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는 마치 찬물 한 대야처럼 지아의 몸을 향해 뿌렸고,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지아는 도윤을 바라보았는데 하얗고 작은 얼굴에는 아직도 이예린의 피가 묻어 있었다.도윤은 이런 지아를 종래로 본 적이 없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지아가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지아는 도윤의 눈을 마주했지만 조금도 피하지 않고 도리어 미소를 지었다.“이도윤, 너 마침 잘 왔네.”“지아야, 너 진작에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야?”“왜? 놀라워? 네가 날 어떻게 위로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난 이미 이예린에게 손을 대기로 결정했어. 이도윤, 너 이 일을 잘 처리하겠다며? 지금 난 이미 주모자를 잡았어.”지아는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죽일래, 아니면 내가 직접 죽일까?”이예린의 몸에는 다섯 갈래의 상처가 있었는데 피는 흰 치마를 따라 한 방울씩 해면에 떨어졌고, 그녀는 아주 취약해 보였다.“지아야, 진정해. 우리 말로 하자.”“진정하라고?”지아는 싸늘하게 웃었다.“네가 진정하라고 하면, 난 진정해야 하는 거야? 이 2년 동안 겪은 모든 고통을 잊어버려야 하는 거냐고? 당신들 덕분에 우리 집안은 파산하고, 우리 아빠는 식물인간이 되었어. 그리고 나는 몇 번이고 그녀의 손에 죽을 뻔했는데, 네가 그녀를 안쓰러워할 때 내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 거야?”“지아야, 그 일이 모두 예린의 잘못이라는 거, 나도 알아. 그녀를 미워하고 날 미워하는 것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내가 내 목숨으로 그녀의 목숨을 바꾸는 건 어때? 그녀를 다치게 하지 마. 나에게 여동생은 그녀 하나밖에 없거든.”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반복했다.“여동생이 하나밖에 없다고? 허, 나는 처음부터 널 믿지 말았어야 했어. 이도윤, 나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고 그녀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너희들이 나에게 빚진 거, 천배 만배로 돌려줘! 오늘 이예린은 반드시 죽어야 해.”이때 진환과 진봉 등 사람도 쫓아왔다.“사모님, 제발 진정 좀 하세요.”“그래요, 우리는 앉아서 얘
도윤은 품속에서 거의 숨이 죽어가는 이예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척 심하게 다쳤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고 마치 전쟁을 이기고 돌아온 장군과 같았다.“오빠, 내가 이겼어.”이 말을 마치자, 이예린은 도윤의 품에 안긴 채 혼수상태에 빠졌다.도윤은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영원히 지아를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소시후도 지아가 다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주원은 더욱 눈시울을 붉혔다.“누나, 손!”“난 괜찮아.”“뭐가 괜찮은 거예요? 누나는 의사가 될 사람인데, 손을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요?”주원은 긴급히 지아의 상처를 처리하면서 마음 아파했다.어렸을 때, 지아가 의사로 되고 싶다고 해서 주원도 이 길을 선택했지만, 지금,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손을 다쳤다.“의사?”지아는 병상에 누워 허약하게 웃었다.전에 지아는 확실히 좋은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도윤은 그녀의 꿈을 망쳤고, 그녀를 기꺼이 집에서 일하는 가정주부로 만들었다.이번에 도윤은 또 그녀의 손을 망가뜨려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었다.도윤을 생각하면 지아는 여전히 가슴을 파고드는 아픔을 느낄 수 있었고, 그 통증은 가슴에서 온몸으로 퍼졌다.“나 의사 포기할래.”지아는 눈을 감고 또박또박 말했다.“더 이상 의사로 되고 싶지 않아.”지아는 마지막에 자신의 뒤통수를 세게 때린 사람이 도윤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소시후는 지아가 거대한 슬픔에 잠긴 모습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으로서 그는 지아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지아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지만, 그는 자꾸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지아는 자신의 여동생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지아 씨, 좀만 더 참아. 이제 총알을 뽑을 거야.”“좋아요.” 지아는 다시 눈을 떴다. “앞으로 이 손을 쓸 순 없겠지?”주원은 잠시 침묵하고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난 최선을 다해 누나의 손을 지킬 거예요.”그는 상처를 처리하면서 마음속으
