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백정일은 더 이상 이도윤을 찾아오지 않았고, 출발하기 전, 진환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백 선생님은 이미 포기한 겁니까?”“그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내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겠지.”도윤이 섬에 가지 않는 한, 그 섬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지아는 틀림없이 안전할 거야.’진환은 방탄복을 건네주었다.“대표님, 만일을 대비해서 얼른 입으세요. 지금 가슴에 입은 칼상처도 아직 낫지 않았잖습니까.”“음.”도윤은 새까만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난날의 햇빛이 없어 온 세상은 마치 먹구름에 휩싸인 것 같았다.차를 몰던 진환은 초조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이렇게 무더운 것을 보면 또 비가 오려는 것 같은데. 비가 올 때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요.”“큰비는 이 도시의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줄 텐데, 나쁠 게 뭐가 있겠어. 운전이나 해.”도윤은 잠시 후에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그리고 전과 마찬가지로 그는 참지 못하고 출발하기 전에 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는 안심할 수 있었다.지아는 방금 오리에게 먹이를 주었고, 큰 거위 한 마리에게 쫓겨 우리를 세 바퀴나 돌았다.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전화를 받았다. “어.”“뭘 했길래 숨조차 잘 쉬지 못하는 거야?”“방금 거위한테 쫓겼거든. 힘들어 죽겠어.”지아는 나무 그늘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전문적인 사람이 매일 지아의 일상을 촬영한 후 도윤에게 보내곤 했는데, 도윤은 그녀가 큰 거위에게 쫓기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고, 차가운 입꼬리는 참지 못하고 올라갔다.따라서 목소리마저 많이 부드러워졌다.“푹 쉬고, 몸을 잘 휴양해.”“이도윤, 너 뭐 잘못 먹었어?”지아는 잊지 않았다. 전에 그녀는 도윤에게 자신이 아프다고 말했지만, 도윤은 오히려 그녀를 비꼬았다.“지아야, 우리에게 아이가 또 생길 거야.”말을 마치자 도윤은 전화를 끊었고, 지아는 손으로 부채질하며 더위를 식혔
장거리 달리기 우승자라고 해도 군인들보다 빨리 달리지 못했다.5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소지아는 다른 사람에게 잡혀 바닥에 눌렸고, 얼굴에는 뜨거운 모래가 붙어 있었다.“그녀를 다치게 하지 마라.”“백정일이 바삐 말했다.”“그녀는 손님이야.”지아는 붙잡혔고, 오른쪽 볼에는 많은 모래가 묻었다. 그녀는 입에서 모래를 뱉었다.“퉤, 당신들은 손님을 이렇게 대하는 거예요?”백정일은 손수건을 꺼내 직접 지아의 볼을 닦아주었다.“미안하다, 지아야.”지아는 이렇게 헬리콥터로 끌려갔다.백정일은 자신을 쏘아붙이는 지아의 두 눈을 마주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지아야, 너는 진희의 유일한 아이야. 나도 진심으로 너를 잘 돌보고 싶었고. 일이 오늘처럼 된 건 내 본의가 아니었으니 네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난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요.”지아는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작은 섬은 그녀와 점점 멀어졌고, 모든 것은 마치 그녀가 꾼 꿈과 같았다.지켜준다고 말한 사람은 결국 그녀를 포기했다.“골수 기증은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다 진희는 네 친어머니인데, 너는 왜 원하지 않는 거니?”“아저씨는 내가 아니었으니 또 어떻게 내가 겪은 고통을 알겠어요?”가소로운 것은 예전의 지아는 결코 그 일들을 고통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한 번 또 한 번 변진희를 위해 변명을 했다는 것이다.“그녀가 백채원을 살리고 날 죽이는 선택을 한 순간, 그 모녀의 정은 이미 끊어졌어요. 나는 이 목숨을 이미 그녀에게 돌려주었다고 말했죠.”백정일은 계속 지아를 설득하려고 시도했지만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아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를 무시했다.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온 세상은 마치 바다와 하늘만 남은 것 같았다.구름층에는 빛이 하나도 없었고 바다도 무서울 정도로 추웠다.어둠은 마치 거대한 짐승 한 마리처럼 다음 순간, 그녀를 완전히 삼키려 하는 것 같았다. A시와 가까워질수록 지아는 불안했다.A시 근처의 날씨도 그 섬과
