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 형수랑..." 강문탁이 이를 악물었다."그래!" 김예훈이 반쯤 쪼그리고 앉아 강문탁의 얼굴을 툭툭 쳤다, "이제 알겠지? 와이프 덕 보고 살아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찌질한 놈이라고 그리 업신여기더니, 지금 내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네놈은 찌질한 놈보다 더 못한 놈이네.”말을 마치고 김예훈은 강문탁을 무시하고 돌아섰다, 핸드폰을 사러 가야 해서 여기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하은혜가 임중호를 노려보고는 두말없이 재빠르게 김예훈을 따라나섰다."저 자식 끌고 가서 다리 하나 부러뜨리고 병원 앞에 버리고 와!" 임중호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소리쳤다."안돼! 안돼!" 강문탁이 비명을 질렀다.한편, 조이영은 벌써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를 상대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얼마 후, 병원 앞, 다리가 부러진 한 사람이 승합차에서 던져졌다, 강문탁이 험상궂은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김예훈! 너만 여자 덕 보고 사는 거 아니야! 나도 할 줄 안다고! 나도 이제 여자 덕 보고 살 거야, 죽고 싶을 만큼 내가 너 짓밟아주겠어!"욕설을 퍼붓던 강문탁은 다리의 상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부들부들 떨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여사님, 저, 저 결정했어요...""그래, 며칠 후에 사람을 보내 데리러 갈게." 전화기 너머로 50~60세로 들리는 여자 목소리가 전해왔다."네, 감사합니다, 여사님...""아직도 여사님이야?""아니에요, 자기야, 자기야, 사람 많이 보내줘요, 손봐 줄 놈이 하나 있어서..."강문탁이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뻔뻔스럽게 입을 열었다."알았어, 이미 결정을 했다니 할 수 없군, 어떤 놈이 감히 우리 문탁을 건드렸는지 내가 한번 봐야겠어!"전화를 끊고 강문탁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김예훈, 내 한쪽 다리를 병신으로 만들었으니 각오해야 할 거야, 네놈의 두 다리를 병신으로 만들어서 내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 거야!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거라고!......번화가 거리, 핸드폰 매장
그 뒤에는 하은혜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예쁘게 생긴 여인이 김예훈의 뒤를 따라다니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대표님, 제가 아랫사람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김예훈이 열심히 핸드폰을 고르고 있자 하은혜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런가요?"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요."하은혜가 안절부절 해하며 말했다:"대표님,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대표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전 늘 대표님께 충성을 다했습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사실 그쪽을 탓할 생각 없어요, 오랜 시간 김씨 가문에 충성을 다한 사람 아닙니까? 나 대신 회사 경영도 잘 해왔고요, 하지만 아랫사람들한테 지나치게 방임하는 것 같네요.""대표님,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은혜가 조용히 말했다."이런 일은 빨리 처리해요, 앞으로 우리한테는 이런 사소한 일을 처리할 시간이 없을 테니까."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을 바꾸었다,"마음에 드는 핸드폰 있나요? 제가 선물할게요."김예훈이 화가 풀린 걸 보고 하은혜가 안도하면서 말했다:"대표님,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제일 비싼 걸로 사주세요."말을 하면서 하은혜가 진열대에 있는 폴더블폰을 집어 들었다, 올해 최신형 모델, 하나에 천만 원을 호가하는 모델이다."저기 미녀분, 한참 당신을 지켜봤어요, 그 모델은 한정판이에요, 가격은 천오백만 원, 갖고 싶다면 내가 선물해줄게요, 나한테 당신의 연락처만 주면 됩니다, 어때요?" 이때, 보기에 27~28살 된 양복을 입은 사내가 걸어왔다.이 남자, 분명 젊고 돈 많은 남자다, 하은혜를 바라보는 눈빛에 자신감이 가득 차있다, 천만 원 정도는 그한테 껌값에 불과했다, 미녀를 알 수 있다면야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하은혜는 그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하은혜의 눈에는 대표님밖에 없다.마음에 드는지 그녀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김예훈이 그
매장 직원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김예훈을 아래 위로 몇 번 훑더니 망설이며 말했다:"손님, 이 모델은 한정판입니다, 가격은 자그마치 천오백만 원입니다, 게다가 다른 매장에서 재고를 가져와야 하는데 정말 구매하시겠습니까?"직원이 의심스럽게 물어보는 것도 이해는 갔다, 이 모델은 워낙 생산량이 적은 데다가 상류층에서 인기가 많다. 보통 사람한테는 천오백만 원이라는 돈이 큰돈이었고 핸드폰을 이 값에 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근데 김예훈의 옷차림이 너무 허름하여 아무리 봐도 몇천만 원을 선뜻 내놓을 것 같지 않았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이제 보니 좋은 옷 한 벌 사 입어야 할 것 같다.하은혜가 피식 웃었다, 김예훈이 이리 난처해하는 모습은 또 처음 본다.김예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그렇게 해줘요, 두 개 살 거예요, 그리고 이 전화카드는 계속 쓸 수 있나요?"말을 하면서, 김예훈이 자신의 낡은 핸드폰을 꺼내 직원한테 건넸다."2만 원짜리 핸드폰?" 