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이 말을 마친 다음 휴대전화를 한쪽에 던졌고 노지혜가 시키는대로 했다.“사모님, 지금 이런 조건에서 저는 사모님에게 수술을 해줄 수 없으니 사모님은 자신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반드시 빨리 두 아이를 낳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두 아이는 모두 산소가 부족하여 죽을 거예요. 이제 힘을 주세요. 자궁문이 이미 열렸어요.”지아는 아이의 머리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양수의 보호를 잃었기 때문인지, 두 아이는 모두 그녀의 뱃속에서 마구 움직이고 있었다.아이들은 모래사장에 좌초된 물고기처럼, 그녀와 함께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얘들아, 너희들 꼭 견뎌내야 해. 이제 아빠가 곧 너희들을 데리러 올 거야. 괜찮아,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 엄마가 있으니까, 절대로 너희들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너희들도 포기하지 마.”비록 지아는 이런 일을 이미 한 번 겪었지만, 다시 한번 마주하자, 그녀는 전보다 더욱 두려워하고 더욱 고통스러울 뿐이었다.지금 지아는 온몸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는데, 무서워서 그런지 아니면 몸이 너무 추워서 그런 건지 몰랐다.아마 지아처럼 이렇게 초라한 환경에서 출산하는 임산부는 없을 것이다. 지아는 이미 질식할 정도로 아팠다.전화기 맞은 편의 소리 역시 매우 시끄러웠지만, 도윤의 목소리는 줄곧 끊어지지 않았다.“지아야, 나 곧 도착할 테니까 조금만 더 버텨.”“지아야, 사랑해, 정말 사랑해.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떠나지 마!”“아이들은 괜찮을 거야, 너도 괜찮을 거고.”“지아야…….”지아는 이미 더 이상 말할 힘이 없었다. 먼 곳의 염경호는 총알을 이미 다 썼지만, 위의 사람들은 마치 개미처럼 끊임없이 떨어졌다.‘누구일까?’‘도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날 죽이고 싶은 것일까!’‘이렇게 많은 돈을 써가며 용병까지 구하다니, 상대방은 도대체 나와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일까?’‘이예린일까?’그러나 지아는 마음속으로 이예린이 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독충은 독을 쓰길 좋아했기에,
“뭐, 뭐라고?”“아마 나올 때 질식해서 그런 거 같아요. 사모님, 괴로워하지 마세요. 6개월 넘은 아이는 무사히 태아나도 살아날 희망이 거의 없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모님의 건강이에요. 사모님은 이렇게 젊으시니 앞으로 또 아이가 생길 거예요.”“그럴 리 없어, 내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죽을 수가 있지?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고생하며 품은 아이들인데…….”“사모님, 킬러들이 곧 닥칠 거예요. 지금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 해요.”“아니, 안 돼! 난 내 아이를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노지혜는 그렇게 많은 것을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받은 명령은 지아를 보호하는 것이었고, 그 다음이 아이들이었다.아이와 지아가 동시에 위험에 빠졌을 때, 그녀는 가장 먼저 지아를 보호해야 했다.“사모님, 죄송해요.”노지혜는 재빨리 지아를 등에 업었고, 지아는 외투 위에 버려진 숨소리조차 없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눈물은 빗물에 섞여서 제멋대로 흘러내렸다.“싫어! 내 아이들 구할 거야!”노지혜는 지아를 업고 간신히 절벽에 올라갔는데, 그녀는 평소에 줄곧 훈련을 받았기에 일반인보다 신체적 자질이 훨씬 좋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아를 업고 있으니 노지혜는 매우 힘들었다.하늘에서 큰비가 내리는 데다, 뒤에 파도 소리까지 뒤섞였기에 그녀는 감히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염경호에게 총 한 자루를 던져준 다음, 그들은 앞뒤로 지아를 보호하며 절벽에서 살아날 기회를 찾았다.7~8명의 킬러들은 잇달아 지아를 쫓아갔는데, 그 두 죽은 아이를 지날 때, 아무도 고개를 숙이고 보지 않았다.그들의 목표는 모두 지아였다.하지만 이때, 일행 중 맨 뒤에 있던 사람이 속도를 늦추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아이들을 안았다.아이들은 큰비 속에서 조금의 온도도 없었고 온몸은 말랑말랑한 채 마치 버려진 유기견 같았다.그는 아이의 등을 두드렸고, 두 아이는 입에서 양수를 토해내더니, 그제야 울기 시작했다.남자는 자신의 방수복을 벗은 다음, 아이를 자신의 가슴에 놓았고, 뜨거운 체온
