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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3-29 19:12:55
이혼을 결심한 이후로 박민정은 유남준과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유남준은 그녀의 잔머리를 정리해주며 말했다.

“내 이름 불러줘.”

박민정의 빨간 입술이 서서히 움직였다.

“남준 씨.”

유남준은 다시 한번 그녀에게 입 맞출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 소리 때문에 아쉽게도 분위기가 깨져버렸다.

도우미가 두 사람의 식사를 올려왔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식사를 마친 후 박민정이 물었다.

“오늘 정말 출근 안 해도 되겠어요?”

유남준은 그녀가 자신을 회사로 보내려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응, 직원들이 알아서 해 줄 거야.”

사실 처음부터 이래야 했다. 한 회사의 대표가 많은 것을 끌어안기보다는 적당히 부하 직원에게 업무를 나눠줄 줄도 알아야 한다.

박민정은 조금 곤란해졌다. 그가 집에서 나가지 않으면 정자가 들어있는 그 유리병을 찾기 힘들 테니까.

유남준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왜? 내가 회사로 갔으면 좋겠어?”

“아뇨.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박민정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이번 달은 일에서 손을 뗄 생각이야. 너한테 더 신경 쓸 거니까.”

일에서 손을 뗀다고...

박민정은 조금 믿기 힘든 얼굴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참, 너 전에 신림현으로 가고 싶다고 했었지?”

그가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를 건네자 컵을 쥔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두 사람이 막 결혼했을 당시 박민정은 자주 그에게 자신이 크고 자란 곳을 언급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걸 공유하고 싶었으니까.

“그랬죠.”

“그럼 이따 거기로 갈 거니까 준비해.”

한 달간 진짜 부부가 되기로 약속은 했지만,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하여 그는 문득 누군가가 허니문 얘기를 했던 것이 생각나 이런 제안을 꺼낸 것이다.

박민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알겠어요. 지금 준비할게요.”

자기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다가 조하랑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걸려온 것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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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림현으로 가는 길에 장대비가 내렸다.박민정은 조수석에 앉아 우연히 운전석에 있는 유남준의 옆얼굴을 보고는 숨을 흡 하고 들이켰다. 그러다 이내 시선을 거두고 차창 밖을 바라봤다.솔직히 유남준을 얻기 전에는 그의 곁에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그가 있었다.유남준은 아주 잠깐 자신에게 머물었던 박민정의 시선을 알아채고는 휴게소에 거의 다다를 때 그녀의 손을 잡았다.“네가 조용하니까 적응이 안 돼.”그에 박민정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전에는 나한테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그 말에 박민정은 쓰게 웃었다.“그런 내게 말 많은 거 싫다고 한 건 당신이었죠.”그녀의 말에 차 안의 분위기가 바로 차갑게 가라앉았다.박민정은 괜한 얘기를 했다는 생각에 얼른 화제를 돌렸다.“여기 휴게소에서 조금만 더 가면 단풍나무 숲이 보일 거예요. 되게 예뻐요.”벌써 가을이 훌쩍 다가온 시점이라 해가 빨리 지기 시작했고 비 때문인지 날씨도 점점 추워졌다.단풍나무 숲을 지나갈 때 저녁이기도 하고 비도 와 날이 어둡기는 했지만, 다행히 예쁜 단풍나무는 볼 수 있었다.그리고 이때 유남준은 실로 오랜만에 활짝 웃는 박민정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마치 순진무구한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단풍나무 숲 풍경은 금세 사라졌고 박민정은 심심함을 달래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배터리가 없는 바람에 다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그때 유남준이 자신의 휴대폰을 건넸다.“이거 써. 비번은 없어.”박민정은 조금 고민하더니 결국에는 휴대폰을 건네받았다.그의 핸드폰에는 업무에 필요한 앱들과 연락할 때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흔한 노래를 듣는 앱도 없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최근 뉴스를 확인하러 포털에 들어갔다.그러자 인기 검색어에 이지원의 [공개 사과문]이라는 다섯 글자가 보였다.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인 줄 알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유남준이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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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증조할아버지, 이 일은 반드시 비밀로 해주세요.” 박예찬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하랑 이모가 자신이 할아버지에게 연기를 가르쳐 사람들을 속였다는 걸 알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사실 그도 어쩔 수 없었다.김훈이 어느 순간부터 조하랑을 마음에 들어 하더니 꼭 손자며느리로 삼고 싶어 했다. 그러나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박예찬에게 이 어려운 임무를 맡겼다.박예찬은 할아버지가 이런 어려운 임무를 자신에게 맡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도움을 얻기 위해 온갖 부탁을 했는데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는 거절할 수 없었고 그래서 이런 꾀를 내게 된 것이다.신혼 방에서 김인우와 조하랑은 나란히 누웠지만 감시당할까 봐 말도 못 꺼냈다.“자요.” 김인우가 어색하게 기침을 했다.“네.” 조하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지만 역시나 잠이 오지 않았다.김인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일 아침 일찍 노인네가 방에 설치해 둔 도청 장치를 반드시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방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한편, 강씨 가문에서 강연우가 황예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온몸이 상처투성이인 황예지가 누워서 그를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미안해.”강연우는 그녀의 사과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왜 나한테 사과해?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황예지가 깊게 숨을 들이쉬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난 이 세상을 떠나고 싶었어. 당신에게 짐이 되기 싫었거든. 내가 죽으면 당신은 자유로워질 수 있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고.”강연우는 그제서야 그녀가 왜 갑자기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알게 됐다. 바로 자신이 한 말 때문이었다.죽음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있었다.“무슨 농담을 하는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당신이 떠나버리면 내가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겠어?”강연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입 맞췄다.“당신은 정말 바보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1화