직원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폰조차 없는 사람이 이렇게 비싼 핸드폰을 산다고? 이게 말이 돼?김예훈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방금 무시당했던 남자가 갑자기 웃었다:"가서 가져와요, 이 손님이 돈을 내지 못하면 내가 이 여자분한테 선물할 거니까.""알겠습니다, 손님." 그 사내가 입을 열자 직원이 냉큼 물러갔다, 보아하니 이 사람, 꽤 신분이 있는 인물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직원이 이 사람을 알 리가 있나?김예훈이 못마땅한 듯 사내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 인간 뭐 잘못 먹었나? 내가 핸드폰을 사는데 뭔 상관이라고, 여기서 이리 나대?그 사내도 김예훈을 무시했다, 어쩌면 지금 그의 눈에는 김예훈이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그가 멋지게 명함 한 장을 꺼내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 하은혜한테 건네며 웃으면서 말했다:"저기 아가씨, 장민호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단지 당신의 이미지가 좋고 분위기가 좋아서 우리 회사의 면접을 봤으면 합니다.
장민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이게 뭐지? 성운 엔터테인먼트가 안목이 있다니?당연히 명함을 받아쥐고 나한테 술 한잔하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어른들의 세계에서 기브앤테이크는 간단하고도 단도직입적이다.하지만 이 여자, 도대체 무슨 뜻인 거지? 날 얕잡아보는 건가? 아니면 옆에 있는 저 남자 때문인가?이때 장민호의 시선이 김예훈한테 머물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설마 옆에 있는 이 사람 때문에 날 거절한 거예요? 잘 생각해봐요, 당신의 앞날이 달린 문제이니까, 평생에 한 번 주어질까 말까 하는 기회예요,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없어요"하은혜가 김예훈한테 핸드폰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옆에서 재잘재잘거리는 장민호 때문에 짜증이 났다, 그녀가 더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고 장민호를 노려보며 말했다:"이봐요, 옆에서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요, 성운 엔터테인먼트 대표면 이렇게 막 찝쩍대도 되는 거예요? 똑똑히 말하는데 난 성운 엔터테인먼트에도 관심 없고 연예인도 관심 없어요, 그러니까 그만 방해할래요?""와아, 저 여자 성격 진짜 화끈하다!""장민호가 여자한테 거절당하는 건 또 처음 보네, 쯧쯧..""진짜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거 아니야?!"매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도 보기 드문 광경이라.장민호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이런 대접은 또 처음인 것 같다, 그가 콧방귀를 끼며 차갑게 말했다:"이봐요, 아가씨, 설마 이 가난한 사내가 당신한테 핸드폰을 사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자그마치 천오백만 원이에요, 내가 좋은 마음으로 당신한테 선물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사람 마음을 몰라주다니."'당신..." 하은혜는 말문이 막혔다, 이 인간 정말 짜증 나게 하네."그만 해요, 우리는 핸드폰 살 테니까 그만 꺼져줄래요?" 김예훈은 원래 웃고 있었지만 지금은 짜증이 났다, 이 장민호라는 인간 때문에 자신한테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으니 말이다, 김예훈
"헐, 설마 재벌 2세라도 되는 거야?""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카드를 긁으라고 했어, 대박!""설마 건물주 집안인가?"김예훈이 쿨하게 카드를 꺼내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블랙 카드야!"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에서 장민호가 제일 견식이 많을 것이다, 김예훈이 그 카드를 꺼내자 장민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말이 끝나자, 순식간에 매장 안이 조용해졌다!다들 블랙 카드를 본 적은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으니까!블랙 카드라는 건 최소한 몇백억의 예금이 있어야 발급이 가능한 카드다! 총자산이 아니라 현금! 장민호 같은 신분의 사람도 현금 보유액은 고작 몇억, 몇백억이라는 게 무슨 뜻일지?이런 카드는 남해시에서 5장 초과하지 않는다!매장 직원도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였다, 설마 오늘 재수가 좋아 돈 많은 사람이라도 만난 건가?"이거, 설마 인터넷에서 산 카드 아니죠?" 갑자기 누군가 한마디 물었다.이 말을 듣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가짜 카드일 것이다, 이런 걸 실생활에서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장난이겠지? 이렇게 가난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블랙 카드를 가지고 있어?""이봐요, 사람이 왜 이리 찌질해요!" 장민호가 한껏 비꼬았다, "가난한 게 죄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부자인 척한다면 참 창피한 일이 아니겠어요?"김예훈은 그냥 웃고 말았다, 이 카드에 있는 돈 다 빼내서 장민호를 때려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계산해요."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마치 몇천 원짜리 음료수를 계산하는 것처럼."헐, 설마 진짜는 아니겠지..." 장민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김예훈의 블랙 카드를 아래위로 몇 번이나 훑어봤다. 혹시나 가짜는 아닌지?직원도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잽싸게 백스테이지로 가서 포스기 한대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카드를 긁더니 비밀번호를 입력해달라고 김예훈한테 건넸다.김예훈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뚜뚜뚜...죄송합니다, 카드 내의 잔액이 부족합니다
