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샘물가에 엎드린 채 손을 들어 무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착하지, 엄마 좀 잘게.”무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디밭에 누워 지아의 볼에 뽀뽀를 했다.두 사람 주위에는 작은 나비 몇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카메라가 있다면 기록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지아는 며칠 밤을 새운 탓에 너무 피곤해서 엎드리자마자 곧장 잠에 들었고,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지아의 하얀 얼굴은 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무무도 지아를 귀찮게 하지 않고 근처에서 약초를 뜯었다.산속의 작은 동물들도 무무를 좋아했고, 자주 보러 오던 사슴은 무무 앞에 누워 쓰다듬는 손길을 받아들였다.참 단조롭고도 아름다운 일상이었다.도윤은 허약한 몸인 데다 문제는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다.진환은 그를 데리고 익숙한 방으로 갔다. 크지 않은 방에는 대나무로 만든 가구가 있었고 창문을 열면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오빠, 천천히 가. 여기 작은 테이블에 물 있어. 목마르면...”도윤은 도와주려는 미셸의 손을 뿌리쳤다.“미셸, 여기 있을 필요 없다고 했잖아. 사람 보내줄 테니 가.”“하지만 오빠, 난...”도윤은 손을 흔들며 진환과 진봉을 내보냈고 방에 두 사람만 남자 그때야 도윤이 말을 꺼냈다.“미셸, 넌 이미 결혼 적령기가 지났고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어. 나한테 눈길 돌리지 마. 3년 전에 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고 그 여자와의 재혼이 아니면 다시는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소지아는 이미 오빠를 떠났어. 오빠가 그동안 계속 찾아다녔다는 거 알아. 정말 오빠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면 그렇게 단호하게 떠났을까? 시간이 지나서 이미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서 아이까지 가졌을지도...”쾅-큰 소리와 함께 도윤이 테이블 위에 놓인 컵을 부쉈다.“내 앞에서 지아 욕보이는 말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미셸, 이번이 마지막이야. 내가 할 말은 끝났어. 전에도
미셸은 순탄한 삶을 살아왔지만 유일하게 뜻대로 되지 않은 게 사랑이었다.도윤이 자신을 구해준 순간부터 그녀는 커서 도윤과 결혼하겠다고 맹세했다.어렸을 때부터 어디에 있든 고생해 본 적이 없는 미셸은 모두가 그녀 앞에 굽실거리고 떠받들어주고 존중해 주었다.하늘의 별과 달을 원해도 기꺼이 따다 주려 할 것이다.그런데 여자에게 뺨을 두 번이나 맞다니, 의학 좀 아는 게 대수인가? 그렇게 못생긴 얼굴은 자신의 손가락만도 못하다고 생각했다.미셸은 개울로 달려가 맑은 강물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여자가 세게 때린 탓에 얼굴이 다 부었다!오늘 맞은 두 대는 천배, 만 배로 갚아줄 것이다.미셸은 멍하니 몰두한 나머지 자신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진봉은 갑자기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조심해.”미셸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반응하기도 전에 뱀이 입을 크게 벌리고 물 밖으로 뛰어나와 자기 다리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았다.미셸은 너무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봉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뱀, 뱀이 있어!”미셸은 말을 더듬었다.진봉은 미셸을 공격하려던 뱀을 공격했고 피가 튀어 몇 방울이 미셸의 신발에 떨어졌다.미셸은 신분 때문에 도윤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것 외에는 야생에 갈 일이 거의 없었다.도윤과 함께 있을 때도 그녀는 피 주머니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미셸은 남들보다 타고난 신체도 없었기에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는 당황하며 조금도 침착하지 못했다.미셸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방금 전의 아찔한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누나, 괜찮아?”진봉이 물었다.“아니, 안 괜찮아.”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나.미셸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진봉은 이상한 듯 중얼거렸다.“이상하네. 보통 저런 뱀은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데 왜 갑자기 사나워졌지? 설마 근처에 새끼가 있나?”동물의 세계에서는 어떤 동물이든 새끼와 함께 있을 때는 다른
