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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8화

작가: 윤지
욕실 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속으로 유남준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의 훤칠한 몸매가 한눈에 들어오자 박민정은 무심코 한 번 보고 말려다 그만 몇 번 더 훔쳐보고 말았다.

그녀가 넋을 놓고 있던 그때 유남준이 재빠르게 수건을 집어 들고 욕실에서 나왔다.

박민정은 급히 시선을 돌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유남준은 그녀의 시선을 이미 느꼈는지 다가오면서 말했다.

“다 봤어?”

박민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뭘 봤다고 그래요? 난 남준 씨를 안 훔쳐봤다고요.”

“난 휴대 전화 본 거 물어본 건데.”

유남준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

“근데 언제 날 훔쳐본 거야? 조금 전에?”

박민정은 고개를 푹 숙이며 그제야 자신이 자백해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욕실 문이 열려 있어서 몇 번 본 것뿐이에요.”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뭐 어차피 예전에 다 봤던 거잖아요. 딱히 볼 것도 없고.”

“그래? 근데 왜 날 똑바로 못 쳐다보는 거야?”

유남준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고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박민정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방금 샤워를 마친 그의 짧은 머리카락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눈빛은 사람을 빨아들일 듯 강렬했다.

박민정은 그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유남준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고 단단한 상체가 한눈에 안겨 왔다.

“뭐가 못 볼 게 있다고? 보면 또 어때요...”

박민정은 말하면서도 손을 들어 그의 복근을 슬쩍 만졌다.

“촉감 괜찮네요. 별로 변한 것도 없네요.”

말을 마친 박민정은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걸 느끼며 급히 욕실로 걸어갔다.

“나 씻을 거니까 방해하지 마요!”

유남준은 그녀가 빠르게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가 만졌던 복부가 간질간질했다.

그는 소파로 돌아와 앉으며 박민정의 휴대 전화를 집어 들었다.

화면에는 막 도착한 메시지가 떠 있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에리였다.

