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25화

Author: 김나비
지아는 깨어나자마자 바로 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왼손은 심지어 자신의 배를 가리고 있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경계하는 것을 보고, 도윤의 마음은 마치 갈기갈기 찢어진 것 같았다.

“너무 긴장하지 마, 난 그냥…… 아이들 좀 만져보고 싶었어.”

하지만 지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병아리를 보호하는 암탉처럼 크게 소리쳤다.

“나가.”

“알았어, 지아야, 흥분하지 마, 나 바로 나갈게.”

“아…….”

이때 지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도윤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이 소리를 듣고 얼른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왜 그래? 아이가 또 발로 찼어? 아까부터 아이들 너무 자주 움직이는 것 같던데.”

“아파…….”

지아는 자신의 배를 꼭 안았고, 도윤은 깜짝 놀랐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바로 의사 불러올게.”

다행히 이곳에 각종 기계가 완비되어 있어서 의사들은 즉시 지아에게 검사를 진행했다.

지아는 도윤의 손을 꼭 잡았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녀는 1년 전 조산으로 아이를 잃은 날을 생각하며 온몸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끊임없이 도윤의 이름을 불렀다.

“이도윤, 아이, 꼭 우리의 아이를 지켜내야 해.”

“지아야, 긴장하지 마. 피 안 났으니까 별문제 없을 거야.”

하지만 도윤이 어떻게 위로하든, 지아는 줄곧 극도의 공포 속에 처해있었다.

한차례의 검사를 마친 후, 노지혜는 마침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에겐 큰 문제가 없어요.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어보니 모두 건강한데, 갑자기 배가 아픈 원인은 사모님의 정서와 관계가 있어요. 혹시 오늘 무슨 일 있었나요?”

도윤은 지아를 부축하며 수건으로 그녀의 이마에 있는 땀을 닦아주었고, 그녀는 아이가 건강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긴장이 풀렸다.

“응, 그럴 일이 좀 있었어. 그런데 아이들은 정말 괜찮은 거야?”

“네, 아직은 다른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사모님, 제가 잔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비록 지금 이미 3개월을 무사히 보냈지만, 임신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526화

    지아가 들리지 않는 안전한 곳에 도착한 다음, 도윤은 다시 입을 열었다.“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그는 담배 하나를 꺼냈지만, 불을 붙이지 않았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아닙니다, 안심하세요. 아이에게는 아직 문제가 없지만, 대표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사모님은 전에 대출혈 때문에 몸을 크게 다쳤기에 지금 자궁내막이 아주 얇아 유산하기 쉬운 상황에 처해있으십니다.”도윤이 말을 하지 않자 의사는 계속 보충했다.“임산부의 정서도 특히 중요하니까, 대표님께서도 사모님의 상황을 잘 살피셔야 합니다. 될수록 임신기에 사모님을 자극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모체가 자극을 받아 스스로 임신을 중지할 것이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사모님은…….”노지혜는 조심스럽게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은 손에 든 담배를 꽉 쥐었고, 목소리를 낮추었다.“계속 말해봐.”“사모님은 쌍둥이를 가졌기에 임신 기간은 일반 임산부보다 더 힘드실 것이고, 유산하면 사모님에게 더 큰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심각하면 생명에 위험까지 생길 겁니다.”“알아, 지아가 임신하는 동안, 너희 팀이 전적으로 책임져.”“안심하세요, 대표님. 저희는 꼭 사모님을 지키며,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그럼 수고해.”노지혜가 떠나자, 도윤은 계단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았다.의사의 뜻은 간단했다. 지아는 지금 깨지기 쉬운 유리와 같기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산산조각 날 것이다.이제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 도윤은 더욱 엄격히 적들을 대비하며 더 이상 아무런 문제도 생기게 못하게 막아야 했다.날이 밝자마자 진환이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대표님, 전에 분부하신 일, 이미 결과가 나왔습니다.”진환은 한 묶음의 자료를 건네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소씨 집안의 프로필이었다.“소 회장님과 그 아내분은 금슬이 좋으셔서, 선후로 여섯 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그 시체는 4남 2녀 중 다섯 째로, 밑에는 또 한 명의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527화

