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14화

작가: 윤지
최현아는 그 상황을 보고 말리는 척했다.

“지훈아, 동생한테 좀 양보해.”

하지만 지훈이는 척하는 게 뭔지, 눈치를 살피는 게 뭔지를 전혀 모르고 오직 자신의 물건이 남한테 뺏기면 안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지훈이는 의자에서 내려와 윤우 곁으로 달려가더니 그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너 내려와!”

전에 예찬이한테 얻어맞은 적이 있어, 그와 너무 닮은 윤우한테도 지훈이는 감히 손찌검을 하지 못했다.

“얼른 내려오라니까, 이 굴러먹다 온 놈이!”

말끝마다 굴러먹다 온 놈이라고 하는 통에 박민정은 듣기 거슬려 손을 그러쥐었다.

최현아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말리지 않았다.

유명훈은 마지못해 사용인에게 말했다.

“가서 의자 하나 더 가져와서 내 옆에 갖다 놔.”

“싫어요. 난 꼭 이 의자에 앉을 거예요!”

총애를 듬뿍 받고 자란 지훈이는 막무가내였다. 반드시 윤우가 앉은 의자에 앉고야 말겠다고 심통을 부렸다.

박민정은 더는 보다 못해 윤우를 불렀다.

“윤우야, 엄마 옆에 와서 앉아.”

“응, 알았어.”

윤우는 바로 의자에서 내려오며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훈이를 보며 말했다.

“너 나보다 작지? 내가 양보할게. 형이 동생한테 양보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이 말은 최현아가 아까 한 말에 대한 반격이었다.

부잣집에서 장손의 위치는 그 뒤에 태어난 아이들과 다른 법이다.

최현아는 얼굴색을 확 달리했다.

“윤우야, 너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우리 지훈이가 너보다 좀 커. 네가 형이라고 불러야 해.”

“얘가 나보다 커요?”

윤우는 어리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유치해요? 의자 하나 가지고.”

최현아는 순간 목구멍에 솜이 들어찬 것만 같았다.

유명훈은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

“맞다, 윤우야. 그냥 의자일 뿐이야, 싸울 거 없어. 네가 지훈이보다 더 커 보이는구나. 자, 할아버지 곁에 앉아. 엄마한테로 갈 거 없어.”

윤우는 박민정한테 눈길로 동의를 구했고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유명훈의 다른 한쪽에 앉았다.

지훈이는 자기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5화

    식탁 앞에 있던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지훈이가 이기적이라고 대놓고 욕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자기 자식이 욕먹는 건 내키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자기 아들보다 더 어린아이라서 최현아도 뭐라고 꾸짖기 난감했다.지훈이도 제멋대로 굴긴 하지만 아주 멍청이는 아니라 윤우가 자신을 욕하는 걸 알아듣고 발끈하였다.“이 촌구석에 굴러다니던 자식이 감히 날 욕해?!”윤우는 불난 집에 키질하듯 계속 입을 놀렸다.“화내지 마. 난 사실대로 말한 것뿐인데?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예의범절을 안 가르쳐줬어?”박민정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외출하기 전 윤우한테 특별히 말을 적게 하라고 당부했었는데...두 아이의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 수가 없어 박민정은 윤우한테 말을 그만하라고 눈짓만 자꾸 했다.그러나 윤우는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지훈이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아니꼬우면 달려들어 보든가, 하는 의미의 표정을 날렸다.예찬이와 같은 얼굴의 윤우를 보며 지훈이는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하여 손에 있는 젓가락을 윤우를 향해 내던졌는데 조준을 잘못하여 유명훈의 얼굴에 던져졌다.유명훈은 단단히 화가 났다.“유성혁! 너희 부부는 애를 어떻게 가르친 거야! 뭔 짓이야, 이게?! 오전에 데려가서 잘 가르치라 했거늘, 이게 잘 가르친 거야? 얘는 밥을 안 먹어도 될 거 같으니까, 너희 셋 이제 집으로 돌아가!”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쫓겨나자 유성혁과 최현아는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최현아는 즉시 일어나 지훈을 잡아당기며 뾰로통한 말투로 말했다.“가자, 여기서 남들이 식사하는 걸 방해하지 말고.”하지만 지훈이는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증조할아버지, 쟤가 먼저 날 욕했어요.”그러자 최현아는 지훈의 뺨을 한 대 때렸다.“이제 동생이 돌아왔는데 네가 말할 자격이 어디 있어?!”뜬금없이 뺨을 얻어맞은 지훈이는 큰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유성혁은 이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며 원망했다.“할아버지,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이가 이제 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6화

