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29화

작가: 김나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13 19:00:00
지아는 A국의 전투기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불안감이 스쳤다. 그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동포가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

두 대의 전투기가 모두 추락하자, 지아는 곧바로 불길이 떨어진 곳을 향해 달려갔다.

시억은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

“혹시 한대경이 이미 죽은 게 아닐까요? 이대로 임무를 끝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아가 생각에 잠기자 시억은 다시 그녀를 재촉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아는 망설이지 않고 더 빠르게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낙하산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 사람이 누구지? 한대경일까, 아니면 A국의 조종사일까?’

그 사람이 누구이든, 지아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 사람은 착륙할 때 나무에 걸린 것 같았다. 그러나 밤이 깊었고, 숲 속이라 자세히 확인할 수 없었다.

“두 갈래로 나눕시다. 당신은 다른 사람을 찾아봐요. 반드시 그들의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한대경을 찾아야 해요.”

지아가 제안했다.

“알겠어요. 통신 유지하세요.”

“네, 그럼 전 먼저 나무에 올라가 볼게요.”

두 사람은 각자 맡은 일을 하기로 하고, 지아는 민첩하게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나무 꼭대기에 거의 도착했을 때, 그녀는 군복을 입고 았는 키가 큰 남자를 발견했다.

‘찾았다! 이 사람이 한대경일까?’

지아는 마음속의 설렘을 억누르며 더 빨리 올라갔다. 남자에게 거의 다가가자, 지아는 무기를 꺼냈다.

그가 한대경이 확실하다면 바로 공격할 생각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살인의 최적기였다.

지아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보았지만, 상대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죽었거나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

지아는 안도하며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가 남자에게 치명타를 날리려 할 때, 너무나 익숙한 가면이 눈에 들어왔다.

지아는 순간 혼란에 빠졌다.

‘또 다른 미친놈이 어떻게 이 사람일 수 있지?’

‘냉정한 성격의 이도윤이 왜 하필 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230화

    지아는 몇몇 사람들이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도윤이가 그렇게까지 이성을 잃은 이유는 전림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전림은 그가 평생 잊지 못할 상처였다. 한대경이 바로 전림을 살해한 주범이었기에, 지아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이제 그녀는 더 한대경을 놓칠 수 없었다.시억이 아직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을 보니, 한대경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지아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두 사람의 추락 위치를 분석했다. 이도윤의 착륙 위치를 통해 한대경의 방향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강변 쪽에 있을 것이다!지아는 어둠 속에서 강변을 향해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낙하산에 묶여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는 도윤과 마찬가지로 잠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남자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건장한 체격에 도윤과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었다. 달빛 아래 그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좋은 기회였다! 한대경이 의식을 잃은 사이에 반지를 빼앗고, 그를 죽여 이 전투를 끝낼 수 있다면... 지아는 사진 속 반지가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그녀는 남자 옆에 앉아 그의 왼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의 왼손은 비어 있었고, 반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말도 안 돼. 그렇게 중요한 물건을 항상 지니고 다녔을 텐데, 왜 안 보이는 거지?’지아는 포기하지 않고 그의 오른손을 잡아보았지만, 역시 반지는 없었다. 그때 시억의 메시지가 도착했기에 지아는 어쩔 수 없이 답장을 보냈다.[좋은 소식: 한대경을 찾았어요. 나쁜 소식: 손에 반지가 없어요.]지아는 위치를 시억에게 전송하고, 한대경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손에 없으면 아마 몸에 붙여서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촉박하고 임무가 중대했기에, 지아는 망설이지 않고 행동했다. 그녀는 남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곧 방탄복이 벗겨지자, 남자의 건장한 몸이 눈에 들어왔다. 도윤의 몸과 다를 바 없었으며, 온몸에 수많은 흉터가 선명하

