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발을 헛디뎌 첨벙 소리와 함께 지아의 얼굴에 물보라가 튀었다.“누구야?”지아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대자로 뻗어있는 도윤을 발견했다.지아는 그를 놀리고 싶었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도윤은 당황한 얼굴로 물속을 더듬으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지아야, 어디 있어? 괜찮아?”그렇게 불쌍한 도윤을 보니 갑자기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도윤 씨, 난 괜찮아.”지아의 목소리를 들은 도윤은 급히 물속을 헤엄쳐 그녀에게 다가가 단숨에 품에 끌어안고 횡설수설했다.“지아야, 어디 있었어? 날 놀라게 하지 마, 힘들게 찾았는데.”동굴 안에는 지아가 가져온, 그리 밝지 않은 빛을 내는 작은 태양열 램프 몇 개를 제외하고는 저 하늘에서 비추는 달빛만 있었다.지아는 걱정으로 가득 찬 도윤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 순간의 감정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순간 목이 메었다.그토록 고고하고 강인했던 도윤이 흔들리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자 지아는 꿈을 꾸는 듯 어색했다.“지아야, 왜 말을 안 해? 무슨 일인데? 나 앞이 안 보여, 놀라게 하지 마.”도윤은 짜증이 나서 감고 있던 눈의 붕대를 잡아당겼다.“난 왜 앞이 안 보이는 거야. 지아야, 뭐라고 말 좀 해봐...”지아는 도윤을 밀어내고 차분하게 말했다.“도윤 씨, 무슨 일이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돌에 부딪혀 상처가 난 도윤의 손바닥을 지아가 붕대를 감아주었는데 조금 전 힘을 준 탓에 상처가 찢기며 새빨간 피가 물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거즈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온몸이 흠뻑 젖은 도윤의 머리카락을 타고 물방울이 한 방울씩 흘러내려 눈앞의 물 위로 떨어지며 파문을 일으켰다.“도윤 씨, 이럴 필요 없어.”도윤은 개의치 않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아야, 네가 괜찮기만 하면 난 괜찮아.”지아의 마음은 폭우가 쏟아진 듯 축축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어떤 감정이 해일처럼 밀려와 걷잡을 수 없이 휩싸여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괜히 짜증이 난 지아가 도윤을 밀
물에 젖은 두 사람이 한데 얽혔고 도윤은 엉망진창이 된 채 일어나려고 허둥대다가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원래는 침착하고 자제력이 뛰어난 남자였지만, 지아만 보면 침착함이나 자제력이 모두 사라졌다.조심하면 할수록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움직이지 마, 내가 할게.”지아는 힘없이 말했다.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으니까.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으니 어떻게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괜히 도윤이 상황을 더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까 일단 그를 다독인 뒤 지아는 깨끗한 옷을 그의 손에 건넸다.“여기 옷과 바지야. 알아서 갈아입을 수 있지?”“응, 그런데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야?”“됐어, 내가 할게.”어차피 남자의 몸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지아는 체념하고 손가락으로 허리에 묶인 끈을 잡아당겨 가운을 벗겼다.남자의 탄탄한 등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3년 전 지아를 구하느라 남은 흉터였다.지금도 지아는 그때의 처참한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벌써 이렇게 지났다니, 시간이 참 무섭다.지아는 깨끗한 수건으로 도윤의 얼굴과 몸에 묻은 물기를 부드럽게 닦아주었고, 도윤은 얌전한 대형견처럼 그녀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전에는 이럴 때가 있었나?도윤은 워낙 강한 남자였고,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하는 데 익숙했다.과거 도윤과 만날 때 그는 일부러 자신의 마음을 숨겼고, 지아는 가까이 지내면서도 그를 전혀 몰랐다.살결이 부딪힐 때에야만이 비로소 도윤의 존재를 살짝 느낄 수 있었다.도윤이 자신의 마음을 전부 꺼내 지아에게 보여주어도 보는 척도 하지 않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지난 며칠 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턱에는 수염이 두툼하게 자랐고 머리카락도 조금 더 길어졌다.게다가 중독된 탓에 사람이 무척 초췌해졌다.도윤은 눈을 가린 붕대를 뜯어내자 지아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였다.지금 지아의 시선도 하늘의 달빛처럼 부드러운지 궁금했다.
