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환은 계속해서 말했다.“그 여학생들은 처음에는 성적이 확실히 좋았습니다. 소 선생님의 지원을 받은 후, 잇달아 대도시에 시험을 보러 왔고, 일부는 초심을 유지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외국으로 연수까지 했습니다.”“그리고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이 세계에 현혹되어 여자는 결국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어떤 여학생은 학업을 뒤로하고 가정이 있는 남자와 어울리기 시작했고, 어떤 여학생은 재벌 2세와 사귀기 시작했으며, 또 어떤 여학생은 심지어 매주 금요일에 직접 여대생을 마중하는 차에 올라타곤 했습니다.”“그나마 나은 여학생도 기껏해야 졸업 후 시집가서 주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좀 나쁜 것은 지금 이 도시에서 귀신처럼 화장하고 떠돌아다니는 거죠. 소 선생님은 가슴 아파하며 여러 차례 그녀들에게 올바른 길로 나아가라고 권고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매수되어 소 선생님이 그녀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모함했습니다.”“제가 그 몇 명을 잡아서 겁을 좀 줬더니 놀라서 바로 사실을 말했습니다. 확실히 누군가 진작에 사람을 골라 그녀들에게 돈을 주고 그녀들더러 허튼소리를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고의로 소 선생님에게 불리한 소문을 퍼뜨렸죠.”“그리고 남은 몇 명의 심리에 문제가 있는 여학생들은 정신병원에 입원했거나 이미 자살했고, 그들의 가족도 모두 찾을 수 없었습니다. 소 선생님을 고발하지 않은 나머지 학생들의 입에서 소 선생님은 줄곧 그녀들에게 잘해 왔고, 좋은 사람이며, 그때 어떤 사람이 그녀들을 매수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대표님, 기타 일은 감히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소 선생님의 인성에 관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속았다고 생각합니다.”진환은 마지막으로 총결을 했고, 이도윤은 자료를 들고 있던 손가락에 힘을 주어 평평한 종이는 바로 꾸깃꾸깃해졌고, 그의 뼈마디마저 하얗게 질렸다.도윤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 2년 동안 소지아에 대한 냉담함과 백채원을 이용해 지아를 괴롭히려 했던 장면이 가득했다.“처음부터 넌 나의
이도윤은 진봉을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상자를 열었다.안에 있는 것은 간소연 등의 자료였다. ‘간소연, 인상이 좀 있는 사람이군.’얼마 전에 소지아가 몰래 도윤의 서재에서 살펴본 자료가 바로 간소연의 것이었는데, 후에 그녀는 정신 병원으로 찾아갔고, 그날 누군가가 건물에서 뛰어내렸다.도윤은 이 일을 알고 있었다.지아는 간소연의 아이를 낳은 일까지 포함하여 자료를 매우 세밀하게 정리했다.도윤은 맨 끝에 남긴 그 주소를 뒤져보며 엄숙하게 말했다.“이 주소를 찾아보라고 해. 의외의 수확이 있을지도 몰라.”“예.”“그리고 손승옥, 잡아서 그녀의 입에서 뭘 좀 알아내고.”도윤이 답답한 것은 또 그 사람이 여러 해 동안 회사 내부에 일부 사람을 배치했다는 것인데, 그가 엄하게 조사하기 시작할 때, 일상적으로 자신을 위해 방을 청소하는 청소 아줌마조차도 사라졌고, 이도윤은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다.상대방이 준비를 했으니 그에게 들킬 준비도 되어 있었다.손승옥이 그녀의 사람이라면, 도윤은 절대 이대로 그들을 놓아줄 수 없었다.“네, 곧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우리에게 준 단서일까요?”도윤은 여전히 좀 아픈 관자놀이를 문질렀는데, 이게 지아가 한 일이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소계훈의 억울함을 씻어내고 있었다.‘그녀는 내가 이렇게 미운가?’문자 한 통, 전화 한 통 없을 정도로 미워하다니.도윤의 심정은 모순되었다. 그는 사실을 알고 싶었지만 또 사실이 밝혀질까 봐 두려워했다. 그럼 그는 아마도 지아와 철저히 갈라질 것이다.“그녀가 어디 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모든 호텔, 소씨 집안, 아파트, 사모님 친구의 숙소를 모두 찾아봤는데, 사모님은 전혀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결심을 하고 숨은 것 같습니다. 물론 사모님이 숨으려는 이유는 대표님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설사 지아가 도윤을 피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지아가 이번 생에 더는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란 잘 알고 있었다.도윤은 두 손으로