    윤소현의 표정이 굳어졌다.원래는 최현아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실수로 미래의 시어머니를 언짢게 할 줄은 몰랐다. 또한 고영란이 박윤우를 감쌀 줄은 더더욱 몰랐다.유성혁의 말이 맞았다. 이 아이는 유씨 가문에 데려간 지 아직 얼마 되지 않는데 유씨 가문의 핏줄이 맞는지 명확하지 않다.게다가 박윤우는 자기 입으로 직접 아빠가 연지석이라고 했다.최현아는 다정한 눈빛으로 윤소현을 바라보며 유성혁과 아들을 데리고 떠나려 했다.“가자. 집에 가서 먹자.”같이 밥 먹는 자리지만 각자 마음속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결국 이상하게 끝났다.식사가 끝난 후 유명훈은 도우미에게 선짓국을 새로 끓여 박윤우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박민정은 의아했다. 박윤우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동물 내장이었기 때문이다.유남준 집으로 돌아간 후 밤에 잠 자기 전, 박민정은 쪼그려 앉아 박윤우에게 물었다.“윤우야,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너 오늘 일부러 지훈이 난감하게 한 거지?”아들 마음은 엄마가 가장 잘 안다고 박민정은 박윤우가 유씨 집안 사람들을 무척 싫어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렇게 싫어한다면 윤우는 왜 여기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박윤우는 박민정의 질문에 반쯤만 솔직하게 말했다.“엄마, 걔가 먼저 나에게 망나니라고 욕했어. 그래서 나도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거고.”망나니라는 단어를 듣자 박민정은 가슴에 가시가 박힌 듯 아팠다.그녀는 두 팔을 벌려 박윤우를 끌어안았다.“우리 윤우는 절대 망나니가 아니야. 윤우는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야, 알겠지?”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엄마, 나랑 형의 아빠는 누구야? 아빠는 왜 우리를 버린 거야?”박윤우는 유남준이 사람들 앞에서 박민정을 감싸는 것을 보고 갑자기 이렇게 묻는 것이다.유남준이 정말로 나쁜 사람이었다면 왜 자신을 도와줬겠는가?왜 매번 혼낼 때 겉으로만 화를 낸 척하는 것일 뿐, 정말 나쁜 짓을 하지는 않는 것일까?그는 정말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7화

    박민정은 윤우를 재우고 방을 나섰다.유남준은 이미 거실로 돌아와 점자책을 넘기고 있었다.“윤우 잠들었어?”유남준이 묻자 물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왜 아직 안 잤어요?”“같이 자려고 기다렸어.”유남준은 책을 덮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박민정은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따로 자요.”“왜?”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박민정의 얼굴이 약간 달아올랐다.“지금 임신 중이라 같이 자는 게 불편해요.”“2미터짜리 침대라 나랑 같이 잔다고 자리가 비좁진 않을 텐데.”유남준은 말을 하고 일어나더니 긴 다리로 몇 걸음 만에 박민정에게 다가와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았다.유남준의 손은 뜨거웠는데 옷이 있어 직접 닿지 않았는데도 그 열기가 느껴졌다.“하지만 난 혼자 자는 게 편해요...”박민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남준이 그녀를 들어 올렸다.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자마자 당황한 그녀는 너무 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유남준의 팔을 잡았다.“그만해요. 빨리 내려줘요.”유남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안고 방으로 돌아와 더듬더듬 큰 침대에 눕혔다.박민정은 일어나서 나가고 싶었지만, 먼저 예상한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끌어안고 함께 누웠다.“됐어. 다른 데는 아직 정리가 안 됐으니 오늘은 나랑 같이 자자.”유남준의 숨결이 박민정의 얼굴에 닿았다.박민정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고 빨리 잠들고 싶어서 눈을 감았다.하지만 유남준의 숨소리가 거칠고 손이 유난히 뜨거워서 빨리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박민정은 불편한 듯 몸을 뒤척였다.유남준은 웅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손바닥을 아래로 내렸다.“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마.”박민정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감히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잠이 안 오면 나랑 얘기 좀 할래?”유남준이 갑자기 말했다.“무슨 얘기요?”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네가 해외에 있을 때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해 봐.”유남준은 서다희에게 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8화

