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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1-29 16:28:12
이지원이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알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워낙 눈치가 빨랐던 그녀는 오늘따라 이상한 김인우의 모습과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자신의 팔을 주시하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뭔가 깨달은 듯 태연하게 맞장구를 쳤다.

“당연히 기억하죠. 그때 온몸이 피투성이여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폭발 직전의 차에서 오빠를 끌어내기 위해 제가 강제로 차 문을 열려다가 팔에 상처가 났잖아요. 오빠는 모르겠지만 그 흉터가 엄청 끔찍했거든요. 다행히 나중에 수술해서 완전히 지워졌지만...”

이지원은 팔에 난 상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때 당시 박민정을 발견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으니까...

예전 같으면 김인우는 주저 없이 이지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을 텐데, 지금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무조건 강해야 해요.”

그때 그를 구해준 소녀가 수없이 했던 말이다.

무서워하지 말라는 상식적인 말이 아니라서 지금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떠나기 전.

김인우는 이지원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지원아,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까 내가 어떤 성격인지는 잘 알지? 나는 다른 사람이 날 속이는 게 제일 싫어.”

할 말만 하고 먼저 떠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지원은 조금 무서웠다.

그러나 박민정은 이미 죽었고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니 설사 그날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들 잡아떼면 그만이다.

저택으로 돌아온 김인우는 사람을 시켜 그 날의 일을 재조사했다.

이지원이 처음으로 그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주장했을 때 별다른 조사 없이 그대로 믿었다. 그녀 외에는 아무도 그를 구해줬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게 실수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

두원 별장 밖.

유남준은 차 안에 앉아 줄줄이 담배를 태웠다.

오늘 박민정이 예전에 살았던 곳으로 갔지만 거긴 이미 비어있었다.

사람을 시켜 그녀의 행방을 조사하게 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유남준은 두통을 느끼며 마지막 담배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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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단숨에 들이마셨다.“남준아, 정말 죽었으니까 이제 그만하자.”말을 내뱉고 나서야 김인우는 자신이 박민정의 입장을 대신하여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유남준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 진료 기록을 보고 있었고 거의 다 볼 때쯤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비서 서다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대표님, 연지석 씨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서다희는 재빨리 주소를 보내왔고 그곳은 외딴 지역에 있는 신림현이었다.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했지만 정확하게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았다.“왜 그래?”김인우는 아무 말 없는 그의 모습을 보고선 의아해하며 물었고 유남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말을 마친 그는 두말없이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김인우는 어디로 가는지 묻고 싶었지만, 부랴부랴 떠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말을 아꼈다.그렇게 홀로 집에 남겨진 그는 시간도 늦었고 마침 피곤했던 터라 잠깐 이곳에서 눈을 붙이기로 했다....새벽, 유남준은 신림현에 도착했다.흐린 날에 더불어 빗줄기도 점점 거세졌다.서다희는 검은 우산을 펼치며 유남준을 마중했다.“대표님.”“응?”서다희는 유남준과 함께 신림현으로 오는 길에 많은 것들을 설명해 줬다.“조사 결과 이곳에서 연지석 씨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민정 씨가 어릴적 양어머니와 함께 지냈던 곳이라고 합니다.”양어머니...장대 같은 빗속에서 유남준은 침울한 눈빛을 드리우면서 왜 산림이라는 이름이 익숙하게 느껴졌는지 알아챘다.박민정이 수도 없이 언급했으니까.결혼 3년 동안 명절 때마다 박민정이 눈치를 보며 물었었다.“남준 씨, 볼일 있어서 그러는데 나 잠깐 신림현에 다녀와도 될까?”그때의 유남준은 그녀가 어디로 가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무슨 일로 신림현에 가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그는 줄곧 무관심하게 답했다.“나한테 일일이 보고할 필요 없으니까 마음대로 해.”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박민정은 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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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8화

