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대표님... 아니... 중호 형님..." 강문탁이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오후에 저한테 하신 말 잊으셨습니까? 제 뒤를 봐주겠다고 형님께서 그러지 않으셨습니까?"임중호가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이놈이 미쳤나! 당장 쳐라, 오늘 이놈을 때려눕히지 않으면 너희들 다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달려들던 경호원들이 어안이 벙벙해졌다,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임중호가 경외의 눈빛으로 하은혜를 쳐다보았다, 하은혜의 차가운 눈빛을 본 임중호가 부들부들 떨면서 이를 악물었다:"네놈이 눈이 멀었구나? 이분이 누구이신지 알기나 하는 거야? 내 직속 상사야, 너 따위가 감히 이분을 건드려?!""뭐라고?!"주위에 둘러싸여 있던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강문탁은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입을 크게 벌리고 멍한 얼굴로 하은혜를 쳐다보았다.임중호, 이 사람도 밖에서는 내로라하는 인물인데, 이 여자가 임중호의 직속 상사라니, 그럼, 이 여자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가!내가 저리 대단한 인물한테 찝쩍대었으니...강문탁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망했다, 이번에는 끝장이다.조이영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김예훈 이 자식이 이렇게까지 비겁할 줄 몰랐다, 정민아한테 빌붙어 사는 것도 모자라 이젠 하은혜한테까지 빌붙어있을 줄이야,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말이다! 대단한 인간인 것 같다!"은... 은혜 누님, 잘못했습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임중호는 더는 강문탁을 상대하지 않고 사람들의 보는 앞에서 "털썩" 하은혜한테 무릎을 꿇었다."이게 다 저 자식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에 누님한테 어떻게 했는지 다 아시지 않습니까? 오늘은 제가 실수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임중호가 끊임없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고 피가 바닥에 줄줄 흘러내렸다."당장 이리 안 와?! 빨리 와서 무릎을 꿇어!" 임중호가 뭔가 생각이 난 듯 강문탁을 향해 사납게 외쳤다.강문탁이 부들부들 떨면서 기어갔다, 지금
"형수, 형수랑..." 강문탁이 이를 악물었다."그래!" 김예훈이 반쯤 쪼그리고 앉아 강문탁의 얼굴을 툭툭 쳤다, "이제 알겠지? 와이프 덕 보고 살아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찌질한 놈이라고 그리 업신여기더니, 지금 내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네놈은 찌질한 놈보다 더 못한 놈이네.”말을 마치고 김예훈은 강문탁을 무시하고 돌아섰다, 핸드폰을 사러 가야 해서 여기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하은혜가 임중호를 노려보고는 두말없이 재빠르게 김예훈을 따라나섰다."저 자식 끌고 가서 다리 하나 부러뜨리고 병원 앞에 버리고 와!" 임중호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소리쳤다."안돼! 안돼!" 강문탁이 비명을 질렀다.한편, 조이영은 벌써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를 상대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얼마 후, 병원 앞, 다리가 부러진 한 사람이 승합차에서 던져졌다, 강문탁이 험상궂은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김예훈! 너만 여자 덕 보고 사는 거 아니야! 나도 할 줄 안다고! 나도 이제 여자 덕 보고 살 거야, 죽고 싶을 만큼 내가 너 짓밟아주겠어!"욕설을 퍼붓던 강문탁은 다리의 상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부들부들 떨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여사님, 저, 저 결정했어요...""그래, 며칠 후에 사람을 보내 데리러 갈게." 전화기 너머로 50~60세로 들리는 여자 목소리가 전해왔다."네, 감사합니다, 여사님...""아직도 여사님이야?""아니에요, 자기야, 자기야, 사람 많이 보내줘요, 손봐 줄 놈이 하나 있어서..."강문탁이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뻔뻔스럽게 입을 열었다."알았어, 이미 결정을 했다니 할 수 없군, 어떤 놈이 감히 우리 문탁을 건드렸는지 내가 한번 봐야겠어!"전화를 끊고 강문탁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김예훈, 내 한쪽 다리를 병신으로 만들었으니 각오해야 할 거야, 네놈의 두 다리를 병신으로 만들어서 내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 거야!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거라고!......번화가 거리, 핸드폰 매장