    두 사람은 쌍둥이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았다.유남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게 왜?”“별거 아니야. 그냥 조심하라고. 민정이는 단순한 사람이라 형이 계속 민정이를 속이면 앞으로 다시는 형을 믿지 않을 거야.”유남우가 천천히 말했다.유남준은 유남우가 박민정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하는 게 싫었다.“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그는 멈칫하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내가 말하지 않았다고 탓하지나 마.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민정이가 알게 되면 형제고 뭐고 없어.”유남준은 차 문을 열고 도우미와 함께 돌아갔다.차에 앉은 유남우는 눈을 살짝 감은 채 유남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차가운 바람이 차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고 그는 기침을 심하게 했다.차 안에 있던 부하가 서둘러 그에게 뜨거운 물을 따라주며 물었다. “도련님, 괜찮으세요?”유남우는 한참 기침하다가 천천히 멈추며 말했다.“괜찮아. 이지원은 요즘 뭐 하고 있어?”“월세방에 숨어서 외출하지 않고 있습니다.”부하가 대답했다.이지원은 유남준에게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유남우가 눈을 감고 쉬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그의 개인 비서 홍주영이었다.“도련님, 지난번에 조사해 달라고 부탁하신 사건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희 회사의 해외 프로젝트를 모두 빼앗아 간 것은 IM 그룹이라는 외국 회사인데, 그 회사가 저희 회사의 내부 정보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회사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설날에 홍주영은 유남우를 돕기 위해 쉬지도 않고 일했다.유남우는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주영아, 내부 스파이가 아니라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그제야 홍주영은 깨달았다.“큰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큰 도련님은 기억을 잃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앞이 보이지도 않을 텐데...”만약 정말 유남준의 짓이라면 유남준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눈이 먼 사람이 회사와 싸운다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9화

    박민정은 당황하며 물었다.“무슨 기사?”“인기 검색어에 올라와 있어. 켜자마자 보일 거야. 글쎄 내가 유남준이 좋은 사람 같지 않다고 했잖아.”조하랑은 휴대폰을 움켜쥐었다.박민정은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보자 유남준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잠깐만. 지금 볼게.”전화를 끊은 후 웹페이지를 열자 맨 위에 있는 인기 검색어가 눈에 들어왔다.기사를 들어가 보자 눈에 띄는 몇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속 이지원은 이불을 덮은 채 유남준의 품에 누워 있었고 두 사람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박민정은 자신이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진을 보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조하랑이 메시지를 보냈다.[민정아, 화내지 마. 이 세상에 남자는 많으니까.]박민정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알겠어. 나 괜찮아.]그녀는 잠이 다 깨 일어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갑자기 유남준이 천천히 눈을 뜨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지금 몇 시야?”“6시 반이요.”박민정은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유남준은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따뜻하게 말했다.“아직 이르네. 더 자.”“자고 싶지 않아요.”박민정이 손을 뿌리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유남준은 마침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왜 그래? 어디 아파?”박민정의 휴대폰은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조하랑이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유남준은 그 소리를 듣고 연지석이나 다른 남자가 메시지를 보낸 줄 알고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았다.“뭐 하는 거예요?”“누가 메시지를 보냈어?”“신경 쓰지 마요.”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그런데 유남준의 손이 너무 커서 몇 번이나 시도해도 뺏지 못하자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리 내놔요!”그제야 유남준은 순순히 휴대폰을 돌려주었다.기분이 더욱 나빠진 박민정은 조하랑이 보낸 음성 메시지를 눌렀다.[하랑아, 지금 어디야? 내가 찾으러 갈게.][내가 말했잖아. 연지석이 낫다고. 적어도 전 여자 친구가 나타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20화