진봉은 이도윤의 옆에 서 있었고, 이도윤의 온 머리에 땀이 흐르는 것을 보고 얼굴은 어두운 빛을 띠었다.어젯밤 수면제의 작용으로 도윤은 가까스로 잠이 들었는데, 밤새 악몽이 끊이지 않았다.“대표님, 혹시 악몽을 꾸신 겁니까?”도윤은 방금 깨어나서 목소리가 잠겼다.“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아마도 최근에 너무 많은 일이 생겨서…….”도윤은 차갑게 진봉의 위로를 끊었다.“각 관문의 사람들로 하여금 꼼꼼히 조사하게 해. 나는 지아가 A시를 떠날까 봐 걱정돼.”“떠나요? 그런데 소 선생님은 지금 행방불명입니다. 그는 사모님이 유일하게 아끼는 사람이었으니 사모님은 또 어떻게 지금 떠날 수 있겠습니까?”“그날 소계훈을 찾아간 사람이 네 무리라고 말했지? 그 중 한 무리가 그녀의 사람이 아닐까?”“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모님은 요 몇 년 동안 친척도 친구도 별로 없었으니 또 어떻게 용병을 알 수 있겠어요? 대표님은 그때 현장에 없어서 모르시겠지만, 그 사람들 사람을 죽일 때 정말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습니다.”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에 기대었는데,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그럼 지아는 분명히 A시에 있는데, 왜 우리는 조금도 그녀의 행방을 찾을 수 없는 거지?”“사모님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말씀입니까?”“그럴 가능성이 있지.”도윤은 이불을 젖히고 바로 욕실로 갔다.‘지아는 어디에 숨었을까?’ 도윤은 찾을 수 있는 모든 곳을 전부 찾아봤다.지금 핸드폰으로 돈을 지불할 수 있었는데, 지아는 현금도 없고, 소비 기록도 없었으니, 그동안 어떻게 살아남았을까?‘그녀의 뒤에 틀림없이 누군가가 돕고 있을 거야.’‘누구일까?’김민아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하이힐을 신은 채 걷고 있었고, 매일 자신을 갉아먹는 팀장님조차 많이 잘생겨진 것 같았다.‘그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오늘은 뭐 먹을까?’‘옆에 불고깃집이 새로 하나 생겼다던데, 싱싱한 상추에 향긋하고 부드러운 삼겹살을 싸먹으면 정말 맛있겠지?’그녀는 침을 삼키다 구석의 벽
소지아를 언급하자 김민아는 웃음을 거두었다.“이 대표님의 상상력, 아주 풍부하군요. 차라리 가서 소설을 쓰지 그래요?”이도윤은 또박또박 말했다.“어젯밤 밥 두 그릇에 국 두 그릇, 반찬 세 개까지 먹었다고 들었는데.”“야근한 사람은 좋은 거 먹어도 안 되는 거예요?”“그런데 그 전에, 넌 매일 산송장처럼 살았고, 밥을 반 그릇도 다 먹지 못했는데 말이지. 어제 넌 심지어 새 치마까지 사러 갔어.”민아는 계속 변명을 하려 했지만 도윤의 두 눈은 마치 이미 모든 것을 간파한 듯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말해봐, 어디서 지아를 봤지?”그것은 떠보는 것이 아니라 확신에 찬 말투였다.민아는 탁자를 치고 일어나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당신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내가 매일 뭐 먹었는지를 이렇게 똑똑히 기억하다니, 차라리 내 생리가 언제 왔는지, 언제 변비했는지까지 기록하지 그래요?”도윤은 한숨을 쉬었고, 민아는 깜짝 놀랐다. ‘이 남자가 뜻밖에도 한숨을 쉬다니!’“김민아 씨, 넌 나와 지아의 모든 일을 잘 알고 있지. 그녀가 납치된 것은 내가 원한 일이 아니야. 요 며칠 나도 줄곧 그녀를 찾고 있었고. 만약 너한테 무슨 소식이 있다면, 나에게 알려줬으면 해.”‘이 도도한 남자가 고개를 숙였어!’민아는 나가서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도윤은 재차 입을 열었다.“비록 나와 지아는 헤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고, 그녀를 보호하고 싶어. 지금 나 외에 또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찾고 있으니, 지아가 혼자 밖에 있으면 매우 위험하단 말이지.”“그녀를 납치한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맞아, 그것은 국제적으로 아주 복잡한 조직이야. 그들에게 있어 사람을 죽이는 일은 더욱 식은 죽 먹기라고. 만약 지아가 그들의 손에 떨어진다면…….”민아는 정색하고 한참을 진지하게 생각하고서야 대답했다.“사실 난 지아를 보지 못했어요. 다만 그녀가 나를 보러 왔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고요.”“못
이미 문 쪽으로 걸어간 이도윤은 즉시 고개를 돌아 변진희를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변진희는 그 곰돌이 시계를 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이건 네가 약혼하기 전날 밤, 내가 지아에게 준 거야. 어렸을 때, 그녀와 약속을 했거든. 시험에서 1등하기만 하면 그녀에게 그 당시 유행하는 시계를 사주겠다고. 그러나 그 해에 난 정일과 떠났고, 이것은 내가 그때의 잘못을 메우고 싶어서 지아에게 보낸 거야.”변진희는 시계를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았다.“틀림없이 지아가 왔다 갔을 거야. 그녀는 이 시계도, 엄마인 나도 원하지 않겠지. 내 잘못이야. 모두 내 잘못이야.”그러나 도윤은 이미 뛰어나갔다.이렇게 큰 병원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그가 보고 싶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지아야!”도윤은 큰 소리로 소지아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진환은 도윤의 옆으로 걸어가서 보고했다.“대표님, 이미 조사해냈습니다. 그 시계를 안에 넣은 사람은 이 병원의 청소 아주머니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 돈을 주며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사모님은 오신 적이 없습니다.”도윤의 마음은 천천히 내려앉았다. 지아는 중병에 걸린 변진희조차도 보러 오지 않았으니, 분명히 마음속에서 이 혈육의 정을 끊은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을 낳은 친어머니조차도 버릴 수 있는데, 그럼 난?’도윤은 머리가 빙빙 돌더니 몸은 비틀거리며 곧 쓰러질 것 같았다.진환은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도윤은 마음속의 슬픔을 참으며 말했다.“진 비서, 지아가 날 버렸어.”하늘에서 문득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도윤은 진환을 밀치더니 아무런 목적도 없이 터벅터벅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찬바람은 빗줄기와 뒤섞여 도윤의 얼굴을 세게 두드렸고, 그는 몇 걸음 걷다 맹렬히 고개를 돌렸다.“나 알았어!”“네?”“비행기든 기차든, 지아는 표를 사기만 하면 난 가장 먼저 알 수 있지. 그리고 내가 모든 고속도로에 사람을 붙였으니 그녀는 이런 위험을 무
