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련은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고, 잔혹한 현실은 직접 백정일의 뺨을 내리쳤으며 백정일은 일시에 절망을 느꼈다.그는 현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전혀 없었다. 가슴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마치 바람을 넣은 큰 풍선처럼 곧 폭발할 것 같았다.“당신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어?” 그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변했고, 목소리는 더욱 차가웠다.“아직은 부족하죠. 난 당신에게 두 번째 큰 선물까지 준비했으니, 잘 즐겨봐요.”진수련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당신이 변진희와 사랑을 속삭이는 매일 밤, 나는 벌레가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이런 고통, 당신도 천천히 느껴봐요.”말이 끝나자 진수련은 다리를 번쩍 들고 백정일의 배를 향해 세게 차더니 쉽게 그의 통제에서 벗어났다.백정일이 배를 안고 일어설 때, 그녀는 이미 3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백정일, 난 이미 예전의 그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바보가 아니에요.”진수련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귀함이 묻어났지만, 눈 밑에는 미친 기색이 역력했다.“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하나하나 죽는 것을 지켜볼 거예요!”백정일이 급히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백채원은 확실히 이미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만 의사는 방금 그녀에게 신체검사를 해주었다.비록 백채원이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변진희의 친딸인데다 자신이 그동안 키웠으니 백정일은 여전히 좀 걱정이 됐다.“의사 선생님, 내 딸은 어떻게 됐어요?”의사는 고개를 저었다.“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요. 온몸 여러 곳에 분쇄성 골절이 있는데다 장기가 손상되어 바이탈이 약하네요. 비록 잠시 생명의 위험은 없지만, 지금 엄청 취약해서 휴식을 취해야 해요.”“그럼 골수를 이식하는 건…….”백정일은 단지 이 얘기를 꺼냈을 뿐이지만 의사는 바삐 고개를 저었다.“골수 이식이요? 그건 안 돼요, 아가씨는 이미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또 그녀의 골수를 뽑을 수 있겠어요?
입구에 서서 아직 들어가지 않은 소지아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그저 웃기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도대체 어떤 집안으로 시집을 간 거야?’백정일 말고 진심으로 변진희를 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전에 그녀는 최선을 다해 어르신을 모셨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았다.결국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백정일일 뿐이었다. 만약 그가 백채원의 목숨으로 변진희을 살린다면, 변진희는 깨어난 후 절대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물며 백정일은 어렸을 때부터 백채원을 키웠고, 이미 그녀를 자신의 친딸로 여겼다.그러니 그는 대체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아무리 선택해도 결과는 고통스러웠고, 백정일 역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이때 간호사가 달려왔다.“변 사모님 가족분들 맞죠? 환자분 이미 깨어났는데, 지금 가족분들 만나고 싶어해요.”백정일은 즉시 고개를 돌려 간호사를 따라갔고 지아도 재빨리 따라갔다.주치의가 입구에 서서 당부했다.“환자분의 뜻에 따르면 지금 중환자실에서 나와 남은 시간을 가족분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네요. 물론 결정권은 가족분들에게 있죠.”중환자실에서는 병문안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번 응급처치를 할 때마다 변진희의 몸에 엄청난 상처를 입혔다. 아무튼 그 안에 있으면 무척 괴로웠다.이런 방식으로 구해낸 환자도 오래 살진 못했다.백정일은 지아를 바라보았고, 지아는 슬픔에 잠긴 남자를 부축하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엄마의 뜻대로 해요.”변진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지아는 적어도 그녀가 편하게 떠났으면 했다.이때 변진희가 밀려나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엄청 수척해졌고, 얼굴은 손바닥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비록 그녀는 많이 아파보였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진희야, 많이 고생했지.”“엄마.”지아도 변진희의 이런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유난히 괴로웠고, 전의 원한은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그녀는 몹시 아팠지만, 아직 백채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
