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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그녀의 얘기를 듣고 유남준은 비로소 안심했다.

“돌아오기 전에 내 처소에 있는 모든 물건은 볼펜 한 자루라도 위치를 바꾸지 말라고

얘기를 해뒀어. 그리고 나머지는 다 기억으로 해낸 거야.”

그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사방을 둘러보니 역시나 질서정연하고 물체의 위치가 그전과 똑같았다.

그렇다 해도 그녀는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볼 수 없다고 했을 때 유남준처럼 앞을 훤히 내다보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이 세계의 통치자가 되지 않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지도자인 것이다.

“당신 정말 대단해요.”

박민정은 감탄이 진심으로 우러나왔다..

그녀의 칭찬을 들어본 지가 꽤 오래되었는데 불현듯 듣게 되니 유남준은 저도 몰래 입꼬리가 올라가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하... 바보...”

공기 중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박민정은 얼굴이 왠지 모르게 붉게 물들었다.

“... 이거 놔요. 여기 좀... 닦아야겠어요.”

“그래.”

유남준은 순순히 손을 놔주었다. 그가 아주 잠깐 쥐었지만 손바닥은 땀이 날 정도로 뜨거웠다.

박민정은 별생각 없이 대걸레를 가져와 바닥의 물을 닦았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유남준은 통창 앞에 서 있었는데, 그의 커다란 몸집이 비춰들어 오는 햇빛을 반 이상 가리고 있었다.

이윽고 햇빛을 등지고 돌아서는 유남준의 얼굴은 서늘하면서도 귀티가 좔좔 흘렀다.

그가 뭐라 말하려고 입술을 벌리는 순간, 문어귀에서 사용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 도련님, 작은 사모님.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고영란은 이미 사용인 몇 명을 이끌고 들어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윤우는 어디 갔어?”

“위층에 있어요. 자요, 지금.”

유남준의 대답을 듣자 고영란은 소파에 앉았다.

“그러면 여기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그다음 순간, 유남준은 그녀의 좋은 기분을 엉망으로 망가뜨렸다.

“윤우는 내 아들이 아니에요.”

고영란은 얼떨떨해져서 물었다.

“뭐라고 했니, 방금?”

유남준한테서 더 이상의 설명이 없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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