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가 잠에서 깨어날 때, 도윤은 이미 별장을 떠났고, 그녀는 경호원이 더욱 많아진 것을 발견하였다.지아는 소시후를 찾아가려고 차를 대기시키라고 했지만, 염경훈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이미 분부를 내리셨는데, 지금부터 아이를 출산하실 때까지 별장을 떠나시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하지만…….”“대표님께서는 사모님의 안전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리셨으니, 의문이 있으시면 직접 대표님께 물어보세요.”지아는 어젯밤 심한 태동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랐다.도윤이 이렇게 한 것도 자신을 위해서였으니 지아는 이 결정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없었고, 자신의 부풀어 오른 배를 어루만지며 방으로 돌아갔다.들어가자마자 도윤의 전화가 걸려왔고 지아는 바로 받았다.“응, 나야.”“소시후 여동생의 부검 결과 나왔는데, 그 사람 오늘 아침 일찍 시체를 데리고 귀국해서 장례식을 거행했어. 난 사람 시켜서 줄곧 공항까지 호송하라고 했으니 넌 이쪽을 걱정할 필요 없어. 참, 그 사람 떠나기 전에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 이렇게 도와줘서 말이야.”지아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았지만 도윤은 이미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다.“부검 결과는?”“네가 말한 것처럼, 가슴에 맞은 총상이 치명상이었어. 다행히 죽기 전에 그 여자는 다른 고통을 겪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었어. 이제 이 일은 여기서 끝이니 지아야, 오늘부터 더 이상 그 어떤 일도 신경 쓰지 마. 지금 몸을 잘 챙기면서 출산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돼.”“알았어.”“그동안 나도 네 눈에 띄지 않을게.”도윤은 대답을 듣지 못하자 지아가 바로 전화를 끊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녀가 먼저 끊기를 기다렸다.그리고 전화가 끊기기 전에, 그는 맞은 편서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은 목소리를 들었다.“고마워.”도윤은 자신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지금 그의 입가는 이미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이쪽의 지아는 한숨을 돌렸다. ‘이제 마침내 대표
곧 의료팀의 모든 사람들이 들어왔다.“사모님, 이제 환자분에게 응급 치료를 진행할 테니 먼저 나가세요.”미연은 급히 멍해진 지아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안색이 매우 좋지 않은 지아를 보며 미연은 애가 탔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은 틀림없이 무사하실 테니까 뱃속의 아이부터 생각하세요.”지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쪽은 자신의 아이이고, 다른 한쪽은 소계훈이었다.어젯밤 의사는 특별히 그녀에게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지아는 도무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초조한 눈빛으로 방을 바라보다, 잠시 후 의사가 땀을 닦으며 걸어 나왔다.지아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었다.“어떻게 됐어?”“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어르신께서는 별일 없어요.”간호사는 펜던트를 지아에게 돌려주었다.“사모님, 어르신은 원래 오로지 한 가지 집념으로 지금까지 버티셨으니, 사모님도 어르신이 그런 생각을 유지하도록 주의하셔야 해요. 어르신은 지금 풍선과 같아서, 일단 풍선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 바로 저 멀리 날아가겠죠.”“알았어, 앞으로 주의할게.”그들이 떠난 후, 지아는 침대 위에 누운, 점점 여위고 허약해지는 남자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한 편으로는 자신이 비할 데 없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아도 소계훈을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아빠, 가지 마세요. 이제 아이가 곧 태어날 거예요. 아빠가 떠나면, 그들에겐 영원히 외할아버지가 없는 거잖아요.”“어젯밤에 배가 엄청 오래 아팠는데, 다행히 별일은 없었고, 아이들도 아주 건강해요. 아빠, 아빠가 이대로 떠나면, 내가 얼마나 슬프겠어요, 아빠도 내가 우는 거 보고 싶지 않잖아요.”지아는 소계훈의 곁을 지키며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고, 그의 심박수가 정상으로 된 것을 확인하고서야 방을 떠났다.‘아빠, 미안해요, 하지만 난 아직도 아빠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요.’날은 하루하루 지나갔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 다음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지아는 나뭇잎이 노랗게 물든 정원의 은
