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08화

작가: 윤지
유남준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민정아...”

“해명할 필요 없어요. 당신 말이 맞으니까.”

박민정은 화나지 않았다. 유남준이 진실을 알아버린 게 아니란 걸 알고 오히려 조금 전까지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그렇지만 당신 돈으로 예찬이랑 윤우 키울 필요는 없어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그녀한테는 두 아이를 키울 돈이 충분하다.

다른 남자의 아들을 키워준다고 했던 유남준의 말은 물질적인 방면을 가리킨 게 아니었다. 설명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몰라 생각을 고르던 중, 박민정이 앞으로 걸어오며 윤우의 손을 잡았다.

“이만 집에 돌아가요, 우리.”

윤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건수를 하나 만들었는데 엄마는 왜 따지지도 않는걸까.

‘안 돼. 쓰레기 아빠의 아들이 그냥 될 순 없어.’

“엄마, 나 너무 피곤해. 여기서 좀 쉬었다 가면 안 돼? 지금 차를 못 탈 거 같아.”

윤우는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시늉을 했다. 그러자 박민정은 즉시 웅크리고 앉아 그의 상태를 살폈다.

“왜? 어디가 아픈 거야?”

윤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까 아저씨가 날 들고 이리저리 다니는 바람에 머리가 좀 어지러워. 우웩... 속이 안 좋아. 좀 누워서 쉬고 싶어, 어떡하지?”

윤우가 불쌍한 척하는 모습에 유남준은 기가 막혔다.

‘이 녀석, 예찬이보다 더 꼴통인데? 쩍하면 연기하네.’

“내 방에 데려가 쉬게 해.”

유남준이 말하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우를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유남준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안을게.”

그리고 박민정이 수락하기도 전에 윤우의 뒷덜미를 잡는 대신 들쳐 안았다.

그걸 보자 박민정은 그를 막지 않고 당부만 했다.

“조심해요. 아까처럼 걔 멜빵바지 잡고 다니지 말고요.”

키 큰 유남준이 방금 윤우의 덜미를 잡고 다닐 때는 마치 작은 돼지 한 마리를 손에 잡은 것만 같았다. 그의 손에서 흔들거리다 보니 어지러울 만도 했다.

윤우는 품에 안기자마자 유남준의 앞섶을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 천천히 부드럽게 가주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09화

    그녀의 얘기를 듣고 유남준은 비로소 안심했다.“돌아오기 전에 내 처소에 있는 모든 물건은 볼펜 한 자루라도 위치를 바꾸지 말라고얘기를 해뒀어. 그리고 나머지는 다 기억으로 해낸 거야.”그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사방을 둘러보니 역시나 질서정연하고 물체의 위치가 그전과 똑같았다.그렇다 해도 그녀는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볼 수 없다고 했을 때 유남준처럼 앞을 훤히 내다보는 것처럼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이 세계의 통치자가 되지 않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지도자인 것이다.“당신 정말 대단해요.”박민정은 감탄이 진심으로 우러나왔다..그녀의 칭찬을 들어본 지가 꽤 오래되었는데 불현듯 듣게 되니 유남준은 저도 몰래 입꼬리가 올라가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하... 바보...”공기 중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박민정은 얼굴이 왠지 모르게 붉게 물들었다.“... 이거 놔요. 여기 좀... 닦아야겠어요.”“그래.”유남준은 순순히 손을 놔주었다. 그가 아주 잠깐 쥐었지만 손바닥은 땀이 날 정도로 뜨거웠다.박민정은 별생각 없이 대걸레를 가져와 바닥의 물을 닦았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유남준은 통창 앞에 서 있었는데, 그의 커다란 몸집이 비춰들어 오는 햇빛을 반 이상 가리고 있었다.이윽고 햇빛을 등지고 돌아서는 유남준의 얼굴은 서늘하면서도 귀티가 좔좔 흘렀다.그가 뭐라 말하려고 입술을 벌리는 순간, 문어귀에서 사용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큰 도련님, 작은 사모님.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고영란은 이미 사용인 몇 명을 이끌고 들어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윤우는 어디 갔어?”“위층에 있어요. 자요, 지금.”유남준의 대답을 듣자 고영란은 소파에 앉았다.“그러면 여기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그다음 순간, 유남준은 그녀의 좋은 기분을 엉망으로 망가뜨렸다.“윤우는 내 아들이 아니에요.”고영란은 얼떨떨해져서 물었다.“뭐라고 했니, 방금?”유남준한테서 더 이상의 설명이 없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0화