지아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암을 앓고 있었던 데다 이번에 또 총을 맞았으니 그날 밤 바로 고열이 났다.그녀는 열 때문에 자신이 마치 바다에서 떠돌고 있다고 생각했고, 입속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엄마, 나 추워요. 가지 마요…….”“아가야, 나 버리지 말고 나 데리고 같이 가.”“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아파, 너무 아파…….”주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지아를 바라보았고, 가슴은 씁쓸하면서도 시큰거렸다.지아는 올해 겨우 21살인데, 왜 이렇게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누나, 내가 누나를 잘 보호할게요, 맹세해요.”지아는 하루 종일 혼수상태에 빠진 후에야 유유히 깨어났는데, 손목의 상처는 이미 붕대를 감고 있었다.하얀 붕대를 통해 안의 상황을 볼 수 없었고, 지아는 움직일 때만 약간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구나, 이도윤은 정말 날 향해 총을 쐈어.’“누나, 깨어났어요.” 주원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흥분을 띠고 있었다.지아는 애써 눈을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주원아, 우리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공해예요! 누나, 우리는 이미 A시를 떠났어요. 안심하세요. 그 남자는 더 이상 우리를 찾을 수 없어요.”주원은 눈에 앳된 기운이 스쳐 지나갔는데, 심기가 있는 사람 같지가 않았다.“그래? 우리 이미 떠났구나.”주원은 얼른 베개로 지아의 허리를 받쳐주었다.“먹을 것 좀 가져올게요. 누나 먼저 베개에 기대서 바다 좀 봐요. 이틀만 더 있으면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거예요.”“응.”주원이 떠나자 소시후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깼어?”한창 멍을 때리며 바다를 보고 있던 지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대표님, 구해주셔서 감사해요.”만약 소시후가 아니었다면 지아와 주원은 절대로 A시를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소시후는 지아의 초췌한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괜찮아, 별거 아닌걸.”“대표님, 섬에 도착하면 우리 바로 신장 이식 수술을 시작할 수 있어요.”“급하지 않
도윤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이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뭐라고? 신장 이식?”“네, 지아 아가씨가 만약 신장 이식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면 또 왜 이렇게 많은 검사를 했겠어요?” 간호사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우리 병원의 신장 이식 수술은 아주 유명하거든요. 게다가 이 신장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니 되도록 빨리…….”간호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윤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마침내 소시후가 무엇 때문에 이유 없이 손을 써서 지아를 도왔는지를 알게 되었다.지아는 소시후와 신장이 일치했던 것이다.비록 인체는 신장 하나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결국 이는 신체에 약간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아는 아직 젊었으니 도윤은 그녀가 마음대로 다른 사람에게 신장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대표님, 현재 사모님은 이미 A시에 없으며 소시후조차도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저희는 잠시 그들의 행방을 찾을 수 없습니다.”“대표님, 우선 푹 쉬세요. 사모님의 소식이 있으면 저희가 가장 빨리 보고할게요.”도윤은 모든 힘을 동원하여 지아의 행방을 찾았는데, 하필 소시후는 바다에 가라앉은 것처럼 더는 소식이 없었다.도윤은 매일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그는 지아가 총에 맞았을 때의 그 충격 받은 얼굴이 생각났다.그의 마음속에는 마치 수만 마리의 벌레가 끊임없이 그를 깨물고 있는 것 같았고, 이예린이 먼저 호의를 베풀어도 도윤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오빠.” 이예린은 손에 작은 메뚜기 한 마리를 들고 있었다. 어릴 때 도윤은 그녀에게 풀로 작은 동물을 만들어주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그러나 이예린은 결국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었고, 도윤도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다.“왜? 또 어디가 아픈 거야?”이예린은 많이 수척해진 도윤을 보고 입을 열었다.“오빠, 난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이예린에게 사과를 깎아주려던 남자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믿을 수 없단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
