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이렇게 오래 숨어 있었는데도 발견하지 못했다니 박예찬은 어이가 없었다.“아침에 엄마랑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다급해 보여서 차에 따라 탔어.”“이 자식아, 앞으로 이러면 안 돼, 위험해.”조하랑은 박예찬을 어린이 의자에 앉힌 후 유치원에 데려다줬다.“엄마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 단지 알레르기가 올라온 것뿐이야.”“알레르기가 왜 올라왔어?”박예찬은 엄마가 해산물을 못 먹고 해산물 빼고 알레르기가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 누가 음식에 해산물을 넣은 건가?조하랑은 원래 박민정과 아이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예찬이가 이미 눈치채서 전부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말을 들은 꼬마 녀석의 눈에는 온통 걱정이었다.“하랑 이모, 언제 엄마 만나러 갈 수 있어?”박예찬은 지금 엄마를 꼭 안아주고 자신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지금은 안 돼. 며칠만 기다려.”“알았어.”박예찬은 조금 서운했다.병원안.유남준은 박민정의 온몸에 있는 붉은 점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아직도 안 없어졌어?”“적어도 반나절은 걸려요."박민정이 대답했다.방금 의사는 유남준에게 알레르기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붉은 반점일 뿐이지만 본인에게는 따끔따끔한 가려움증이 느껴져 아픈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다.유남준은 자신이 처음으로 한 요리가 박민정을 병원에 오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못 먹는 게 또 뭐가 있어?”유남준의 물음에 박민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유남준이 또 무언가를 물으려고 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박민정은 그의 휴대전화 화면에 이지원의 이름이 뜬 것을 보았다.그는 휴대전화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서야 전화를 받았다.이지원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통화를 끝내고 돌아와서 말했다. “오늘은 내가 볼일이 있어서 안 돼고, 이따가 서다희가 퇴원 수속을 밟고 두원으로 데려다줄 거야.””귀찮게 할 필요 없어요..”박민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말을 끊었다. “당신의 운전기사를 바꾸라고 했어. 서다희가 새 기사
박민정은 앞에 놓인 수표를 보며 아이러니함을 느꼈다.“아드님이 돈을 다 갚아야 떠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어머님은 또 돈을 주시면서 떠나라고 하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무슨 말이야?”“유남준에게 물어보세요.”고영란은 잠시 생각하더니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감정으로 호소했다.“민정아, 남준이랑 결혼한 지 3년이 넘도록 아이를 낳지 않아서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 나는 네가 다른 사람을 고려하고, 너무 이기적이지 않기를 바라.”이기적...박민정은 마음속으로 비웃었다.‘도대체 누가 이기적이라는 거야? 아이가 없는 건 왜 아들한테 안 물어본 거야?’“제가 말했잖아요, 이 일들은 유남준을 찾아가야 한다고. 제가 떠나기 싫은 게 아니에요.”고영란은 박민정이 지금과 같은 태도일 줄 몰랐다. 그녀는 박민정에게 다가갔다.“어른과 말하는데 이게 무슨 태도야?”말을 마치고 손을 들어 박민정을 때리려고 했는데 박민정이 단번에 손목을 잡고 뿌리쳤다.“어머님, 자중하세요.”고영란은 저도 모르게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 떠난 후 이것이 이전의 그 지고지순했던 며느리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밖으로 나온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개인 비서에게 전화했다.“남준이가 그동안 뭘 했는지 알아내.”고영란은 유남준의 어머니이지만,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모른다.박민정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 사람도 유남준이고, 박민정을 두원에 남게 한 사람도 유남준이다.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그리고 최근에 유남준이 자꾸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대로 가다간 유씨 집안의 다른 측근들이 알고 분명히 허점을 틈타서 끼어들 것이다.전화를 끊은 고영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서다희과 유남준 회사의 비서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유남준의 일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어떤 유용한 정보도 알아내지 못했다.별장 안.박민정은 밖에서 차가 떠나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유남준은 아이를 개의치 않아 했지만 유씨 집안 사람들은 후손을 매우