주원은 이 상황을 보고 얼른 몸을 웅크리고 그 빨간 작은 공을 주우려 했다. 그러나 이때, 뼈마디가 분명한 손이 먼저 작은 공을 주워 손에 들고 놀기 시작했다.“정말 특별한 공이네요.” 그 사람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주원은 소리를 따라 그 사람을 살펴보았다. 말하는 사람은 이목구비가 아주 정교하고 보기 좋았다. 비록 흑백이 분명한 고급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기질은 이도윤과 천양지차였다.하나는 칼처럼 날카롭고, 하나는 물처럼 부드럽다.심지어 그 미간조차도 따스한 봄날의 햇볕처럼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이 사람은 바로 도윤의 절친 중 하나, 건강이 최우선인 민백현이었다.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주원은 백현의 몸에서 나는 그 은은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는데, 일부 약재가 뒤섞인 냄새였다.주원은 부드럽게 웃었다.“수공품이라 지금 기계로 만든 것과는 확실히 다르죠. 고마워요.”백현은 작은 공을 주원에게 건네주었다.“차 열쇠도 주울 겨를이 없다니, 이 작은 공이 매우 소중한가 봐요.”“중요한 친구가 준 것이니 당연히 소중하죠. 그럼 이만.”주원은 차 열쇠를 주운 다음 물건을 들고 몸을 옆으로 돌려 길을 양보했다.백현도 아무 말하지 않고 긴 다리로 간식점에 들어섰다.다만 주원이 떠난 후, 백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나른하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도윤의 욱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지?”“일 없으면 너에게 전화할 수 없는 거야? 아직도 너의 그 지아를 찾지 못했어?”백현은 조롱하며 말했다.“비웃을 거면 다음에, 나 지금 시간 없어.”말하면서 도윤은 전화를 끊으려고 했고, 백현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근데 난 이미 찾았거든.”도윤은 전화를 끊으려다 멈칫하더니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뭐라고! 지아는 지금 어디에 있지?”“방금 나 한 소년을 봤는데, 그의 차 열쇠에서 빨간 작은 공 하나가 떨어졌거든. 그 독특한 공은 그 당시 네가 갖고 있던 거랑 똑같더라.”그때 도윤은 매일 그 빨간 작은 공을 들고 다니며 쉴 새
화물선이 곧 떠나려 할 때, 이도윤은 마침내 현장에 도착했다.진봉은 한 무리의 법 집행관들을 데리고 화물선에 올랐다.“이 화물선에 밀수품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서 지금 당장 조사를 받아야 하니 오늘 당신들은 떠날 수 없어.”선두로 한 상인은 얼른 말했다.“저희 모두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인데다, 제가 이 선을 달린 지 이미 십여 년이 되었는데, 어떻게 밀수할 수 있겠어요?”“그런지 아닌지는 조사해 봐야 알지, 비켜.”얼마 지나지 않아 큰 갑판 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왔고, 도윤은 사람들 가운데 둘러싸여 마치 신처럼 이 하찮은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는 관리인 몇 명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주원은 보이지 않았다.도윤은 턱을 높이 들고 물었다.“주원은?”“도련님이요? 그렇게 귀하신 분이 어떻게 저희와 함께 할 수 있겠어요? 농담도 참.”진봉은 이 사람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차갑게 말했다.“시간 낭비하지 마. 그가 이 배에 있다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얼른 나오하고 해.”그들은 감시 카메라를 조사했고, 주원이 탄 그 차는 두 시간전에 이미 항구에 도착했다.“저희는 그저 본분을 지키는 상인인데, 거짓말을 할 필요가 또 있을까요?”도윤은 세상물정에 물들인 이런 사람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직접 선실로 들어갔다.“거긴 화물을 저장하는 곳이 아니라 저희가 지내는 곳이니 들어가지 마세요. 대표님의 눈을 더럽힐까 봐서 그래요.”진봉은 한 발로 그 사람을 걷어차버렸다.“꺼져.”도윤은 성큼성큼 걸어가 방문을 걷어찼다.소지아는 거듭 도윤의 인내심을 도전하고 있었고, 분명히 더 이상 떠나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까지 했었다.그러나 그녀는 결국 약속을 어겼다!‘그래, 아주 대단해, 남자와 도망가는 것까지 배웠다니.’도윤의 머릿속은 온통 지아를 잡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관한 생각이었다.한 칸 또 한 칸의 방문을 걷어차면서 도윤의 미간은 갈수록 찌푸려졌다.