    “저 집 엄마도 참 불쌍하지. 이제 딸이 없잖아. 애지중지 키우던 애가 이렇게 세상을 떠나버렸네.”“그러게나 말이에요. 민정이 참 똑똑하고 밝은 아이였는데... 이렇게 어린 나이에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재벌 집에 시집가도 좋은 게 아닌가 봐요. 저번에 민정이 돌아온 거 보니까 딴사람인 줄 알았어요. 어찌나 야위었는지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았다니까요.”“남편이 엄청 잘해준다고 얘기하던데 그것도 아닌가 봐요. 하긴, 3년 동안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춘 적 없으니...”이웃들의 대화를 들은 유남준은 목이 메었다.역시나 하루 종일 기다려도 은정숙과 박민정을 만나지 못했다.유남준은 의자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였다가 악몽을 꾼 듯 벌떡 일어났다.또 꿈속에 박민정이 나왔다...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니 오직 적막과 어둠뿐이었고 박민정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유남준은 정말로 그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늦은밤 10시.은정숙의 이웃들은 모두 벽돌집 안으로 끌려와 ‘심문’을 당했고 주위에 경호원들로 가득 찬 방은 더욱 비좁아 보였다.“그 사람들 지금 어디 있어요?”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던 그들은 하나같이 옷깃을 여미고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유남준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는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싸늘함을 내뿜었다.“어젯밤에 정숙이 우는 소리가 들려서 찾아와봤는데 민정이가 죽었다고 얘기하더군요.”“젊은 애가 죽은 게 좋은 일은 아니니 그날 밤에 바로 화장하고 묻었어요.”그날 밤에 바로 화장했다니...유남준은 눈앞이 캄캄해졌다.“장례를 치르고 나서 정숙이가 어디로 갔는지는 저희도 잘...”다른 사람들도 그 말을 듣고 맞장구를 쳤다.서다희는 곧바로 연지석의 행방을 물었고 그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어릴 적부터 고아였던 연지석은 1년 전 이곳을 떠난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밤 12시 3분.아직도 거센 비가 내리며 번개가 치고 있었다. 시골길은 진흙으로 변해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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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9화

    그는 잠자고 밥 먹는 것 외에는 밤낮없이 회사에서 일했다.연지석 집에 있던 박민정의 유품들도 김인우를 시켜서 옮겼다.그는 유남준이 어딘가 변했다는 걸 느꼈다.돌아온 이후로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 유난히 조용했다.참다못한 김인우가 서다희에게 물었다.“요즘 왜 저래요?”서다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잘 모르겠습니다. 도련님, 설마 대표님이 민정 씨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죠?”그 말을 들은 김인우는 이상한 기색을 보였다.“누가 알겠어요?”말을 마친 그는 차에 올라타 기사에게 운전을 부탁한 후 의자에 등을 댄 채 머리가 아픈 듯 지그시 눌렀다.‘만약 남준이가 정말로 박민정을 좋아하게 됐다면 왜 바움 그룹을 인수하지 못해서 안달 난 거지?’바움 그룹은 박민정을 끔찍하게 아끼는 박형식이 피땀 흘려 일어 세운 회사였기에 박민정에게 매우 중요했다.‘만약 남준이가 정말로 박민정을 좋아한다면 굳이 가족들을 괴롭히러 해외로 사람을 보냈을까?’김인우는 박민정이 엄마, 동생과의 관계를 끊었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들이 박민정의 몇 안 되는 가족이라는 것만 알았다.유남준은 여태껏 자기 여자에게 푸대접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예전에 이지원과 만나고 있었을 때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건 무조건 이지원에게도 선물해 줬다.그러나 오직 박민정에게만 원수를 대하는 듯 가혹하고 잔인한 모습을 보였다.그렇게 생각하던 중 어느덧 럭셔리한 동네에 도착했다.김인우는 차에서 내리며 주위를 힐끗 둘러봤다.“비싸 보이네요.”“평당 수천만 원일 겁니다.”기사가 답했다.김인우에게는 별거 아닌 금액일지 몰라도 일반인이 이런 곳에서 집을 산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가정부가 문을 열어줬다.“민정 씨 물건은 모두 안방에 있습니다. 물건만 챙기고 즉시 떠나라고 하셨습니다.”김인우는 가정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사람은 지금 어딨죠?”가정부는 퉁명스럽게 답했다.“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워낙 바쁜 사람이라서 당신들을 상대할 시간 따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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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0화

