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펑!예쁜 불꽃들이 하늘에서 반짝였다가 금세 사라져 버린다.그때 옆에 있던 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성은 빨개진 얼굴로 수줍어하는 여성의 손을 잡고 평생 같이하자고 외쳤다.박민정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문득 자신도 가슴 뜨거운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유남준에게 반한 뒤로 그녀는 자신에게 구애해오는 남자들은 전부 무시해버렸고 그렇게 연애 한번 하지 못한 채 그와 결혼을 했다.그러니 달콤하고 애틋한 연애란 어떤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그녀는 눈물이 앞을 가려오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아빠, 나 후회해요.”유남준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고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은 사람과 결혼한 것을 후회했다.8시 반이 되고 계속 될 것 같던 불꽃놀이도 끝이 났다.사람들이 서서히 돌아가고 서다희도 마침 박민정을 데리러 이곳에 도착했다. 그는 강변에 홀로 남겨진 쓸쓸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며칠 전 자신의 약혼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어떻게 다른 여자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려는 걸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있어?”이 순간, 서다희는 박민정을 동정했다.그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는 천천히 박민정의 곁으로 다가왔다.“민정 씨, 집까지 모시겠습니다.”박민정은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실망감이 가득한 눈길을 거두어들이고 애써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고마워요.”차에 올라탄 후 서다희는 히터를 조금 높게 틀었다.몇 년 동안 해외에 있으면서 박민정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아직 많이 여린 편으로 특히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 가뜩이나 허약한 몸이 후 불면 날아갈 듯했다.서다희는 유남준을 대신해 그녀에게 해명했다.“이지원 씨가 사생팬에게 습격을 당했어요. 응급 수술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대표님 얼굴이 보고 싶다는 것이였어요...”사생팬...박민정이 쓰게 웃었다. 유남준이라면 조금만 조사해도 임수호가 그녀의 사생팬이 아니라는 걸 알텐데.
박민정이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지석이 전화를 걸어왔다.전화를 받자 연지석이 얘기했다.“오늘 내가 사람을 시켜서 임수호를 데리고 이지원을 만나러 가게 했어.”그 말을 들은 박민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이지원이 정말 임수호 때문에 다친 건가?“그거 알아? 그 여자, 임수호를 죽이려고 했어. 내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임수호는 죽었을 거야.”연지석은 박민정에게 모든 얘기를 털어놓았다.며칠간, 그는 사람을 시켜 임수호에게 이지원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하지만 그 멍청한 임수호는 믿지 않았고 오늘 이지원의 집까지 찾아갔다.이지원은 그저 그를 위로해 주는 척하다가 몰래 그에게 수면제를 먹였다. 그리고 그가 잠에 든 후, 가스 밸브를 열어 사고로 위장하려고 했다.하지만 연지석의 사람이 그것을 발견하고 데려왔다.이지원은 들통날까 봐 두려워 자해를 했다. 그리고 먼저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사생팬이 그녀의 집에 들어와 그녀를 해쳤다고 얘기했다.모든 것을 들은 박민정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박민정은 이지원이 이토록 악독할 줄은 몰랐다.박민정의 추측이 맞다면 이 모든 것은 이지원의 자작극일 것이다.아무 대답 없는 박민정을 보면서, 연지석은 걱정이 되었다.“민정아, 괜찮아?”“괜찮아.”박민정은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그저 이지원이 그렇게 악독한 줄 몰랐었어.”“고아로서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쉬운 애가 아니야.”그렇게 얘기한 연지석의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드러났다.“너 같은 사람은 꼭 주의해야 해.”그는 약간 멈칫하더니 또 조심스레 물었다.“임신하기 위한 일은 어떻게 됐어?”박민정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응, 얻었어.”“그래. 그럼 내가 얼른 윤우를 데리고 나올게. 그리고 같이 에스토니아로 돌아가자.”박민정은 약간 걱정이 되었다. 윤우가 갇혀 있는 곳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병원과 완전히 달랐고 경비도 삼엄했다. 아무리 연지석이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며칠 좀 더 기다려줄래? 내가 유남준