이 모든 일을 마치자, 여자는 손에 든 시험관을 백정일에게 건네주었다.“이제 가져가서 일치하는지 검사 보세요.”백정일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고, 눈빛도 전보다 많이 밝아졌다.“수고했군.”그는 한 경호원에게 시험관을 건넸다.“빨리 가서 검사해, 결과 나오면 가장 먼저 나에게 알려주고.”“예, 선생님.”“너희들은 지아를 잘 지키고 있어. 그 어떤 착오도 있어서는 안 돼.”“네, 선생님.”백정일은 분부를 마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의사를 바라보았다.“닥터 박, 만약 골수가 일치한다면 수술은…….”“안심하시고 저에게 맡겨요. 사모님의 병은 더 이상 끌 수 없으니 저는 먼저 이 아가씨에게 수술 전 검사를 해서 결과가 나오는 즉시 재빨리 수술을 마칠 거예요.”“그래, 부탁하마.”“별말씀을요, 이 경호원들은 먼저 나가봐도 될까요?”백정일은 혼수상태에 빠진 지아를 힐끗 쳐다보며 그녀가 도망가지 못할 것을 알고 흔쾌히 대답했다.“당연하지.”방안에는 의사와 그녀의 조수인 문청만 남았다. 닥터 박은 옆에 있는 문청을 힐끗 쳐다보았다.“넌 나가서 지켜봐.”“네.”그녀는 또 지아에게 다른 약물을 주사했다. 지아는 어렴풋이 깨어났고, 눈앞에 하얀 색이 나타났다.방금 깨어났지만, 약물의 작용으로 지아의 머리는 여전히 어지러웠다.한동안 머리를 흔들고서야 지아는 정신을 차렸고 즉시 발버둥쳤다.“당신이었어!”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사지가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지아는 분노한 눈빛으로 여자를 주시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숨어 있다가 결국 이 여자의 손에 넘어갈 줄이야.’“당신은 도대체 누구지? 내가 당신과 무슨 원한이 있는 거야? 왜 기어코 나를 사지로 몰아넣는 거냐고! 억울한 사람까지 끌어들여서 말이야.”여자는 냉담하게 웃었다.“당신은 존재하면 안 됐어.”이번에 여자는 변성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그저 목소리를 약간 낮추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아는 여전히 여자가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날 원망
말이 끝나자 닥터 박은 소지아가 소리를 지를까 봐 젖은 수건으로 그녀의 입과 코를 막았다.지아는 두 손과 두 발로 필사적으로 버티며 쇠사슬을 잡아당겼다.‘안 돼, 난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아직 할 일이 많단 말이야.’그러나 그녀의 몸부림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손목과 발목이 닳아서 피가 났어도 지아는 쇠사슬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소지아, 다음 생엔 그를 만나지 마.”지아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고, 입에서는 오직 끙끙대는 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아프지 않을 거야, 금방 끝날 거라고.”눈물 한 방울이 지아의 눈가에서 흘러내렸지만, 여자는 보고도 못 본 척했다.지아는 주사가 자신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곧 피부에 닿기 직전이었다.그러나 핸드폰이 때아니게 울렸다.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 벨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녀는 짜증이 났다.“무슨 일이야? 나 바빠.” 닥터 박의 목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다음 순간, 그녀의 표정이 크게 변하더니 지아에게 주사를 찌르려던 손을 멈추었다.“뭐? 그들이 어떻게 알았지! 철수해,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지 마!”전화를 끊고 닥터 박은 다시 주사를 들고 지아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그 그윽한 두 눈에는 지아에 대한 증오가 가득했다.“잘 가!”지아는 이미 바늘이 피부에 닿는 것을 느꼈고, 약물이 몸 안으로 주입되기 직전에 누군가 문을 차고 들어왔다.그리고 닥터 박의 조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타났다.“큰일 났어요, 기지의 손실이 막심하다고요. 레오는 이미 기지를 떠나 그를 찾아갔어요. 레오는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예요.”“그가 직접 왔다고?”“네, 앞장선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에요.”“젠장.”여자는 가볍게 욕설을 퍼부었고, 지아를 주의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몸을 돌려 떠났다.지아는 이미 놀라서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었고, 찬바람에 몸까지 차가워졌다.지금 그녀는 살아남았다고 기뻐할 겨를이 없었고 오히려 머릿속으로 문청이 말한 이름을 생각