    최신 업데이트 : 2024-09-13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231화

    S급 여자 킬러가 진귀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이러한 상대에서 킬러가 남자였다면 아마 토 씨 하나 뱉어 보지 못한 채 바로 죽게 될 것이다.하지만 여자라면 얘기는 달라지고 적어도 변명할 기회는 주어진다.지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서 본격적인 연기에 들어섰다.어느새 지아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강가에 쓰러져 있길래 혹시나 하고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서 살려주려고 했단 말이에요...”“내 옷을 벗긴 이유가 그거였어?”한대경은 지금 시원하다 못해 다소 춥기까지 했다.지아는 코를 훌쩍이면서 연기를 이어 나갔다.“아니면요? 설마 제가 그쪽이 위험한 틈을 타서 뭐라도 했을까 그러는 거예요? 의식도 없는 사람한테 제가 뭘 한다고 그러는 거죠?”지아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한대경은 진실인지 아닌지 꿰뚫어 보려고 했다.“너 정체가 뭐야? 대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그 말을 뱉는 순간 지아의 얼굴에 피가 뚝뚝 떨어졌다.팔에 난 상처에서 피가 거침없이 흘러나와 한대경의 옷을 흠뻑 적셔버렸던 것이었다.“직업이 의사예요. 밤에 피는 약초를 찾으려고 나온 건데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인 그쪽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허허.”한대경의 웃음소리는 더없이 위험했다.“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네 정체가 무엇이든 너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말하면서 한대경은 서서히 손에 힘을 더했다.지아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돌리면서 대응 방안을 검색하고 있었다.결국 지아는 칼 물고 뜀뛰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만약 칼을 갈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번 미션에 성공을 하든 말든 앞으로 한대경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을 것이다.지아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면서 말했다.“저 의사 맞아요! 맞다고요! 못 믿겠으면 제가 맥이라도 짚어줄게요.”하지만 한대경은 이내 차갑게 웃었다.“네가 의사라고 하더라도 죽어야 해. 난 그 어떠한 기회도 여지도 남겨주지 않거든.”말하면서 또다시 천천히 손에 힘을 더해 갔다.그렇다, 한대경은 자료로 통

    최신 업데이트 : 2024-09-14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232화

    전문 영역으로 이야기 흐름이 바뀌자, 지아는 갑자기 허리까지 꼿꼿하게 세울 수 있었다.“가만히 있어요. 이미 여러 번이나 말했잖아요.”다행히도 지아는 처음부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이번 미션에서 지아는 자신의 신분을 의사라고 생각하면서 가방에 의료용품을 가득 챙겨왔었다.마침내 ‘미션 도구’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지아는 침구를 꺼내 들고 난 뒤 비상등도 켰다.이때 한대경은 그녀가 들고 있는 침구를 보고서 눈빛이 차가워졌다.“뭐 하려는 거야?”“두통이 좀 사라질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만약 그쪽을 죽이고 싶었더라면 그쪽이 정신을 잃었을 때 이미 죽였을 거예요.”틀린 말도 아니었다.옷을 벗길 시간에 이미 여러 번 죽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두통이 너무 심했는지 한대경도 더 이상 마다할 힘이 없었다.“죽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숨이 붙어 있는 한 넌 내 손에 죽을 거야.”지아는 한대경을 상대하지 않았다.불빛아래서 프로폐셔널한 모습으로 그의 머리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나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찾아야 하는 반지는 못 찾고 침이나 놓고 있으니 참...’‘할아버지께서 아시게 되면 퍽이나 좋아하시겠어.’침을 놓고 나서 지아는 또 소독수, 붕대와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또 무슨 짓이야!”지아는 순간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한대경을 보고서 언성을 높였다.“소독해주려고 꺼낸 거잖아요! 안 보여요?”이윽고 소독된 의용 솜을 상처가 난 곳에 꾹꾹 밀어 넣다시피 했다.순간 한대경은 밀려오는 아픔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 어떠한 비명소리도 내지 않았다.지아가 하는 대로 가만히 놔두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막힘없이 약을 바르고 붕대로 2차 감염까지 막았다.능숙하기 그지없는 모습에도 한대경은 경계심이 가득했다.“한밤중에 여자 혼자서 무섭지도 않아?”“지금 가장 무서운 사람이랑 대화하고 있잖아요. 생명의 은인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있겠어요?”한대

    최신 업데이트 : 2024-09-14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233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듯 지아는 또다시 연기를 펼쳤다.“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살려줬잖아요...”“저 약초도 찾아야 하고... 이거 좀 놔요...”한대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지아를 어깨에 들어 올렸다.“의사라고 하지 않았어? 앞으로 네가 내 주치의가 해.”“완쾌할 때까지 절대 그 어디로도 갈 생각하지 마.”지아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숲속에 있는 시억에게 손짓을 했다.일부러 의술을 드러낸 것 또한 한대경에게 자신이 유용한 사람임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앞으로 치료를 핑계로 암암리에 반지를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어쩌면 할아버지와 도윤 대신 더 많은 기밀을 알아낼 수도 있다.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보스, 괜찮으십니까?”“이 사람은 적군의 포로입니까? 근데 왜 여자죠?”“생매자이라도 할까요?”“아니면 토막 내서 버릴까요?”그 형님에 그 아우인 듯 깊었다. 이토록 잔인한 말을 스스럼없이 입에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지금 한대경은 한 나라의 보스와 같은 모습이 전혀 없다.윗몸에 천 조각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투박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한대경은 다가온 부하들을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포로가 아니라 의사란다. 앞으로 내 주치의로 지낼 것이니 다들 똑바로 하거라.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그땐 너희들을 토막 낼 것이다.”“의사라고요? 갑자기 의사가 웬 말이에요? 적에서 보낸 스파이 같은 거 아니에요?”“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외진 곳에 의사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게 이상합니다.”부하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한대경은 잘 알고 있다.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의사라고 주장하는 지아의 말을 믿은 적도 없다.한대경은 두통으로 여러 해 동안 별의별 고생을 다 했고 유명하다는 의사에게 모조리 진찰을 받아보았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그러나 지아의 침 몇 방에 바로 두통이 사라졌으니 그 돌팔이 의사들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면서 곁에 두려고 한 것이다.“돌아가서 천천히 얘기하자. 그 개자식은 찾았어? 나보다 먼저 죽을 거라