“걱정하지 마, 모든 건 내가 책임질 테니까.”연지석이 얘기했다.하민재는 연지석이 모른는 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더 말할 수가 없었다.“내가 들은 소문 알려줄까? 유남준의 여자가 다쳤대. 난 정말 이해가 안 돼. 사업한다는 사람이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어디서 그런 쓰레기를 주워 왔대?”“알고 싶지 않아.”연지석은 담담하게 얘기했다.하민재는 그제야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남준은 이지원을 여자 친구로 두었을 뿐만 아니라 연지석이 좋아하는 사람을 아내로 두었으니.하민재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연지석은 깊은 눈동자로 창밖을 보면서 얘기했다.“언제 다시 돌아갈 거야?”“조금 더 있다가.”하민재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연씨 가문의 형제들이 호시탐탐 연지석을 노리고 있는데, 이곳에 남아있다가 연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가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가면 끝장이었다....병원에서.이지원은 연약하게 병상에 누워있었다. 목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고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오빠, 나 너무 무서워요...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요.”그녀의 눈가가 천천히 젖어 들었다.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위로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옆의 경호원에게 물었다.“조사해 냈어?”“네. 이지원 씨의 팬이 먼저 도착했고 후에 들어온 사람들은 연지석의 부하들입니다.”경호원이 대답했다. 그는 이지원의 팬이 그날 박민정을 차로 친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고 그쪽으로 연관을 지을 생각도 못 했다. 이지원은 그 말을 듣더니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연지석의 부하들이라면... 설마 민정...”그러더니 이내 입을 막고 얼른 말을 바꿨다.“그럴 리가 없어요. 민정 씨가 왜 이런 짓을 벌여요? 내가 민정 씨를 해친 적도 없는데 왜 나를 죽이려고 하겠어요?”이지원은 임수호를 데려간 게 연지석의 사람일 줄은 몰랐다. 저도 모르게 겁이 난 이지원은 먼저 선수를 쳤다.유남준은 이제 이지원의 말 때문에 박민정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연지석은 연지석이고, 박민정은 박민정이니까.“잘 쉬고
유남준의 눈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박민정을 찾아 나섰다.별장의 방을 여러 번 확인했지만 박민정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유남준은 사람을 시켜 공항에서 박민정을 찾게 했다. 그러다가 뒷마당에 도착해서야 벤치에 앉아 있는 박민정을 보고 한숨을 내돌렸다.박민정은 잠이 오지 않아 밖에서 바람을 쐬던 중에 유남준이 급하게 달려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오늘은 안 오는 줄 알았는데.’시선이 마주치자 유남준은 성큼성큼 걸어와 단번에 그녀를 품에 안았다.어두운 불빛 아래서, 박민정은 약간 굳어버렸다. 붉어진 그의 눈을 발견하지도 못했고 그가 얼마나 조급해하는지도 알지 못했다.“왜 방에 있지 않고 여기 있는 거야.”유남준은 약간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박민정은 이 말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졌다.“그럼 저는 왜 이 시간에 꼭 방에 있어야 하는데요?”유남준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아까 박민정이 사라졌을 때, 왜 그렇게 흥분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유남준이 대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 박민정이 또 물었다.“이지원 씨는 괜찮아요?”“남자가 목에 칼을 들이대서 아직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중이야.”유남준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목에 칼을...’박민정은 이지원이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지원은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못하는 짓이 없었다.“범인은 잡혔어요?”그 사람을 떠올린 유남준의 시선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아니. 하지만 이지원의 팬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연지석의 보디가드였어.”유남준의 품에서 이 말을 들은 박민정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유남준을 쳐다보았다.“무슨 뜻이에요?”유남준은 그녀의 감정 변화를 눈치채고 천천히 목울대를 움직였다.“연지석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유남준은 박민정이 이지원을 해치려고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연지석은 박민정을 위해 이지원을 해칠 사람이었다.박민정은 목이 약간 아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눈앞은 마치 뿌연 안개가 끼인