    방 안에 있는 유남준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아내가 바람을 피우든 말든 개의치 않아 하는 남자는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타임 슬립을 하지 않는 이상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어찌할 방법도 없다.이제 그가 원하는 건 오직 박민정을 곁에 두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두 아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연지석은 그냥 해외에서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고 그가 윤우와 예찬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모두 기억 상실 때문일 거라고 여겼다. 잠든 것이 아닌 윤우는 아래층의 기척을 듣고 몰래 내려가서 아까의 장면을 전부 목격했다.할머니가 사납긴 했지만 쓰레기 아빠가 그녀한테 바보라고 욕먹는 걸 보고 윤우는 기분이 마냥 즐거웠다.“엄마.”윤우는 막 깨어난 것처럼 두 눈을 비볐다.박민정은 윤우의 부름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봤다.“왜, 잠에서 깼어?”“누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깼어.”윤우는 말하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시끄럽게 해서 미안해.”“괜찮아.”윤우는 아래층 거실 소파에 앉아서 물었다.“엄마, 우리 오늘 여기서 자면 안 돼?”“왜?”“멀미가 나는데 아직도 좀 어지러워. 내일에야 나을 거 같아.”“그래, 그러면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집에 돌아가자.”윤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 엄마.”말을 마치고 윤우는 또 일부러 유남준 앞에서 박민정한테 뽀뽀를 했다.윤우와 같은 귀엽고 활발한 아들내미가 있어 박민정은 우울할 틈이 없었다. 고영란 때문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윤우는 혼자 위층 어린이 방으로 향했다.유씨 집안은 역시 대단한 집안이었다. 유남준이 결혼하기 전부터 이미 그가 살 곳의 모든 인테리어를 마쳤다. 박민정은 위층 어린이 방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어린 윤우는 이곳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았다.이때 유남준이 그녀 옆으로 와서 말했다.“민정아, 나 일이 있어서 좀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1화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차가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유남준은 물었다.“새해인데 당연히 즐겁게 기분 전환하러 가야지.”예전 이맘때쯤이면 김인우 등 부잣집 도련님들은 모두 제호 클럽에서 밤을 새웠다.“차 돌려.”김인우한테 무슨 큰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걸 알고 유남준은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는 이제 박민정과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중요했다.김인우는 기사한테 차를 돌리라고 했다.“왜, 형수님 곁에 딱 붙어 있으려고?”그가 박민정을 부르는 호칭은 귀머거리에서 형수님으로 바뀌었다.유남준도 의외라고 생각지 않았다.“그게 아니면? 너도 제수씨 곁에 붙어있어.”조하랑과 박민정은 절친이므로 김인우가 조하랑과 잘 되면 앞으로 자신과 박민정의 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그러나 조하랑과 같이 있으라는 말을 듣자마자 김인우는 인상을 찌푸렸다.“됐어. 나도 너랑 같이 형수님 보러 갈래.”“...”감히 유남준 앞에서 이런 말을 뱉을 수 있는 사람은 김인우밖에 없다.차가 유유히 유씨 집안 저택으로 들어갔다.김인우는 박민정뿐만 아니라 그 아이도 보고 싶었다.“남준아, 형수님이 너 떠나기 전에 임신한 거야?”그의 기억으로 5년 전, 박민정이 떠나기 전에 검사 결과에는 임신이라고 적혀있었다.유남준은 순간 침묵했고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넌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김인우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집 앞에 도착하자 얼른 들어가려고 했으나 유남준은 그를 덥석 잡아당겼다.“넌 이제 그만 돌아가.”“왜?”“우리 한 식구가 집에 있는데 네가 오면 불편해.”“불편할 게 뭐야. 난 아이만 보고 갈 거야.”김인우는 철면피를 깔고 계속 집 안으로 들어왔다.방에서 책을 보던 박민정이 기척을 듣고 거실로 나왔다.시선이 김인우한테 떨어지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냉기가 흘렀다.김인우는 그녀를 보자 꼿꼿이 서서 인사를 했다.“형수님, 안녕하세요.”형수님이라는 소리에 박민정은 좀 어리둥절했다.“김 이사님, 그렇게 부르지 마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2화

