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지원의 말을 들은 임건우는 머리를 만지작거렸는데 머리카락은 피가 묻어 이미 스프레이를 뿌린 듯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피 호수에 검은 고양이들의 피가 끈적끈적하게 가득 들어있었고 원령이 된 9명의 시체들도 들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추측이 맞는다면 그 9명도 혈맥 특수자가 혈맥을 활성화시킨 것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이렇게 으스스한 피 호수에 어떻게 내려가겠어?’하지만 임건우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보물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지금 엽지원이 호수 아래에 보물로 의심되는 것이 있다고 보고했으니 내려가서 확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이 피 호수 안의 피를 말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그러자 반하나가 말했다. “내가 해볼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반하나가 피 호수 옆으로 걸어가더니 손을 피 호수에 가져다 댔다. 은상결의 시동을 켜자 반하나 주위의 온도가 급하강하면서 흰 서리가 내렸고 그녀의 손바닥이 닿은 피 호수에는 한기가 솟아올라 피에 살얼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피 호수 전체가 꽁꽁 얼어버렸다.그 모습을 본 임건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은상결은 그가 천의도법 안의 내용 중 일부를 골라 만든 것인데, 임건우 본인은 써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은상결이 반하나의 손에 가자 이렇게 큰 효과를 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와 동시에 진남아는 너무 놀라 멍해졌다. 그녀는 이런 능력을 갖고 있는 반하나가 무척 부러웠다.진남아는 임건우의 팔을 끌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스승님, 이건 어떤 무공인가요? 너무 멋있는데요?”임건우가 말했다.“은상결이야!”“저도 배울 수 있을까요?”“넌 안 돼.”진남아는 곧 머리를 숙이고 씩씩거리며 말했다.“저 알았어요. 스승님의 여자 여야만이 스승님한테서 훌륭한 기술을 배울 수 있네요. 제가 스승님을 이렇게 스승님이라고 계속 불러도 저에게 아무 기술도 배워주지 않으셨잖아요!”임건우는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진남아가 말했다.“아니잖아요.
엽지원은 피 호수 위를 떠다니면서 큰 피 얼음으로 변한 피 호수를 보면서 감탄을하고 있었다.진남아는 얼음으로 변한 피 호수 위에 서서 잘 얼었는지 걸어보았다. 확실히 꽁꽁 얼어 있어 밑으로 떨어질 걱정이 없었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세요! 제가 이런 기술을 갖고 있었다면 정말 꿈에서까지 기뻤을 것 같아요.”반하나는 웃으며 말했다.“스승님에게 자신한테 맞는 기술을 배워달라고 해봐요. 이런 물을 얼음으로 만드는 기술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그 순간 임건우도 피 호수 위로 뛰어올라 힘껏 얼음을 깼다.쾅-주먹으로 얼음 가운데에 큰 구멍을 냈다.쿵쾅 쿵쾅-임건우는 엽지원이 방금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던 곳에 주먹으로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다. 몇 사람이 힘을 합쳐 그 피로 된 얼음을 한쪽으로 옮긴 후 피 호수의 밑을 보았는데 과연 몇 구의 시체가 눈앞에 나타났다.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피 호수 아래의 중간 위치에 직사각형으로 된 움푹 파인 홈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움푹 들어간 홈 안에는 유리로 만든 듯한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 상자 위에 핏자국이 자득 나있어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엽지원이 그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주인님, 바로 이 물건입니다. 제가 느끼기엔 이 상자 심상치 않은 기운이 있어요. 이 상자에 가까이 오자마자 저는 음산한 기운에 온 몸을 떨었어요.”엽지원이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임건우 등 사람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상자에서는 음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안에는 뭐가 들어있나요?”진남아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그녀는 호기심을 못 이기고 발로 상자 위에 있던 핏자국을 지우고 자시히 안을 보자 너무 놀라서 날뛰기 시작했다. 다행히 임건우가 반응이 빨라 진남아를 한 손으로 안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뒤로 넘어졌을 것이다.“안에, 안에 사람이 있어요!”진남아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너무 놀라 쓰러질뻔했다.임건우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체일 뿐이야.