    인터넷에 올라온 댓글 중 일부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인기 검색어가 삭제된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원래 이지원은 이미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여론의 헤드라인이 되어 다시 다른 의미로 인기가 높아졌다.김인우 역시 기사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이지원은 이미 정신병원에서 죽지 않았나? 누가 이 사진들을 공개한 거지?’외부 사람들은 이지원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도 몰랐고 화재에 대해서도 몰랐다.유남준의 옛 원수 중 한 명일까?김인우는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갔다가 혼자 밖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조하랑의 모습을 보았다.들어가서 살펴보니, 세상에, 조하랑은 땅에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고 있었다.“뭐 하는 거예요?”김인우는 의아해했다.조하랑은 풀을 뽑다가 멈추고 김인우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떠올렸다.“그쪽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조하랑은 기분이 나빠 보였다.그녀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박민정 대신 화가 잔뜩 났다.그런 은밀한 사진이 노출되었는데 배우자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까?김인우는 조하랑이 풀을 뽑다 못해 풀이 곧 사라질 것 같은 땅을 지켜보았다.“심심하면 나랑 유씨 집안에 갈래요?”조하랑은 원래 어두운 표정이었는데 김인우의 말을 듣고는 그를 올려다보았다.“정말요?”조하랑은 의아했다. 어제 할아버지가 김인우에게 그녀를 데리고 가족을 만나라고 할 때는 거절하더니 오늘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을까?“네. 예찬이도 데려와서 같이 가요.”김인우는 유남준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고 유남준의 아들을 만나고 싶기도 했다.습니다.“예찬이는 됐고 우리끼리 가요.”조하랑은 바로 거절했다. 만약 예찬이를 데려갔다가 무슨 일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당연히 예찬이랑 같이 가야죠.”김인우는 그녀의 말을 거절하고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예찬이를 찾으러 돌아갔다.어쨌든 유남준을 만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똑똑한 예찬이를 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21화

    유남준이 말했다. “온라인 인기 검색어는 이미 내려놨으니 다시는 안 나올 거야.”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여전히 기분이 복잡했다.“네.”유남준은 자신과 이지원 사이에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기억을 잃은 척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할 수가 없었다.지금 박민정의 표정을 볼 수 없어서 그녀가 아직도 화가 나 있는지 궁금했다.유남준이 손을 내밀자 박민정은 본능적으로 피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지원과 유남준이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을 직접 눈으로 본 그녀는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유남준의 손이 허공에서 얼어붙었다.“지금은 남준 씨와 신체 접촉을 하고 싶지 않아요. 미안해요.”박민정은 말을 마친 후 다시 한 발짝 물러섰다.지금까지 다른 남자와 신체 접촉을 해본 적이 없던 그녀는 당연히 불결한 유남준이 마음에 걸렸다.유남준과 이지원의 관계는 1년도 지속되지 않았고 박민정은 두 사람이 기껏해야 키스 정도 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유남준은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 자신과 신체 접촉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무슨 말인지?자신은 박민정이 다른 남자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도 받아들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박민정은 자신이 이지원과 만난 것 때문에 화가 나 있다니.유남준은 손을 내려놓고 얼굴을 찡그렸다.“민정아, 나는 네 과거를 싫어한 적이 없어.”박민정은 당황했다가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내 과거라뇨. 두 아이를 말하는 건가요? 싫으면 싫다고 해요. 하지만 나한테는 이해심을 바라지 말아요.”박민정은 도대체 이 관계에서 누가 더 아쉬운지 모르는 것 같았다.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다.그는 가볍게 웃었고 잘생긴 얼굴에 차가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박민정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일단은 거리를 유지해요.”거리를 유지하자니, 유남준의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동의하고 싶지 않았지만 박민정이 화를 내는 게 더 걱정되었다.“그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22화

    “아직 자고 있어서 부를 수 없어.”유남준이 차갑게 거절했다.김인우는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남준아, 나 벌써 여기 온 게 두 번째인데 아이를 보여주면 안 돼? 절대 깨지 않게 조심할게.”“안 돼.”김인우는 속으로 혀를 찼다. 유남준이 아이를 어찌 아끼는지 보여주지도 않을까.김인우는 오늘도 아이를 못 봐서 너무 아쉬웠다.“그래, 알겠어. 화장실 다녀올게.”안 보여주면 몰래 보면 된다....밖에 있는 정원에서 박민정과 조하랑은 산책하고 있었다.조하랑은 박민정이 불편해할까 봐 기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근황에 대해서 얘기했다.박민정은 조하랑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이번에는 자신이 절대 억울하게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다. 그제야 조하랑은 마음을 내려놓았다.“기분 나쁜 일 있으면 무조건 나한테 말해야 해. 혼자 끙끙 앓지 말고.”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그녀는 대답하자마자 조하랑에게 물었다.“김씨 집안에서는 잘 지내고 있어?”김씨 집안을 언급하자 조하랑은 전처럼 적개심을 보이지 않았다.“김인우 말고는 다 좋아. 아무튼 우리 집에 있는 거보다는 좋아. 할아버지가 현명한 분이셔. 그래서 나 매일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 할아버지께서 내가 다시 변호사 하는 것도 지지해 주셔.”김훈을 언급하자 조하랑은 또 뭔가 떠올랐다.“아참, 민정아, 할아버지께서 예찬이가 김인우 아들이 아닌 거 아셔. 그런데 내 아들이 맞으면 된다고 하셨어. 날 정말 친손녀처럼 대해 주셔.”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진심으로 기뻐했다.조하랑은 계속해서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얼마나 예찬이를 예뻐하시는지 몰라. 오늘 원래 김인우가 예찬이도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시면서 예찬이와 바둑을 둬야 한다고 하셨거든.”“어른들이 예찬이를 예뻐하지.”박민정은 조하랑의 말을 통해서만 김훈이 예찬이를 예뻐한다는 것을 들었지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4화

