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원 별장.유남준은 어제 일로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라 두 사람은 지금 냉전 중이었다.그 시절 박민정이 제일 피하고 싶었던 것이 그의 무관심이었다면 지금의 박민정은 오히려 조금 더 이 상태가 지속했으면 했다.오늘 그녀는 곡을 하나 완성하고 해외에 있는 회사에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 비서로부터 익명의 누군가가 그녀의 회사에 1조가 넘는 돈을 투자하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사람이 말하길 박민정을 좋아해 그녀의 곡을 사용하고 싶을 뿐이라며 게다가 앞으로도 계속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이토록 값비싼 저작권료와 사용료는 가히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1조가 넘는 돈을 받고 있을 때 유남준은 1조가 넘는 돈을 털렸다는 사실은 알 리가 없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발신자가 조하랑이라는 걸 확인한 박민정은 위층을 힐끔 쳐다보았다.유남준은 지금 서재에 틀어박혀 아까 식사할 때 빼고는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있었다.박민정은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응, 하랑아, 무슨 일이야?”“민정아, 미안해.”조하랑은 대로변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댔다.“김인우 그 자식이 예찬이가 자기 아들인 줄 알고 데려가 버렸어. 그래서 아까 김인우 별장으로 예찬이 데리러 가봤는데 별장에는 들어오게도 못하고 나를 멀리 내쫓아버렸어.”그 말에 박민정의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일단 진정하고 차근차근 얘기해 봐. 김인우가 대체 예찬이를 언제 어떻게 데리고 갔는데?”조하랑은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얘기해 주었다.“그 X 자식이 얼마 전에 예찬이를 자기가 직접 키우겠다며 나한테 조건을 제시하라고 했어. 돈은 원하는 대로 다 주겠다고...”이건 정말 예상 밖의 일이었다.대체 김인우는 왜 예찬이가 자기 아들이라고 생각했을까?박민정은 일단 마음을 가라앉힌 후 조하랑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괜찮아, 하랑아, 울지 마. 네 잘못 아니야. 예찬이가 자기 아들인 줄 아는 거면 해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예찬이가 자기 아들이 아닌 걸 알게 되면 순
김인우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때 박예찬이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테이블에 종이 한 장을 올려놓았다.[나를 키우고 싶으면 하루 용돈으로 200억씩 주세요.]종잇장을 본 김인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아빠인 걸 인정도 안 하면서 용돈 얘기는 잘도 꺼내네. 그리고 뭐 200억? 10만 원도 만져본 적 없는 애송이가.’김인우는 박민정을 향해 말했다.“유전자 검사 결과 만약 정말 내 아이가 아니라면 그때는 조하랑 그 여자에게 아이를 돌려주고 사과까지 할게.”그는 전화를 끊은 뒤 박예찬을 향해 말했다.“어린 주제에 참 당돌하단 말이지. 네가 200억이라는 돈을 하루 용돈으로 쓸 수 있기나 하고?”“아저씨, 혹시 돈이 없어서 이러는 건 아니죠?”김인우의 입가가 경련을 일으켰다.고작 200억 따위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만약 내가 그 돈을 너한테 주게 되면 그때 너는 나를 뭐라고 불러야지?”박예찬은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만약에라는 말에 대답할 생각 없어요. 그리고 배고프니까 밥부터 주세요. 나를 이대로 굶겨버릴 생각이라면 이후 판사님한테 얘기해서 아버지가 음식도 안 주고 학대했다고 일러 버릴 거예요.”“...”김인우는 말문이 막혔고 곧장 가정부를 불러와 말했다.“얘 밥 먹여.”김인우의 완패였다.그는 아까 박예찬이 밥을 먹지 않은 것도 그와 기 싸움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 장난감에 너무 심취해 그의 존재 자체를 까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두원 별장.박민정은 김인우의 답변을 조하랑에게 전해주었다.“걱정 마. 검사 결과가 나오면 예찬이 바로 풀어줄 거야.”하지만 박민정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틀릴 리 없다며 자신하고 있는 김인우는 애초부터 박예찬을 데리고 유전자 검사를 할 생각 따위 없었다는 것을.“너한테 위로를 들으니 조금 미안해지네. 내가 널 위로하는 게 맞는 건데...”“괜찮아.”박민정이 다정하게 대답했다.“맞다. 너 그래서 호텔은 들었어?”“응, 우리 아빠 정말 너무 하지