임건우가 얼음관 안의 여자아이를 보는 눈빛은 아주 복잡해 보였다.그 눈빛에는 충격, 추모 또 다른 무엇인가 있었다.반하나와 진남아는 모두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확실해? 잘못 본 거 아니야? 피 호수 밑에 있던 이 여자아이가 정말 네 고등학교 친구라고?”임건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잘못 봤을 리 없어요. 이 사람이 제 고등학교 때 짝궁인걸요.”진남아가 말했다.“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네요.”그 순간 반하나는 이 여자아이의 성씨가 천인천면 가계의 사장님과 같은 성씨임을 발견했다.“그렇게 말하면 이 여자분 정말 황씨 아버지의 친딸인가!”“그런데 자신의 딸이라면 왜 이런 곳에 두었을까?”이것이야말로 가장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진남아의 관찰력은 역시 뛰어났다. 그녀는 얼음관의 유리를 통해 벽에 한 줄로 적힌 글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만 이런 환경과 각도에서 무엇이라 적혔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아래에 글씨가 있네요.”임건우는 직접 영력을 손바닥에 모아 얼음관의 움푹 팬 가운데를 잡아내어 한쪽에 놓고 다시 보니 안에 적힌 글씨들이 똑똑히 보였다.“이거 뭐지?”진남아는 고개를 흔들었다.“전혀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되어있네요.”임건우는 그것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이것은 고대 문자이고 또 진법이기도 해.”그는 머리를 돌려 옆에 놓인 수정관을 보다가 황수영이 예전에 자신에게 남겼던 기억을 떠올렸다.“나는 황수영이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해!”그것은 둘이 처음 만났을 때 황수영이 했던 자기소개였다.그녀는 아주 예쁘게 생겼고 키도 아주 컸다. 그때 15살이었는데 이미 1미터 70센티미터 정도 되어 맨 뒷줄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담임선생님이 황수영을 임건우 옆에 배치해 주어 그 둘은 함께 앉게 되었고 그녀는 학교에서 유명한 퀸카가 되었다.“건우야, 너 왜 매일 수업 시간에 자니? 그럼 안 돼!”“건우야, 넌 한 마리 돼지 같아!”“임건우, 학교에서 공연하
황수영이 그렇게 임건우를 챙겨주지 않았다면 그는 3류 대학에도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다.‘이렇게 챙김을 받는 게 진정한 행복이지. 내 첫사랑은 황수영이었어.’“건우야, 왜 그래?” 반하나는 임건우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보고 마음이 좀 아팠다. 임건우가 이렇게 슬퍼하는 모습을 반하나는 몇 번 본 적이 없었다.터프한 진남아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아이고, 스승님, 왜 울고 계세요?”반하나는 그런 진남아를 노려보았다. 반하나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발견한 진남아는 무서워 입을 다물어버렸다.“황수영은 내 짝꿍이야!”“입학한 첫날부터 3년 동안 짝꿍을 하다가 수능 3개월 전에 갑자기 사라졌어. 수영이는 내 정말 좋은 친구야!”반하나와 진남아는 모두 침묵했다. 잠시 후 반하나는 이렇게 말했다.“이렇게 놓고 보면 황수영 씨는 정말 황씨 아버지의 친딸이네. 그런데 왜 수영 씨를 이 피 호수에 묻어 놓았을까? 설마 아직도 이렇게 많은 검은 고양이의 피로 수영 씨를 키우고 있었나? 혹시 부활하기를 바라는 건가?”그 말을 들은 임건우는 아차 싶었다.‘그럴 수도 있겠네! 설마 수영이가 어떤 불치병을 앓고 있었는데 자신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핍박에 의해 학업을 중지하고 이곳에 갇힌 건가?’이런 생각이 든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그는 얼른 얼음관 속 황수영의 상황을 살펴보려 했지만 얼음관을 사이에 두고 구체적인 상황은 알아보기 어려웠다. 딸깍-이때 그는 측면에서 얼음관을 여는 스위치를 찾았다.그 스위치를 누르자 얼음관의 뚜껑이 자동으로 천천히 열리면서 안에 있는 황수영의 모습이 드러났다.그녀의 몸이 공기에 닿는 순간 이전의 붉고 윤기가 나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러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살아있어!”임건우는 놀랍고도 기뻤다.그 약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은 반하나도 의아해했다.“정말 살아있어?”“네. 그녀는 아직 살아있어요. 살릴 희망이 있어요!”심장 박동이 있으니 자연히 맥박도 뛰고 있었다.임건우는 곧바로 황수영의 맥을