[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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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급히 수건을 집어 자신의 몸을 가리며 말했다.“미안해요...”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유남준을 때려버렸다.갑자기 뺨을 맞은 유남준은 약간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괜찮아. 방금 다친 데는 없지?”그의 물음에 박민정은 더욱 미안해졌다.“아니요. 다치진 않았어요. 그냥 실수로 샤워 젤을 떨어뜨렸어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안심했지만 곧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샤워할 때 내가 곁에 있어 줄게.”“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박민정은 얼굴이 빨개지며 수건을 단단히 잡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유남준을 바라보았다. 유남준은 마치 도둑놈을 경계하듯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박민정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누가 봐도 두 사람은 이미 두 번째 아이를 함께 가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역시 처음에 날 유혹한 건 아이 때문이었겠지.’박민정은 수건을 정리한 후 재빨리 잠옷을 꺼내 입었다.“됐어요. 이제 자러 가요.”“응.”유남준은 박민정을 따라 움직였다.박민정은 휴대 전화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유남준도 자연스럽게 그녀와 같은 방으로 들어섰다.“남준 씨는 다른 방에 가서 자요.”박민정이 단호하게 말했다.“여긴 밤에 도와줄 보모도 없잖아. 내가 너랑 같이 자면 혹시 네가 배고프거나 뭐 먹고 싶으면 바로 해줄게.”유남준의 말을 들은 박민정은 그의 요리 실력을 떠올리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됐어요. 차라리 배고픈 게 나아요.”박민정은 임신 중이라 자주 배가 고팠다.특히 여느 때처럼 밤에 갑자기 먹고 싶어지면 곧바로 먹을 걸 준비해야 했다.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참기로 마음먹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의 반응에 목이 메는 듯 답답함을 느꼈다.“그렇게까지 나랑 같이 있기 싫어?”유남준은 깊은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박민정은 그의 시선에 약간 흔들렸다. “말했잖아요. 우리 이미 이혼했고 앞으로는 아이들 때문에 가족 같은 친구로 지내면...”박민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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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는 지금 자신감이 넘쳐흘렀다.그는 사지가 멀쩡하고 아무런 장애도 없으며 외모와 집안까지 훌륭했기에 유남준보다 못할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매니저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직접 부딪혀봐야 포기하겠지.’...두원 별장.박민정은 기분을 가라앉힌 후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자신이 왜 울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거실로 나오자 유남준이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고개를 들어 박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서 와서 아침 먹자.”“안 먹을래요. 출근할게요.”말을 마친 박민정이 나가려 했지만 유남준이 그녀를 막아섰다.“아침은 먹고 가.”그의 태도를 보니 자신이 먹지 않으면 보내줄 것 같지 않자 박민정은 마지못해 식탁에 앉아 대충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계속 박민정을 지켜보던 유남준은 그녀의 눈가가 여전히 붉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말실수를 자책했다.의사가 임산부가 화내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했다.“많이 먹어. 앞으로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유남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박민정은 자신을 낮추는 유남준의 태도에도 여전히 쌀쌀맞게 대꾸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알아서 사면 돼요.”그녀는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다 먹었으니 출근할게요.”유남준은 그녀가 또 화낼까 봐 두려워 차마 다시 막아서지 못했다.그는 멀어지는 박민정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서다희도 두원 별장에 유남준을 데리러 왔다.그는 불편한 심기로 별장에서 나오는 박민정을 바로 마주했다.“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서다희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박민정은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서다희를 바라보았다.“서 비서님, 저는 이미 대표님과 이혼했어요. 그러니 앞으로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민정 씨라고 불러주세요.”서다희는 순간 당황했다.‘왜 이렇게 화가 나신 거지? 어젯밤까지만 해도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잘 설득해서 성공적으로 별장에 머물게 했다고 하지 않으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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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소현은 자신이 이처럼 초라하게 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예전부터 계속 무시해 왔던 몇몇 부하 직원들에게 그대로 복수 당한 것도 모자라 내쫓겨 나기까지 했다.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자기 개인 소지품을 비서 차은서에게 던져주며 말했다.“가자.”차은서는 한때 윤소현도 잘나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처참한 꼴로 나락 된 모습을 보고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윤소현도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갑자기 날카롭게 쏘아보며 되물었다.“지금 그 동정 어린 눈빛은 뭐야? 내가 더 이상 정수미 씨의 딸이 아니라고 해도 손에 쥔 재산과 권력은 네까짓 비서 따위와 비교도 못 할 정도라는 것만 명심해!”차은서는 방금까지도 그녀가 참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 말을 들은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지금 시기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화를 낼 때와 내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 못 하는 걸까?’하여 차은서도 이번 달 월급까지만 받고 그만두기로 결심했다.윤소현은 차에 올라타서도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었지만 애써 덤덤한 척했다.하필 이때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 윤소현 씨인가요?”“네, 무슨 일이시죠?”윤소현은 혹시나 정수미의 생각이 바뀐 줄 알고 살짝 기대했다.“따님 입원비는 혹시 언제쯤 입금해 주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입원비요?”윤소현은 순간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사실 지금까지 정수미가 유다혜의 모든 병원 비용을 대주고 있었다.‘이렇게 갑자기 끊는다고?’정수미 같은 사람은 자기 이익을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굳이 친손녀가 아닌 아이의 병원비를 계속 내줘야 할 이유가 없었다.“알겠습니다. 바로 입금해 드릴게요.”“네.”간호사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윤소현이 핸드폰으로 입금하려고 시도해 보니 그녀의 모든 은행카드가 정지되어 있었다.하여 어쩔 수 없이 모아뒀던 비상금을 깨야 했다.겨우 병원비를 결제했지만 윤소현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 곧바로 정수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그녀는 진작에 윤소현 전화번호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8화

    길연서는 살짝 머뭇거리다가 정수미에게 말했다.“정 대표님, 바로 공개하는 게 왠지 대표님한테는 불리할 것 같은데요?”정수미가 친딸을 찾게 된 지 고작 1년밖에 안 되었는데 바로 길러준 딸과 모녀 관계를 끊는다고 하면 여론이 안 좋아질 것 같았다.“곧 죽는 사람이 그까지 여론을 신경 써서 뭘 해?”“그러면 윤소현 씨가 대표님을 독살하려 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할까요?”만약 이것까지 터뜨리면 사람들도 더 이상 할말이 없을 것이다.그러자 정수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아니. 이미 소현이한테는 이번 일에 대해 넘어가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알겠습니다.”정수미는 여전히 윤소현을 많이 배려해 줬다.온라인 뉴스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을 무렵 정수미의 개인 계정으로 공고문이 하나 올라왔는데 곧바로 실시간 검색에 1위로 되었다.내용은 바로 자신과 윤소현은 더 이상 모녀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네티즌들은 내용을 보자마자 저마다 어리둥절해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모녀 사이까지 끊고 난리래?][이런 사소한 일로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윤소현의 업보라고 볼 수 있지. 친딸도 아닌데 여태껏 너무 제멋대로 행동했잖아.”가끔 바른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이어서 정수미는 앞으로 지엔 그룹은 자기 친딸인 박민정이 이어받는다고 다시 밝혔고 또다시 인터넷은 불바다가 되었다.예전에 정수미가 죽으면 윤소현이 회사를 이어받게 된다던 사람들도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렇게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왜 정수미가 윤소현과의 관계를 끊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자기 친딸의 앞날을 위해서였군.][방금 라이브에서 들렸던 목소리가 박민정 씨인가 보군요. 어쩐지 예전의 윤소현 씨보다 많이 살갑다고 느껴졌거든요.][그런 연기는 누가 못 하겠어요?][이건 다른 얘기인데 박민정 씨가 실은 유남준 씨 아내란 사실은 다들 모르죠?.]누가 이런 글을 올렸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순간 흥미가 돋아 저마다 해당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7화