    김은우가 내민 손이 허공에 멈췄다. 그는 한참 뒤에야 손을 거둬들였다.“저...”박민정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김인우는 따라가서 사과하고 싶었으나 유남준이 그를 잡아끌었다.“넌 왜 날 잡아당겨?”유남준의 얇은 입술이 열렸다.“사과는 나중에 다시 해.”정월 초하루부터 김인우 때문에 분위기를 다 망치고 싶지 않았다.김인우도 그의 말을 듣고 너무 서두르면 안 될 거 같아 대답했다.“그래, 알았어.”박민정의 아들도 만나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떠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그럼 나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다음에 다시 올게.”“응, 그래.”김인우는 차를 타고 떠났다.박민정은 방으로 돌아와 소파에 누워 책을 계속 읽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유남준이 돌아오자 물었다.“아까 일이 있다던 게 김인우 씨 일이에요?”유남준은 아까부터 김인우 때문에 자신이 연루될까 봐 걱정했는데 박민정이 이렇게 묻자 바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김인우와의 연관을 끊어냈다.“난 인우가 뭘 말하려는지 몰랐어.”박민정은 책을 덮고 정색하여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됐어요. 난 김인우 씨랑은 친하게 못 지내요, 적어도 지금은 불가능해요.”유남준이 누구와 친구를 사귀는가 하는 것은 그의 자유지만, 그녀도 나름 친구 사귀는 기준이 있다.유남준은 곁에 앉으며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응, 그래. 다 네 말대로 해.”유남준의 품에 안긴 박민정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가 이내 그의 손을 떼어냈다.“책 읽어야겠어요.”“무슨 책을 보는데?”유남준은 계속 그녀를 품속에 끌어안은 채 물었다.“그냥 법률에 관한 책인데 당신 서재에서 가져온 거예요.”유남준의 서재에는 여러 분야의 서적이 골고루 들어있어 작은 도서관을 방불케 했다.한수민이 아직 구속되어 판결을 내리지 않은 상태고, 박씨 집안의 재산도 되찾으려면 법률 지식을 좀 알아둬야 할 것 같았다.“한수민 때문에 그래? 내가 전문 변호사팀을 알아봐 줘?”“아뇨,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박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3화

    박민정이 들어올 때부터 유남우의 눈길은 한시도 그녀를 떠난 적이 없었다.그는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나더니 인사를 건넸다.“형님, 형수님. 안녕하세요.”박민정은 그에게 예의 바른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모습을 지켜보는 윤소현은 너무나도 거슬렸지만 간신히 화를 억누르고 유남우를 따라인사했다.“형수님, 형님. 또 뵙네요.”유남준은 그녀의 인사를 무시하고 박민정이 앉자 그녀의 옆에 앉았다.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는 자리라 박민정은 윤소현의 체면을 구기지 않고 짧게 인사를 받아줬다.윤소현은 의자에 다시 앉으면서 일부러 유남우의 팔짱을 꼈다.“남우 씨, 형님네 아들 참 귀엽게 생겼다, 그렇지 않아요?”유남우의 팔이 뻣뻣해지더니 눈가에 혐오감이 스쳤다.그는 소리 없이 윤소현의 손을 빼내며 시선을 윤우한테 돌렸다. 윤우는 정말 형님과 많이 닮아있었다.고영란도 윤우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박민정이 비록 윤우가 유남준의 아들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연지석의 아들이라면 왜 한 명은 조하랑과 같이 있고 한 명은 박민정과 같이 있겠는가.게다가 예찬이는 성이 박씨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윤우야, 이리 와. 할머니 옆에 와서 앉아.”고영란이 모처럼 자상한 얼굴로 얘기했다. 하지만 윤우는 그 말을 듣더니 조그마한 입으로 폭탄을 터트렸다.“누구세요? 우리 할머니는 돌아가셨는데요?”순간 다이닝룸의 분위기가 싸해졌고 고영란의 상냥한 얼굴은 굳어버렸다.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박민정한테 떨궈졌다.“네가 가르쳤니? 내가 죽었다고 저주한 거야?”박민정은 난데없이 누명을 쓴 꼴이 되었다. 윤우가 말하는 할머니가 은정숙을 가리킨 것이라고 해명하려고 하는데 윤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기요, 어르신. 우리 엄마한테 왜 그래요? 제 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사실인데, 제 할머니도 아니면서 왜 엄마가 어르신을 저주했다고 그러는데요?”어르신이라니...고영란은 태어나서 아직 어르신이라는 호칭은 난생처음이었다.“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4화

