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잠이 오지 않았는데 유남준이 침대에 눕자 박민정은 더욱 정신이 들었다.박민정은 몸을 침대 가장 자리로 움직였다.그런데 갑자기 손이 잡히자 곧바로 자는 척하면서 눈을 감았다.유남준은 박민정의 작은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만졌다.박민정은 눈을 꼭 감은 채 한참 지나서야 유남준이 앞을 못 본 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금 눈을 떠도 유남준은 자신이 정말 잠든 것인지 모를 것이다.그래서 박민정은 눈을 천천히 떴다.그러자 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유남준은 어느새 일어나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유남준의 박민정의 이마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고개를 숙였다.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고 유남준은 그녀의 이마에 살며시 키스했다.박민정의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었다.유남준은 다른 움직임 없이 다시 누워서 조심스럽게 박민정을 가까이 끌어당겼다.그녀의 얼굴 상처를 건드릴까 봐 걱정돼서 그런지 예전처럼 꽉 끌어안지는 않았다.박민정은 그동안 유남준이 기억을 잃은 덕분에 그가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한참 지나 박민정은 드디어 잠들었다. 하지만 낮에 겪었던 일 때문이지 깊게 편하게 자지는 못하고 얼마 지난지 않아 놀라면서 잠에서 깼다.“예찬아...”유남준도 깊이 잠들지 않은 상태라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괜찮아. 예찬이 무사히 돌아왔어.”그제야 박민정은 안심하면서 다시 잠들었다.밤새 깊이 잠들지 못한 박민정은 몇 번이나 유남준의 손을 꽉 잡았다.“남준 씨.”“응. 나 여기 있어.”유남준이 대답했다.박민정은 이 장면이 유난히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문득 이지원의 남자 친구에게 공격당했을 때가 떠올랐다.그때도 누군가가 옆에 있다며 자신을 안심시켰었다.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을 잡았을 때 손등에 흉터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아해했다.“손등에 왜 흉터가 있어요?”전에 유남준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예찬 납치 사건이 인기 검색어에 오른 후로 박예찬은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많은 네티즌들이 이 아이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는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사람들은 의아해했다.[아이가 너무 차분해서 마음이 가네요. 이름이 뭐예요? 이 아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저도요. 아이의 외모가 연예인 같아요.][연예인들보다 더 잘생겼네요. 이제 크면 엄청나겠는데요.]...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 덕분에 박예찬의 이름은 또 한번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조하랑은 일할 때 박예찬에 관한 기사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내가 예찬이 얼굴 먹힐 거라고 했지. 그런데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관심 가질 줄은 몰랐네. 슈퍼 스타 에리가 귀국한 기사보다 반응이 더 뜨거워?! 대박!”조하랑은 점심에 집으로 돌아가 박예찬에게 보여주었다.그러나 박예찬은 뉴스를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하랑 이모, 이런 거 신경 쓸 시간 있으면 차라리 어떻게 해야 더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봐요.”박예찬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물가 높은 진주시에서 고작 그 정도 월급으로 어떻게 살아가요?”말을 마친 박예찬은 조하랑의 어깨를 토닥이며 덧붙였다.“지금 아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정말 김씨 가문 돈만 쓸 거예요?”조하랑은 어린아이에게 혼이 난 기분이 들었다.박예찬은 전혀 어제 납치당했던 아이 같지 않고 어린 악마 같았다.보통 아이들은 어제의 상황을 겪고 아직까지 겁에 떨며 울었을 것이다.그런데 오히려 어젯밤에 악몽을 꾼 사람은 조하랑이었고 잠에 서 깨 박예찬의 방으로 뛰어갔을 때 박예찬이 조하랑을 안심시켰다.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는지, 죽으면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지 하면서 말이다.“나도 열심히 일하고 싶어. 그런데 공무원이 어떻게 큰 돈을 벌어. 내가 네 엄마처럼 작곡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조하랑은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했고 주목받는 사람이 아닌 그럭저럭 살기만을 바랐다.하지만 박예찬은 조하랑처럼 의미