    박민정은 다시 말을 이었다.“세분이 회사로 안 오면 이건 회사의 손실입니다. 그러나 돌아오든 아니든 저는 이미 재무팀에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전달한 상황인데 혹시나 생각이 바뀌어서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세요.”박민정은 특히 마지막 한 마디를 강조해서 말했다.사실 오정연만 빼고 나머지 두 사람은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비록 요 며칠 벌었던 수입이 꽤 된다고 해도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보다는 많이 불안정해 보였다.또한 아까 네티즌의 말대로 지엔 그룹은 직원 대우가 아주 좋았다.그리고 퇴직금이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많았고 복지도 어느 회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 그야말로 황금 동아줄이라고 할 수 있었다.나머지 두 사람은 생각해 보다가 오정연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솔직히 그들은 BJ의 보조일 뿐, 받은 돈은 회사 월급보다 훨씬 적었는데 만약 여기서 인기가 떨어지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나 오정연은 지금 며칠 사이에 거의 몇억씩 벌고 있으니 당연히 돌아가기 싫어졌다.하여 두 직원이 말렸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답했다.“괜찮습니다. 저희는 이미 상처를 받을 만큼 받아서요.”“그래요. 그러면 하는 일이 번창하길 바랍니다.”그렇게 박민정은 진서연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이때 두 여직원은 살짝 아쉬운 듯 핸드폰을 보면서 말했다.“보상금이 진짜 입금되었네. 계약서대로 열 배.”“열 배? 그렇게나 많이 줘?”그러나 오정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우리가 이번에 일을 크게 벌였으니까 그만큼 보상을 해주는 거지, 아니면 주기나 했겠어?”“하긴... 그런데 방금 보니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원래 지엔 그룹의 복지가 좋았잖아. 나도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네.”이때, 다른 한 여자가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다가 큰 소리로 외쳤다.“헐, 윤소현이 잘렸다는데? 그리고 우리더러 나가라고 했던 인사과 팀장도 회사 규정을 위반했다고 해고되었대.”세 사람과 라이브로 보고 있던 네티즌들도 모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6화

    박민정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곧바로 그녀에게 말했다.“상대방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촬영이나 녹음은 모두 불법입니다.”녹음 펜으로 몰래 녹음 중이던 메인 BJ 오정연은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들어가서 얘기 나눠도 될까요?”박민정의 물음에 오정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녹음기는 여전히 끄지 않았다.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셋은 라이브 중이었고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었다.[BJ분은 어디 가셨지?][누가 찾아오신 것 같은데? 어디 가셨는지 모르겠어.][세분 모두 여성분들인데 조심해요. 우리같은 사람들이 돈 앞에서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니까...][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걸 보면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요?][...]댓글은 계속 추가되고 있었다.그리고 세 명의 여자는 마치 미리 말이라도 맞춘 듯 라이브 방송을 끄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그중 한 명의 여자가 일부러 큰 목소리로 묻기 시작했다.“대표님, 혹시 여기까지 직접 찾아오신 이유가 인터넷 여론 때문인가요?”“저희는 비록 돈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절대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게 끝까지 싸울 거라고요.”그들이 말한 내용은 당연히 실시간으로 라이브 되고 있었다.이를 들은 네티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또다시 댓글을 달았다.[세상에! 지엔 그룹의 대표가 직접 찾으러 왔대!][내가 말했잖아, 분명 위험해질 거라고. 라이브 방송 끄지 않아서 다행이다.][혹시 저 대표라는 사람 말이야, 쥐도 새도 모르게 저 사람들을 없애려는 건 아니겠지?][저기요, 위의 분? 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 것 같은데요. 지엔 그룹의 직원 대우는 지금까지 좋다는 소리밖에 없었거든요? 제 생각에는 아마 지엔 그룹의 원 대표가 지금 병원에 입원하고 부사장이 바뀌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사람들은 미친 듯이 댓글을 달면서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했고 라이브 시청자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그러나 박민정은 세 사람을 보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5화