유남준의 부하들은 지금 조하랑의 집은 물론이고 하성 전체를 뒤지고 있다.조하랑 별장의 도우미들이 한 명 한 명 끌려가 조사를 받기 전에 김인우가 박예찬을 데리고 간 것은 오히려 행운일 지도 몰랐다.유남준은 박민정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이제 며칠 남았지?”박민정은 그 말에 눈을 깜빡거리다 뒤늦게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열흘이요.”아니, 정확하게는 오늘을 제외하고 3일 뒤면 이제 이곳을 떠나게 된다.“이따가 도쿄로 갈 거야.”유남준의 말에 박민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이따가 바로요? 그럼 언제 돌아오는데요?”진짜 부부 행세 같은 건 이미 포기해버린 줄 알았지만, 지금 보니 유남준은 기어코 한 달을 다 채울 생각인 것 같다.“내일모레 돌아올 거야.”그는 예전에 박민정이 얘기했던 여행계획에 따라 오늘은 도쿄로 가서 야경을 구경하고 내일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가가 그린 곳을 돌아볼 예정이다.“알겠어요.”내일모레면 시간도 딱 맞았다.“지금 바로 준비할게요.”“그럴 필요 없어. 거기에 다 준비해 뒀으니까.”“그래요.”원래 연지석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연락은 아마도 도쿄에서 갔다 온 뒤에 해야 할 것 같다.반 시간 후 두 사람은 전용기에 올라탔다.박민정은 유남준의 곁에 앉아 불빛으로 반짝이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 시간이 넘어갔을 때 임신해서 그런지 졸음이 쏟아져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유남준은 어젯밤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뒤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한 채 일에 매진해 마찬가지로 피곤했다.그는 고개를 돌려 이미 깊은 잠에 빠진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때 서다희가 담요를 가져다주려고 다가왔다가 그 광경을 목격했다.유남준은 빠르게 시선을 거두어들이더니 담요를 건네받아 박민정에게 덮어주었다.“호텔은 예약했어?”유남준이 물었다.“네, 물론입니다.”서다희는 대답을 한 후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 물었다.“대표님, 열흘 뒤에 박민정 씨가 여전히 떠나겠다고 하면 정말 보내주실 겁니까?”유남준
유남준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환불은 안 해. 싫으면 그냥 버리던가.”그는 옆에 놓인 상자를 발로 걷어차더니 화장실로 들어갔다.화장실에 도착한 후 그는 몸이 가려워 알레르기약을 한 번 더 섭취하고 샤워했다.박민정은 홀로 소파에 앉아 다시 한번 선물을 바라봤다.‘선물이 족히 백 개는 훌쩍 넘겠네.’유남준과 결혼한 후 박민정은 자신의 개인 자산을 몰래 그의 회사에 투자했기에 일상적인 물건을 사는 돈은 아깝게 느껴졌다.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은 일기장에 적어둔 후 가격까지 적어놓고 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의 자신은 정말 미련할 정도로 유남준을 사랑했다.손만 까딱하면 살 수 있는 물건을 행여 그의 비즈니스가 잘 안 될까 봐 혼자 전전긍긍하며 절약을 하고 있었다니...유남준은 화장실에서 꽤 오래 있다가 나왔고 그가 나왔을 때 박민정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의 얼굴에는 두드러기가 잔뜩 올라와 있었다!!“얼굴 왜 그래요?!”유남준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괜찮아. 꽃 향이 너무 세서 이런 것뿐이야.”“다희 씨한테 전화해서 당신 병원으로 옮겨가라고 해야겠어요.”박민정이 휴대폰을 꺼내자 유남준이 그녀를 제지했다.“괜찮아. 이대로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 져.”내일 박민정에게 보여줄 것도 있는데 이대로 병원 신세를 질 수는 없었다.박민정은 그 말에 정말 괜찮은 줄 알고 전화를 하지 않았다.그러다 침대에 누운 유남준의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지자 그제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남준 씨!!”“윽.”반 시간 후 구급차 소리가 들리고 유남준은 병원으로 이송됐다.박민정은 그에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의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그녀는 병원 벤치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박민정의 기억 속 유남준은 꽃가루 알레르기 같은 건 없었다.그때 서다희가 다가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알레르기약이 효과가 없을 줄은 몰랐어요. 민정 씨가 제때 전화를 해주셔서