    지아가 잠에서 깨어날 때, 도윤은 이미 별장을 떠났고, 그녀는 경호원이 더욱 많아진 것을 발견하였다.지아는 소시후를 찾아가려고 차를 대기시키라고 했지만, 염경훈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이미 분부를 내리셨는데, 지금부터 아이를 출산하실 때까지 별장을 떠나시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하지만…….”“대표님께서는 사모님의 안전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리셨으니, 의문이 있으시면 직접 대표님께 물어보세요.”지아는 어젯밤 심한 태동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랐다.도윤이 이렇게 한 것도 자신을 위해서였으니 지아는 이 결정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없었고, 자신의 부풀어 오른 배를 어루만지며 방으로 돌아갔다.들어가자마자 도윤의 전화가 걸려왔고 지아는 바로 받았다.“응, 나야.”“소시후 여동생의 부검 결과 나왔는데, 그 사람 오늘 아침 일찍 시체를 데리고 귀국해서 장례식을 거행했어. 난 사람 시켜서 줄곧 공항까지 호송하라고 했으니 넌 이쪽을 걱정할 필요 없어. 참, 그 사람 떠나기 전에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 이렇게 도와줘서 말이야.”지아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았지만 도윤은 이미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다.“부검 결과는?”“네가 말한 것처럼, 가슴에 맞은 총상이 치명상이었어. 다행히 죽기 전에 그 여자는 다른 고통을 겪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었어. 이제 이 일은 여기서 끝이니 지아야, 오늘부터 더 이상 그 어떤 일도 신경 쓰지 마. 지금 몸을 잘 챙기면서 출산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돼.”“알았어.”“그동안 나도 네 눈에 띄지 않을게.”도윤은 대답을 듣지 못하자 지아가 바로 전화를 끊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녀가 먼저 끊기를 기다렸다.그리고 전화가 끊기기 전에, 그는 맞은 편서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은 목소리를 들었다.“고마워.”도윤은 자신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지금 그의 입가는 이미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이쪽의 지아는 한숨을 돌렸다. ‘이제 마침내 대표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528화

    곧 의료팀의 모든 사람들이 들어왔다.“사모님, 이제 환자분에게 응급 치료를 진행할 테니 먼저 나가세요.”미연은 급히 멍해진 지아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안색이 매우 좋지 않은 지아를 보며 미연은 애가 탔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은 틀림없이 무사하실 테니까 뱃속의 아이부터 생각하세요.”지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쪽은 자신의 아이이고, 다른 한쪽은 소계훈이었다.어젯밤 의사는 특별히 그녀에게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지아는 도무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초조한 눈빛으로 방을 바라보다, 잠시 후 의사가 땀을 닦으며 걸어 나왔다.지아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었다.“어떻게 됐어?”“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어르신께서는 별일 없어요.”간호사는 펜던트를 지아에게 돌려주었다.“사모님, 어르신은 원래 오로지 한 가지 집념으로 지금까지 버티셨으니, 사모님도 어르신이 그런 생각을 유지하도록 주의하셔야 해요. 어르신은 지금 풍선과 같아서, 일단 풍선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 바로 저 멀리 날아가겠죠.”“알았어, 앞으로 주의할게.”그들이 떠난 후, 지아는 침대 위에 누운, 점점 여위고 허약해지는 남자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한 편으로는 자신이 비할 데 없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아도 소계훈을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아빠, 가지 마세요. 이제 아이가 곧 태어날 거예요. 아빠가 떠나면, 그들에겐 영원히 외할아버지가 없는 거잖아요.”“어젯밤에 배가 엄청 오래 아팠는데, 다행히 별일은 없었고, 아이들도 아주 건강해요. 아빠, 아빠가 이대로 떠나면, 내가 얼마나 슬프겠어요, 아빠도 내가 우는 거 보고 싶지 않잖아요.”지아는 소계훈의 곁을 지키며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고, 그의 심박수가 정상으로 된 것을 확인하고서야 방을 떠났다.‘아빠, 미안해요, 하지만 난 아직도 아빠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요.’날은 하루하루 지나갔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 다음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지아는 나뭇잎이 노랗게 물든 정원의 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529화

