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이 이번에 신림현으로 돌아온 건 은정숙의 마지막을 고향에서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감을 남기고 싶지 않아 왔던 곳에서 유남준과 유앤케이에 이렇게 발목이 잡혀버릴 줄은 미처 몰랐었다.박민정은 생각하길 그만두고 진서연에게 말했다."다음 곡은 크리스마스에 낼 거야."사실 곡은 진작에 써둔 상태였지만 아직 몇몇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 좀 더 수정단계를 거쳐야 했다."알겠습니다."진서연을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럼 지금 바로 인터넷에 카운트 다운 올릴게요.""그래."박민정이 유명해진 뒤로 그녀가 쓰는 곡들은 친한 친구에게 선물하는 게 아니면 항상 먼저 SNS에 카운트 다운을 올려뒀었다. 그리고 그걸 본 다른 소속사 아티스트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진서연은 그 사이에서 협상을 진행해 곡을 발표하는 과정을 거쳤다.저번에는 회사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박민정이 직접 용 사장을 찾아 곡을 주었었지만 지금은 또 재정이 다시 좋아졌으니 박민정은 회사의 원래 지침대로 하기로 했다.박민정은 제시한 액수에 따라 곡을 주는 게 아니라 이 노래를 부를 사람과 자신이 쓴 곡의 케미를 제일 중시했기에 돈이 많다고 무조건 박민정의 곡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었다.박민정의 신곡이 크리스마스에 나온다는 소식은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시간 검색에 10위에 올랐다.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 이슈였다.이지원도 이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매니저에게 연락해 곡을 받아내라고 했지만 사실 이지원 말고도 곡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고 또 그들은 돈도 권력도 더 막강한 사람이기에 곡을 받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그때 모스크바에서 발레공연을 마친 한 여자가 백조마냥 사뿐히 계단을 내려와 딱 봐도 부자처럼 보이는 한 남자 앞에 섰다."아빠, 뉴스 봤어요? 나 그분 노래 갖고 싶어요."여자의 얼굴은 박민정과 많이 닮아 보였다.기업가처럼 보이는 남자는 제일 사랑하는 딸의 부탁에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우리 소현이가 갖고 싶은 건 아빠가
영상을 처음 본 순간부터 박민정은 무대 위에 여자가 꼭 제 어머니 한수민 같다고 여겼다. 어릴 때 한수민을 무척이나 따르던 박민정이 그 무대 영상을 몰래 몇 번이나 돌려봤었다. 한수민도 윤소현이라는 여자처럼 발레리나 출신이었다. "보스님, 보셨어요? 어때요?"박민정은 진서연의 목소리에 그저 닮은 사람이겠지 하며 대답을 했다."무대는 좋네. 근데 난 좀 더 기다려보고 싶어.""알겠어요, 그럼 일단 연락처만 남겨둘게요.""응."전화를 끊은 박민정은 다시 그 영상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영상만 보면 어릴 때 한수민을 따라 춤을 배우고 싶다 했을 때 한수민의 조롱 섞인 표정이 떠올랐다."너 같은 귀머거리가 무슨 춤을 배워? 박자는 들을 수 있어? 맞출 수나 있겠니? 나 쪽팔리게 하지 말고 저리 가."박민정에 그에 굴하지 않고 무대에 몇 번이나 올랐고 상도 많이 받았었지만 한수민은 한 번도 칭찬이란 걸 해주지 않았었다."그렇게 열심히 하면 뭐해? 세상일이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야. 알긴 하니?"한수민은 경멸 어린 눈길로 박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같은 장애인은 장애인 다운 일을 하란 말이야. 헛된 꿈 꾸지 말고. 너는 춤을 출 자격이 없어."한수민의 반복된 조롱에도 박민정은 춤을 포기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한번 국제 콩쿠르에서 누가 박민정의 보청기를 가져가 버리는 탓에 무대에 오른 박민정의 귀에는 소음밖에 들리지 않았고 박자를 하나도 맞추지 못해 결국 예선 탈락으로 떨어졌다.그날 집으로 돌아간 한수민은 박민정이 보는 앞에서 발레복이며 신발이며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던지며 말했다."다시는 춤 같은 거 추지 마. 네가 또 춤을 추는 게 내 눈에 보이면 다리를 분질러 버릴 거야."옛날 일들이 떠오른 박민정은 몸을 웅크리고 눈물을 흘렸다.어린 나이에 받았던 수많은 상처들은 아마 평생동안 치유받지 못할 것 같았다.작업실에서 한수민의 한번 또 한 번의 조롱을 견뎌냈던 지난날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훔치던 박민정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가까이 앉은 탓에 유남준은 풍겨오는 박민정의 체취를 맡으며 가슴이 간질거림을 느꼈다."응."