    네티즌들은 윤소현이 사과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자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그런데 진작에 이렇게 사과 안 하고 왜 이제 와서 난리야?][제 말이요. 들켰으니까 어쩔 수 없이 사과하는 거잖아요. 이대로 묻혔으면 입 싹 닦는 거고?][회사 직원이 뒷담화했다고? 증거 있어? 사과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건 분명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걸 돌려서 말하고 있잖아.]역시나 네티즌들은 윤소현의 대국민 사과 쇼에 전혀 공감해 주지 않았다.박민정도 이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문득 진서연에게 물었다.“그 세 명의 직원과는 연락이 되었어?”그러자 진서연이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연락은 되었는데 절대 윤소현 씨를 용서하지 않고 기어코 고소하겠대요.”“혹시 고소하고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도 알아봤어?”“네, 배상금을 원한대요. 우리 쪽에서도 세배의 보상금을 주겠다고 했는데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되었네요.”진서연은 그들의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박민정은 다시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말했다.“이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아.”일반 사람들은 보통 이런 일을 맞닥뜨리면 자신이 원하는 걸 밝힌 뒤 일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랄 것이고 회사에서 보상금을 세 배로 물어준다고 하면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다.그러나 그들은 전부 거절하고 기어코 재판까지 가기를 원했다.이렇게 되면 훨씬 적은 배상금과 당사자의 사과도 받지 못하게 되는데 왜 일을 이렇게 처리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이때 진서연은 라이브를 보다가 맨 처음 윤소현 사건을 폭로했던 사람을 발견했다.그리고 오늘에도 영상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사과해서 될 일이면 경찰은 왜 있겠어요? 윤소현 씨의 성의 없는 사과에 속지 말고 절대 이대로 용서해 주면 안 됩니다.”진서연은 빠르게 그 영상을 박민정에게 보여줬다.박민정은 한참 동안 영상을 보다가 그제야 이 세 명의 직원이 애초에 원했던 건 돈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괜히 선한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기 싫지만 일이 이렇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4화

    윤소현은 울먹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어떡하죠? 엄마는 이제 마음을 굳힌 것 같고 절대 말을 바꾸지 않을 거예요.”윤석후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어떻게 눈치챈 걸까? 문제는 정수미 성격에 네가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 가만히 내버려둘 사람이 아닌데?”“여태껏 모녀 사이로 지낸 정을 봐서 감옥에는 보내지 않겠다고 했어요.”생각해 보니 정수미의 여태껏 처리방식이 그랬다.필경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친딸을 찾는 일이었는데 그전에는 모든 걸 아낌없이 윤소현한테 줬었다.“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그는 윤소현의 등을 토닥여주더니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소현아, 아직 완전히 끝난게 아니니까 이제부터라도 다시 계획을 세워 그 사람들을 제거할 방법을 찾자. 그리고 다시 정씨 가문의 재산을 빼앗아 오면 되지.”그러나 윤소현은 눈가가 빨개진 채 한껏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저는 이미 쫓겨나서 이제 엄마한테 접근할 수도 없어요.”“그러니까 이번에는 우리도 모든 걸 걸어야지. 그전까지 너도 최대한 문제 일이키지 말고 얌전히 있어. 그래야 정수미 쪽에서도 네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느낄 테니까.”윤소현은 그의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만약 지엔 그룹의 상속권을 얻지 못한다면 윤석후와 그녀는 이대로 거지꼴이 되는 셈이다....이 시각, 병원.정수미는 윤소현을 떠나보낸 뒤 똑같이 기가 빨려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었다.“내 손으로 키워온 딸이 날 죽이려 들 줄은 꿈에도 몰랐어.”길연서가 옆에서 그녀를 위로해 줬다.“정 대표님께서는 이미 할 만큼 하셨어요. 다 윤소현 씨 심성이 고약한 거죠. 이제 대표님한테는 민정 씨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맞다. 자신에게는 아직 박민정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희미하던 안광이 다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민정이는 지금 회사에서 일 잘하고 있어?”“네, 회사 직원들도 민정 씨를 엄청 좋아하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3화