    닭볶음탕을 먹고 있던 지아는 고개를 돌려 강미연을 바라보았고, 미연이 전화를 끊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집에 무슨 일 생겼어?”“제 동생이 집에 가는 길에 차에 치여서 다리가 부러졌어요. 아가씨, 저…….”미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아가 말했다.“이틀 휴가 줄 테니까, 얼른 돌아가. 가족이 제일 중요하지.”“고마워요 아가씨. 하지만 이쪽은…….”“여기 의사, 하인, 경호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그들은 나 한 사람만 모시고 있으니 나한테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네 이번 달 월급을 미리 당겨주라고 할게.”“아가씨, 그럴 필요는 없어요.”“빨리 가봐, 사양하지 말고. 내가 기사더러 널 병원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게.”지아는 손을 흔들더니 염경훈에게 미연을 데려다주라고 분부했고, 또 미리 외과 의사에게 상황을 말했다.그녀는 염경훈이 미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는데, 하필이면 미연은 오로지 자신의 선배만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선배란 사람에 대해 지아는 평가하고 싶지 않았지만, 적어도 염경훈은 아주 훌륭한 사람이었고, 지아도 그들 두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염경훈이 떠날 때, 지아는 그를 향해 눈을 깜박였고, 염경훈은 얼굴을 붉히며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지아는 산뜻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았고, 손은 배를 쓰다듬었다.이때 장씨 아주머니는 그릇을 치우러 왔고, 그녀를 관심했다.“사모님,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얼른 들어가세요.” 지아는 머리 위의 그 시커먼 먹구름을 바라보았다. 만약 오늘 비가 내린다면 아마 억수같이 쏟아질 것이다.“알았어.”“자, 제가 부축해 줄 테니까, 천천히 일어나세요.”지아는 배를 받쳤고, 장씨 아주머니는 지아의 팔을 부축했다. 그리고 출산하는 임산부와 거의 비슷한 지아의 큰 배를 보면서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쌍둥이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겨우 6개월맊에 되지 않았는데, 배가 이렇게 크다니. 임신 후기에는 또 어쩜 좋아요. 아이는 7, 8개월이 될 때 엄청 빨리 자라거든요.”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530화

    “사모님.” 염경훈은 몹시 억울했다. “제가 미연 씨의 마음을 얻을 수 없는 게 아니라, 미연 씨 눈에는 오직 그 사람밖에 없어서 그래요. 그러니 어떻게 제가 보이겠어요?”지아가 생각하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그녀가 전에 이도윤을 사랑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고백했지만, 지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심지어 고백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이제 더는 찾고 싶지 않아요.”“융통성이 없어.” 지아는 이마를 짚으며 어이가 없다고 느꼈다.‘어쩜 하나하나 고집이 이렇게 셀까?’“사모님, 곧 비가 올 것 같은데, 저녁에 외출하지 마세요. 정원의 오솔길이 미끄러우니 넘어지실 수 있어요.”“음.”지아는 계속 국을 마셨고 뱃속의 아이도 지금 아주 활발했다. 그래서 지아는 방에서 잠시 산보하다 잠을 자려 했다.밤새 억수 같은 비가 내렸는데, 천둥까지 쳐서 지아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이튿날, 큰비가 여전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아는 창가에 앉아 책을 볼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저 돌아왔어요.”미연은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손에 간식을 들고 달려와 지아에게 건네주었다.“호떡 드시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특별히 사 왔어요.”“오랜만에 안 먹어서 너무 먹고 싶었거든.”지아는 먹으면서 물었다.“네 선배와는 어떻게 됐어?”미연은 수줍어하며 말했다.“어젯밤에 저에게 고백했어요. 이거 보세요, 이것은 선배가 저에게 준 팔찌인데, 외국에서 특별히 사람을 찾아 주문 제작한 거래요. 비록 비싸진 않지만, 나름 정성을 들였어요. 위에 저 닮은 귀여운 토끼까지 있어요, 예쁘죠?”미연이 팔찌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지아는 그녀가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팔찌는 받을 수 있지만 너무 흥분해 하지 마. 내가 전에 한 말 꼭 명심하고.”“안심하세요, 아가씨. 저도 다 알고 있으니까요. 선배는 제 집안 상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531화

    염경훈은 전화를 끊은 후, 지아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는지에 대해 몰랐다.‘설마 사모님께서 무슨 이상함이라도 발견하셨단 말인가?’그는 직접 감시실로 갔고, 별장은 산 중턱에 있어서, 길을 따라 카메라를 가득 설치했다.만약 차가 올라왔다면, 산기슭에서 발견되어 실시간으로 그들의 감시를 당할 것이다.이곳은 외지고 또 호화로운 별장이 있어, 일반인들은 거의 찾아오지 않았는데, 가끔 몇몇 등산객들이 올라오더라도 절반쯤 올라왔을 때, 내려가라는 경고를 받곤 했다.그동안 그들 자신만이 차량으로 각종 필수품을 운송했기에 다른 사람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염경훈은 한참 동안 카메라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시선을 아래로 옮기더니, 맨 아래에 있는 몇 개의 카메라가 어두워진 것을 발견했다.이 몇 개의 카메라는 절벽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 절벽은 원래 가파른 데다가 요 며칠 수위가 위로 이동해서, 파도와 큰비 때문에 훼손당할 수도 있었다.낮에 절벽에서 올라오는 것도 불가능했으니, 오늘 밤처럼 이런 악렬한 날씨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산을 오르는 길에 수상한 사람과 차량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염경훈은 그제야 감시실을 떠났다.분명히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염경훈의 마음속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는 자꾸만 자신이 무엇을 소홀히 했다고 느꼈다.‘도대체 무엇을 소홀히 한 걸까?’이때 염경훈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는 바로 어제 자신과 처음 만난 장민호였다.두 사람은 만날 때만 악수를 했고, 그 후 미연은 바로 남자를 끌고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염경훈은 자신이 그의 눈에 거슬릴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떠났다.염경훈은 이제야 그 남자의 힘이 센 데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미연은 그 선배가 외국에서 학술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평소에 컴퓨터와 펜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손에 온통 굳은살이 박힐 수 있을까?‘설마…….’염경훈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나와 마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532화

