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냐면, 화장기 하나 없이 파운데이션도, 쉐딩도, 립스틱이나 눈썹 하나 칠하지 않았는데도 지아의 피부는 새하얗고 섬세했으며, 말랑한 입술은 자연스러운 핑크빛을 띠고 있었고, 눈썹은 그리지 않아도 짙었으며 오똑한 코에 자연스러운 이목구비가 입체적이고 뚜렷했다.지금 지아가 차갑게 노려보고 있어도 조이는 그녀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다고 생각했다.지금껏 수많은 여자를 보았지만 맨얼굴로 눈앞에 있는 여자와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어쩐지 내가 최선을 다해 유혹했는데도 그 남자는 꿈쩍하지도 않더라.’이렇게 예쁜 여자를 봤는데 다른 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조이가 손을 뻗어 지아의 뺨을 쓰다듬었다.“얼굴이 정말 예쁘네.”지아는 홀린 듯한 여자의 표정을 보며 전혀 자신을 죽이러 온 사람 같지 않았다. 예전에 그녀를 노리고 왔던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당신 대체 누구야,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 거야? 돈 때문이라면 아이는 보내주고, 돈은 원하는 만큼 불러.”도윤과 이혼했을 때 2천억을 받았고, 매년 회사 주식 배당금과 도윤이 전에 준 돈까지 합치면 지아의 계좌엔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액이 있었다.예전에는 도윤에게 들킬까 봐 감히 쓰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노출되는 게 낫겠다 싶었다.“오호, 후하기도 하셔라. 얼마나 줄 수 있는데?”지아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상대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지아 스스로도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많지도, 적지도 않은 금액을 불러 협상할 여지를 두려 했다.“20억.”납치범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였다.조이가 손을 뻗어 지아의 뺨을 만졌다.“꽤 솔깃하지만, 난 돈에 관심 없으니까 날 탓하지 말고 그 남자를 원망해.”지아는 혼란스러웠다.‘아프리카에 있는 남자?’“사람 잘못 본 거 아닌가요? 제 전남편은 아프리카에 있고 우리는 몇 년 동안 연락이 끊겼어요.”“쯧쯧,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사람을 가지고
이틀 동안 도윤은 몸이 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진봉과 진환도 곧 A시에 도착할 것 같아 배에서 슬그머니 내렸다.그동안 배에서 체결한 계약서를 제때 돌려보내고 회사의 몇 가지 문제를 처리해야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배에서 내렸을 때 지아가 의심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기 위함이었다.평온하고 조용한 나날이 지속되고, 하빈은 하던 대로 지아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러 왔다.그런데 날이 밝기도 전에 깜짝 놀랄 일이 생길 줄이야.누군가 하빈의 방문을 두드렸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설마 지아인가?’표정이 확 변한 도윤은 마침 회의 중이었기에 미처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다.도윤이 하빈에게 눈치를 주자 하빈이 먼저 문 앞으로 다가가 살펴보았다.“아무도 없어요.”문을 열고 몸을 내밀어 보니 아무도 없고 문 앞에 상자만 놓여 있었다.“이상하네. 웨이터가 보낸 작은 선물일까요?”호기심에 상자를 열어본 하빈은 안에 든 사진을 보고 충격에 상자를 떨어뜨렸다.“보스, 사모님과 아가씨한테 큰일이 생겼어요!”그 말 한마디에 온라인 회의 중이던 도윤은 서둘러 중단하고 헤드폰을 벗고 컴퓨터 전원을 껐다.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도윤이 하빈에게 물었다.“뭔데?”하빈은 상자를 들고 뛰어왔다.“보스, 이거 보세요.”상자 안에는 사진 두 장과 작은 흰토끼 인형이 들어 있었다.사진 속에는 잠옷 차림의 소망이가 뭘 봤는지 눈물이 가득 맺혀 있는 모습이었고, 다른 사진에는 그날 밤 조이의 모습처럼 밧줄로 기둥에 묶여 있는 지아의 모습이었다.젠장!도윤은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그래도 여자라고 적당히 참아주었고 그날로 정신을 차릴 줄 알았는데, 목표를 지아로 변경할 줄이야.‘천국의 길을 열어줬는데, 본인이 기꺼이 지옥의 길을 가겠다면야.’“사람 불러서 나랑 같이 가.”“네, 보스.”도윤은 화장 할 시간이 없어 가면으로 얼굴 전체를 가렸다.그러고는 대충 외투를 집어 들고 빠르게 밖으로 향했다.기억을 더듬어 그날 밤 그
