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이미 주원과 함께 섬에 가서 소계훈을 찾으려 했는데, 떠나기 전에 그녀는 중요한 일이 하나 있었다.차는 해변에서 멈추었고, 주원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누나, 뭐하려는 거예요?”“별거 아니야, 그냥 한 사람과 결판을 봐야 해서.”말한 다음 지아는 차 문을 닫았다.그녀의 강인한 뒷모습을 보며 주원은 불안하기 시작했다. 다시 만난 지아는 변화가 너무 컸고 전보다 무서울 정도로 냉정해졌다.‘설마 이예린을 찾으러 가려는 건 아니겠지? 안 돼, 이예린은 악마야, 누나 혼자 어떻게 그녀를 당해낼 수 있겠어?’“누나,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요!” 주원은 유리창을 두드렸지만, 지아는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지아는 이번이 이예린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오늘 이후, 그녀는 A시를 철저히 떠날 것이다. 앞으로 암으로 죽든 다른 일로 죽든, 지아는 더 이상 이도윤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때 도윤은 방금 중요한 회의를 마쳤는데, 그는 피곤함에 미간을 비비며 물었다.“몇 시야?”“곧 5시가 되어 가는데, 대표님 오늘 집에 돌아가서 식사를 하실 겁니까?”‘집에 돌아간다고?’도윤은 요즘 지아를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어 그녀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아니야.”바로 이때, 진봉의 전화가 들어왔고 도윤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지?”“대표님, 사모님 오늘 백화점에 가셨는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설마 또 이 기회를 타서 도망치시려는 건 아니겠죠?”‘도망을 쳐? 그녀는 갈 곳이 어딨다고?’“잘 찾아봐. 그녀는 지금 떠날 리가 없어.”지아는 지금 의지할 곳이 없는데다 또 A시에 남아 진실을 조사해야 했으니 그녀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예.”도윤은 지아를 찾으러 가려고 일어섰지만 또 경호원의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작은 아가씨는 고성을 떠났습니다.”“따라가, 금방 갈게.”요 며칠 도윤은 줄곧 이예린을 접근할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내 그 기회가 나타났다.그는 진봉에게 연락했다
이예린은 지아가 자신의 신분을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미스터 Y를 통해 자신을 불러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즉시 안색이 변했다.“당신, 미스터 Y와 무슨 사이지?”이예린은 분명히 화가 났고, 마치 지아가 그녀의 중요한 사람을 빼앗은 것 같았다.지아는 소시후에 대한 이예린의 감정을 대충 알아맞힐 수 있었기에 담담하게 입을 웃었다.“네가 맞혀봐.”무척 애매한 대답에 이예린은 더욱 질투를 느꼈다.“내가 당신이 남자를 꼬시기 좋아하는 천한 년일 줄 알았어. 당신은 우리 오빠와 어울릴 자격이 없어. 그리고 당신 마침 잘 왔네, 내가 직접 찾아갈 필요가 없는 거 같군.”이예린은 곧 일어나서 지아에게 손을 대려고 했지만, 일어나기도 전에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하더니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물에 약 탄 거야?”지아는 천천히 이예린을 향해 걸어갔다.“이거 다 당신에게서 배운 건데. 이예린, 우리 사이의 일도 이제 끝내야겠지?”지아는 경호원더러 이예린을 데려가라고 했다. 그녀는 이날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수많은 사람들에게 짓밟히던 날, 지아는 마치 숨을 쉴 수 없는 물고기와 같았다. 그녀는 자신을 뒤덮고 있는 큰 그물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지금 그녀는 마침내 이 주범을 잡았다.이예린은 해변에 걸려 있었는데, 이때 석양이 서쪽으로 지더니 차디찬 해풍이 정면으로 불어왔다. 이예린의 몸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고, 그녀의 체질은 원래 약했기에 바람조차 이겨낼 수 없었다.지아는 손에 비수를 들고 그녀의 옆에 서 있었는데, 다음 순간, 칼로 이예린의 몸을 그었다.피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자, 지아의 눈에는 동정심 대신 오직 무관심과 싸늘함 뿐이었다.“이예린, 날 이렇게 잔인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난 지금 당신을 어떻게 괴롭혀도 마음이 약해지지가 않거든.”이예린은 아팠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오히려 얼굴에 웃음이 넘쳐났다.“그래? 그날 밤 난 당신에게 그 약을 주사했어야 했는데.”이 여자는 사람을
