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미터짜리 단검이 나천중의 목을 관통하는 순간.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모든 사람은 감히 숨조차 내쉬지 못했다.“으으으...”바로 죽지 않은 천중은 최훌의 발악하는 듯 비명을 질렀지만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커다랗게 벌린 입 사이로 피를 토해내며 눈을 부릅 뜬 채 목덜미에 핏줄이 솟아올랐다.천중은 이대로 죽는 게 달갑지 않았다.믿기지도 않았다.‘내가 이대로 이 자리에서 죽어버린다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여자가 있어?’“쿵!”결국 천중은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 순간 현장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제일 높게 소리친 사람은 장해영이 아니다. 해영은 그저 다리가 나른해져 온몸을 부들거릴 뿐이었다. 터놓고 말해, 해영도 그저 몸을 팔아 위로 올라간 보통 여자다. 보통 여자가 사람을 죽이는 걸 봤을 리가 없다. 게다가 죽은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남자 친구고.그 순간 가장 높게 소리친 건 다름 아닌 맹자준이다.심지어 반쯤 미쳐 있었다.나천중은 나씨 집안 장자인 데다, 나씨 가문은 상경 무도 가문 중 배후 세력이 가장 크다고 말할 수도 있다. 때문에 천중도 그동안 상경에서 제멋대로 하고 나니며 신호부 맹씨 가문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거다.자준도 사실 천중의 세력을 등에 업고 임건우를 눌러 내리려는 목적이었다.그런데 그 나천중이 이대로 죽어버리니 큰일도 이런 큰일이 없었다.“감히 나천중을 죽여? 이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 나씨 가문 장자 나천중은 무도 종사 나필도의 아들이라고! 그런 사람을 죽였으니 넌 이제 끝장났어!”자준은 표정이 일그러져 경고를 날렸지만 마지영을 보는 그의 표정은 마치 괴물을 보고 있는 듯했다.그 말에 지영이 덤덤하게 웃었다.“그래서 뭐? 내가 끝장난 게 아니라 너겠지!”지영이 손을 휙 젓자 단검이 ‘쌩’하는 소리를 내며 쏜살같이 자준의 뒤에 있는 벽에서부터 날아왔다. 심지어 자준의 목과 1, 2센티 정도 남긴 거리에서 진동하면서 날아와 자준의 목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아!”“나 죽어, 나 죽네.
“술을 권한다고?”건우는 가볍게 웃었다.“급할 거 없어. 모레 저녁에 다시 권해.”그 말을 마치고 건우는 이내 가버렸다.그걸 본 현진와 유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뭐라는 거야?’방으로 들어간 현진은 곧바로 자준에게 물었다.“오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재밌는 구경하라며? 이제 막 왔으면서 왜 가버리는 건데? 뭘 보라고?”안에 있는 사람드릉ㄴ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버렸다.그때 누군가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과 그 옆에 있는 끊어진 손가락과 피 웅덩이를 가리켰다.룸이 너무 큰 탓에 발견하지 못했던 쌍둥이는 이 순간 눈앞의 광경을 보자 곧바로 비명을 질러댔다.“이 사람 누구예요?”“나씨 가문 첫째 도련님?”곧바로 소식을 듣고 온 신남석은 이미 죽어 있는 천중의 시체를 바라보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어떡하지? 이제 끝장났어.”그때 자준이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얼굴로 나석에게 말을 걸었다.“신남석, 나천중이 죽었어. 이제 어떡하지? 나필도에게 아들이 나천중 하나뿐인데, 알면 미칠 거야.”남석은 애써 진정하며 말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사람이 이렇게 죽는다고?”일의 경과를 들은 남석은 한참 고민에 빠졌지만 실상 속으로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걱정하지 마. 걱정해야 할 사람은 임건우야. 나천중의 죽음은 우리랑 상관없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이랑도 상관없어. 모든 건 임건우의 잘못이야. 그리고 임건우가 데려온 그 여자 친구, 안 그래?”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맞장구쳤다.“맞아. 모든 건 그 두 연놈 짓이야.”“정상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럼 미친 짓을 할 수 있겠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다니. 저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게다가 그 여자 미친 게 틀림없어. 안 그러면 어떻게 그래?”“자준, 임우진은 분명 쓰레기야. 이번에 임우진을 불러온 건 재앙을 불러온 거나 다름없어. 나필도가 무조건 찾아갈 거야. 참, 나 갑자기 일이 생겨 먼저 가볼게.”“아, 나도 일이 있던 게 생각났네. 오늘