교외에서.10여 년 전에 이 구역은 자연 보호구로 되며 모든 원주민들은 이주하였고, 시간이 지나자 점차 황페해졌다.빗속에서 일부 페기된 건축물과 낡은 전봇대에 서 있는 까마귀를 볼 수 있었다.천둥소리에 갑자기 격렬한 소리가 뒤섞였는데, 마치 공사장에서 대포를 쏘는 소리처럼 귀청이 터질 것 같았다.곧이어 끊임없이 이어지는 총 소리가 이 숲의 평화를 깨뜨렸다.지하 기지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고, 그 안의 전자 설비는 더욱 끊임없이 경보음을 내고 있었다.거대한 고화질 스크린에는 바깥 상황을 선명하게 찍고 있었고, 어느새 그들의 기지는 이미 포위되었다.육안으로 볼 수 있는 드론이 재빠르게 부근의 카메라를 총으로 쏘자, 스크린은 곧 신호를 잃었다.실험실 안의 의사들은 모두 놀라서 뛰어나왔고 사방을 헤맸다.“왜 그래? 이게 무슨 일이야?”그들은 대부분 연구에 빠진 책벌레들로 싸울 줄도 몰라 연구 외에 다른 기능도 전혀 없었다.사람들이 당황한 가운데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모두 따라와, 그리고 비밀통로에서 떠나.”주원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그들은 경솔하게 움직인 게 아니에요. 아마도 누군가 이미 비밀통로의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도대체 누구길래 우리의 카메라를 피하고 기지를 알아낼 수 있었을까?”주원은 이제야 자신이 어떤 미친 놈을 건드렸는지 알게 되었다!자신의 활동 범위는 이미 이도윤에게 들켰지만, 주원은 여전히 득의양양하게 그를 속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직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재난을 안겨주었던 것이다.“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늦었어요. 내가 일부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그들의 주의를 끌 테니까 너희들은 혼란을 틈타 도망쳐요.”“레오!”주원은 발걸음을 멈췄다. 가면을 썼기에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살의에 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이 신분으로 사람을 죽이면 책임질 필요가 없겠죠?”“그래, 하지만 우리도 억지로 맞설 필요가 없어. 넌 모두와 함께 약을 가지고 떠나.”“보스, 이번에는 당신의 명령을 따르
닥터 박은 서둘러 현장에 도착했다. 비록 철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떠나지 않고 폭발 중심을 향해 달려갔다.문청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제 떠나야 해요. 앞은 매우 위험하다고요.”“안 돼, 그가 직접 왔단 말이야. 난 마음이 놓이지 않아. 레오는 그를 몹시 증오했으니 틀림없이 기회를 봐서 그를 기습할 거야!”닥터 박의 손바닥은 이미 땀투성이였고, 어느새 몸도 떨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최선을 다해 달려왔을 때, 마침 혼자 남은 남자가 총알에 의해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안 돼!”그녀가 소리를 짖자 문청은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고 바로 그녀를 데려가려고 했다.“가지 마요, 우리는 이제 가야 해요.”그러나 여자는 쓰러진 도윤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이때 그녀는 무서운 포화를 신경 쓸 새가 없었고, 눈에는 오직 비 속에 쓰러진 사람만 보였다.그렇게 여자는 마침내 도윤의 앞에 이르렀고, 줄곧 결벽증이 있던 그녀는 진흙탕에 두 무릎을 꿇었다.눈물이 빗물과 뒤섞여 도윤의 두 눈을 꼭 감은 얼굴에 떨어지자,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 넌 죽을 수 없어, 난 널 죽지 못하게 할 거야!”여자는 도윤의 부상을 살펴보려고 했지만, 다음 순간, 큰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닥터 박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이때 땅에 누워있던 남자가 눈을 떴다. “드디어 당신을 잡았군.”닥터 박은 눈을 드리웠고, 그의 가슴에 피가 전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여자는 그제야 도윤이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허울일 뿐, 그 진짜 목적은 바로 자신을 잡는 것이란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도윤은 진면목으로 나타났고, 혼자 여기에 남았던 것이다.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닥터 박이 나올 것이라고.여자는 분노가 극에 달해 도윤의 가슴을 한 대 때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방탄 조끼를 입고 있었다.그녀도 화를 참지 못했다.“죽고 싶은 거야? 만약 심장이 아니라 머리를 맞았다면, 당신은 이미 죽었어!”도윤은 멍해졌다. 이것은 청