닭볶음탕을 먹고 있던 지아는 고개를 돌려 강미연을 바라보았고, 미연이 전화를 끊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집에 무슨 일 생겼어?”“제 동생이 집에 가는 길에 차에 치여서 다리가 부러졌어요. 아가씨, 저…….”미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아가 말했다.“이틀 휴가 줄 테니까, 얼른 돌아가. 가족이 제일 중요하지.”“고마워요 아가씨. 하지만 이쪽은…….”“여기 의사, 하인, 경호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그들은 나 한 사람만 모시고 있으니 나한테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네 이번 달 월급을 미리 당겨주라고 할게.”“아가씨, 그럴 필요는 없어요.”“빨리 가봐, 사양하지 말고. 내가 기사더러 널 병원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게.”지아는 손을 흔들더니 염경훈에게 미연을 데려다주라고 분부했고, 또 미리 외과 의사에게 상황을 말했다.그녀는 염경훈이 미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는데, 하필이면 미연은 오로지 자신의 선배만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선배란 사람에 대해 지아는 평가하고 싶지 않았지만, 적어도 염경훈은 아주 훌륭한 사람이었고, 지아도 그들 두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염경훈이 떠날 때, 지아는 그를 향해 눈을 깜박였고, 염경훈은 얼굴을 붉히며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지아는 산뜻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았고, 손은 배를 쓰다듬었다.이때 장씨 아주머니는 그릇을 치우러 왔고, 그녀를 관심했다.“사모님,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얼른 들어가세요.” 지아는 머리 위의 그 시커먼 먹구름을 바라보았다. 만약 오늘 비가 내린다면 아마 억수같이 쏟아질 것이다.“알았어.”“자, 제가 부축해 줄 테니까, 천천히 일어나세요.”지아는 배를 받쳤고, 장씨 아주머니는 지아의 팔을 부축했다. 그리고 출산하는 임산부와 거의 비슷한 지아의 큰 배를 보면서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쌍둥이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겨우 6개월맊에 되지 않았는데, 배가 이렇게 크다니. 임신 후기에는 또 어쩜 좋아요. 아이는 7, 8개월이 될 때 엄청 빨리 자라거든요.”
“사모님.” 염경훈은 몹시 억울했다. “제가 미연 씨의 마음을 얻을 수 없는 게 아니라, 미연 씨 눈에는 오직 그 사람밖에 없어서 그래요. 그러니 어떻게 제가 보이겠어요?”지아가 생각하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그녀가 전에 이도윤을 사랑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고백했지만, 지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심지어 고백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이제 더는 찾고 싶지 않아요.”“융통성이 없어.” 지아는 이마를 짚으며 어이가 없다고 느꼈다.‘어쩜 하나하나 고집이 이렇게 셀까?’“사모님, 곧 비가 올 것 같은데, 저녁에 외출하지 마세요. 정원의 오솔길이 미끄러우니 넘어지실 수 있어요.”“음.”지아는 계속 국을 마셨고 뱃속의 아이도 지금 아주 활발했다. 그래서 지아는 방에서 잠시 산보하다 잠을 자려 했다.밤새 억수 같은 비가 내렸는데, 천둥까지 쳐서 지아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이튿날, 큰비가 여전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아는 창가에 앉아 책을 볼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저 돌아왔어요.”미연은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손에 간식을 들고 달려와 지아에게 건네주었다.“호떡 드시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특별히 사 왔어요.”“오랜만에 안 먹어서 너무 먹고 싶었거든.”지아는 먹으면서 물었다.“네 선배와는 어떻게 됐어?”미연은 수줍어하며 말했다.“어젯밤에 저에게 고백했어요. 이거 보세요, 이것은 선배가 저에게 준 팔찌인데, 외국에서 특별히 사람을 찾아 주문 제작한 거래요. 비록 비싸진 않지만, 나름 정성을 들였어요. 위에 저 닮은 귀여운 토끼까지 있어요, 예쁘죠?”미연이 팔찌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지아는 그녀가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팔찌는 받을 수 있지만 너무 흥분해 하지 마. 내가 전에 한 말 꼭 명심하고.”“안심하세요, 아가씨. 저도 다 알고 있으니까요. 선배는 제 집안 상