조이에게 약물을 투여받은 지아는 몸이 나른해지고 머리가 어지럽고 무거워 나며 반응이 둔감해졌다.지아는 조이가 말하는 게 들리긴 했지만 몇 초 후에야 겨우 반응할 수 있었다.머리로는 도망가고 싶어도 손발이 말을 듣지 않고 나른해나며 힘이 하나도 없었다.자신도 주사를 맞았는데 소망이는 어떻게 됐을까?‘어디 있지, 변태들이 무슨 짓이라도 하면 어떡하지?’지아는 강제로 옷이 갈아입혀지고 화장하고 머리까지 치장했다.조이는 화려하게 꾸미고 달처럼 차갑고 고고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하느님도 참 후하셔. 너한테 이런 얼굴을 다 주고.”조이는 변태처럼 지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지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역겨웠고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릴 안 보내주면 후회할 거야. 내 전남편이 너희를 가만두지 않아...”“허, 네 말대로 전남편이잖아. 네 내연남이나 관리 잘해.”“우린 그냥 친구야.”“너랑 무슨 사이든 날 건드렸으니까 복수할 거야.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줄 거라고.”“대체 뭘 하려는 거야?”“곧 알게 될 거야.”지아의 눈은 가려지고 몸은 새장 같은 좁은 공간에 갇혔다.“이거 놔!”약물의 영향으로 지아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소망이, 아이는 어디 있지?’그러다 귓가에 앳된 목소리가 울렸다.“삼촌 어디 있어요?”“착하지, 곧 삼촌을 만나게 될 거야.”“소망아! 소망아, 어디 있니?”“엄마!”눈 앞을 가리던 무언가 사라지고 몇 초가 지나서야 겨우 빛에 적응하자 자신과 똑같이 은색 드레스를 입은 소망이가 보였다.두 사람만이 두 개의 철창에 갇혀 있었다.“엄마!”소망의 손가락이 난간을 움켜쥐고 정신이 또렷한 걸 보아 약을 먹지는 않은 것 같았다.지아는 서둘러 어린 딸을 달랬다.“무서워하지 마. 엄마 여기 있어.”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미 저녁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었다.하빈은 자신이 실
지아도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평생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증오했던 그 사람인데, 결국 자신이 곤경에 처하게 되자 그 사람 명분으로 위험에서 벗어나다니.“못 믿겠으면 인터넷에서 찾아봐. 우리만 풀어주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하고 추궁하지 않을게.”조이 주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누님, 이 여자 정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건드리지 말죠. 저런 부자들 함부로 건드렸다가 발 빼기 쉽지 않아요.”“그래요. 복수하는데 인생까지 걸 필요는 없죠.”조이는 몇몇 사람들을 차갑게 노려보았다.“닥쳐, 이 겁쟁이들아. 이도윤의 전처라는 말을 믿어? 그럼 나는 옥황상제의 사생 딸이다.”입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조이의 손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인터넷에 검색했다.이도윤, 그는 확실히 기혼으로 등록되어 있었다.하지만 이혼 소식도, 전처 소식도, 심지어 현재 아내의 사진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이 년이 감히 나한테 거짓말을 해! 이혼한 적도 없는데 전처는 무슨, 네가 직접 봐!”‘그럴 리가.’지아가 전에 검색했을 땐 백채원의 사진과 정보는 지워지고 배우자 이름에 자신이 등록되어 있었다.그런데 왜 지금은 바뀐 걸까? 기혼이라는 것만 적혀 있을 뿐 이름도 사진도 없었다.지아는 자신의 거짓된 죽음 이후로 국내 각 언론에서 저마다 어그로를 끄는 탓에 화가 난 도윤이 모든 플랫폼과 언론을 정리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과거를 완전히 지우고 결혼한 상태만 남겼다.도윤의 마음속 아내는 줄곧 지아 한 명이었으니까.이 행동이 지아에게 이런 파멸을 가져올 줄이야.“아니야. 내가 진짜 그 사람 전처 맞아. 증명할 수 있어...”“이게 아직도 날 속이려고 하네.”조이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래, 당신이 전처라고 쳐. 이미 이혼한 마당에 누가 당신을 신경 써? 마지막으로 물을게. 이 약, 당신이 마실래, 딸한테 먹일까?”“안 돼!”지아가 소리쳤다.“내가 마실 테니 아이는 놔둬, 다치게 하지 말고.”“진작 그럴 것이지.”지아는
살아있는 사람은 당연히 딱딱한 물체보다 더 환영받았고, 손님들은 일찌감치 번호를 받고 입장한 뒤 오늘은 어떤 사냥감이 있나 기대 중이었다.오프닝에 앞서 조이는 누군가 제재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당연히 누구인지도 잘 알았다.“생각보다 빨리 오네. 계속해.”“누님, 상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왕 매니저도 굽신거릴 정도입니다. 이번에 보스도 배에 안 계시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희는 감당 못합니다.”조이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떤 대단한 상대라도 배에 탔으면 우리 규칙에 따라야 해. 잊지 마, 여긴 우리 구역이야. 