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환은 계속해서 말했다.“그 여학생들은 처음에는 성적이 확실히 좋았습니다. 소 선생님의 지원을 받은 후, 잇달아 대도시에 시험을 보러 왔고, 일부는 초심을 유지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외국으로 연수까지 했습니다.”“그리고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이 세계에 현혹되어 여자는 결국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어떤 여학생은 학업을 뒤로하고 가정이 있는 남자와 어울리기 시작했고, 어떤 여학생은 재벌 2세와 사귀기 시작했으며, 또 어떤 여학생은 심지어 매주 금요일에 직접 여대생을 마중하는 차에 올라타곤 했습니다.”“그나마 나은 여학생도 기껏해야 졸업 후 시집가서 주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좀 나쁜 것은 지금 이 도시에서 귀신처럼 화장하고 떠돌아다니는 거죠. 소 선생님은 가슴 아파하며 여러 차례 그녀들에게 올바른 길로 나아가라고 권고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매수되어 소 선생님이 그녀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모함했습니다.”“제가 그 몇 명을 잡아서 겁을 좀 줬더니 놀라서 바로 사실을 말했습니다. 확실히 누군가 진작에 사람을 골라 그녀들에게 돈을 주고 그녀들더러 허튼소리를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고의로 소 선생님에게 불리한 소문을 퍼뜨렸죠.”“그리고 남은 몇 명의 심리에 문제가 있는 여학생들은 정신병원에 입원했거나 이미 자살했고, 그들의 가족도 모두 찾을 수 없었습니다. 소 선생님을 고발하지 않은 나머지 학생들의 입에서 소 선생님은 줄곧 그녀들에게 잘해 왔고, 좋은 사람이며, 그때 어떤 사람이 그녀들을 매수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대표님, 기타 일은 감히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소 선생님의 인성에 관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속았다고 생각합니다.”진환은 마지막으로 총결을 했고, 이도윤은 자료를 들고 있던 손가락에 힘을 주어 평평한 종이는 바로 꾸깃꾸깃해졌고, 그의 뼈마디마저 하얗게 질렸다.도윤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 2년 동안 소지아에 대한 냉담함과 백채원을 이용해 지아를 괴롭히려 했던 장면이 가득했다.“처음부터 넌 나의
이도윤은 진봉을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상자를 열었다.안에 있는 것은 간소연 등의 자료였다. ‘간소연, 인상이 좀 있는 사람이군.’얼마 전에 소지아가 몰래 도윤의 서재에서 살펴본 자료가 바로 간소연의 것이었는데, 후에 그녀는 정신 병원으로 찾아갔고, 그날 누군가가 건물에서 뛰어내렸다.도윤은 이 일을 알고 있었다.지아는 간소연의 아이를 낳은 일까지 포함하여 자료를 매우 세밀하게 정리했다.도윤은 맨 끝에 남긴 그 주소를 뒤져보며 엄숙하게 말했다.“이 주소를 찾아보라고 해. 의외의 수확이 있을지도 몰라.”“예.”“그리고 손승옥, 잡아서 그녀의 입에서 뭘 좀 알아내고.”도윤이 답답한 것은 또 그 사람이 여러 해 동안 회사 내부에 일부 사람을 배치했다는 것인데, 그가 엄하게 조사하기 시작할 때, 일상적으로 자신을 위해 방을 청소하는 청소 아줌마조차도 사라졌고, 이도윤은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다.상대방이 준비를 했으니 그에게 들킬 준비도 되어 있었다.손승옥이 그녀의 사람이라면, 도윤은 절대 이대로 그들을 놓아줄 수 없었다.“네, 곧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우리에게 준 단서일까요?”도윤은 여전히 좀 아픈 관자놀이를 문질렀는데, 이게 지아가 한 일이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소계훈의 억울함을 씻어내고 있었다.‘그녀는 내가 이렇게 미운가?’문자 한 통, 전화 한 통 없을 정도로 미워하다니.도윤의 심정은 모순되었다. 그는 사실을 알고 싶었지만 또 사실이 밝혀질까 봐 두려워했다. 그럼 그는 아마도 지아와 철저히 갈라질 것이다.“그녀가 어디 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모든 호텔, 소씨 집안, 아파트, 사모님 친구의 숙소를 모두 찾아봤는데, 사모님은 전혀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결심을 하고 숨은 것 같습니다. 물론 사모님이 숨으려는 이유는 대표님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설사 지아가 도윤을 피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지아가 이번 생에 더는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란 잘 알고 있었다.도윤은 두 손으로
