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17화

작가: 윤지
박민정은 윤우를 재우고 방을 나섰다.

유남준은 이미 거실로 돌아와 점자책을 넘기고 있었다.

“윤우 잠들었어?”

유남준이 묻자 물었다.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아직 안 잤어요?”

“같이 자려고 기다렸어.”

유남준은 책을 덮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박민정은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따로 자요.”

“왜?”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박민정의 얼굴이 약간 달아올랐다.

“지금 임신 중이라 같이 자는 게 불편해요.”

“2미터짜리 침대라 나랑 같이 잔다고 자리가 비좁진 않을 텐데.”

유남준은 말을 하고 일어나더니 긴 다리로 몇 걸음 만에 박민정에게 다가와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았다.

유남준의 손은 뜨거웠는데 옷이 있어 직접 닿지 않았는데도 그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난 혼자 자는 게 편해요...”

박민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남준이 그녀를 들어 올렸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자마자 당황한 그녀는 너무 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유남준의 팔을 잡았다.

“그만해요. 빨리 내려줘요.”

유남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안고 방으로 돌아와 더듬더듬 큰 침대에 눕혔다.

박민정은 일어나서 나가고 싶었지만, 먼저 예상한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끌어안고 함께 누웠다.

“됐어. 다른 데는 아직 정리가 안 됐으니 오늘은 나랑 같이 자자.”

유남준의 숨결이 박민정의 얼굴에 닿았다.

박민정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고 빨리 잠들고 싶어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유남준의 숨소리가 거칠고 손이 유난히 뜨거워서 빨리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박민정은 불편한 듯 몸을 뒤척였다.

유남준은 웅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손바닥을 아래로 내렸다.

“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마.”

박민정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감히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잠이 안 오면 나랑 얘기 좀 할래?”

유남준이 갑자기 말했다.

“무슨 얘기요?”

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해외에 있을 때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해 봐.”

유남준은 서다희에게 박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8화

    두 사람은 쌍둥이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았다.유남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게 왜?”“별거 아니야. 그냥 조심하라고. 민정이는 단순한 사람이라 형이 계속 민정이를 속이면 앞으로 다시는 형을 믿지 않을 거야.”유남우가 천천히 말했다.유남준은 유남우가 박민정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하는 게 싫었다.“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그는 멈칫하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내가 말하지 않았다고 탓하지나 마.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민정이가 알게 되면 형제고 뭐고 없어.”유남준은 차 문을 열고 도우미와 함께 돌아갔다.차에 앉은 유남우는 눈을 살짝 감은 채 유남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차가운 바람이 차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고 그는 기침을 심하게 했다.차 안에 있던 부하가 서둘러 그에게 뜨거운 물을 따라주며 물었다. “도련님, 괜찮으세요?”유남우는 한참 기침하다가 천천히 멈추며 말했다.“괜찮아. 이지원은 요즘 뭐 하고 있어?”“월세방에 숨어서 외출하지 않고 있습니다.”부하가 대답했다.이지원은 유남준에게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유남우가 눈을 감고 쉬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그의 개인 비서 홍주영이었다.“도련님, 지난번에 조사해 달라고 부탁하신 사건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희 회사의 해외 프로젝트를 모두 빼앗아 간 것은 IM 그룹이라는 외국 회사인데, 그 회사가 저희 회사의 내부 정보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회사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설날에 홍주영은 유남우를 돕기 위해 쉬지도 않고 일했다.유남우는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주영아, 내부 스파이가 아니라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그제야 홍주영은 깨달았다.“큰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큰 도련님은 기억을 잃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앞이 보이지도 않을 텐데...”만약 정말 유남준의 짓이라면 유남준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눈이 먼 사람이 회사와 싸운다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19화