    최신 업데이트 : 2024-09-15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234화

    얼굴 전체가 옷으로 뒤덮여 있어 지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한대경이 머리 위로 몸을 숙인 채 말하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내가 너라면 입 아프게 그런 쓸데없는 말들 하지 않았을 거야. 나에게는 도덕도 법도 없단다. 그 말인즉슨, 그 누구도 날 어떻게 할 수 없단 뜻이야.”“...”‘그래! 내가 반지를 위해서라도 참는다!’언젠가는 한대경의 머리를 공으로 삼아 멀리 차 버릴 것이라고 다짐까지 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차는 이리저리 꺾다가 지아가 거의 토하기 일보 직전일 때 멈춰 섰다.그러나 숨을 돌리기도 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지아를 어깨로 들어 올렸다.지아는 곧 차가운 바닥에 ‘쿵’하고 버려졌는데, 하마터면 온몸에 골절상을 입게 될 뻔했다.단번에 화가 치밀어 오른 지아는 머리 위의 옷을 내팽개쳤다.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어떠한 기밀을 목격하여 한대경에게 바로 말살을 당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지아는 바로 먼지를 툭툭 털면서 일어났다.이윽고 한대경에게 삿개질하면서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너 뭐야! 변태야? 사이코패스야? 도적이야? 대체 정체가 뭐냐고!”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한대경은 지금 조각 같은 몸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다.조명의 힘으로 근육은 더욱더 탄탄해 보였고 팔을 칭칭 감고 있는 붕대는 퇴폐미까지 더 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머물법한 몸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그때 누군가가 들어와서 지아를 훑어보더니 지아의 가방을 땅에 내려놓았다.“보스, 확인해 보았습니다. 가방 안에는 일상용품과 약품밖에 없었습니다.”그러자 한대경은 다시 시선을 지아에게 옮겼다.“너, 옷 벗어.”순간 지아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뭐라고?”“옷... 벗으라고.”옆에 서 있던 부하 역시 다짜고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옷부터 벗으라고 하는 한대경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부하로서 눈치 빠르게 나서서 지아에게 대신 설명해 주었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위험한 물건을 가졌는지 확인만

    최신 업데이트 : 2024-09-15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235화

    몇 년 전에 지아는 여러모로 고생은 좀 했었지만, 이런 모욕은 처음이었다.상대방의 신분을 돌볼 겨를도 없이 한대경이 넋을 잃고 있는 틈을 타서 지아는 뺨을후려쳐 버렸다.탁-맑은소리가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한대경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면서 화나고 수치스러운 나머지 지아의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상의를 벗은 상황에서 이러한 동작을 하게 되니 야릇하기 그지없었다.부하는 입을 살짝 가린 채 헛기침을 하면서 어색함을 숨겼다.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한대경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네가 감히 날 때려!”“그래! 내가 감히 널 때렸다! 어쩔래!”“변태만도 못한 놈!”지아는 말을 하면서 벌떡 일어서더니 머리로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두 손이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펑’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동시에 머리가 윙윙거렸다.공격이 먹혔는지 한대경은 멍하니 지아를 바라보기만 했다.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야만적인 여자를 처음 본 듯한 얼굴이었다.독이 잔뜩 오른 지아는 그의 가슴을 향해 마구잡이로 할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에도 혈흔이 가득해졌다.“파렴치한 놈! 어떻게 생명의 은인에게 이럴 수 있어!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다니! 죽여버릴 거야!”그때 부하가 달려와서 말리기 시작했다.“진정 좀 하세요.”지아는 한대경이 아직 반격하지 않은 틈을 타서 부하에게 끌려갈 때 그의 얼굴을 발로 확 차버렸다.지금 한대경은 처참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고 있다.입에서 피까지 한 모금 토해내고 말이다.‘재밌고 대단한 여자였어.’한대경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람한 몸매가 모든 조명을 가리는 것만 같았다.어둡고 거대한 그림자가 지아를 그 속에 가두었다.“여자라고 내가 때리지 않을 것 같아?”지아도 어느새 눈치를 차리고 있었다.사람을 죽이나 절대 여자한테 손을 대지 않은 남자라는 것을.아니면 첫 공격을 가 했을 때 충분히 반격할 수 있었다.“갈래.”“말도 안 돼.”한대경은 지아