도윤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지아의 몸에 밀착하고 다시는 헤어지지 못하게 영혼 깊은 곳에 새길 기세로 그녀를 몇 번이고 품에 끌어안았다.전에는 지아에게서 그런 약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무언가가 느껴졌다.게다가 지금은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몸의 모든 감각이 증폭되었다.원래는 적당히 가볍게 입만 맞추려 했는데, 홍수처럼 밀려오는 감정에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었다.손가락이 지아의 머리 뒤쪽 비녀에 닿아 부드럽게 당겨졌고 풍성한 머릿결이 쏟아지며 그의 손가락을 휩쓸고 지나갔다. 부드럽고 가벼운 그것은 은은한 향기까지 풍겼다.적당히 흘러가는 분위기에 지아도 거절하는 것을 잊은 듯했다.도윤의 손은 점점 더 거침없어졌고 아이를 하나 더 낳은 탓인지 지아는 예전보다 몸매가 더 좋아진 것 같았다.지아는 앞가슴이 서늘해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 개자식이 자신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자신은 악마에게 홀린 듯 그의 손에 휘둘리고 있었다.이성이 돌아온 지아는 도윤을 밀어내며 말했다.“선 넘지 마!”도윤도 그제야 꿈에서 깨어나며 지나치게 충동적으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걸 상기했다. 자칫 이 작은 새가 놀라서 도망이라도 가면 또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우연한 사건으로 지아의 마음속에 아직 자신이 있다는 걸 안 것만으로 충분했다.도윤은 어린 시절 좋아하는 무언가를 사기 위해 힘들게 한 푼 두 푼 모으며, 이따금 유리창 앞에 엎드려 기쁨과 동경이 가득한 채 물건을 집에 가져갈 때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머릿속으로 계산하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는 지아를 놓아주었다.“미안해, 지아야, 너만 보면 나도 모르게 그만.”지아는 매섭게 말했다.“한 번만 더 손대면 경훈 씨한테 맡길 거야.”도윤은 곧바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안돼, 경훈이는 너무 딱딱해서 사람을 잘 돌보지 못해.”“그럼 얌전히 있어.”도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 얌전히 있을게.”혀를 내미는 대형견 사모예드처럼 아무런 공격력이 없었다
아니, 이 개자식이 아예 다른 사람이 됐네?이게 정말 예전과 같은 사람이 맞나? 캐릭터가 전혀 다른데.하지만 아내에 비하면 이미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내가 도망간 마당에 무슨 품위가 필요하겠나.지아의 대답을 듣지 못한 도윤은 곧바로 다시 말을 돌렸다.“미안, 너무 무례한 부탁이지. 못 들은 걸로 하고 얼른 쉬어. 난 혼자서도 괜찮아.”지아는 도윤이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단 걸 알았지만 눈이 멀고 독에 걸리고 뱀굴에 빠진 건 전부 사실이었다.그녀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결국 체념한 듯 이불과 담요를 끌어안고 도윤의 옆자리에 다가가 자리를 폈다.“내가 왔으니까 이제 자도 돼.”“고마워, 지아야.”잠시 후 지아가 막 잠이 들려고 할 때 옆 사람에게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오지 마.”지아는 눈을 떴다.“왜 그래?”그 순간 남자가 이불 속으로 들어왔고, 지아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싸며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지아가 화를 내기도 전에 도윤이 먼저 말했다.“지아야, 뱀, 뱀이 너무 많아.”그 말이 분노의 불길을 잠재우는 비가 되어 지아는 꾹 참고 말했다.“다 지나갔어, 괜찮아.”“하지만 뱀이 기어 오던 그 느낌은 잊을 수가 없어... 지아야, 나 좀 안아주면 안 돼? 네가 안아주면 너만 생각할 테니까.”지아는 할 말을 잃었다.“일부러 그러는 거지?”도윤은 천진한 표정을 지었다.“지아야, 나 무서워.”지아는 의심스러웠지만 도윤이 계속 이렇게 뒤척이면 자신도 잠을 제대로 못 잘 것 같아 조금 더 다가온 뒤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감싸고 손을 등에 올려놓았다.“이제 됐지?”“응.”‘너무 좋지.’지아는 도저히 도윤과 실랑이할 힘이 없어 웅얼거리며 말했다.“빨리 자.”지아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익숙한 품이 왠지 모르게 안정감을 주었다.도윤은 품에 안긴 여자의 호흡이 평온해지자 입꼬리가 미치도록 올라가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뱀을 무서워해?허, 죽음도 무섭지 않은데 그딴 걸 무서워할 리가.처음부터 끝까지 도윤이