    최현아는 그 상황을 보고 말리는 척했다.“지훈아, 동생한테 좀 양보해.”하지만 지훈이는 척하는 게 뭔지, 눈치를 살피는 게 뭔지를 전혀 모르고 오직 자신의 물건이 남한테 뺏기면 안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지훈이는 의자에서 내려와 윤우 곁으로 달려가더니 그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너 내려와!”전에 예찬이한테 얻어맞은 적이 있어, 그와 너무 닮은 윤우한테도 지훈이는 감히 손찌검을 하지 못했다.“얼른 내려오라니까, 이 굴러먹다 온 놈이!”말끝마다 굴러먹다 온 놈이라고 하는 통에 박민정은 듣기 거슬려 손을 그러쥐었다.최현아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말리지 않았다.유명훈은 마지못해 사용인에게 말했다.“가서 의자 하나 더 가져와서 내 옆에 갖다 놔.”“싫어요. 난 꼭 이 의자에 앉을 거예요!”총애를 듬뿍 받고 자란 지훈이는 막무가내였다. 반드시 윤우가 앉은 의자에 앉고야 말겠다고 심통을 부렸다.박민정은 더는 보다 못해 윤우를 불렀다.“윤우야, 엄마 옆에 와서 앉아.”“응, 알았어.”윤우는 바로 의자에서 내려오며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훈이를 보며 말했다.“너 나보다 작지? 내가 양보할게. 형이 동생한테 양보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이 말은 최현아가 아까 한 말에 대한 반격이었다.부잣집에서 장손의 위치는 그 뒤에 태어난 아이들과 다른 법이다.최현아는 얼굴색을 확 달리했다.“윤우야, 너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우리 지훈이가 너보다 좀 커. 네가 형이라고 불러야 해.”“얘가 나보다 커요?”윤우는 어리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유치해요? 의자 하나 가지고.”최현아는 순간 목구멍에 솜이 들어찬 것만 같았다.유명훈은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맞다, 윤우야. 그냥 의자일 뿐이야, 싸울 거 없어. 네가 지훈이보다 더 커 보이는구나. 자, 할아버지 곁에 앉아. 엄마한테로 갈 거 없어.”윤우는 박민정한테 눈길로 동의를 구했고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유명훈의 다른 한쪽에 앉았다.지훈이는 자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5화

    식탁 앞에 있던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지훈이가 이기적이라고 대놓고 욕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자기 자식이 욕먹는 건 내키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자기 아들보다 더 어린아이라서 최현아도 뭐라고 꾸짖기 난감했다.지훈이도 제멋대로 굴긴 하지만 아주 멍청이는 아니라 윤우가 자신을 욕하는 걸 알아듣고 발끈하였다.“이 촌구석에 굴러다니던 자식이 감히 날 욕해?!”윤우는 불난 집에 키질하듯 계속 입을 놀렸다.“화내지 마. 난 사실대로 말한 것뿐인데?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예의범절을 안 가르쳐줬어?”박민정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외출하기 전 윤우한테 특별히 말을 적게 하라고 당부했었는데...두 아이의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 수가 없어 박민정은 윤우한테 말을 그만하라고 눈짓만 자꾸 했다.그러나 윤우는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지훈이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아니꼬우면 달려들어 보든가, 하는 의미의 표정을 날렸다.예찬이와 같은 얼굴의 윤우를 보며 지훈이는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하여 손에 있는 젓가락을 윤우를 향해 내던졌는데 조준을 잘못하여 유명훈의 얼굴에 던져졌다.유명훈은 단단히 화가 났다.“유성혁! 너희 부부는 애를 어떻게 가르친 거야! 뭔 짓이야, 이게?! 오전에 데려가서 잘 가르치라 했거늘, 이게 잘 가르친 거야? 얘는 밥을 안 먹어도 될 거 같으니까, 너희 셋 이제 집으로 돌아가!”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쫓겨나자 유성혁과 최현아는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최현아는 즉시 일어나 지훈을 잡아당기며 뾰로통한 말투로 말했다.“가자, 여기서 남들이 식사하는 걸 방해하지 말고.”하지만 지훈이는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증조할아버지, 쟤가 먼저 날 욕했어요.”그러자 최현아는 지훈의 뺨을 한 대 때렸다.“이제 동생이 돌아왔는데 네가 말할 자격이 어디 있어?!”뜬금없이 뺨을 얻어맞은 지훈이는 큰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유성혁은 이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며 원망했다.“할아버지,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이가 이제 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6화