유남준은 불쾌한 감정을 꾹 내리누르며 박민정의 얼굴을 잡고 그대로 키스를 퍼부었다.박민정은 그제야 유남준이 아까 손을 다쳐서 피가 계속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마음 아파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껏 유남준을 밀어냈다.“내가 아까 했던 말은 잊었어요? 당신과의 약속은 더 이상 지키지 않을 거예요.”유남준의 입술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박민정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호흡은 더욱 거칠어졌다.“이지원한테 빚진 건 갚아야 해.”유남준이 해명했다.‘빚이라...’박민정은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 같았다. “그럼 나한테는 빚진 게 없어요?”이지원은 유남준 어머니를 살렸다.그리고 박민정은 유남준을 살렸다. 하지만 유남준은 왜 이리도 뻔뻔한 걸까?유남준은 박민정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박민정이 얘기하는 ‘빚’이 3년의 결혼 생활 동안 그녀를 무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너와 잘 살겠다고 약속할게.”다른 사람 앞에서 뜻을 굽히는 것은 처음이었다.만약 이 얘기를 5년 전에 들었더라면 박민정은 매우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민정은 이제 더 이상 유남준을 믿지 않았다.“힘들어요. 쉴래요.”유남준은 바로 박민정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날 밤.박민정은 벗어나지 못하고 유남준 품에 안겨있었다.유남준은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눈만 감으면 오늘 저녁에 본 빈방이 떠올랐다.손의 상처는 여전히 아릿했다.얼마나 지났을까. 박민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지원 씨가 남준 씨 어머니를 구한 일을 물어볼 수 있어요?”박민정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유남준은 고영란과 김인우가 죽을 뻔한 일을 얘기해 주었다. 같은 차를 타고 회사로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고, 후에 이지원이 그들을 구해주었다는 얘기를 다 털어놓았다.그 얘기를 들은 박민정은 놀란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그제야 김인우가 왜 이지원한테 잘 해주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왜 유남준이 이지원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또..
유남준의 개인 계좌가 해킹당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서다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새벽에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었다.“누가 한 일인지는 조사해 냈어?”유남준은 잠깐 놀랐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물었다.“아직입니다.”서다희는 흠칫하더니 또 얘기했다.“이번 사건이 갑작스럽기도 했고 또 대비하지도 않아서... 발견했을 때는 이미 돈이 사라진 후였습니다.”이상하기도 했다. 유남준의 계좌를 해킹한 사람이 그저 1조 4천억만 훔쳤다니. 게다가 이런 능력과 담이 있다면 바로 은행을 해킹하는 것이 더욱 빠를 것이다. 유남준의 개인 계좌를 해킹한다는 것은 유남준한테 앙심을 품었다는 것과 같다.“하루의 시간을 줄 테니까 알아서 해결해.”유남준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계좌를 해킹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것은 어떻게 돈을 빼돌리는가 하는 것이었다.유남준 계좌에서 얼마만큼의 숫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만큼의 돈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정말 없어졌다고 해도 그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다른 한편, 조하랑은 일찍 일어나 박예찬을 유치원에 보낼 준비를 하면서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박예찬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오늘은 무슨 일이래?”평소에는 박예찬을 깨울 필요가 전혀 없었다. 박예찬은 알아서 잘 깨어나는 아이였으니까.가까이 다가간 조하랑은 깊게 자고 있는 박예찬을 보면서 마음이 약해져 깨우지 못하고 붉은 볼살을 주물럭거렸다.“오늘만 지각하게 내버려둘게.”박예찬은 어제 유남준의 개인 계좌를 해킹하는데 오랜 시간을 들였다. 그래서 새벽 네 시, 다섯 시쯤에 잤던 것이다.그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아홉 시 반이었다.일어나서 미간을 찌푸린 그 모습은 마치 미니 버전의 유남준 같았다.“너무 오래 잤어...”박예찬은 유남준처럼 시간 약속에 예민했다. 이건 박예찬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그는 얼른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조하랑은 아직 가지 않고 소파에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박예찬, 오늘 지각이네?”박예찬은 조하