다음 날, 공항에서.에리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정아, 나 왔어. 두 아이 데리고 나와서 나를 위해 환영식 해 주지 않을래?”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 만약 두 아이를 데리고 에리를 마중하러 공항으로 가면 에리는 악플을 받을 것이다.게다가 에리에게는 많은 여자 팬이 있는데 자신도 그 팬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이다.“너 오면 다시 보자.”박민정은 전화를 끊었다....유남준이 새로 설립한 IM 그룹에서.서다희는 에리에 관한 자료를 유남준에게 건넸다.“대표님, 에리라는 분은 혼혈입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고 있더라고요. 남자 여자 팬 비례가 균등해서 저희 회사 제품 모델로 적합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에리 씨를 있으면 진주시의 많은 사람들이 저희 IM 그룹을 알게 될 겁니다.”유남준은 서다희의 말에 동의하며 그더러 에리를 설득하여 계약을 맺을 방법을 생각하라고 했다.그리고 한참 있다가 유남준이 서다희에게 물었다.“그때 친자 확인 검사할 때 확실히 다른 사람이 개입한 적 없지?”서다희는 그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유일하게 조작 가능한 건 윤우의 칫솔밖에 없습니다.”“그럼 다른 사람이 칫솔을 바꿨을 가능성은 없어?”“윤우가 직접 바꾸지 않는 한 도우미들은 과거가 깨끗한 사람들이라 그런 짓은 안 할 겁니다.”이 한 마디에 서다희조차도 의심이 생겼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엔 절대 문제가 없을 겁니다. 제가 세 개나 준비해서 각기 다른 병원에 검사를 맡겼거든요.”그제야 유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서다희는 유남준의 사무실에서 나온 후 부하 직원을 시켜 에리를 회사 모델로 요청하게 했다.원래 돈으로 해결 못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예상치 못 하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서 비서님, 에리는 귀국하자마자 저희 회사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의 러브콜을 받았는데 다 거절했다고 합니다. 자유를 추구하는 주의라 어느 회사와도 계약을 체결하고 싶지 않고 아무리 돈을 많이 줘
에리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확실히 좋은 사람이었다. 그때 박민정의 응원과 곡이 없었다면 에리는 아직도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지 못했을 것이다.매니저가 나간 후 에리는 서둘러 아버지에게 한수민 암 진단서 위조 사건에 대해 물었다.에리의 아버지는 이미 사람을 통해 한수민의 진단서가 실제로 본인의 진단서가 아니란 것을 알아냈다고 했다.“잘됐네요. 그 증거들을 저에게 보내주세요.”“너한테 줄 수는 있는데, 넌 언제 며느리를 데려올 거냐?”에리의 아버지가 물었다.그러자 에리는 갑자기 풀이 죽었다.어머니는 요리를 식탁으로 옮기며 웃었다.“인터넷에 우리 에리에게 시집오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많던데 사실은 한 명도 집에 못 데려올 줄은 누가 알았을까.”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연예인은 연애 안 해요.”에리가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에리의 아버지는 그에게 증거를 보내주었다.그 날 밤, 에리는 바로 그 증거들을 박민정에게 보냈고 박민정은 연신 고맙다고 했다.“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밥 사.”“좋아. 내일 살게. 시간 괜찮아?”“당연히 괜찮지.”박민정은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는 유남준은 그녀가 누구와 통화했길래 이렇게 기뻐하는지 궁금했다.“하랑 씨랑 통화했어?”유남준이 물었다.“아니요. 다른 친구예요.”박민정은 유남준의 물음에 대답하고 박윤우에게 당부했다.“윤우야, 내일 엄마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갈 거야. 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집에 있어, 알겠지?”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박민정은 변호사에게 증거를 보낸 후 일찍 잠들었다.하지만 유남준은 잠을 자지 못 했다.조금 전에 박민정과 통화한 사람의 목소리가 여자 같지는 않아서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사했다가 박민정이 알면 화를 낼 것 같았다.이튿 날 아침 일찍 박민정은 집을 나섰고 정민기가 차를 몰고 그녀를 데려다 주었다.유남준은 찝찝한 마음으로 회사에
