권연우와 비교를 하니 바로 그 단점이 보였다.에디의 눈빛을 본 사람들은 오늘 밤 일이 쉽게 해결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종유는 차가운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봤다.‘이 녀석이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나? 여기에서 자기가 신분도 지위도 가장 낮다는 걸 모르나? 그러면서 감히 에디를 도발해? 정말 등신이 따로 없군.’에디 옆에 서 있던 윤제이는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피식 코웃음을 쳤다.“자기야, 저 사람 정말 건방지다. 자기랑 라벤더 재단이 안중에도 없나 봐?”그 말을 들은 에디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사람들은 어디서든 감히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어. 그런데 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나를 도발해?’에디가 손을 휘두르자 사람들 속에 숨어 있었던 우람한 열댓 명의 경호원들이 걸어 나오더니 살기가 담긴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에디 씨 경호원들은 모두 영국 제국 신전기사단에서 제대한 기사들이래!”“엄청 대단한 사람들이야, 모두 전쟁터에 나갔던 무서운 존재들이라고!”“김예훈 이제 끝장났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에 모두 숨을 죽였다.그들은 심지어 싸대기를 맞는 김예훈의 모습이 예상되는 것 같았다.이때, 정민아도 다급한 나머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볼지 몰라도 저쪽으로 가는 게 어떻겠어?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들이잖아.”그러더니 그녀는 또 에디에게 사과했다.“에디 씨,
정민아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시선을 계약서에 옮긴 그녀는 미간을 구겼다.그는 최근 들어 로열 가든 그룹을 인수하려는 두 번째 사람이었다.전에 부산 견씨 가문에서 이미 그녀에게 큰 압박을 줬었다. 하지만 지금의 라벤더 재단은 그녀에게 더 큰 압박을 주었다.“고민할 시간을 3분 줄게요. 계약서에 사인할지 말지는 정 대표님 선택이에요! 하지만 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는다면 우리 라벤더 재단에 수모를 안겨준 거나 다름없기에 우리 라벤더 재단에서는 반드시 끝까지 추궁할 겁니다!”에디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에게 맞춰주려는 듯, 경호원들은 차가운 얼굴과 살기가 어린 눈으로 김예훈 쪽으로 다가갔다. 그냥 다가가기만 했는데도 분위기는 살벌했다.이때, 장내에는 고요한 적막이 흘렀고,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라벤더 재단을 도발하면 절대 좋은 결과가 기다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얼굴이 새하얗긴 정민하를 바라보고 있었다.오직 권연우만이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김예훈이 자기 여자가 당하는 걸 이대로 지켜보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했다.아니나 다를까, 정민아가 테이블에 있는 계약서에 사인하려던 그때, 김예훈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 계약서를 잡고는 ‘쫙’ 찢어버렸다. 그리고 쓰레기 버리듯이 바닥에 내던지더니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는 로열 가든 그룹을 매각할 생각이 없거든요.”“좋아! 아주 좋아!”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디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은 물론이고, 전설의 김세자라도 라벤더 재단의 계약서를 찢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만큼 라벤더 재단이 안중에도 없다는 걸 설명하기 때문이다.에디를 비롯한 라벤더 재단 사람은 절대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보잘것없는 김예훈이 계약서를 찢었으니 말이다.“이제는 당신이 무릎 꿇는다고 해도 난 당신을 죽여버릴 거야!”에디가 표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윤제이가 갑자기 나서더니 샴페인을
김예훈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는 자기 옷을 보며 말했다.“이 옷은 여보가 선물한 거라서 참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야. 나 지금 화났으니까 기회를 한 번 줄게. 영국 제국 대사가 내 앞에서 무릎 꿇게 한다면 이 일은 넘어가 줄 수 있어. 아니면 끝까지 이 일을 추궁할 거야!”“뭐? 영국 제국의 대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고?”장내는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지 무려 10초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김예훈 씨, 미쳤어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영국 제국의 대사가 사과를 하면 그 사과를 받아줄 거예요? 그런 말이 밖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곧바로 외교분쟁이 일어날 거예요!”“미쳤군, 저 사람 제대로 미쳤군!”“데릴사위 주제에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김세자 님이라도 그럴 자격은 없을 거예요!”종유를 비롯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종유는 후회가 밀려왔다.일이 이렇게 커질 줄 알았으면 그는 절대 2억을 받으려고 이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일은 커질 대로 커졌고, 그는 물론이고, 그의 아버지조차도 자칫하면 잘려 나갈 것이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민아는 어안이 벙벙했다.그녀는 김예훈에이 뒷배가 있고, 또 김세자와도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국 제국 대사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인 듯했다.‘정말 미친 거 아니야?’정민아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에디는 영국 제국 대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김예훈의 말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아올랐다.“건방진 한국 놈이! 우리 영국 제국의 대사가 어떤 분이신 줄 알고! 우리 제국의 자작이시라고! 자작님을 모욕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아? 만약 우리 영국 제국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이제 끝장날 줄 알아!”말하는 사이에 에디가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냥 서서 보기만 해? 우리 영국 제국의 자작님을 모함한