"아가씨, 이 핸드폰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선물할게요." 이때 장민호는 하은혜가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이걸로 계산해요!""가난뱅이 양반, 실버 카드가 뭔지는 알아요? 충고하는데 앞으로 잘난 척하려면 좀 그럴듯하게 사기 쳐요, 어떻게 블랙 카드로 사기를 치는지? 어이가 없어서!" 장민호가 득의양양하게 김예훈을 내려다보았다."와아, 실버 카드야, 예금이 수억 원은 있어야 발급이 가능한 카드라고!""역시 장민호 씨가 돈이 많네! 겸손하기까지 하고!""이래서 사람은 비교하면 안 돼!"“......”김예훈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수천억대 자산을 보유한 내가 이런 놈한테 무시를 당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문제는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옆에 있던 하은혜는 장민호를 무시하고, 자기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직원한테 넘겨줬다:"이걸로 계산해주세요, 두 개 다 주세요."직원이 잠시 망설이더니 하은혜의 카드를 긁었다, 이내, 카드 명세서가 나왔다.이 모습을 본 장민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여자가 이리 부자인지는 상상도 못 했다.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몇천만 원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긁다니, 이 여자가 진짜 부자인 것 같다. "우리 이제 가도 되죠?" 하은혜가 핸드폰 박스를 들었다. "물... 물론입니다..."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이제 보니 여자 덕 보고 사는 놈이구나?!" 누군가 중얼거렸다."헐! 찌질한 놈!" 사람들이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하은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김예훈을 데리고 도망치듯 매장을 빠져나왔다.핸드폰 매장 안, 장민호가 하은혜의 모습을 찍어 누군가에게로 보냈다. "재미있는 여자군." 장민호는 쫓아가지 않고 팔짱을 끼고 서 있다, 이런 여자야말로 스릴 있고 재밌지.지금 그한테 김예훈은 안중에도 없다, 가난뱅이일 뿐, 무서울 게 뭐가 있어?……
"대표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페라리 안, 하은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전화해볼게요." 김예훈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은행에서 하는 말이 이 카드 한도가 한 달에 10억이래요, 저번에 현금 10억을 가지고 가서 한도가 없대요, 만약 한도를 조정하려면 은행에 가서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하네요.""푸핫!"하은혜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김예훈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이런 일을 다 겪다니, 은행에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안 그러면 앞으로 일상적인 소비도 문제가 될 테니까."그럼 이 핸드폰, 내가 오빠한테 선물하는 걸로 하죠." 하은혜가 피식 웃었다, 이 정도 금액은 그녀한테 별거 아니었다."그래요, 나중에 내가 다른 거 선물해줄게요." 김예훈은 사양하지 않았다, "회사까지 태워다줘요, 오늘은 회사에서 지내야겠어요.""네?" 방금 차에 시동을 건 하은혜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 오늘 집에 안 들어가요?""들어갈 수 없게 됐어요!" 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하은혜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회사에 샤워하는 데 없잖아요, 괜찮다면 저희 집에 갈래요? 내일 아침 출근하기도 편하고요."김예훈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샤워하지 못하면 잘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괜찮겠어요?""당연하죠, 괜찮아요." 하은혜는 김예훈이 생각이라도 바뀔까 봐 이내 시동을 걸었다, 차가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했다.하은혜는 고급 주택단지에 거주하고 있다, 맨 위층 펜트하우스다, 인테리어는 김예훈이 좋아하는 심플한 스타일이었다.집 안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꼭 필요한 것들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여자 혼자 사는 집 같았다.김예훈은 들어와서 소파에 앉았다,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보아하니 몇 년 동안 하은혜의 삶도 쉽지 않았던 것 같았다, 거실
정말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은혜 이 여자, 겉으로 보기에는 강해 보이지만 사실 연애도 한번 해보지 못한 순수한 여인이다.내가 지금 이러고 있으니, 그녀가 나한테 칼을 들고 덤벼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바로 이때, 하은혜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대... 대표님... 이제 그만 손 놓으시죠?""아!" 김예훈이 손을 놓았다, 방금 무의식적으로 하은혜를 안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김예훈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놓았다, 하은혜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잽싸게 몸을 일으켰다.너무 어색했다.하은혜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결혼하신 지 3년 되었다고 들었어요."