그 뒤에는 하은혜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예쁘게 생긴 여인이 김예훈의 뒤를 따라다니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대표님, 제가 아랫사람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김예훈이 열심히 핸드폰을 고르고 있자 하은혜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런가요?"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요."하은혜가 안절부절 해하며 말했다:"대표님,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대표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전 늘 대표님께 충성을 다했습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사실 그쪽을 탓할 생각 없어요, 오랜 시간 김씨 가문에 충성을 다한 사람 아닙니까? 나 대신 회사 경영도 잘 해왔고요, 하지만 아랫사람들한테 지나치게 방임하는 것 같네요.""대표님,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은혜가 조용히 말했다."이런 일은 빨리 처리해요, 앞으로 우리한테는 이런 사소한 일을 처리할 시간이 없을 테니까."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을 바꾸었다,"마음에 드는 핸드폰 있나요? 제가 선물할게요."김예훈이 화가 풀린 걸 보고 하은혜가 안도하면서 말했다:"대표님,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제일 비싼 걸로 사주세요."말을 하면서 하은혜가 진열대에 있는 폴더블폰을 집어 들었다, 올해 최신형 모델, 하나에 천만 원을 호가하는 모델이다."저기 미녀분, 한참 당신을 지켜봤어요, 그 모델은 한정판이에요, 가격은 천오백만 원, 갖고 싶다면 내가 선물해줄게요, 나한테 당신의 연락처만 주면 됩니다, 어때요?" 이때, 보기에 27~28살 된 양복을 입은 사내가 걸어왔다.이 남자, 분명 젊고 돈 많은 남자다, 하은혜를 바라보는 눈빛에 자신감이 가득 차있다, 천만 원 정도는 그한테 껌값에 불과했다, 미녀를 알 수 있다면야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하은혜는 그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하은혜의 눈에는 대표님밖에 없다.마음에 드는지 그녀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김예훈이 그
매장 직원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김예훈을 아래 위로 몇 번 훑더니 망설이며 말했다:"손님, 이 모델은 한정판입니다, 가격은 자그마치 천오백만 원입니다, 게다가 다른 매장에서 재고를 가져와야 하는데 정말 구매하시겠습니까?"직원이 의심스럽게 물어보는 것도 이해는 갔다, 이 모델은 워낙 생산량이 적은 데다가 상류층에서 인기가 많다. 보통 사람한테는 천오백만 원이라는 돈이 큰돈이었고 핸드폰을 이 값에 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근데 김예훈의 옷차림이 너무 허름하여 아무리 봐도 몇천만 원을 선뜻 내놓을 것 같지 않았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이제 보니 좋은 옷 한 벌 사 입어야 할 것 같다.하은혜가 피식 웃었다, 김예훈이 이리 난처해하는 모습은 또 처음 본다.김예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그렇게 해줘요, 두 개 살 거예요, 그리고 이 전화카드는 계속 쓸 수 있나요?"말을 하면서, 김예훈이 자신의 낡은 핸드폰을 꺼내 직원한테 건넸다."2만 원짜리 핸드폰?" 직원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폰조차 없는 사람이 이렇게 비싼 핸드폰을 산다고? 이게 말이 돼?김예훈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방금 무시당했던 남자가 갑자기 웃었다:"가서 가져와요, 이 손님이 돈을 내지 못하면 내가 이 여자분한테 선물할 거니까.""알겠습니다, 손님." 그 사내가 입을 열자 직원이 냉큼 물러갔다, 보아하니 이 사람, 꽤 신분이 있는 인물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직원이 이 사람을 알 리가 있나?김예훈이 못마땅한 듯 사내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 인간 뭐 잘못 먹었나? 내가 핸드폰을 사는데 뭔 상관이라고, 여기서 이리 나대?그 사내도 김예훈을 무시했다, 어쩌면 지금 그의 눈에는 김예훈이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그가 멋지게 명함 한 장을 꺼내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 하은혜한테 건네며 웃으면서 말했다:"저기 아가씨, 장민호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단지 당신의 이미지가 좋고 분위기가 좋아서 우리 회사의 면접을 봤으면 합니다.
