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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지하 3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차가운 바람이 정면으로 몰려왔다.

도윤은 외투를 벗어 지아에게 걸쳐주었지만, 이곳은 위층처럼 따뜻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지아는 처음으로 이런 곳에 발을 디뎠는데, 영화 속 장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복도의 불빛은 밝았지만, 지나치게 강조된 빛 때문에 벽은 더욱 썰렁해 보였다.

영안실 입구에는 한 노인이 서 있었는데, 그는 위에서 받은 명령에 따라 특별히 이곳에서 지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대표님, 사모님, 시체의 얼굴은 이미 정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시체이니 보기 좋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마음의 준비부터 하시죠.”

지아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문 열어요.”

문이 열리자, 지아는 흰 천으로 가려진 시체 한 구를 보았다.

도윤이 설명했다.

“나는 지금 이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기에 강미연 씨의 가족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몰라.”

지아는 그 시체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건 이미 3일 전의 일이었다.

지아에게 있어 그날 밤에 일어난 일은 방금 일어난 것과 같았고, 그녀는 몸이 찢기는 고통과 함께 그때의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바닷물이 얼마나 뼈를 찌를 정도로 차가운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아는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밀어 흰 천을 조금씩 드러냈다.

미연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났는데, 비록 시체는 차가운 환경에서 부패하지 않았지만 몸에 여전한 시름이 묻어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연은 태양처럼 빛나는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런 차가운 곳에 죽은 채로 누워 있었다.

이 순간, 지아의 눈물은 끊임없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미안해, 미연아, 정말 미안해.”

지아는 몸이 미끄러지더니, 무릎을 꿇었고, 손가락으로 흰 천을 꽉 잡아당겼다.

그리고 머릿속은 미연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는데, 그때의 미연은 장미 장원에서 다듬은 꽃가지를 조심스럽게 감싸고 있었다.

자신에게 발각됐을 때, 미연은 긴장한 나머지 꽃가지를 뒤로 숨겼고,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얼굴을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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