두 사람은 사실 건우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맹진수가 우나영과 임건우에 대한 편애만 놓고 보면, 만약 어렵게 찾은 건우가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맹진수가 불같이 화낼 게 뻔할 테니까. 그 불똥이 두 사람한테 튀면 욕먹는 거로 끝나지는 않을 거다.하지만 지금, 지영의 실력과 일 처리 방식을 보고 나니 건우의 기가 너무 세서 통제하기 어렵고, 앞으로 맹씨 가문은 건우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니 이번 기회에 나씨 집안 사람의 손을 빌려 그 모자를 제거하면 사전에 대비가 될 수 있으니 돌아가서 꾸중 한번 듣는 게 큰 문제는 아니다.한편, 아직 떠나지 않은 해영은 이 시각 건우와 지영에 대한 원망이 극에 달했다.재벌가 사람으로서 돈 버는 방법은 잘 알고 있는지라 해영은 이내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아저씨, 그놈들 너무 잔인해요. 이것 봐요, 제 손도 이렇게 부러졌어요. 여자인 저도 이렇게 안 봐줬어요. 게다가 그 여자는 남이 자기를 욕하면 자기는 그 사람 가족을 멸망시키겠다고 큰소리까지 쳤어요.”그 말을 듣고 있던 양진경이 고개를 들었다.“그러니까, 네가 그 여자를 욕했다고 손을 부러뜨렸다는 거야? 게다가 경호원 손까지 부러뜨리고, 내 아들도 죽이고?”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모님, 정말 너무하지 않나요? 세상에 어떻게 그런 여자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 사람은 사람 자격도 없어요. 지옥에 가야 해요.”양진경의 눈빛은 일순 싸늘해졌다.“그러니까, 이 모든 게 너 때문에 벌어진 거다, 이 말이니?”“네? 이모님, 아니에요, 전...”양진경은 화가 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그런데 결국 내 아들은 죽고, 넌 여기 무사하게 서 있네? 왜 안 죽었어?”“이모님,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미리 준비했어요...”방금, 해영은 양진경 눈에서 살의를 느꼈다.워낙 충격을 받아 두근대던 심장이 요란하게 북을 치기 시작했다.이에 당황한 해영은 얼른 남석을 바라봤다.“남석 씨, 얼른 도와줘요. 전 남석 씨 말 듣고 그렇게
결국, 연회 당일 수많은 무인들이 상경으로 향했다....오후 2시.상경 맹씨 가문은 떠들썩하기 시작했다. 손님이 끊임없이 늘어난 데다, 하나같이 대단한 인물들이고 보내온 축하 선물까지 어마어마했다.“금도 왕씨 가문 왕진해 가주님께서 도착하시어, 5킬로그램에 육박하는 금돼지를 선물로 바쳤습니다.”“천파부 주 어르신께서 도착하시어, 천년 산삼을 선물로 바쳤습니다.”“상경 송씨 가문 송우종 가주님과 손녀 송안니 님이 도착하시어, 야명주 한 쌍을 선물로 바쳤습니다.”“상경 조씨 가문...”문 앞에서 소리가 들려오면서 정원 안은 점점 시끌벅적해졌다.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사람들은 이 기회에 성지순례라도 하듯 모두 한자리에 보여 귀한 선물을 내놓았다.“하하, 자네도 왔군. 그간 어땠나? 자네의 왕가 도법이 또 정진하지 않았나?”“하하, 이제 자네의 권법 못지않다네. 이제 칼은 금지품이 되어 밖에 가지고 나다니지도 못하니 반드시 칼집을 가지고 다녀야 하네. 우리 왕씨 가문은 칼 없으면 안 돼.”“그게 뭐라고. 칼날이 없는 칼을 가지고 다니면 되지. 그래도 내 주먹보다는 강하잖나. 내 주먹은 맨 살인데.”“하하...”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주, 송씨 가문 송안나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안나는 다름 아닌 건우를 찾고 있었다. 송씨 가문은 건우에 대해 비교적 잘 아는 가문에 속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전에 송우종이 그렇게 선뜻 4조라는 거금을 유가연에게 배상해 줬을 리 없다.건우가 강주와 중해에서 연달아 큰일을 벌인 것 때문에 송씨 가문도 그 소문을 이미 들은 바가 있다.그러니 그 실력에 반해 안나도 건우를 마음에 두게 된 거다. 상경에 있는 자제에 비하면 건우는 군계일학이나 다름없어, 다른 사람들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아니, 아예 발아래에 밟고 있다는 게 더 맞을지도.“그런 남자는 나랑 어울린다고. 내 매력만이 임건우와 어울려.”송우종이 이번에 안나를 데려온 것도 이런 목적이었다.건우보다 더 훌륭한 사윗감은 없으니까.이 기회만 잡으면
“펑!”시종의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의 머리는 순간 폭발했다.맹진수가 무존으로 승급하고, 딸과 손주가 돌아온 걸 축하하는 자리에 관 두 개를 보내오다니, 이건 죽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무도 세가의 나필도라고 하지 않았어?”“대체 무슨 생각이지? 나필도는 몇십 년 동안 종사로 있으며 상경에서 명성이 자자했는데, 심지어 연호에서마저 그 실력이 앞을 차지하고 전에 국가 영예도 받은 사람인데. 축하연에 맹 부주께 관을 보내오다니. 설마 맹 부주가 무존으로 되신 걸 질투해서 미치기라도 한 건가?”“그런데, 보내오려면 하나면 될 텐데, 왜 두 개나?”사람들은 정원 문 쪽을 바라보며 수군댔다.이번에 참석한 사람이 너무 많아 별장 안에 연회를 주최하는 건 불가능했다. 때문에 맹씨 가문에서는 넓은 초원 위에 백 개의 큰 상을 차려 이번 연회를 열었다.게다가 넓은 곳이라 문밖의 상황이 훤히 보였다.곧이어 ‘쾅’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맹씨 저택의 문은 전에 유가연이 여러 번 걷어차 수리한 적 있는데, 이번에 큰 충격을 받자 아예 산산조각 나버렸고, 심지어 문틀까지 부서져 벽에 있던 돌이 우수수 떨어졌다.