    최신 업데이트 : 2024-09-16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236화

    지아의 말에 배신혁은 그제야 기억이 난 듯 무릎을 탁 치면서 말했다.“맞아요! 제가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란색과 하얀색이 더불어서 있는 꽃도 있지 않았어요? 겨울에만 피는 꽃이라고 하던데.” “묵란, 불면증에 약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지아는 덤덤히 보충하면서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덧붙였다.“물어보고 싶으신 게 무엇이죠? 이렇게 에둘러서 물어볼 필요 없습니다.”자신의 계책을 간파한 지아를 보고서 배신혁은 멋쩍게 코만 만졌다.“그럼, 그냥 묻겠습니다. 찾고 있다는 그 약재가 뭡니까?”“월롱초라고 하는 약제입니다. 밤에만 피어나고 꽃잎이 화려해져서 반딧불을 불러올 수도 있죠.”배신혁은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질문을 했으나 빈틈이 없었다.“선생님, 전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희 보스께서 성격이 워낙 좀 불같으십니다. 완쾌하실 때까지 옆에서 치료만 잘해 주신다면 사례금 넉넉히 챙겨 드리겠습니다.”그 말에 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사례금 따위 바라지 않습니다. 놓아주기만 하면 됩니다.”“그리고 대체 정체가 뭡니까?”“선생님, 그냥 협조만 잘 해주시면 됩니다. 절대 선생님 다치게 할 일은 없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생각 따위 절대 하지 마시고요. 그때가 되면 저희 역시 지켜드린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동안 묵으실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배신혁의 인솔하에 지아는 작은 방으로 오게 되었다.“지금 조건으로서 이게 최선입니다. 오늘 많이 놀라셨을 텐데, 푹 쉬시기 바랍니다. 도망가실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받아들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 보스 보통 무서운 사람이 아닙니다.”배신혁은 문 앞에 서서 섬뜩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안녕히 주무세요.”문을 닫으면서 배신혁은 웃음을 거두었다.이윽고 옆에 있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이 주소로 가서 한 번 알아봐.”“네, 형님.”지아는 그들이 E시로 밤새 달려가서 조사할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미 집을 떠난 지도 오래되었고 사고로 죽었다고 소문이 널리 퍼져

    최신 업데이트 : 2024-09-16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237화

    “선생님, 너무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보스 치료만 정성껏 해주시면 됩니다. 보스께서 부르십니다.”한대경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이제 막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다.허리춤에 샤워 타일을 두르고서 튼튼한 상체와 튼튼한 종아리를 드러냈다.어젯밤에 응급치료를 마치고 감싸주었던 붕대에서는 피가 약간 보이기도 했다.‘내가 살다 살다 저런 미친놈은 처음이야. 저몸으로 설마 뭐라도 한 거 아니야?’지아는 여러 스타일의 남자와 접촉한 적이 있지만, 한대경처럼 거칠고 막무가내인 남자는 처음이었다.“너 다친 거 몰라?”지아는 한대경의 팔을 가리키면서 물었다.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닦고 있던 한대경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래서 너한테 오라고 한 거잖아. 뭐가 문제라도 되는 거야?”‘저놈의 뇌 구조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점점 지아의 마지노선을 건드리고 있는 한대경이다.지아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손을 들어 한대경의 머리를 뒤로 밀었다.“너 어디 아프지? 죽고 싶으면 멀리 떨어져서 죽어. 너처럼 이렇게 협조하지 않은 환자는 정말 처음이야. 내가 아니라 구준이 온다고 하더라도 절대 너 같은 환자는 사릴 수 없어.”한대경은 지아의 손가락을 움켜쥐고 눈에 노기를 띠며 말했다.“네 손가락 지금 바로 부러뜨릴 수 있는데, 어디 한번 해볼래? 까불지 마.”그러자 지아는 그를 흘겨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까불지 마? 네가 나한테 뭐라도 돼?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그리고 그 멘트 너무 구렸어. 지가 무슨 대표라도 되는 줄 아나.”말하면서 지아는 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이때 한대경은 어리둥절한 채로 배신혁에게 물었다.“갑자기 대표라는 게 무슨 말이야?”배신혁은 헛기침을 하면서 대답했다.“옛날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캐릭터인데, 보통 여자 주인공이 가난하고 남자 주인공은 한 회사의 대표님으로 여자 주인공을 흔모하면서 괴롭히기도 하고 강박적으로 자기를 사랑하게 하고 그러죠. 최근에 들어 별로 유행하는 것 같

