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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8화

지아는 제법 그럴듯한 모습으로 혼수를 내었다.

그렇게 하는 이유도 단지 한대경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앞으로 더 이상 주동적으로 기회를 찾아내지 않는다면 임무는 무한으로 연장되고 말 것이니 말이다.

“그... 행여나 내가 시름이 놓지 않으면 사람 붙여도 돼.”

“그런 거 없어. 나 죽이고 싶으면 사혈로 그 침을 꽂으면 한 방에 끝나는 거잖아.”

한대경은 덤덤하게 덧붙였다.

“그냥 네가 하는 거로 하자.”

이윽고 웃고 있는 지아의 얼굴을 보고서 다시 물었다.

“직접 해주고 싶었어?”

“당연하지! 넌 내 환자잖아. 네가 하루라도 빨리 완쾌하면 난 하루 더 빨리 이곳을 떠날 수 있는 거잖아.”

그 한마디에 한대경은 천국에서 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무척이나 반가워하던 지아의 모습에 설렜는데, 실은 자기를 떠나기 위함이었다니 아팠다.

“왜? 남자가 그리워?”

순간 지아의 머릿속에는 도윤과 헤어질 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실은 떨어진 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대경의 말을 듣고 나니 보고 싶기도 했다.

“응, 남편이랑 아이 다 보고 싶어.”

그 말을 내뱉고 있는 지아의 모습은 부드럽고 행복해 보였다.

수줍어하는 빛도 드러내면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한대경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윽고 알 수 없는 답답한 감정도 스며 올랐다.

“궁금하네. 그 남자 어떤 남자인지.”

지아는 한대경에게 잘 보이려고 묻는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했다.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잘생기기까지 했어.”

“돈은 없겠네?”

한대경이 다소 언짢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지아는 묵인하면서 덧붙였다.

“응, 근데 우리 엄청 사랑해. 아이도 넷이나 있어.”

“뭐? 요즘 같은 세월에 넷이나 낳았다고? 애국가가 따로 없네.”

한대경은 콧방귀를 뀌면서 자기도 모르게 지아의 허리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그날 뒤로 지아는 온몸을 꽁꽁 감싸면서 지내고 있었다.

오늘 지아는 츄레이닝을 세트로 입었는데 섹시와는 거리가 한없이 멀었다.

아이를 넷이나 낳은 여자처럼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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