    본래 김인우도 이 말을 하려 했는데 뜻밖에 조하랑이 먼저 말해버렸다. 그는 약간 불쾌했다. 마치 자신이 조하랑에게 미움이라도 받는 것 같아서.“방에는 침대 하나뿐인데 어떻게 따로 자죠? 전 소파나 바닥에서는 안 자요.” 김인우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조하랑이 어떻게 할지 보려고 말이다.조하랑은 이 상황을 보고 말없이 베개를 들었다. “괜찮아요, 제가 소파에서 자면 돼요. 소파도 꽤 편하게 잘 수 있어요.”어렸을 때 혼자 방에서 자는 게 무서워서 자주 소파에서 잤었다. 그래서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김인우는 할 말을 잃었다. 잠시 후 조하랑이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걸 본 그는 깊게 한숨을 쉬고 겉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사실 조하랑은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첫째는 어젯밤 일 때문이고 둘째는 김인우와 한방에 있어서였다. 둘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약간 불편했다.김인우가 불을 끄고 한참을 잠들지 못했다.“하랑 씨.” 그가 참지 못하고 부르자 조하랑은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왜요?”“내 옆에서 잘래요?” 김인우는 여자를 소파에서 재우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조하랑은 이 말을 마치 유혹으로 들었다. “싫어요,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우리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결혼한 거예요. 우리 사이에는 어떤 스킨십도 없어야 해요, 알겠죠?”김인우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당신과 뭘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저 침대가 큰데 우리가 각자 한쪽에서 자면 서로 닿지도 않을 것 같아서요. 싫다면 그만두죠.”그제서야 조하랑은 자신이 그를 오해했다는 걸 깨달았다.“죄송해요, 제가 방금 오해했네요. 괜찮아요, 전 침대에서 안 자도 돼요.”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두 사람이 모두 조용해졌을 때 텅 빈 방에서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이 요망한 것들, 감히 이 늙은이를 속이다니? 응?”김훈이었다.조하랑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할아버지, 여기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신 거예요?”“하랑아, 내가 그렇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0화