장민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이게 뭐지? 성운 엔터테인먼트가 안목이 있다니?당연히 명함을 받아쥐고 나한테 술 한잔하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어른들의 세계에서 기브앤테이크는 간단하고도 단도직입적이다.하지만 이 여자, 도대체 무슨 뜻인 거지? 날 얕잡아보는 건가? 아니면 옆에 있는 저 남자 때문인가?이때 장민호의 시선이 김예훈한테 머물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설마 옆에 있는 이 사람 때문에 날 거절한 거예요? 잘 생각해봐요, 당신의 앞날이 달린 문제이니까, 평생에 한 번 주어질까 말까 하는 기회예요,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없어요"하은혜가 김예훈한테 핸드폰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옆에서 재잘재잘거리는 장민호 때문에 짜증이 났다, 그녀가 더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고 장민호를 노려보며 말했다:"이봐요, 옆에서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요, 성운 엔터테인먼트 대표면 이렇게 막 찝쩍대도 되는 거예요? 똑똑히 말하는데 난 성운 엔터테인먼트에도 관심 없고 연예인도 관심 없어요, 그러니까 그만 방해할래요?""와아, 저 여자 성격 진짜 화끈하다!""장민호가 여자한테 거절당하는 건 또 처음 보네, 쯧쯧..""진짜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거 아니야?!"매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도 보기 드문 광경이라.장민호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이런 대접은 또 처음인 것 같다, 그가 콧방귀를 끼며 차갑게 말했다:"이봐요, 아가씨, 설마 이 가난한 사내가 당신한테 핸드폰을 사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자그마치 천오백만 원이에요, 내가 좋은 마음으로 당신한테 선물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사람 마음을 몰라주다니."'당신..." 하은혜는 말문이 막혔다, 이 인간 정말 짜증 나게 하네."그만 해요, 우리는 핸드폰 살 테니까 그만 꺼져줄래요?" 김예훈은 원래 웃고 있었지만 지금은 짜증이 났다, 이 장민호라는 인간 때문에 자신한테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으니 말이다, 김예훈
"헐, 설마 재벌 2세라도 되는 거야?""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카드를 긁으라고 했어, 대박!""설마 건물주 집안인가?"김예훈이 쿨하게 카드를 꺼내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블랙 카드야!"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에서 장민호가 제일 견식이 많을 것이다, 김예훈이 그 카드를 꺼내자 장민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말이 끝나자, 순식간에 매장 안이 조용해졌다!다들 블랙 카드를 본 적은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으니까!블랙 카드라는 건 최소한 몇백억의 예금이 있어야 발급이 가능한 카드다! 총자산이 아니라 현금! 장민호 같은 신분의 사람도 현금 보유액은 고작 몇억, 몇백억이라는 게 무슨 뜻일지?이런 카드는 남해시에서 5장 초과하지 않는다!매장 직원도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였다, 설마 오늘 재수가 좋아 돈 많은 사람이라도 만난 건가?"이거, 설마 인터넷에서 산 카드 아니죠?" 갑자기 누군가 한마디 물었다.이 말을 듣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가짜 카드일 것이다, 이런 걸 실생활에서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장난이겠지? 이렇게 가난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블랙 카드를 가지고 있어?""이봐요, 사람이 왜 이리 찌질해요!" 장민호가 한껏 비꼬았다, "가난한 게 죄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부자인 척한다면 참 창피한 일이 아니겠어요?"김예훈은 그냥 웃고 말았다, 이 카드에 있는 돈 다 빼내서 장민호를 때려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계산해요."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마치 몇천 원짜리 음료수를 계산하는 것처럼."헐, 설마 진짜는 아니겠지..." 장민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김예훈의 블랙 카드를 아래위로 몇 번이나 훑어봤다. 혹시나 가짜는 아닌지?직원도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잽싸게 백스테이지로 가서 포스기 한대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카드를 긁더니 비밀번호를 입력해달라고 김예훈한테 건넸다.김예훈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뚜뚜뚜...죄송합니다, 카드 내의 잔액이 부족합니다