유남준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들어 박민정과의 일들을 꿈으로 자주 꿨는데 그 속에서는 둘의 진한 스킨십도 등장했기에 지금 기분이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나 못 믿는 거야?"유남준의 반응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박민정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게 아니고 눈도 안 보이는데 피아노도 치고 악보도 수정해주고 참 대단한 것 같아서요."머뭇거리며 어딘가 슬프게 들리는 말투에서 유남준은 아까 박민정이 울던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그래야만 했으니까."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유남준을 바라보았다."요즘 꿈을 자주 꿔. 꿈속에서 나는 유씨 집안에서 온갖 사교육이란 사교육은 다 받았어. 그리고 매일 유앤케이 후계자로서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받아 왔고.""그리고 지금은 내가 그렇게 훌륭하지 않으면 어떻게 너랑 뱃속의 우리 아기를 지키겠어?"유남준의 말을 듣고 있던 박민정이 뭐라 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망설이자 유남준이 박민정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민정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나 너 사랑해. 많이 사랑해."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유남준은 평생 하지 않을 말이었다.어릴 때부터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유남준에게 제일 부족하지 않은 게 사랑이었고 그래서 누군가를 굳이 좋아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받게 될 사랑이니까. 그리고 좋아한다고 해도 그 성격상 그걸 말할 사람은 아니었다.그런 유남준에게서 지금 박민정이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박민정은 깜짝 놀란 나머지 유남준을 밀어내지도 않고 있자 유남준은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엄마, 남준 아저씨..."그때 앳된 목소리가 들려오자 정신을 차린 박민정이 유남준을 밀어내고 일어서며 말했다. "예찬이 왔어?"가방을 메고 올라가던 박예찬은 앞뒤로 나란히 내려오는 엄마와 유남준을 보며 어딘가 낯설었지만
‘와빙구리’란 자기 몸을 얼음판 위에 뉘여 녹힌 후 잉어를 잡는다는 말이다. 박예찬은 지금 유남준을 일부러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은정숙도 그걸 눈치 채고 막 거절하려는데 유남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응, 오늘 밤 물고기 잡으러 가려고.”박민정은 의아했다. 유남준은 왜 갑자기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는 걸까?그러나 은정숙은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 강물이 얼어서 물고기를 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이렇게 큰소리를 치다니. 역시 이 세상에 돈으로 해결 못할 건 없다.그날 밤 10시쯤, 누군가 금방 잡은 싱싱한 물고기를 보내왔다. 바로 은정숙이 좋아하는 민물고기였다.유남준이 그 물고기를 박민정에게 건네자 그녀는 바로 가져가서 국을 끓여 어르신께 드렸다. 방금 잡은 물고기라 유난히 싱싱했다.남은 부분은 남겨서 이제 다른 이웃들에게 나눠줄 생각이었다.그러나 박민정은 유남준이 어떻게 물고기를 잡았는지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돈이 많으니 당연히 도와주려는 사람도 많았을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은정숙은 국을 마시려 하지 않았다.“이게 유 대표님이 잡은 거야?”“정확히 말하면 돈 주고 산 거죠.”박민정이 말했다.그러자 은정숙은 고개를 저었다.“대표님에게 빚지고 싶지 않아.”박민정은 그릇을 옆으로 치우고 손을 뻗어 은정숙을 껴안았다.“그런 생각하시지 마세요. 남준 씨가 아줌마 집에서 지내면서 물고기쯤이야 준비해드릴 수도 있죠.”박민정은 은정숙이 자신이 작은 일로 감동하고 유남준에게 미안해할까 봐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녀의 설득에 은정숙은 드디어 국을 먹으려고 했다.“역시 우리 쪽 민물고기가 비린 냄새도 안 나.”은정숙은 이 순간 처음 느껴보는 행복감이 마음속으로 밀려왔다.예전에 그녀는 자신이 나이 들었을 때 이렇게 딸과 손자가 옆에 있어줄 줄은 몰랐다.저녁이 되어 은정숙은 또 국을 마시고는 다시 누워서 잤다.박민정은 나날이 여위어 가는 은정숙의 가냘픈 몸을 보고 마음이 아파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사실 박민정은 은정숙이 떠