    운전기사는 함미현이 있는 정신병원으로 핸들을 틀었다.이번에 다시 가면서 박민정은 예전보다 경비가 더 삼엄해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도 유남준 덕분에 두 사람은 쉽게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박민정이 함미현이 있는 병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 보니 함미현은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인기척에 놀란 그녀는 곧장 구석으로 몸을 움츠리며 머리를 감싸고 중얼거렸다.“제발 때리지 마세요.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요, 제발 때리지만 마세요.”그 말을 하는 함미현의 눈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그녀의 모습을 미루어 보았을 때, 함미현은 분명 수 없는 고통을 겪은 게 분명했다.박민정은 한 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미현 씨, 저예요. 박민정.”함미현은 박민정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희망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민정 씨, 저 구하러 오신 거예요? 이젠 제 말을 믿으실 거죠?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 아니 제 아들 좀 구해주세요. 그 어린애한테는 아무 죄가 없잖아요.”그런 함미현을 보는 박민정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여기까지 오는 길에 동하 찾아달라고 사람 보내놨어요.”그 말을 듣자 무겁기만 하던 함미현의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저는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뭐든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다 얘기해드릴게요.”박민정은 그녀에게서 정수미가 딸을 잃어버린 다음부터 염혜란과 함께 보육원을 찾았던 일을 들었다.그 내용은 전과 똑같았고, 이것을 통해 그녀의 말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박민정은 옅게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정말 그랬던 거구나, 정말로...”그녀는 계속해서 혼잣말을 이어나갔다.유남준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무슨 일이야, 민정아?”박민정은 붉어진 눈시울로 유남준을 꼭 끌어안았다.“남준 씨, 나 친엄마를 찾은 것 같아요. 정수미가 내 친엄마였어요.”그 말에 유남준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숨이 턱 막혀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믿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9화

    전화를 받은 강연우의 눈빛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무슨 일인데요?”“일단 빨리 와, 와 보면 알게 돼.”강연우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그는 조하랑을 슬쩍 쳐다보더니 말했다.“갑자기 일이 생겨서, 먼저 가 볼게.”“그래.”조하랑은 그렇게 강연우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두 사람의 대화는 지나가던 김인우의 눈에까지 들어왔다.김인우는 최대한 평소의 성질을 억누르며 순간적인 분노를 가까스로 참고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안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몰래 만난 거예요?”조하랑이 설명하려던 순간, 박민정에 방에서 나왔다.“인우 씨, 오해하지 마요. 몰래 만난 게 아니라 나도 여기 같이 있었으니까.”조하랑은 박민정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박민정이 방 안에 같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김인우는 뒤늦게 나타난 박민정의 존재에 마음이 풀렸다.“미안해요, 방금은 오해했네요.”김인우는 곧장 사과를 건넸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잘못이 명확해지는 순간 바로 사과부터 하는 성격이었다.조하랑도 화를 내지 않았다.“괜찮아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나는 김인우의 와이프고, 우리 둘이 함께 살아가는 거잖아요. 나는 절대 인우 씨한테 미안할 행동 하지 않을 거예요.”김인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걱정 마요, 나도 하랑 씨가 하는 대로 따를 테니까.”그 말인즉슨 네가 먼저 나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도 너에게 미안할 짓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박민정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쩌면 이 둘이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결혼식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박민정과 유남준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내가 봤을 인우 씨랑 하랑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그 말에 유남준도 거들었다.“걱정 마, 인우는 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8화