문 앞을 지키고 있던 맹씨 집안 식구들마저 그 돌에 맞아 하나둘 바닥을 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곧이어 문 안으로 두 개의 관이 나란히 들어왔다.“정말 관이잖아!”“나필도가 정말 미쳤나? 이럴 때 관을 선물하다니. 이건 신호부와, 심지어 전체 연호와 전쟁을 치르겠다는 뜻이잖아!”충격을 받은 사람들 속, 자준과 남석만이 흥분에 몸을 떨고 있었다. 이틀이나 참았는데, 겨우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으니 그럴 만도 했다. 두 사람은 이 극을 여기까지 이끈 감독과도 같다.‘이제 감상할 시간이군.’그 시각, 상황을 지켜보던 건우는 눈빛이 차갑게 식어 멀리 서 있는 지영과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지영은 오히려 고개를 돌리며 재밌다는 미소를 지었다.마침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이.그때 눈치를 챈 나영이 건우에게 물었다.“건우야, 이 나씨 가문이
“그 누구라 해도 이런 일을 겪고 정신이 멀쩡할 수 없지!”이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고함이 울렸다.“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아라!”“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아라!”그 소리는 하늘을 뒤흔드는 천둥소리 같았다.한편, 문밖에는 300명 남짓한 사람이 모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모두 나씨 가문의 제자와 수하들이다.맹씨 가문 저택의 밖에는 무수히 많은 무도계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청첩장이 없어 저택에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 모여 성대한 연회를 열 수밖에 없었다.맹진수를 만날 수 없어도 그가 내뿜는 기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워했다.하지만, 그들은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곤 생각지도 못했다.일부 사람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구경하러 갔다. 맹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그들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들은 모두 내공이 있는 수행자들이다.수백, 수천 명이 함께 소리를 지르니 상경이 하늘을 찢을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인근에 있던 집들이 고함에 울려 흔들거리기까지 했다.하늘을 찌른다는 소리가 이 광경을 두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나필도는 자기를 보던 맹씨 가문의 두 종사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왜, 나를 막기라도 하겠다는 건가?”그 말에 두 종사는 머뭇거렸다. 이때, 나필도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두 종사를 향해 공격했다.그의 기세는 대단했다.온 힘을 쏟아부은 그는 마음속의 분노를 다 쏟아내었다.“훙!”나필도는 두 종사 중 하나를 허공에 날려 버렸다. 그의 힘을 이기지 못한 종사는 공중에서 피를 토했다.나머지 하나는 뒤로 몇 걸음 불러서더니 뼈가 으스러져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강해!”“과연 종사군, 아직 늙지 않았어!”구경하던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종사 간의 대결은 실로 대단했다. 게다가 지금은 한 사람이 두 종사를 상대하는 것. 구경하던 사람들은 나필도가 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두 종사가 손쓸 힘도 없이 쓰
“아!”“뭐? 임건우라고?”“겁도 없지. 감히 나필도의 아들을 죽이다니. 이제 큰일 났어!”“문제는 왜 그가 나필도의 아들을 죽인 거지? 사실 나필도의 아들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죽어도 싼 게 아닌가?”연회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은 수군대며 관과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는 임건우를 번갈아 봤다.나필도의 말을 들은 맹진수는 멈칫하다 물었다.“증거 있나?”그러자 나필도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증거? 당신 외손자, 그리고 신씨 가문의 쌍둥이가 증거야! 왜, 살인범의 편을 들어주려는 건가?”맹진수는 고개를 돌려 맹자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맹자준이 대답했다.“나 선배님 말이 맞아요.”이때, 한 사람이 빠르게 사람들 속을 비집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그 사람은 맹연옥, 바로 맹진수의 딸이자 신남석의 엄마다.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는데 자기의 딸과 연관된 일이라 하니 급히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맹연옥은 자기의 세 딸을 앞으로 불렀다.