    박민정은 당황하며 물었다.“무슨 기사?”“인기 검색어에 올라와 있어. 켜자마자 보일 거야. 글쎄 내가 유남준이 좋은 사람 같지 않다고 했잖아.”조하랑은 휴대폰을 움켜쥐었다.박민정은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보자 유남준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잠깐만. 지금 볼게.”전화를 끊은 후 웹페이지를 열자 맨 위에 있는 인기 검색어가 눈에 들어왔다.기사를 들어가 보자 눈에 띄는 몇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속 이지원은 이불을 덮은 채 유남준의 품에 누워 있었고 두 사람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박민정은 자신이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진을 보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조하랑이 메시지를 보냈다.[민정아, 화내지 마. 이 세상에 남자는 많으니까.]박민정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알겠어. 나 괜찮아.]그녀는 잠이 다 깨 일어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갑자기 유남준이 천천히 눈을 뜨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지금 몇 시야?”“6시 반이요.”박민정은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유남준은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따뜻하게 말했다.“아직 이르네. 더 자.”“자고 싶지 않아요.”박민정이 손을 뿌리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유남준은 마침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왜 그래? 어디 아파?”박민정의 휴대폰은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조하랑이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유남준은 그 소리를 듣고 연지석이나 다른 남자가 메시지를 보낸 줄 알고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았다.“뭐 하는 거예요?”“누가 메시지를 보냈어?”“신경 쓰지 마요.”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그런데 유남준의 손이 너무 커서 몇 번이나 시도해도 뺏지 못하자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리 내놔요!”그제야 유남준은 순순히 휴대폰을 돌려주었다.기분이 더욱 나빠진 박민정은 조하랑이 보낸 음성 메시지를 눌렀다.[하랑아, 지금 어디야? 내가 찾으러 갈게.][내가 말했잖아. 연지석이 낫다고. 적어도 전 여자 친구가 나타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20화

    인터넷에 올라온 댓글 중 일부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인기 검색어가 삭제된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원래 이지원은 이미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여론의 헤드라인이 되어 다시 다른 의미로 인기가 높아졌다.김인우 역시 기사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이지원은 이미 정신병원에서 죽지 않았나? 누가 이 사진들을 공개한 거지?’외부 사람들은 이지원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도 몰랐고 화재에 대해서도 몰랐다.유남준의 옛 원수 중 한 명일까?김인우는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갔다가 혼자 밖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조하랑의 모습을 보았다.들어가서 살펴보니, 세상에, 조하랑은 땅에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고 있었다.“뭐 하는 거예요?”김인우는 의아해했다.조하랑은 풀을 뽑다가 멈추고 김인우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떠올렸다.“그쪽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조하랑은 기분이 나빠 보였다.그녀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박민정 대신 화가 잔뜩 났다.그런 은밀한 사진이 노출되었는데 배우자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까?김인우는 조하랑이 풀을 뽑다 못해 풀이 곧 사라질 것 같은 땅을 지켜보았다.“심심하면 나랑 유씨 집안에 갈래요?”조하랑은 원래 어두운 표정이었는데 김인우의 말을 듣고는 그를 올려다보았다.“정말요?”조하랑은 의아했다. 어제 할아버지가 김인우에게 그녀를 데리고 가족을 만나라고 할 때는 거절하더니 오늘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을까?“네. 예찬이도 데려와서 같이 가요.”김인우는 유남준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고 유남준의 아들을 만나고 싶기도 했다.습니다.“예찬이는 됐고 우리끼리 가요.”조하랑은 바로 거절했다. 만약 예찬이를 데려갔다가 무슨 일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당연히 예찬이랑 같이 가야죠.”김인우는 그녀의 말을 거절하고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예찬이를 찾으러 돌아갔다.어쨌든 유남준을 만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똑똑한 예찬이를 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21화

    유남준이 말했다. “온라인 인기 검색어는 이미 내려놨으니 다시는 안 나올 거야.”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여전히 기분이 복잡했다.“네.”유남준은 자신과 이지원 사이에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기억을 잃은 척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할 수가 없었다.지금 박민정의 표정을 볼 수 없어서 그녀가 아직도 화가 나 있는지 궁금했다.유남준이 손을 내밀자 박민정은 본능적으로 피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지원과 유남준이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을 직접 눈으로 본 그녀는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유남준의 손이 허공에서 얼어붙었다.“지금은 남준 씨와 신체 접촉을 하고 싶지 않아요. 미안해요.”박민정은 말을 마친 후 다시 한 발짝 물러섰다.지금까지 다른 남자와 신체 접촉을 해본 적이 없던 그녀는 당연히 불결한 유남준이 마음에 걸렸다.유남준과 이지원의 관계는 1년도 지속되지 않았고 박민정은 두 사람이 기껏해야 키스 정도 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유남준은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 자신과 신체 접촉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무슨 말인지?자신은 박민정이 다른 남자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도 받아들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박민정은 자신이 이지원과 만난 것 때문에 화가 나 있다니.유남준은 손을 내려놓고 얼굴을 찡그렸다.“민정아, 나는 네 과거를 싫어한 적이 없어.”박민정은 당황했다가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내 과거라뇨. 두 아이를 말하는 건가요? 싫으면 싫다고 해요. 하지만 나한테는 이해심을 바라지 말아요.”박민정은 도대체 이 관계에서 누가 더 아쉬운지 모르는 것 같았다.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다.그는 가볍게 웃었고 잘생긴 얼굴에 차가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박민정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일단은 거리를 유지해요.”거리를 유지하자니, 유남준의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동의하고 싶지 않았지만 박민정이 화를 내는 게 더 걱정되었다.“그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22화