소지아가 위암을 확진한 날, 이도윤은 그의 첫사랑과 함께 그녀의 아들과 아동 병원에 있었다.병원 복도에서 임건우는 검사 보고서를 들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지아야, 검사 결과 나왔어. 악성 종양 말기야, 수술 성공하면 5년 생존율은 15~30% 정도고."소지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숄더백 어깨끈을 잡아당겼고, 약간 창백한 작은 얼굴의 표정이 무척 심각했다."선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6개월에서 1년, 사람마다 다르지. 네 상황은 먼저 약물 치료를 두 번 받은 뒤, 수술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렇게 하면 암세포의 확산과 전이의 위험을 막을 수 있거든."소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말했다."고마워요, 선배.""나한테 고맙긴, 내가 바로 입원시켜 줄게.""아니요, 난 치료할 생각이 없어요. 약물 치료 견딜 수 없을 거예요."임건우는 또 몇 마디 더 말하고 싶었지만 소지아는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선배, 이건 일단 비밀로 해줘요. 가족들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소씨네 가문이 파산해서 아버지의 거액의 입원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소지아는 전력을 다해야 했고 이제 또 가족에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알려주는 것은 틀림없이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어 하며 한숨을 쉬었다."걱정 마. 입 꼭 다물고 있을게. 참, 너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네 남편 쪽은.......""선생, 우리 아빠 잘 부탁할게요, 신경 좀 많이 써주세요.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소지아는 이 화제를 언급하고 싶지 않은 듯 그의 대답을 듣지 않고 재빨리 떠났다.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그녀가 대학을 휴학하고 시집갔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었다. 의과 천재는 그렇게 의학계에서 사라져 지금은 만신창이가 되었다.지아의 아버지가 치료를 받는 이 2년 동안, 오직 소지아 만이 바쁘게 그를 돌보았는데, 그녀 자신이 아파서 쓰러졌을 때도 행인이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남편은 그림자조차 보
어두컴컴한 밤, 그녀는 혼자 욕실로 돌아왔다.뜨거운 물은 그녀의 추위를 씻어냈고, 그녀는 빨갛게 부은 눈을 비비며 한 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늑한 인테리어를 한 어린이방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그녀가 가볍게 벨을 흔들자, 오르골의 음악 소리가 방에서 울렸다. 방의 등불은 무척 따스한 불빛이었고, 분명히 아름다운 화면이었지만 소지아는 눈물을 멈출 수 없이 줄줄 흘렸다.아마도 이것이 그녀가 받아야할 벌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잘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하느님은 그녀의 생명을 빼앗으려 했다.소지아는 1.2미터의 어린이 침대에 올라 자신의 온몸을 웅크렸고, 왼쪽 눈의 눈물은 오른쪽 눈으로 흘러내리며 볼에서 미끄러져 몸 아래의 담요를 촉촉하게 적셨다.그녀는 인형을 꼭 안고 중얼거렸다."미안해, 아가야, 모두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너를 잘 보호하지 못했어. 두려워하지 마. 엄마가 곧 갈게."아이가 죽은 후, 그녀의 정신은 줄곧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마치 아름다운 꽃이 나날이 시들어가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 어두운 야경을 보면서 아버지에게 이 돈만 남기면 자신의 아이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튿날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소지아는 이미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고개를 숙여 웨딩 드레스를 입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바라보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그녀는 특별히 위에 좋은 아침을 먹었는데, 비록 오래 살지는 못하지만, 그녀도 가능한 한 좀 더 오래 살아서 아버지를 돌보고 싶었다.소지아는 외출하자마자 병원의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지금 환자분께서 갑자기 심장병이 발작하여 이미 수술실로 들어갔어요.”"곧 갈게요!"소지아는 재빨리 병원으로 달려갔고, 수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지아는 수술실 문밖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기다렸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고, 이제 유일한 희망은 아버지가 건강하게 잘 살아있는 것이다.이때 옆에 있던 간호사가 비용 명세서를 그녀에게 건네