“남석, 현진, 유진 앞으로 나와.”세 자매는 이렇게 될 거란 걸 진작에 알았기에 마음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맹연옥의 부름에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앞으로 나갔다.맹연옥은 엄숙하게 물었다.“이 일, 알고 있었어?”세 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있던 신남석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종이로 불을 감쌀 순 없지. 많은 사람이 목격한 일이니, 건우 너도 부인하지 마.”‘뭐?’신남석의 말에 맹진수와 이소현 등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맹자준과 신남석이 다 승인했으니 이건 바뀌지 안는 사실이 됐다.맹연옥은 다시 한번 딸들에게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 빠짐없이 다 말해.”신현진이 입을 열었다.“엄마, 시실 건우 오빠의 여자 친구가 실수로 나천중의 여자 친구에게 술을 쏟았어. 사과하라고 했는데 건우 오빠의 여자 친구가 사과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여자의 손목을 부러뜨렸던 거야.”“그러다 나천중이 따지러 가려던 때 갑자기 그 사람을 죽여 버렸어.”신현진은 임
나필도의 손은 마지영을 죽일 듯 내리쳤다.“잠깐!”이때, 맹진수가 빠르게 한발 다가가 팔을 들어 나필도의 손을 막았다.쿵!엄청난 소리와 함께 나무로 만들어진 무대가 산산조각이 났다.다행히 무대가 2층 높이라 높지 않아 큰 영향은 없었다.무존과 종사의 대결인데 놀랍게도 무승부다.저택에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그들은 나필도가 이렇게 강할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무존으로 승급한 맹진수를 상대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나필도도 무존으로 승급하는 건가? 어떻게 무존에게 밀리지 않는 거지?”“나도 몰라. 승급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나필도도 종사의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었고 지금은 연호국 종사가 5위잖아. 어쩌면 그동안 실력을 숨기고 있었는지도 몰라.”하지만 임건우는 이상한 부분을 단번에 발견했다.나필도는 무존으로 진급하지 않았다. 그의 실력은 여전히 종사의 실력이다.다만, 지금 그의 몸을 지켜주고 있는 보물이 있다.그렇기 때문에 맹진수를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나필도가 소리를 질렀다.“맹노귀, 정말 살인범의 편을 들어줄 생각이야?”“이렇게 많은 무림인 앞에서, 영웅들 앞에서 맹진수 당신, 살인범 하나 때문에 평생의 명예를 버릴 거냐고 묻잖아!”맹진수는 눈을 부릅뜨며 대답했다.“헛소리 집어치워! 우리 건우는 절대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않아. 게다가 방금 네 아들은 죽어 마땅하다고도 했지. 네 아들이 어떤 놈인지 상경에서 모르는 사람도 있나?”“내 손자가 죽어 마땅하다면 그런 거야.”이때, 뒤에서 노인이 걸어 나오며 말한다.“맹 궁주, 나라에는 나라 법이 있고 가문에는 가문 법이 있어요. 신후청의 궁주로서 무작정 자기 손자의 편을 들어주는 건 옳지 않아요.”상경에서 알려주는 덕망 높은 염안평이었다.그가 입을 열자, 임건우와 마지영은 빠져나갈 수도 없게 되었다.모두 맹진수가 공평하게 직접 임건우와 마지영에게 벌을 주어야 신후청 궁주의 책임을 다했다는 걸 인정한다 소리질렀다.삽시에, 맹씨 가문은 모두의
“어떻게 이런 귀한 약초가 있을 수 있지?”“그럼 임건우가 엄청난 고귀한 연단사라는 말인가? 하지만 세상에 이렇게 어린 고수 연단사가 어디 있을까?”윤서희는 임건우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너는 어떻게 이런 약초를 갖고 있지?”임건우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대답했다.“이 약초로 붕이의 매매 계약서를 사면 되겠지?”“너... 이 약초로 붕이를 사겠다고?”“어때? 부족해?”“...”부족할 리가 없지!이건 바로 대해장단!하나만 먹어도 수십 년의 장애를 풀 수 있는 약, 이걸로 붕이를 사면 충분히 넘칠 정도였다.윤서희는 붕이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붕이는 네 거다.”임건우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럼 이제 가라.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내 집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윤서희는 몇 마디 하려 했지만, 이미 손에 쥔 대해장단에 마음을 빼앗겨 있었다.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라서 그녀는 즉시 할아버지에게 돌아가야 했다.윤서희는 임건우를 한 번 깊게 바라보고 아무 말 없이 방을 떠났다.윤서희가 떠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붕이는 충격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다.“당신... 정말 대해장단으로 나를 샀다고요?”“샀다기보단 자유롭게 해준 거죠.”임건우는 교훈을 주듯 말하며 정정했다.“공짜로 밥을 먹은 건 아니잖아요? 