    김인우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고 비서는 당황하며 물었다.“도련님, 왜 그러세요?”김인우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질문 하나만 할게. 상대방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걸 모르고 그동안 계속 괴롭혔어. 왜 상대방은 구해줬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그걸 말한다면 괴롭힘을 멈출 수도 있을 텐데?”그 말을 들은 비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아주 간단해요. 첫 번째 이유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커요.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은 거죠. 두 번째는 누군가를 구해준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거죠.”누군가의 목숨을 구해준 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걸까?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동안 박민정은 유남준에 대한 헌신과 그의 주변 모든 사람에 대한 헌신을 스스로 언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어쩌면 정말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김인우는 순간 목에 가시가 걸리듯 아팠다....해운 별장.김인우는 돌아오자마자 마당에 앉아있는 익숙한 모습을 보았다.“인우 오빠, 드디어 왔네요.”이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인우를 향해 걸어갔다.그는 익숙한 사람이 왠지 낯설게만 느껴졌다.이지원은 가까이 다가오더니 손을 들어 능숙하게 셔츠 단추를 잠갔고 언뜻 보면 마치 연인 같았다.“왜 이렇게 꼼꼼하지 못해요? 매번 이래...”이지원이 화난척하며 얘기하자 김인우는 싸늘하게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무슨 일로 왔어?”이지원은 원하는 게 있을 때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아부하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김인우의 말투가 싸늘해진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남준 오빠가 요즘 박민정 찾으러 다닌다면서요? 어떻게 되고 있어요?”김인우는 순진한 척하는 그녀의 두 눈을 응시했다.“박민정은 죽었다고 내가 얘기해줬잖아? 도대체 뭘 두려워하는 거야?”이지원은 흠칫하더니 곧바로 설명을 덧붙였다.“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박씨 가문은 저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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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1화

    그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호원들이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노인을 밖으로 내던졌다. 김인우는 이 사람이 최명길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저께 유남준은 해외로 도피한 박 씨네 모자를 찾아냈고 박민정이 시집갈 사람이 연지석이 아닌 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그는 직접 사람을 시켜 이 노인을 납치했다.하지만 하루 내내 이 노인을 협박해도 박민정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유남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박민정과 결혼할 거예요?”노인은 온몸에 상처를 안고 황급히 절을 했다.“아니요, 아니요. 두 번 다시 그러지 않겠습니다...”경호원들이 노인을 끌고 나갔고 그 뒤는... 굳이 보지 않아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보였다.유남준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희로애락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김인우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아까는 박민정을 감싼 거야?”김인우는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내 생각에 굳이 민정이를 겨냥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그 말에 유남준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꽉 움켜쥐었고 순간 손등의 핏줄이 선명히 보였다. “민정이가 먼저 시작한 거야.”유남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인우야, 너는 민정이가 정말 죽었다고 생각해? 욕 많이 먹을수록 오래 산다는 말 못 들었어? 민정이는 절대 죽지 않았어!”사실 유남준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휴대전화 알람이 울리자 유남준은 고개를 들어 시간을 한 번 힐끗 보더니 김인우만 그곳에 남기고 혼자 퇴근해 버렸다. 텅 빈 사무실에서 김인우는 손에 있는 옥패를 꽉 움켜쥐었고 얼마나 힘을 세게 주었는지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였다.밖으로 나온 그는 길에 쓰러진 채 가까스로 숨을 쉬고 있는 최명길을 보고 옆 비서에게 한마디 했다.“데려가.”두원 별장.고요한 집안에서 거실 구석에 있는 빨간색 상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유남준은 제시간에 집에 돌아와 박민정이 자주 앉던 소파에 앉았다.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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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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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2화