차는 천천히 시즌 호텔 앞에서 멈춰 섰다.조하랑은 차 안에서 호텔 안을 들여다봤는데 마음이 복잡했다.그녀는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박예찬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박민정도 뒤따라 내려왔다.박예찬은 시계를 바라보고 시간이 됐는데 왜 아직 아무도 안 오는지 의아해했다. 돈을 받고 싶지 않은 건가? 이렇게 책임감이 없어도 되는 건지 싶었다.만약 리뷰를 남길 수 있다면 무조건 낮은 점수를 매겼을 것이다.조하랑은 원래도 박예찬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어린 아이일 뿐인데 어떻게 강연우보다 더 멋진 파트너를 찾아줄 수 있겠는가?“민정아, 나 너무 긴장돼.”조하랑은 고개를 돌려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박민정은 앞으로 다가와서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겁내지 마. 내가 여기 있잖아.”수년 동안 조하랑은 강연우 때문에 다른 남자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한국으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강연우를 찾아가는 것이었는데, 그를 찾았을 때는 이미 여자 친구가 있는 상태였다.이제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있고 강연우는 조하랑에게 청첩장까지 보냈다. 심장이 찢기는 느낌이었다.박민정의 위로를 받은 조하랑은 마침내 한 걸음 내딛고 호텔로 들어섰다.연회가 열리는 로비 밖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신랑 신부의 웨딩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신부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강연우의 곁에 꼭 붙어 서있었다.박민정도 신부의 외모를 보았는데 놀랍게도 조하랑과 비슷했다.“신부가 너무 예쁘네.”조하랑은 중얼거렸다.박민정은 더욱 안타깝게 생각했다.“우리 하랑이가 더 예쁜데.”박예찬도 조하랑의 손을 잡았다.“맞아요, 엄마가 더 예뻐요.”‘엄마’라는 말에 정신을 차린 조하랑은 자신을 아끼는 두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그래, 내가 더 예쁘지. 어서 들어가자.”조하랑은 한 손으로 박예찬을, 다른 한 손으로는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 옆에 남자가 없어도 괜찮았다.세 사람
강연우의 어머니는 조하랑이 대표님의 딸이니 자신의 아들이 계속 그녀와 연락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마음속의 생각을 확실히 하고 강연우 앞에서 전혀 그들 모자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아, 그렇군요. 아줌마는 정말 대단한 어머니네요. 아들이 결혼하는데 애인을 찾아주시고 말이에요. 며느리가 될 분은 이 사실을 알고 있어요?”박민정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덧붙였다.“우리 하랑이는 아드님에게 마음이 남아 있어서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게 아니라 아줌마네 가족이 다른 집의 착한 딸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걱정돼서 왔어요.”그렇게 말한 후 박민정은 강연우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강 변호사,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죠. 어머님이 저런 말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데 당신이 변호사라는 호칭을 들을 자격이 있나요?” 박민정은 여기 오기 전에 강연우의 부모님이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고 그저 강연우가 정 없는 사람이란 것만 알고 있었다.강연우는 박민정의 말을 듣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했다.“엄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전 평생 해인이랑만 함께할 거고, 해인이만 사랑할 거예요.”박민정의 뒤에 서 있던 조하랑은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예전의 자신이 그저 그가 놀다 버린 장난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한때 강연우와 함께 허름한 호텔에서 보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가 자신을 껴안으며 말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나 강연우는 이번 생에 오직 조하랑과 함께할 것이며, 그녀만을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조하랑은 감정을 억누르며 그에게 따지지 않으려고 애썼다.강연우의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듣고는 박민정을 매섭게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내 아들이 이렇게 뛰어난데 여자 몇 명 만나는 게 뭐가 문제야? 요즘 어떤 회사 대표가 여자 한 명밖에 없어? 어떤 사람은 포기하지 못하겠지. 내 아들을 떠나면 누가 저 놀다 버린 년을 만나려 고 하겠어?”강연우의 어머니는 조하랑과 강연우가 오래 전에 이미 호텔도 다니며 함