    최신 업데이트 : 2024-09-17

최신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73화

    지아는 물 한 잔을 건네며 시언에게 진정하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는데,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스파이가 누구라는 거예요?” “방금 떠난 사람은 소지훈이에요. 지금은 연예계에서 활동 중인 사람인데, 우리 둘째 삼촌의 막내아들이고, 얼마 전에 죽은 소명담의 동생이기도 하죠.” “그동안 큰형이 다른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던 건, 우리가 모두 한 핏줄이고, 소씨 가문의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가족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누가 감히 가족이 자기 가문을 망가뜨리려 한다고 생각했겠어요?”“그런데 이젠 확실히 알겠어요. 저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한테 원한을 품고 있었던 거라고요.” 지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어르신은 왜 편애하셨던 걸까요?” “원래 황제는 장남을 사랑하는 법이잖아요. 우리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첫 번째 아이여서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각별히 아끼셨어요. 어쩌면 과도한 애정을 쏟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래서 손자들인 저와 형제들에게도 각별히 대해주셨어요. 사촌들과 다툴 때마다 늘 우리 편을 드셨으니까요. 하지만 그 작은 편애가 쌓여 그 사람들의 원한이 된 거예요.” 지아가 시언의 얼굴에서 깊은 슬픔을 읽으며 말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사연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저 사람이 소씨 가문을 해치려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왜죠?”“세상에 자기 이마에 나쁜 사람이라는 글자를 써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상대는 10년, 20년을 준비했잖아요. 저 사람보다 더 차분하고 계획적인 사람일 거예요. 소지훈 씨 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꾸몄을 리 없어요.” “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 그럼...”지아의 표정은 여전히 깊은 뜻을 품고 있었다.“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이미 체스판 위의 말이 된 거예요. 판은 이미 시작되었고요.” 지아의 위로에 시언의 감정도 점차 안정되었다. “대체 우리 큰형과 무슨 계획을 꾸미는 겁니까?” “아무것도 하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72화

    시언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둘째 삼촌의 막내아들인 소지훈이 서 있었다.몇 년 사이, 예전의 어린 철부지는 이제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로 떠올라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과거 얽힌 사연도 적지 않았다. 어린 시절, 시언은 1년의 세월을 들여 목각으로 ‘행려풍속도’를 복원했다. 하지만 문제가 일어난 것은 방대한 작업을 간신히 완성했을 무렵이었다. 그것은 바로 시언보다 열 살이나 어린 소지훈이 고용인이 없는 틈을 타 정신없이 놀다가 실수로 작품을 망가뜨린 것.이는 대회 출품을 목표로 하던 시언에게 큰 충격이었고, 그는 동생을 가차 없이 혼내며 매질하고 말았다.두 사람 모두 소영수 내외의 후손들이지만, 둘째 집과 셋째 집은 어릴 적부터 소영수가 장남을 더 편애한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그들의 자식들까지도 소영수에 눈에 들지 못하고, 늘 냉대를 받으며 자랐다. 가문의 중심인 소영수는 이 일에 분노하며 소지훈의 손바닥을 피가 날 정도로 때린 뒤, 그를 사당에 무릎 꿇게 하며 삼 일 밤낮으로 벌을 주었다. 이 사건은 어린 소지훈의 마음에 깊은 원망의 씨앗을 심었다. 이후 시언이 이성을 되찾고 사과했지만, 소지훈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가문의 둘째와 셋째는 사이가 좋았지만, 유독 첫째인 소임호와는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불운한 이는 넷째였다. 그는 심예지와 청소년기를 함께 보냈지만 버림받았고, 그로 인해 사랑에 상처받아 결혼하지 않고 홀로 지내며 자손마저 두지 못했다. 시언이 소지훈의 눈에 담긴 냉소를 보며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생전에 똑똑히 말씀하셨을 텐데? 소씨 가문은 흥망을 같이해야 한다고. 소씨 가문이 이렇게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니?” 소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시언의 옷깃을 잡았다.“그거 알아요? 나는 당신 집안이 너무 싫어요. 항상 체면을 차리려는 모습은 역겨울 정도라고요.”“허, 할아버지한테 대체 무슨 마법을 걸었길래 당신들만 그렇게 아낀 거예요? 우리도 분명 소씨 가문 사람이었는데... 지금이라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71화