진봉은 이도윤의 옆에 서 있었고, 이도윤의 온 머리에 땀이 흐르는 것을 보고 얼굴은 어두운 빛을 띠었다.어젯밤 수면제의 작용으로 도윤은 가까스로 잠이 들었는데, 밤새 악몽이 끊이지 않았다.“대표님, 혹시 악몽을 꾸신 겁니까?”도윤은 방금 깨어나서 목소리가 잠겼다.“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아마도 최근에 너무 많은 일이 생겨서…….”도윤은 차갑게 진봉의 위로를 끊었다.“각 관문의 사람들로 하여금 꼼꼼히 조사하게 해. 나는 지아가 A시를 떠날까 봐 걱정돼.”“떠나요? 그런데 소 선생님은 지금 행방불명입니다. 그는 사모님이 유일하게 아끼는 사람이었으니 사모님은 또 어떻게 지금 떠날 수 있겠습니까?”“그날 소계훈을 찾아간 사람이 네 무리라고 말했지? 그 중 한 무리가 그녀의 사람이 아닐까?”“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모님은 요 몇 년 동안 친척도 친구도 별로 없었으니 또 어떻게 용병을 알 수 있겠어요? 대표님은 그때 현장에 없어서 모르시겠지만, 그 사람들 사람을 죽일 때 정말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습니다.”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에 기대었는데,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그럼 지아는 분명히 A시에 있는데, 왜 우리는 조금도 그녀의 행방을 찾을 수 없는 거지?”“사모님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말씀입니까?”“그럴 가능성이 있지.”도윤은 이불을 젖히고 바로 욕실로 갔다.‘지아는 어디에 숨었을까?’ 도윤은 찾을 수 있는 모든 곳을 전부 찾아봤다.지금 핸드폰으로 돈을 지불할 수 있었는데, 지아는 현금도 없고, 소비 기록도 없었으니, 그동안 어떻게 살아남았을까?‘그녀의 뒤에 틀림없이 누군가가 돕고 있을 거야.’‘누구일까?’김민아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하이힐을 신은 채 걷고 있었고, 매일 자신을 갉아먹는 팀장님조차 많이 잘생겨진 것 같았다.‘그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오늘은 뭐 먹을까?’‘옆에 불고깃집이 새로 하나 생겼다던데, 싱싱한 상추에 향긋하고 부드러운 삼겹살을 싸먹으면 정말 맛있겠지?’그녀는 침을 삼키다 구석의 벽
소지아를 언급하자 김민아는 웃음을 거두었다.“이 대표님의 상상력, 아주 풍부하군요. 차라리 가서 소설을 쓰지 그래요?”이도윤은 또박또박 말했다.“어젯밤 밥 두 그릇에 국 두 그릇, 반찬 세 개까지 먹었다고 들었는데.”“야근한 사람은 좋은 거 먹어도 안 되는 거예요?”“그런데 그 전에, 넌 매일 산송장처럼 살았고, 밥을 반 그릇도 다 먹지 못했는데 말이지. 어제 넌 심지어 새 치마까지 사러 갔어.”민아는 계속 변명을 하려 했지만 도윤의 두 눈은 마치 이미 모든 것을 간파한 듯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말해봐, 어디서 지아를 봤지?”그것은 떠보는 것이 아니라 확신에 찬 말투였다.민아는 탁자를 치고 일어나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당신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내가 매일 뭐 먹었는지를 이렇게 똑똑히 기억하다니, 차라리 내 생리가 언제 왔는지, 언제 변비했는지까지 기록하지 그래요?”도윤은 한숨을 쉬었고, 민아는 깜짝 놀랐다. ‘이 남자가 뜻밖에도 한숨을 쉬다니!’“김민아 씨, 넌 나와 지아의 모든 일을 잘 알고 있지. 그녀가 납치된 것은 내가 원한 일이 아니야. 요 며칠 나도 줄곧 그녀를 찾고 있었고. 만약 너한테 무슨 소식이 있다면, 나에게 알려줬으면 해.”‘이 도도한 남자가 고개를 숙였어!’민아는 나가서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도윤은 재차 입을 열었다.“비록 나와 지아는 헤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고, 그녀를 보호하고 싶어. 지금 나 외에 또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찾고 있으니, 지아가 혼자 밖에 있으면 매우 위험하단 말이지.”“그녀를 납치한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맞아, 그것은 국제적으로 아주 복잡한 조직이야. 그들에게 있어 사람을 죽이는 일은 더욱 식은 죽 먹기라고. 만약 지아가 그들의 손에 떨어진다면…….”민아는 정색하고 한참을 진지하게 생각하고서야 대답했다.“사실 난 지아를 보지 못했어요. 다만 그녀가 나를 보러 왔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고요.”“못