사방에 뱀이 점점 더 많아지자 진봉은 미셸을 등 뒤로 던졌고, 미셸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그녀는 버럭 화를 냈다.“뭐 하는...”“닥쳐.”진봉은 근엄한 목소리로 이를 제지하며 급히 자비를 구했다.“꼬마야, 그만 불어. 이미 잘못한 걸 알고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제발 이 뱀들을 멈추게 해 줘!”이윽고 목소리를 낮추며 미셸을 위협했다.“죽고 싶지 않다면 빨리 빌어. 안 그러면 오늘 우리 중 누구도 이 마을을 떠날 수 없어.”사사삭-뱀들의 소리가 숲속에서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렸고 미셸은 이런 장면을 처음 보는 데다 보호복도 입지 않았기에 자존심은 뒤로 하고 울면서 빌었다.“미안해, 미안해, 그만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뱀이 멈추지 않자 진봉은 미셸의 높은 포니테일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몇 번 더 박았다.“꼬마야, 네가 너그럽게 용서해 줘. 네 엄마도 네가 이런다는 걸 알면 기뻐하지 않을 거야.”역시나 그 말이 끝나자 피리 소리가 멈추고 뱀들도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저마다 멀리서 똬리를 틀고 바라보는 모습이 소름 끼쳤다.어린 무무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아였다.무무가 처음 힘을 사용한 것은 두 살 때였는데, 지아가 산에 약초를 캐러 갔을 때 너무 오래 머물다 보니 몸에 바른 동물 기피제 가루 냄새가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표범 한 마리가 뒤에서 지아에게 달려들었고, 지아는 재빨리 반응했지만 팔에 상처를 입었다.업혀 있던 아이 얼굴에 피가 튀자 무무는 두 눈을 크게 떴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홧김에 알아서 모든 뱀과 벌레, 쥐와 개미, 하늘의 맹수들까지 불러들였다.표범은 산 채로 물려서 결국 하얀 뼈만 남았다.지아는 표범보다 자신의 딸이 더 무서웠다.지금도 무무는 당시 괴물을 보는 듯한 지아의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래도 몇 초 만에 다시 자신을 안아주며 괜찮다고 안심시켰지만 무무는 여전히 그 눈빛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팠다.그렇다, 엄마는 자신이 능력을 마음대로 쓰는 걸 원하지 않
“그랬지, 하지만 그건 미셸이 사과하지 않았을 때 얘기고 이미 사과했잖아.”진환은 고개를 저었다.“그때 미셸이 진심으로 사과한 것 같아?”“아니겠지. 만약 정말 바네사가 그랬다면 우린 어떡해?”진환은 한숨을 쉬었다.“방울도 단 사람이 풀어야지. 이건 미셸이 직접 사과를 하고 해결하는 수밖에 없어.”진환이 방으로 들어갔다. 도윤은 몸이 약해서 침대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진환은 들어올 때마다 미리 인사를 건넸다.“보스, 저예요.”“알아.”도윤은 진환이 생각하는 것만큼 연약하지 않아서 두 사람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오늘은 좀 어때요?”도윤은 눈을 감고 미간을 찡그렸다.“안 좋아, 두통이 심해.”도윤의 얼굴에 있던 자국이 많이 옅어진 걸 보면 독소가 점점 줄어들고 활력이 넘쳐나야 하는데 왜 저렇게 괴로운 표정을 짓는 걸까?“잠깐만요, 바로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요.”“응.”진환은 미셸 일은 뒤로 하고 약방으로 달려갔다.이때 지아는 약을 달이기 위해 불을 지키며 의학 서적을 읽고 있었다.한의학을 공부했을 뿐 아니라 서의학에도 능통해서 본인이 직접 배합해 병을 치료하는 독특한 방법도 가지고 있었다.서둘러 달려오는 진환의 얼굴을 보니 분명 도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왜 그래요?”지아는 아무렇지 않게 책갈피를 놓고 일어났다.“보스한테 문제가 생겼어요, 한번 봐주세요.”말하는 동안 지아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네, 저 대신 불 좀 봐주시고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요.”자신의 영역이긴 하지만 지아는 그래도 혹시나 사고가 날까 봐 두려웠다. 도윤의 독이 아직 완전히 해독되지 않았고 누군가 약을 바꾸면 사람이 쉽게 죽을 수도 있으니까.“알겠어요.”지아는 발걸음을 가볍게 내디디며 집 안으로 빠르게 걸어갔다.“바네사?”아직 시야가 돌아오지 않은 도윤은 경계하며 먼저 물었다.“네, 저예요.”지아가 희미한 약 냄새를 풍기며 다가왔다.도윤의 표정이 미