고영란은 의심하지 않고 박예찬에게 다가와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그럼 집이 어디인지 기억해? 할머니가 데려다줄까?”이렇게 상냥하고 친절한 고영란은 박예찬을 놀라게 했다.엄마는 할머니에 대해 말한 적이 없지만 이미 조사해 보았다.고영란, 고 씨 집안의 아가씨, 커리어우먼이다.할아버지에게 시집간 뒤로는 할아버지가 가정을 돌보지 않아 혼자 아들을 키우느라 한 번도 웃는 얼굴을 한 적이 없다.박예찬이 멍해 있을 때 고영란이 또 입을 열었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기억한다면 할머니가 전화해 줄게.”박예찬은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배꼽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 간선도로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시겠어요? 버스 타고 돌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이렇게 예의 바르고 똑똑한 아이는 고영란의 마음에 더욱 들었다..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만약 남준이가 말을 잘 들었다면 그녀의 손자도 아마 이렇게 컸을 텐데.“알았어, 타. 할머니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친할머니니까 나쁜 사람일 걱정도 없고 차에 올라타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했다.차에 올라탄 후.고영란은 참지 못하고 박예찬과 넋두리를 하기 시작했다.“할머니, 여기 사세요? 별장이 정말 커요.”고영란은 미소를 지었다.“할머니 아들 집이야. 나는 여기 안 살아.”박예찬은 말을 이었다.“그럼 손자 보러 오신 거 맞죠?”손자 이야기를 꺼내자 고영란의 안색이 변했다.“아휴, 할머니는 아직 손자가 없어. 만약 생기면 황궁보다 더 큰 별장에 살게 할 거야.”고영란은 농담이 아니었다. 만약 앞에 있는 아이가 친손자인 것을 안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아이에게 가장 좋고 호화로운 삶을 줄 것이다.박민정이 유씨 집안에 시집오자마자 고영란은 어린이 놀이공원, 어린이 자동차 경기장, 어린이 스키장 및 기타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놀이 장소를 만들었다.유남준의 아버지는 일 년 내내 밖에서 어린 여자를 끼고 살았고 유남준은 커서 자기만의 사업을 가졌다.집에 혼자 있는 고영란은 너무 외로워서 자기와
유남준은 고개를 들어 박민정을 바라보았다.“왜 찾아왔어?”박민정은 고영란이 자신에게 준 백지수표를 유남준 앞에 내밀었다.“수표 주면서 떠나라고 했어요.”유남준은 수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의했어?”수표에 금액만 적으면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빚진 돈을 바로 갚을 수 있다.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당신과 이미 계약을 맺었으니 당연히 안 받았어요.”지금 떠나면 어떻게 셋째를 가지고 또 윤우를 구하겠는가?박민정은 수표를 유남준에게 건네줬다.“돌려줄게요.”유남준은 그것을 받아들고 힐끗 쳐다보더니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그윽하게 박민정의 얼굴을 바라봤다. “잘했어. 당신이 이 수표에 금액을 적었어도 내가 돈을 안 줬을 거야.”‘그녀가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려야겠다.’ 그 말을 듣고 박민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유남준은 따뜻한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일어나 그녀 앞에 다가왔다. 박민정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유남준의 손이 그녀의 목에 닿았는데 아직 알레르기가 하나도 낫지 않았다.“약 발랐어?”유남주의 변덕스러운 성격은 박민정을 매우 불편하게 했다.그녀는 슬그머니 비키며 말했다.“발랐어요.”미세한 움직임도 그의 눈을 피해 가지 못했다. 유남준이 강제로 건드리려 할 때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이 시간에 누구지?’거실의 어색한 분위기에 박민정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문 열게요.”유남준을 피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을 열러 갔다.한여름 밤의 서늘한 바람 속에서 이지원은 옅은 색의 잠옷을 입고 눈 밑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문 앞에 서 있었다.박민정이 문을 연 것을 보고 눈빛이 조금 흔들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준 씨를 만나러 왔어요.”이렇게 연약한 미녀여야 유남준과 김인우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구나.시선을 거두고 뒤돌아보니 유남준이 이미 걸어오고 있었다.이지원은 그를 보자마자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을 흘렸다.“남준 오빠.”그녀가 이 시간에