이 안은 모두 배 위의 노동자들이 사는 곳이어서 깔끔하다고 말할 수 없을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비도 점차 커졌는데, 바다의 거대한 바람과 뒤섞여 배 위를 휩쓸고 있었다.따뜻한 선실에 앉아 바닷속의 무중력을 느끼고 있던 소지아는 이런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무척 불안하다고 느꼈다.주원은 매우 세심했다. 그는 사람 시켜 미리 지아가 지낼 방을 디자인하게 했는데, 거의 그녀가 전에 지내던 방과 똑같았다.하루는 고양이 집에 틀어박혀 나른하게 잠들었고, 방에는 지아를 안심시킬 수 있는 향초를 켜고 있었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음악을 틀고 있었다.탁자 위에는 또 간식이 놓여있었는데, 과자, 감귤, 떡 등이 있었다.지아는 입맛이 별로 없어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읽다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마치 뜨거운 솥 위의 개미처럼 불안하게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그러나 배는 이 순간 멈추었다. 이것은 지아를 더욱 불안하게 했고, 그녀는 책을 내려놓더니 바로 일어나서 주원에게 물어보려고 했다.문 앞에서 지아는 주원과 마주쳤는데, 그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누나.”“주원아, 무슨 일이야?”“아무것도 아니에요, 누나 지금 너무 긴장하고 있어요.”주원은 지아의 초조함과 불안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고, 그는 웃으면서 위로했다.“정말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샤워 좀 해요. 긴장을 풀 수 있는 오일을 준비했는데, 한 번 써봐요.”지아는 고개를 저었다.“배가 왜 멈췄지? 우리 아직 출국하지 않았잖아.”“걱정하지 마요. 해양경찰대가 지금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보통 밀수나 마약 소지 등을 조사하는 건데 우리가 협조하기만 하면 곧 통과시킬 수 있을 거예요.”주원은 지아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졌다.“우리는 이미 배에 탔으니 이도윤은 누나를 찾지 못할 거예요.”주원의 그 부드러운 표정은 마치 동생이 아니라 믿음직한 오빠인 것 같았다.지아는 그제야 그가 자신보다 한 살 더 어리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앳된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너도 학생일 뿐인데, 왜 하나도 안 무서운 거야?”지아는 심지어
시월도 소영수의 침상에 엎드린 채 흐느꼈다.“할아버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러셨어요... 저희가 마지막 모습을 뵐 수 있었을 텐데요...” “아가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어르신께서는 너무 갑작스럽게 가셨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아마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게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시하가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집사님, 소식을 철저히 숨겼는데, 어떻게 할아버지께서 알게 되신 거죠? 대체 누굽니까? 누가 전화를 한 겁니까?”“이미 번호를 추적해 봤는데, 해외에서 걸려 온 가상번호였습니다. 발신자의 신원은커녕 구체적인 IP 주소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철저히 준비한 모양입니다.” 양준철의 두 주먹은 떨리듯 꽉 쥐어졌고, 붉게 충혈된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만 하면, 그놈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뼈까지 갈아버려서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할 거라고요!” 40년 전만 해도 양준철의 수법은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다. 양준철은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갔고,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질렀다. 소영수가 양준철을 부하로 삼은 것도 그의 잔혹함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는데, 사람들은 양준철의 이름만 들어도 겁에 질릴 정도였다.하지만 그런 양준철이 지켜야 할 은인이 눈앞에서 허망하게 떠나버렸다. 이는 양준철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오빠, 지금은 큰 오빠가 없으니까 오빠가 결단을 내려야 해. 할아버지 장례는 어떻게 할 거야?” 시하는 피눈물을 머금은 듯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입관하고 조용히 묻어 드리자. 최소한... 할아버지께서 편히 잠들도록 해드려야지. 양 집사님, 장례를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시하는 소영수의 시신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할아버지, 평생을 할머니 곁에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제야 소원을 이루셨네요.”“하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시다니... 다 제 잘못입니다.