    지아는 이불로 머리를 덮고 있었는데, 창밖의 천둥소리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났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꽉 막으며 애써 잠들려고 했다.하지만 짜증날수록 잠들기 힘들었고, 심지어 지아는 자꾸만 등골이 오싹했다.머릿속에 누군가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 같았다.‘빨리 도망가, 빨리!’‘도망가? 난 또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그리고 난 왜 도망 가야만 하는 것일까?’지아는 이미 염경훈에게 전화를 했고, 별장 주위에 또 수많은 사람들이 밤낮으로 24시간 순찰하고 있었으니, 만약 정말 이상이 있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지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 지금 또 무슨 헛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환청까지 생겼다니.’한참이나 몸을 뒤척였지만, 지아는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반년 전, 전효가 자신에게 남겨준 그 총을 꺼냈다. ‘이거라면 액운을 막아줄 수 있겠지?’뱃속의 두 아이는 전에 들볶다가 지쳤는지 지금은 조용해졌다.바깥에는 천둥소리와 파도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지아는 창문이 반쯤 열린 것을 발견했고, 바람은 무거운 커튼을 흔들며 조금씩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지아는 일어나서 창문을 모두 닫으려 했는데, 이때 옆방에서 전해오는 비명소리를 들었다.‘미연이야!’‘무슨 일이지?’창문을 닫을 겨를도 없이 지아는 문 앞으로 달려갔고, 문을 여는 순간, 자신의 방에 있는 테라스에 완벽하게 무장한 낯선 남자가 뛰어오르는 것을 보았다.‘젠장, 이런 날씨에 목숨까지 아끼지 않고 절벽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있다니. 바다에 떨어지면 의심할 여지가 없이 바로 죽을 텐데!’지아는 도윤이 전에 말한 그 킬러 조직을 떠올렸다. 보아하니 누군가 큰 돈을 들여 그녀의 목숨을 원하는 것 같았다.지아는 재빨리 뒤로 물러선 후, 문을 세게 닫았다.복도에는 미연이 재빨리 달려왔고, 그녀는 그 문자를 본 순간,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그녀도 더 이상 사랑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미연은 아무리 어리석어도, 정상인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533화

    이때 누군가가 쫓아왔다. 비록 그 사람은 방수복을 입고 물안경을 쓰고 있어 오직 턱밖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미연은 여전히 그 사람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장민호였다.지금 미연은 그에게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그는 도대체 무슨 사람인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다음 순간, 남자는 총을 들었는데, 정확하게 지아를 겨누었다.쓸데없는 말도 없었고, 심지어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지아를 겨냥했던 것이다.이 순간, 장민호는 더 이상 미연이 알고 있던 그 남자가 아니었고, 그는 마치 지옥에서 기어나온 악마와 같았다.온몸은 큰비에 젖었고, 그의 매끄러운 옷 표면에서 빗물이 조금씩 아래로 떨어졌는데, 복도의 양털 카펫을 적셨다.장민호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미연은 거의 생각도 하지 않고 지아의 앞을 가로막았다.총알이 몸에 떨어지자, 지아의 귓가에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지아는 미연의 몸에서 피가 튄 것을 보았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던 몸은 천천히 땅에 쓰러졌다.“미연아!!”그리고 그녀에게 총을 쏜 그 남자는 멈출 의사가 조금도 없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지아를 향해 걸어왔다.마치 방금 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나 개 한 마리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것은 미연이었다! 그동안 줄곧 장민호를 사랑하며, 마음속에 온통 그로 가득한 미연이었다. 새빨간 피는 미연의 잠옷을 빨갛게 물들였고, 하얀 카펫까지 피로 물들였다.미연은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장기 파손 때문에 피가 직접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녀는 힘겹게 손을 내밀어 점점 가까워지는 남자를 바라보며 어렵게 그 질문을 던졌다.“이, 이유가 뭐야?”그러나 남자는 심지어 미연과 말 한마디 더 하는 것조차 귀찮다고 생각했고, 그의 주의력은 온통 지아에게 있었다.지아는 허리를 구부리며 힘겹게 한 손으로 미연을 안았고, 그녀의 손가락도 피에 물들었다.“미연아, 괜찮아. 여기엔 의사가 있잖아. 이건 치명상이 아니니까 죽지 않을 거야.”“아가씨, 어, 어서 도망가세요!”장민호는 다