    “아직 자고 있어서 부를 수 없어.”유남준이 차갑게 거절했다.김인우는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남준아, 나 벌써 여기 온 게 두 번째인데 아이를 보여주면 안 돼? 절대 깨지 않게 조심할게.”“안 돼.”김인우는 속으로 혀를 찼다. 유남준이 아이를 어찌 아끼는지 보여주지도 않을까.김인우는 오늘도 아이를 못 봐서 너무 아쉬웠다.“그래, 알겠어. 화장실 다녀올게.”안 보여주면 몰래 보면 된다....밖에 있는 정원에서 박민정과 조하랑은 산책하고 있었다.조하랑은 박민정이 불편해할까 봐 기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근황에 대해서 얘기했다.박민정은 조하랑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이번에는 자신이 절대 억울하게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다. 그제야 조하랑은 마음을 내려놓았다.“기분 나쁜 일 있으면 무조건 나한테 말해야 해. 혼자 끙끙 앓지 말고.”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그녀는 대답하자마자 조하랑에게 물었다.“김씨 집안에서는 잘 지내고 있어?”김씨 집안을 언급하자 조하랑은 전처럼 적개심을 보이지 않았다.“김인우 말고는 다 좋아. 아무튼 우리 집에 있는 거보다는 좋아. 할아버지가 현명한 분이셔. 그래서 나 매일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 할아버지께서 내가 다시 변호사 하는 것도 지지해 주셔.”김훈을 언급하자 조하랑은 또 뭔가 떠올랐다.“아참, 민정아, 할아버지께서 예찬이가 김인우 아들이 아닌 거 아셔. 그런데 내 아들이 맞으면 된다고 하셨어. 날 정말 친손녀처럼 대해 주셔.”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진심으로 기뻐했다.조하랑은 계속해서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얼마나 예찬이를 예뻐하시는지 몰라. 오늘 원래 김인우가 예찬이도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시면서 예찬이와 바둑을 둬야 한다고 하셨거든.”“어른들이 예찬이를 예뻐하지.”박민정은 조하랑의 말을 통해서만 김훈이 예찬이를 예뻐한다는 것을 들었지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23화

    “어쩐지 예찬이가 눈에 익다고 생각했어요. 남준이 아들이라 그런 거군요.”김인우는 지금 생각해 보니 유남준이 어렸을 때 예찬이와 유난히 닮았다고 생각했다.조하랑은 마음이 불편했다.‘내가 언제 유남준 아이라고 했어?’지금 설명하면 김인우가 분명 조사할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 말을 많이 할수록 진실이 들통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럼 아이를 언제 돌려줄 생각이에요?”김인우는 조하랑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할아버지가 저렇게 예찬이를 좋아하시는데 진실을 알게 되시면 하랑 씨를 내쫓을 것 같은데요?”김인우는 조하랑이 겁먹을 거라 생각했었다. 김씨 집안을 떠나면 조씨 집안 사람들이 또 어떻게 부잣집을 넘볼 수 있겠는가?그런데 조하랑이 겁을 먹긴커녕 하품하면서 여유롭게 말할 줄은 몰랐다.“잘됐네요. 김인우 씨랑 결혼하기 싫었는데.”조하랑이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김훈이 실망하는 것이다. 그렇게 예찬이를 예뻐하시니 말이다.김인우는 말문이 막혔다. 이 나쁜 계집애.“아무튼 지금은 할아버지께 말씀드리지 말아요. 이제 천천히 기회를 보죠.”김인우가 진지하게 말했다.“네. 어쩌다 우리가 같은 생각을 했네요.”...유씨 집안.박윤우는 옷을 다시 입었다. 아직도 놀란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쓰레기 아빠의 친구가 그러면 그렇지. 김인우는 윤우의 방에 들어갔다가 윤우를 보고 놀라더니 그를 들어 올리며 예찬이의 이름을 불렀다.“윤우야, 놀라지 않았어?”박민정은 관심하며 물었다.박윤우는 박민정이 걱정할까 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그냥 그 아저씨가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괜찮으면 다행이야. 그 아저씨는 신경 쓰지 마. 앞으로 혹시나 그 아저씨 마주치면 멀리 피해.”박민정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정말로 김인우가 두 아이가 똑같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무슨 짓을 벌일 줄 알았다.박윤우에게 옷을 갈아입힌 후 박민정은 정리를 마치고 유남준더러 두원으로 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24화