결국 백정일은 변진희의 퇴원 수속을 밟았고, 집에 가서 요리까지 했다. 변진희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는데, 몸은 매우 허약했다.그녀는 백채원에게 전화를 한 번 또 한 번 걸었고, 지금까지도 시종 백채원을 걱정하고 있었다.백정일은 변진희가 슬퍼하지 않도록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이번 생에 그녀는 이미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다했으니, 백정일은 변진희가 아쉬움을 안고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상관하지 마. 그 계집애는 원래 제멋대로여서 며칠 있다 집에 돌아올지도 몰라.”“하긴.”변진희는 백채원이 자신을 여전히 싫어한다고 생각했을 뿐,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식사하는 동안, 변진희는 이도윤에게 백채원은 아주 좋은 여자이니 앞으로 반드시 백채원에게 잘해줘야 하고 또 백채원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고 끊임없이 당부했다.도윤도 차가운 기운을 거두고 일일이 승낙했다.비록 백채원이 없었지만, 변진희는 여전히 매우 즐거웠고, 심지어 술을 두 잔 마셨는데, 얼굴은 이미 새빨개졌다.그녀는 지아더러 자신과 함께 노을을 보러 가자고 했고, 보는 내내 그녀의 입은 쉬지 않았다.“지아야, 만약 내가 오늘처럼 될 줄 알았다면, 난 전에 너와 함께 있었던 모든 시간을 소중히 여겼을 거야. 나중에 네 아버지가 깨어나면, 나 대신 미안하다는 말 좀 전해줘. 내가 그의 마음을 저버렸거든.”“네.”“엄마는 진심으로 네가 행복을 얻을 수 있길 바라거든. 그러니 더 이상 채원이가 도윤을 빼앗은 일로 원망하지마, 응?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아무것도 바꿀 수 없잖아.”“안심해요, 난 그녀와 빼앗지 않을 거예요. 그런 남자를 포기한 이상, 난 다시 돌아보지 않을 거예요.”변진희는 지아를 오랫동안 바라보다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넌 참 착한 아이야.”그러나 이 세상은 가장 불공평했고, 상처를 받는 것은 항상 착한 아이들이었다.이튿날 날이 밝자, 백정일은 특별히 변진희를 데리고 산에 가서 해돋이를 보았다. 변진희는 그의 품에 안겨 하늘에 나타난 금색 햇빛을 바라보았다.그
하룻밤 사이에 부모님 모두 잃은 백채원은 슬픔에 잠겼지만, 자신의 몸 때문에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전 A시가 마치 짙은 검은 안개에 휩싸인 것 같았다.어르신은 아들 며느리가 모두 죽었다는 것을 알고, 화병이 나서 병원에 실려갔고, 그 바람에 백정일의 장례식도 급히 치러졌다.뿌연 하늘 아래, 지아는 검은색 드레스에 검은 우산을 쓴 여자가 백정일의 묘비 앞에 한참 동안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 아름다운 얼굴은 오히려 분노 때문에 일그러졌다. 진수련은 백정일이 마지막에 뜻밖에도 변진희와 함께 죽는 것을 선택할 줄은 몰랐다.설령 그녀가 수십년 동안 계획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헛수고였다.진수련은 백정일이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사정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명했다.결국 진수련이 모든 것을 잃은 사람으로 되었다.지아는 그녀의 곁으로 걸어갔다.“이게 바로 당신이 원하는 결과인가요?”진수련은 뒤를 돌아보았다.“네가 어떻게 여기에.”그녀는 놀라움을 느꼈는데, 지아가 여기에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었다.“여기에서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어요. 이것은 아저씨가 남긴 편지인데, 당신에게 전해주라고 하셨어요.”진수련은 손을 뻗어서 받으려 했지만 지아는 주지 않고 계속 말했다.“그 당시 병원에서 아이를 바꾼 사람이 당신이었으니, 내 친부모님이 누구인지, 당신은 알고 있겠죠?”진수련은 눈을 가늘게 떴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니?”“아니요, 거래일 뿐이에요. 당신은 나에게 친부모님의 신분을 알려주고, 나는 이 편지를 당신에게 주는 거죠. 설마 여태껏 아저씨를 사랑하면서 그의 마음속에 자신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지도 않는 거예요?”진수련은 지아를 한참 바라보더니 이어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네 신세에 대해, 난 말할 수 없어. 그러나 조언 하나 해주지. 