Latest chapter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4화

    지아를 바라보는 장민호의 창백한 얼굴에 갈망이 스쳤다.“지아 씨, 나랑 함께했던 지난 2년 동안, 단 한 순간이라도 저를 좋아한 적 있었나요?” 차갑게 장민호를 응시하는 지아의 눈빛에는 얼음처럼 냉랭한 혐오감이 담겨 있었다. “아니요, 늘 당신의 죽음만을 바랐어요.” 장민호가 쓸쓸히 웃었다. “그랬군요.” 모든 일은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법이었다. 탕!놀란 새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붉은 선혈이 땅에 흩뿌려졌다. 장민호는 무덤의 차가운 사진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했다.“미연아, 너한테 빚진 건 전부 갚았어...” 지아는 눈앞에서 연이어 죽어간 사람들을 보며 가슴속 깊은 곳이 조여오는 고통을 느꼈고, 천천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미연아, 우리의 복수가 이렇게 끝이 나네. 이젠 너도 편히 쉬어.” 지아는 이날을 너무도 오래 기다려왔지만, 복수를 끝낸 후에는 마음이 텅 빈 듯 허전하기만 했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지금, 따뜻한 봄바람 속에서 해경의 뒤를 쫓는 무무의 발목에서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해경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외쳤다.“어서 잡아봐!” 멀리서 꽃으로 화환을 엮던 소망이 지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허리 좀 숙여봐.” 지윤은 순순히 허리를 숙였고, 소망은 지윤에게 화환을 씌워주었다.“와, 정말 잘 어울린다! 아빠랑 똑같이 생겼어!” 지아는 어린 시절의 도윤을 보듯 따스한 눈길로 지윤을 바라보았다. “자기야.”바로 그때, 지아의 귓가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아가 고개를 돌리자, 한쪽 무릎을 꿇은 도윤의 모습이 보였다.도윤이 한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든 채 말했다.“나랑 다시 결혼해 줄래?” 아이들이 옆에서 환호하며 소리쳤다.“결혼해요! 결혼해요!” 지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도윤 씨...”도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지아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말했다.“지아야, 다시는 너한테 상처 주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소망이 꽃으로 만든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3화

    사랑에 미친 장민호는 이 모든 것이 지아가 2년에 걸쳐 설계한 함정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고, 지아가 도윤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본 순간에야 자신의 정체가 이미 드러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끝났구나...’비록 소씨 가문 사람들이 이겼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심세호와 조경선, 그리고 소시월이 힘을 합쳐 저지른 일들로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으니, 소씨 가문 사람들이 완전히 이긴 것은 아닌 셈이었다. 심지어 소시영 또한 그들의 희생자가 되었고, 젊은 나이에 영면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지아가 시영의 무덤 앞에서 향을 올리며 말했다.“언니, 다음 생엔 꼭 행복하게 살자. 이번 생에는 내가 가족들을 잘 돌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바로 그때, 산들바람이 불어오며 나뭇잎 한 장이 지아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마치 시영이 지아의 말에 응답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소영수는 소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강렬한 기세로 돌아왔고, 환희 역시 마침내 안식의 땅에 묻혔다. 환희의 장례식은 비밀리에 치러졌지만, 부남진은 몰래 그곳을 찾았다. 부남진과 소영수는 무덤 앞에서 서로를 마주했는데, 생전 환희에게 가장 중요했던 두 남자가 환희가 죽고 나서야 얼굴을 마주한 것이었다. 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눈가가 붉어진 부남진은 가지에서 가장 어린 복숭아꽃 한 송이를 꺾어 무덤 앞에 내려놓았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그 순간, 지아의 눈에 노인이 아닌 아침 햇살 속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낸 젊고 잘생긴 소년의 모습이 비쳤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던 조경숙의 눈도 치료하면 회복할 수 있는 상태였기에, 지아는 장민호와 소시월을 데리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다. 산속은 한창 따듯한 봄이었다. 산꽃들이 만발한 가운데, 강미연의 무덤 앞에는 형형색색의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소시월은 숨이 가쁜 상태로 강미연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고, 장민호는 무덤에 새겨진 이름을 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이런 날이 올 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2화