"아가씨, 이 핸드폰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선물할게요." 이때 장민호는 하은혜가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이걸로 계산해요!""가난뱅이 양반, 실버 카드가 뭔지는 알아요? 충고하는데 앞으로 잘난 척하려면 좀 그럴듯하게 사기 쳐요, 어떻게 블랙 카드로 사기를 치는지? 어이가 없어서!" 장민호가 득의양양하게 김예훈을 내려다보았다."와아, 실버 카드야, 예금이 수억 원은 있어야 발급이 가능한 카드라고!""역시 장민호 씨가 돈이 많네! 겸손하기까지 하고!""이래서 사람은 비교하면 안 돼!"“......”김예훈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수천억대 자산을 보유한 내가 이런 놈한테 무시를 당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문제는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옆에 있던 하은혜는 장민호를 무시하고, 자기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직원한테 넘겨줬다:"이걸로 계산해주세요, 두 개 다 주세요."직원이 잠시 망설이더니 하은혜의 카드를 긁었다, 이내, 카드 명세서가 나왔다.이 모습을 본 장민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여자가 이리 부자인지는 상상도 못 했다.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몇천만 원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긁다니, 이 여자가 진짜 부자인 것 같다. "우리 이제 가도 되죠?" 하은혜가 핸드폰 박스를 들었다. "물... 물론입니다..."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이제 보니 여자 덕 보고 사는 놈이구나?!" 누군가 중얼거렸다."헐! 찌질한 놈!" 사람들이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하은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김예훈을 데리고 도망치듯 매장을 빠져나왔다.핸드폰 매장 안, 장민호가 하은혜의 모습을 찍어 누군가에게로 보냈다. "재미있는 여자군." 장민호는 쫓아가지 않고 팔짱을 끼고 서 있다, 이런 여자야말로 스릴 있고 재밌지.지금 그한테 김예훈은 안중에도 없다, 가난뱅이일 뿐, 무서울 게 뭐가 있어?……
"대표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페라리 안, 하은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전화해볼게요." 김예훈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은행에서 하는 말이 이 카드 한도가 한 달에 10억이래요, 저번에 현금 10억을 가지고 가서 한도가 없대요, 만약 한도를 조정하려면 은행에 가서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하네요.""푸핫!"하은혜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김예훈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이런 일을 다 겪다니, 은행에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안 그러면 앞으로 일상적인 소비도 문제가 될 테니까."그럼 이 핸드폰, 내가 오빠한테 선물하는 걸로 하죠." 하은혜가 피식 웃었다, 이 정도 금액은 그녀한테 별거 아니었다."그래요, 나중에 내가 다른 거 선물해줄게요." 김예훈은 사양하지 않았다, "회사까지 태워다줘요, 오늘은 회사에서 지내야겠어요.""네?" 방금 차에 시동을 건 하은혜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 오늘 집에 안 들어가요?""들어갈 수 없게 됐어요!" 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하은혜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회사에 샤워하는 데 없잖아요, 괜찮다면 저희 집에 갈래요? 내일 아침 출근하기도 편하고요."김예훈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샤워하지 못하면 잘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괜찮겠어요?""당연하죠, 괜찮아요." 하은혜는 김예훈이 생각이라도 바뀔까 봐 이내 시동을 걸었다, 차가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했다.하은혜는 고급 주택단지에 거주하고 있다, 맨 위층 펜트하우스다, 인테리어는 김예훈이 좋아하는 심플한 스타일이었다.집 안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꼭 필요한 것들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여자 혼자 사는 집 같았다.김예훈은 들어와서 소파에 앉았다,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보아하니 몇 년 동안 하은혜의 삶도 쉽지 않았던 것 같았다, 거실
“쓰레기”라는 세 글자에 김서하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김예훈 씨, 당신 말 대로 우리 모두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당신이 반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확실하게 현민이 잘못이 맞으니 제가 돌아가면 반드시 단단히 교육시켜서 직접 사과하게 할게요. 그러니 김예훈 씨도 성의를 보여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우리 모두 오해를 풀고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필경 현민이도 그렇고 김예훈 씨도 모두 큰 일을 할 사람인데 이렇게 싸우면 다른 경쟁자들에게만 좋은 일이 되는 거잖아요.”김예훈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의를 보여달라고요? 그럼 먼저 멀리도 말고 바로 어제 용문도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야밤에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와서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말로는 오해를 풀자고 하면서 매번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심지어 저를 박연서 사모님 댁으로 가게 만든 것도 당신들이 꾸민 거잖아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낯선 전화번호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삑!”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김서하는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이 메시지는 누가 보낸 건가요?”