    커피숍에서.박민호는 커피를 젓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서 기다렸다.마침내 박민정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박민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나, 여기 앉아.”박민정은 그의 친절함을 무시했다.“경비원이 네가 나를 찾았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야?”“엄마가 암에 걸렸는데 말기야.”박민호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박민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뭐라고?”“어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엄마가 구치소에서 갑자기 기절해서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했는데 뇌암 판정을 받았대. 이미 말기라고 하더라.”박민호가 덧붙였다.박민정은 그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합의서라도 써서 그 사람을 구해줬으면 좋겠어?”한수민은 좋은 환경에서 자랐는데 어떻게 암에 걸릴 수 있을까?은정숙에게는 가족이 없어서 박민정은 그녀의 양딸과 다름없었다.박민정이 합의서를 작성하면 한수민은 가벼운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박민정, 너 마음이란 게 있어? 우리 친엄마인데 정말 엄마가 죽는 걸 보고 싶어? 그 도우미는 자살한 거라고 엄마가 말했잖아.”박민호는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나 박민정의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자살이라고? 우리 엄마는 한수민에게 살해당했어.”“누구더러 엄마라는 거야? 그 여자는 그냥 열등한 쓸모없는 도우미일 뿐이야...”짝!박민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민정은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때렸다.박민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민정을 쳐다보며 말했다.“도우미 따위 때문에 날 때렸어?”“아줌마는 내 마음속에서 도우미가 아니라 내 친엄마보다 나아. 그러니까 그런 말 할 거면 입 다물고 있어!”박민호는 얼굴이 뜨거웠다. 입에서 나온 모욕적인 말은 박민정의 날카로운 눈빛에 강제로 되돌려졌다.왠지 모르게 그는 박민정이 조금 두려웠다.“좋아. 그 사람 얘기는 하지 말고 우리 친엄마 얘기를 하자. 엄마가 아무리 잘못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25화

    박민정은 집으로 돌아가서 한수민이 건강 문제로 가석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장명철 변호사가 전화했다.“민정아, 내가 보낸 메시지 받았어? 병원에서 한수민이 뇌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렸고 보호자가 대신 가석방을 신청했어.”“네, 저도 봤어요.”박민정은 휴대폰을 들고 밖에 서서 바람과 눈을 얼굴에 맞으며 말했다.“장 변호사님, 한수민은 전혀 아프지 않아요. 이건 그 여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에요.”“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 세상에 그런 우연이 어디에 있겠어. 잡힌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갑자기 뇌암 판정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그럼 그 여자를 다시 감옥에 넣을 방법은 없나요?”박민정은 은정숙의 죽음을 억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한수민이 은정숙을 죽인 진짜 범인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강요하지 않았다면 은정숙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병원이 허위 진단서를 발급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 한 어려워.”장명철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하지만 병원 측에서 가짜 진단서를 발급했다면 어떻게 인정하겠어?”“그럼 다른 의사에게 감정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하면 안 되나요?”박민정이 물었다.“그건 되지만 한수민은 절대 협조하지 않을 거야.”박민정은 가슴 한구석이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그냥 이렇게 한수민을 풀어줘야 하는 것일까?“아참.”장명철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다.“민정아, 유 대표님께 부탁 좀 해봐. 그분은 김인우 씨와 친구 아니야? 김인우 씨가 나서면 병원에서도 감히 거짓말을 못 할 거야.”진주시의 의료 자원은 대부분 김씨 가문에서 장악하고 있고 심지어 작은 병원들도 김씨 가문에 의존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박민정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좀 더 생각해 볼게요.”그녀는 김인우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박민정은 밖에 서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망설였다.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위층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위층에서 큰 소리가 들린 후에야 박민정은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0화