    도윤은 음윤한 심장후에 비해 훨씬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을 자랑해서, 두 사람이 함께 서 있을 때는 대비가 확연했다.한 사람은 강인하고 압도적인 기운을 풍기고, 다른 한 사람은 부드럽고 우아한 매력을 가진 극과 극의 존재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도윤은 시선으로 심장후를 가볍게 스치고 난 뒤,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 “형님, 제 약혼녀인 소시월입니다.”심장후가 소개했다.“반갑습니다.”도윤의 시선이 닿는 소시월의 얼굴에는 지아와 약간 닮은 점이 있었다. 그 순간, 시월의 눈동자에 긴장이 스쳤고, 그녀는 급히 입을 열었다.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그렇습니까? 저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으신 거죠?”도윤의 질문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했지만, 그 속에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특유의 위엄과 탐색이 깃들어 있었다. 게다가 도윤은 소시월보다 훨씬 키가 컸기에,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빛에서 압도적인 아우라가 느껴졌다.소시월은 마음을 다잡고 답했다.“이 대표님께서 비즈니스계에서 쌓으신 명성은 제가 Z국에 있을 때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이번 기회를 통해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비즈니스에 있어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이제 한 가족이 될 텐데, 앞으로도 많은 지도와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소시월의 답변은 빈틈이 없었고, 흠잡을 곳도 없었다.“좋습니다.”도윤은 시선을 돌리고 심규철과 함께 다른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소시월은 극도로 긴장했던 마음을 그제야 풀었지만, 찰나의 눈 맞춤에도 온몸에서 땀이 배어 나오는 듯했다. ‘눈빛이 정말 무서웠어. 한 번이라도 나를 더 쳐다봤다면 숨통이 막혔을 것 같다니까?’‘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차갑고 카리스마 넘쳤어.’“괜찮아?”심장후가 소시월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 소시월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괜찮아, 손님들이 또 많이 온 것 같던데, 나 먼저 가볼게.”“너무 무리하지는 마.” 소영수는 장례식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70화

    지아는 처음부터 심씨 가문의 두 삼촌 얼굴이 어디서 본 듯 낯익다고 느꼈다. 그런데 심규철이 나타난 순간,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한대경이 심규철과 아주 닮았기 때문이었는데, 심지어 다른 두 삼촌의 얼굴에서도 미세하게 비슷한 인상을 느낄 수 있었다.“왜?”“저, 저분... 자녀가 몇 명 있어요?” “한 명뿐이야. 월이랑 약혼했다던 장후, 너도 어제 봤잖아.”“아, 네...”‘세상에는 닮은 사람이 정말 많구나. 소시월도 나랑 닮았지만 혈연관계는 아니잖아.’ 하지만 지아는 왠지 불안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한대경 역시 어릴 때부터 C국의 빈민가에 버려졌고, 친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의심이 들었다. “심장후 씨가 아버지를 닮지 않은 건, 어머니를 닮았기 때문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분은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나도 기억이 거의 없어.”“그나저나 참 한결같은 분이셔.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재혼하지 않으셨으니까.지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더욱 복잡해졌다.반면, 도윤은 심씨 가문과의 재회에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아는 도윤의 마음을 몇 번이고 헤아릴 수 있었다. ‘가족의 울타리가 그리웠을 거야.’심예지는 눈물을 닦으며 도윤의 손을 잡아 앞으로 이끌었다.“네 셋째 삼촌이셔.” 도윤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안녕하세요.”강춘옥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이제라도 돌아와서 다행이구나. 이젠 여기가 네 집이니 다 잊고 살으렴.”“그리고 오늘은 소씨 가문 어르신의 장례식이니 더는 지난 이야기를 하지 말자꾸나.”“네, 엄마.”심예지가 나지막이 대답하자 강춘옥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흐느끼듯 대답했다. “그래...”강춘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도윤아, 방금 와서 피곤할 텐데 뒤뜰에서 잠시 쉬고 오너라.”“괜찮습니다. 소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원래 인연이 깊었으니, 소씨 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69화

