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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윤우는 사실 그리 더럽고 지저분한 일을 할 애가 아니었다. 그저 유남준의 바지에 물을 묻혔을 뿐이다.

유남준의 바지를 닦는 척하며 윤우가 말했다.

“엄마가 그러는데 새아빠 노릇은 원래 친아빠보다 하기 힘든 거래요. 화내지 마세요, 제가 잘 닦아드릴게요.”

모두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고 늘 엄숙한 얼굴로 웃음을 아끼던 유명훈도 웃음을 참느라 코가 벌렁벌렁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성은 남아있었다.

‘저 애는 누굴까, 남준의 아들인 건가?’

유남준한테 물어보려는 그때, 곁에 앉은 유지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먼저 물었다.

“예찬아, 너 방금 우리 삼촌을 뭐라고 불렀어?”

예찬이라고?

윤우는 더 이상 감추지 않고 커다란 눈동자로 유지훈을 보며 말했다.

“난 예찬이 아니야. 연윤우라고 해. 아저씨가 우리 엄마랑 같이 있기로 했으니까 이제 나의 새아빠가 되는 거야.”

지훈이는 윤우의 말을 듣고 더 어리둥절했다.

예찬이와 똑같이 생겼는데 왜 예찬이가 아니라고 하는 거지?

자세히 보니 앞에 있는 아이와 예찬이가 유일하게 다른 점은 낯빛이 더 창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찬이처럼 정색한 말투가 아니었다.

유명훈은 둘의 대화를 듣고 더 의문이 들었다.

“네 엄마가 누구냐?”

“박민정이에요, 할아버지.”

윤우가 대답하자 유명훈의 지팡이를 쥔 손에 시퍼런 핏줄이 불거졌다.

“그럼 넌 누구야? 네 친아빠는 또 누구고?”

윤우가 재차 입을 열려는데 유남준은 그의 덜미를 번쩍 들었다.

“얘를 밖에 내보낼게요.”

“거기 서!”

유명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윤우를 향해 걸어왔다.

이때 유남준한테 잡힌 윤우가 겨우 고개를 들며 말했다.

“새아빠, 나절로 갈 수 있어요.”

드디어 윤우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된 유명훈은 아이의 얼굴이 유남준의 어릴 적 모습과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

“너... 너 대체 누구의 아이야?”

윤우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 연지석과 박민정의 아들이에요.”

유명훈이 미간을 좁히며 캐물었다.

“연지석은 또 누구야?”

“연지석은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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