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볶음탕을 먹고 있던 지아는 고개를 돌려 강미연을 바라보았고, 미연이 전화를 끊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집에 무슨 일 생겼어?”“제 동생이 집에 가는 길에 차에 치여서 다리가 부러졌어요. 아가씨, 저…….”미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아가 말했다.“이틀 휴가 줄 테니까, 얼른 돌아가. 가족이 제일 중요하지.”“고마워요 아가씨. 하지만 이쪽은…….”“여기 의사, 하인, 경호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그들은 나 한 사람만 모시고 있으니 나한테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네 이번 달 월급을 미리 당겨주라고 할게.”“아가씨, 그럴 필요는 없어요.”“빨리 가봐, 사양하지 말고. 내가 기사더러 널 병원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게.”지아는 손을 흔들더니 염경훈에게 미연을 데려다주라고 분부했고, 또 미리 외과 의사에게 상황을 말했다.그녀는 염경훈이 미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는데, 하필이면 미연은 오로지 자신의 선배만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선배란 사람에 대해 지아는 평가하고 싶지 않았지만, 적어도 염경훈은 아주 훌륭한 사람이었고, 지아도 그들 두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염경훈이 떠날 때, 지아는 그를 향해 눈을 깜박였고, 염경훈은 얼굴을 붉히며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지아는 산뜻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았고, 손은 배를 쓰다듬었다.이때 장씨 아주머니는 그릇을 치우러 왔고, 그녀를 관심했다.“사모님,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얼른 들어가세요.” 지아는 머리 위의 그 시커먼 먹구름을 바라보았다. 만약 오늘 비가 내린다면 아마 억수같이 쏟아질 것이다.“알았어.”“자, 제가 부축해 줄 테니까, 천천히 일어나세요.”지아는 배를 받쳤고, 장씨 아주머니는 지아의 팔을 부축했다. 그리고 출산하는 임산부와 거의 비슷한 지아의 큰 배를 보면서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쌍둥이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겨우 6개월맊에 되지 않았는데, 배가 이렇게 크다니. 임신 후기에는 또 어쩜 좋아요. 아이는 7, 8개월이 될 때 엄청 빨리 자라거든요.”
“사모님.” 염경훈은 몹시 억울했다. “제가 미연 씨의 마음을 얻을 수 없는 게 아니라, 미연 씨 눈에는 오직 그 사람밖에 없어서 그래요. 그러니 어떻게 제가 보이겠어요?”지아가 생각하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그녀가 전에 이도윤을 사랑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고백했지만, 지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심지어 고백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이제 더는 찾고 싶지 않아요.”“융통성이 없어.” 지아는 이마를 짚으며 어이가 없다고 느꼈다.‘어쩜 하나하나 고집이 이렇게 셀까?’“사모님, 곧 비가 올 것 같은데, 저녁에 외출하지 마세요. 정원의 오솔길이 미끄러우니 넘어지실 수 있어요.”“음.”지아는 계속 국을 마셨고 뱃속의 아이도 지금 아주 활발했다. 그래서 지아는 방에서 잠시 산보하다 잠을 자려 했다.밤새 억수 같은 비가 내렸는데, 천둥까지 쳐서 지아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이튿날, 큰비가 여전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아는 창가에 앉아 책을 볼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저 돌아왔어요.”미연은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손에 간식을 들고 달려와 지아에게 건네주었다.“호떡 드시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특별히 사 왔어요.”“오랜만에 안 먹어서 너무 먹고 싶었거든.”지아는 먹으면서 물었다.“네 선배와는 어떻게 됐어?”미연은 수줍어하며 말했다.“어젯밤에 저에게 고백했어요. 이거 보세요, 이것은 선배가 저에게 준 팔찌인데, 외국에서 특별히 사람을 찾아 주문 제작한 거래요. 비록 비싸진 않지만, 나름 정성을 들였어요. 위에 저 닮은 귀여운 토끼까지 있어요, 예쁘죠?”미연이 팔찌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지아는 그녀가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팔찌는 받을 수 있지만 너무 흥분해 하지 마. 내가 전에 한 말 꼭 명심하고.”“안심하세요, 아가씨. 저도 다 알고 있으니까요. 선배는 제 집안 상