    윤소현의 표정이 굳어졌다.원래는 최현아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실수로 미래의 시어머니를 언짢게 할 줄은 몰랐다. 또한 고영란이 박윤우를 감쌀 줄은 더더욱 몰랐다.유성혁의 말이 맞았다. 이 아이는 유씨 가문에 데려간 지 아직 얼마 되지 않는데 유씨 가문의 핏줄이 맞는지 명확하지 않다.게다가 박윤우는 자기 입으로 직접 아빠가 연지석이라고 했다.최현아는 다정한 눈빛으로 윤소현을 바라보며 유성혁과 아들을 데리고 떠나려 했다.“가자. 집에 가서 먹자.”같이 밥 먹는 자리지만 각자 마음속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결국 이상하게 끝났다.식사가 끝난 후 유명훈은 도우미에게 선짓국을 새로 끓여 박윤우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박민정은 의아했다. 박윤우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동물 내장이었기 때문이다.유남준 집으로 돌아간 후 밤에 잠 자기 전, 박민정은 쪼그려 앉아 박윤우에게 물었다.“윤우야,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너 오늘 일부러 지훈이 난감하게 한 거지?”아들 마음은 엄마가 가장 잘 안다고 박민정은 박윤우가 유씨 집안 사람들을 무척 싫어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렇게 싫어한다면 윤우는 왜 여기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박윤우는 박민정의 질문에 반쯤만 솔직하게 말했다.“엄마, 걔가 먼저 나에게 망나니라고 욕했어. 그래서 나도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거고.”망나니라는 단어를 듣자 박민정은 가슴에 가시가 박힌 듯 아팠다.그녀는 두 팔을 벌려 박윤우를 끌어안았다.“우리 윤우는 절대 망나니가 아니야. 윤우는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야, 알겠지?”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엄마, 나랑 형의 아빠는 누구야? 아빠는 왜 우리를 버린 거야?”박윤우는 유남준이 사람들 앞에서 박민정을 감싸는 것을 보고 갑자기 이렇게 묻는 것이다.유남준이 정말로 나쁜 사람이었다면 왜 자신을 도와줬겠는가?왜 매번 혼낼 때 겉으로만 화를 낸 척하는 것일 뿐, 정말 나쁜 짓을 하지는 않는 것일까?그는 정말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0화

    고영란은 투박하기 그지없는 윤소현의 말투를 들으며 왜 이런 여자가 유씨 가문에 시집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상류층의 여인 다운 기품이 없었다.“그럼 남준이는? 아직도 안 왔어요?”잠시 망설이던 집사가 대답했다.“큰 도련님은 지금 두원 별장에 계십니다. 설날엔 안 오실 거라고 하셨어요.“박민정을 찾지 못한 유남준이 아직도 우울에 빠져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고영란은 더 묻지 않았다.“알겠어요. 이제 음식 준비 부탁해요.”“네.”집사는 곧바로 사람들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영란은 두 아이를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식탁에는 윤소현, 박윤우, 박예찬 그리고 고영란 이렇게 네 명뿐이었다. 오늘따라 식탁이 아주 썰렁하게만 느껴졌다.“고기 많이 먹어.”고영란은 두 아이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윤소현은 두 아이에게 지나친 애정을 쏟는 고영란을 바라보며 질투심으로 불편한 마음을 안고 음식을 먹었다.그때, 식탁으로 다가온 집사가 말했다.“사모님, 정 대표님이 오셨는데요.”정수미는 박민정이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박민정의 행방을 찾는 동시에 네 명의 외손자들을 자주 찾아왔다.그녀는 이제라도 박민정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상하기 위해 외손자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쏟아붓고 있었다.“고마워요.”고영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미를 맞이하러 갔다. 그리고 윤소현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영란의 뒤를 따라나섰다.하지만 박윤우와 박예찬은 식사에만 집중하며 정수미의 등장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아이들 역시 이제는 정수미가 엄마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엄마, 저녁 식사 중이었는데, 같이 드실래요?”윤소현은 웃는 얼굴로 정수미에게 말했다.하지만 정수미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이미 먹고 왔어. 이번에는 그냥 아이들 보러 온 거야.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네.”윤소현은 정수미의 냉한 태도를 느끼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9화

    1년 후, 설날.해외의 어느 한 소도시.박민정은 직접 송편을 빚으며 설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유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우 오빠, 언제 도착해?”유남우는 이미 공항에 도착한 상태였다.“아마 저녁 9시쯤 도착할 거야.”“알겠어. 기다리고 있을게.”박민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유남우 역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그래도 배고프면 먼저 먹고 있어. 알겠지?”“알겠어, 나도 바보 아니거든.”박민정이 웃으며 대꾸했다.곧 비행기를 타야 했던 유남우는 아쉬운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비행기에 올라탄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지난 1년 동안 그는 박민정을 여러 장소로 옮기며 정기적으로 그녀에게 최면을 걸어왔다.그로 인해 박민정은 많은 것을 잊어버렸고 이제는 유남우와 유남우가 만들어준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었다.유남우는 가족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해외에 자주 나가지는 않았다. 해외로 나간다고 해도 그저 일 때문이라고만 둘러댔다.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설날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마침 걸려온 박민정의 전화에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올해 설 만큼은 박민정과 함께하고 싶었다.그 시각, 유씨 가문의 집.윤소현은 방 안에서 쉴 새 없이 울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짜증 내고 있었다.“왜 이렇게 울기만 하는 거야?”베이비 시터가 다가와 말했다.“배가 고픈 모양이네요. 제가 데리고 나가서 우유 먹일게요.”“얼른 데리고 가, 얘 정말 짜증 나 죽겠네.”윤소현은 아들이라고 믿었던 자신의 아이가 딸이라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돌이 지난 두 남자아이와 함께 있던 고영란의 모습을 보자마자 질투심이 밀려왔다.“어머님, 편애가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다혜 울고 있는 건 들리지도 않으세요? 손자들 돌봐주실 시간은 있으시면서 손녀는 신경도 안 쓰시네요?”고영란은 그녀의 불평에 눈살을 찌푸렸다.고영란은 손녀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다혜에게는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았다.윤소현이 낳은 딸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8화