시월이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오빠, 괜찮아?” 멀찍이 떨어져 있던 지아가 차분하게 말했다.“아가씨, 멀리 떨어지세요. 감정 상태가 아주 불안정한 것 같아요. 아가씨까지 다칠 수도 있어요.”“우리 오빠가 왜 이렇게까지 된 거예요?” 장덕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방금 어르신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아직 비행기 사고로 연락이 안 되고, 시언 도련님은 이제 막 수술을 마친 터라, 지금 집안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시하 도련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시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할아버지가 왜요?” “집안에 닥친 변고를 들으신 순간 심장 발작으로...” “거짓말! 그 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시하는 옆에 있던 신발을 장덕수에게 집어 던졌고, 깜짝 놀란 장덕수는 급히 몸을 움직였다. “다 끝났어요, 시하 도련님도 미쳐버리셨다고요!” 지아가 침착하게 말했다.“두 분은 나가 있으세요. 시하 오빠는 제가 돌볼게요. 지금은 큰 충격을 받아서 안정할 시간이 필요해요.”“안 됩니다, 소 선생님, 그건 너무 위험해요. 도련님이 정신을 잃고 선생님을 다치게 할지도 모릅니다.”“괜찮아요. 시하 오빠의 다리 상태를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를 해칠 수 없을 거예요.” 지아가 무무를 불러 문을 잠그자, 방 안에는 차가운 공기만이 남았고,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문밖에서는 장덕수가 안절부절못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이걸 어쩌죠... 도련님께선 원래도 심신이 불안정하셨는데, 이번 일로 완전히 무너지신 모양입니다. 이 와중에 어르신까지...”“본가로 갑시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시언이었다. 모두 고개를 돌리자, 휠체어에 앉은 그의 모습이 보였다.흉터를 감싼 붕대가 여기저기 엉성하게 드러났지만, 시언의 표정만큼은 이전과 다르게 단단하고 결의에 차 있었다. “오빠...”시
그 순간, 지아의 말에 시하의 눈빛이 굳어졌다.“그러니까... 아직 우리 가문에 스파이가 있다는 거야?”“잘 생각해 보세요. 소명담의 부검 결과가 나왔잖아요. 그 사람이 죽은 건 불과 몇 년 전이에요. 즉, 심세호가 그 사람의 신분을 사용한 것도 몇 년 안 되는 일이라는 뜻이죠.”“하지만 소씨 가문의 불행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잖아요. 족히 십여 년은 되었다고요! 내부에서 도와주는 자가 없었다면, 그 사람이 이렇게 순조롭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겠어요?”지아의 지적에 시하는 마침내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아야, 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 “물론 오빠를 탓할 수는 없어요. 소씨 가문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 당사자는 상황을 제대로 살필 수 없는 법이잖아요.”“상대는 십 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판을 짰을 거예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거란 뜻이죠.” 시하의 얼굴에 깊은 걱정이 스쳤다.“그럼 큰형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잖아?”조경숙이 끌려간 것도 끝이 아닐 수 있었으며, 어쩌면 그게 시작일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 돼, 큰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해. 지금 저렇게 나서는 건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일 뿐이라고!” 시하는 안절부절못하며 목소리를 높였다.“형한테 당장 알려야겠어. 그리고 이 일은 할아버지께 비밀로 해야 해. 요즘 들어 할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어.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실 거야.” 지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하를 달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울렸다. “누구야?!”시하의 얼굴에는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극도의 긴장 속에서 작은 소리조차 불길하게 들리는 듯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또 장덕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더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나가 볼게요.”지아가 시하의