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진남아의 손에서 일기장을 가져왔다.그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사진 한 장이었는데 그 사진은 바로 임건우와 황수영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사진을 찍을 때 임건우는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고 황수영은 임건우 쪽으로 다가와 핸드폰으로 찍은 셀카였다. 이 사진을 본 임건우는 황수영이 언제 이 사진을 인쇄해 냈는지 알 수 없었다.그 사진 뒤면에 글씨가 쓰여 있었다.“나와 돼지!”일기를 읽어보니 임건우는 만감이 더욱 교차했다.이 일기는 황수영이 고등학교 3학년에 있었던 일들을 적은 것이었는데 매 편의 일기에 모두 ‘돼지’라는 두 글자가 씌어 있었다. 만약 사진을 그 위에 같이 붙여놓지 않았더라면 ‘돼지’가 누구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진남아는 이상한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스승님, 수영 씨는 스승님의 짝꿍일 뿐만 아니라 첫사랑이었군요! 아이고, 이 일기를 읽어보면 사랑에 빠진 소녀가 쓴 것이네요. 스승님이 고등학교 때 수영 씨의 인생을 망치게 만든 게 아닌가요? 그래서 수영 씨가 못 견디고 이렇게 된 거 아니에요?”임건우는 진남아를 째려보고는 엽지원을 불러냈다.“지원아, 저 얘 입 좀 다물게 해.”엽지원이 다가와서 말했다. “주인님, 그녀를 죽이라는 건가요?”이 말을 들은 진남아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귀신을 상대하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임건우는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입만 막으라고.”“네!”엽지원은 조금 이상한 방식으로 진남아의 입을 막았다. 엽지원이 진남아의 입에 입맞춤을 하자 그녀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진남아는 벗어나고 싶었지만 아무리 밀어내도 그냥 공기를 미는 것처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결국 진남아는 아주 조용해졌다.임건우는 일기장을 들고 슬픈 표정을 짓고 읽어보고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런내용이 씌어 있었다.“나 곧 갈 거야. 마지막 한 시간 남았어!”“나는 아마도 영원히 어두운 지하에서 잠들 것이다. 언젠간 죽겠지.”“안녕, 나의 돼지! 내가 이렇게
몸을 돌렸을 때 반하나도 따라 내려온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임건우가 슬퍼하는 것을 보고 다가와 그를 꼭 껴안고 말했다.“울고 싶으면 울어! 첫사랑은 잘 잊을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어. 근데 이렇게 힘들게 이별했으면 더욱 잊기 힘들었겠지.”원래는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반하나가 이렇게 부드럽게 위로를 해주고 또 그녀의 향기로운 향기를 맡자 방금 전의 슬펐던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저 안 울어요. 이건 시작도 끝도 없는 첫사랑이에요.”‘진짜 그런 건 아니지. 근데 유가연이랑 황수영을 비교하면 누구에 대한 감정이 더 크지? 모르겠네.’반하나가 말했다.“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아버지의 딸이 너의 첫사랑인 줄은.”임건우가 말했다.“가시죠! 수영이가 받은 저주는 배혈 저주예요. 그러나 저 이 저주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해서 수영이를 구하려면 반드시 배혈교로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해요! 애석하게도 배혈교는 100여 년 전부터 연호 연맹에 의해 토벌되어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교인들은 모두 깊이 숨어 있어요. 그들은 배혈교의 업적을 위해 언제든지 자신의 생명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반하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피의 저주를 받고 사람의 피를 마시다니 정말 사악하네. 그렇다면 황씨 아버지도 이런 저주를 받은 게 아닐까?”“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그 후 두 사람은 다시 일층으로 돌아가 입구를 막아버렸다.황원길이 딸을 위해 만든 그 피 호수는 비록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임건우의 대진도의 수정을 거친 뒤의 환경은 황수영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 자오속명진도는 그녀를 죽지 않게 할 수 있었다.별장을 나선 진남아와 임건우 그리고 반하나는 작별 인사를 했다.두 사람은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밤이 이미 깊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저녁 11시 55분이었다.“5분만 있으면 선배 생일이 지나가네요.”임건우가 반하나에게 말했다.“결국 저는 선배에게 변변한 생일 선물을 주지 못했네요.”반하나가 말했다.“이전에 주지 않았니? 네가 부족하다고 생각