그 목소리는 마치 찬물 한 대야처럼 지아의 몸을 향해 뿌렸고,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지아는 도윤을 바라보았는데 하얗고 작은 얼굴에는 아직도 이예린의 피가 묻어 있었다.도윤은 이런 지아를 종래로 본 적이 없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지아가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지아는 도윤의 눈을 마주했지만 조금도 피하지 않고 도리어 미소를 지었다.“이도윤, 너 마침 잘 왔네.”“지아야, 너 진작에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야?”“왜? 놀라워? 네가 날 어떻게 위로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난 이미 이예린에게 손을 대기로 결정했어. 이도윤, 너 이 일을 잘 처리하겠다며? 지금 난 이미 주모자를 잡았어.”지아는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죽일래, 아니면 내가 직접 죽일까?”이예린의 몸에는 다섯 갈래의 상처가 있었는데 피는 흰 치마를 따라 한 방울씩 해면에 떨어졌고, 그녀는 아주 취약해 보였다.“지아야, 진정해. 우리 말로 하자.”“진정하라고?”지아는 싸늘하게 웃었다.“네가 진정하라고 하면, 난 진정해야 하는 거야? 이 2년 동안 겪은 모든 고통을 잊어버려야 하는 거냐고? 당신들 덕분에 우리 집안은 파산하고, 우리 아빠는 식물인간이 되었어. 그리고 나는 몇 번이고 그녀의 손에 죽을 뻔했는데, 네가 그녀를 안쓰러워할 때 내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 거야?”“지아야, 그 일이 모두 예린의 잘못이라는 거, 나도 알아. 그녀를 미워하고 날 미워하는 것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내가 내 목숨으로 그녀의 목숨을 바꾸는 건 어때? 그녀를 다치게 하지 마. 나에게 여동생은 그녀 하나밖에 없거든.”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반복했다.“여동생이 하나밖에 없다고? 허, 나는 처음부터 널 믿지 말았어야 했어. 이도윤, 나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고 그녀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너희들이 나에게 빚진 거, 천배 만배로 돌려줘! 오늘 이예린은 반드시 죽어야 해.”이때 진환과 진봉 등 사람도 쫓아왔다.“사모님, 제발 진정 좀 하세요.”“그래요, 우리는 앉아서 얘
도윤은 품속에서 거의 숨이 죽어가는 이예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척 심하게 다쳤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고 마치 전쟁을 이기고 돌아온 장군과 같았다.“오빠, 내가 이겼어.”이 말을 마치자, 이예린은 도윤의 품에 안긴 채 혼수상태에 빠졌다.도윤은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영원히 지아를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소시후도 지아가 다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주원은 더욱 눈시울을 붉혔다.“누나, 손!”“난 괜찮아.”“뭐가 괜찮은 거예요? 누나는 의사가 될 사람인데, 손을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요?”주원은 긴급히 지아의 상처를 처리하면서 마음 아파했다.어렸을 때, 지아가 의사로 되고 싶다고 해서 주원도 이 길을 선택했지만, 지금,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손을 다쳤다.“의사?”지아는 병상에 누워 허약하게 웃었다.전에 지아는 확실히 좋은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도윤은 그녀의 꿈을 망쳤고, 그녀를 기꺼이 집에서 일하는 가정주부로 만들었다.이번에 도윤은 또 그녀의 손을 망가뜨려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었다.도윤을 생각하면 지아는 여전히 가슴을 파고드는 아픔을 느낄 수 있었고, 그 통증은 가슴에서 온몸으로 퍼졌다.“나 의사 포기할래.”지아는 눈을 감고 또박또박 말했다.“더 이상 의사로 되고 싶지 않아.”지아는 마지막에 자신의 뒤통수를 세게 때린 사람이 도윤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소시후는 지아가 거대한 슬픔에 잠긴 모습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으로서 그는 지아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지아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지만, 그는 자꾸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지아는 자신의 여동생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지아 씨, 좀만 더 참아. 이제 총알을 뽑을 거야.”“좋아요.” 지아는 다시 눈을 떴다. “앞으로 이 손을 쓸 순 없겠지?”주원은 잠시 침묵하고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난 최선을 다해 누나의 손을 지킬 거예요.”그는 상처를 처리하면서 마음속으