    조하랑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 역시 자신의 결혼식에 강연우가 등장할 줄은 미처 몰랐다.그녀의 머릿속에는 또다시 황예지의 말이 떠올랐지만 이내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이미 김인우와 결혼하기로 한 이상,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김인우 역시 조하랑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강연우를 발견하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만나고 싶어요?”그는 애써 관대한 척 물었다.조하랑이 고개를 저었다.“됐어요.”“그럼 차에 타요.”김인우는 그 대답에 마음이 어느 정도 편해졌다.솔직히 말해 그는 조하랑이 어젯밤 겪은 일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녀가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도 강연우를 생각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한쪽은 강제적으로 어쩔 수 없이 당한 것이지만 다른 한쪽은 자발적인 행동이었으니 두 문제의 본질은 완전히 달랐다.차에 올라탄 후, 조하랑은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신부 측 하객으로 온 사람들은 조하랑이 탄 차의 뒤차에 타 함께 김인우의 집으로 향했다.김인우의 집에 도착한 후,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김훈과 조석천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결혼식이 끝난 후, 조하랑은 여전히 우울한 표정으로 방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그런 그녀의 곁을 박민정이 지켜주었다.어떤 말로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몰랐던 박민정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뿐이었다.그 순간,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누구세요?”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강연우였다.“저예요.“박민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강연우 씨? 연우 씨가 여린 왜 온 거예요? 오늘 하랑이 결혼식인 거 알죠? 굳이 민폐 끼치지 말고 얼른 돌아가세요.”조하랑도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정의 뒤로 다가갔다.“연우야, 우리 더 할 얘기 없잖아. 다 끝난 사이에. 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다 알았고, 네가 원하는 게 뭐든 다 보상해줄게.”보상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7화

    이지원의 마음속은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 김인우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만약 네가 유남준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 사이는 절대 이어질 수 없어. 급이 안 맞거든.”그 탓에 이지원은 유남준에게만 모든 마음을 쏟았다.하지만 지금, 이지원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 때문에 자신의 모든 한계치를 다 넘고 있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지원은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소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앞으로 확실하지 않은 일은 제발 단언하지 말아 줄래요? 너무 창피하니까.”이지원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네.”이지원은 그제야 자리를 떴다.화장실로 들어온 이지원은 곧장 휴대폰을 꺼내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일 처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시킨 대로 한 거 맞아?”전화를 받은 부하는 두려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저희는 말씀하신 대로 했습니다, 아가씨. 아침 일찍 조하랑을 시즌 호텔에 던져놓기도 했고요.”“그럼 영상은 어떻게 했어? 옆에 있는 티비에 다 틀어놓은 거 맞아?”“당연하죠.”상대의 말투에서 거짓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저희가 조하랑 옮겨둔 다음에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드렸잖아요. 저희를 못 믿으시겠다면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이런 일 자주 하니까 저희도 무섭네요.”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이지원의 마음은 더욱 답답했다.분명 영상까지 틀어놨다고 했는데, 김인우가 이걸 어떻게 용납할 수 있다는 걸까?여자가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남자인데 말이다.“설마, 김인우가 정말 그 졸부 딸을 사랑한다는 거야? 이건 말도 안 돼!”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었던 이지원은 다른 핑계를 하나 더 만들어냈다.김인우가 조하랑을 용서해준 이유는 그녀가 바로 박민정의 친구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정이었다.그렇게 생각하니 이지원의 기분이 조금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하지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6화

    김인우는 누군가가 자신과 맞서면서까지 아내에게 감히 손을 댈 줄은 미처 예상도 못 하고 있었다.만약 범인을 찾게 된다면 반드시 죽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고통을 선사해줄 생각이었다.방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여전히 결혼식을 위해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조하랑을 발견했다.놀란 듯한 박민정의 모습에 조하랑은 김인우가 그대로 진행하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얘기해주었다.그 순간, 박민정 역시 김인우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이렇게 보면 김인우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맞았다.하지만 지금, 시즌 호텔 앞은 기자들로 가득했다.기자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조하랑을 이상하게 여겼다.“1시간이나 지났는데, 신부는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기자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았다.생방송 뉴스를 보고 있던 윤소현도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해 질문을 던졌다.“왜 아직도 안 나와?”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있던 이지원은 가볍게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웃는 얼굴로 말해주었다.“아마 감히 얼굴을 들고 나오기가 창피해서 그런 거겠죠.”그 말에 호기심이 발동한 윤소현이 물었다.“뭐 아는 거 있죠? 뭔데 그래요? 얼른 얘기해 봐요.”이지원이 사실대로 말해줄 리 없었다.혹시라도 윤소현이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알렸다가는 큰일이었다.“별거 아니에요. 조하랑 주제에 김씨 가문을 건드렸으니 오늘 결혼은 이대로 엎어지겠네요.”그 말을 하는 이지원의 표정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 말에 윤소현 역시 이번 김씨 가문의 결혼식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김인우가 그토록 자랑해대던 여자가 어떤 창피를 당할지 너무 보고 싶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이 기대하던 그 장면을 볼 수 없었다.방송은 계속되었고 조하랑은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장식된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왔다.온몸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그녀의 자태는 보는 이들의 눈을 황홀하게 했다.김훈은 손자의 결혼식을 위해 자신의 아내인, 그러니까 김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5화