    “정말 실망이다.”정수미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윤소현은 힘겹게 일어나 그녀를 쫓아가며 말했다.“엄마, 함미현 일 기억 안 나세요? 저도 그때처럼 될까 봐 두려워서 그랬어요. 엄마도 아시잖아요.”정수미는 함미현 얘기가 나오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네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정말 함미현한테 진실을 안 물어봤을 것 같니?”그 말에 윤소현의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설마 정수미가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조사를 마쳤을 줄은 몰랐다.“함미현 일은 제가 다 말씀드렸잖아요. 엄마가 어렵게 찾은 딸을 잃게 될까 봐, 혹시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상처 받으실까 봐 그랬던 거예요.”정수미는 그 말에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내가 상처받을까 봐 그랬다고? 그런데 미현이는 네가 박민정이 친딸이라는 걸 알고 그랬다고 하던데. 내가 평생 친딸을 못 찾게 하려고 미현이한테 연기시킨 거라더라.”윤소현이 변명해 보려고 했지만 정수미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제 거짓말 좀 그만해. 너 계속 이럴 거면 나도 더는 너 내 딸로 인정 못 해.”그 말에 윤소현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정수미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윤소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진짜 딸을 찾았다고 이제는 날 버리겠다는 거야? 박민정을 원한다는 거야? 하지만 이걸 어째. 박민정한테는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윤소현이 중얼거렸다.밖으로 나온 정수미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비서의 기척을 느꼈다. 비서는 애써 정수미를 위로해주며 말했다.“아가씨께서는 아무 문제 없으실 겁니다.”정수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난 정말 실패한 엄마야. 친딸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바로 옆에 내 딸을 두고도 못 알아봤어. 그런 주제에 양딸이 그렇게나 버릇없이 굴었는데도 난 계속 감싸기만 하다가 내 친딸을 해칠 뻔했어. 아마 민정이는 지금 나를 원망하고 있겠지.”비서를 통해 알아본 박민정은 마지막으로 정수미를 만났던 날, 심각한 모욕을 당하고 조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소식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7화

    박예찬은 연락이 닿는 순간, 박윤우가 서둘러 물었다.“형, 엄마 어떻게 됐어?”박예찬 역시 박윤우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금방 수술을 마치고 나온 동생을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무슨 소리야, 그게? 엄마 잘 계셔.”박윤우는 형마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스럽게 이마를 찌푸렸다.“형까지 나를 세 살 먹은 어린아이로 생각하는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엄마가 날 보러 안 왔다는 건, 분명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잖아. 그리고 요즘 아빠도 거의 매일 밖에만 있고, 정민기 아저씨도 요즘 사람을 찾고 있다는 걸 들었어. 엄마 실종된 거 맞지?”박예찬은 동생이 이 정도로 많이 알고 있을 줄 몰랐다.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더는 숨기지 않았다.“맞아, 엄마 실종됐어. 그리고 아직도 못 찾았고.”“어떻게 그럴 수 있어?”박윤우는 확신 어린 소식을 듣는 순간, 밀려오는 걱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엄마 납치당한 거 아니야?”“그럴 가능성도 있지.”박예찬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넌 이제 막 수술을 끝냈으니까 잘 쉬어야 해. 절대 다른 사람들 걱정시키지 말고, 엄마 돌아오실 때까지 건강하게 있어야 해. 그래야 엄마도 기뻐하실 거야.”박윤우는 자신이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알겠어.”전화를 끊은 아이는 다시 병상에 누웠다.최근 며칠 동안 정수미도 손자들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었다.지금 그녀는 밀려오는 후회를 멈출 수 없었다. 만약 박민정을 조금만 더 일찍 찾았더라면,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그날, 윤소현은 풀려났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곧장 정수미에게 달려가 울음을 터뜨리며 하소연했다.“엄마, 저는 다시는 못 돌아오는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그 나쁜 놈이, 유남준이 저를 가둬놨어요. 너무 어둡고, 너무 조용해서 미치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임산부를 그런 곳에 가둬놨어요!”정수미는 그런 윤소현의 불쌍한 표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6화