하느님이 와도 어쩔 수가 없으니 배에 탄 승객들이 돈을 쓰는 거야. 그 규칙이 깨지면 앞으로 누가 오겠어?”“하지만...”조이는 짜증 난 듯 손을 내저었다.“말해. 사람 얻고 싶으면 능력을 보여주라고.”“누님, 그 여자가 이도윤을 언급했는데 이도윤이 직접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멍청아, 뉴스 안 봐? 이도윤은 지금 아프리카에서 반년 넘게 지내고 있어. 그 남자가 무슨 악마야, 천사야? 날개 달려서 여기로 날아오게.”조이가 콧방귀를 뀌었다.“허풍 떠는 걸 보아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봐야겠어.”“누님, 아무래도 이번 일 마음에 걸립니다. 저 두 사람 배에 탄 게 사실은...”“됐어, 헛소리 그만하고 곧 시작할 텐데 가서 준비나 해.”조이가 이런 상황을 만든 이유는 전부 도윤을 후회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젠 눈에 뵈는 게 없었던 조이는 그날 밤 당한 굴욕만 생각하면 증오에 이가 갈렸다.자기에게 약을 그렇게 먹여놓고 풀 곳도 없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했다. 하마터면 죽는 줄 알았던 조이는 그날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1분 1초 개자식을 떠올릴 때마다 천배, 만 배로 갚아주리라 다짐했다.도윤도 이 소식을 듣고 가만 둘 리 없었다.“보스, 제가 알아보니 그 여자 이 배에서 2인자로 불린답니다. 사장은 오늘 없고 그 여자 마음대로 한다는데, 아무래도 보스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배에 저희 쪽 사람이
예로부터 가난한 사람은 부자와 싸우지 않고 부자는 나라와 싸우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이씨 가문이 백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사업적인 배경 때문은 아니었다. 윗선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재의 지위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아무리 부자일지라도 이런 힘이 없으면 남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도윤이 이번에 움직이면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건드리는 게 될 거고, 그렇다면 본인의 앞날에도, 가문에게도 큰 위기를 불러오는 격이라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그런데 아내와 자식이 다른 사람 손에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도윤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이것만이 지아를 구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유일한 방법이었다.도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난 이미 돌이킬 수 없어.”하빈은 진봉이나 진환과 달리 뒤에 숨어서 도윤을 도와주는 역할이었고, 쉽게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런 하빈이 나타났다는 건 도윤의 앞날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보스...”“배에 있는 부하들에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고 명령해.”하빈은 한쪽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네.”애초에 이 길에 들어섰을 때부터 많은 세력들과 맞붙기로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어쩌면 그동안 그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공격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될지도 모른다.이 세상에는 언제나 이익만이 최우선이었으니까.가장 좋은 해결책은 배후의 보스가 그들을 풀어주는 것이었지만, 보스는 그곳에 없었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조이는 개인적인 원한을 대외적인 일로 풀 생각이었다.이것이 큰 문제가 되면 여러 세력의 저울이 기울어지거나 무너질 것이고, 도윤도 공공연한 표적이 될 것이다.일단 자신이 움직이면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 알면서도 지아를 위해서라면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그게 도윤 자신의 앞길을 막는 짓이라도.도윤은 다시 가면을 썼다.“가자.”그 시각 무대로 향하는 지아를 바라보던 조이의 눈에서 광기 어린 표정이 번뜩였다.“임강욱은 아직 안 왔어?”왕 매니저는 고개