“서류?”“무슨 서류요? 이 앞에 놓인 서류 말씀이신가요?”몇몇 주주들은 얼른 자기 앞의 놓인 서류 봉투를 열고 안에 있는 서류 한 장을 꺼내 눈여겨보니 모두들 안색이 확 바뀌었다.왜냐하면 그 서류에 적힌 내용은 예전에 임선미가 열어보았던 서류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그 서류에는 모두 주주들이 임직 기간에 임씨 그룹에서 횡령하고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가 적혀 있었고 그들이 최근 10년 동안 저지른 범죄도 적혀 있었다.예를 들면 방금 가장 심하게 떠들어댔던 이준빈이라는 주주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3년 전에 비열한 수단으로 몇 명의 어린 소녀를 모욕한 적이 있는데, 증거가 확실히 적혀있었다. 그는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리게 하고 피해자의 가족을 위협한 적이 있었다. 이런 범죄들을 합쳐서 경찰에 넘기면 이 녀석은 적어도 10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을 것이다.아홉 명의 주주들이 서류를 보고 모두 걸상에 쓰러졌다.그리고 주주들은 시장가격의 절반의 가치로 지분이 매각되는 것은 말할 것에 대해 아주 불만이 많았다. 우나영이 임씨 그룹을 장악하고 레드 홀릭과 합병한 후의 그 거대한 잠재력이야말로 여러 주주들이 눈독을 들이는 물건이었다. 큰 가치가 있기에 누구도 포기하기 어려웠다.“회장님! 제가 이 몇 년 동안 회사로부터 횡령한 것을 전부 꺼내서 두 배로 갚겠습니다. 회장님, 저의 지분을 회수하지 말아 주세요. 앞으로 회장님께서 어떻게 하라면 어떻게 하겠습니다!”오래된 한 주주가 일어서서 애원했다.“이렇게 여러 해 동안 함께 일해 왔는데 체면 좀 세워주시죠.”“체면요?”우나영은 작은 목소리로 곱씹으며 말했다.“유지원 씨, 우리 사이에 아직 정이라는 게 남아 있나요? 1년 전에 임우진이 사고가 난 뒤에 그렇게 순식간에 임봉 쪽으로 갈아타지 말았어야죠!”우나영이 말을 마치자 그 사람은 차마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됐어요. 서류를 받은 분들은 지금 회의실을 떠나 지분 처리를 해주세요.” 우나영은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하루 종일 서목하를 데리고 거리를 어슬렁거렸다.이 녀석은 사실 식탐이 많은 꼬마였다. 가는 곳마다 먹을 것을 사달라고 했고 입이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아이스크림을 보면 군침을 삼키며 앞으로 걸으려 하지 않았다.“이 아이스크림 먹으면 내일 순순히 유치원에 가야 해. 알았지?”임건우는 서목하에게 말 잘 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실 유화가 이미 서목하가 다닐 유치원을 찾아 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만리상맹에 속하는 강주에서 최고로 좋은 유치원이었다.하지만 서목하는 온종일 임건우 옆에 달라붙어 있었는데 잠잘 때까지 임건우를 끌어안고 잤다.어젯밤, 서목하는 갑자기 임건우와 양지현 보고 자신과 한 침대에서 잤으면 안 되냐고 물었다.“다른 유치원 어린이들은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자요. 저도 이젠 아빠가 생겼으니 엄마, 아빠랑 같이 자도 되죠?”이 문제는 정말 임건우와 양지현을 한참 동안 난처하게 만들었다.그러나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던 임건우는 서목하의 오른쪽에 누웠다.그냥 애만 재우고 일어나려 했는데 뜻밖에도 옆에서 잠들고 말았다.그가 깨어났을 때 서목하가 불쌍하게 침대 끝머리에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더군다나 임건우는 양지현을 껴안고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얼마나 어색했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유치원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서목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빠, 나 정말 정말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아요. 유치원에 있는 다른 친구들은 다 엄청 유치해요. 유치원의 선생님들도 매우 유치해서 저도 그 유치함에 감염될 수도 있어요!”팍-임건우는 그녀의 엉덩이를 한 대 때렸다.“어디에서 들은 말이야? 유치원에 꼭 가야 해. 가지 않으면 앞으로 아이스크림 한입도 먹으면 안 돼!”“아빠, 아이스크림 안 먹으면 유치원에 안 가도 돼요? 그럼 안 먹을래요.”“안 돼! 아이스크림 안 먹어도 유치원 가야 해! 안 그러면 앞으로 아빠라고 부르지마!”“아빠!” 서목하는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버리고 임건우의 허벅지를 껴안았다.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
임건우는 딸을 꼭 안고 당자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불과 1미터의 거리였지만, 마치 천지의 깊은 절벽처럼 느껴졌다.아무리 애써도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남편!”당자현은 손을 뻗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었다.눈물이 터져 나오며 절망적인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빨리 가! 빨리!”“생명의 우물 공간이 무너지려고 해. 나는... 나는 너와 딸을 지킬 거야. 반드시 지킬 거라니까!”임건우는 절박하게 외쳤고 금단의 신력이 몸을 휘감으며 혼돈의 기운이 그들을 감싸 안았다.그 순간, 차원의 통로는 강력한 힘으로 삼켜져 모든 공간이 거대한 불사의 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아아!”당자현은 울부짖으며 애절하게 소리쳤지만, 그 순간, 그 연결은 끊어졌다.“주인님, 빨리 가셔야 합니다. 이 차원의 통로도 곧 사라질 겁니다.”