조하랑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어디까지 왔어요?”전화기 너머에서 매력적인 보이스가 들려왔다.“곧 도착해요.”말을 마친 조하랑은 바로 전화를 끊고 운전 기사한테 옆에 세워달라고 했다.그리고 구두를 신고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갔다.김인우는 레스토랑 전체를 렌트했다. 조하랑이 들어갔을 때, 종업원을 제외하고는 김인우뿐이었다.그는 흰색 가운을 벗지도 않고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는 지적인 매력이 흘러넘쳐 그녀가 마음에 품은 사람보다 더욱 멋있었다.조하랑은 얼른 시선을 거두고 미쳤다고 속으로 욕했다.김인우는 그저 껍데기만 화려한 남자일 뿐이다.조하랑은 앞으로 다가가 인사했다.“안녕하세요.”김인우는 시선을 돌려 조하랑을 쳐다보았다. 165센티미터의 키에 로우번을 묶은 그녀는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갓 졸업한 대학생 같았다.김인우는 조하랑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대체 언제 그녀의 몸에 손을 댄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마침 두 사람이 언제 만난 것이냐고 물으려는데, 조하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 거예요. 그러니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조하랑은 자리에 앉지 않고 그대로 서서 여유로워 보이는 남자를 내리깔아보았다.“인우 씨 할아버지께도 얘기해 주세요. 저는 김인우 씨한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요. 김씨 가문에서 준 사례금도 다 가져가세요.”김인우는 흠칫했다.“사례금이요?”그는 그제야 자신이 김훈에게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원에 가서 열심히 일하면 조하랑과의 결혼은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더니, 몰래 사례금까지 줬다니.“모르고 있었어요?”조하랑도 약간 놀랐다.“네.”김인우는 약간 화가 난 눈빛으로 얘기했다.“전에도 얘기했지만 아이는 내가 키울 수 있어요. 조하랑 씨가 원하는 만큼 배상금을 줄 수도 있고요.”아이?무슨 아이?조하랑은 그대로 멍해졌다.김인우는 백지 수표를 건네더니 얘기했다.“적어요.”조하랑은 여전히 멍했다.김인우의 말
두원 별장.따스한 햇빛 때문에 박민정이 눈을 떴을 때, 유남준은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있었다.고개를 든 박민정은 잘생긴 얼굴을 마주 보았다.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 유남준이 갑자기 그녀를 품에 그러안았다.“좋은 아침이야.”유남준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박민정은 약간 굳었다.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잊어버린 것이 분명하다.박민정은 바로 유남준을 피했다.유남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박민정의 턱을 잡고 키스를 퍼부었다.전처럼 부드러운 키스가 아닌, 조급하고 거친 키스였다.박민정은 손으로 그를 밀어내며 피하려고 했지만 밀어낼 수가 없었다.유남준이 더한 것을 하려고 할 때, 벨 소리가 울렸다.유남준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또 무슨 일이지?’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조하랑이 박민정에게 건 전화였다.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박민정에게 건넸다.“네 친구 전화야.”박민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쥔 채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하랑아, 왜 그래?”조하랑은 박민정과 유남준이 한 방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모든 일을 실토했다.“김인우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박민정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민하던 박민정이 물었다.“하랑아, 인우 씨가 말한 아이가 설마 예찬이는 아니겠지?”조하랑 곁의 아이는 박예찬뿐이었다.“박예찬?”조하랑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맞다, 까먹고 얘기하지 않은 게 있는데, 저번에 유치원에 예찬이를 데리러 갔다가 마침 김인우가 예찬이를 잡으러 온 걸 봤어. 내가 마침 나타나서 다행이지...”조하랑은 약간 겁이 났다.박민정도 믿을 수 없었다.왜 김인우가 박예찬을 데려가려고 하는 걸까. 설마 유명훈의 생신 축하연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김인우가 아무리 뒤끝이 길다고 해도 어린 아이한테 화풀이를 할 사람은 아니었다.“하랑아, 예찬이가 뭘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박민정은 항상 어른스러운 박예찬을 믿었다.박예찬은 웬만해서 거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