도윤은 그날 지아에 대한 사소한 기억까지 떠올렸고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만약 그게 꿈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눈앞에 있는 여자가 바로 지아였다!그 생각에 도윤의 피가 흥분으로 끓어올랐다.지아는 청진기로 도윤의 심장 박동을 살피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심장이 왜 이렇게 빨리 뛰지?”지아는 그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의자에 앉아 도윤의 한쪽 팔을 잡아당겼다.“맥을 잴 테니까 평소처럼 호흡해요.”지아는 이 순간 도윤의 머릿속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그러면서 모든 상황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왜 그 유명한 의사가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돕기 위해 제때 도착했고, 사흘 밤낮을 꼬박 새워 손수 약을 만들어 주었을까.자신이 안았을 때 짧게 내던 앓는 소리는 분명 지아의 목소리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니다!그날 꿨던 꿈은 아마도 자신이 지아의 진찰을 거부했기 때문에 지아는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그런 방법을 사용한 것일 테다.도윤의 머릿속에 어린 소녀의 어렴풋한 윤곽이 떠올랐다.아이가 아직 세 살도 안 되었다고 들었는데 설마...도윤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그날 밤 그는 배에서 지아의 약기운을 해결해 주고 A시로 데려갔다. 다음날 하빈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지아가 피임약을 부탁했다는 걸 알렸다.피임약이 몸에 좋지도 않고 당시 지아의 몸 상태가 안 좋은 데다, 언젠가 의사가 몸이 약해 임신이 쉽게 되지 않을 거란 말이 떠올랐던 도윤은 하빈에게 피임약 대신 비타민을 주라고 했었다.그런데 또다시 당첨이다.어쩐지 지아와 조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 아이 눈은 초록색일까? 자신과 지아의 눈동자는 전부 검은색인데.지아는 건강하게 잘 살고 있었고 예쁜 딸까지 낳아주었다. 딸도 곧 세계적인 명의가 될 것이다.도윤은 감격스럽고 행복했다.기뻐할수록 맥박이 빨라지고 지아의 이마에 미간이 찡그려졌다.지아는 도윤을 바라보았다.“지금 마음이 흥분한 건가요?”도윤은 애써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누
예전에 한창 서로 사랑할 때 자주 손을 맞잡았었다. 사람의 외모도 가리고, 분위기도 바뀌고, 하다못해 눈빛도 연습하면 감출 수 있지만 유독 손의 크기만은 바꿀 수 없다.그렇게 수없이 잡았던 손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지아의 작은 손은 도윤의 큰 손바닥 안에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다.다만 손바닥이 예전처럼 평평하지 않고 굳은살이 박인 걸 보아 편히 지내지는 못한 것 같았다.지아가 격하게 손을 뿌리치자 도윤의 얼굴에 죄책감이 번쩍 떠올랐다.“미안해요, 전 부인이 생각나서 당신한테 무례한 행동을 했네요.”지아는 도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안색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눈동자도 초점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괜한 생각이겠지.“괜찮아요.”“전 왜 이런 겁니까?”“아마 약이 너무 독해서 부작용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으니 오늘부터 복용량을 줄이고 다른 약을 몇 가지 더 만들어 줄게요. 뒷산 샘터에 가서 자주 몸을 담그면 좋을 거예요. 우선 약식을 만들어 줄 테니까 그거 먹고 잠시 후에 다시 맥을 재 보죠.”“감사합니다.”눈을 감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도윤은 한눈에 봐도 무척 약해 보였다.지아는 얼른 뒷방으로 가서 닭을 잡아오고, 버섯과 약재를 딴 다음 닭을 깨끗이 손질하고 재료들과 함께 솥에서 끓여 죽을 만들었다.지금 도윤의 몸은 영양이 필요하지만 한꺼번에 많이 보충해서도 안 되니 비율을 잘 맞춰야 했다.도윤은 지아가 가자마자 진환을 불렀다.“보스, 부르셨어요? 아직 약 드실 때는 아닌데.”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문 닫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 들어와.”“네.”진환은 진봉보다 더 믿음직스러웠고 일을 마친 그가 도윤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 됐어요, 보스. 무슨 일이에요?”도윤은 귓속말로 작게 말했다.“무무가 몇 살인지 정확히 알고 싶으니까 가서 정보를 좀 알아봐.”“갑자기 무무는 왜요?”도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키는 대로 해. 아무도 눈치 못 채게 조용히 움직여야 해.”“네.”진환은 조금 이상