박철호는 한 마디로 재촉하며 백옥은 당자현을 안고 급히 말했다.“가자!”모두가 생명의 우물의 좁은 통로로 빠르게 뒤돌아갔다.그들은 필사적으로 위로 올라갔다.그때 뒤에서 거대한 에너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거대한 힘이 우물 속으로 밀려 들어와 모두를 위로 밀어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생명의 우물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그 속의 수많은 생명의 샘물이 쏟아지며 사람들은 우물 밖으로 튕겨 나갔다.바닥에는 물이 고여 웅덩이가 되었다.웅!차원 통로 속에서 임건우는 딸을 꼭 안고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에너지가 갑자기 되돌아가며 모든 물질은 압축되어 한 덩어리가 되었다.그 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단 한 순간, 임건우는 온몸이 터져 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그의 강력한 뼈마저도 끊어지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그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하지만 임건우는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았다.반드시 딸을 지켜야 했다.“진혼종!”임건우는 서둘러 진혼종을 소환하고 딸을 종 안으로 감쌌다.둥둥둥! 둥둥둥!진혼종은 깊고 울리는 소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속에는 마치 무수한 원혼이 울부짖는 듯한 환청이 퍼져 나왔다.하지만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정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어떤 파장이었다.게다가 몸 또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 만져지고 짓눌리며 마치 수많은 손이 그의 몸을 더듬어 뜯어내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임건우는 자신이야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갓 돌이 지난 딸이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그러던 찰나,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어떤 힘이 딸을 덥석 잡아채 임건우의 품에서 떼어내려고 했다.그 힘은 적고 연약한 딸을 감싸 안으며 강한 압력을 가해왔다.임건우의 금단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대위신력을 폭발적으로 방출했다.임건우는 딸을 단단히 품에 안고 버텼다.하지만 불사의 왕좌가 가진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으악!”임건우는 고함을 지르며 외쳤다.“저승 다리! 당장 와서 도와라!”임건우는 자신의 자복궁에 남은 대위신력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비록 저승 다리의 소환은 값비싸고 매번 신력을 소모했지만, 지금은 대위신력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천만이면 어때! 줘버리자!’슛!붉은 옷을 입은 어린 소녀가 튀어나왔다.그리고 이전보다 조금 자란 듯한 모습이었다.“어? 여긴 어디야?”소녀는 태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얼굴을 구기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 멍청아!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겨우 그따위 실력으로 불사의 왕좌의 뱃속에 들어오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공주님, 내가 원해서 들어온 줄 알아? 끌려온 거라고!”임건우는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빨리 시작해. 안 그러면 나 죽고 너도 대위신력을 못 받을 거라고!”소녀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네가 죽으면 새로운 계승자가 나타날 뿐이야.”임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계승자는 무슨! 너도 알잖아? 지장왕이 3천 년을 기다려 나를 찾은 거라고. 네가 그 불사의 왕좌 뱃속에서 3만 년을 기다릴 자신 있으면 말이야.”소녀는 이를 꽉
“큰일 났어!”임건우는 겨우 딸을 안아 들고 있을 때 갑자기 100미터 높이의 불사의 왕좌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임건우는 몸을 돌려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하지만 불사의 왕좌가 임건우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하나의 임건우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신격이 담겨 있는 작은 소녀는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만약 소녀를 놓친다면 이 통로는 즉시 사라지고, 불사군단은 통로를 통해 다시 인간 세계로 침입할 수 없게 된다.“크앙!”“도망가려고? 그렇게 쉽게는 안 된다!”슥!