죽기 싫으면 A시에 가만히 있어. 그렇지 않으면 넌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거야.”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지아는 우산을 쓰고 묘비 앞에 오랫동안 서 있었는데, 그녀의 몸이 흠뻑 젖은 것을 보고, 도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다가가 입을 열었다.“돌아가자, 시간도 늦었는데.”지아는 수시로 사라질 것처럼 그곳에 조용히 서 있었다.그녀는 또 한 번 가족을 잃었고, 지금은 더욱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이는 도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도윤은 두 팔을 뻗어 지아를 품에 안고 싶었지만, 그녀는 검은 우산 아래에 서서 그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지아야, 슬퍼하지 마, 내가 있잖아.”‘당신이 있기에 내가 슬픈 거야.’바람은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갔고, 지아의 가녀린 그림자는 더욱 강인해졌다.지아는 말을 하지 않고 곧장 떠났다. 이제 그녀도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한 마디도 하지 않는 지아를 보며 도윤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설득했다.‘나 자신에게 시간을 좀 더 주자. 난 꼭 지아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할 테니까.’그녀가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도윤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 서재로 갔다.진환은 사실대로 보고했다.“작은 아가씨의 일에 대해 좀 알아냈는데, 그 당시 아가씨는 유괴범에 의해 남쪽의 한 외진 산으로 유괴되었고, 한 시골의 총각이 아가씨를 사서 자신의 아내로 삼았습니다.”“뭐?” 도윤은 거의 이를 갈며 말했다.“그 시골은 작고 또 가난했고, 마을 사람들도 무척 어리석었습니다. 아가씨는 어렸을 때 잘 지내지 못했는데, 듣자니 줄곧 쇠사슬에 묶인 채 저녁에는 밖에 있는 개집에서 자고, 돼지와 같이 밥을 먹었고, 심지어 어린 나이에 농사일까지 맡았다고 합니다. 자칫하면 매를 맞아야 했고요.”도윤의 손등에는 핏줄이 나타났다. ‘예린이가 유괴를 당했을 때, 겨우 몇 살인데!’‘이씨 집안의 도도한 큰 아가씨가 어떻게 그런 대접받을 수 있단 말인가?’“그 집안 사람들은 아직 살아있어?”“죽었습니다. 몇 년 전에 큰 불에 타 죽었는데, 아가씨는 그때
주원은 지아가 이미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죄책감이 들어 있었다.“누나.”“그래, 오랜만이네.” 지아는 먼저 인사를 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렸다.주원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는데, 마치 잘못을 한 아이가 자신의 손끝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누나도 알다시피 내가 바로 레오예요.”“응.”“미안해요, 일부러 숨기려고 한 건 아닌데, 난…….”“내가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때 내가 납치당했을 때, 네가 납치범에게 전화를 걸었지? 그래서 넌 쉽게 나를 찾을 수 있었고, 또 방법을 강구해서 나를 데리고 떠날 수 있었던 거야.”주원은 자신이 모든 것을 숨긴 데다 또 지아를 해친 사람들과 함께 나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누나, 모두 내 잘못이에요. 날 탓하든 미워하든 상관없지만, 나는 누나를 해치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알아.”만약 주원이 지아를 죽이고 싶었다면, 그녀는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다만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 지아는 남에게 속거나 배신을 당했기에, 이제 그 누구도 믿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진심으로 아끼던 동생까지 줄곧 자신을 속이고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안심해요, 아저씨는 무사하니까요. 내가 이번에 아저씨에게 수술을 해서, 꼭 무사히 깨어날 수 있도록 할게요.”“고마워.”자신과 거리를 두는 지아를 보며 주원은 입을 벌렸지만 결국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이것은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 주원은 지아가 차라리 자신을 욕하고 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누나, 미안해요.”지아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주원을 쳐다본 뒤 냉정하게 말했다.“정말 나에게 미안하다면, 이예린에 대해 말해줘.”주원은 즉시 고개를 들어 지아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그녀가 이 일을 안 것에 대해 놀란 것 같았다.“놀랄 필요 없어. 난 이미 알고 있으니까. 만약 네가 정말 나를 누나로 여기고 또 우리 어렸을 때의 우정을 기억한다면