    방성원이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일이었다.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설인하 앞에 섰고 차가운 눈빛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은정아, 아빠한테 와.”방은정은 방성원의 손길을 멍하니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작은 두 눈 가득 망설임과 혼란이 서려 있었다.설인하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더 꽉 끌어안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뒤쪽 문이 쾅 하고 닫혔고 설인하는 당황해 외쳤다.“방성원, 당장 문 열어! 날 내보내!”방성원은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겨우 이 안으로 끌어들였는데 다시 나가게 해달라고?“만약 내가 안 열어주면?”설인하는 한 손으로 방은정을 안고 다른 손으로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그러나 방성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품에서 아이를 낚아챘다.아직 어린 방은정은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단순한 놀이로 착각하고 까르르 웃었다.설인하의 품이 텅 비자 그녀는 휴대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방성원의 팔에서 아이를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하지만 한 여자가 성인 남성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방성원은 한 손으로 설인하를 가볍게 제압한 채 다른 손으로 아이를 보모에게 넘겼다.“방으로 데려가요.”“네”보모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고 감히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설인하는 방성원에게 억눌린 채 그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그녀는 분노에 치를 떨며 외쳤다.“방성원, 이 개자식아! 은정이를 돌려줘! 은정이는 내가 열 달 동안 품어 키운 내 딸이야! 넌 고작... 고작 삼 초면 끝났잖아! 대체 무슨 권리로 내 아이를 빼앗는 거냐고!”방성원은 그녀의 새로운 욕설에 어이없다는 듯 웃음이 새어 나왔다.‘밖에서 안 좋은 것들만 배워온 모양이군.’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좋아, 이제 말발이 꽤나 늘었네?”그는 설인하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어딜 데려가는 거야? 놓으라고!”설인하는 버둥거리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어딜 가겠어. 네 정신 좀 차리게 하려는 거지.”방성원은 그녀를 과거 함께 지냈던 방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3화

    박민정이 보낸 사진은 곧바로 단짝 친구들 단톡방에 반응을 불러왔다.민수아가 먼저 메시지를 남겼다.[부럽다, 여긴 어디야? 풍경 진짜 멋지다!]조하랑도 금세 답장을 보냈다.[아마 민정이랑 예찬이랑 캠핑 간 곳일걸?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네. 아직 사람들이 많이 안 간 것 같아.]진서연 역시 대화를 이어갔다.[저 회사 가기 싫어요... 휴가 때 우리도 꼭 놀러 가요. 진짜 오랜만에 나들이하고 싶어요.]친구들은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띄웠고 설인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모티콘 몇 개로 답장을 남겼다. 그러고는 곧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그녀의 일상은 순탄치 않았다. 제대로 된 휴식 없이 일에 매달렸고 잠시 한가해지기만 하면 딸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지금 방은정은 방성원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그녀는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설인하는 이미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었는데 곧 양육권을 반드시 되찾아올 생각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문득 고개를 들자 연지석이 어느새 그녀 앞에 서 있었다.그녀의 멍한 표정을 보며 연지석이 물었다.“요즘 집에 무슨 일 있어요?”설인하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네? 무슨 말씀이시죠?”연지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류 몇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이 서류들, 전부 오류가 있어요. 확인해봐요.”설인하가 서류를 펼쳐보니 숫자들이 엉망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실수에 깨달음을 얻었다.“아...”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하지만 연지석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수정은 필요 없고 그냥 오늘은 집에 가서 쉬세요.”설인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그 말이 혹시 해고 통보는 아닐까 싶어 다급히 말했다.“부사장님, 죄송해요.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두 번 다시 이런 실수 안 할게요.”절박함이 담긴 목소리와 곧 울음이 터질 듯한 표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2화