진봉은 전화를 끊고 사실대로 보고했다.“대표님, 독충은 뜻밖에도 사모님이 섬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백 선생님은 우리가 준 소식인 줄 알았고요. 지금 사모님은 그의 손에 있으니 가서 사모님을 데려올까요?”“아니야, 골수가 일치한지 검사하려면 시간이 걸릴 거야. 지금은 먼저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진봉은 이도윤이 무엇을 확인하려는 건지 몰랐다. 그가 줄곧 신경을 쓰던 소지아까지 잠시 내려놓았다니.도윤의 현재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그의 이마에는 촘촘한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핸들을 잡은 손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도윤이 이런 큰 반응을 보이다니.‘설마 대표님과 무슨 갈등이 있었던 옛 애인?’아무튼 오늘 밤의 도윤은 너무 이상했다. 차는 줄곧 폭주했고, 진봉은 참지 못하고 손잡이를 꽉 잡고 자신이 날아가지 못하게 했다.차는 곧 시내로 돌아왔고, 진봉은 머릿속으로 도윤이 갈 수 있는 곳을 생각해 보았다.그러나 차가 묘지에 도착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아니, 이 한밤중에 대표님은 설마 할머님께 제사를 지내러 가려는 건가?’밖에는 광풍과 폭우가 내리쳤고, 천둥이 울렸다. 번개가 치자, 진봉은 빽빽한 묘비들을 바라보았다.전에 죽음을 겪었던 그라도 이런 장면을 보니 등골이 좀 오싹했다.차는 오솔길 앞까지 달려서야 멈추었고, 진봉은 허둥지둥 우산을 들고 내려와 도윤에게 비를 막아주려 했다.도윤은 우산을 받치기는커녕 마치 넋이 나간 듯 비틀거리며 산을 향해 올라갔다.진흙은 큰비에 푹신푹신해졌고, 발로 밟으면 큰 구덩이가 생겼는데, 미끄러우면서도 더러웠다.도윤은 아주 빨리 걸었고, 두꺼운 워커힐은 고인 물을 밟아 물보라를 튀겼다.산에는 오직 희미한 불빛 만이 묘비를 비추고 있어 이를 더욱 음산하고 무섭게 만들었다.광풍은 주위의 나뭇가지를 일으키더니 소리를 냈다.사방은 아무도 없었고, 오직 도윤의 발소리와 심장박동소리만 들렸다.그는 마치 통제력을 잃은 짐승처럼 재빨리 앞으로 달려갔다.그렇게 도윤은 단숨에
진봉은 다리에 힘이 풀렸고 말까지 더듬었다.“그 뭐지, 대표님, 비록 귀신을 믿지 않으시지만, 이 한밤중에 고이 잠들고 있는 아가씨를 방해하는 것은 좀 너무한 것 아닙니까? 만약 아가씨가 화가 나서 관에서 기어나오면 어떡하죠?”도윤은 그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진봉은 확실히 진환보다 똑똑하지 못했다.“사람을 불러서 지금 당장 무덤을 파라고!” 도윤의 말투는 강경했다.“예.”진봉은 평생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적지 않게 했는데, 유독 이렇게 부적절한 일을 한 적이 없었다.그는 무덤을 파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아가씨, 저를 원망하지 마세요. 저도 단지 대표님의 명령대로 행동하고 있는 거뿐이에요. 억울하시다면 아가씨의 오빠를 찾아가세요. 그는 저보다 용감하니까요.’도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의 동작은 누구보다도 빨랐고, 진봉은 그에게 비를 피하라고 했지만 도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후에 관이 파손될까 봐 도윤은 무릎을 반쯤 꿇고 손으로 흙을 팠다.진봉은 이렇게 낭패한 모습의 도윤을 처음 보았는데, 그도 가슴을 졸이며 도윤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몰랐다.완전한 관이 드러나자, 진봉은 도윤의 표정이 아주 복잡한 것을 발견했다.두려움과 공포 속에 또 기대가 들어있었다.‘이 관 안의 시체가 이상한 건가?’“대표님, 지금 바로 관을 여실 겁니까?”도윤은 한순간 망설이다가 결국 결심을 굳혔다.“응.”“네, 대표님 좀 멀리 서 있으세요.”관례에 따르면 이예린이 죽은 후, 화장을 해야 했지만 도윤은 당시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여동생은 죽기 전에 그런 학대를 받았으니 도윤은 그녀를 더 이상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시체를 그대로 보존하게 했다.그리고 이 2년 동안 시체는 이미 썩었다.그래서 지금 관을 열어도 기껏해야 시체만 보일 뿐, 진봉은 도윤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관을 여는 순간, 머리 위에서 천둥소리가 울렸고, 진봉의 삽을 잡은 손이 떨렸다.도윤은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열어.”못이 박힌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