유남준은 이지원을 뿌리쳤다.“남준 오빠, 고마워요.”감격스럽게 말한 이지원은 득의양양하게 박민정을 돌아봤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시집간 것을 후회했고, 그에게 시집가지 않으면 어떠한 조건도 제시할 수 있고, 또 대부분 동의한다는 것을 알았다.애초에 위험을 무릅쓰고 고영란을 구한 사람이 자신이라니 정말 다행이다...박민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지원이 눈앞에서 자랑하는 것을 바라봤다.두원의 크고 많은 방 중에서 이지원은 안방에서 가장 가까운 방을 선택했는데 그 속뜻은 자명했다.이지원이 방을 정리하러 갔을 때, 박민정도 방으로 돌아갈 준비했다.유남준은 거실에 앉아서 그녀를 불렀다.“이리 와.”박민정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모른 채 다가갔다.“무슨 일이에요?”유남준은 박민정의 안색을 살폈다.그는 줄곧 결혼 후 그녀가 말하기를, 두원은 앞으로 두 사람의 보금자리이며 친척과 친구 외에는 다른 여자가 절대 올 수 없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화 안 났어?”그가 이지원의 요구를 동의한 것은 첫째는 진짜 죽을까 봐 두려웠고 둘째는 박민정의 태도를 보고 싶어서였다.유남준은 박민정이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믿지 않았는데 그녀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돈을 다 갚으면 이혼하기로 약속했잖아요. 왜 화내야 해요?”유남준은 목이 메었다.“계속 그 태도를 유지하기를 바라.”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 약속있어서 저녁에 안들어올거야.”이지원은 자기가 온갖 궁리를 다해서 어렵게 남았는데 유남준이 떠날줄 몰랐다.이지원은 박민정의 방 앞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박민정은 헛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곡을 계속 쓸 생각이었는데 또 방해꾼이 나타날 줄이야. 그녀는 오늘 더이상 악보를 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박민정은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여름인데도 긴팔에 긴 바지를 입은 박민정을 바라보던 이지원은 목에 있는 붉은 발진을 발견했다.박씨 집안의 지원을 받았던 이지원은 예전에 자주 박씨 집안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예전에 박민정이 실수로 해산물을 먹었을때
“민정 씨,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요.”이지원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그토록 청렴하고 순수하던 사람이 어떻게 유남준을 돈으로 계산한단 말인가.박민정이 반박했다.“유 대표님 아내 자리면 2,000억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는 거 아닌가요?”“진짜 변하셨네요. 함께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절대 남자로 싸울 일은 없다더니... 뺏은 걸로도 모자라 2,000억을 주고 다시 데려가라는 건 뭐 하자는 거예요?”이지원이 헛웃음 쳤다.내로남불이라 했던가, 지금 박민정에게 어울리는 말은 이뿐이었다.박민정의 눈에서 안광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제가 뺏은 건 아니죠. 남준 씨가 고아인 당신을 싫어했던 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이지원의 얼굴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그만해요. 돈만 주면 되는 거죠?”고개를 끄덕인 박민정이 덧붙였다.“이 일이 만약 남준 씨 귀에 들어간다면 계약은 그 즉시 파기하는 걸로 하죠.”이건 다 박민정의 계획이었다.“평생 남준 씨 배우자 자리는 꿈도 못 꾸게 할 테니까.”말은 이렇게 했지만 박민정은 이지원이 유남준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알리기를 바랐다.만약 이지원이 정말로 2,000억을 준비한다면 그냥 받으려 했지만 박민정은 이지원이 유남준에게 모든 걸 말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야 이지원이니까. 예전부터 이지원은 박민정에게 뒤집어씌우는 일을 밥 먹듯 했다. 이번에는 밥상까지 차려 줬는데 그걸 제 발로 걷어찰 리가 없었다.“고민 좀 해 볼게요.”이지원이 말을 마치자마자 떠날 채비를 했다.박민정을 지나치기 직전, 바람이 불며 악보가 팔락여 어딘가 기괴한 음표가 눈에 들어왔다.하지만 박민정에게 난청이 있으니 음악을 몰라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해외 천재 작곡가가 눈앞의 박민정이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이다.이지원이 떠난 뒤 박민정이 여유롭게 악보를 정리하고 누웠다.한편, 이지원은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좋을지 고민이 깊었다. 고자질한 전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의심을 받을 게 뻔한데
