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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유남준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민정아...”

“해명할 필요 없어요. 당신 말이 맞으니까.”

박민정은 화나지 않았다. 유남준이 진실을 알아버린 게 아니란 걸 알고 오히려 조금 전까지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그렇지만 당신 돈으로 예찬이랑 윤우 키울 필요는 없어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그녀한테는 두 아이를 키울 돈이 충분하다.

다른 남자의 아들을 키워준다고 했던 유남준의 말은 물질적인 방면을 가리킨 게 아니었다. 설명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몰라 생각을 고르던 중, 박민정이 앞으로 걸어오며 윤우의 손을 잡았다.

“이만 집에 돌아가요, 우리.”

윤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건수를 하나 만들었는데 엄마는 왜 따지지도 않는걸까.

‘안 돼. 쓰레기 아빠의 아들이 그냥 될 순 없어.’

“엄마, 나 너무 피곤해. 여기서 좀 쉬었다 가면 안 돼? 지금 차를 못 탈 거 같아.”

윤우는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시늉을 했다. 그러자 박민정은 즉시 웅크리고 앉아 그의 상태를 살폈다.

“왜? 어디가 아픈 거야?”

윤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까 아저씨가 날 들고 이리저리 다니는 바람에 머리가 좀 어지러워. 우웩... 속이 안 좋아. 좀 누워서 쉬고 싶어, 어떡하지?”

윤우가 불쌍한 척하는 모습에 유남준은 기가 막혔다.

‘이 녀석, 예찬이보다 더 꼴통인데? 쩍하면 연기하네.’

“내 방에 데려가 쉬게 해.”

유남준이 말하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우를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유남준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안을게.”

그리고 박민정이 수락하기도 전에 윤우의 뒷덜미를 잡는 대신 들쳐 안았다.

그걸 보자 박민정은 그를 막지 않고 당부만 했다.

“조심해요. 아까처럼 걔 멜빵바지 잡고 다니지 말고요.”

키 큰 유남준이 방금 윤우의 덜미를 잡고 다닐 때는 마치 작은 돼지 한 마리를 손에 잡은 것만 같았다. 그의 손에서 흔들거리다 보니 어지러울 만도 했다.

윤우는 품에 안기자마자 유남준의 앞섶을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 천천히 부드럽게 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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