    도윤은 향을 올리고 나서 조용히 심예지의 곁을 지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심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심예지가 여기에 나타난 것을 보고 지아보다 더 놀란 듯했다. 특히 강춘옥이 오랜만에 눈앞에 나타난 딸을 보고 휘청거리며 다가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망할 X, 네가 여긴 왜 와?!”심예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어머니의 그늘진 얼굴을 마주했고, 세월이 자신의 어머니를 노쇠하게 만든 것에 마음이 아렸다.그 순간, 심예지는 자신이 허망한 세월을 보내며 부모 곁에서 효도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내가... 정말 어리석었구나.’“엄마...”“나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나는 너 같은 딸은 낳은 적 없으니까!” “그만하세요, 엄마. 예지가 지금이라도 돌아왔는데 아직도 화가 나세요?”심예지의 큰오빠가 서둘러 중재에 나섰다.“맞아요, 이제 그만하세요. 예지도 아주 힘들었을 거예요.”둘째 오빠도 거들며 말했다.“그리고... 네가 도윤이니? A국에서 네 소식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구나.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면 된단다.”소씨 가문의 장례식었지만, 어느새 심씨 가문의 화해의 장처럼 분위기가 흘러갔다. “작은삼촌, 큰삼촌, 안녕하십니까.”도윤은 비록 말수가 적었지만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두 사람은 도윤이 마음에 드는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참 착하구나. 돌아와 줘서 고맙다. 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몰라. 네 어머니와의 일 때문에 나도 별수 없었다만, 이렇게 돌아왔으니 된 거야.” 강춘옥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말했다.“흥, 난 저런 불효녀를 절대 용서할 생각이 없어!” “네 외할머니는 마음이 약하신 분이야. 괜찮으니까 이제 ‘외할머니’라고 부르면 돼.”도윤은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탓에 혈육의 정을 갈망해 왔다. 게다가 도윤은 심씨 가문과 많은 인연이 없었지만, 심씨 가문이 자신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자기 어머니에게 상처받아서 이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68화

    지아는 처음에 그저 시하의 다리 치료를 위해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소씨 가문은 정말 끝장나겠구나!’지아의 손끝에 살짝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내려다보니 무무가 조심스레 지아의 손끝을 꼭 잡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엄마는 괜찮아.” 하지만 세상은 무심했다.소영수가 생전 Z국의 거물로 이름을 날린 만큼, 그의 장례식은 당연히 떠들썩했다. 불과 하루 밤낮 사이에 수많은 조문객이 줄을 이었으니 말이다.지아는 시하의 휠체어 옆에 서 있었다. 평범한 얼굴 덕분에 모두 지아를 그저 시하를 돌보는 고용인쯤으로 생각했다.소영수는 Z국에서 이름난 인물들이었기에,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 중에는 거물급 인사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지아는 이곳에서 도윤과 심예지를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도윤은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서 있었는데, 넥타이조차도 깊은 먹색이었다. 그의 옆에는 검은 우산 모양의 드레스와 반쯤 가린 진주 베일을 쓴 심예지가 함께였다.두 사람이 등장하자마자, 장내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을 향했다. “저 여자가 바로 심씨 가문의 못난 딸이라지? 들었어? 어릴 적 소꿉친구를 마다하고 기어코 이씨 가문에 시집갔다더라? 근데 남편은 저 여자를 눈곱만큼도 사랑하지 않았대.” “남자는 원래 그렇잖아. 아무리 여자의 집안이 좋아도, 밖의 여우 같은 여자가 더 끌리는 법이니까. 그나저나, 심예지도 참 멍청하다. 자기 집안에 걸맞은 남자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왜 한 남자한테만 매달린 걸까?” “그러니까! 자살 소동까지 벌였을 때, 심씨 가문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렇게 이혼시키려 했는데, 끝까지 버티면서 이씨 가문에 남겠다고 했대. 그 일로 심씨 가문과도 등을 졌으니, 남은 게 없잖아! 딱히 잘난 것도 없는데 말이지.” “누가 아니래? 시댁에선 좋은 대접을 받지도 못하고, 친정과도 연락을 끊었잖아. 바보라고 해야 할지, 순애보라고 해야 할지... 그런데 이제야 돌아왔네? 철이 든 건가? 늦었지만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67화