염경훈은 전화를 끊은 후, 지아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는지에 대해 몰랐다.‘설마 사모님께서 무슨 이상함이라도 발견하셨단 말인가?’그는 직접 감시실로 갔고, 별장은 산 중턱에 있어서, 길을 따라 카메라를 가득 설치했다.만약 차가 올라왔다면, 산기슭에서 발견되어 실시간으로 그들의 감시를 당할 것이다.이곳은 외지고 또 호화로운 별장이 있어, 일반인들은 거의 찾아오지 않았는데, 가끔 몇몇 등산객들이 올라오더라도 절반쯤 올라왔을 때, 내려가라는 경고를 받곤 했다.그동안 그들 자신만이 차량으로 각종 필수품을 운송했기에 다른 사람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염경훈은 한참 동안 카메라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시선을 아래로 옮기더니, 맨 아래에 있는 몇 개의 카메라가 어두워진 것을 발견했다.이 몇 개의 카메라는 절벽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 절벽은 원래 가파른 데다가 요 며칠 수위가 위로 이동해서, 파도와 큰비 때문에 훼손당할 수도 있었다.낮에 절벽에서 올라오는 것도 불가능했으니, 오늘 밤처럼 이런 악렬한 날씨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산을 오르는 길에 수상한 사람과 차량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염경훈은 그제야 감시실을 떠났다.분명히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염경훈의 마음속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는 자꾸만 자신이 무엇을 소홀히 했다고 느꼈다.‘도대체 무엇을 소홀히 한 걸까?’이때 염경훈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는 바로 어제 자신과 처음 만난 장민호였다.두 사람은 만날 때만 악수를 했고, 그 후 미연은 바로 남자를 끌고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염경훈은 자신이 그의 눈에 거슬릴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떠났다.염경훈은 이제야 그 남자의 힘이 센 데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미연은 그 선배가 외국에서 학술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평소에 컴퓨터와 펜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손에 온통 굳은살이 박힐 수 있을까?‘설마…….’염경훈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나와 마
지아는 이불로 머리를 덮고 있었는데, 창밖의 천둥소리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났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꽉 막으며 애써 잠들려고 했다.하지만 짜증날수록 잠들기 힘들었고, 심지어 지아는 자꾸만 등골이 오싹했다.머릿속에 누군가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 같았다.‘빨리 도망가, 빨리!’‘도망가? 난 또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그리고 난 왜 도망 가야만 하는 것일까?’지아는 이미 염경훈에게 전화를 했고, 별장 주위에 또 수많은 사람들이 밤낮으로 24시간 순찰하고 있었으니, 만약 정말 이상이 있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지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 지금 또 무슨 헛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환청까지 생겼다니.’한참이나 몸을 뒤척였지만, 지아는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반년 전, 전효가 자신에게 남겨준 그 총을 꺼냈다. ‘이거라면 액운을 막아줄 수 있겠지?’뱃속의 두 아이는 전에 들볶다가 지쳤는지 지금은 조용해졌다.바깥에는 천둥소리와 파도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지아는 창문이 반쯤 열린 것을 발견했고, 바람은 무거운 커튼을 흔들며 조금씩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지아는 일어나서 창문을 모두 닫으려 했는데, 이때 옆방에서 전해오는 비명소리를 들었다.‘미연이야!’‘무슨 일이지?’창문을 닫을 겨를도 없이 지아는 문 앞으로 달려갔고, 문을 여는 순간, 자신의 방에 있는 테라스에 완벽하게 무장한 낯선 남자가 뛰어오르는 것을 보았다.‘젠장, 이런 날씨에 목숨까지 아끼지 않고 절벽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있다니. 바다에 떨어지면 의심할 여지가 없이 바로 죽을 텐데!’지아는 도윤이 전에 말한 그 킬러 조직을 떠올렸다. 보아하니 누군가 큰 돈을 들여 그녀의 목숨을 원하는 것 같았다.지아는 재빨리 뒤로 물러선 후, 문을 세게 닫았다.복도에는 미연이 재빨리 달려왔고, 그녀는 그 문자를 본 순간,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그녀도 더 이상 사랑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미연은 아무리 어리석어도, 정상인