이미 문 쪽으로 걸어간 이도윤은 즉시 고개를 돌아 변진희를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변진희는 그 곰돌이 시계를 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이건 네가 약혼하기 전날 밤, 내가 지아에게 준 거야. 어렸을 때, 그녀와 약속을 했거든. 시험에서 1등하기만 하면 그녀에게 그 당시 유행하는 시계를 사주겠다고. 그러나 그 해에 난 정일과 떠났고, 이것은 내가 그때의 잘못을 메우고 싶어서 지아에게 보낸 거야.”변진희는 시계를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았다.“틀림없이 지아가 왔다 갔을 거야. 그녀는 이 시계도, 엄마인 나도 원하지 않겠지. 내 잘못이야. 모두 내 잘못이야.”그러나 도윤은 이미 뛰어나갔다.이렇게 큰 병원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그가 보고 싶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지아야!”도윤은 큰 소리로 소지아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진환은 도윤의 옆으로 걸어가서 보고했다.“대표님, 이미 조사해냈습니다. 그 시계를 안에 넣은 사람은 이 병원의 청소 아주머니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 돈을 주며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사모님은 오신 적이 없습니다.”도윤의 마음은 천천히 내려앉았다. 지아는 중병에 걸린 변진희조차도 보러 오지 않았으니, 분명히 마음속에서 이 혈육의 정을 끊은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을 낳은 친어머니조차도 버릴 수 있는데, 그럼 난?’도윤은 머리가 빙빙 돌더니 몸은 비틀거리며 곧 쓰러질 것 같았다.진환은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도윤은 마음속의 슬픔을 참으며 말했다.“진 비서, 지아가 날 버렸어.”하늘에서 문득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도윤은 진환을 밀치더니 아무런 목적도 없이 터벅터벅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찬바람은 빗줄기와 뒤섞여 도윤의 얼굴을 세게 두드렸고, 그는 몇 걸음 걷다 맹렬히 고개를 돌렸다.“나 알았어!”“네?”“비행기든 기차든, 지아는 표를 사기만 하면 난 가장 먼저 알 수 있지. 그리고 내가 모든 고속도로에 사람을 붙였으니 그녀는 이런 위험을 무
주원은 이 상황을 보고 얼른 몸을 웅크리고 그 빨간 작은 공을 주우려 했다. 그러나 이때, 뼈마디가 분명한 손이 먼저 작은 공을 주워 손에 들고 놀기 시작했다.“정말 특별한 공이네요.” 그 사람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주원은 소리를 따라 그 사람을 살펴보았다. 말하는 사람은 이목구비가 아주 정교하고 보기 좋았다. 비록 흑백이 분명한 고급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기질은 이도윤과 천양지차였다.하나는 칼처럼 날카롭고, 하나는 물처럼 부드럽다.심지어 그 미간조차도 따스한 봄날의 햇볕처럼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이 사람은 바로 도윤의 절친 중 하나, 건강이 최우선인 민백현이었다.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주원은 백현의 몸에서 나는 그 은은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는데, 일부 약재가 뒤섞인 냄새였다.주원은 부드럽게 웃었다.“수공품이라 지금 기계로 만든 것과는 확실히 다르죠. 고마워요.”백현은 작은 공을 주원에게 건네주었다.“차 열쇠도 주울 겨를이 없다니, 이 작은 공이 매우 소중한가 봐요.”“중요한 친구가 준 것이니 당연히 소중하죠. 그럼 이만.”주원은 차 열쇠를 주운 다음 물건을 들고 몸을 옆으로 돌려 길을 양보했다.백현도 아무 말하지 않고 긴 다리로 간식점에 들어섰다.다만 주원이 떠난 후, 백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나른하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도윤의 욱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지?”“일 없으면 너에게 전화할 수 없는 거야? 아직도 너의 그 지아를 찾지 못했어?”백현은 조롱하며 말했다.“비웃을 거면 다음에, 나 지금 시간 없어.”말하면서 도윤은 전화를 끊으려고 했고, 백현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근데 난 이미 찾았거든.”도윤은 전화를 끊으려다 멈칫하더니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뭐라고! 지아는 지금 어디에 있지?”“방금 나 한 소년을 봤는데, 그의 차 열쇠에서 빨간 작은 공 하나가 떨어졌거든. 그 독특한 공은 그 당시 네가 갖고 있던 거랑 똑같더라.”그때 도윤은 매일 그 빨간 작은 공을 들고 다니며 쉴 새