지아가 손가락을 잡아 확인해 보니 손가락 끝이 길게 베인 것을 발견했다.“괜찮아요, 전 늘 다쳐서 이건 작은 상처일 뿐이에요.”도윤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손을 빼냈다.“잠깐 기다려요.”지아는 서둘러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지혈했다.“됐어요, 앞으로 이틀 동안은 물 닿지 않게 해요. 내가 부축해 줄게요.”“아니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도윤은 지아를 밀어내고 힘없는 몸을 스스로 끌어올렸다.비록 지아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똑똑한 지아는 조금만 방심해도 알아차릴 수 있기에 도윤은 충동을 애써 억누르고 일부러 모르는 척 거리를 두었다.지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여기선 남녀가 아니라 의사와 환자예요. 계속 저와 거리를 두면 그쪽 독 저도 상관 안 해요.”도윤은 고개를 숙였다.“미안합니다.”지아는 아직 남아있는 삼계탕을 건넸다.“빨리 낫고 싶으면 나한테 협조하세요.”“성가시게 굴어 미안합니다.”도윤은 다시 사과했다.지아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숙인 도윤을 바라봤다. 늘 사람을 내려다보며 위압적이고 강한 그가 언제 이럴 때가 있었나?지아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괜찮아요, 이해하니까 우선 닭백숙 먼저 먹어요. 오래 끓였으니까.”말을 마친 지아는 당황했다. 마지막 말은 할 필요가 없는데, 괜히 도윤을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다.뼛속 깊이 새겨진 습관처럼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빨리 낫게 하려고 약초를 좀 넣었어요.”지아는 한마디를 덧붙였다.“고마워요.”지아는 도윤에게 한 모금씩 먹여주었고,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가 없었지만 분위기는 다정했다.지아는 떠나던 날 평생 도윤을 피해 다니며 이생에서 더는 그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가끔 두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 적은 있어도 이런 식의 재회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도윤은 빨리 낫기 위해서인지 차갑던 사람이 얌전한 아이가 된 것 같았다.도윤은 애써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받아들이며 자신이
그동안 도윤은 미셸을 어린 동생으로 대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녀를 돌봐주었고, 당시 구해준 것도 얼떨결에 벌어진 일인데 그로 인해 이렇게 엮이게 될 줄은 몰랐다.과거 도윤이 작전을 나갈 때마다 미셸은 꼭 같이 가겠다고 고집부렸다. 그때는 어리고 진급을 위해 훈련하려는 줄 알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수혈해 줄 수도 있으니 데리고 다녔었다.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자신에 대한 애정이 더 분명해지자 도윤은 미셸에게 결혼했다는 걸 알렸다.겨우 몇 년 동안 잠잠하다가 자신의 이혼 소식이 들끓자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도윤이 아무리 거절해도 미셸은 계속해서 달라붙었다.도윤은 이제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고 스승의 체면도 더 이상 봐 줄 수가 없었다.진환은 서둘러 말했다.“보스, 이렇게 아픈데 치료도 안 하고 돌려보내면 윗사람들한테 한 소리 들을 테고, 그건 보스의 평판에도 안 좋을 것 같은데요...”도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본인이 자초한 거잖아. 됐어, 신경 쓰지 마.”일어나서 나가려던 도윤이 문 앞에서 문틀에 걸려 넘어질 뻔한 순간, 그를 제때 붙잡은 것은 지아였다.“오두막집은 큰 별장과는 달라서 익숙하지 않으면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요. 그러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내가 장례를 치러줘야 하잖아요.”“미안합니다.”지아는 도윤의 손을 잡고 길을 안내했다.“그래도 눈먼 사람한테 화내지는 않아요. 천천히 내려와요.”진환은 두 사람의 맞잡은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도윤이 부탁한 것과 연관 지어 생각하자 순간 무언가 깨달았다.그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고 지아가 그를 다시 바라봤을 때는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착각이었을까?진봉은 여전히 울부짖었다.“선생님, 저 여자한테 큰일이 생기면 제가 죽습니다! 전 아직 어리고 아내도 얻지 못했어요.”지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며칠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보아하니 미셸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고, 그녀가 다치면 도윤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지아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