    시월도 소영수의 침상에 엎드린 채 흐느꼈다.“할아버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러셨어요... 저희가 마지막 모습을 뵐 수 있었을 텐데요...” “아가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어르신께서는 너무 갑작스럽게 가셨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아마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게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시하가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집사님, 소식을 철저히 숨겼는데, 어떻게 할아버지께서 알게 되신 거죠? 대체 누굽니까? 누가 전화를 한 겁니까?”“이미 번호를 추적해 봤는데, 해외에서 걸려 온 가상번호였습니다. 발신자의 신원은커녕 구체적인 IP 주소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철저히 준비한 모양입니다.” 양준철의 두 주먹은 떨리듯 꽉 쥐어졌고, 붉게 충혈된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만 하면, 그놈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뼈까지 갈아버려서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할 거라고요!” 40년 전만 해도 양준철의 수법은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다. 양준철은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갔고,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질렀다. 소영수가 양준철을 부하로 삼은 것도 그의 잔혹함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는데, 사람들은 양준철의 이름만 들어도 겁에 질릴 정도였다.하지만 그런 양준철이 지켜야 할 은인이 눈앞에서 허망하게 떠나버렸다. 이는 양준철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오빠, 지금은 큰 오빠가 없으니까 오빠가 결단을 내려야 해. 할아버지 장례는 어떻게 할 거야?” 시하는 피눈물을 머금은 듯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입관하고 조용히 묻어 드리자. 최소한... 할아버지께서 편히 잠들도록 해드려야지. 양 집사님, 장례를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시하는 소영수의 시신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할아버지, 평생을 할머니 곁에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제야 소원을 이루셨네요.”“하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시다니... 다 제 잘못입니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66화

    시월이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오빠, 괜찮아?” 멀찍이 떨어져 있던 지아가 차분하게 말했다.“아가씨, 멀리 떨어지세요. 감정 상태가 아주 불안정한 것 같아요. 아가씨까지 다칠 수도 있어요.”“우리 오빠가 왜 이렇게까지 된 거예요?” 장덕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방금 어르신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아직 비행기 사고로 연락이 안 되고, 시언 도련님은 이제 막 수술을 마친 터라, 지금 집안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시하 도련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시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할아버지가 왜요?” “집안에 닥친 변고를 들으신 순간 심장 발작으로...” “거짓말! 그 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시하는 옆에 있던 신발을 장덕수에게 집어 던졌고, 깜짝 놀란 장덕수는 급히 몸을 움직였다. “다 끝났어요, 시하 도련님도 미쳐버리셨다고요!” 지아가 침착하게 말했다.“두 분은 나가 있으세요. 시하 오빠는 제가 돌볼게요. 지금은 큰 충격을 받아서 안정할 시간이 필요해요.”“안 됩니다, 소 선생님, 그건 너무 위험해요. 도련님이 정신을 잃고 선생님을 다치게 할지도 모릅니다.”“괜찮아요. 시하 오빠의 다리 상태를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를 해칠 수 없을 거예요.” 지아가 무무를 불러 문을 잠그자, 방 안에는 차가운 공기만이 남았고,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문밖에서는 장덕수가 안절부절못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이걸 어쩌죠... 도련님께선 원래도 심신이 불안정하셨는데, 이번 일로 완전히 무너지신 모양입니다. 이 와중에 어르신까지...”“본가로 갑시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시언이었다. 모두 고개를 돌리자, 휠체어에 앉은 그의 모습이 보였다.흉터를 감싼 붕대가 여기저기 엉성하게 드러났지만, 시언의 표정만큼은 이전과 다르게 단단하고 결의에 차 있었다. “오빠...”시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65화

    그 순간, 지아의 말에 시하의 눈빛이 굳어졌다.“그러니까... 아직 우리 가문에 스파이가 있다는 거야?”“잘 생각해 보세요. 소명담의 부검 결과가 나왔잖아요. 그 사람이 죽은 건 불과 몇 년 전이에요. 즉, 심세호가 그 사람의 신분을 사용한 것도 몇 년 안 되는 일이라는 뜻이죠.”“하지만 소씨 가문의 불행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잖아요. 족히 십여 년은 되었다고요! 내부에서 도와주는 자가 없었다면, 그 사람이 이렇게 순조롭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겠어요?”지아의 지적에 시하는 마침내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아야, 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 “물론 오빠를 탓할 수는 없어요. 소씨 가문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 당사자는 상황을 제대로 살필 수 없는 법이잖아요.”“상대는 십 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판을 짰을 거예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거란 뜻이죠.” 시하의 얼굴에 깊은 걱정이 스쳤다.“그럼 큰형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잖아?”조경숙이 끌려간 것도 끝이 아닐 수 있었으며, 어쩌면 그게 시작일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 돼, 큰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해. 지금 저렇게 나서는 건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일 뿐이라고!” 시하는 안절부절못하며 목소리를 높였다.“형한테 당장 알려야겠어. 그리고 이 일은 할아버지께 비밀로 해야 해. 요즘 들어 할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어.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실 거야.” 지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하를 달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울렸다. “누구야?!”시하의 얼굴에는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극도의 긴장 속에서 작은 소리조차 불길하게 들리는 듯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또 장덕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더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나가 볼게요.”지아가 시하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