김서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김현민의 부하일 거라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만약 정말로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안동 김씨 내부에 김현민을 죽이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순간 김서하는 오늘 자기가 직접 김예훈을 찾아온 것은 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비웃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이쯤 되면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이 메시지는 당연히 김현민이 보낸 것이고 저를 임수민 구하러 가게 해서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게 하려는 계획이었잖아요. 당신들이 박연서 사모님의 손을 빌려 저를 죽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저의 손을 빌려 박연서 사모님을 어떻게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어찌 됐든 당신들의 계
“사모님이 초대하시는데 제가 왜 거절하겠어요?”김예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김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김서하가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고 싶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고 안전벨트를 했다.김예훈이 차에 타자 김서하는 가볍게 웃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페라리 488은 자신의 존재를 뽐내며 맹수와 같이 순환고속도로를 향해 질주했다.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김예훈이 고개를 돌려 김서하에게 물었다.“사모님, 정말로 저와 함께 비를 구경하면서 드라이브하려고 오신 건 아니죠? 저는 사모님과 함께 비 구경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그러니 이제 솔직하게 말씀하시죠.”김서하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김예훈 씨가 우리 넷째 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서요. 그리고 그 대가로 조건을 걸었다고 들었어요.”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모님, 역시 소식이 빠르시네요. 저의 조건이 무엇인지 아시는 것 같은데요. 그건 바로 김현민을 양자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거였어요.”김예훈의 말에 들은 김서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주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실제로 그 조건 때문에 김현민은 정정당당하게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가 될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그야말로 사람을 죽이고 마음마저 짓밟는 격이다.“김예훈 씨, 잘 모르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안동 김씨 가문의 일에 간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김서하가 계속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현재 권력 교체의 중요한 시기예요. 외부 사람들에게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엄청 치열하거든요. 아무리 진주·밀양 두 도시의 거물이라 할지언정 안동 김씨 가문의 싸움에 끼어들면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혼자서 거기에 끼어들겠다는 건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김서하는 말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았다.그녀의 오른쪽 다리의 치맛자락이 살짝 흩날리더니 보는 사람이 섬뜩할 정도로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김서하의 적나라한 유혹
“내가 김예훈을 설득해 볼게. 그런데 계속해서 제멋대로 행동하면 죽여버릴 수밖에.”김서하는 어떻게든 김현민을 수장 자리에 앉히고 싶었다.비록 큰 피해를 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양보하기만 한다면 진주·밀양 용전을 내놓을 마음도 있었다....시즌 호텔.하늘에서는 가랑비가 쏟아졌고, 호텔 전체가 안개에 휩싸이고 말았다.토요타 프라도에서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가려던 김예훈 뒤로 갑자기 자동차 경적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그의 앞에 페라리 488 한대가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가면서 백옥과도 같은 아름다운 얼굴에 샤넬 드레스를 입고 구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요정 같은 얼굴이 보이자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상대는 바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서하였다.갑작스러운 등장이 놀랍긴 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김병욱이 이 큰일을 꾸민 걸 보면 무조건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재조사하려는 것을 김현민에게 알려줬을 것이고, 이 타이밍에 김서하가 찾아온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것은 싸우러 총이나 칼을 들고 온 것이 아니라 홀몸으로 찾아왔다는 것이다.김예훈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의외였다.김서하도 의문스러운 그의 표정을 감지했는지 핸들을 잡고 창가에 기대어 김예훈을 향해 피식 웃었다.“김예훈 씨, 저랑 대화 좀 나눌까요? 비 오는 날 고속도로 풍경이 꽤 볼만한데 한번 보실래요?”침착하고 여유로운 표정, 무심하면서도 약간의 유혹이 담겨있는 말투였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이 둘이 꽤 괜찮은 사이라고 오해할 만도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두 손을 창문에 갖다 대면서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사모님, 제 기억이 맞는다면 저희 둘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가요? 그것도 깊은 원한이 있는 그런 관계 말이에요. 언제부터 저희가 비 오는 날 같이 드라이브하는 사이가 된 거죠? 말도 안 되잖아요.”김예훈은 그녀의 손에서 진주·밀양 용전을 빼앗아 왔는데 자신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