염경훈은 전화를 끊은 후, 지아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는지에 대해 몰랐다.‘설마 사모님께서 무슨 이상함이라도 발견하셨단 말인가?’그는 직접 감시실로 갔고, 별장은 산 중턱에 있어서, 길을 따라 카메라를 가득 설치했다.만약 차가 올라왔다면, 산기슭에서 발견되어 실시간으로 그들의 감시를 당할 것이다.이곳은 외지고 또 호화로운 별장이 있어, 일반인들은 거의 찾아오지 않았는데, 가끔 몇몇 등산객들이 올라오더라도 절반쯤 올라왔을 때, 내려가라는 경고를 받곤 했다.그동안 그들 자신만이 차량으로 각종 필수품을 운송했기에 다른 사람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염경훈은 한참 동안 카메라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시선을 아래로 옮기더니, 맨 아래에 있는 몇 개의 카메라가 어두워진 것을 발견했다.이 몇 개의 카메라는 절벽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 절벽은 원래 가파른 데다가 요 며칠 수위가 위로 이동해서, 파도와 큰비 때문에 훼손당할 수도 있었다.낮에 절벽에서 올라오는 것도 불가능했으니, 오늘 밤처럼 이런 악렬한 날씨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산을 오르는 길에 수상한 사람과 차량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염경훈은 그제야 감시실을 떠났다.분명히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염경훈의 마음속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는 자꾸만 자신이 무엇을 소홀히 했다고 느꼈다.‘도대체 무엇을 소홀히 한 걸까?’이때 염경훈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는 바로 어제 자신과 처음 만난 장민호였다.두 사람은 만날 때만 악수를 했고, 그 후 미연은 바로 남자를 끌고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염경훈은 자신이 그의 눈에 거슬릴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떠났다.염경훈은 이제야 그 남자의 힘이 센 데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미연은 그 선배가 외국에서 학술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평소에 컴퓨터와 펜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손에 온통 굳은살이 박힐 수 있을까?‘설마…….’염경훈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나와 마
지아는 이불로 머리를 덮고 있었는데, 창밖의 천둥소리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났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꽉 막으며 애써 잠들려고 했다.하지만 짜증날수록 잠들기 힘들었고, 심지어 지아는 자꾸만 등골이 오싹했다.머릿속에 누군가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 같았다.‘빨리 도망가, 빨리!’‘도망가? 난 또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그리고 난 왜 도망 가야만 하는 것일까?’지아는 이미 염경훈에게 전화를 했고, 별장 주위에 또 수많은 사람들이 밤낮으로 24시간 순찰하고 있었으니, 만약 정말 이상이 있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지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 지금 또 무슨 헛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환청까지 생겼다니.’한참이나 몸을 뒤척였지만, 지아는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반년 전, 전효가 자신에게 남겨준 그 총을 꺼냈다. ‘이거라면 액운을 막아줄 수 있겠지?’뱃속의 두 아이는 전에 들볶다가 지쳤는지 지금은 조용해졌다.바깥에는 천둥소리와 파도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지아는 창문이 반쯤 열린 것을 발견했고, 바람은 무거운 커튼을 흔들며 조금씩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지아는 일어나서 창문을 모두 닫으려 했는데, 이때 옆방에서 전해오는 비명소리를 들었다.‘미연이야!’‘무슨 일이지?’창문을 닫을 겨를도 없이 지아는 문 앞으로 달려갔고, 문을 여는 순간, 자신의 방에 있는 테라스에 완벽하게 무장한 낯선 남자가 뛰어오르는 것을 보았다.‘젠장, 이런 날씨에 목숨까지 아끼지 않고 절벽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있다니. 바다에 떨어지면 의심할 여지가 없이 바로 죽을 텐데!’지아는 도윤이 전에 말한 그 킬러 조직을 떠올렸다. 보아하니 누군가 큰 돈을 들여 그녀의 목숨을 원하는 것 같았다.지아는 재빨리 뒤로 물러선 후, 문을 세게 닫았다.복도에는 미연이 재빨리 달려왔고, 그녀는 그 문자를 본 순간,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그녀도 더 이상 사랑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미연은 아무리 어리석어도, 정상인