물론, 내가 몇 숟가락 못 먹고 몇 마리 파리가 날아왔지만... 자, 재료는 아직 남아 있어요? 남아 있다면 좀 더 만들어 줄 수 있겠어요?”붕이는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났다.그리고는 부엌으로 가서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임건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윤서희가 방금 한 말이 임건우에게 하나의 경고처럼 다가왔다.천성성에서 강자가 존중받고 법은 중요하지 않다.윤씨 가문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아하니 몇 개의 약초만으로 자신을 처치할 양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그러니 대해장단 같은 고급 약초를 꺼내면 그들의 욕심이 더 커질 것이다.“흥!”
“건우 씨,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당신을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어요.”윤서희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잠시 후,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당신이 큰 회춘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 윤씨 가문에 알려졌어요. 아까도 보셨죠?”“제 삼촌은 워낙 말을 안 듣는 사람이에요. 간신히 설득해서 돌려보냈지만, 만약 그분이 정말로 당신을 공격한다면 당신은 이 생에서 모든 걸 잃게 될 겁니다. 당신 딸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임건우는 휠체어를 앞으로 몇 걸음 밀며 다가갔다.그리고 붕이의 손에서 아이를 받아들었다.임건우는 임하나의 동그란 눈을 보며, 그 눈이 마치 엄마를 빼닮은 것 같아 묘한 충만감을 느꼈다.아이가 태어났을 때 임건우는 그녀에게 특별한 이름을 붙여주었다.“역린.”용에게는 건드리면 죽음을 부르는 역린이 있듯, 그의 딸은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윤씨 가문이 만약 임하나에게 손을 대려 한다면 그는 그 즉시 윤씨 가문을 뿌리째 멸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갓 한 달 된 아기를 바라보며 임건우는 가볍게 아이와 놀아주었다.보통이라면 신생아의 시력은 거의 발달하지 않아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일 터였다.하지만 이 아이는 자연여신의 신격을 물려받았기에 평범한 시선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임건우는 자신이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겠다는 책임감을 강렬히 느꼈다.“당신 삼촌께 그런 생각을 접으라고 확실히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후회하게 될 테니까요.”임건우는 차분히 말했다.윤서희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비록 그녀는 면사포를 쓰고 있었지만, 눈빛만으로도 그녀의 내면을 읽을 수 있었다.윤동근럼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 여인은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있었다.비록 외모가 손상되었어도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는 여전히 자신이 세상을 내려다본다는 오만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다시 말해 그녀는 임건우를 하찮은
윤동근은 큰 소리로 외쳤다.그 소리에 집 전체가 진동했고, 심지어 그 소리에 임건우의 딸, 임하나의 울음소리까지 들려왔다.임건우는 화가 치밀어 올라 윤동근을 쏘아보며 말했다.“너, 당장 내 집에서 나가!”“뭐라고?”“세상에!”이 순간, 붕이, 그리고 윤서희도 모두 깜짝 놀랐다.윤동근에게 그렇게 말하다니?이건 정말 큰 일이다!쿵!윤동근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한 손으로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책상은 그대로 부서졌고, 붕이가 힘들게 만든 맛있는 요리도 모두 망가졌다.윤동근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이 자식, 내가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다. 큰 회춘단의 출처를 말하고, 네가 가진 값진 것들 모두 내놔. 그렇지 않으면 이 손바닥 한 번에 네가 죽는 건 물론, 시체도 남지 않을 거다!”임건우는 윤동근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윤서희를 보며 말했다.“서희 씨, 나는 본래 당신한테 나쁘지 않은 인상을 받았는데 지금 상황은 조금 이해가 안 가는군요. 당신들이 내 집에 함부로 들어와서 강도질이라도 하러 온 건가?”윤서희는 얼굴이 붉어졌다.윤동근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서 뭐? 너는 윤씨 가문 앞에서 무슨 존재라고? 너 같은 놈이 내 손에 죽은들 뭐가 문제겠어?”“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임건우는 윤서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윤서희는 윤동근의 팔을 잡고, 한쪽으로 끌어내며 속삭였다.