김서하는 김현민의 말을 듣고서야 조금씩 차분해지기 시작했다.“맞아. 그깟 임수민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을거야. 그런데 이런 사람을 살려두는 건 위험 요소가 될 수밖에 없어. 기회를 봐서 일본인한테 처리해달라고 해.”김서하는 단 한마디로 임수민의 생을 마감시켜 버렸다.바로 이때, 김병욱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구석에 가서 전화를 받더니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지기 시작했다.이어 그는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김현민한테 말했다.“도련님, 큰일 났어요. 방금 별장에서 전해온 소식인데 박연서 사모님께서 1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하네요. 김예훈이 설득하기도 했고, 임수민의 증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높아요.”쨍그랑.김서하는 표정이 다시 창백해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김현민도 표정이 변하면서 앞으로 걸어가 무릎 꿇고 있는 김만태를 발로 걷어찼다.“이런 병신. 너 같은 병신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 안 돼.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게 해서는 안 돼.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다 죽을 수도 있고 나까지 수장 자리에 앉지 못할 수 있어.”김서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현민아, 흥분하지 마. 그때 그 사건 흔적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어. 박연서가 아무리 대단해도 증거를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 거야. 어차피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다 죽었어.”김서하는 이어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곽영현 일행을 쳐다보았다.필요하다면 이 사람들도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김현민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다 내가 신뢰하는 부하들인데 아쉽더라도 정말 죽여야 하는건가? 하지만 정말 그랬다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도 지킬 수 없을텐데?’다음 순간, 김현민은 억지로 냉정을 취하면서 말했다.“고모, 저희끼리 알고 있는 건 괜찮을 거예요. 기껏해 다 같이 잘되거나 다같이 망하는 거겠죠.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어차피 다 죽었는데 아무것도
“비록 10년이나 지난 사건이긴 하지만 밝히려고 하면 분명 단서가 보일 거예요. 굳이 증거가 필요할까요? 제가 증거를 보여주면 안동 김씨 가문 수장님이 과연 믿어줄까요?”박연서의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 도련님, 오늘은 이만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빨리 답변드릴게요. 만약에 진짜라면 그 조건이 아니더라도 김현민은 절대 수장 자리에 앉을 수 없어요.”김예훈은 일어나 연락처를 남긴 후에 추하린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김윤후 등은 휘둥그레한 모습으로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들은 김예훈이 뺨 몇 대와 말 몇 마디로 안동 김씨 가문, 심지어 진주·밀양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퍽.김예훈이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떠났을 때,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한 건물에는 김서하가 일그러진 얼굴로 테이블을 내리쳤다.안동 김씨 가문에 심어놓은 스파이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현민, 네 부하들은 어쩜 다 병신들밖에 없어. 어떻게 임수민 그년한테 우리 대화 내용을 듣게 할수 있냐고. 심지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에 들어서게 하다니. 걔가 박연서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었다는 거 몰라? 그년이 살아있기만 하면 들은 거 전부 다 박연서한테 전할 거라고. 그때되면 네가 수장 자리에 앉는 것도 문제일 거야. 김현민, 요즘 너무 편해서 그래? 아랫사람도 잘 간수하지 못할 정도로?”김병욱, 곽영현, 남지훈은 맞은편에 서서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김만태는 무릎 꿇고 바닥에 머리까지 박으면서 말했다.“사모님, 제 잘못이에요.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쫓아갔다면 그년을 죽였을 거예요. 그러면 김예훈과 추하린이 기회를 틈타 별장으로 몰래 들어갈 일도 없고요.”“고모, 그만 탓해요.”김현민은 김서하에게 차를 건네면서 웃으며 말했다.“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임수민 그년이 중요한 순간에 박연서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만태도 최선을 다했어요