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절대 오빠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오빠도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 “그래.”시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나는 아버지 일부터 정리할게. 월아, 집안을 부탁해.”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집안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떠나기 전, 시후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덧붙였다.“그리고 월아, 소 선생님도 우리 사람이야. 무슨 일이든 소 선생님께 털어놓고 도움을 받도록 해.” “네, 알겠어요.”사람들 앞에서의 시월은 언제나 순종적이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시월의 얼굴은 감출 수 없는 분노로 가득해졌다. “죽일 X! 그 X이 뭔데 나랑 같이 소씨 가문을 관리한다는 거야?” 심장후는 그런 시월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됐어, 우리 계획은 이미 반이나 성공했잖아. 이제 소씨 가문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거야. 이미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더 이상 발버둥칠 여력도 없을 거라고.” “그래도 분하단 말이야. 지금이야말로 소씨 가문을 접수하기 가장 좋은 기회인데...” “소시후도 너를 걱정해서 그러는 걸 거야. 네가 혼란에 휩싸일까 봐 두려운 거지. 여태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조급해할 거 없어. 조금만 진정해 봐.” 시월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며 담배를 꺼내 들었는데, 심장후는 서둘러 그녀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 빨간 입술 사이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시월의 얼굴은 어느새 차분함을 되찾았다. “소씨 가문의 인간들 따위는 두렵지 않아. 이제 남은 건 그 노친네 하나뿐이야. 그 인간만 죽으면 소씨 가문은 완전히 끝장날 거라고. 한 명은 팔 하나를 잃었고, 하나는 절름발이가 됐잖아? 이제 별거 아닌 잡것들만 남았어.”“하지만 그 노친네는 만만치 않은 상대잖아.” “그래봤자 그 노친네의 시대는 가고, 우리의 시대가 왔어. 늙은 데다가 병까지 든 노친네가 무슨 힘을 쓰겠어? 내가 불쏘시개 하나만 더 던지면, 불길은
시후도 맞장구쳤다.“역시 우리 월이가 생각이 깊구나.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왜요, 오빠?”“상대의 목표는 우리 부모님뿐만이 아니야. 우리는 연이어 위기에 처했고, 이제 남은 건 너 하나뿐이야. 그 사람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월아, 앞으로는 외출할 때 늘 경호원을 대동하고, 출발 전에 차량도 철저히 점거해야 해. 그리고 당분간은 모든 공개 활동을 중단하도록 해.” 시월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큰오빠, 저는 우리 소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우리 가문은 대대로 이어져 왔고, 아빠도 많은 걸 바치셨잖아요. 아빠가 심혈을 기울인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건 싫어요. 지금은 저만이 가문을 책임질 수 있는데,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복잡해질까 봐 걱정된다고요!”“네 마음은 잘 알겠어. 하지만 지금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아. 월아, 넌 우리 가문의 마지막 희망이야. 오빠들이 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잖아. 게다가 아버지도 떠나시기 전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준비를 해두셨을 테니까, 당분간은 집에만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디든 나가면 안 돼, 알겠지?” 시후가 시월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정하게 말했다.“너 자신을 꼭 돌봐야 해. 오빠들은 너까지 잃고 싶지 않아.”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월이를 꼭 지킬 겁니다.” “그래.”시후가 고개를 돌려 심장후를 바라보았다.“장후야, 우리가 이 사건과 연관 있는 심세호라는 사람을 찾아냈는데, 혹시 심씨 가문의 사람일까?” 심장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형님께서 말씀하시는 심세호가 저희 할아버지의 사생아인지는 모르겠네요. 저희 아버지에게 큰아버지 이전에 사생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사람은 할아버지를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하찮은 술집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어요.”“하지만 그 술집 여자와 사생아 모두 우리 심씨 가문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죠. 제 아버지조차 그 사람과 왕래가 거의 없었으니, 우리 같은 후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지아는 새로 등장한 인물이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소시월과의 관계는 아주 가까워 보였다. 지아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시후가 차분히 설명했다.“심씨 가문의 장남, 심장후예요. 월이의 약혼자이기도 하죠.” ‘심씨 가문?’지아는 순간 이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돌고 돌아 같은 곳으로 되돌아온 셈이었으니 말이다. 