    “엄마, 제가 직접 끓인 죽이에요.” 아침 일찍, 이지원은 정수미의 환심을 사려 했다. 만약 정수미가 그녀가 사기꾼이라는 걸 이미 알지 못했다면 아마도 진심으로 감동했을지도 모른다.정수미는 죽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거기 놓아.”“네.” 이지원은 죽을 내려놓고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녀는 정수미의 뒤로 가서 말했다. “엄마, 매일 일 하시느라 힘드실 텐데 제가 등 좀 마사지해 드릴까요?”“괜찮아. 집에서 심심하면 밖에 나가서 견문이나 넓히는 게 어떻겠니.”정수미가 말했다.또다시 차가운 대우를 받은 이지원은 정수미의 성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할 수 없이 나왔다.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거지? 왜 나한테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거야?”이지원이 이해할 수 없는 가운데, 윤소현이 제멋대로인 모습으로 정수미를 찾아가는 걸 보았다.문득 뭔가를 깨달은 듯, 그녀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떠올랐다.“자업자득이네. 당신은 이렇게 제멋대로이고 불효한 자식이 좋은가 보지!”오늘은 정수미의 환심을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더 이상 괜한 수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지금 이지원의 손에는 쓰고도 남을 돈과, 많은 이들이 꿈꾸는 권력이 있었다.그녀가 제호에 가면 늘 최상층의 고급 룸을 썼다.예전에 그녀를 무시하던 그 귀족 아가씨들과 도련님들이 이제는 앞다투어 아첨을 했다.“지원아, 난 네가 예전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어. 알고 보니 정씨 가문의 공주였다니.”“그래, 넌 그렇게 예쁜걸. 한눈에 봐도 가난한 집 딸은 아니었지.”“난 예전부터 네가 나중에 크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이지원은 그들의 아부를 들으며 더 이상 얼굴의 득의양양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와인 잔을 들며 말했다. “하지만 너희들 예전엔 날 무시하지 않았나? 내가 고아라고 했지? 근데 그거 알아? 민정 씨가 진짜 고아야.”사람들은 잠시 멍해졌다. 박민정이 한수민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지원은 거리낌 없이 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1화

    박민정은 대답 없이 천천히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완전히 혼란스러웠다.정민기는 그녀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다가, 유난히 창백한 안색을 보고 급히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아무것도 아니에요. 돌아가죠.” 박민정이 말했다.“네.”차에 탄 후. 박민정의 머릿속에는 함미현이 한 말들이 맴돌았다. 정수미가 자신의 친엄마라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자신의 친엄마가 과거에 자신과 아들의 목숨을 노렸다고?‘안 돼, 절대로 함미현의 일방적인 말만 믿을 순 없어.’“민기 씨,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그녀는 자신과 정수미가 정말 모녀 관계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정민기에게 이 일을 부탁한 후, 박민정은 윤우가 있는 병원으로 돌아왔다.아이는 이미 잠들어 있었고, 유남준이 아이 곁을 지키며 쉬지 않고 있다가 그녀를 보자 일어나 그녀를 부축했다. “어땠어?”“별일 없었어요.” 박민정은 아직 확실한 결과를 모르는 상황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혹시 오해였다면?유남준은 그녀에게 무슨 걱정거리가 있다는 걸 알아챘지만, 말하기 꺼려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피곤하지? 일찍 자.”“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간단히 씻은 후 옆방 간병인 방에서 잠들었다.깊은 밤, 박민정은 편히 잠들지 못했다.그녀는 또다시 어린 시절의 꿈을 꾸었다. 시골에서 박씨 가문으로 데려와졌을 때의 일, 한수민에게 아무리 잘 보이려 해도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던 때를.한수민이 그녀를 무릎 꿇게 하며 말했다. “네가 감히 네 동생을 괴롭혀? 둘이 같을 줄 알아?”그때의 박민정은 아직 아무것도 몰랐기에 한수민에게 반박했다. “우리 모두 엄마의 자식인데, 왜 이렇게 차별하세요? 왜 저를 조금도 사랑해 주지 않으세요?”한수민은 이 말을 듣고 냉소를 지었다.“너를 사랑하라고? 너무 바라는 거 아니니? 말해주마. 넌 그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쓰레기일 뿐이야. 내 딸이 될 자격도 없어!”과거의 장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0화