박민정은 에리에게 자신의 근황에 대해 간단히 말하고 다른 것들은 말하지 않았다.식사 후 에리는 박민정을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나 혼자 갈 수 있어. 네 팬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박민정은 바로 거절했다.박민정은 연예인의 친구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걱정하지 마. 내가 꽁꽁 싸매서 누구도 날 알아보지 못 할 거야.”에리는 박민정이 지금 어디서 지내느지 알고 싶었다.박민정은 몇 번이나 거절해도 에리가 고집을 굽히지 않자 할 수 없이 받아들였다.“그럼 그렇게 해.”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다.에리는 서둘러 박민정의 앞에 섰고 눈보라가 그에게만 닥쳤다.에리는 웃으며 말했다.“진주에 이렇게 큰 눈이 내릴 줄은 몰랐네. 나 돌아오기 전에 바닷가에 갔었는데 거긴 엄청 따뜻했어.”에리는 아주 밝은 사람이다.박민정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가끔씩 대답하곤 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차에 탔다. 하지만 박민정은 내리는 눈 속에 검은색 마이바흐가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정민기가 차를 몰면서 그들 뒤를 따랐고 마이바흐에 앉아 있는 유남준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저 남자 어떻게 생겼어?”“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젊은 사람 같습니다.”서다희가 말했다.유남준의 기분이 매우 안 좋다고 생각한 서다희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잘생기진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선글라스랑 마스크를 썼을까요.”그러자 유남준의 기분이 살짝 나아졌다. 아주 살짝 말이다.“민정이에게 국내에 연지석 말고 다른 남자 없었다며?”서다희는 다소 억울했다.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조사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유남준의 뜻은 박민정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남자를 다 조사해야 한다는 말인가?‘어휴.’서다희는 유남준 몰래 한숨을 쉬었다.“대표님, 사실 여자들에게 남사친이 한 두 명 있는 건 이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 여자 친구한테도 남자 절친이 있거든요.”하지만 그 남자 절친을 언급하자 서다희는 이를
“우리 사이는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야.”박민정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에리도 더는 캐물을 수가 없었다.“괜찮아.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응.”“그럼 나 먼저 간다. 다음엔 예찬이랑 윤우도 꼭 데려와.”박예찬과 박윤우도 에리를 참 좋아했고 에리도 두 아이를 좋아했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에리가 가고 정민기가 차에서 내려 박민정을 향해 걸어오더니 새로운 소식을 알렸다.“내가 얻은 정보가 맞다면 예찬이를 납치한 사람 윤소현과 관련될 가능성이 많아요.”“윤소현이요?”박민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윤소현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윤소현은 박민정과 혈연관계가 있었다. 윤소현이 박민정을 미워한다면 아마도 그녀가 유남우와 몇 번 만난 것밖에 없을 것이다.“확실해요?”박민정이 되물었다.“내가 조사한 바로는 예찬이가 그린 그림에 정호철이라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 사람 정수미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에요. 지금은 이미 해외로 도주한 상태고요.”정민기가 대답했다.정수미.박민정은 전에 정수미가 그녀를 협박했던 게 떠올랐다.“알았어요. 일단 이 일은 비밀로 해요.”정씨 집안은 확실히 실력이 있었다. 아이를 데려간 후로 김씨 가문에서 밤새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정수미는 박민정이 상대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정수미가 범인이라는 걸 알아도 당장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네.”정민기도 이를 꿰뚫고 있었다.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모든 걸 드러내기보다는 일단 상대가 모르게 숨기는 게 낫다....유씨 가문과 김씨 가문도 이내 정씨 가문이 한 짓임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정씨 가문과 유씨 가문은 혼인으로 맺어진 사이기에 대놓고 싸울 수는 없었다. 아이만 괜찮으면 정씨 집안을 문제 삼기가 애매했다.유명훈도 유남준에게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정수미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러면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다.