    유남준의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라있었고 정돈되지 못한 모습이 전반적으로 초췌해 보였다.“이지원 조사하고 왔는데, 민정이의 실종과는 아무 관련도 없던데요. 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거예요?”만약 윤소현이 임신 중인 아이가 유씨 가문의 아이만 아니었다면, 그녀가 정수미의 양녀만 아니었다면 유남준은 당장이라도 윤소현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윤소현의 수려한 얼굴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그럴 리 없어요, 이지원이 분명 저한테 그랬다고요. 박민정이랑 그 두 아이들 처리해준다고...”윤소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남준은 천천히 윤소현의 앞으로 다가갔다.“말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정말로 이지원이었어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요.”윤소현이 다시 대답했다.유남준은 바닥나버린 인내심에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윤소현은 다시 어둠과 침묵 속에 갇혀 버렸다.“남준 씨, 얼른 저 내보내 주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제발 나 좀 꺼내달라니까!”그제야 윤소현은 자신이 유남준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밖으로 나온 유남준은 휴대폰부터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찍혀있었지만 그중 일부는 정수미에게서 온 것들이었고, 다른 몇 통은 고영란에게서 온 것이었다.그는 제일 먼저 정수미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시죠?”“유 대표, 민정이 소식은 있나요?”정수미가 조심스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없습니다.”유남준이 대답했다.정수미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더욱 절망스러워졌다.“그럼... 소현이는 어떻게 됐나요?”윤소현은 어릴 때부터 정수미가 직접 지켜봐 왔던 아이였고, 그 아이와 깊은 정이 쌓여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현재 임신 중이었다.“소현 씨도 아무 일 없습니다.”“그럼, 소현이 좀 풀어줄 수 있을까요? 내가 직접 물어볼게요.”정수미가 다시 물었다.정수미는 어렸을 때부터 온갖 호사만 누리며 살아온 윤소현이 그런 감금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수미 본인 역시 윤소현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5화

    “엄마...”이지원은 떠보듯 정수미를 부르고는 말을 이었다.“엄마, 언니가 사라졌어요.”그녀는 박민정의 일부터 처리한 후 윤소현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정수미는 멍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뭐?”“소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저도 모르겠어요. 오늘 언니랑 같이 산부인과 검진 가려고 했는데, 어딜 갔는지 갑자기 사라졌어요.‘이지원이 대답했다.정수미는 멍한 표정으로 이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상황파악을 마치기도 전에 유남준이 사람들을 데리고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윤소현은 제가 가둬놨습니다.”유남준이 말했다.정수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소현이는 왜 가둔 거죠?”“민정이의 실종은 분명 윤소현이랑 관련이 있으니까요.”유남준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이지원에게로 옮기며 말했다.“윤소현이 그러더라, 이지원 네가 내 아이들 데리고 갔다고. 민정이는 아이들 찾으러 간 거라고 하던데, 어디로 데려간 거야?”그 말에 이지원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남준 오빠? 제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요? 저랑 민정 언니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하지만 유남준이 그녀의 말을 믿어줄 리 없었다.곧바로 몇 명의 경호원이 다가와 이지원을 제압했다.“끌고 가!”이지원은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유남준의 수법을 잘 알고 있었던 탓이었다.그녀가 스스로 이곳에 등장한 것도 전부 유남우 때문이었다. 그가 이지원에게 직접 유남준을 찾아가 박민정의 실종이 자신과는 관련 없다는 사실을 어필하라고 조언해주었기 때문이었다.“오해예요, 오빠. 소현 언니가 왜 그런 얘길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민정 씨 아이들 데리고 간 적 없어요.”뒤이어 그녀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정수미를 바라보았다.“엄마, 엄마.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저 그동안 집에만 있었고, 어디 간 적도 없어요.”하지만 정수미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4화

