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채원은 억울함을 다시 삼켰다. 언제부턴가 이도윤은 그녀와 말 한마디도 하려 하지 않았다.“도윤 씨, 내 얼굴 안 보여요?”도윤은 그제야 눈을 들어 백채원의 새빨개진 두 볼을 바라보았는데, 심지어 손가락 자국까지 보였다.“누가 때렸지?”“우리 아빠.”“그럼 어쩔 수 없지.” 도윤은 자리에 앉아 서류를 펼쳤다.그는 백정일을 찾아가서 따질 순 없었다.백씨 집안과 그런 관계가 없어도 도윤은 백정일을 존중한다.백채원은 그가 무관심한 것을 보고 재빨리 달려왔다.“만약 소지아가 다쳤다면, 당신은 여전히 이렇게 냉담할 수 있는 거예요?”도윤은 원래 백채원에게 그녀는 지아와 비길 자격이 없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죽은 전림을 생각하자 결국 이 말을 삼켰다.“진봉더러 병원에 데려다주라고 할게.”“난 당신 약혼녀잖아요!”백채원은 도윤의 이런 태도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했다. 비록 전에 그는 종래로 자신과 친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매너가 있었고 자신을 존중했다.그러나 지금, 도윤은 그녀에게 최소한의 예의조차 차리고 싶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넘쳐나고 있었다.“약혼식에 안 왔잖아.”도윤이 귀띔했다.“그래서요, 이제 와서 발뺌할 거예요? 전림 씨에게 우리를 평생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거 잊지 마요! 전림 씨가 아니었으면 당신은 벌써 죽었을 거예요.”백채원은 이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예를 들어, 그녀는 지아의 웨딩드레스를 원했지만, 도윤이 안 된다고 했을 때, 전림의 죽음을 언급했다.백채원은 블린시트를 원했고, 그것은 원래 지아에게 주는 서프라이즈였지만, 결국 그 말 한 마디에 도윤은 고통을 참으며 그녀에게 그 집을 주었다.심지어 도윤이 몇 년간 준비한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입찰, 등록, 토지징용, 건설로부터 무수한 정력을 썼는데, 지아가 아이를 낳으면 그녀에게 선물로 주려 했다.지아의 마음씨가 착하다는 것을 알고, 도윤은 심지어 특별히 병을 볼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선 기금을 만들었다.그는 지아가 이 사
이도윤과 전림은 사촌 형제였기에, 두 사람은 생긴 게 약간 비슷했다.어릴 때부터 전림은 백채원을 좋아했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은 도윤이었고, 세 사람 사이의 감정은 확실히 복잡했다.후에 백채원의 생일에 도윤은 가지 않았지만 전림은 참석했다.그녀는 술을 마신 후 전림을 도윤으로 여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가졌다.그때 전림은 무척 기뻤고, 백채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으며 심지어 그녀와 결혼할 준비까지 했다.그는 전에 도윤의 앞에서 이런 생활을 끝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면 도윤은 그를 집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전림은 백채원과 아이에게 따뜻한 집을 주고 싶었다.그러나 신은 사람을 놀리는 것을 좋아했다. 마지막 임무에서 전림은 목숨을 잃었고, 죽기 전에 백채원을 도윤에게 맡겼다.사실 전림은 백채원이 처음부터 그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 그날 밤 술에 취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백채원은 아이를 지울 작정이었는데, 바로 이때 전림이 죽었던 것이다.도윤은 그녀 앞에 나타나 그것은 전림의 유일한 아이였기에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간청했다.아이를 남기는 조건은 바로 도윤이 자신과 결혼하는 것이었다.처음에 백채원은 지금처럼 날뛰지 않았고 그녀는 무척 불안했다.그러나 백채원은 도윤이 정말 동의할 줄은 전혀 몰랐는데, 그는 그녀에게 좀 더 기다리라고 했다.그때 지아도 임신했기 때문에 도윤은 비록 지아를 냉담하게 대하기 시작했지만, 그녀가 임신했을 때 이혼으로 타격을 주고 싶지 않았다.이 아이는 도윤과 지아가 모두 무척 바란 아이였기에, 그 후 도윤은 그저 지아를 무시했고, 백채원에게만 신경을 썼다.도윤은 백채원이 원하는 것을 모두 주었고, 지아를 슬프게 해도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백채원은 욕심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지아를 건드리려 했다.도윤은 전림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번마다 방임했다.그 후 백채원은 모든 것을 편안하게 누리