백채원은 하얀 고급 캐시미어 외투를 입고 있었고, 귀에 있는 호주 백진주는 그녀를 부드럽고 기품 있도록 돋보이게 했다.그녀의 목에 있는 숄만 해도 수백만 원 했고, 점원은 그녀를 보자마자 얼른 맞이했다."사모님, 오늘 대표님께서 함께 주얼리 보러 오시지 않았어요?""사모님, 가게에 또 신상이 들어왔는데, 다 사모님과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사모님, 지난번에 말씀하신 비취가 도착했는데, 이따가 한 번 써보세요. 사모님 피부색과 아주 잘 어울릴 거예요."점원이 사모님 사모님 하자 백채원은 미소를 지으며 소지아를 쳐다보았고, 눈빛으로 득의양양하게 자신의 승리를 선포했다.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도윤이 그녀를 무척 총애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소지아가 그의 명실상부한 아내라는 것을 몰랐다.소지아는 두 손을 주먹으로 꼭 쥐었다. 왜 하필 가장 낭패할 때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일까?백채원은 부드럽게 물었다."이렇게 좋은 재질의 반지를 가지고 와서 돈을 바꾸면, 적지 않은 손실을 볼 거 같은데요."소지아는 손을 뻗어 반지를 빼앗아왔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안 팔래요.""안 판다고요? 정말 아쉽네요. 난 이 반지를 매우 좋아하는데, 우리가 아는 것을 봐서, 비싼 값에 사려고 했어요. 소지아 씨는 돈이 부족하지 않나요?"소지아의 손은 제자리에 굳어졌다. 그렇다, 그녀는 돈이 부족했다. 그것도 엄청. 백채원은 이 점을 알고 거리낌 없이 그녀를 짓밟았다.옆에 있던 점원은 얼른 충고했다."아가씨, 이 분은 이씨 그룹 대표님의 약혼녀인데, 어렵게 아가씨의 반지가 마음에 든 이상, 기필코 아가씨에게 높은 가격을 제시할 거예요. 이렇게 하면 아가씨도 우리 쪽의 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돈을 받을 수 있죠."사모님이란 호칭은 무척 귀에 거슬렸다. 분명히 1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절대로 그와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며 그녀가 이런 마음 먹지 못하게 했다.겨우 1년이라는 시간에, 사람들은 이미 백채원의 신분을 알게 되었고, 소지아는 더욱
변진희는 소지아가 8살 때 떠났다. 그날은 소계훈의 생일이었는데, 그녀는 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생일을 보내려고 기뻐했다. 그러나 돌아가자 본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 합의서였다.소지아는 그녀를 쫓기 위해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고, 신발이 떨어져도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변진희의 다리를 안고 끊임없이 울부짖었다."엄마, 가지 마요!"고귀한 여자는 그녀의 앳된 볼을 쓰다듬었다. "미안.""엄마, 나 이번에 전교 일등을 했는데, 아직 내 시험지를 보지 않았잖아요. 엄마 사인해야 된단 말이에요.""엄마, 날 떠나지 마요, 나 말 잘 들을게요, 앞으로 놀이동산에 가지 않고 더 이상 엄마 화나게 하지 않을 게요, 말 들을 테니까 제발......."그녀는 당황하여 자신의 아쉬움을 표현하며 여자가 남아 있기를 바랐다. 변진희는 단지 그녀에게 자신과 아버지의 혼인은 행복하지 않았으며, 지금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말했다.소지아는 낯선 아저씨가 그녀를 대신해서 트렁크를 차에 실은 뒤 손을 잡고 떠난 것을 보았다.그리고 그녀는 맨발로 땅에 넘어질 때까지 수백 미터를 쫓아갔고, 무릎과 발바닥은 모두 상처였으며, 그녀는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차가 떠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때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커서야 엄마가 바람을 피웠다가 아버지에게 들켰다는 것을 알고 아예 이혼을 제기하고 홀몸으로 나가 그녀를 포함한 모든 재산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십여 년 동안 소지아는 변진희를 연락한 적이 없었고, 그녀는 평생 다시는 변진희를 만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그러나 운명은 정말 아이러니했다. 결국 자신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다니.목이 메며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변진희도 그녀의 마음을 알고 스스로 일어나 그녀를 자신의 곁으로 끌고 앉혔다."나는 네가 나 미워하는 거 알아. 그때 너는 너무 어렸고, 많은 일들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었어. 엄마는 다 설명할 수 없었어."변진희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