    고영란은 투박하기 그지없는 윤소현의 말투를 들으며 왜 이런 여자가 유씨 가문에 시집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상류층의 여인 다운 기품이 없었다.“그럼 남준이는? 아직도 안 왔어요?”잠시 망설이던 집사가 대답했다.“큰 도련님은 지금 두원 별장에 계십니다. 설날엔 안 오실 거라고 하셨어요.“박민정을 찾지 못한 유남준이 아직도 우울에 빠져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고영란은 더 묻지 않았다.“알겠어요. 이제 음식 준비 부탁해요.”“네.”집사는 곧바로 사람들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영란은 두 아이를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식탁에는 윤소현, 박윤우, 박예찬 그리고 고영란 이렇게 네 명뿐이었다. 오늘따라 식탁이 아주 썰렁하게만 느껴졌다.“고기 많이 먹어.”고영란은 두 아이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윤소현은 두 아이에게 지나친 애정을 쏟는 고영란을 바라보며 질투심으로 불편한 마음을 안고 음식을 먹었다.그때, 식탁으로 다가온 집사가 말했다.“사모님, 정 대표님이 오셨는데요.”정수미는 박민정이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박민정의 행방을 찾는 동시에 네 명의 외손자들을 자주 찾아왔다.그녀는 이제라도 박민정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상하기 위해 외손자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쏟아붓고 있었다.“고마워요.”고영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미를 맞이하러 갔다. 그리고 윤소현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영란의 뒤를 따라나섰다.하지만 박윤우와 박예찬은 식사에만 집중하며 정수미의 등장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아이들 역시 이제는 정수미가 엄마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엄마, 저녁 식사 중이었는데, 같이 드실래요?”윤소현은 웃는 얼굴로 정수미에게 말했다.하지만 정수미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이미 먹고 왔어. 이번에는 그냥 아이들 보러 온 거야.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네.”윤소현은 정수미의 냉한 태도를 느끼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9화

    1년 후, 설날.해외의 어느 한 소도시.박민정은 직접 송편을 빚으며 설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유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우 오빠, 언제 도착해?”유남우는 이미 공항에 도착한 상태였다.“아마 저녁 9시쯤 도착할 거야.”“알겠어. 기다리고 있을게.”박민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유남우 역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그래도 배고프면 먼저 먹고 있어. 알겠지?”“알겠어, 나도 바보 아니거든.”박민정이 웃으며 대꾸했다.곧 비행기를 타야 했던 유남우는 아쉬운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비행기에 올라탄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지난 1년 동안 그는 박민정을 여러 장소로 옮기며 정기적으로 그녀에게 최면을 걸어왔다.그로 인해 박민정은 많은 것을 잊어버렸고 이제는 유남우와 유남우가 만들어준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었다.유남우는 가족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해외에 자주 나가지는 않았다. 해외로 나간다고 해도 그저 일 때문이라고만 둘러댔다.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설날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마침 걸려온 박민정의 전화에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올해 설 만큼은 박민정과 함께하고 싶었다.그 시각, 유씨 가문의 집.윤소현은 방 안에서 쉴 새 없이 울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짜증 내고 있었다.“왜 이렇게 울기만 하는 거야?”베이비 시터가 다가와 말했다.“배가 고픈 모양이네요. 제가 데리고 나가서 우유 먹일게요.”“얼른 데리고 가, 얘 정말 짜증 나 죽겠네.”윤소현은 아들이라고 믿었던 자신의 아이가 딸이라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돌이 지난 두 남자아이와 함께 있던 고영란의 모습을 보자마자 질투심이 밀려왔다.“어머님, 편애가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다혜 울고 있는 건 들리지도 않으세요? 손자들 돌봐주실 시간은 있으시면서 손녀는 신경도 안 쓰시네요?”고영란은 그녀의 불평에 눈살을 찌푸렸다.고영란은 손녀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다혜에게는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았다.윤소현이 낳은 딸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8화