도윤의 어머니인 심예지 역시 심씨 가문의 사람이었으나, 과거의 그녀는 사랑을 택하며 심씨 가문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런 심씨 가문의 후계자가 소시월의 약혼녀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자, 심장후가 자연스럽게 지아를 바라보았다. “이분은...?”시월이 눈물을 훔치며 소개했다.“내가 얘기했던 뛰어난 의술을 갖춘 소 선생님이셔. 우리 시하 오빠가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기도 하지.” 지아가 심장후의 손을 잡아끌며 지아 쪽으로 향했다.“소 선생님, 제 약혼자예요.” “안녕하세요.”지아가 무심한 듯 담담하게 인사했다. “소 선생님, 반갑습니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졌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지아는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장후 역시 지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시후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돌렸다.“소 대표님께서는...” 지아의 눈빛이 경계심으로 살짝 굳어지자, 시월이 급히 설명했다.“미안해, 오빠, 내가 이야기했어. 장후 오빠랑 전화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는 바람에...” 시후는 이런 일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시월과 장후의 사이를 알기에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원래 올해 두 가문이 결혼 문제를 상의할 계획이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모든 것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장후도 우리 소씨 가문의 사람인 셈이니까.” 이미 온 사람을 돌려보낼 수도 없었으니, 시후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손끝은 마음속의 혼란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께서 타신 비행기가 폭발했어. 아
시하는 시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했다.“나도 잘못이 있어. 그동안 책임은커녕 모두에게 짐이 되었으니까.” “그만 좀 하세요!”지아가 탁자를 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서로에게 사과할 때가 아니에요. 여러분이 이럴수록 심세호를 기쁘게 할 뿐이라고요. 아직 비행기 사고로 대표님의 사망을 확정할 수는 없어요.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요.” 지아는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내가 소씨 가문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여러분은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해요. 만약 대표님께서 정말 돌아가셨다면, 여러분이 아들로서 소씨 가문을 지켜내야 한다고요. 가족을 슬프게 하고, 원수를 기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사모님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찾아내는 일이에요. 사모님은 최대한 빨리 눈을 치료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해질 거예요!” “게다가 소 대표님은 해외 사업을 접고 귀국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일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해요. 나라에는 왕이 하루도 없어선 안 되는 법이잖아요. 이런 상태라면, 소씨 가문은 곧 무너지고 말 거라고요!” 이어서 지아는 시언에게 조언했다.“건강을 반드시 회복하셔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셔야 가족 모두가 안정을 찾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지아는 몇 마디로 어지러운 상황을 안정시켰다.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나이도 그들보다 어렸지만, 그녀의 말에는 이상할 정도의 신뢰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맞습니다. 우리는 절대 무너지면 안 돼요. 소 선생님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아가 시후를 부축해 앉혔는데, 사실 지아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소시후였다. 시후는 지아 다음으로 성공한 실험체였지만, 신장병은 여전히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고, 예전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을 뿐이었다. 시후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 있었기에, 지아는 그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지아는 이런 걱정을 안고 시후를 부드럽게