박민정의 답을 본 이지원이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오빠, 오빠가 민정 씨랑 무슨 사이인진 몰라도 민정 씨 절대 보통 아니에요.」「못 믿으시겠으면 오늘 밤 열 시, 사거리 카페로 오세요.」반드시 유남준이 보는 데서 박민정의 속내를 드러내고 말겠다 다짐한 이지원이었다.박민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간단하게 씻고 거실로 나왔는데 유남준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는 중이었다.발소리를 들은 유남준이 이지원에게서 온 메시지를 지우고 박민정을 봤다.“나가서 밥 먹자.”분명 식탁에 음식이 있는 걸 본 박민정은 의아했지만 별생각 없이 따라나갔다.식당에는 아침에 먹기 적절한 음식이 가득이었고 박민정은 그중 좋아하는 것 몇 가지만 골라 먹기 시작했다. 이에 유남준이 박민정의 행동을 주시했다.“나한테 할 말 없어?”“무슨 말이요?”박민정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지원과의 일을 떠올렸다.“됐어.”유남준도 더 묻지는 않았다.박민정은 최근 너무 한가한 유남준 때문에 그가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를 할 것만 같았다.얼마 걸리지 않아 밥을 다 먹은 둘을 기사가 회사까지 데려다주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각자 일을 시작했건만 박민정은 전혀 곡이 써지지 않았고 결국 슬금슬금 유남준의 책상으로 다가갔다.“나가고 싶어요.”“그래.”서류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유남준이 이렇게까지 순순히 대답할 줄 몰랐던 박민정은 당황스러웠다.사무실을 나가기 전에 박민정이 덧붙였다.“저 오늘 일이 있어서 조금 늦을 것 같아요.”유남준의 눈빛이 의미심장해졌다. 잠깐 박민정의 얼굴을 살피던 유남준의 얇은 입술이 달싹였다.“무슨 일?”“개인사정이요.”박민정이 비밀인 양 말했다.딱잘라 말하는 박민정에 조금 당황한 유남준의 목소리가 한순간에 얼음장 같아졌다.“경고하는데, 무슨 짓을 하든 날 화나게만 하지 마.”그의 말을 통해 박민정은 이지원이 일러바쳤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런데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유남준은 이런 일을 참
박민정은 그저 멀리서 그 밭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아직 있을 줄은 몰랐네...”정민기가 박민정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그곳엔 자유롭고 드넓은 초원을 연상시키는 해당화 밭이 펼쳐져 있었다. 조금 낡아 보이긴 했지만 모든것이 누군가의 손길을 거친듯 생기가 돌지 않는 곳이 없다. 별장의 주인이 정성스레 고심해서 가꾼듯 했다.“여긴?”“옛날에 진주에서 살 때 살던 집이에요.”정민기의 질문에 박민정이 답했다.들어갈 자격이 없어 그저 보기만 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이만 가죠.”박민정이 차에 올라탔고 곧이어 차는 천천히 별장에서 멀어져갔다. 관목숲 사이 어딘가 한 남자가 이상한 모습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박민정은 그 남자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시내에서 한 바퀴 더 돌던 박민정이 정민기에게 이만 두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고 두원에 도착한뒤 그녀는 작업실에서 곡을 썼다.경호원이 박민정의 행적을 모두 유남준에게 알렸고 유남준은 그 카페로 가기 위해 아홉 시 조금 넘은 시각에 출발했다.한편, 박민정도 두원에서 출발하려는 참에 정민기가 메시지를 보냈다.「유남준 씨 차가 역시나 사거리로 가고 있습니다.」두원으로 가기 전, 정민기에게 유남준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봐 달라 했는데 역시 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이지원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고자질을 좋아했으니.늦은 밤, 카페에는 별다른 사람이 없었다.이지원이 예약한 룸은 야경뷰였고 박민정은 정시에 도착했다.박민정이 원피스에 위에 작은 겉옷 하나를 걸친 이유는 알레르기 때문이었는데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겉옷을 챙겼을 것이다. 밖에 오래 있을 때면 추위를 극도로 타는 체질이기에 여름이더라도 늘 겉옷을 챙겼기 때문이다. 박민정의 분위기와 모습은 시야를 탁 트이게 하기 충분한 모습이었다. 몸매는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왔고 얼굴은 고상하여 한 번 본 사람은 절대 잊지 못할 모습이었다.이지원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박민정을 질투한다 하는 게 더 맞았다.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