병원.긴급치료를 거쳐 변진희는 마침내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전보다 더욱 불쌍하고 허약해 보였다.백정일은 링거를 맞지 않은 그녀의 손을 잡았고, 짧은 시간에 많이 야윈 여자를 보면서 마음은 더욱 아팠다.“진희야, 미안하다. 다 내가 아이를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래.”백정일은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분명히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변진희도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변진희는 힘없이 웃었다.“괜찮아, 나 지금 별일 없잖아. 채원이 탓하지 마. 그녀는 아직 어려서 그래.”“이미 두 아이의 엄마인데, 어리긴 뭐가 어려? 내 딸이 어떤 사람인지 난 잘 알고 있어. 그녀는 시종 그녀 어머니 일 때문에 당신에게 화풀이를 하는 거야.”변진희는 오히려 백정일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사실 나도 다 이해해. 그녀는 그렇게 어렸을 때 엄마를 잃었으니 나를 미워하는 것도 당연하지. 난 그녀를 원망하지 않아.”“가끔 나는 당신이 채원이를 좀 원망했으면 좋겠는데. 그럼 나도 마음이 좀 편해질 수 있거든. 앞으로 그녀더러 오라고 하지 않을게. 당신 제발 몸조심해. 골수는 내가 반드시 찾을 테니까.”변진희도 의사에게서 아직 적합한 골수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고, 그녀는 자신을 비웃었다.“난 이 일생동안 아무런 아쉬움도 없어. 당신은 나를 이렇게 잘 대해주었으니 나는 아주 행복해. 이제 죽어도…….”백정일은 얼른 그녀의 입을 막았다.“허튼소리, 지금 기술이 이렇게 발달한데, 당신을 구할 방법이 꼭 있을 거야.”“나는 단 한 가지 소원밖에 없어. 그 아이를 만나서 직접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응급치료를 받는 동안, 변진희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그중 대부분이 지아에 관한 것이었고, 거의 모두 그녀 어릴 적의 모습이었다.“내가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빚졌어.”백정일은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안심해. 내가 꼭 지아를 찾아줄게.”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도윤은 비로
이도윤이 대답하지 않자, 백정일은 계속 말했다.“골수를 기증하는 것은 신장 이식하는 것과 달리 기증자에게 아무런 손상도 입히지 않을 거야. 지아가 전에 납치당한 일에 대해 원망을 품고 있다는 거,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진희는 그래도 그녀의 엄마였으니 모녀 사이에 또 무슨 원수가 있겠는가. 그녀를 만나게 해줘. 내가 직접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아저씨, 저는 지아를 감금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핸드폰도 줄곧 통화할 수 있는 상태고요. 만약 그녀가 원한다면, 아저씨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겠죠?”도윤은 고개를 들어 연기를 내뿜었다.“그녀가 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지난번 납치 사건에서 지아는 이미 심리적으로 아주 큰 상처를 받았으니 나는 그녀가 이런 일로 방해를 받게 하고 싶지 않아요.”두 사람의 대화는 줄곧 이쯤이면 멈추었지만, 변진희와 관련된 일이었기에 백정일도 체면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도윤아, 네 마음속에 채원이 없다는 거, 나도 다 안다. 그녀와 결혼하려는 것도 단지 백씨 집안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지?”“그런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요.”“좋아, 그럼 거래를 하자.”백정일은 몸을 돌려 도윤을 바라보았다.“난 백씨 집안을 대신하여 이 혼사를 취소하고, 대선 때, 우리 집안이 자네 편에 설 것을 보증하네. 자네는 지아가 골수를 기증할 수 있도록 설득만 하면 돼.”도윤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아저씨는 백채원이 나와 얼마나 결혼하고 싶은지 잘 아시면서도, 그녀의 미래를 걸다니. 어떻게 보면 두 사람 정말 똑닮았네요.”똑같은 이기심, 똑같은 사랑꾼.“만약 지금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이 지아라면, 자네는 나보다 더 할 뿐, 덜 하지 않을 텐데.”백정일은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자네가 정말 채원이를 사랑한다면, 나도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거야. 나도 다 겪어본 사람이라 사랑이 없는 혼인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무 잘 알지. 세상 사람들은 어쩌면 결혼하는 것을 자신의 무덤을 파는 거라고 말하겠어.”“난 기억을