“사모님,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세요. 조금만 더 버티세요, 대표님께서 곧 오실 거예요. 이것은 우리의 임무이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저희는 사모님을 보호할 수밖에 없어요!”“고마워. 이 몇 달 동안 줄곧 날 챙겨줘서.”이때 지아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노지혜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사모님, 절대로 희망을 포기하지 마세요. 저희 꼭 무사히 이곳에서 탈출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탈출? 내가 또 어디로 도망갈 수 있을까?”지아는 고개를 들어 새까만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빗물이 차갑고 매정하게 그녀의 얼굴에 떨어졌다.“사실 나도 알아, 우리 아빠에게 시일이 많지 않다는 거.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기계와 약물 때문이었고, 우리 아빠는 이미 살아갈 욕망 자체가 없었어.”“사모님…….”“예전에 내 친구가 그랬는데, 내가 태양처럼 눈부신 빛을 발산하고 있다고 했어. 그러나 후에 내 빛은 조금씩 꺼지더니 결국 어둠이 날 삼켰고, 난 오랫동안 진흙탕에서 걸어야만 했어.”“그때 나는 넘어져도 마구 기어다니며 발버둥 쳤어. 난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운명 따위도 믿지 않았어. 설사 내 생명에서 미약한 빛이 다시 나타난다 하더라도 난 소중히 간직했어.”“난 그렇게 조심스럽게 그 빛을 간직하며, 다시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는데, 결국 이 모든 것을 잃었어. 내가 가진 것이 하나도 없으면 그만이지만, 왜 그들은 나의 친구, 가족들까지 괴롭히는 것일까?”“사모님, 이것은 사모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잘못은 그들이 했지.”하지만 지아는 이미 자신의 생각에 잠겨 눈빛이 망연해졌다.“아니, 다 내 잘못이야. 내가 그들을 해쳤어. 내가 없었다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 거야. 나와 가까이한 사람들은 모두 불행해질 테니, 노 의사, 나도 더 이상 당신들을 연루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이제 날 내려놔.”노지혜는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사모님,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저희가 어떻게 사모님을 포기할 수 있겠어요? 제가 살아있는 한,
지아는 어둠 속에 빠졌고, 혼자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아이들은 어딨지? 내 아이들.’지아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그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빨리 아이들을 찾는 것.그녀는 지칠 줄도 모르고 한참을 달렸는데, 눈앞에 갑자기 빛이 나타나더니 그녀는 풀밭에 서 있었다.풀밭의 끝에는 무지개로 만든 다리가 있었고, 맞은편에는 안개가 자욱했다.‘내 아이들이 저쪽에 있을까?’이때, 무지개다리의 건너편에 한 줄기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강미연이었다.미연은 그날 공항에 마중하러 간 치마를 입고 있었고 아주 예쁘게 단장했다. 그녀는 예전처럼 지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미연아!”지아는 속으로 기뻐해하며 즉시 무지개다리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녀가 발을 내디딘 순간, 귓가에 갑자기 두 아이의 귀여운 소리가 들려왔다.“엄마!”지아가 고개를 돌리자, 깜찍한 두 아이를 보았다. 남자아이는 도윤처럼 생겼고, 여자아이는 그녀와 똑같이 생겼다.“얘들아, 엄마가 드디어 너희들을 찾았구나!”지아는 몸을 웅크리고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그러나 그녀의 손이 두 아이에게 닿았을 때, 손가락은 아이들의 몸을 곧장 통과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단 듯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고, 자신의 몸이 점차 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럴 수가?”아이들이 바로 그녀 앞에 있지만, 지아는 오히려 그들을 안아주지 못했다.하지만 두 아이는 오히려 지아에게 미소를 지었고, 마치 하늘의 햇살처럼 찬란했다.“엄마,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해요!”말하면서 아이들은 손을 내밀어 지아를 밀었고, 그녀는 깊이가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떨어졌다.지아는 손을 뻗으며 눈에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싫어! 미연아, 얘들아!”그리고 기나긴 어둠 속에서 지아의 몸은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이때 지아는 눈을 번쩍 떴다.“얘들아! 내 아이들.”“지아야, 드디어 깨어났구나.” 귓가에 도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이들도, 미연도 없었다.이