지아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암을 앓고 있었던 데다 이번에 또 총을 맞았으니 그날 밤 바로 고열이 났다.그녀는 열 때문에 자신이 마치 바다에서 떠돌고 있다고 생각했고, 입속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엄마, 나 추워요. 가지 마요…….”“아가야, 나 버리지 말고 나 데리고 같이 가.”“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아파, 너무 아파…….”주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지아를 바라보았고, 가슴은 씁쓸하면서도 시큰거렸다.지아는 올해 겨우 21살인데, 왜 이렇게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누나, 내가 누나를 잘 보호할게요, 맹세해요.”지아는 하루 종일 혼수상태에 빠진 후에야 유유히 깨어났는데, 손목의 상처는 이미 붕대를 감고 있었다.하얀 붕대를 통해 안의 상황을 볼 수 없었고, 지아는 움직일 때만 약간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구나, 이도윤은 정말 날 향해 총을 쐈어.’“누나, 깨어났어요.” 주원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흥분을 띠고 있었다.지아는 애써 눈을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주원아, 우리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공해예요! 누나, 우리는 이미 A시를 떠났어요. 안심하세요. 그 남자는 더 이상 우리를 찾을 수 없어요.”주원은 눈에 앳된 기운이 스쳐 지나갔는데, 심기가 있는 사람 같지가 않았다.“그래? 우리 이미 떠났구나.”주원은 얼른 베개로 지아의 허리를 받쳐주었다.“먹을 것 좀 가져올게요. 누나 먼저 베개에 기대서 바다 좀 봐요. 이틀만 더 있으면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거예요.”“응.”주원이 떠나자 소시후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깼어?”한창 멍을 때리며 바다를 보고 있던 지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대표님, 구해주셔서 감사해요.”만약 소시후가 아니었다면 지아와 주원은 절대로 A시를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소시후는 지아의 초췌한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괜찮아, 별거 아닌걸.”“대표님, 섬에 도착하면 우리 바로 신장 이식 수술을 시작할 수 있어요.”“급하지 않
도윤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이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뭐라고? 신장 이식?”“네, 지아 아가씨가 만약 신장 이식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면 또 왜 이렇게 많은 검사를 했겠어요?” 간호사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우리 병원의 신장 이식 수술은 아주 유명하거든요. 게다가 이 신장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니 되도록 빨리…….”간호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윤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마침내 소시후가 무엇 때문에 이유 없이 손을 써서 지아를 도왔는지를 알게 되었다.지아는 소시후와 신장이 일치했던 것이다.비록 인체는 신장 하나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결국 이는 신체에 약간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아는 아직 젊었으니 도윤은 그녀가 마음대로 다른 사람에게 신장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대표님, 현재 사모님은 이미 A시에 없으며 소시후조차도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저희는 잠시 그들의 행방을 찾을 수 없습니다.”“대표님, 우선 푹 쉬세요. 사모님의 소식이 있으면 저희가 가장 빨리 보고할게요.”도윤은 모든 힘을 동원하여 지아의 행방을 찾았는데, 하필 소시후는 바다에 가라앉은 것처럼 더는 소식이 없었다.도윤은 매일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그는 지아가 총에 맞았을 때의 그 충격 받은 얼굴이 생각났다.그의 마음속에는 마치 수만 마리의 벌레가 끊임없이 그를 깨물고 있는 것 같았고, 이예린이 먼저 호의를 베풀어도 도윤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오빠.” 이예린은 손에 작은 메뚜기 한 마리를 들고 있었다. 어릴 때 도윤은 그녀에게 풀로 작은 동물을 만들어주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그러나 이예린은 결국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었고, 도윤도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다.“왜? 또 어디가 아픈 거야?”이예린은 많이 수척해진 도윤을 보고 입을 열었다.“오빠, 난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이예린에게 사과를 깎아주려던 남자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믿을 수 없단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