김예훈은 또 한 번 발차기를 날리더니 그대로 에디의 무릎을 아작냈다.에디는 또 한 번 비명을 질렀고, 순식간에 김예훈 앞에서 무릎을 철썩 꿇었다.“짝!”김예훈은 또 윤제이를 끌어당기더니 그녀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윤제이의 예쁜 얼굴은 그대로 비뚤어지게 되었다.1분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두 사람은 모두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김예훈 씨!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요? 영국 제국의 사람을 때리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건가요?”“김예훈 씨, 미쳤어요?”종유와 전정민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를 말리고 싶었으나 함부로 그에게 다가갈 수는 없었다.김예훈은 덤덤한 얼굴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양주병을 집어 들었다.“퍽!”굉음과 함께 양주병은 터졌고, 에디는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며 몸을 휘청거렸다.“누가 쓸데없는 말 한마디라도 더 하면 이 병으로 머리를 깰 거예요. 이 사람을 더 죽이고 싶다면 계속 말을 해봐요.”김예훈은 감정이 담기지 않은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 입을 떡 벌렸다.정민아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전에 남해에 있을 때도 김예훈은 박동훈과 정지운에게 주먹을 휘둘렀었다.하지만 지금 영국 제국 라벤더 재단의 사람을 마주하고도 전력을 다해 풀스윙을 날렸으니 정민아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제 이 일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전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이때, 김예훈이 오른손을 내밀어 에디의 오른쪽 뺨을 툭툭 치며 말했다.“얼른 대사한테 사과하라고 해.”에디는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전화를 걸었다.“대사님, 저, 에디예요! 우리 영국 제국이 당하고 말았어요. 지금 대사님의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어요.”상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휴대폰을 뺏어가고는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당신, 로버트 맞지? 신전기사단의 옛 부단장 말이야. 10분 줄 테니까 얼른 와서 사과해. 내 목소리를 알 텐데 말이야.”김예훈이 그 말을 남기고는 전화
김예훈이 웃으며 물었다.“우리가 왜 도망가야 하는데? 난 영국 제국 대사가 사과하길 기다리고 있어!”정민아는 말문이 막혔다.10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호텔 대문 앞에는 외교 번호판을 단 고급 차 한 대가 나타났다.곧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재빨리 3층 룸으로 향했다.밖에서 들려오는 가지런한 구두 소리에 에디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종유, 전정민마저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곧 금발에 푸른 눈, 우람한 몸집의 서양인들이 달려 들어왔다.그들은 모두 옷을 잔뜩 걸쳐 입었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머리에 흰색 가발을 쓰고 있었다.앞장선 중년 서양 남자는 누가 봐도 전쟁터에 나갔던 경험이 있는 것 같았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었다.그는 바로 영국 제국 대사관의 대사, 로버트 자작이었다.그리고 그에겐 또 다른 신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영국 제국 신전기사단의 옛 부단장이다.다만 그가 전쟁터를 누비고 있을 때, 동양에서 온 한 남자에게 제대로 겁을 먹게 되었다.그 뒤로 다시는 무기를 들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하지만 그는 지금 영국 제국의 귀족계층에서는 여전히 전설급의 인물이었다.그런 대단한 사람을 마주하고도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으니,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했다.곧이어 로버트를 비롯한 서양인들은 빠른 걸음으로 룸 안으로 돌진했다.로버트를 보자 에디는 순식간에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존경하는 로버트 자작 각하, 안녕하세요. 저는 이 사람에게 이 험한 꼴을 당했습니다. 제발 저를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윤제이도 한껏 기대한 표정을 보였다.영국 제국의 자작인 로버트는 진정한 귀족이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자작 부인을 꿈꿔왔었다.물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눈앞의 이 남자를 제대로 짓밟는 것이었지만 말이다.그 생각에 윤제이의 삐뚤삐뚤한 얼굴에는 한기가 돌았다.가까워지고 있었다!로버트의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곧이어 로버트가 분노를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꿇고서야 로버트는 숨을 돌릴 수 있었다.그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들어 김예훈을 힐끔 쳐다봤다.김예훈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는 두려움에 다시 고개를 떨궜다.“괜... 괜찮으십니까?”그를 따르던 부하들은 고개를 들어 김예훈을 쳐다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 벌벌 떨고 있었다.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별일 없어. 다만 영국 제국이 꽤 날뛰고 있는 모양이군! 감히 내 아내에게 회사를 매각하라고 강요하다니?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을 더럽히고 말이야! 영국 제국에서 날 도발하고 있다고 이해해도 될까?”“아닙니다! 아닙니다! 존경하신 각하, 진정하십시오! 절대로 그런 뜻이 없었습니다!”로버트는 두려움에 연신 고개를 저었다.“이 일은 절대 우리 영국 제국의 뜻이 아닙니다! 제국의 반역자들이 제멋대로 행동한 게 틀림없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이 일을 반드시 잘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로버트는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돌리더니 라벤더 재단 사람들을 노려보며 물었다.“누구냐! 누가 감히 존경하신 부인님께 회사를 매각하도록 강요한 것이냐! 또 누가 감히 각하의 옷을 더럽힌 것이냐!”그 뒤에서 같이 무릎을 꿇고 있던 부하들도 어금니를 깨물며 물었다.“누구야?”마치 그 일들을 한 사람들이 대역무도한 죄를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사람들은 모두 시선을 에디에게로 돌렸다.로버트는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그는 겨우 몸을 일으키고는 에디의 목을 잡고 그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내가 라벤더 재단에도 여러 번 말했을 텐데? 한국에 왔으면 한국의 법을 따르라고 말이야! 제국에서 썼던 수법을 여기까지 가져온 거야? 죽으려고 작정했으면 혼자 곱게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짝!”“퍽!”로버트가 주먹과 발을 같이 쓰자, 에디는 목숨만 겨우 부지하고 있었다. 그제야 로버트는 숨을 헐떡이며 멈췄다.바닥에 주저앉은 에디는 몸에서 뼈가 몇 개나 부러졌는지 모른다.지금 그는 믿을 수 없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