    최현아는 잠시 말문이 막히더니 눈빛 속으로 차가운 기색이 스쳤다.“다 큰 어른이면서 내 말뜻을 모르겠어?”그녀는 비꼬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아니면... 차마 입에 담기 부끄러운 건가?”박민정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부끄러울 게 뭐가 있죠? 저랑 남우 씨는 줄곧 친구였을 뿐이에요.”최현아는 그 말을 듣고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래? 참 신기하네. 난 아직까지 남녀 사이에 그런 순수한 우정이 존재하는 걸 본 적이 없거든.”그녀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유남준을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남준 씨, 그냥 하는 말이에요. 두 사람이야 부부니까 잘 지내면 그만이죠. 제 말은 신경 쓸 필요 없어요.”유남준은 박민정의 말이 당연히 진심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의 마음을 한층 더 편안하게 했다.“걱정해줘서 고맙습니다, 형수님.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저랑 민정이는 잘 지낼 거니까요.”유남준은 그렇게 답하며 오히려 최현아에게 은근히 감사함을 느꼈다.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을 대신해줘서.최현아의 입가가 씁쓸하게 일그러지더니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사라지자 박민정의 얼굴에도 어두운 기색이 드리워졌다.귀국한 뒤로 아무도 그녀와 유남우 사이의 일을 묻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 역시 그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없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질문을 받으니 마음 한켠이 불편해졌다.박민정은 조용히 유남준을 바라보았다.“나를... 믿어요?”남녀가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지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믿기란 솔직히 쉽지 않을 것이다.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민정은 서둘러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대답 안 해도 돼요. 당신이 믿든 안 믿든,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유남준은 재빨리 그녀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물론 널 믿지.”유남준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그리고... 만약 무슨 일이 있었다 해도 신경 쓰지 않아. 네가 그때 날 기억하지 못했던 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1화

    “옆모습이요?” 박민정이 조용히 물었다.“그건 내가 어렸을 때 우연히 찍은 사진이야. 예뻐 보여서 그냥 간직했지.”유남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그러다 어느 날 네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깨달았어. 그 사진 속 소녀가 바로 어린 시절의 너라는 걸.”박민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정말이에요?”“당연하지.”유남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그가 그 사실을 알아챘던 건 해외에 있을 때였다.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우연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하지만 그날, 그는 박민정에게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고 나니 괜히 마음이 간질거렸다.“정말 신기한 우연이네요.” 그녀가 나직이 말하자 유남준도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진을 오랫동안 간직해왔지만 정작 그 속의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은 몰랐으니.생각해 보면 박민정이야말로 그에게 있어 첫눈에 반한 사람이었을지도 몰랐다.둘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처음의 어색함을 조금씩 지워갔다.잠시 후, 유남준이 물었다.“해외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어? 하루하루 어떻게 지냈던 거야?”박민정이 사라졌던 그 1년, 유남준은 매일같이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하며 지낼까.박민정은 그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유남우 씨랑 해외에 있으면서 치료도 받고 최면 치료도 했어요. 그 외에는 혼자 별장에 머물렀죠.”그녀는 덤덤히 말했다.“낯선 곳에서 밖에 나가도 늘 혼자였어요.”유남준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죄책감이 밀려왔고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이 짙게 스며들었다.“미안해.”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남준 씨가 사과할 일은 아니에요. 내가 무슨 고생을 한 것도 아닌걸요.”유남우가 비록 끔찍한 짓을 저질렀지만 그녀의 의사는 존중했고 필요한 건 다 채워주었다.둘은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느새 목적지가 가까워졌다.멀리서 최현아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남준 씨, 드디어 왔네요.“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0화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박민정은 급하게 말했다.“어머, 또 비가 오네. 우리 우산 안 가져왔잖아요.”산에 오르기 전, 날씨 예보를 확인했을 때는 비 소식이 없었는데...유남준은 서둘러 배낭을 열어 확인했지만 역시 우산은 보이지 않았다.“괜찮아. 비가 그치면 다시 올라가면 돼.”유남준이 담담하게 말했지만 박민정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근데 예찬이는 괜찮을까요? 혼자 있는데...”“세 살짜리도 아니잖아. 걱정하지 마.”유남준의 말에 박민정은 입을 다물었다. 물론 박예찬은 세 살은 아니지만 겨우 다섯, 여섯 살밖에 안 된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마침 그녀가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뜻밖에도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박민정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휴대폰 화면을 보니 아이는 이미 우비를 입고 있었다.“엄마, 지금 어디예요? 비가 오고 있어요.”박민정은 주위를 비춰주며 말했다.“우린 아직 여기 정자에서 쉬고 있어. 너희는 산 정상에 도착했어?”박예찬은 대충 거리를 가늠해 보더니, 박민정이 있는 곳에서 정상까지는 아직 한 시간은 더 걸릴 거라 생각했다.“네, 저희는 도착했어요. 선생님이 비옷 나눠 주셨어요. 근데 엄마, 우산은 챙겼어요?”아이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박민정은 거짓말을 했다.“그럼, 챙겼지.”“다행이네요. 그럼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올라와요. 길이 미끄러우니까 조심하고요.”박예찬의 다정한 당부에 박민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알겠어, 조심할게.”이렇게 보니 정작 걱정할 필요가 있는 건 박예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 괜히 아이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유남준을 향해 말했다.“우리 가요. 천천히 가면 돼요.”“좋아.”유남준이 일어섰다.박민정도 기둥을 붙잡고 천천히 일어섰지만 갑자기 몸의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면서 그대로 유남준의 넓은 품속으로 쓰러지듯 안겨 버렸다.박민정은 순간 당황했다.“죄송해요. 그냥 갑자기 일어나서 약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9화