    “오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지아는 루이스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기에, 지아가 이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시후뿐이었다. “지아야, 가까이 오지 마. 여긴 너무 위험해!”시후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해지자, 루이스가 고개를 돌려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실험은 곧 성공할 거야. 저 아이는 환희의 후손이라, 몸속에 환희와 같은 피가 지니고 있을 테니까.” 그 순간, 지아의 얼굴빛이 달려졌다.‘스승님이 나한테 유독 신경 쓴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 예전의 지아는 그것이 자기 몸과 재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루이스는 처음부터 지아의 정체를 알고 있던 것이었다. 루이스가 말한 ‘생체 개조 계획’도 사실은 환희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저 사람...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할머니를 부활시키려고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다니!’ ‘하마터면 개조 계획이라는 거짓말에 깜빡 속을 뻔했어!’ 백발이 성성한 소영수가 아주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루이스, 그만둬! 환희는 이미 죽은 지 오래야. 환희의 혼도 이미 윤회에 들었을 텐데 부활이라니, 그건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야!” “네가 그동안 저질러온 실험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는지 알아? 아, 그걸로도 부족하다는 건가?” “네 과거 실험 데이터를 살펴봤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실패했더군. 그런데도 네가 저 아이를 건드리지 못한 이유는...”소영수가 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아이가 환희의 핏줄이고, 환희와 닮은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었어. 혹시라도 실험에 실패할까 봐 저 아이를 건들 수 없었던 거야, 그렇지?” 지아는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했고, 환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느꼈다.‘할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목숨을 잃었을 거야.’ 루이스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내 최고의 실험 대상이야. 어서 스승인 나를 도와주렴.” 시후와 도윤이 동시에 지아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1화

    섬에 도착한 지아는 섬의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풍경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섬 곳곳에 있던 로봇들은 사라진 듯했는데, 원래라면 섬에 내리자마자 로봇들이 눈에 띄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섬 가장자리에 밀집한 수많은 군함이 눈에 띄었고, 그것들은 대부분 외국 민간 무장 단체와 용병들이 사용하는 군함 같았다. ‘대규모 인원이 섬에 상륙한 모양인데...’ ‘대체 무슨 일이지?’ ‘스승님은 괜찮으신 걸까?’ 루이스가 지아를 인체 개조 대상으로 삼으려 했음에도 지아는 루이스가 살아남길 바랐는데, 루이스처럼 뛰어난 과학자가 유명을 달리한다면 큰 손실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자기야, 진정해. 이 섬에 많은 사람이 들어오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윤은 지아를 재빨리 진정시켰다. 이렇게 많은 군함이라면 분명 강력한 무기를 많이 실었을 테지만, 섬의 꽃과 나무, 건물들은 여전히 온전했다. “아니야, 이 섬에는 원래 사람이 많지 않았어. 대부분 로봇이었단 말이야! 그나저나 우리 오빠는 어디 있는 거지?” 지아는 며칠 전 시후가 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여기에 왔던 것을 떠올린 후,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섬 안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잠시 후, 지아는 겨우 작동하고 있는 한 로봇을 마주했는데, 로봇에서는 전기 스파크가 튀고 있었고, 몸체에서는 쇠약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루이스 스승님은 어디 있어?” 지아가 다급히 물었지만, 이미 언어 기능을 상실한 로봇은 전자 화면에 두 글자를 표시할 뿐이었다. [뒷산.]‘뒷산이라니!’뒷산은 루이스가 지아에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유일한 장소였다. ‘거기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야!’ 지아는 미친 듯이 뒷산으로 달려갔다.그곳에는 수많은 로봇과 인간들이 쓰러져 있었고, 원래 뒷산 입구를 막고 있던 기계 문도 강제로 파괴된 상태였다.‘큰일이네. 루이스 스승님은 괜찮으신 걸까?’ 루이스의 로봇도 많은 수를 자랑했는데, 상대는 그보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0화