지아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허물어져 있었고, 아이를 잃은 사실은 그녀의 마지막 이성을 무너뜨렸다.아이들이 태어나기를 얼마나 크게 기대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얼마나 슬퍼하고 있는지를 상상하기 어려웠다.눈물과 피가 섞여 흘러내리자, 지아는 침대에 쪼그리고 앉아 자신의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겼다.“이도윤, 넌 날 구하지 말았어야 했어. 살아있는 게 너무 고통스럽잖아!”지아는 앞으로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렸다.그녀는 존재 자체가 잘못이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오직 불행을 가져다줄 뿐이었다.도윤은 다시 한번 지아의 몸을 껴안았다.“내가 왜 너를 구했냐고? 좋아, 내가 지금 그 이유를 알려주지.”말하면서 도윤은 몸을 숙여 지아에게 신발과 양말을 신겨 준 다음, 그녀를 안고 일어났다.“어디로 갈 거야?”“곧 알게 될 거야.”도윤은 지아를 안고 그중의 한 병실로 왔다. 이곳은 3인실이었는데, 안의 사람들은 모두 붕대를 감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깁스를 하고 있었다.염경훈은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다리에 총알을 맞았기에 그저 지팡이를 짚고 한쪽 다리로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문앞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그는 얼른 공손하게 인사했다.“대표님, 사모님, 오셨습니까.”지아는 목이 쉬었다.“다리가…….”염경훈은 쓴웃음을 지었다.“저는 괜찮아요.”적어도 그는 더 이상 눈을 뜰 수 없는 사람과 달리 아직 살아 있었다.“푹 쉬고 있어.” 도윤은 지아를 안고 다른 병실로 갔고, 모든 사람을 본 후, 중환자실에 도착했다.지아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몸에 각종 기계가 가득 꽂힌 염경호를 보았다.“3일이 지났지만, 경호는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아마도 내일까지 버틸 수 없을지도 몰라. 설령 깨어난다 하더라도 아주 긴 시간을 들여 몸을 조리해야겠지. 아무튼 영원히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되지 못할 거야.”도윤은 지아의 귓가에 가볍게 탄식했다.“지아야, 이제 내가 왜 너를 구해야 했는지 알겠어? 이번에 너를 보호하기 위해 총 사상
지하 3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차가운 바람이 정면으로 몰려왔다.도윤은 외투를 벗어 지아에게 걸쳐주었지만, 이곳은 위층처럼 따뜻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지아는 처음으로 이런 곳에 발을 디뎠는데, 영화 속 장면과는 거리가 멀었다.복도의 불빛은 밝았지만, 지나치게 강조된 빛 때문에 벽은 더욱 썰렁해 보였다.영안실 입구에는 한 노인이 서 있었는데, 그는 위에서 받은 명령에 따라 특별히 이곳에서 지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대표님, 사모님, 시체의 얼굴은 이미 정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시체이니 보기 좋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마음의 준비부터 하시죠.”지아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문 열어요.”문이 열리자, 지아는 흰 천으로 가려진 시체 한 구를 보았다.도윤이 설명했다.“나는 지금 이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기에 강미연 씨의 가족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몰라.”지아는 그 시체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건 이미 3일 전의 일이었다.지아에게 있어 그날 밤에 일어난 일은 방금 일어난 것과 같았고, 그녀는 몸이 찢기는 고통과 함께 그때의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바닷물이 얼마나 뼈를 찌를 정도로 차가운지를 기억하고 있었다.지아는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밀어 흰 천을 조금씩 드러냈다.미연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났는데, 비록 시체는 차가운 환경에서 부패하지 않았지만 몸에 여전한 시름이 묻어났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연은 태양처럼 빛나는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런 차가운 곳에 죽은 채로 누워 있었다.이 순간, 지아의 눈물은 끊임없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미안해, 미연아, 정말 미안해.”지아는 몸이 미끄러지더니, 무릎을 꿇었고, 손가락으로 흰 천을 꽉 잡아당겼다.그리고 머릿속은 미연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는데, 그때의 미연은 장미 장원에서 다듬은 꽃가지를 조심스럽게 감싸고 있었다.자신에게 발각됐을 때, 미연은 긴장한 나머지 꽃가지를 뒤로 숨겼고,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얼굴을 붉