    “정말 실망이다.”정수미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윤소현은 힘겹게 일어나 그녀를 쫓아가며 말했다.“엄마, 함미현 일 기억 안 나세요? 저도 그때처럼 될까 봐 두려워서 그랬어요. 엄마도 아시잖아요.”정수미는 함미현 얘기가 나오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네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정말 함미현한테 진실을 안 물어봤을 것 같니?”그 말에 윤소현의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설마 정수미가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조사를 마쳤을 줄은 몰랐다.“함미현 일은 제가 다 말씀드렸잖아요. 엄마가 어렵게 찾은 딸을 잃게 될까 봐, 혹시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상처 받으실까 봐 그랬던 거예요.”정수미는 그 말에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내가 상처받을까 봐 그랬다고? 그런데 미현이는 네가 박민정이 친딸이라는 걸 알고 그랬다고 하던데. 내가 평생 친딸을 못 찾게 하려고 미현이한테 연기시킨 거라더라.”윤소현이 변명해 보려고 했지만 정수미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제 거짓말 좀 그만해. 너 계속 이럴 거면 나도 더는 너 내 딸로 인정 못 해.”그 말에 윤소현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정수미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윤소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진짜 딸을 찾았다고 이제는 날 버리겠다는 거야? 박민정을 원한다는 거야? 하지만 이걸 어째. 박민정한테는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윤소현이 중얼거렸다.밖으로 나온 정수미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비서의 기척을 느꼈다. 비서는 애써 정수미를 위로해주며 말했다.“아가씨께서는 아무 문제 없으실 겁니다.”정수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난 정말 실패한 엄마야. 친딸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바로 옆에 내 딸을 두고도 못 알아봤어. 그런 주제에 양딸이 그렇게나 버릇없이 굴었는데도 난 계속 감싸기만 하다가 내 친딸을 해칠 뻔했어. 아마 민정이는 지금 나를 원망하고 있겠지.”비서를 통해 알아본 박민정은 마지막으로 정수미를 만났던 날, 심각한 모욕을 당하고 조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소식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7화

    박예찬은 연락이 닿는 순간, 박윤우가 서둘러 물었다.“형, 엄마 어떻게 됐어?”박예찬 역시 박윤우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금방 수술을 마치고 나온 동생을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무슨 소리야, 그게? 엄마 잘 계셔.”박윤우는 형마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스럽게 이마를 찌푸렸다.“형까지 나를 세 살 먹은 어린아이로 생각하는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엄마가 날 보러 안 왔다는 건, 분명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잖아. 그리고 요즘 아빠도 거의 매일 밖에만 있고, 정민기 아저씨도 요즘 사람을 찾고 있다는 걸 들었어. 엄마 실종된 거 맞지?”박예찬은 동생이 이 정도로 많이 알고 있을 줄 몰랐다.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더는 숨기지 않았다.“맞아, 엄마 실종됐어. 그리고 아직도 못 찾았고.”“어떻게 그럴 수 있어?”박윤우는 확신 어린 소식을 듣는 순간, 밀려오는 걱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엄마 납치당한 거 아니야?”“그럴 가능성도 있지.”박예찬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넌 이제 막 수술을 끝냈으니까 잘 쉬어야 해. 절대 다른 사람들 걱정시키지 말고, 엄마 돌아오실 때까지 건강하게 있어야 해. 그래야 엄마도 기뻐하실 거야.”박윤우는 자신이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알겠어.”전화를 끊은 아이는 다시 병상에 누웠다.최근 며칠 동안 정수미도 손자들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었다.지금 그녀는 밀려오는 후회를 멈출 수 없었다. 만약 박민정을 조금만 더 일찍 찾았더라면,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그날, 윤소현은 풀려났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곧장 정수미에게 달려가 울음을 터뜨리며 하소연했다.“엄마, 저는 다시는 못 돌아오는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그 나쁜 놈이, 유남준이 저를 가둬놨어요. 너무 어둡고, 너무 조용해서 미치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임산부를 그런 곳에 가둬놨어요!”정수미는 그런 윤소현의 불쌍한 표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6화

