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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경훈은 등골이 오싹했다. 평소 조원주와 얘기를 나눌 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곳에는 총 마흔여덟 종의 뱀이 있는데 그중 서른 이상이 독사고, 한번 물면 어떤 약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도윤이 앞이 안 보이는데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지아와 경훈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앞쪽으로 달려갔다.

“보스, 멈춰요!”

경훈은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조용한 산에서 도윤이 분명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또 다른 도윤의 슬리퍼가 발견되었고 이따금 뜨끈한 피 몇 방울이 보였다.

지아는 도윤이 그렇게 많이 넘어졌는데도 왜 계속 앞으로 달려가는지 궁금했다.

위험하단 걸 모르나?

아니, 도윤은 분명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기에 계속 달리는 것이다.

“빨리 가요!”

...

자고 있는 무무의 곁으로 무언가 팔을 건드렸다.

졸린 눈을 비비고 보니 평소 함께 놀던 새끼 사슴이 방에 들어와 있었다.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침대에 내려앉아 구구 울어댔고 고개를 돌리자 지아는 보이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다.

무무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사슴을 따라 뛰어갔다.

도윤의 발걸음이 서서히 멈췄고 탁 트인 산 너머로 경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지아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고 위험에 처했는지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살려줘요, 살려줘요...”

“지아야!”

도윤이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사람의 목소리와 함께 뱀이 신호를 보내는 소리가 들렸고, 소리가 들쑥날쑥한 걸 보아 한두 마리가 아닌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다름 아닌 주원이었다.

그는 몇 번이나 넘어져 상처투성이인 도윤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고 눈에서 독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도윤은 진작에 죽었어야 했다.

지금보다 도윤을 죽일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주원은 조용히 들고 있던 지아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기를 아래로 던졌다.

그 아래에는 뱀 동굴이 있었고, 수천 마리의 뱀이 무리 지어 얽히고설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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