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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이웃이 보기에는 유남준이 건넨 것이 그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 혹시 미친 건 아닐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박민정이 들어오자 이웃 아주머니는 그녀를 잡아끌고 말했다.

"새댁 남편이 생긴 건 멀쩡한데 성격이 좀 이상한 것 같아. 아까 야채 가져다줄 때 돈이 아니라 종이 쪼가리를 주면서 우리 보고 알아서 숫자 적으라고 하더라니까."

이웃 아주머니는 유남준이 미친놈 같다고는 하지 않고 애써 돌려 말했다.

박민정은 아주머니가 오해했음을 알지만 뭐라고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유남준의 성격이 이상하다는 말에 동조했다.

"채소 고마워요 아주머니. 다음엔 그 사람 말고 저 기다렸다가 받으세요."

"그래."

이웃 아주머니는 웃으며 박민정이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서야 자리를 떴다.

어쩌다 저런 아가씨가 눈이 멀고 정신까지 이상한 사람한테 시집을 간 걸까, 전에 박민정이 재벌 집 아가씨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상대도 재벌이라 뭐 정략결혼 그런 건가 하는 생각들을 하며 아주머니도 집으로 향했다.

박민정은 윤우를 보러 병원에 갔다가 오는 길이었다. 그리고 산부인과에 들러 검사도 하고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집에 들어오는데 마침 유남준이 주방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보이지도 않으면서 뭘 하겠다고 그러는지 손은 몇 번이나 데일 뻔해 보는 사람이 더 아슬아슬했다.

"뭐해요 지금?"

"밥하잖아."

유남준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을 하며 설탕을 소금으로 착각한 채 쏟아 넣고 있었다.

"그거 설탕이에요. 소금이 아니라..."

그 말에 유남준은 잠시 멈칫하고는 말했다.

"여기 전에는 소금이었잖아."

"어제저녁 하다가 위치를 옮겼어요. 이리 줘요. 내가 할게요."

눈도 보이지 않는 사람을 힘들게 하기 싫었던 박민정이 제가 하겠다고 나섰지만 유남준은 박민정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계속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 밥은 내가 다해."

어젯밤 연지석과 박민정이 주방에서 다정하게 요리하는 모습만 생각하면 치가 떨려 당장이라고 전용 요리사를 불러오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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