하지만 입술이 닿는 순간 박민정이 빠르게 피해버렸다.유남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곧바로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이제 괜찮아. 그보다 바보도 아니고 왜 여기서 밤을 새워?”어젯밤 서다희가 다시 그녀를 데리러 나왔지만, 박민정은 한사코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유달리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에 박민정은 혹시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한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다.아무리 쌍둥이라고 해도 이름마저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게다가 지금까지 봐 온 유남준은 누군가가 자기 행세를 하는 걸 잠자코 보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남준 씨, 우리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거 맞죠?”유남준은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어젯밤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이러는 거로 생각해 한쪽 무릎을 꿇더니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응, 우리가 알고 지낸 지도 벌써 십몇 년이 넘어가.”박민정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그래요. 십몇 년이죠...”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착각을 했을까.서다희는 먼발치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유남준이 여자에게 이토록 다정한 건 정말 처음이었으니까. 어머니인 고영란에게조차 이런 다정한 행동은 해준 것이 없을 것이다.유남준은 갑자기 울어버리는 그녀를 보더니 다급하게 눈물을 닦아주었다.“나 진짜 괜찮아. 이까짓 알레르기가 뭐라고. 나 안 죽어.”정말 다정한 말투다. 하지만 말하는 방식이 어릴 때와는 사뭇 달랐다.예전의 그 남자는 다치고 와서 이렇게 말했었다.“우리 민정이 내 걱정 많이 했겠네. 내가 잘못했어. 나 이제 안 아플 게.”박민정은 답을 뻔히 알면서 그저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도 같았다.애초에 성격부터가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한 사람일 수가 있을까.하지만 그때는 이 차이를 의심해 볼 겨를도 없었다. 유남준이 이지원과 연애를 한 후 더 이상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 그렇게 쌀쌀맞게 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박민정은 그 생각이 떠오르자 목구멍이 메어왔다.유남준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진주시.이지원은 퇴원 후 내일 있을 크랭크인 준비를 시작했다.입원 중에 유남준에게 문자를 몇 통이나 보냈지만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하예솔이 다가와 물었다.“지원아, 내일 있을 크랭크인에 영향력 있는 매스컴을 전부 불러뒀어. 넌 이번 드라마로 아주 대박이 날 거야.”“예솔아, 고마워.”이지원이 달콤하게 웃었다.“우리 사이에 감사 인사는 무슨.”하예솔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너 크랭크인 날 몇 명 더 초대할 수 있는 거지? 내가 너 대신 박민정 초대할게. 지금 네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제대로 알려줘야지.”이지원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입 밖으로는 자신의 친구를 말렸다.“그러지 마. 집도 망하고 이혼도 했는데 불쌍하잖아.”“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가만히 보기나 해.”하예솔이 문자를 보내자 예상외로 박민정은 금방 수락했다.이에 이지원도 더 이상 입에 발린 말을 하지 않았다.“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이따 내 남자친구 오게 되면 나 대신 얘기 좀 해줘.”“응, 알겠어.”하예솔이 떠난 후 얼마 안 가 권진하가 도착했고 두 사람은 가볍게 담소를 나누었다.하예솔이 돌아오자 권진하가 그녀를 데리고 떠나버렸다. 인사를 하며 두 사람을 배웅하는데 마침 이지원의 휴대폰 알림이 울렸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유남준이었다.[크랭크인 당일에는 따로 사람을 보내 줄게. 그리고 넌 박씨 가문 옛 저택을 얼마에 팔 건지 얘기해 봐.]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이지원은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박씨 가문 옛 저택은 왜?”“넌 그냥 팔기만 하면 돼. 다른 건 쓸데없이 물어보지 마.”유남준의 목소리는 쌀쌀했다.이지원은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가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의 요구에 따라 값을 불렀다.두원 별장.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박민정은 우연히 유남준의 휴대폰을 보다가 이지원이 많은 메시지를 보낸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역시나 집에 도착하자마자