    그날, 부남진과 소임호는 단둘이 오랜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물론 소씨 가문 사람들은 그것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단지 가족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에 집중할 뿐이었다. 하지만 민연주는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갑자기 이렇게 많은 자손이 생기다니, 만약 저 사람들이 모두 부씨 가문 사람이 된다면, 내 아들과 딸에게 돌아갈 재산이 줄어들진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법이다. 정말 이런 상황에 닥친다면, 그 누가 자기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소임호와 부남진이 이야기한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그것은 바로... 소씨 가문 사람들이 소임호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임호는 부씨 성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즉, 소임호의 어머니가 소영수와 결혼한 이상, 소임호를 비롯한 그 자손의 생에는 소씨 가문 사람들에 속했기에, 부씨 가문과는 친척 관계로 왕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부남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소영수가 자기 자손들을 잘 대해준 것을 생각하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소임호의 자손들에게 잠시 부씨 가문에 머무르며 상처를 치료해달라고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지아는 돌아온 이튿날 아이들을 데리고 묘지로 갔는데, 도윤과 함께 환희와 소계훈을 찾아뵙기 위해서였다. 묘지는 산속에 있었고, 산에는 복숭아나무와 배나무가 활짝 꽃을 피워 푸른 신록이 빛나고 있었다. 소계훈의 묘 앞에는 이끼가 조금 늘어나 있었는데, 지아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은 채 오랫동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아빠, 드디어 제 가족을 찾았고, 배후의 손도 밝혀냈어요.” “유일하게 아쉬운 건... 그 여자를 데리고 와 아빠의 묘비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도록 하지 못한 거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저는 이제 성장했고, 다른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도윤은 지아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소계훈의 묘비 앞에 담배 한 개비를 놓았다. “기대를 저버려서 정말 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9화

    지아 일행은 다시 소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시후가 관리 중인 소씨 가문은 이미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시하의 다리도 많이 회복되어 이제는 더 시아 장애를 가장할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시언의 건강은 단기간에 완전히 회복될 수는 없었지만 눈에 띄게 좋아졌고, 소임호 역시 지아가 떠나기 전보단 훨씬 건강해 보였다. 소시월이라는 사람 때문에 소씨 가문은 거의 전멸할 뻔했지만, 지금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지아가 돌아오자 소임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지아야, 시후한테 네 몸에 독벌레가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젠 다 나았으니까요. 그런데... 소시월은 아마 바닷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아요.” 소임호가 지아를 단단히 껴안으며 말했다.“괜찮다, 괜찮아. 난 그저 너희들만 무사하면 그만이야.” 짧디짧은 시간에도 몇 살은 더 늙어버린 듯한 소임호의 모습을 보며 지아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 “엄마 쪽 소식은 없는 거예요?”“시후가 몇 가지 단서를 찾아냈는데, 아직 추적 중이란다. 참, 부씨 가문에서 우리가 한 번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구나.” 최근 부남진은 신분상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소씨 가문 사람들이 본국으로 가야만 했다. 마침 지아도 다른 아이들이 그립던 터였다.“좋아요. 아이들이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분명히 기뻐할 거예요.” 그렇게 가족들은 전용기를 타고 본국으로 향했다. 본국은 이미 초봄의 시기로 접어들어, 추운 겨울을 지난 후 생기가 넘치는 대지를 뽐내고 있었다. 나뭇가지엔 새싹이 돋았고, 벚꽃이 활짝 피는 계절이었으니 말이다. 지아는 가벼운 봄옷으로 갈아입었고, 무무는 연한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지아의 곁을 따랐다. 도윤도 모처럼 정장을 입지 않고 모녀와 함께 커플룩을 맞춘 듯한 연한 초록색 줄무늬 셔츠와 흰 바지를 입고 있었다. 도윤은 차 문을 열고 무무를 안아 내렸다. 세 사람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눈길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8화

    배신혁은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심규철은 말 그대로 충격에 휩싸였고, 머릿속엔 온통 한대경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에 대한 상상이 가득했다. ‘낡은 민간 보호시설에서 삼류, 사류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란 걸로도 모자라, 그 무엇도 가져본 적이 없으니 잃는 것도 두렵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이영화가 세상을 떠난 이후, 심규철은 심장후에 대해 그다지 마음을 쏟지 않았지만 물질적인 부분만큼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친아들을 찾은 지금, 심규철은 가슴 한편이 아려져 왔다. ‘그 결혼이 아들의 유일한 소망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주고 싶어.’ 한편, 지아는 바닷가에 서서 멀리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시월은 이미 바다 밑에 잠겼을 테지만, 지아의 마음은 조금도 평온하지 않았다. ‘죄의 근원이 사라지면 무슨 소용이야? 우리 소씨 가문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고, 엄마는 아직 행방불명 상태인데.’ 지아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아직 젊은데,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어?”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한대경이 물었다. 지아의 옆에 털썩 앉은 한대경은 바닥의 모래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한대경은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앉아봐. 별건 아니고, 그냥 얘기나 좀 하자고.” 지아는 한대경을 한 번 흘긋 보고,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난 뒤에야 자리에 앉았다. “아니, 조선시대도 아니고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거야, 뭐야?”한대경은 지아가 자신을 뱀 보듯 피하는 모습이 못마땅한 듯 말했지만,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한대경, 우리가 친구로 지낼 순 있어도 그 이상은 불가능해.” 그 순간, 갑자기 다가온 한대경이 짙은 남성미로 지아를 압도했다. “소지아, 진짜 날 피하고 싶었다면, 애초에 나한테 희망을 주지도 말았어야지!” “정말 미안해, 한대경.” 지아는 그 임무에 한대경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터였다. “시도도 해볼 수 없다는 거야? 단 한 번이라도?”한대경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7화