    조하랑의 두 눈은 텅 비어 공허해 보였다.“난 정말 김씨 가문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할아버님도 그렇게 잘 해주셨는데...”그 말에 박민정은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 마치 목에 큰 가시라도 걸려 버린 듯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지금 그녀는 조하랑과 같이 있어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책 중이었다.“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널 그렇게 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조사하는 게 급선무야.”조하랑은 이제 아무런 기대도 하지 못했다.“알겠어.”그리고 문밖에서는 김인우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정됐던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나있는 상태였다.김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인우야, 어떻게 된 일이냐? 하랑이는 만났어? 하랑이는 도대체 어디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너 또 무슨 짓을 한 거야?”김인우는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로 돌려버리는 할아버지의 화법에 짜증이 났지만 더는 할아버지는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일이 좀 생겨서요, 결혼식을 미뤄야 할 것 같아요.”말을 마친 김인우는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그는 진작 사람들을 보내 조하랑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에 대해 조사하도록 했다.드디어 방 문이 열렸고 김인우는 곧장 안으로 들어섰다.하지만 박민정이 방 문 앞에 서서 김인우에게 말했다.“인우 씨, 하랑이한테 일이 좀 생겼는데, 단둘이 얘기 좀 하고 싶대요.”“알겠어.”김인우는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고 박민정은 밖으로 나왔다.유남준이 박민정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무슨 일이야?”“아직은 말해줄 수 없어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화장실 안으로 들어온 박민정은 급히 정민기에게 전화를 걸었다.“민기 씨, 어제 오후에 그랜드 호텔까지 찾아가서 조하랑을 데려간 사람들이 누구인지 조사해주세요.”“알겠습니다.”대답을 마친 정민기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박민정의 마음이 불안해졌다. 대체 누가 조하랑을 노리고 있는 걸까?방 안으로 들어간 김인우는 모든 상황을 알게 되었다.처음에는 조하랑이 결혼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4화

    방 안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급히 안으로 들어선 김인우는 침대 위에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조하랑을 발견했다.심장이 철렁한 김인우는 빠른 걸음으로 조하랑에게 다가갔다.“하랑아!”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깨어난 조하랑이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김인우의 얼굴이 가까이서 보였다.그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입술을 달싹이며 중얼거렸다.“내가 왜 여기 있지?”말을 마친 조하랑의 머릿속에는 불쾌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더니 이내 온몸을 감싸며 방 한구석으로 자신의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다 꺼져, 꺼져! 아무도 오지 마, 오지 말라고!”그 모습을 보며 김인우는 조하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하랑아,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김인우는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조하랑은 대답하기 싫다는 듯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나가! 나가라고!”박민정은 놀란 듯한 얼굴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조석천이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하랑아, 아빠 여기 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빠한테 얼른 얘기해 보렴. 설마 강연우 그 짐승 새끼가 그런 거니?”그는 조하랑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사람이 강연우라고 생각했다.조하랑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고 마음은 더욱 답답했다.그녀는 아무것도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나가! 다 나가라고!”김인우는 조하랑의 상태를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일단 우리 다 나갑시다. 혼자 진정할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아요.”그 말에 주위 사람들도 모두 방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리를 뜨면서도 조하랑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함부로 추측하고 있었다.조하랑의 상태를 확인한 박민정 역시 걱정되어 미칠 지경이었다.“민정아, 넌 남아줘.”조하랑이 박민정을 불러세웠다.“알겠어.”박민정은 곧바로 대답했다.그렇게 방 안에는 박민정과 조하랑 두 사람만 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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