도윤은 사람들 틈에 섞여 경매장에 들어섰다.경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시끄럽고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밤 멋진 미녀가 나온다고 들었어.”“나도 들었어, 좋은 물건이라고.”“지난 며칠 동안 심심했는데, 내리기 전에 한판 그게 노는 게 어떤가?”행사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추악하고 더러운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도윤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 다가왔다.“임 선생님?”다리를 꼬고 앉은 도윤은 거물의 아우라가 대단했다. 매일 지아 앞에서 공손하게 굽신거리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맞습니다.”남자의 기운에 원한에 찬 귀신들마저 물러갈 지경이었다.“선생님께 전하라는 편지입니다.”편지를 열어보니 역시나 같은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종이를 펼쳤을 때 하빈은 도윤의 손에 불거진 핏줄을 발견했다. 화가 난 게 틀림없었다.“보스가 말씀하시길 거부하시면 두 모녀가 남들의 장난감이 되는 걸 보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장난감이라는 단어가 도윤을 무자비하게 자극했고, 그는 당장에 편지를 산산조각 냈다.“가서 몸 깨끗이 씻으라고 전해.”“동의하시는 겁니까?”도윤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죽기를 기다리라고.”이 말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면 농담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도윤의 입에서 나온 이상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도윤은 이미 미쳐버리기 직전이었고, 지아를 위해서라면 다른 건 안중에도 없었다.지아만 넘겨받으면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다.하빈은 마음속으로 제발 일이 커지지 않기를 남몰래 기도했다.도윤의 재력으로 지아와 소망이를 모두 넘겨받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상대가 일부러 방해를 해서 걷잡을 수 없이 일을 크게 만들까 걱정이었다.만약 수면 위로 드러난 세력을 움직이면 도윤은 권력 남용자로 낙인찍히게 된다.그 뒤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도윤의 말이 전해졌을 때 조이는 이미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조이는 립스틱을 거울에 던
도윤의 손은 의자 팔걸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고, 지아를 곁에서 잃어버린 시간 동안 지아와 아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 되었다.비록 물건을 올려보내기 전에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규칙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도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진행자가 첫 번째 상품을 소개할 거라는 말을 듣고 심장이 미친 듯이 펄떡였지만 지아와는 아무 상관이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나 도윤의 생각대로 조이는 지아를 마지막에 보낼 것 같았다.팔걸이를 움켜쥔 도윤의 손에 더더욱 힘이 들어갔다.시간이 1분 1초 지날수록 미리 엄청난 물건이 온다는 예고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모두들 앞에서는 크게 흥분하지 않고 피날레에 집중했다.도중에 하빈은 도윤에게 물을 여러 번 건넸지만 도윤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마지막 피날레가 되자 조이가 직접 무대에 올랐다.조이는 타이트한 빨간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무대 중앙으로 걸어갔다.그런 관능적인 모습에 남자들은 눈을 크게 떴고 몇몇은 아래에서 휘파람을 불었다.조이의 얼굴은 가면을 쓰고 악한 표정을 숨기고 있었다.“밤새워 기다리셨으니 다들 궁금하실 텐데, 오늘 밤의 피날레를 바로 공개하겠습니다.”조이가 박수를 치자 그녀의 부하들은 검은색 커튼으로 덮인 거대한 물건 두 개를 밀고 들어왔다.도윤의 가슴이 조여왔다.“질질 끌지 말고 얼른 보여줘.”“그래, 하루 종일 저것만 기다렸다고. 빨리 물건 올려.”조이의 시선이 가면을 훑어보던 중 도윤의 모습이 살짝 보였다.남자는 사람들 한가운데 앉았고, 얼굴 전체를 가면으로 가려서 얼굴 표정을 볼 수 없었다.다리를 꼬고 팔걸이에 손을 얹은 채 이겼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인 것 같았다.멀리서 봐도 도윤의 몸에서 나오는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왠지 모르게 조이는 지금 눈앞의 남자가 신비한 거물의 아우라를 풍기며 자신이 상상하던 별 볼 일 없는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미 상황은 오래전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조이는 보스가 배에 없지만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