이때 누군가가 쫓아왔다. 비록 그 사람은 방수복을 입고 물안경을 쓰고 있어 오직 턱밖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미연은 여전히 그 사람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장민호였다.지금 미연은 그에게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그는 도대체 무슨 사람인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다음 순간, 남자는 총을 들었는데, 정확하게 지아를 겨누었다.쓸데없는 말도 없었고, 심지어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지아를 겨냥했던 것이다.이 순간, 장민호는 더 이상 미연이 알고 있던 그 남자가 아니었고, 그는 마치 지옥에서 기어나온 악마와 같았다.온몸은 큰비에 젖었고, 그의 매끄러운 옷 표면에서 빗물이 조금씩 아래로 떨어졌는데, 복도의 양털 카펫을 적셨다.장민호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미연은 거의 생각도 하지 않고 지아의 앞을 가로막았다.총알이 몸에 떨어지자, 지아의 귓가에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지아는 미연의 몸에서 피가 튄 것을 보았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던 몸은 천천히 땅에 쓰러졌다.“미연아!!”그리고 그녀에게 총을 쏜 그 남자는 멈출 의사가 조금도 없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지아를 향해 걸어왔다.마치 방금 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나 개 한 마리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것은 미연이었다! 그동안 줄곧 장민호를 사랑하며, 마음속에 온통 그로 가득한 미연이었다. 새빨간 피는 미연의 잠옷을 빨갛게 물들였고, 하얀 카펫까지 피로 물들였다.미연은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장기 파손 때문에 피가 직접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녀는 힘겹게 손을 내밀어 점점 가까워지는 남자를 바라보며 어렵게 그 질문을 던졌다.“이, 이유가 뭐야?”그러나 남자는 심지어 미연과 말 한마디 더 하는 것조차 귀찮다고 생각했고, 그의 주의력은 온통 지아에게 있었다.지아는 허리를 구부리며 힘겹게 한 손으로 미연을 안았고, 그녀의 손가락도 피에 물들었다.“미연아, 괜찮아. 여기엔 의사가 있잖아. 이건 치명상이 아니니까 죽지 않을 거야.”“아가씨, 어, 어서 도망가세요!”장민호는 다
지아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는 온 별장에 울려 퍼졌다. 염경훈은 지아의 방에 뛰쳐든 남자를 해치우고 재빨리 달려왔지만 여전히 늦었다.그는 미연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본 순간, 자신의 심장도 따라서 저린 것 같았다.하지만 염경훈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이 자기 앞에 쓰러져도 그는 임무를 멈출 수 없었다.남자가 뜻밖에도 방탄복을 입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보고, 염경훈은 바로 달려들어 장민호와 주먹으로 싸우기 시작했다.지아가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내려놓았는데, 그녀의 머릿속은 윙윙거렸고 눈앞은 온통 핏빛뿐이었다.미연의 몸은 지아의 곁에 힘없이 떨어졌고, 새빨간 피는 그녀의 손목에 있는 팔찌에 조금씩 스며들었다.그녀가 예쁘다고 했던 그 토끼 머리는 피로 물들어 미연과 함께 영원히 바닥에 누워 있었다.지아는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마구 흘렸다. 그녀는 손으로 피 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피는 여전히 끊임없이 흘러나왔다.“미연아, 좀 버텨, 의사가 곧 올 거야.”“미연아, 죽지 마, 너 살아 있어야 돼, 잘 살아 있어야 한다고.”“우리 약속했잖아, 내가 아이를 낳으면 네가 나 대신 아이들 돌봐줄 거라고. 그리고 우리 아직 세계 여행도 못 갔잖아.”“미연아…….”지아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손에 묻은 피가 얼굴에 묻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사모님, 어서 이곳을 떠나세요! 이곳은 너무 위험해요!”귓가에 경호원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지아의 머릿속에는 오직 미연밖에 없었다.“의사는? 빨리 의사 불러와!”“미연 씨는 이미 숨을 거두었어요, 사모님, 이곳에 계속 있으면 안 되니까 얼른 떠나세요.”점점 더 많은 킬러들이 상륙에 성공하자, 총소리가 사방에서 울렸고, 그 중 한 경호원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사모님, 죄송합니다.”그는 허리를 굽혀 지아를 안았다.“미연아…….”미연은 죽기 전에 마침 지아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지금 그녀의 두 눈은 뚫어지게 지아를 쳐다보았다.피는 지아의 눈앞을 흐리게