도윤은 지아의 마음속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가 여전히 연약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며 큰 위험이 발생할까 봐 걱정이었다. 그래서 도윤은 흥분하지 않고 지아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녀가 감정을 발산하도록 놔두었다.지아는 감정이 쌓여 목소리가 쉬고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었다. 심지어 다리까지 오랫동안 꿇고 있어 이미 감각을 잃었다.작은 소리로 훌쩍이며 도윤의 품에서 울던 지아에게, 도윤은 말없이 천천히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도윤은 지아의 감정이 서서히 안정되는 것을 보고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지아는 분노와 슬픔을 힘으로 삼아 견뎌내려 했다.‘이도윤의 말이 맞아. 난 절대로 죽으면 안 돼.’만약 지아가 죽는다면, 그 주범은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만족할 것이다. 그래서 지아는 힘들더라도 살아남아 그동안 받은 이 모든 고통을 그 사람에게 돌려주려 했다.지아는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미연의 시체를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많이 결연해져 있었다.흰 천을 아래로 잡아당기자, 미연의 손목에 여전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팔찌가 드러났다.그날 팔찌를 차고 돌아온 미연은 아마도 이 작은 팔찌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지아가 입을 열었다.“이 팔찌를 가져가서 분해하라고 해. 아마 이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그래.”지아는 가볍게 말했다.“미연아, 난 절대로 네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 거야. 나 소지아는 하늘에 대고 맹세하는데, 내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장민호 그 사람을 죽여 너에게 복수를 해줄 거야. 그리고 안심해, 난 네 가족들을 잘 챙겨줄 테니까. 이제 아무도 그들을 해치지 못할 거야.”도윤이 물었다.“그 사람 가족들에게 알릴까?”“평생을 속일 순 없잖아. 난 미연이 홀로 떠나게 하고 싶지 않아.”그들은 며칠, 몇 달을 속일 수 있지만, 몇 년은 속일 수 없었다.미
다시 깨어났을 때, 이미 저녁이 되었고, 지아는 복도에서 우는소리를 들었다.그녀는 어렴풋이 눈을 떴지만 바로 움직이지 않고 그저 천장을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이 모든 것은 마치 꿈과도 같았고, 그저 힘들기만 할 뿐 조금도 진실하지 못했다.도윤은 새빨개진 두 눈으로 지아를 바라보았고 목소리도 심하게 잠겼다.“지아야, 깨어났어?”도윤의 초췌한 얼굴을 보고, 지아는 그가 며칠 밤이나 새워 가며 줄곧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요 며칠 지아는 영양 주사에 의지해왔고, 아무런 식사도 하지 않았기에, 입술이 마르면 도윤은 면봉에 물을 묻혀 그녀에게 닦아주었다.깨어난 후, 지아는 입이 거의 벌어지지가 않았고, 그저 눈알만 굴렸다.“왜 그래? 목이 마르든 배고프든 나에게 말해.”“목말라…….”도윤은 마침내 지아가 스스로 요구를 제기하는 것을 듣고 기뻐해하며 재빨리 일어났다.그러나 그는 자기도 며칠을 쉬지 않고 잘 먹지도 못했다는 것을 깜빡했고, 그렇게 일어난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해지더니 뜻밖에도 넘어질 뻔했다.다행히 도윤은 쓰러지기 전에 민첩하게 테이블을 부축하고서야 겨우 몸을 바로잡았다.비록 낭패한 모습을 보였지만, 도윤은 멈추지 않고 재빨리 테이블을 향해 달려가 지아에게 물 한 잔을 받아주었다.지아는 도윤이 입고 있는 옷을 보았는데, 여전히 며칠 전에 입었던 그 옷이었다.자신에게 의외의 일이 생긴 그날 밤부터, 도윤은 떠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지아야, 급하게 마시지 말고 천천히 마셔.”그의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있었는데, 수염도 조금씩 튀어나왔다.이렇게 초라한 도윤은 예전에 지아가 알고 있었던 그 남자와 완전히 달랐다. 예전의 도윤은 언제나 완벽한 양복 차림에 손만 흔들면 이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왕이었다.그는 예전보다 더 조심스럽게 지아를 챙겨주었다.지아는 목이 몹시 말라서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물을 마셨다.그녀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을 보고, 도윤은 부드럽게 휴지로 그녀의 입가를 깨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