    정수미는 그 질문에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대답했다.“유 대표는 이미 내가 민정이 친엄마라는 걸 알고 있었죠?”유남준은 그 말에도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되물었다.“그런데 대표님은 제 말 안 믿었잖아요.”정수미는 목구멍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다 내가 어리석었어요, 내 잘못이에요... 저도 너무 후회 중이에요.”그동안 윤소현이 늘 박민정에 대해 안 좋은 얘기만 늘어놨던 탓에 정수미는 박민정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못했다.그 탓에 정수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박민정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줘버렸다.박민정이 자신을 찾아왔던 그때도, 정수미는 그녀를 가차 없이 비웃고 쫓아내 버렸다.“지금 민정이 어디 있어요? 찾았어요?”눈시울이 붉어진 정수미가 다시 물었다.유남준은 폐허로 시선을 돌리며 자신의 손에 꽉 쥐고 있던 반지를 보여주었다.“마지막으로 추적된 곳이 여기인데, 방금 민정이 반지를 찾았어요.”그가 낮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정수미는 몸을 휘청이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기색을 보였다.놀란 비서가 다급히 정수미를 부축해 주었다.“대표님.”“얼른, 얼른 주변 수색해!”정수미가 지시했다.“알겠습니다.”비서는 곧바로 인력을 충원해 폐허 속에 남았을지도 모를 박민정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하지만 밤이 깊도록 폐허 속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박민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저 박민정과 관련된 물건만 몇 가지 발견되었을 뿐이었다.비서는 멍하니 서 있는 정수미의 곁에 서서 슬쩍 말을 꺼내 보았다.“아가씨 말이에요,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죠?”그 말에 정신을 차린 정수미가 차가운 눈빛으로 비서를 올려 보았다.“지금 무슨 헛소릴 하는 거야?”살아 있으면 살아 있는 대로 봐야 할 것이고, 죽었다면 죽은 대로 시체를 봐야만 했다.정수미는 박민정이 이렇게 실종됐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민정이 여기 없는 거 확실해. 다른 데서 계속 찾아봐.”“네.”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유남준도 폐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3화

    “뭐라고요?”정수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어떻게 실종됐다는 거예요?”“저도 잘은 몰라요.”설인하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아무튼 벌써 이틀이에요. 이틀 동안 찾아 헤매는 중인데 도통 안 보이네요.”그 말을 들은 정수미가 몸을 휘청거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지만 그런 그녀를 비서가 붙잡아 주었다.“조심하세요, 대표님.”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어지러움에 정수미는 비서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 겨우 찾았는데 실종이라니?”“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누가 데려갔는지는 알아냈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비서가 애써 정수미를 위로했다.“그래, 얼른 사람 보내서 민정이 좀 찾아내.”정수미가 말했다.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박민정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박민정을 찾아낼 것이다.“알겠습니다.”정씨 가문에서도 사람들을 시켜 전국적으로 박민정을 수색하기 시작했다.힘없이 자리를 뜨는 정수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설인하는 의아했다. 정수미가 왜 갑자기 이런 식으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민정 씨, 제발 빨리 좀 돌아와요.”설인하가 혼자 중얼거렸다....한편, 유남준은 거의 진주 시내 전체를 뒤집다시피 했지만 박민정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유남준은 주변 지역에까지 사람을 보내 수색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그렇게 마침내, 단서를 발견했다.유남준은 즉시 차를 몰고 그곳으로 향했다.그리고 정수미는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 역시 박민정을 찾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결국, 두 세력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박민정을 수색하기로 했다.그렇게 수색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사람들은 곧장 단서가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도착했을 때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오직 불에 다 타버린 집뿐이었다.차에서 내린 유남준은 망설임 없이 까맣게 불타버린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민정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2화

    그녀가 쥔 친자 확인 감정서에는 두 사람이 모녀 관계라고 적혀 있었다.비서는 다른 병원에서도 받아온 서류들을 건네며 말했다.“이번엔 틀림없습니다, 대표님. 박민정 씨는 대표님의 친딸이 확실합니다. 지난번엔 저희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친자 확인 감정서를 쥔 정수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어떻게... 그 걔가 어떻게 내 딸이야?”박민정이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수미는 너무 갑작스러운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그녀 역시 자신이 친딸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그 짓들이 얼마나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제 어떡해야 하지?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어떻게 날 이런 식으로 갖고 놀아?”정수미의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졌다. 친자 확인 감정서를 손에 꼭 쥐고 있던 그녀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만큼 괴로웠다.“내가, 내가 그 아이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엄마라는 작자가 딸한테 오히려 모욕감만 잔뜩 줬으니...”정수미의 마음은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오랫동안 찾고 있던 딸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 사실조차도 모르고 살아왔다.더군다나 친딸을 괴롭히는 자신의 양딸을 그렇게나 적극적으로 돕기까지 했다.비서 역시 이런 운명의 장난에 착잡함을 느끼고 있었다.“대표님께서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잖아요. 조금 더 일찍 아셨더라면 민정 씨를 해치지 않으셨을 겁니다.”정수미는 비서의 위로에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책을 멈추지 않았다.“그 아이가 날 찾아왔을 때도 난 상처만 잔뜩 줘버렸어. 얼마나 아팠을까.”오랜 세월 동안 눈물이라는 것을 거의 흘려보지 않았던 정수미였지만 하늘의 장난과도 같은 이 상황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난 정말 나쁜 년이야! 어떻게 친딸한테 그럴 수가 있어!”만약 이 세상에 후회 약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전 재산을 내걸고서라도 얻고 싶을 지경이었다.당장이라도 과거로 돌아가 정신 차리라며 자신의 뺨을 수차례 내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가야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