지아도 물론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지만, 방금 그런 일을 겪었으니 또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는가?노지혜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지아의 감정을 달랬고, 부드럽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은 이미 무사히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지금 사모님도 별일 없으니 이것만으로도 이미 다행이에요.”‘다행이라고?’그러나 방금, 지아는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해 주던 친구를 잃었다.차는 아주 빠르게 달렸고, 이 속도로 십여 분 후면 산에서 내려와 순환 도로 들어갈 수 있었다.큰비가 빽빽이 내렸고, 와이퍼는 빠르게 움직였지만 여전히 우르르 몰려드는 빗물을 깨끗이 닦을 수 없었다.산속은 안개가 심한 데다 비바람도 강하게 불어왔기에, 이런 악렬한 조건에서 운전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조여왔고, 아이들은 이미 지아의 뱃속에서 한참 동안 소란을 피웠다.지아는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를 달랬고 훌쩍이며 말했다.“얘들아, 너희들 좀 얌전하게 있어, 떠들지 말고. 엄마가 있으니까, 너희들을 꼭 보호해 줄게.”지아의 끊임없는 설득에, 아이들은 마치 정말 알아들은 것처럼,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았고 점차 조용해졌다.노지혜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사모님, 안심하세요. 이제 몇 분만 지나면 곧 하산할 거예요. 그때…….”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부신 전조등이 갑자기 그들을 비추더니, 거대한 트럭 한 대가 커브길에서 뛰쳐나왔다.지금 피하려고 해도 이미 늦었는데, 상대방은 진작에 이런 계획을 짰던 것이었다.앞뒤로 협공하여 소지아를 죽이는 것, 이것이 바로 그들의 미션이었다.노지혜는 이미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손으로 지아를 단단히 잡으며, 그녀가 어디도 다치지 못하게 했다.산길에서 긴급 브레이크 소리가 울렸는데, 이대로 부딪힌다면 지프차도 폐기될 것이다.설령 페기되지 않더라도 이런 거센 충돌에, 지아의 배는 기필코 충격을 받을 것이고, 그럼 그녀는 그대로 아이를 잃을 것이다.그야말로 재난 그 자체였다.지금 지프차의 속도가 매우 빠른
이 말을 듣자 지아 뒤에 있던 노지혜까지 당황했다. “사모님, 농담하지 마세요.”“나 예전에 바다에서 조산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같은 느낌이야.”“사모님, 저를 꼭 잡으세요.”염경호는 조금도 방심하지 못하고 재빨리 지아를 데리고 해안으로 헤엄쳐 갔다.그는 힘을 대해 지아를 끌어올린 다음, 몸에서 비상등을 꺼냈다.지아는 물에 흠뻑 젖었는데, 바닷물인지 양수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노지혜는 차가운 얼굴로 엄숙하게 말했다.“제가 상황을 좀 볼게요.”양수 외에 피까지 흘러나온 것을 보자, 노지혜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큰일이에요, 사모님. 양수가 터졌지만 피까지 흘리고 있어요.”양수만 터졌다면, 아이가 조산했다는 것이지만, 지금 피까지 흘리고 있었으니, 상황이 많이 복잡해졌다.양막이 터지면서 가장자리에 있던 모세혈관도 파열되어 출혈이 생겼는지 아니면 아이에게서 피가 났는지. 만약 두 번째 경우라면 일은 끝난 셈이었다.지아는 배가 너무 아팠고, 숨조차 쉴 힘없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노 의사, 내 아이 꼭 좀 살려줘.”노지혜는 그 절벽을 바라보았는데, 조산한 임산부를 데리고 올라갈 가능성은 정말 너무 희박했고, 그 위에 심지어 적까지 있었다.그녀들은 기다릴 수 있지만, 아이는 기다릴 수 없었기에 노지혜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할 수 없네요. 일단 안전한 장소로 옮기죠. 제가 지금 사모님의 출산을 도울게요.”염경호는 주위를 재빨리 훑어보았고, 마침내 약간 평탄한 암석을 발견했는데, 밖으로 나온 부분은 마침 비바람을 잘 막을 수 있었다.“사모님, 조금만 더 버티세요. 지금 다른 곳으로 옮길게요.”말을 마치자 염경호가 지아를 안은 뒤, 그 암석 아래로 기어갔다.지아는 이미 통증에 휩싸였는데, 귓가의 바람소리와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추위조차 느끼지 못했다.뱃속의 통증은 온몸으로 번져 가슴이 찢어졌고, 그녀는 아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미 한 번 아이를 잃은 지아는 눈물투성이가 되었는데, 이런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