소지아는 섬에서 며칠간 여유로운 나날을 보냈는데 매일 먹고 자고 노니 생활의 질이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그녀는 맨발로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손에 물통을 들고 가끔 게 한두 마리를 보면 서둘러 집게로 통에 집어넣었다.하루도 내려와서 도와주려고 했지만, 막 뛰어내리자, 발을 데였는지 또 얼른 제자리로 돌아갔다.지아는 적지 않은 게를 잡고 가축구역을 향해 걸어갔는데, 게들을 안에 붓자, 닭, 오리, 거위들은 미친듯이 추격하기 시작했다.이런 생기발랄한 장면을 보며 지아의 기분도 많이 좋아졌다.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 다음 밥을 먹으려고 하자, 지아는 마침 주원의 전화를 받았다.“누나, 요즘 잘 지내고 있어요?”“그럭저럭이야.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자고 있고, 또 납치될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지.”“그럼 됐어요. 누나에게 아저씨가 무사히 섬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요. 방금 섬의 의사더러 검사를 진행하라고 했는데, 아저씨의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예요.”지아도 이 말을 듣고 마침내 걱정하던 마음을 내려놓고 얼른 물었다.“레오 쪽은? 시간 잡았어?”“네. 그는 곧 갈 거예요. 다만 아저씨는 수술 전 준비를 해야 해서, 수술 일정은 두 주일 뒤로 잡았어요.”긍정적인 대답을 받자 지아의 기분은 더욱 좋아졌다.“이 수술은 아주 위험하니까 난 우리 아빠 곁에 있고 싶은데.”지금 이 순간, 지아는 진실에 관심이 없었고, 오직 소계훈이 수술할 때 곁에 가족이 있길 바랐다.“누나, 내가 특별히 사람을 찾아 누나의 전화 신호에 따라 위치를 추적하라고 했는데, 누나 쪽의 신호가 누군가에 의해 일부러 감춰져서 전혀 찾을 수가 없어요.”“응, 내가 있는 이 작은 섬은 지도에서도 찾을 수 없거든.”“괜찮아요, 누나, 며칠 후에 내가 직접 가서 아저씨 돌볼게요. 난 최선을 다해 그를 보호할 거예요.”“고마워.”“에이, 고맙긴요. 이번에 누나를 데리고 떠나지 못해서 나도 줄곧 양심의 가책을 느꼈어요. 누나 두려워하지 마요. 다음에 난 절대로 그에게 누나를
전화를 끊은 뒤, 이도윤은 앞에 있는 새로운 증거들을 보았다.소지아가 A시에 없는 동안 그는 손을 놓아 독충의 행방을 추적하며 이전의 일을 조사하는데 전념했다.도윤은 손씨 남매의 고향으로 찾아갔고, 그 아이가 이미 며칠째 실종됐다는 말을 들었다. 근처의 촌민들에게서 아이의 사진을 찾았는데, 그 아이는 간소연과 많이 닮았지만 동시에 손호영과도 좀 닮았다.그리고 손씨 남매도 이 도시에서 사라졌다.사람을 데려오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는 모든 걸 증명할 수 있었다.애초에 간소연이 소계훈의 아이를 임신하여 막다른 골목에 몰렸고 후에 정신병에 걸려 자살했다는 사실도 거짓으로 들통난 셈이었다.누군가가 이 모든 것을 소계훈에게 뒤집어씌우고 있었다.그 사람은 교통사고를 도윤에게 전가하려고 했고, 또 그전에 모든 것을 계획했다.그러나 그녀는 도윤을 다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요 목적은 그와 지아의 감정을 이간질하려는 것이었다.도윤과 지아를 이혼시키기 위해 상대방은 정말 갖은 방법을 썼고, 몇 년이란 시간과 무수한 정력을 들여 이 일을 계획했다.사건의 진상은 태반이 드러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물속에 숨겨져 있었다.‘나와 지아를 갈라놓는 것이 대체 그녀에게 무슨 좋은 점이 있는 거지? 만약 사모님의 자리를 위해서라면, 이 2년 동안 나에게 접근하는 그 어떤 여자도 없었는데.’‘그리고 이예린의 죽음과 소계훈은 도대체 관계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이것을 본 다음, 도윤은 한쪽에 있는 진환에게 말했다.“주원 그 녀석은?”“아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로 보입니다. 그는 요 며칠 회사에 있거나 퇴근 후에 바로 집에 갔는데, 가끔 접대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상황이 없습니다.”“그가 접대하는 그 사람들은?”“모두 사람을 보내서 주시하고 있는데, 아직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안착한 도청기의 배터리가 곧 나갈 거 같습니다.”“대표님, 저는 이번 주에 줄곧 그 녀석을 주시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우리가 잘못 의심한 게 아닐까