지아는 자신의 가족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것을 보고 점차 절망에 빠졌다.소계훈은 지아가 살아갈 마지막 희망이었기에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그가 떠나지 못하게 했다.지아는 원래 소계훈의 몸을 닦아주려고 했지만, 지금 오른손을 다쳤기에 수건을 짜는 가장 간단한 일조차 할 수 없었다.주원은 지아의 씁쓸한 표정을 보며, 특별히 그녀를 대신해서 수건을 짠 다음 건네주었고, 또 인내심을 가지고 위로했다.“누나, 너무 슬퍼하지 마요. 이도윤은 총을 쏠 때 특별히 급소를 피했기에 누나의 손은 앞으로 다시 회복될지도 몰라요. 지금은 일단 천천히 휴양하면 돼요.”지아는 피식 웃었다.“그럼 내가 오히려 그에게 살려줘서 고맙다고 해야겠네?”그녀는 힘없이 축 처진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게 뭔지 알아? 바로 그때 깔끔하게 이예린 그 미친년을 죽이지 못한 거야. 간발의 차이로 그녀를 바다에 던져버릴 수 있었는데.”지아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그때의 이예린을 떠올렸다. 통증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비명조차 지르려 하지 않았던 그 여자는 확실히 정상인이 아니었다.“누나, 이예린은 사실 몸이 좋지 않거든요. 그녀의 생활도 그렇게 좋진 않았어요.”“그럼 난? 난 그동안 행복하게 지냈던 거 같아?” 지아는 쓴웃음을 지었다.“누나…….”주원도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그저 가볍게 탄식했다.“다 지나갈 거예요.”지금 지아의 세계는 온통 어둠이었다. 그녀는 소계훈의 곤히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그래, 나한테 아직 아빠가 있어. 그러니 다 잘 될 거야. 난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오늘 밤 푹 자요. 내일 아침 일찍 아저씨를 위해 수술을 할 예정이에요.”“응.”이날 밤, 지아는 긴장과 흥분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이날을 반년이나 기다렸다.거의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지아는 그렇게 뜬 눈으로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그녀는 거듭 확인했다.“주원아, 오늘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그럼요
소시후가 위로하자 지아도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갔고, 수술실의 문이 열리더니 지아는 재빨리 달려갔다.“주원아, 어떻게 됐어?”주원은 장갑과 마스크를 벗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심해요, 누나.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니 아저씨는 오늘 안으로 깨어나실 거예요.”전에 너무 많은 변고가 생겼기 때문인지, 지아는 줄곧 매우 두려워했는데, 다행히도 하느님은 이번에 소계훈을 괴롭히지 않았다.그리고 소계훈은 지아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애를 쓰며 깨어났다.그가 눈을 뜨는 순간, 지아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만 같았고, 한참 뒤에야 입술을 움직이며 소리쳤다.“아빠, 아빠, 마침내 깨어나셨네요.”소계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며 말을 어물거렸다.“지, 쟈야.”주원이 설명했다.“아저씨는 뇌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말을 똑똑히 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오랜 기간의 재활을 해야 해요.”지아는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 우리 아빠만 멀쩡하면 다른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주원아, 수고했어.”“수고는 무슨. 이게 다 내가 해야 할 일인걸요. 누나는 손도 불편하니 아저씨를 돌보는 일은 내가 할게요.”지아도 사양하지 않았는데, 지금의 그녀는 확실히 많이 불편했다.비록 소계훈은 깨어났지만 재활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고, 또 그동안 오래 누워 있었기에 즉시 침대에서 내려와 활동할 수 없었다.소계훈이 깨어난 것을 보자, 지아는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소계훈도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말할 수가 없었기에 그는 그저 지아의 축 처진 오른손을 주시하고 있었다.“손, 네 손.”지아는 바삐 손을 뒤로 숨겼다.“괜찮아요, 며칠 전에 살짝 다쳤는데 곧 나아질 거예요. 아빠는 일단 몸부터 잘 휴양해요.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난 아무 데도 안 가고 아빠 곁에만 있을 거예요.”소계훈은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진 이 반년 동안 무슨 일이