“멈춰. 아무도 움직이지 마.”바로 이때, 다시 평온을 되찾은 박연서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일어났다.“김 도련님께서는 지금 내 병을 치료하는 중이야. 너무 무례하게 대하지 마.”김윤후가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이 새끼가...”“괜찮아. 정말 내 병을 치료해 주는 중이니까.”박연서는 처음에는 김예훈이 건방지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검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순간 그녀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표정이 훨씬 편안해 보였다.김윤후 등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맨날 우울하고 차갑기만 하던 사람이 이제야 되살아난 것 같네. 그래. 바로 이래야지.’김예훈이 뺨으로 박연서의 가슴 한쪽에 고여있던 묵은 피를 뚫어낸 것이다.이건 또 무슨 치료법이람?김윤후 등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진주 10대 명의, 유럽 의학 대가, 일본 왕실 어의도 속수무책이었는데 이 김예훈이라는 놈이 뺨으로 바로 해결했다고? 믿을 수가 없어.’“사모님, 제가 뺨으로 사모님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분노를 깨워드린 거예요. 10년 동안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것을 토해내게 한 거죠. 앞으로 한 달 동안은 편히 잠들 수 있을 거예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려 매일 밤 아들을 잃었던 그날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닦았다.“그런데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박연서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훨씬 개운해진 느낌이었다.이순간 그녀는 더 이상 김예훈을 의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젊은 나이에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 되고, 경기도 토박이인 이일매, 김병욱을 하룻밤 사이에 해결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요. 전에는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조건을 들어줄게요.”박연서의 말에 보디가드들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김예훈의 조건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곧 피바람이 불 것임을 의
얼굴이 창백해진 박연서는 잠시 후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대단한 분이시네요. 김 도련님께서 알아차렸다면 굳이 저도 숨기지 않을게요. 10년 전 저한테 아들이 있었던 건 맞지만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이 세상을 떠났어요. 이것이 바로 저를 우울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죠. 그동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이 일을 언급한 적도 없는데 김 도련님께서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물을게요. 제 병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제 아들을 돌려주기라도 할 거예요?”박연서는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아들이 다시 살아나야만 이 병이 나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아니면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제 요구만 들어주시면 그 병을 치료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박연서는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천천히 말했다.“제가 요구를 들어줬는데도 해결하지 못하면요?”“사모님께서 동의하기만 하면 무조건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제가 무슨 능력으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인 사모님을 속이겠어요. 아무튼 아무도 치료할 수 없는 병인데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요?”박연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 도련님, 이 조건을 들어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요? 제가 김현민, 심지어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과 등을 돌리는 거나 다름없어요. 즉 이 세상과 등지는 거죠. 제 병을 치료해 줄 수 있다고 해서 제가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할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절대 후회하게 안 할 자신도 있고요.”박연서는 잠깐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그 조건을 들어주긴 하겠지만 효과가 있는지부터 봐야겠어요. 제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아니면 며칠동안 먼저 조용히 쉬고 있을까요?”“필요 없어요.”김예훈은 고개를 흔들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박연서의 뺨을 때렸다.쨕!뺨