호텔의 어느 한 방 안에서는 홀 현장 라이브를 띠우고 있었다.서다희는 어리둥절했다.“박예찬은 왜 또 조하랑의 아들이 된 거지?”유남준은 진주시로 온 다음 서다희더러 몰래 박민정을 지키고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이건 보호 차원에서 시키는 일이지 절대 미행이 아니라고 했다.그래서 경호원들이 아래 결혼식장에서 박민정 일행을 찍고 있어서 목소리가 아주 잘 들렸다.유남준은 서다희의 말을 듣고도 전혀 이상하게 생가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절친이니 아들을 빌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런데 ‘아빠’라니? 진주시에서 가장 센 사람이라면 자신이 등장할 차례인 건가?하지만 지금은 볼 수 없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아들은 빌릴 수 있어도 남편은 절대 안 된다.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유남준은 서다희에게 지시했다.“내려가서 지금 이 일 좀 수습해 봐.”박민정의 친구는 그의 친구이기도 했다. 그러니 친구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 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네, 알겠습니다.”강연우는 변호사가 맞지만 돈으로 해결 못하는 것은 없다.아래층 결혼식장에서.신랑 측 손님과 신부 측 손님들은 모두 문 앞에서 발생한 일 때문에 놀라서 구경하려고 모여들었다.강연우는 깜짝 놀라 어머니를 부축하여 일으켰다.강연우 어머니는 조하랑에게 이렇게 큰 아들이 있는 줄은 몰랐고 이제 알게 되자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두 사람은 연애를 했었고 아들은 이제야 결혼하는데 조하랑에게 이렇게 큰 아들이 있었다니.지난번에 조하랑을 만난 건 작년이었다. 눈앞에 있는 이 아이는 네 살 쯤 돼 보이는데, 그렇다면 조하랑이 아들이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아들 강연우를 만났다는 뜻이다.“진주시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고? 네 엄마가 너를 속인 것 같구나.”강연우 어머니는 박예찬에게 말했다.“네 아빠가 널 버린 거 아니니? 그래서 네 엄마가 내 아들에게 집착하는 거 같구나. 너희에게 말하는데, 내 아들은 너희 모자를 받아줄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강연우
박예찬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사람은 어떻게 내가 보낸 초대장을 가진 거지?’게다가 자신의 실속을 챙기려 하다니,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맞춰줄 수밖에 없다.“아빠, 말씀하신 것이 다 맞아요.”이 순간 세 사람이 함께 서 있는걸 보면 정말로 한 가족 같았다.강연우는 눈앞의 아름다운 장면을 바라보며 눈이 부셨다.하지만 그는 겉으로는 무덤덤하게 말했다.“도련님, 죄송합니다. 접대가 부족했습니다.”김인우는 그 말을 듣고는 실눈을 뜨고 뼛속까지 차가울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접대만 부족한 게 아닙니다. 당신들은 제 아내와 아들을 모욕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갚겠습니까?”“당신은 변호사죠? 자신의 소송에서는 이길 자신이 있나요?”김 씨 가문에게 강연우를 없애려 한다면 마치 하찮은 개미를 죽이는 것처럼 쉬웠다.강연우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죄송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김인우는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하랑, 예찬, 그리고 박민정에게 말했다. “우리 돌아가요, 이런 결혼식에는 참석할 필요 없어요.”사람들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강연우의 잘생긴 미간을 좁혔다. 김인우를 아는 사람 중에서 돈이 조금 있는 친척들은 결혼식에 더 참석할 엄두를 못 내고 모두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떠났다. 강연우의 어머니가 그들을 막으며 말했다. “식사도 안 하고 왜 가려고들 하십니까?” 그중 한 사람이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 가문을 건드렸는데, 누가 감히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강연우의 어머니는 자신이 매우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다. 호텔을 나서는 길에 김인우와 조하랑은 함께 걸었고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예찬이가 내 아들이 아니라고 하다니요. 말해봐요, 내가 친자 확인을 할 때 어디에 손을 썼어요?”김인우는 친자 확인을 할 때 조하랑이 박예찬을 찾아왔던 것을 기억했다. 하여 그는 전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