지아는 이미 주원과 함께 섬에 가서 소계훈을 찾으려 했는데, 떠나기 전에 그녀는 중요한 일이 하나 있었다.차는 해변에서 멈추었고, 주원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누나, 뭐하려는 거예요?”“별거 아니야, 그냥 한 사람과 결판을 봐야 해서.”말한 다음 지아는 차 문을 닫았다.그녀의 강인한 뒷모습을 보며 주원은 불안하기 시작했다. 다시 만난 지아는 변화가 너무 컸고 전보다 무서울 정도로 냉정해졌다.‘설마 이예린을 찾으러 가려는 건 아니겠지? 안 돼, 이예린은 악마야, 누나 혼자 어떻게 그녀를 당해낼 수 있겠어?’“누나,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요!” 주원은 유리창을 두드렸지만, 지아는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지아는 이번이 이예린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오늘 이후, 그녀는 A시를 철저히 떠날 것이다. 앞으로 암으로 죽든 다른 일로 죽든, 지아는 더 이상 이도윤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때 도윤은 방금 중요한 회의를 마쳤는데, 그는 피곤함에 미간을 비비며 물었다.“몇 시야?”“곧 5시가 되어 가는데, 대표님 오늘 집에 돌아가서 식사를 하실 겁니까?”‘집에 돌아간다고?’도윤은 요즘 지아를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어 그녀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아니야.”바로 이때, 진봉의 전화가 들어왔고 도윤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지?”“대표님, 사모님 오늘 백화점에 가셨는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설마 또 이 기회를 타서 도망치시려는 건 아니겠죠?”‘도망을 쳐? 그녀는 갈 곳이 어딨다고?’“잘 찾아봐. 그녀는 지금 떠날 리가 없어.”지아는 지금 의지할 곳이 없는데다 또 A시에 남아 진실을 조사해야 했으니 그녀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예.”도윤은 지아를 찾으러 가려고 일어섰지만 또 경호원의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작은 아가씨는 고성을 떠났습니다.”“따라가, 금방 갈게.”요 며칠 도윤은 줄곧 이예린을 접근할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내 그 기회가 나타났다.그는 진봉에게 연락했다
이예린은 지아가 자신의 신분을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미스터 Y를 통해 자신을 불러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즉시 안색이 변했다.“당신, 미스터 Y와 무슨 사이지?”이예린은 분명히 화가 났고, 마치 지아가 그녀의 중요한 사람을 빼앗은 것 같았다.지아는 소시후에 대한 이예린의 감정을 대충 알아맞힐 수 있었기에 담담하게 입을 웃었다.“네가 맞혀봐.”무척 애매한 대답에 이예린은 더욱 질투를 느꼈다.“내가 당신이 남자를 꼬시기 좋아하는 천한 년일 줄 알았어. 당신은 우리 오빠와 어울릴 자격이 없어. 그리고 당신 마침 잘 왔네, 내가 직접 찾아갈 필요가 없는 거 같군.”이예린은 곧 일어나서 지아에게 손을 대려고 했지만, 일어나기도 전에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하더니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물에 약 탄 거야?”지아는 천천히 이예린을 향해 걸어갔다.“이거 다 당신에게서 배운 건데. 이예린, 우리 사이의 일도 이제 끝내야겠지?”지아는 경호원더러 이예린을 데려가라고 했다. 그녀는 이날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수많은 사람들에게 짓밟히던 날, 지아는 마치 숨을 쉴 수 없는 물고기와 같았다. 그녀는 자신을 뒤덮고 있는 큰 그물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지금 그녀는 마침내 이 주범을 잡았다.이예린은 해변에 걸려 있었는데, 이때 석양이 서쪽으로 지더니 차디찬 해풍이 정면으로 불어왔다. 이예린의 몸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고, 그녀의 체질은 원래 약했기에 바람조차 이겨낼 수 없었다.지아는 손에 비수를 들고 그녀의 옆에 서 있었는데, 다음 순간, 칼로 이예린의 몸을 그었다.피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자, 지아의 눈에는 동정심 대신 오직 무관심과 싸늘함 뿐이었다.“이예린, 날 이렇게 잔인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난 지금 당신을 어떻게 괴롭혀도 마음이 약해지지가 않거든.”이예린은 아팠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오히려 얼굴에 웃음이 넘쳐났다.“그래? 그날 밤 난 당신에게 그 약을 주사했어야 했는데.”이 여자는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