주씨 집안의 작은 정원에는 벚나무 하나가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비밀 통로 입구가 숨겨져 있었고, 주원은 안으로 훌쩍 뛰어내렸다.성 밖의 모 지하 기지.주원은 검은색의 로프를 입고 가면을 쓴 채 지문을 입력하여 들어갔다.어둡고 긴 계단을 지나자, 공기 속에는 곰팡이 냄새와 썩은 냄새가 가득했다.이 문을 지나면, 안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각종 최첨단 기계 설비는 짙은 블루 색을 띠고 있었고, 곳곳에서 로봇을 볼 수 있었다.입구에서 주문을 입력하자 귓가에 차가운 기계 소리가 울렸다.“검증이 통과되었습니다.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레오.”주원은 즉시 앞으로 걸어갔지만 누군가 그를 가로막았다.그리고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그 늙은이를 어디로 데려갔지?”가면 아래의 주원의 얼굴은 소지아 앞에서 선보인 부드러움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팔꿈치를 뒤로 힘껏 내리쳤고, 여자는 즉시 비켜섰다.바로 이 틈을 타서 주원은 맹렬하게 여자를 잡아당겼고, 두 사람은 위치를 교환했다.그는 한 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아당기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뒤통수를 억눌렀고, 그녀의 얼굴을 벽에 박았다.여자의 여우 가면은 벽과 마찰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그러나 주원은 힘을 조금도 줄이지 않았다.“네가 무엇을 하든 상관 없지만, 그녀만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응?”“흥.” 여자는 가볍게 웃었다.“정말 비천하기 짝이 없군. 그 소지아가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 당신들 같은 남자들이 하나같이 매달리는 거지?”“너와는 상관없어! 소씨 집안의 일에 더 이상 끼어들지 마, 그렇지 않으면…….”주원은 목소리를 낮추었다.“나도 그에게 손을 댈 수 있으니까.”“대봐, 손을 대 보라고. 그가 정말 소지아와 같은 쓸모없는 병신인 줄 알아?”여자는 개의치 않았다.“너 이번에 제대로 당했다면서.”여자의 비웃음은 사정없이 주원의 귓가에 울렸고, 그는 아픈 곳을 찔린 듯 손에 힘을 더 주었다.“너 진작에 그의 신분을 알고 있었던
소지아는 섬에서 또 이틀 정도 머물었고, 휴대폰을 켜기만 하면 백정일의 문자가 들어왔는데, 그녀는 아예 휴대폰을 꺼버렸다.그리고 푹신푹신한 큰 침대에 누우면 지아는 해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비록 여기에 있는 것은 매우 좋았지만, 그녀는 자꾸 이도윤이 한 말을 떠올리곤 했다. ‘그는 언제 날 데리고 돌아갈 수 있을까?’지아는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었다.그녀는 기다릴 수 있었지만 소계훈은 기다릴 수 없었고, 얼마 후 바로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지아는 다시 한번 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약간 피곤해 보였다.“왜 그래?”“이도윤, 나 돌아가고 싶어.”“조금만 기다려, 내가 직접 데리러 갈게.”“그런데…… 난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단 말이야.”“내게 시간을 좀 더 줘.” 도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지아에게 말할 수 없었다. 독충의 소굴을 철저히 제거해야만 지아가 안전할 수 있었다.“만약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나에게 말해도 돼.” 도윤은 여전히 인내심 있게 말했다.소계훈의 상황을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기에 지아는 도윤에게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우리 아빠의 소식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을 뿐이야.”“지아야, 네가 나타나지 않는 한, 네 아버지는 절대로 안전할 거야. 섬에서 나 기다려.”도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날 밤의 일을 조사하게 했는데, 소계훈을 데려간 그 무리의 사람들은 독충과 약간 비슷했다.같은 조직인 이상, 어떻게 두 부류의 사람을 파견할 수 있겠는가?이 일은 마치 거대한 그물과 같았다. 사실은 분명 눈앞에 있는 것 같지만, 또 많은 점들은 곳곳에서 이상함을 드러내고 있었다.도윤은 청소 아주머니에 관한 많은 일들을 회상했고, 그녀는 줄곧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한 번은 도윤이 감기에 걸려 기침을 했는데, 청소 아주머니는 사무실을 청소할 때 그 기침 소리를 듣고, 다음날 그녀가 직접 끓인 생강차를 가지고 와서 기침을 멎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도윤은 아주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