화물선이 곧 떠나려 할 때, 이도윤은 마침내 현장에 도착했다.진봉은 한 무리의 법 집행관들을 데리고 화물선에 올랐다.“이 화물선에 밀수품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서 지금 당장 조사를 받아야 하니 오늘 당신들은 떠날 수 없어.”선두로 한 상인은 얼른 말했다.“저희 모두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인데다, 제가 이 선을 달린 지 이미 십여 년이 되었는데, 어떻게 밀수할 수 있겠어요?”“그런지 아닌지는 조사해 봐야 알지, 비켜.”얼마 지나지 않아 큰 갑판 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왔고, 도윤은 사람들 가운데 둘러싸여 마치 신처럼 이 하찮은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는 관리인 몇 명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주원은 보이지 않았다.도윤은 턱을 높이 들고 물었다.“주원은?”“도련님이요? 그렇게 귀하신 분이 어떻게 저희와 함께 할 수 있겠어요? 농담도 참.”진봉은 이 사람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차갑게 말했다.“시간 낭비하지 마. 그가 이 배에 있다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얼른 나오하고 해.”그들은 감시 카메라를 조사했고, 주원이 탄 그 차는 두 시간전에 이미 항구에 도착했다.“저희는 그저 본분을 지키는 상인인데, 거짓말을 할 필요가 또 있을까요?”도윤은 세상물정에 물들인 이런 사람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직접 선실로 들어갔다.“거긴 화물을 저장하는 곳이 아니라 저희가 지내는 곳이니 들어가지 마세요. 대표님의 눈을 더럽힐까 봐서 그래요.”진봉은 한 발로 그 사람을 걷어차버렸다.“꺼져.”도윤은 성큼성큼 걸어가 방문을 걷어찼다.소지아는 거듭 도윤의 인내심을 도전하고 있었고, 분명히 더 이상 떠나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까지 했었다.그러나 그녀는 결국 약속을 어겼다!‘그래, 아주 대단해, 남자와 도망가는 것까지 배웠다니.’도윤의 머릿속은 온통 지아를 잡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관한 생각이었다.한 칸 또 한 칸의 방문을 걷어차면서 도윤의 미간은 갈수록 찌푸려졌다.이 안은 모두 배 위의 노동자들이 사는 곳이어서 깔끔하다고 말할 수 없을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비도 점차 커졌는데, 바다의 거대한 바람과 뒤섞여 배 위를 휩쓸고 있었다.따뜻한 선실에 앉아 바닷속의 무중력을 느끼고 있던 소지아는 이런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무척 불안하다고 느꼈다.주원은 매우 세심했다. 그는 사람 시켜 미리 지아가 지낼 방을 디자인하게 했는데, 거의 그녀가 전에 지내던 방과 똑같았다.하루는 고양이 집에 틀어박혀 나른하게 잠들었고, 방에는 지아를 안심시킬 수 있는 향초를 켜고 있었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음악을 틀고 있었다.탁자 위에는 또 간식이 놓여있었는데, 과자, 감귤, 떡 등이 있었다.지아는 입맛이 별로 없어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읽다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마치 뜨거운 솥 위의 개미처럼 불안하게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그러나 배는 이 순간 멈추었다. 이것은 지아를 더욱 불안하게 했고, 그녀는 책을 내려놓더니 바로 일어나서 주원에게 물어보려고 했다.문 앞에서 지아는 주원과 마주쳤는데, 그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누나.”“주원아, 무슨 일이야?”“아무것도 아니에요, 누나 지금 너무 긴장하고 있어요.”주원은 지아의 초조함과 불안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고, 그는 웃으면서 위로했다.“정말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샤워 좀 해요. 긴장을 풀 수 있는 오일을 준비했는데, 한 번 써봐요.”지아는 고개를 저었다.“배가 왜 멈췄지? 우리 아직 출국하지 않았잖아.”“걱정하지 마요. 해양경찰대가 지금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보통 밀수나 마약 소지 등을 조사하는 건데 우리가 협조하기만 하면 곧 통과시킬 수 있을 거예요.”주원은 지아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졌다.“우리는 이미 배에 탔으니 이도윤은 누나를 찾지 못할 거예요.”주원의 그 부드러운 표정은 마치 동생이 아니라 믿음직한 오빠인 것 같았다.지아는 그제야 그가 자신보다 한 살 더 어리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앳된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너도 학생일 뿐인데, 왜 하나도 안 무서운 거야?”지아는 심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