    이지원은 창밖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유남준이 날 좋아하지 않았으니, 나도 너희들을 망쳐놓을 거야.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박민정 너도 절대 가질 수 없어.’그녀는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깊게 파고들어 피가 맺혔다...한편, 박민정은 정민기의 차를 타고 정신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정신병원 내부.함미현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녀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들이 병원에 있는지조차 모르겠으며 남편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그녀는 깊은 후회를 느꼈다. 왜 그때 욕심을 부렸을까.부유함에 대한 욕망만 없었어도, 지금처럼 이렇게 떨어져 있지는 않았을 텐데.함미현은 윤소현이 얼마나 끔찍한 사람인지를 깨달았다. 그녀는 절대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녀를 죽인 후, 아들과 남편까지 해치려 할 수 있었다.그녀는 억울한 마음에 몇 번이고 이곳에서 도망치려 했지만, 매번 붙잡혀 돌아왔다.벽에 기대어 멍하니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구석으로 피했다. 누군가 자신에게 약을 주거나 주사를 놓으러 온 게 아닐까 두려워서였다.하지만 다가온 간호사는 우선 문을 닫았다.함미현은 그제야 그 얼굴을 알아보았다. “민정 씨?”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히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그 후, 박민정은 병실을 둘러보았다. 낡고 좁은 병실, 겨우 1.5미터짜리 침대 하나가 놓여 있을 뿐, 책상이나 의자조차 없는 곳이었다.함미현은 그녀를 보고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그녀의 손을 잡았다.“민정 씨,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 아들 동하를 찾아주세요. 동하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어요.”박민정은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제가 여기 온 이유는 물어볼 게 있어서예요.”함미현은 결심을 다졌다.“민정 씨, 질문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아는 것, 다 말할게요.”결국 함미현은 박민정에게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79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박민정이 급하게 물었다.“여기에서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개인 정신병원에 있습니다.” 정민기가 답했다.정신병원?박민정은 이게 정수미가 함미현에 대한 복수 방식임을 알고 있었다. “거기에 들어갈 방법은 없을까요?”“내부 사람들과 가까워졌어요. 만나고 싶다면 병원의 간호사나 의사로 변장하면 될 거예요.” 정민기가 말했다.“좋아요, 그럼 오늘 밤에 가죠.”“네.”박민정은 박윤우가 다친 걸 보고 점점 더 강해져야겠다고 느꼈다.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그날 밤, 박윤우가 잠든 후 박민정은 밖으로 나갈 계획이었다.하지만 두 걸음도 못 떼고, 유남준이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어디 가는 거야?”박민정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그냥, 나가서 산책 좀 하려고요.”“같이 가자.”“괜찮아요.”박민정은 최근 몇 날 며칠 피로해 보였던 그를 생각하며 거절했다.“먼저 자요. 곧 돌아올게요.”하지만 유남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단호하게 말했다. “도대체 어디 가는 거야?”박민정은 그가 계속해서 추궁하자, 결국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민기 씨가 함미현이 지금 있는 곳을 찾았어요. 그때 일에 아직 궁금한 점이 많아서, 직접 만나서 물어보려 해요.”함미현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박민정은 가끔 꿈에서 함미현을 보곤 했다. 꿈속에서 함미현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유남준은 그녀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같이 가자.”“안 돼요. 병원에서 푹 쉬면서 윤우를 돌봐줘요. 민기 씨랑 갈 거예요. 당신이 여기서 윤우를 지켜야 제가 마음이 놓여요.”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바라보았다.유남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끝으로 박민정의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었다. “알았어. 하지만 반드시 안전을 지켜.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한테 연락하고.”박민정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알았어요.”두 사람의 따뜻한 순간을, 멀리서 한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78화

    윤소현은 최대한 감정을 누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어머니.”“정씨 가문으로 갈 테니, 우리 한번 보자.” “네.”윤소현은 여전히 고영란이 두려웠다. 다만 자신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 방패막이가 되어줄 거라 생각했다.고영란은 곧바로 정수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수미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해입니다. 제 사람들이 실수로 아이를 다치게 한 거예요.”하지만 고영란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정 대표, 우리 모두 똑똑한 사람이잖아요. 양녀 관리 제대로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나서게 될 테니까요.”전화를 끊은 후에도 고영란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토록 애지중지 키운 똑똑하고 착한 손주들이 윤소현 때문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정씨 가문 앞에 도착하자 윤소현이 이미 와있었다. “어머니...”윤소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임신 사실이 보호막이 되어줄 거라 믿었다.“몇 개월 됐지?”고영란이 물었다. 윤소현은 잠시 망설이다 미소 지으며 답했다. “다섯 달 정도요.” “다섯 달이라... 이제 안정기네.” 고영란은 중얼거리듯 말하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윤소현의 뺨을 세게 때렸다. 윤소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어머니, 어떻게 임신한 며느리를 때리실 수 있어요?” 윤소현이 뺨을 감싸며 항의했다. “임신했다고? 그럼 너는 왜 윤우를 그렇게 때릴 수 있었니? 너도 곧 애 엄마가 될 사람이면서!”고영란이 호통을 쳤다. 윤소현은 억울한 듯 물린 자국이 남은 손을 들어 보였다. “보세요, 예찬이랑 윤우가 먼저 절 물었다고요!” “그게 네 변명이야? 윤우가 다 말했어. 네가 먼저 때리려고 했고, 아이들은 자신을 지키려 했다는 걸!”“믿기지 않으면 조사해도 된다고 하더구나!” 윤소현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먼저 손을 댄 건 사실이었으니까.“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 선 넘지 마!” 고영란은 말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77화