“삼촌, 큰 회춘단 문제는 할아버지께서 절대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하셨어요. 이렇게 하면 오히려 일이 커질 수 있어요. 이러면 안 됩니다.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요.”윤동근은 그녀의 말을 듣고 비웃으며 대답했다.“그게 뭐 대수라고? 이 다리가 없는 장애인, 외지에서 온 쫄병,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 하나 데리고, 그게 무슨 문제가 될 거라고? 너랑 할아버지가 너무 걱정이 많아. 내 말 들어, 그냥 처리해버리자. 간단하고 직설적으로 끝내는 거지.”윤동근은 고집을 꺾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만약 그가 끝까지 버티
“금단기 고수!”임건우는 윤동근의 기운을 감지하며 그의 수련 경지를 단번에 알아챘다.하지만 왜 이 자는 마치 개미라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가?보통 상황이었다면 임건우는 이런 자들을 한 손으로 몇 명이고 때려눕힐 수 있었다.더 황당한 건 이 집은 이미 임건우 소유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멋대로 침입해 놓고선 이토록 당당하다는 것이다.옆에서 있던 붕이는 놀란 표정으로 급히 일어나더니 식사 중이던 젓가락을 떨어뜨리고 말했다.“아가씨, 그리고... 도... 도련님, 어떻게 여길 오셨습니까?”윤동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너, 우리 윤씨 가문에서 떠나 이 다리 없는 폐인과 함께 살겠다고 했지? 좋아, 내가 오늘 너를 완전히 풀어주마.”그는 이어 임건우를 향해 말했다.“야, 나는 윤씨 가문의 도련님, 윤동근이다. 그런데 이 녀석, 네가 우리 집에 살면서 도련님을 보고도 앉아서 밥을 먹다니!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인사드리며 네 죄를 고해라!”붕이는 급히 말했다.“도련님, 이분은... 이분은 다리가 없어서 무릎 꿇는 건 좀...”짝!윤동근은 갑자기 붕이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이미 붉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금세 부어올랐고 코피까지 흘러내렸다.“이 년아, 네가 감히 어디서 말을 보태?”“옆에 가서 무릎 꿇어라!”붕이는 코와 입을 움켜쥐며 분함을 삼켰다.그러나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 눈길을 윤서희에게로 향했다.자신의 주인인 윤서희가 한마디라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윤서희가 이런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었다.그녀는 약간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삼촌, 굳이 사람을 때릴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요?”윤동근은 비웃으며 말했다.“뭐라고? 내가 이 가문의 도련님인데 네 하녀를 때리는 것조차 네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냐? 서희야, 네가 요즘 천단루를 경영한다고 해서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인데 착각하지 마.”“그리고 너, 올해 스물네 살이지? 석 달만
“적당한 하녀를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왜냐면... 아무도 오려 하지 않아서요.”“네?”임건우는 잠시 어리둥절했다.가격을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지금 임건우가 이 속도로 가면 사흘 내로 두 다리도 다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그때 붕이가 수납가방을 꺼내어 하나하나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다.“이건 채소.”“이건 옷, 그리고 딸 것도 있어요.”“이건 유아용 분유, 3급 이상 마법 생물의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분유예요! 아, 그리고 기저귀도!”“그리고 내가 또 뭘 가져왔는지 맞춰봐요!”임건우는 붕이의 얼굴에 자랑스러운 미소가 가득한 걸 보고 조금 웃음이 나왔다.“뭔데요?”“봐봐요!”붕이는 무엇인가를 꺼냈는데 그것은 바로 휠체어였다.그리고 그 휠체어는 마력 보조가 가능한 휠체어였다.“다리가 잘리면서 걸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 의자가 딱 맞을 거예요. 이건 천공루에서 만든 거고, 브랜드 있는 제품이에요. 이 의자는 거의 오백 영석이나 한다고요. 대단히 비쌌지만, 내가 좀 손해 봤어요!”임건우는 휠체어를 들고 잠시 살펴보다가, 실제로 앉아보며 웃었다.“신경 써줘서 고마워요.”붕이는 키가 약 160cm 정도로 나이는 20살을 갓 넘었을 법한 청순한 얼굴을 가졌다. 작은 체구에 다소 과장된 상체를 가진 그녀는 현재 유행하는 인터넷 스타 얼굴이었다.하지만 그때 임건우가 그녀의 얼굴에 선명한 뺨 자국을 보고 물었다.“얼굴 왜 그런 거야?”그 질문에 붕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괜찮아요. 그 회춘단 일곱 개, 우리 집 도련님이 가져갔어요. 내가 안 준다고 하니까 맞았어요!”“뭐라고?”“그래도 다행이에요. 아가씨께서 시가대로 보상해 준다고 했어요. 영석으로.”임건우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붕이의 말을 들었다.붕이와 윤서희는 임건우가 준 약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것은 사실 작은 회춘단이 아닌, 진짜 큰 회춘단이었다.단지 큰 회춘
