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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박민정은 살며시 문틈 안을 들여다보았다. 유남준은 아직 침대에 누워 눈을 뜨지 못했다.

그가 깨어나지 않은 걸 보아 방금은 악몽을 꾼 것일 것이다.

박민정은 그제야 안심하고 들어가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그를 놀려댔다.

“당신이 지금 이 꼴이 되었는데도 예쁜 여자가 앞다투어 당신한테 시집가려고 하네요? 참 좋은 팔자네요.”

그리고 그녀는 시간이 늦은 것을 보고 방으로 돌아가 쉬려고 했다.

갑자기 유남준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박민정은 깜짝 놀랐다.

유남준이 잠에서 깬 줄 알고 대뜸 그를 불렀다.

“남준 씨.”

하지만 유남준은 다시 손을 놓았다.

박민정은 실망해서 그의 손을 이불속으로 놓아주었다.

“내일 또 보러올게요.”

박민정은 방에 돌아가서 잤다.

유난히 어두컴컴한 새벽녘이었다. 박민정은 잠귀가 밝아서 누군가 방에 들어온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녀는 눈을 뜨려고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눈을 뜨지 못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아무도 없었다.

“꿈인가?”

박민정이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추경은의 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남준 오빠, 날 죽이지 마! 난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늘 죽음을 입에 달고 사는 추경은도 죽고 싶지 않을 때가 있는 모양이다.

이 소리에 놀란 박민정은 벌떡 일어나 나갔는데 유남준이 추경은의 문을 힘껏 걷어차고 있는 것을 보았다.

추경은은 안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여기요.”

저택에는 24시간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고 유남준이 나가지 않았으니 그들은 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방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엄청 났다. 유남준이 몸이 허약하지 않았더라면 이 문은 이미 깨졌을 것이다.

박민정도 이런 유남준을 보고 놀라 했다.

쿵!

문이 깨졌다.

추경은은 물건을 집어 들고 유남준한테 내던졌다. 지난번에 꼬집힌 일 때문에 이번에 그녀는 칼을 들었다.

그녀의 손에 든 칼을 보고 박민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경은 씨, 뭐 하려는 거예요?”

“보면 몰라요? 이건 정당방위에요!”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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