지아는 자신의 가족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것을 보고 점차 절망에 빠졌다.소계훈은 지아가 살아갈 마지막 희망이었기에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그가 떠나지 못하게 했다.지아는 원래 소계훈의 몸을 닦아주려고 했지만, 지금 오른손을 다쳤기에 수건을 짜는 가장 간단한 일조차 할 수 없었다.주원은 지아의 씁쓸한 표정을 보며, 특별히 그녀를 대신해서 수건을 짠 다음 건네주었고, 또 인내심을 가지고 위로했다.“누나, 너무 슬퍼하지 마요. 이도윤은 총을 쏠 때 특별히 급소를 피했기에 누나의 손은 앞으로 다시 회복될지도 몰라요. 지금은 일단 천천히 휴양하면 돼요.”지아는 피식 웃었다.“그럼 내가 오히려 그에게 살려줘서 고맙다고 해야겠네?”그녀는 힘없이 축 처진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게 뭔지 알아? 바로 그때 깔끔하게 이예린 그 미친년을 죽이지 못한 거야. 간발의 차이로 그녀를 바다에 던져버릴 수 있었는데.”지아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그때의 이예린을 떠올렸다. 통증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비명조차 지르려 하지 않았던 그 여자는 확실히 정상인이 아니었다.“누나, 이예린은 사실 몸이 좋지 않거든요. 그녀의 생활도 그렇게 좋진 않았어요.”“그럼 난? 난 그동안 행복하게 지냈던 거 같아?” 지아는 쓴웃음을 지었다.“누나…….”주원도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그저 가볍게 탄식했다.“다 지나갈 거예요.”지금 지아의 세계는 온통 어둠이었다. 그녀는 소계훈의 곤히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그래, 나한테 아직 아빠가 있어. 그러니 다 잘 될 거야. 난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오늘 밤 푹 자요. 내일 아침 일찍 아저씨를 위해 수술을 할 예정이에요.”“응.”이날 밤, 지아는 긴장과 흥분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이날을 반년이나 기다렸다.거의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지아는 그렇게 뜬 눈으로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그녀는 거듭 확인했다.“주원아, 오늘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그럼요
소시후가 위로하자 지아도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갔고, 수술실의 문이 열리더니 지아는 재빨리 달려갔다.“주원아, 어떻게 됐어?”주원은 장갑과 마스크를 벗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심해요, 누나.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니 아저씨는 오늘 안으로 깨어나실 거예요.”전에 너무 많은 변고가 생겼기 때문인지, 지아는 줄곧 매우 두려워했는데, 다행히도 하느님은 이번에 소계훈을 괴롭히지 않았다.그리고 소계훈은 지아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애를 쓰며 깨어났다.그가 눈을 뜨는 순간, 지아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만 같았고, 한참 뒤에야 입술을 움직이며 소리쳤다.“아빠, 아빠, 마침내 깨어나셨네요.”소계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며 말을 어물거렸다.“지, 쟈야.”주원이 설명했다.“아저씨는 뇌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말을 똑똑히 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오랜 기간의 재활을 해야 해요.”지아는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 우리 아빠만 멀쩡하면 다른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주원아, 수고했어.”“수고는 무슨. 이게 다 내가 해야 할 일인걸요. 누나는 손도 불편하니 아저씨를 돌보는 일은 내가 할게요.”지아도 사양하지 않았는데, 지금의 그녀는 확실히 많이 불편했다.비록 소계훈은 깨어났지만 재활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고, 또 그동안 오래 누워 있었기에 즉시 침대에서 내려와 활동할 수 없었다.소계훈이 깨어난 것을 보자, 지아는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소계훈도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말할 수가 없었기에 그는 그저 지아의 축 처진 오른손을 주시하고 있었다.“손, 네 손.”지아는 바삐 손을 뒤로 숨겼다.“괜찮아요, 며칠 전에 살짝 다쳤는데 곧 나아질 거예요. 아빠는 일단 몸부터 잘 휴양해요.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난 아무 데도 안 가고 아빠 곁에만 있을 거예요.”소계훈은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진 이 반년 동안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