웅!진원이 울려 퍼지며, 금단 속의 고대 문자 금술이 빠르게 순환했다.임건우는 자신이 공간 틈새를 빠져나오면서 그를 공격한 허공수의 공격으로 입은 상처가 거의 치유된 것을 느꼈다.다만, 잘린 두 다리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화신 경지에 오르면 절단된 팔다리가 다시 자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하지만 임건우는 아직 화신에 도달하려면 멀고도 먼 길이 남았고, 심지어 자신이 과연 화신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금단 속의 고대 문자 금술이 그의 금단 안에 뿌리내린 이후, 그의 수련은 완전히 정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금단의 정점에 머물러 버린 임건우에게 더는 진전을 찾을 수 없었다.그런데 임건우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자신의 자복궁 안에 있는 혼돈 나무가 달라지고 있었다.불사족의 천신의 무덤에서 그 여자의 관 속에서 얻은 흙 한 덩이를 받은 이후, 그 나무는 마치 기운을 받은 듯 급격히 자라기 시작했다.이전에는 겨우 몇 미터였던 작은 나무가 이제는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나무로 성장했다.푸르고 짙은 잎들이 무성히 자라났고,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숲처럼 보였다.그리고 나무는 아직도 계속 자라며 주변의 땅은 신성한 빛을 발하며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혼돈 나무에서 방출되는 혼돈 원기는 임건우의 몸속 진원까지 보충하고 있었다.“그 흙은 전설 속에서 여와가 하늘을 고친 후 남긴 시양일까?”“그렇다면 그 관 속의 여자는 도대체 누구였던 걸까?”임건우는 그 생각에 잠긴 채, 그 여자의 시체에서 뽑아낸 자홍옥을 꺼냈다.그것은 분명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때 급하게 보았을 때 그 안에 희미한 글씨를 봤었지만, 그 글씨는 어떤 규칙이 숨겨져 있어서 도무지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임건우는 생각을 정리한 후, 금단 속의 영력을 운용하여 그 옥 안으로 기운을 침투시켰다.잠시 후, 자홍옥 속의 글자가 영향을 받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이제 좀 되나?”임건우는 더욱 많은 영력을 쏟아 넣었다.그런데 예
윤동근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 집, 애초에 우리 윤씨 가문이 네게 상으로 준 것이 아니더냐?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 되찾아올 수 있는 걸 잊었어? “네 신분이 뭔지 상기해. 넌 우리 윤씨 가문이 키운 하녀일 뿐이야. 네 손에 들린 회춘단뿐 아니라 너 자신마저 우리 윤씨 가문의 소유라는 걸 명심해. 알겠어?”붕이는 연달아 뒤로 물러나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도... 도련님, 제가... 저는 지금 바로 아가씨를 찾아가겠어요.”“흥! 네가 제법 단단히 날개라도 달았다 이거야? 그 추녀가 널 위해 나서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원하는 걸 윤씨 가문의 그 누구도 막을 순 없어.”“여기! 이 계집애를 잡아라! 단단히 붙들고 몸수색해라!”“안 돼요...!”붕이는 비명을 질렀지만, 미약한 수련으로는 윤씨 가문의 고위 시위들을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금세 그녀는 바닥에 꼼짝없이 눌려버렸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다 뺨까지 두어 대 맞고 말았다.그때였다.셋째 아가씨인 윤서희가 집안으로 들어섰다.“아가씨! 아가씨, 제발 도와주세요!”“그만둬!”윤서희는 단호히 소리쳤다.“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삼촌, 왜 붕이를 괴롭히는 거죠?”윤동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너희 할아버지가 요즘 몸이 좋지 않으셔. 그래서 네 하녀가 우연히 얻은 월 노부인께서 만든 회춘단을 가져다가 드시게 하려는데, 이 계집애가 주려 하지 않는 게 아니더냐? 이따위 하녀가 우리 윤씨 가문에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없애버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니요? 왜 저는 몰랐죠?”“네가 듣고 알게 될 때면 이미 늦을 테지! 흥, 이 계집애를 붙들어, 지금 당장 그 알약을 꺼내라!”“잠깐만요!”윤서희는 붕이와 사이가 워낙 좋았기에 그녀가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걸 더는 볼 수 없었다.“붕이야, 나에게 그 알약을 줘. 대신 나중에 내가 시가로 계산해줄게. 7천 영석을 줄 테니 됐지?”윤서희가 이 정도로 말했으니 붕이로서는 거부할 방법이 없었다.얼마 후, 윤서희는