김예훈은 한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그 얘기는 그만 해요, 난 게스트룸에서 잘게요, 내일 회사에 있는 내 침실 좀 꾸며줘요, 샤워하고 잠만 잘 수 있으면 돼요."네, 준비해놓을게요." 하은혜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김예훈을 도와 게스트룸을 정리했다.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바쁘게 움직이는 하은혜를 보니 김예훈은 좀 어이가 없었다.여비서가 확실히 예쁘긴 예뻤다, 몸매도 좋고, 특히 긴 다리가 눈에 띄었다.이 여자 왜 경계심이라는 게 없는 건지? 내가 자기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김예훈이 소리 없이 웃었다, 하은혜가 자신을 믿어주니 고마웠다.오늘 하루 종일 바빴다, 김예훈도 피곤했는지 하은혜가 침대를 정리해주자 이내 샤워를 마치고 쓰러져잤다.......다음 날 아침, 아침부터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김예훈은 세수를 마치고 주방으로 갔다, 이때 하은혜가 머리를 묶고 귀여운 토끼 잠옷을 입고는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추씨 가문에서 장씨 가문의 일에 간섭했다고 그래. 어울린다고 생각해?”분노한 장무준은 거만한 표정으로 추문성에게 삿대질했다.추문성이 발끈하려고 하는 순간, 동하임이 손을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장무준, 다시 한번 말하는데 김예훈 도련님은 너의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그리고 총사령관님의 칼은 도련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아무런 의미도 없다고?”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1조 원을 들여서까지 나랑 경쟁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의미 없다고 하는 거야? 반드시 얻으려는 것 같은데? 그리고 진주에서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김예훈밖에 없다고. 가슴만 컸지, 머리는 텅 빈 너 같은 대한민국 여자는 여기서 헛소리하지 마. 한마디라도 더하는 순간 국제 경찰에 같이 잡힐 줄 알아.”동하임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이 일이 커져서 김예훈이 결국 다시 오륜 사찰과 맞붙게 될까 걱정이었다.그리고 장씨 가문과의 옛정을 생각해서 장무준이 김예훈에게 짓밟히는 모습도 보고싶지 않았다.그런데 진신 어린 충고를 했다가 뺨 맞은 것도 모자라 무차별적으로 모욕까지 당할 줄 몰랐다.동하임은 더 이상 이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동하임이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보고 마리아는 더욱더 의기양양해하면서 김예훈에게 삿대질했다.“김예훈, 너 그러고도 남자야? 남자구실은 하냐고. 설마 책임감이라곤 없는 사람이었어? 대한민국에 먹칠하지 말고 얼른 내 물건 내놔! 내가 말해주는데, 오늘 내로 물건 내놓지 않으면 내일 바로 국제 경찰이 찾아올 거야. 그때되면 대한민국은 너 때문에 망할 줄 알아.”마리아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국제경찰 앞에서는 예수님이 오셔도 너를 구하지 못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정말 내가 훔친 거라고 확신한다면 국제 경찰을 불러보든지. 다 같이 천천히 조사해 보자고. 어떻게 조사하든 상관없어. 이 과정에서 내가 훔쳤다는 증거를 찾으면 2조 원을 배상할게. 그리고 이 두 손까지 잘라서 너
별장 앞에는 마리아와 장무준 외로 동하임과 추문성도 있었다.이 두 사람이 나서서 막지 않았다면 살기가 가득한 외국인들이 진작에 동씨 가문을 쳐들어가서 난리 쳤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씨 가문의 몇몇 경호원들은 얼굴도 얻어맞고, 발에 차여 넘어져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뭐하는 거야.”김예훈이 걸어 나와 무표정으로 말했다.“누가 경호원을 때렸어?”“내가 때렸다. 왜!”양복을 입은 장무준은 씩씩거리면서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다.“김예훈, 드디어 나타났구나! 어젯밤 낙찰받지 못해 도둑질까지 해? 너 같은 인간은 정말 비겁하고 천박해! 어떻게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칵! 퉤! 너는 인간도 아니야. 너 같은 사람을 볼 때마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창피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어. 난 내 피를 모두 뽑아내고 외국인 피로 바꿔버리고 싶어. 그렇게라도 너와의 관계를 끊고 싶다고!”장무준은 이를 갈고 있었다. 그에게는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모욕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짐승보다도 못한 그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김예훈, 당장 총사령관님의 칼을 내놔! 아니면 총으로 쏴버릴 거야. 너를 죽이고 직접 찾으면 되지.”마리아 역시 자존심을 세우며 말했다.“빨리 물건 내놔. 아니면 외교 사건으로 국제 경찰까지 불러올 거야.”“장무준! 마리아! 함부로 말하지 마!”동하임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어젯밤 우리는 시즌 호텔을 떠나 바로 동씨 가문으로 왔다고. 너희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계속 헛소리할 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버릴 거야.”쨕!김예훈의 편을 들어주는 동하임의 모습에 장무준은 화가 나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 년이. 어디서 감히 편을 들어줘. 여긴 네가 말할 곳이 아니야. 아직 동씨 가문에 따지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감히 내 앞에서 떠들어! 죽고 싶어?”동하임이 본격적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외국인 보디가드가 손목을 꽉 잡는 바람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동하임 얼굴에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