    박민정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소리쳤다.“정말 괜찮아요!”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은 벌떡 일어나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번쩍 들어 올렸다.갑작스러운 공중부양에 박민정은 깜짝 놀라 그의 옷깃을 본능적으로 움켜쥐었다.“빨리, 빨리 내려놔요!”두 사람의 다소 소란스러운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여기저기서 부러운 듯한, 혹은 질투 어린 시선이 쏟아졌고 몇몇은 빈정거리는 말도 던졌다.“정말 유난이네. 겨우 산 중턱인데 남편한테 안겨 가겠다니.”그 말을 들은 어떤 여자는 남편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나도 못 걷겠어. 나도 좀 업어주든가, 안아주든가 해.”남편은 한숨을 푹 내쉬며 대꾸했다.“자기 체중이나 생각 좀 해봐. 내가 어떻게 안아?”하지만 그런 말에도 아내를 번쩍 안아 올린 남편도 있었고 애써 힘을 내던 그는 이내 체력이 바닥나 금세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뜻밖의 분위기로 웃음과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최현아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유남준의 품에 안겨 있는 박민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박민정은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 없었다.“제발 내려놔요. 이러니까 더 불편하단 말이에요.”유남준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뭐가 불편한데?”“그냥 불편해요.”박민정은 얼굴이 활활 타오르는 듯했다.유남준은 그제야 조용히 그녀를 내려주었다.“너무 높이 올라와서 숨이 차서 그런 거야?”박민정은 고개를 숙여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렇게 많은 부모와 아이들 앞에서 한 회사의 대표가 이렇게 유치한 짓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정말 창피하기 그지없었다.게다가 어린아이들까지 흥미를 보였는데 작은 여자아이가 옆의 남자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나중에 우리 결혼하고 내가 힘들다고 하면 너도 나 안아줘야 해.”남자아이는 당당하게 가슴을 두드렸다.“걱정 마!”박민정은 어처구니가 없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이 어린애들이 벌써 결혼 이야기를 하다니.’유남준은 그녀가 말없이 있는 걸 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8화

    조민혁은 아내의 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당신 말이 맞아. 내가 너무 좁게 생각했어. 당신이랑 동민이에게 괜한 고생을 시켰네.”한가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됐어요. 나도, 동민이도 다 이해해요.”부부는 이렇게 화해했지만 그들은 모른다. 어제의 일이 조동민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를.조동민은 유지훈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유지훈은 이것저것 지시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라고 했고 조동민은 아무 말 없이 순순히 따랐다.둘이 가파른 언덕에 이르렀을 때 조동민의 머릿속에 문득 불길한 생각이 스쳤고 그는 언덕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지훈아, 저기 좀 봐.”“뭐가 있는데?”유지훈이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살피자 조동민은 그의 등을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드리웠다. 그는 천천히 두 손을 들어 마치 유지훈을 밀어버리려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그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동민아, 유지훈! 선생님이 산에 올라가자고 하셔!”박예찬이었다.조동민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렸으나 속으로는 아쉬움이 밀려왔다.‘조금만 더 빨랐더라면...’유지훈은 돌아서며 말했다.“알겠어, 가자.”그는 앞장서 걸었고 조동민은 묵묵히 뒤따랐다.박예찬은 그들이 출발하자 조동민 곁으로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아까... 유지훈을 밀려고 했지?”조동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예찬아, 제발 이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박예찬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되물었다.“내가 그런 고자질쟁이로 보여?”조동민은 고개를 저은 뒤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냥...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 한 번쯤은 혼쭐을 내주고 싶었어.”박예찬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그건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야.”“왜? 밀고 아무한테도 말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조동민은 이해하지 못한 채 되물었다.박예찬은 침착하게 설명했다.“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어. 유지훈이 다치면 누가 제일 먼저 의심받을까? 당연히 그 옆에 있던 너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7화