시녀 붕이가 떠나자, 임건우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여기가 아직 지구라는 말이군.”“여긴 고대 결계 안에 있는 곳이야. 다만, 그 사이에 불사의 해역이 가로막고 있지.”“그럼 내가 딸과 함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전송 장치라도 있을까?”모든 게 아직 불확실하다.하지만 임건우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다.“그래도 살아있으면 희망은 있지.”임건우는 마음을 다잡고 임하나를 안고 결단을 내린다.“자, 이제 가장 중요한 건 내 발을 다시 회복시키는 일이야.”임건우는 이 집을 유심히 둘러봤다.여기, 보통의 수련 세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순수한 고대 사회는 아니었다.임건우가 지나면서 본 사람들 대부분이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여기에는 꽤나 현대적인 생활 철학도 존재했다.예를 들어 화장실 설계가 현대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 발전된 기술로 꾸며져 있었다.임건우가 본 욕조는 오히려 영기를 품고 있는 물건이었다.즉, 이곳은 이미 영기 기술을 일상생활에 널리 적용한 사회였다.시간이 지나, 임건우는 자신과 딸을 모두 깨끗이 씻기기 위해 옷을 벗고 영기동력이 적용된 마사지 욕조에 들어갔다.임하나는 물속에서 펄떡거리며 깔깔 웃었다.약 30분을 푹 빠져서 씻고, 아이에게 생명수 한 모금을 먹이고 나서 아이는 곧 깊이 잠들었다.임건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감회가 밀려왔다.“집에 아직 나를 기다리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고, 나를 걱정하며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도 있으니 반드시 돌아가야만 해.”임건우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치료제를 꺼내 하나씩 입에 넣고는 방바닥에 축유부적을 그려 넣었다.이곳의 영기는 연호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농도가 짙었다.기문이 돌아가자, 효과도 아주 빠르게 나타났다.하지만 임건우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몇 군데 상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공간 틈새에 의해 상처 입은 부위가 여전히 공간의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이 힘을 제거하지 않으면 상처가 완전히 치유될 수 없고, 새로운 뼈도 자라지 않을 것이다.
붕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설마요? 이런 것도 모르다니. 당신이 살던 곳이 정말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 짐작도 안 가네요! 이건 아주 간단한데 이곳 모든 지역을 통틀어서 연호 세계라고 부른답니다.”임건우는 황당해서 입만 벙긋거렸다.“네?”세상 전체를 연호 세계라 부르다니 이건 정말 충격적이었다.붕이는 계속해서 설명했다.“대륙으로 나누자면 예전에는 외연호와 내연호로 나뉘었어요. 하지만 불사족이 침략하기 전에 외연호가 봉인돼 지금은 폐토라고 불리죠.”“지금은 불사 해역으로 완전히 격리됐고, 그곳 상황은 아무도 몰라요. 내연호는 네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동황, 서막, 남릉, 북해예요. 우리가 있는 이곳은 남릉에 속하죠.”“나라 개념은 없어요. 지역이 너무 넓어서 가장 큰 행정 단위가 성이고, 대부분 대형 문파에 속해 있거든요. 천성성은 월야파에 속해 있어요.”“주변에는 작은 문파도 꽤 많고요. 어때요? 이 정도면 당신의 회춘단 몇 알 정도 값어치는 되겠죠?”아가씨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붕이야, 네가 아는 이 정보는 지역지에 나온 걸 그대로 읊은 것뿐이잖아. 너 같은 애송이가 뭘 알겠어? 천성성 밖에도 나가본 적 없는 주제에. 참고로 지역지는 영석 한 개면 열 권도 살 수 있어. 방금 네가 받은 회춘단 한 알은 영석 천 개에 팔릴 정도로 귀하다고. 얼른 돌려줘. 그 사람 딸 키우기도 힘들어 보이잖아.”“알겠어요.”붕이는 울상을 지었다.임건우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붕이 아가씨, 저와 딸이 처음 이곳에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막막해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회춘단은 그냥 가지세요. 대신 우리 부녀가 머물 수 있는 신분증을 마련해 주고 집도 하나 구해 주세요.”“가능하면 누가 곁에서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금 다리가 이래서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거든요.”붕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동의했지만, 곧바로 자기 아가씨를 힐끔 쳐다봤다.아가씨는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말했다.“붕이야,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