유남준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박윤우는 잠깐 고민하더니 유남준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간단해요. 아저씨가 새로 세운 회사로 데려가 줘요.”유남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회사 가서 뭐하게?”“그냥요. 아저씨 회사가 얼마나 큰지 보게.”박윤우가 관찰한 데 의하면 박민정이 유남준을 받아줄 가능성이 커 보였다. 만약 유남준과 같이 살아야 한다면 먼저 유남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력이 그저 그렇다면 그는 박민정이 유남준을 만나는 걸 반대할 생각이었다.“그래, 내일 데려가 줄게. 말해봐.”유남준은 박윤우가 무슨 꿍꿍이인지 몰랐다.박윤우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오늘 엄마랑 만난 사람 에리 삼촌이에요. 엄마가 외국에서 구제해 준 가수였는데 지금은 엄청 핫한 글로벌 스타가 됐죠.”글로벌 스타? 에리?유남준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었다.낮에 서다희가 알려주긴 했지만 연예인 이름이라 따로 기억하지는 않았다.“아저씨, 에리 삼촌 진짜 잘생겼어요. 엄마가 그러는데 혼혈이래요. 혼혈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외국인과 내국인이 같이 아이를 낳으면 되게 예쁜 애가 나온다고 티브이에서 그랬어요.”유남준이 이를 듣더니 코웃음 쳤다.“티브이에서 하는 말 다 믿으면 안 돼. 노새가 뭔지 알아?”박윤우는 의문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동물 아니에요?”“노새가 바로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나온 동물이야. 당나귀보다 크고 말보다는 착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그게 뭔데요?”박윤우가 궁금해했다.“아기 노새를 낳지 못한다는 거지.”박윤우는 똘똘한 편이었기에 유남준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에리는 예쁜 아이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박윤우는 유남준이 이런 독설을 하고도 벌받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게 기적이라고 생각했다.유남준이 다시 걸음을 옮기다가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에리랑 나랑 누가 더 잘생겼어?”박윤우가 한참 멍해 있더니 끝없이 쫑알거리기 시작했다.“아저씨랑 에리 삼촌은 다 잘생겼는데 잘생긴 포인트가 달라
사실 유남준은 박민정이 외국에서 전문적인 작곡가로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민정은 유남준이 아직 눈치챘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사실 박민정이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 유남준이 꾹 참고 물어보지 않는 것이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이 두 번이나 거절하자 정말 그 연하남에게 홀린 게 아닌지 걱정했다.이튿날, 날이 밝기도 전에 유남준은 회사로 나가 서다희에게 에리라는 연예인을 조사하라고 했다. 그렇게 유남준은 박윤우를 회사에 데리고 오겠다는 약속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서다희는 어안이 벙벙했다.“대표님, 에리 최근에 귀국한 스타예요. 우리 회사로 초대할 예정이었는데?”유남준은 그제야 왜 에리라는 이름이 그렇게 익숙했는지 떠올랐다.“진척은 있어?”서다희가 솔직하게 대답했다.“에리는 다른 남자 연예인과 달랐어요. 아직 뭘 원하는지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자유로운 걸 좋아하고 속박받기 싫다면서 거절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미 사람을 보내 조사하고 있으니 취미 생활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유남준은 에리를 데려올 수 있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서다희가 멈칫하더니 에리의 근황을 줄줄 읊었다.“현재 남녀를 막론하고 SNS 팬만 5,000만이 넘어요. 트위터는 거의 억이 넘는 팔로워가 있고요. 데이터가 조금 진실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같은 연령대의 다른 남자 연예인들과 비겨도 에리처럼 팬덤이 막강한 사람은 없어요.”유남준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우리 회사에서 직접 에리와 같은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을 만들어내려면 얼마나 걸릴까요?”“최소 3년은 걸릴걸요? 근데 시간과 정력이 너무 많이 걸려요.”서다희가 의문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이 언제부터 연예인을 만드는 데에 신경 쓰기 시작한 거지?’유남준은 일할 때 효율을 따지는 편이었다. 어느 연예인의 가치가 높으면 바로 데려오는 식으로 말이다.“생긴 건 어때요?”유남준이 물었다.“빼어나죠. 개인적으로 국내의 그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