마리아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자 부끄러워 그녀의 뺨을 때릴 수조차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 같은 거 필요 없어. 왜냐, 내가 총사령관이거든. 내가 신물이 아니라고 하면 신물이 아닌 거야. 알겠어?”현장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부산 용문당 회장이자 경기도 김세자가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라고?’‘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이 검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잖아.’무대 뒤쪽에 있던 혜선 스님 역시 휘청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는 오직 총사령관만이 동경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저 사람이 총사령관님이라고? 말도 안 돼!’잠시의 정적 후, 장무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요? 저놈이 한 말을 믿는 거예요? 제가 영국 황실 프린세스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총사령관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옆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전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기품을 지닌, 세상을 압도할 만한 기세를 가지고있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자 덕분에 경매장에 들어오는 놈이 어떻게 총사령관님일 수가 있어요! 부산 용문당 회장, 그리고 경기도 김세자의 신분도 여자 덕분에 따낸 거라고 들었어요. 아내가 부산 견씨 가문의 제9대 수장이라 김세자로 될수 있었고, 또 우현아 씨 덕분에 우충식 부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 될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 등만 처먹는 염치없는 놈이라고요. 정말 웃겨서 원. 저런 놈이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무리 총사령관님 행세를 해 봤자 아닌 건 아니라고요.”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장무준 도련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요?”“하긴,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았네요.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 어떻게 저희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게다가 총사령관님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
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족하지 못하겠는데요?”“굳이 저희 경매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잖아요.”혜선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제 결정을 따라야죠. 이곳은 오륜 사찰의 영역이라 제 말을 따라야 해요.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동하임 씨께서 김예훈 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주시기를 바랄게요. 동씨 가문을 봐서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을게요.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돼요.”혜선 스님의 말투는 차갑고 무관심했다.“이것이 바로 최선의 설명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오륜 사찰의 규칙인 거였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륜 사찰은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네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혜선 스님은 김예훈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는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중년 여도사가 차갑게 말했다.“밖으로 모셔!”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던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싫증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도련님, 이만 가시죠.”김예훈이 손을 쓰려고 할 때, 동하임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한 곳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오륜 사찰을 건드렸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요. 저희 아빠도 간신히 진주 1인자로 되었다고요.”동하임의 간절한 표정에 김예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하임 씨 말을 들을게요.”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만 동하임과 동씨 가문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륜 사찰이 경기도 무술의 경지로 함부로 견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그래요. 이만 가요.”김예훈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하자 동하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따라서 안도했다.비록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이 정말 오륜 사찰과 큰 싸움이 벌어진다면 피해를 볼까 두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