박예찬은 이틀이나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김인우는 집에서 일하면서 박예찬과 함께 있어줬다.밖의 조하랑은 너무도 시끄러웠다.김인우는 원래 조하랑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할아버지를 찾아 간다는 소리를 듣고 얼른 조하랑을 들어오게 하고 친자 확인에 동의했다.조하랑은 박예찬을 안고 엉엉 울면서 말했다.“우리 아들, 많이 놀랐지?”박예찬은 조하랑이 다른 건 몰라도 그녀의 연기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박예찬은 작은 손으로 조하랑의 어깨를 두드리며 얘기했다.“엄마, 울지 마요. 나 괜찮아요.”김인우는 이 두 사람을 보면서 박예찬이 자기 아들이 아닐 리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게다가 친자 확인은 4, 5일 정도 걸린다. 그동안 박예찬은 무조건 김인우 곁에 있어야 한다.“김인우 씨, 지금 한 말은 꼭 지키길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할아버지를 모셔와서 얘기할 테니까요!”조하랑은 김인우의 약점이 김훈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마침 김훈은 조하랑을 아주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김인우는 짜증을 내면서 얘기했다.“알겠으니까 이만 가봐.”조하랑은 또 박예찬을 안고 김인우한테 학대받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떠났다.그리고 돌아가자마자 박민정에게 얘기해주었다.그 소식을 들은 박민정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이제 내일 떠나는 날만 기다리면 된다.하지만 그녀는 유남준이 이지원의 손에서 박씨 가문 옛 저택을 사왔고 또 바음 그룹 빌딩을 다시 수리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유남준은 이 모든 것이 준비되면 박민정에게 서프라이즈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유남준은 박민정과 다시 아이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다만 두 사람 중, 한 명은 미래를 그리고 있었고 한 명은 도주를 계획하고 잇었다.침실에서.박민정은 간단하게 짐을 정리했다. 가방에는 박예찬과 박윤우가 좋아하는 인형이 있었다.유남준이 사준 선물은 열어보지도 않았고 챙기지도 않았다.박민정은 해외의 비서에게 전화해 물었다.“회사에 지금 돈이 얼마나 있죠?”
유남준은 그 문자를 보고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은 없었다.짜증이 난 그는 바로 문자를 지워버렸다.두원으로 돌아오니 박민정은 이미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샤워를 마친 유남준은 그대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김인우도 아이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자 유남준은 천천히 박민정에게 키스를 했다.박민정이 거부할 틈도 없게 말이다.밤이 지나고, 이튿날 아침.박민정은 욕실에서 물 소리를 듣고 침대에서 일어났다.평소에 입던 옷을 입고 세수를 한 후 가방을 메고 유남준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이 나왔다. 그는 캐주얼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평소보다 많이 온화해 보였다.두 사람이 같이 별장을 나설 때, 밖의 날씨는 매우 추웠고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기 시작했다.두 사람이 정림원을 향해 가고 있을 때, 유남준의 벨소리가 울렸다. 확인해보니 이지원이 걸어온 전화였다.박민정도 발견했다. 다만 유남준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가 들어왔다.[오빠, 전화 좀 받아주면 안돼? 문제가 좀 생겼어.]박민정은 크랭크인에서 이지원의 실체를 밝힐 생각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었다.박민정은 이지원이 이렇게 빨리 유남준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받아요. 급한 일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박민정이 부드럽게 얘기했다.이지원이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유남준은 전화를 받았다.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남준은 전화를 끊고 박민정에게 얘기했다.“크랭크인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 다녀와야겠어. 얼른 정림원으로 돌아올게.”무슨 문제가 생겼길래 회사의 대표가 직접 가야하는 걸까.박민정은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그저 상대가 이지원이라서 그런 거겠지.그녀는 평소 답지 않게 시원하게 얘기했다.“알겠어요. 나랑 윤우는 정림원에서 기다릴게요.”이번에는 더 기다리지 않을 거예요.박민정은 눈을 반으로 접으며 웃었다. 마치 밤하늘과 바다를 담은 듯한 눈은 아주 예뻤다.유남준은 갑자기 그녀를 껴안았다. 박민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