박연서의 명령에 보디가드들은 잠시 망설이다 하나둘씩 주저하며 총을 내려놓았다.그들은 한편으로는 박연서의 안전을 지키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어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김 도련님이라고 하셨죠? 미안해요. 저희 윤후가 너무 충동적이었죠? 착한 아이예요. 저를 보호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이때 박연서가 표정이 좋지 않은 김윤후를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김윤후, 얼른 김 도련님께 사과해.”김윤후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저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외부인이 김 도련님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요...”박연서는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있다면 있는 거야. 얼른 사과해!”김윤후는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어렵게 앞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김 도련님, 죄송해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후 씨도 사모님을 보호하느라 그런거 알아요. 윤후 씨를 탓할 마음 없어요. 그런데 아랫사람으로서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는 성격이 좋아서 이대로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윤후 씨는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요.”원래 불만이 많았던 김윤후는 김예훈이 방금 자신을 쉽게 제압한 장면이 떠올라 눈꺼풀이 떨렸다.아무리 김예훈의 나이가 어려 보이고 사기꾼처럼 보인다고 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총격전에서 임수민을 구한 것도 모자라 박연서 앞에서 소신 있게 할 말을 다 하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사람인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최소한 진주·밀양에서 김현민 외에는 박연서 앞에서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젊은이는 없었기 때문이다.“아랫사람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도 있죠.”박연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제가 대신 사과의 말씀을 드릴게요.”“괜찮습니다.”김예훈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의 잘못도 있죠. 의사도 아니면서 치료해 드릴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믿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죠.”박연서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쳐다보면서 김예훈에게 앉으라
두둥!김예훈이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모든 사람의 얼굴이 변하고 말았다.몇몇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보디가드들도 하나같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들은 앞으로 걸어 나와 김예훈의 이마에 총을 갖다 대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이런 제기랄. 도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우리 사모님과 김현민 도련님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야. 그리고 어떻게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서 치료해 주겠다고 할수 있어? 얼마나 많은 의사가 속수무책이었는지 알아? 머리털도 제대로 안 자란 놈이 우리 사모님을 치료해 주겠다고? 어디서 잘난 척이야.”그는 김예훈이 박연서의 심리 질환을 알아채서 놀라운 모양이다.하지만 그래도 김예훈이 이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누군가 시켜서 일부러 박연서와 김현민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로 보였다.이곳이 피를 보면 안 되는 박연서의 휴양지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이 새끼가. 여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여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이라고. 이곳에서 헛소리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이나 해봤어? 눈치 있는 사람이면 얼른 사모님께 사과하고 꺼져. 아니면 어떻게든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이순간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보디가드는 탑 장병급 실력자로 보였다.김예훈은 박연서의 보디가드마저 탑 장병급 실력자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박연서의 신분으로 탑 장병급 실력자를 보디가드로 들이는 것도 정상이었다.계속 기운을 모으는 중이던 보디가드는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이 사과하지 않거나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총을 쏠 기세였다.이때 김예훈은 총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팅.탑 장병급 실력자인 보디가드는 반응할 틈도 없이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고 총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그는 깜짝 놀라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이 전부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그리고 그가 다른 행동을 취하기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