    윤소현은 뭐라고 더 변경할 거리도 이젠 없었다.하여 어쩔 수 없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겨우 말을 다시 내뱉었다.“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잠깐 귀신에게 홀렸나 봐요. 절대 엄마를 해칠 생각은 없었어요.”“이건 만성 약물이래. 너는 자주 귀신에게 홀리나 봐?”정수미의 물음에 윤소현은 말없이 눈물을 쏟아냈다.잘못을 깨우쳐서가 아니라 모든 사실이 드러난 게 두려워서였다.지금 정수미가 수집한 증거들로 충분히 그녀를 감옥에 보낼 수 있었다.“엄마, 이건 분명 누군가가 절 모함하려는 거예요. 절대 의도한 게 아니니깐 수십 년 동안 저를 키워준 정을 봐서라도 한 번만 봐주세요.”윤소현의 한마디 한마디 진심 어린 사과에 정수미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가 아무리 나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해도 난 여태껏 너에게 최선을 다했어. 필경 너는 20년 동안 나를 엄마라고 불렀고 우리 사이에 그리 깊지는 않아도 모녀의 정이란 게 있잖아. 그러니까 널 감옥에 보내지는 않을 거야.”윤소현은 그제야 숨통이 살짝 트이는 것 같았다.이때 정수미가 덤덤하게 다시 말을 이었다.“그러나 아까 말한 것처럼 이제 우리 둘은 모녀 관계만 끊으면 되겠지? 이따 장 변호사님더러 합의서 한 장을 작성하라고 했으니 사인하고 호적에서 나가.”윤소현은 순간 머리가 윙윙거리기 시작했고 두 주먹을 꽉 쥐고 답했다.“엄마,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전 계속 엄마 딸이고 싶어요.”이대로 모녀 관계까지 끊어지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게 된다.‘절대로 그럴 수는 없지!’그러나 정수미는 더 이상 그녀와 입씨름하기 싫었다.“장 변호사님,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말을 마친 뒤, 다시 윤소현을 보며 말했다.“사인하기 싫으면 이대로 감옥에 가든지. 너도 내 성격 잘 알잖아? 네가 아무리 버틴다고 해도 난 무조건 너랑 우리 정씨 가문과의 관계를 끊을 거야.”이런 가짜 가족애라면 일찌감치 끊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윤소현은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고 천국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02화

    윤소현은 그제야 안심하고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내일 아침 듣게 될 정수미의 사망 소식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온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하지만 이튿날에도 집안은 너무 고요했고 일어날 때가 됐지만 정수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슬슬 조바심이 났다.“엄마는 아직도 자고 있어?”그러나 도우미의 대답은 단번에 그녀를 소름 돋게 했다.“정 대표님께서 아가씨가 깨면 병원에 오라고 전하셨습니다.”“뭐라고?”순간 윤소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어제 탄 약을 다 마셨다면 분명 살아남을 수 없을 텐데?’윤소현이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무렵 차는 어느새 병원 앞에 도착해 있었다.그리고 병실 안에 들어가 보니 길연서 외에 장 변호사도 같이 와 있었다.정수미는 침대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는데 이상하게 안색은 어제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엄마, 왜 저한테 알려주지도 않고 병원에 오셨어요?”윤소현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그녀에게 물었다.사실 병실 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왠지 안 좋은 예감이 자꾸 들었다.정수미는 그녀의 물음에 냉랭한 얼굴로 답했다.“소현아, 너를 오늘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단 하나야. 잘 들어, 이 시간 이후부터 우리는 더 이상 모녀 사이가 아니야.”‘뭐라고?’윤소현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엄마, 농담이 너무 심한데요? 더 이상 모녀 사이가 아니라니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혹시 그 뉴스 때문에 그러세요?”그러다가 문득 이모 정보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엄마, 화 풀어요. 제가 공개적으로 사과해서 지엔 그룹에 최대한 영향 끼치지 않게 할게요. 그리고 그 세 사람한테도 사과해서 꼭 양해를 구할 거고요.”윤소현은 말하면서 정수미의 눈치를 살폈다.그러나 지금까지의 그 따뜻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앞으로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마. 난 너같이 양심 없는 딸은 둔 적이 없으니까.”윤소현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려버렸다.그제야 정수미가 그저 한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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