    심규철은 약간 지친 듯했다.‘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된 거지?’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를 찾은 것 같군.’ ‘이 세상에 30년 동안 얼굴도 못 본 아들이 만나자마자 가족 걱정은커녕 결혼하겠다고 소리치는 경우가 또 있을까?’ ‘그리고 평범한 여자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상대는 이미 이혼한 데다 아이를 넷이나 데리고 있는 여자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가장 골치 아픈 건, 소지아의 전남편이 내 여동생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이야. 게다가 두 사람의 관계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잖아?’ ‘손바닥도 손등도 모두 살인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심규철은 매우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한대경은 심규철의 곤란한 표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나는 끊었단다.”심규철이 손을 저으며 말하자, 한대경은 혼자 담배를 피우며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 모습은 공사장의 현장 소장과 같았는데, 도무지 한 나라의 군주다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심규철은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대체 그동안 어떻게 자란 거지?’ “되는지 안 되는지 확답이나 주시죠.”한대경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하자, 심규철은 아들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쉽지 않을 거라면 어쩔 셈이지? 그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야. 물론 두 집안의 사정을 따지는 건 아니란다.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면, 거지가 상대라 해도 바로 혼약을 허락해 줬을 거야. 하지만 상대는 소씨 가문 사람이라고.” “넌 모를 수도 있겠지만, 요즘 소씨 가문에 문제가 좀 생겼어. 그 집안은 이미 진정한 소씨 가문과 관계가 끊긴 상태인 데다,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단 말이지... 이 결혼은 정말 쉽지 않을 거야.”한대경이 담배꽁초를 던지며 말했다.“그럼 안된다는 겁니까? 아버지라는 호칭을 쓴 게 아까울 지경이군요.” 한대경은 기분이 상한 듯 몸을 돌려 떠났고, 심규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뭐야, 왜 저렇게 쉽게 포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6화

    시름시름 앓던 심규철은 지금까지 자신이 낳은 친아들이 오랜 세월 동안 외지에 버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 아들이 수많은 겪었음에도 거대한 나무처럼 성장했다는 사실에 아주 놀랐는데, 거대한 나무는 맞지만, 어쩐지 그 나무는 조금 삐딱하게 자란 것 같았다. 부자지간임에도 피는 물보다 진하지 않은 것 같았으니 말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진실이 드러났다면,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감동적이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한대경은 아버지를 만난 기쁨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심씨 가문의 큰아들이라는 신분과 소씨 가문의 여섯째와의 혼약에 훨씬 더 관심을 보이는 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복잡하니, 천천히 논의해 보자꾸나...”“제가 친아들이라면서요?”한대경은 성격이 급하고 불같았으며, 그의 어머니와 똑같이 누군가의 설득 따윈 듣지 않았다. 한대경은 이미 심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관계를 철저히 파악했기에, 혼약의 존재를 알아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마터면 혼약이라는 걸 전혀 몰랐을 뻔했잖아?’“그럼, 당연하지. 이미 친자 확인 결과도 나왔으니 말이야... 하지만 지금 소씨 가문 상황이 조금 복잡해서 지금은...”“어쨌든 저랑 결혼할 사람은 소씨 가문의 여섯째인 거죠?” “그래.”“그 혼약은 심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어른들이 정한 거고요?” “그래.”“그럼 됐으니, 어서 결혼부터 준비해 주세요. 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심규철은 아들이 아주 성급하다는 것을 느꼈다.‘기다리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잖아? 만약 이 상황이 올림픽이었다면 쟤는 분명히 부정 출발로 탈락했을 정도야.’ “결혼 같은 중대한 일보다는 네 아비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하지 않니? 그토록 오래 떨어져 지냈는데, 네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알고 싶지 않냐는 말이야.” 한대경은 냉담하게 말했다.“전혀요, 아버지는 이미 반쯤 땅에 묻혀가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에 대해 제가 뭘 궁금해해야 하죠?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