만약 가능하다면, 소시후는 사실 지아의 신장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하자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는 몇 년 동안 수많은 돈과 인맥을 동원했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신장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그래서 소시후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지아와의 검사 결과가 의외로 일치했다.그의 신장 기능은 이미 말기에 접어들었고, 지금은 완전히 투석에 의지하여 버티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런 상태를 유지하면, 결국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밖에 없을 것이다.그래서 소시후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소씨 집안 장남으로서 가업을 이끌고 있었기에 가능한 한 빨리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다.그렇지만 지아의 그 하얀 얼굴을 보며 소시후는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느꼈다.“지아 씨, 지금 만약 후회한다면 나에게 말해. 난 절대로 지아 씨 탓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나도 신장을 계속 찾을 수 있거든.”지아는 고개를 저었다.“대표님, 난 이미 결정했어요.”이 세상에 공짜란 없었다. 지아와 소시후는 가족도 친구도 아니었기에 그녀가 유일하게 이 신세를 갚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신장을 그에게 주는 것이었다.게다가 지아는 손을 쓸 수 없는데다 중병까지 앓고 있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죽기 전에 소시후를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아는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다른 거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나는 성인이고, 또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에 나 자신의 결정을 책임질 수 있거든요. 이 일은 더 이상 미루지 마요. 대표님도 귀국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엄청 많죠? 게다가 지금 아직 여동생을 찾지 못하셨잖아요. 그러니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죠.”소시후는 한숨을 쉬었다.“난 지아 씨보다 더 착하고 친절한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거 같아. 이런 지아 씨가 내 여동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대표님과 같은 오빠가 있을 수 있겠어요.”그녀는 상상을 할 염두조차 없었다.소
이도윤은 사람을 데리고 섬에 도착했고, 눈빛은 살기가 묻어났다.“지아를 찾아. 반드시 그녀가 신장을 바꾸지 못하게!”섬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그가 데리고 온 사람들은 모두 엘리트였기에, 그들은 곧 수술실로 찾아왔다.도윤은 즉시 발로 문을 걷어찼고, 지아의 허리에는 이미 상처가 있었는데 다행히 그 상처는 깊지 않았다.피가 가득한 수술대를 보며 도윤은 바로 호통을 쳤다.“그만 하지 못 해!”진환은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얼른 칼 내려놔!”지아는 분노를 느끼며 도윤을 노려보았다.“여기엔 또 뭐 하러 온 거야?”도윤은 허둥지둥 지아를 위해 지혈을 하면서 대답했다.“네가 멍청한 짓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왔어!”얼마 지나지 않아 지아의 상처는 봉합되었다. 도윤은 두말없이 그녀를 안고 헬리콥터에 올라가며 강도처럼 무지막지하게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지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쁜 놈, 이거 놔!”그녀는 오직 한 손만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손으로 끊임없이 도윤을 할퀴고 있었지만, 다른 한 손은 힘없이 몸 앞에 처져 있었다.도윤은 그런 지아를 보며 마음이 아팠고,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할퀴도록 내버려 두었다.“이도윤, 빨리 나 내려놔! 난 당신과 떠나고 싶지 않단 말이야!”“지아야, 난 너를 놓지 않을 거야, 절대로.”그는 미친 것 같았다. 지아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만 하면 도윤은 가슴이 아팠다.설령 두 사람이 오늘 이 지경으로 되었다 하더라도 도윤은 여전히 지아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이씨 집안의 정신병은 유전되는 거라 지아의 발악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도리여 상처가 터졌다.그녀의 옷은 선혈에 흠뻑 젖었고, 도윤은 결국 지아를 협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계속 함부로 움직인다면, 평생 네 아버지 볼 생각하지 마!”지아는 몸부림을 멈추더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도윤을 쳐다보았다.“난 이미 이렇게 되었는데, 왜 당신은 아직도 나를 가만두려 하지 않는 거지? 만약 정말 내가 죽을 만큼 밉다면, 그냥 날 죽여.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