    그날 아침, 고영란은 박씨네 본가에 갔다가 손자의 병세가 재발해 입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윤우가 있는 앞에서 박민정은 그 사실을 직접 말할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의사 선생님이 더 쉬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곧 나을 거예요.”“그렇다면 다행이네.” 고영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박윤우의 곁으로 다가갔다.“윤우야, 왜 병이 또 도졌니? 약은 제때 먹었니?”박윤우는 고영란이 여기 왔다는 걸 알자, 이를 기회로 삼기로 결심했다. 그는 먼저 박민정에게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 오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고영란 앞에서 금세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늘 말을 잘 들었죠? 그런데...”잠시 말을 멈추는 사이, 눈물방울이 마치 작은 구슬처럼 굴러떨어졌다.“누가 저를 괴롭혔어요.”“뭐라고?” 고영란은 즉시 화가 나서 물었다.“누가 널 괴롭혔니? 말해봐, 할머니가 대신 복수해 줄게!”그녀는 누가 감히 자기 손자를 괴롭혔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박윤우는 콧물을 훌쩍이며 말했다.“작은숙모요.”“작은숙모?”고영란은 잠시 그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며 물었다.“네 삼촌 아내, 소현이 말이니?”“네.” 박윤우는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이며 울먹이며 말했다.“작은숙모가 저를 때렸어요. 그뿐만 아니라 형도 때리려고 했어요.”고영란은 이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아이를 때릴 수가 있지?”“숙모는 저와 형을 죽이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유씨 집안에선 숙모 아들만 있어야 하고, 저랑 형은 없어야 한다고 했어요.” 박윤우는 하나하나 또박또박 말했다.이 말에 고영란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아이는 분명 이런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고영란은 박민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런 말을 가르칠 리 없었다.“어떻게 아이를 때릴 수 있지...”고영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윤우야, 울지 마. 할머니가 꼭 복수해 줄게.”고영란은 복잡한 심정이었다. 윤소현이 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76화

    “사람을 시켜 준비하도록 하지.”정수미가 결심한 듯 말했다.윤소현과 이지원은 서로 마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수미의 도움이 있으니 이번에야말로 박민정은 끝장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정수미는 단지 박민정에게 본때를 보여주어 다시는 정씨 가문과 윤소현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 했을 뿐인데, 자기 딸이 그들 모자의 목숨을 노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박예찬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비록 이번 일이 정씨 가문과 PMJ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지만, 적어도 정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기에는 충분했다.정수미가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조사해 보았지만, 범인이 해외 가상 주소를 사용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병원에서 박윤우를 간호하느라 바쁜 박민정은 뉴스를 볼 겨를이 없었다. 진서연이 전화로 알려주기 전까지는.지금은 정씨 가문의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오직 박윤우의 병세만이 그녀의 머릿속을 채웠다.박윤우가 잠들자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물었다.“우리... 조산을 하면 안 될까요?”박민정은 박윤우가 아이들이 태어날 때까지 버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위험해.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면 안 돼.”유남준은 이성적으로 대답했다. 박윤우를 걱정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일수록 서두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박민정은 고개를 숙인 채 물었다.“그럼 어떡하죠?”“괜찮을 거야.”유남준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박민정은 그의 어깨에 기대어 그를 마주 안았다.둘이 서로를 껴안고 있을 때, 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아 진서연과 함께 박윤우를 보러 온 에리가 그 모습을 목격했다.그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진서연은 상황을 보고 급히 그를 밖으로 이끌었다.약간의 소리가 나자 박민정은 유남준의 품에서 벗어나 문 쪽을 바라보았다.“어머, 왔었네.”진서연은 다소 어색한 듯 정신을 차리고는 들고 있던 과일바구니와 꽃바구니를 들어 보였다.“에리 씨가 윤우가 아프다는 걸 알고, 저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75화