    유남준의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라있었고 정돈되지 못한 모습이 전반적으로 초췌해 보였다.“이지원 조사하고 왔는데, 민정이의 실종과는 아무 관련도 없던데요. 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거예요?”만약 윤소현이 임신 중인 아이가 유씨 가문의 아이만 아니었다면, 그녀가 정수미의 양녀만 아니었다면 유남준은 당장이라도 윤소현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윤소현의 수려한 얼굴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그럴 리 없어요, 이지원이 분명 저한테 그랬다고요. 박민정이랑 그 두 아이들 처리해준다고...”윤소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남준은 천천히 윤소현의 앞으로 다가갔다.“말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정말로 이지원이었어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요.”윤소현이 다시 대답했다.유남준은 바닥나버린 인내심에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윤소현은 다시 어둠과 침묵 속에 갇혀 버렸다.“남준 씨, 얼른 저 내보내 주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제발 나 좀 꺼내달라니까!”그제야 윤소현은 자신이 유남준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밖으로 나온 유남준은 휴대폰부터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찍혀있었지만 그중 일부는 정수미에게서 온 것들이었고, 다른 몇 통은 고영란에게서 온 것이었다.그는 제일 먼저 정수미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시죠?”“유 대표, 민정이 소식은 있나요?”정수미가 조심스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없습니다.”유남준이 대답했다.정수미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더욱 절망스러워졌다.“그럼... 소현이는 어떻게 됐나요?”윤소현은 어릴 때부터 정수미가 직접 지켜봐 왔던 아이였고, 그 아이와 깊은 정이 쌓여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현재 임신 중이었다.“소현 씨도 아무 일 없습니다.”“그럼, 소현이 좀 풀어줄 수 있을까요? 내가 직접 물어볼게요.”정수미가 다시 물었다.정수미는 어렸을 때부터 온갖 호사만 누리며 살아온 윤소현이 그런 감금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수미 본인 역시 윤소현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5화

    “엄마...”이지원은 떠보듯 정수미를 부르고는 말을 이었다.“엄마, 언니가 사라졌어요.”그녀는 박민정의 일부터 처리한 후 윤소현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정수미는 멍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뭐?”“소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저도 모르겠어요. 오늘 언니랑 같이 산부인과 검진 가려고 했는데, 어딜 갔는지 갑자기 사라졌어요.‘이지원이 대답했다.정수미는 멍한 표정으로 이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상황파악을 마치기도 전에 유남준이 사람들을 데리고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윤소현은 제가 가둬놨습니다.”유남준이 말했다.정수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소현이는 왜 가둔 거죠?”“민정이의 실종은 분명 윤소현이랑 관련이 있으니까요.”유남준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이지원에게로 옮기며 말했다.“윤소현이 그러더라, 이지원 네가 내 아이들 데리고 갔다고. 민정이는 아이들 찾으러 간 거라고 하던데, 어디로 데려간 거야?”그 말에 이지원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남준 오빠? 제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요? 저랑 민정 언니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하지만 유남준이 그녀의 말을 믿어줄 리 없었다.곧바로 몇 명의 경호원이 다가와 이지원을 제압했다.“끌고 가!”이지원은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유남준의 수법을 잘 알고 있었던 탓이었다.그녀가 스스로 이곳에 등장한 것도 전부 유남우 때문이었다. 그가 이지원에게 직접 유남준을 찾아가 박민정의 실종이 자신과는 관련 없다는 사실을 어필하라고 조언해주었기 때문이었다.“오해예요, 오빠. 소현 언니가 왜 그런 얘길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민정 씨 아이들 데리고 간 적 없어요.”뒤이어 그녀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정수미를 바라보았다.“엄마, 엄마.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저 그동안 집에만 있었고, 어디 간 적도 없어요.”하지만 정수미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4화

    정수미는 그 질문에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대답했다.“유 대표는 이미 내가 민정이 친엄마라는 걸 알고 있었죠?”유남준은 그 말에도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되물었다.“그런데 대표님은 제 말 안 믿었잖아요.”정수미는 목구멍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다 내가 어리석었어요, 내 잘못이에요... 저도 너무 후회 중이에요.”그동안 윤소현이 늘 박민정에 대해 안 좋은 얘기만 늘어놨던 탓에 정수미는 박민정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못했다.그 탓에 정수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박민정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줘버렸다.박민정이 자신을 찾아왔던 그때도, 정수미는 그녀를 가차 없이 비웃고 쫓아내 버렸다.“지금 민정이 어디 있어요? 찾았어요?”눈시울이 붉어진 정수미가 다시 물었다.유남준은 폐허로 시선을 돌리며 자신의 손에 꽉 쥐고 있던 반지를 보여주었다.“마지막으로 추적된 곳이 여기인데, 방금 민정이 반지를 찾았어요.”그가 낮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정수미는 몸을 휘청이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기색을 보였다.놀란 비서가 다급히 정수미를 부축해 주었다.“대표님.”“얼른, 얼른 주변 수색해!”정수미가 지시했다.“알겠습니다.”비서는 곧바로 인력을 충원해 폐허 속에 남았을지도 모를 박민정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하지만 밤이 깊도록 폐허 속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박민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저 박민정과 관련된 물건만 몇 가지 발견되었을 뿐이었다.비서는 멍하니 서 있는 정수미의 곁에 서서 슬쩍 말을 꺼내 보았다.“아가씨 말이에요,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죠?”그 말에 정신을 차린 정수미가 차가운 눈빛으로 비서를 올려 보았다.“지금 무슨 헛소릴 하는 거야?”살아 있으면 살아 있는 대로 봐야 할 것이고, 죽었다면 죽은 대로 시체를 봐야만 했다.정수미는 박민정이 이렇게 실종됐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민정이 여기 없는 거 확실해. 다른 데서 계속 찾아봐.”“네.”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유남준도 폐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3화