지금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은 소식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그 말이 전해지자 모두의 눈가가 떨리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장 집사님, 장 집사님은 집안의 어른이시잖아요. 어쩜 그렇게 경솔할 수 있으세요?” 지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아는 처음 소씨 가문에 왔을 때 자신을 맞이하던 장덕수의 침착함과 신중함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당황하며 문턱에서 넘어질 정도로 급하게 들어왔다는 갓은,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장 집사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시월이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장덕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탑승하신 개인 비행기가... 비행 중에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비행기가... 폭발했다고요!” “뭐, 뭐라고요?!”시월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월아!”시후는 곧장 시월을 안아 들었는데, 이는 혼란스러운 소씨 가문이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지아는 빠르게 다가가 시월의 상태를 살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단지 충격으로 실시하신 것뿐이에요. 잠시 쉬면 곧 깨어나실 거예요.” “누가 월이 좀 방으로 옮겨주세요! 휴식이 필요합니다!” “예, 도련님!”고용인이 시월을 방으로 데려가자, 거실에 남은 사람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참혹해졌다. 시후는 아직 치료받지 않아 병약한 얼굴로 서 있었고, 시언은 수술을 막 끝낸 상태에서 시하와 마찬가지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시월은 너무 놀라 혼절하기까지.“형, 아버지는...”가장 강인하던 시언의 눈시울조차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장남인 시후였다. 그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더욱 강한 척해야만 했다. “괜찮을 거야. 단지 비행기 사고일 뿐이야. 기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하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휠체어를 세게 내리쳤는데, 그의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분명 심세호가 한 짓이야! 사랑이 증오로 변한
다행히 지금은 60년 전처럼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니어서, 원하기만 하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조경숙은 조씨 가문 출신으로, 이름 높은 명문가 자제였다.집안에는 여섯 명의 오빠가 있었고, 조경숙은 유일한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즉, 집안의 보석 같은 존재로, 아름다운 외모와 온화한 성품을 겸비한 인물이 된 것이었다.조경숙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여러 집안에서 혼인을 청했고, 심지어 해외의 명문가들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조경숙의 수많은 구혼자 중에서도 한 사람만이 유독 특별했다.그 시절 조경숙을 쫓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호들이었기에, 단순히 재산만으로는 그들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하지만 그중 한 명은 천재 발명가로 불리며, 동시에 뛰어난 의술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었다. 그의 사랑은 그야말로 뜨겁고 격렬했으며, 조경숙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조경숙이 소임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음에도, 그는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임호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그 천재 발명가는 갑작스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의학 미치광이의 소개서를 읽은 지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지아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천하의 악당 같은 의학 천재는 루이스가 길러낸 첫 번째 제자였는데, 이미 사제 관계가 파탄 나긴 했으나, 지아는 그를 ‘선배’라고 불러야 했다. ‘이미 파문되었다던 그 사람이 사모님과 그렇게 깊은 연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래서 그 사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피부에서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구나.’그의 나이를 추정하면 이미 50세가 되었을 것이었다.얼굴은 가면으로 감출 수 있겠지만, 몸은 속일 수 없지 않겠는가?그 사람의 피부는 마치 20대나 30대처럼 매끄럽고 탱탱해, 지아는 그가 소명담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루이스 역시 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