    다음 날, 이른 아침.온라인상의 모든 뉴스가 폭발했다.정씨 가문의 사업 자료가 유출되었다는 소식이 각종 플랫폼에 퍼졌다.원래 정수미는 비서에게 이 소식을 절대 새어나가지 않게 하라고 했는데, 하루 만에 모든 사람이 알게 될 줄은 몰랐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비서도 모르는 일이라 겁에 질려 고개를 저었다. “어제 밤부터 네트워크를 감시하게 했고, 이 일은 저희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데...”“박민정!” 정수미는 모든 것을 박민정 탓으로 돌렸다.그녀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말했다. “어제 밤에는 그 여자 아들이 입원한 것 때문에 약간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제 보니 잘된 일이었어!”“맞습니다. 정말 가증스럽네요. 먼저는 아가씨의 남편을 유혹하더니, 이제는 감히 정씨 사업까지 겨냥하다니!” 비서도 거들었다.정수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이때 이지원과 윤소현도 도착했는데, 멀리서 소동을 듣고 즉시 다가와 부채질을 했다.“엄마, 온라인의 일 박민정이 한 거예요?”이지원이 물었다.“그 여자 말고 누가 있겠어?” 정수미가 대답했다.이지원은 분노한 척 연기했다. “정말 믿을 수 없어요. 이렇게 많은 세월이 지났는데도 박민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네요.”정수미는 호기심이 생겨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지?”“박민정은 늘 독했어요. 예전에 제가 남준 오빠랑 만날 때도, 박민정은 자신이 박씨 집안의 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저랑 오빠가 함께하는 것을 방해했어요. 나중에는 오빠한테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강요하기까지 했어요!”“제가 박씨 집안의 지원을 받긴 했지만, 사실은 박민정과 박민정 아버지 때문에 해외로 쫓겨났어요.”“돌아오면 박민정이 그나마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심해졌어요. 남준 오빠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저를 온갖 방법으로 괴롭히고, 많은 근거 없는 죄명을 씌웠죠. 전 딱히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는데 지금은 엄마랑 소현이까지 괴롭히려 한다니... 용서할 수 없어요.”이지원의 말은 진심이 느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74화

    분명 윤소현이 때린 건데 정수미는 부하 직원 하나를 매수해서 죄를 뒤집어씌우다니, 참으로 가소로웠다.유남준은 천천히 양손을 움켜쥐며 차가운 눈빛을 보였다. “꺼져!”보안요원은 이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네, 네.”그가 떠나자 이곳은 마침내 조용해졌다.김인우가 욕설을 내뱉었다. “정씨 집안 놈들은 자기가 엄청 대단한 줄 아나 봐? 이렇게 멋대로 굴다니!”조하랑도 분노에 차 있었다. “그런데 하필 그 여자 딸이 유씨 집안으로 시집을 갔으니...”이렇게 보면 사실상 두 시누이 간의 집안 문제가 된 셈이었다.“유남우는 제정신이야? 아이를 때리는 여자랑 결혼하겠다니!” 김인우가 또 한 번 분통을 터뜨렸다.지금 이런 말들은 소용없었다.마침내, 수술실 문이 열렸고, 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왔다.박민정이 서둘러 일어나 다가갔다. “선생님, 제 아들은 지금 어때요?”“목숨은 건졌습니다만, 현재 체내의 백혈구가 너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 가능하다면 빨리 수술하는 게 좋겠습니다.”의사가 말했다.박민정은 배를 감싸안으며 물었다. “다음 달에 해도 될까요?”“그건 저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일단 입원시켜 놓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네, 네, 알겠습니다.”박민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박윤우의 입원 수속을 마치고 박민정 일행은 병실로 가서 아이를 보았다.박윤우는 여전히 매우 허약해 보였고 지친 눈을 겨우 뜨며 말했다. “엄마, 아빠, 형... 아저씨, 하랑 이모... 걱, 걱정하지 마세요.”“이제 괜찮아요.”그는 자신이 너무 미웠다. 왜 이렇게 쓸모없는 걸까, 엄마의 원수를 갚으러 갔다가 오히려 엄마에게 걱정만 끼치게 된 걸까?“그래, 윤우야. 잘 쉬어. 다 나을 거야.” 박민정이 눈물을 참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네.”박윤우는 바로 대답하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는 다시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 “엄마, 제가 말씀드린 거 안 잊으셨죠?”박민정은 그가 정수미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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