    “뭐라고요?”정수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어떻게 실종됐다는 거예요?”“저도 잘은 몰라요.”설인하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아무튼 벌써 이틀이에요. 이틀 동안 찾아 헤매는 중인데 도통 안 보이네요.”그 말을 들은 정수미가 몸을 휘청거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지만 그런 그녀를 비서가 붙잡아 주었다.“조심하세요, 대표님.”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어지러움에 정수미는 비서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 겨우 찾았는데 실종이라니?”“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누가 데려갔는지는 알아냈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비서가 애써 정수미를 위로했다.“그래, 얼른 사람 보내서 민정이 좀 찾아내.”정수미가 말했다.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박민정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박민정을 찾아낼 것이다.“알겠습니다.”정씨 가문에서도 사람들을 시켜 전국적으로 박민정을 수색하기 시작했다.힘없이 자리를 뜨는 정수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설인하는 의아했다. 정수미가 왜 갑자기 이런 식으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민정 씨, 제발 빨리 좀 돌아와요.”설인하가 혼자 중얼거렸다....한편, 유남준은 거의 진주 시내 전체를 뒤집다시피 했지만 박민정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유남준은 주변 지역에까지 사람을 보내 수색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그렇게 마침내, 단서를 발견했다.유남준은 즉시 차를 몰고 그곳으로 향했다.그리고 정수미는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 역시 박민정을 찾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결국, 두 세력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박민정을 수색하기로 했다.그렇게 수색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사람들은 곧장 단서가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도착했을 때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오직 불에 다 타버린 집뿐이었다.차에서 내린 유남준은 망설임 없이 까맣게 불타버린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민정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2화

    그녀가 쥔 친자 확인 감정서에는 두 사람이 모녀 관계라고 적혀 있었다.비서는 다른 병원에서도 받아온 서류들을 건네며 말했다.“이번엔 틀림없습니다, 대표님. 박민정 씨는 대표님의 친딸이 확실합니다. 지난번엔 저희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친자 확인 감정서를 쥔 정수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어떻게... 그 걔가 어떻게 내 딸이야?”박민정이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수미는 너무 갑작스러운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그녀 역시 자신이 친딸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그 짓들이 얼마나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제 어떡해야 하지?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어떻게 날 이런 식으로 갖고 놀아?”정수미의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졌다. 친자 확인 감정서를 손에 꼭 쥐고 있던 그녀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만큼 괴로웠다.“내가, 내가 그 아이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엄마라는 작자가 딸한테 오히려 모욕감만 잔뜩 줬으니...”정수미의 마음은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오랫동안 찾고 있던 딸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 사실조차도 모르고 살아왔다.더군다나 친딸을 괴롭히는 자신의 양딸을 그렇게나 적극적으로 돕기까지 했다.비서 역시 이런 운명의 장난에 착잡함을 느끼고 있었다.“대표님께서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잖아요. 조금 더 일찍 아셨더라면 민정 씨를 해치지 않으셨을 겁니다.”정수미는 비서의 위로에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책을 멈추지 않았다.“그 아이가 날 찾아왔을 때도 난 상처만 잔뜩 줘버렸어. 얼마나 아팠을까.”오랜 세월 동안 눈물이라는 것을 거의 흘려보지 않았던 정수미였지만 하늘의 장난과도 같은 이 상황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난 정말 나쁜 년이야! 어떻게 친딸한테 그럴 수가 있어!”만약 이 세상에 후회 약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전 재산을 내걸고서라도 얻고 싶을 지경이었다.당장이라도 과거로 돌아가 정신 차리라며 자신의 뺨을 수차례 내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가야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