    박예찬은 조동민의 단호한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그래, 알겠어.”“고마워, 예찬아!”조동민은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지훈은 조동민의 웃음이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노를 참지 못한 그는 성큼성큼 다가오며 소리쳤다.“조동민, 너 또 까부는 거야?”조동민은 젓가락을 꼭 쥐었지만 박예찬이 나서기 직전 먼저 웃으며 말했다.“지훈아, 내가 감히 어떻게 그러겠어. 어제는 내가 잘못했어. 화풀어, 응?”유지훈은 순간 어리둥절했다.‘이 녀석,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뀐 거지?’분명 전엔 자신의 심부름꾼 노릇하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는데.조동민은 이제 상황을 파악할 줄 알았다. 괜한 고집은 소용없다는 걸, 자신은 멋대로 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진짜지?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유지훈이 묻자 조동민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다른 애들은 지훈이 너랑 안 놀아줘도 난 같이 놀아줄게.”박예찬은 이렇게 급변하는 조동민의 모습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환경은 정말 사람을 바꾸는 법이다.유지훈은 그제야 기분이 풀렸다.“그럼 밥 그만 먹고 나랑 놀러 가.”“응!”조동민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박예찬에게 말했다.“예찬아, 이따가 다시 올게.”“어딜 가? 가지 마!”유지훈이 못마땅한 듯 소리치자 조동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안 갈게.”그렇게 둘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최현아가 식당으로 들어왔고 유지훈과 조동민이 화해한 모습을 보고 조동민의 부모에게 팔짱을 낀 채 비웃듯 말했다.“보셨죠? 우리 지훈이가 얼마나 속이 넓은지. 당신 아들이랑 다시 잘 지내잖아요.”하지만 조동민의 부모는 이제 최현아에게 굳이 좋은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이제는 그들 뒤에 김씨 집안이 버티고 있으니.조동민의 어머니, 한가영이 냉소를 띠며 말했다.“근데요, 아까 보니까 다른 애들은 지훈이랑 안 놀려고 하던데요? 결국 우리 동민이만 지훈이를 마음 넓게 받아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6화

    민박집 안, 모두가 아침 식사를 하며 여전히 아찔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자칫하면 모두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유남준은 대충 식사를 마친 뒤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누가 한 짓인지 밝혀냈어?”그가 물었다.전화기 너머, 서다희는 무릎 꿇고 있는 무리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밤에 돌을 캐러 갔을 뿐, 사람을 해치려던 건 아니라고 잡아떼고 있습니다.”한밤중에 돌을 캐러 갔다고?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하지만 이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으니 더 캐묻기도 애매했다.“대표님, 전 개인적으로 유석진 쪽이 의심됩니다.” 서다희가 덧붙였다.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유남준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표정은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그래. 이놈들은 전부 경찰서로 넘겨.”“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돌아서던 유남준의 시야에 최현아와 그녀의 아들이 탄 차가 들어왔다.최현아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깥에 서 있는 키가 훤칠하고 냉정한 인상의 남자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남준 씨.”그녀는 조심스레 불렀는데 심장이 쿵쾅거렸다.“남준 씨, 왜 혼자 밖에 있어요? 민정이랑 애들은요?”“안에서 밥 먹고 있습니다.”유남준은 냉담하게 답했다.최현아는 어색한 공기를 지우려는 듯 운전기사에게 자신이 호텔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가져오게 했다.“아직 제대로 못 먹었을 것 같아서요. 여기 좀 싸 왔어요.”“괜찮습니다. 이런 건 형수님께서 드시죠.”유남준은 말만 남기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최현아는 묘한 허전함을 느꼈다.이때 곁에 있던 아들, 유지훈이 못마땅한 듯 물었다.“엄마, 제가 가져온 음식을 왜 삼촌한테 주려 해요?”최현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좋은 건 나눠야 하잖니.”하지만 유지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집에 있을 때 그는 엄마가 아빠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빠가 밥을 챙겨 먹었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엄마, 전 엄마가 이러는 거 싫어요. 앞으로 예찬이 아빠한테 이렇게 잘해주지 마세요. 전 삼촌이 싫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