이때 누군가가 쫓아왔다. 비록 그 사람은 방수복을 입고 물안경을 쓰고 있어 오직 턱밖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미연은 여전히 그 사람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장민호였다.지금 미연은 그에게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그는 도대체 무슨 사람인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다음 순간, 남자는 총을 들었는데, 정확하게 지아를 겨누었다.쓸데없는 말도 없었고, 심지어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지아를 겨냥했던 것이다.이 순간, 장민호는 더 이상 미연이 알고 있던 그 남자가 아니었고, 그는 마치 지옥에서 기어나온 악마와 같았다.온몸은 큰비에 젖었고, 그의 매끄러운 옷 표면에서 빗물이 조금씩 아래로 떨어졌는데, 복도의 양털 카펫을 적셨다.장민호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미연은 거의 생각도 하지 않고 지아의 앞을 가로막았다.총알이 몸에 떨어지자, 지아의 귓가에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지아는 미연의 몸에서 피가 튄 것을 보았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던 몸은 천천히 땅에 쓰러졌다.“미연아!!”그리고 그녀에게 총을 쏜 그 남자는 멈출 의사가 조금도 없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지아를 향해 걸어왔다.마치 방금 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나 개 한 마리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것은 미연이었다! 그동안 줄곧 장민호를 사랑하며, 마음속에 온통 그로 가득한 미연이었다. 새빨간 피는 미연의 잠옷을 빨갛게 물들였고, 하얀 카펫까지 피로 물들였다.미연은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장기 파손 때문에 피가 직접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녀는 힘겹게 손을 내밀어 점점 가까워지는 남자를 바라보며 어렵게 그 질문을 던졌다.“이, 이유가 뭐야?”그러나 남자는 심지어 미연과 말 한마디 더 하는 것조차 귀찮다고 생각했고, 그의 주의력은 온통 지아에게 있었다.지아는 허리를 구부리며 힘겹게 한 손으로 미연을 안았고, 그녀의 손가락도 피에 물들었다.“미연아, 괜찮아. 여기엔 의사가 있잖아. 이건 치명상이 아니니까 죽지 않을 거야.”“아가씨, 어, 어서 도망가세요!”장민호는 다
지아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는 온 별장에 울려 퍼졌다. 염경훈은 지아의 방에 뛰쳐든 남자를 해치우고 재빨리 달려왔지만 여전히 늦었다.그는 미연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본 순간, 자신의 심장도 따라서 저린 것 같았다.하지만 염경훈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이 자기 앞에 쓰러져도 그는 임무를 멈출 수 없었다.남자가 뜻밖에도 방탄복을 입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보고, 염경훈은 바로 달려들어 장민호와 주먹으로 싸우기 시작했다.지아가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내려놓았는데, 그녀의 머릿속은 윙윙거렸고 눈앞은 온통 핏빛뿐이었다.미연의 몸은 지아의 곁에 힘없이 떨어졌고, 새빨간 피는 그녀의 손목에 있는 팔찌에 조금씩 스며들었다.그녀가 예쁘다고 했던 그 토끼 머리는 피로 물들어 미연과 함께 영원히 바닥에 누워 있었다.지아는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마구 흘렸다. 그녀는 손으로 피 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피는 여전히 끊임없이 흘러나왔다.“미연아, 좀 버텨, 의사가 곧 올 거야.”“미연아, 죽지 마, 너 살아 있어야 돼, 잘 살아 있어야 한다고.”“우리 약속했잖아, 내가 아이를 낳으면 네가 나 대신 아이들 돌봐줄 거라고. 그리고 우리 아직 세계 여행도 못 갔잖아.”“미연아…….”지아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손에 묻은 피가 얼굴에 묻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사모님, 어서 이곳을 떠나세요! 이곳은 너무 위험해요!”귓가에 경호원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지아의 머릿속에는 오직 미연밖에 없었다.“의사는? 빨리 의사 불러와!”“미연 씨는 이미 숨을 거두었어요, 사모님, 이곳에 계속 있으면 안 되니까 얼른 떠나세요.”점점 더 많은 킬러들이 상륙에 성공하자, 총소리가 사방에서 울렸고, 그 중 한 경호원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사모님, 죄송합니다.”그는 허리를 굽혀 지아를 안았다.“미연아…….”미연은 죽기 전에 마침 지아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지금 그녀의 두 눈은 뚫어지게 지아를 쳐다보았다.피는 지아의 눈앞을 흐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