불사의 왕좌는 입을 벌려 포효하며, 입속에서 몇 개의 검은 기운을 내뿜었다.그것들이 순식간에 임건우의 앞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기운은 꿈틀거리며 변형되었고, 그 속에는 신비한 문자가 흐르고 있었다.바로 그 순간, 이차원 통로의 벽과 합쳐지며 방금까지 칠흑 같던 통로의 양측이 갑자기 안정되기 시작했다.빛이 반짝이며 문자가 그 위에서 떨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일단 도망가자!”임건우는 더는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딸을 안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다.싸워야 한다면 외부의 동료들과 힘을 합쳐야 했다.임건우는 한 걸음 내딛으며 급히 통로 입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차원 통로에서 순간이동은 불가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금방이라도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몇 천 미터의 거리도 몇 번의 눈 깜짝할 사이에 해결될 거리였다.통로 입구 밖에 있던 백옥과 당자현은 여전히 걱정하며 급히 소리쳤다.“빨리! 서둘러!”당자현은 다시 한번 통로 안으로 들어가서 지원하려 했지만, 그 순간, 당자현의 머리가 통로 입구의 무언가에 부딪히며 이마에 혹이 생겼다.쿵!“아!”“뭐야? 입구가 막혔어?”“뭐라고? 어떻게 된 거지?”백옥은 급히 손을 내밀어 입구를 탐지했으나, 그곳에 벽처럼 딱딱한 무언가가 있었다. 백옥은 즉시 진원을 모아 주먹을 한 대 세게 날렸다.쿵!거대한 폭음이 울렸다.입구의 공간 벽에는 수많은 검은 문자가 빛을 내며
“이건 죽음의 기운이야! 이곳의 죽음의 기운은 독성을 띠고 있어!”임건우가 재빨리 약병을 꺼내 들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하지만 약을 삼킨 후에도 이상한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당자현이 급히 말했다.“이건 독이 아니야. 죽음의 기운이 우리의 영력을 억누르고 있는 거야. 우리가 죽음의 기운을 들이마실수록 체내 진원이 더 강하게 억압받는 거지.”박철호가 말했다.“그럼 어쩌죠? 전투력이 점점 약해지는 게 느껴져요. 이러다간 버틸 수 없을지도 몰라요.”“크앙!”금강마원이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그 거대한 몸 위로 벌레들이 달려들어 미친 듯이 물어뜯고 있었다.이 벌레들은 진원 방어막조차 뚫고 들어올 수 있었고 물어뜯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거대한 금강마원의 살과 피는 이들에게 한층 더 쉽게 씹히는 먹잇감이었다.금강마원의 하얀 털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몸 여기저기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사람들이 재빨리 달려가 벌레를 제거했지만, 금강마원의 상처는 이미 깊어져 있었다.그 와중에 임건우의 시선은 아직 천 미터나 떨어진 딸에게 고정돼 있었다.임건우의 눈빛은 단호했다.“여러분은 물러나세요. 이곳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백옥이 말했다.“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도 이렇게 버거운데 혼자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벌레들에 금방 잠식당할 거야!”임건우는 단호히 말했다.“괜찮아요. 전 죽음의 기운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요.”다른 이들의 전투력이 점점 약해지는 가운데 임건우의 힘은 약화되지 않았다.임건우의 체내에는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이 있었고, 대위신력이 임건우를 지탱하고 있었다.이 모든 것은 죽음의 기운을 억제하고 상쇄할 수 있었다.그때 당자현이 외쳤다.“저 앞을 봐! 저건 뭐지?”모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회색빛이 짙은 안개가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었다.“저건... 죽음의 기운이야! 그것도 엄청난 양의 죽음의 기운!”“불사족의 문이 점점 더 열리고 있어! 불사족이 나오려고 하고 있잖아!”임건우는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다.“
풍덩!임건우는 바로 그 자리에 뛰어내렸다.당자현도 뒤를 따르며 빠르게 내려갔다.백옥은 추하게 변한 전소은을 한 번 쳐다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모든 경맥을 봉인한 뒤, 그제야 우물 안으로 뛰어들었다.“이 우물은 정말 특이하군, 생명의 기운이 이렇게 진하다니?”임건우가 말했다.“맞아, 이게 바로 내가 말한 생명의 천수야. 이 물이 강아연의 영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야.”당자현이 대답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물의 깊은 곳으로 빠르게 나아가면서 여러 번 생명의 우물을 모았다.“그렇다면 그들이 딸의 신격과 이 천수를 이용해 통로를 열려는 거라면 우리가 이 물을 모두 빼내면 그 문이 열리지 않을까?”당자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그건 소용없어. 그들은 생명의 우물을 이용한 거지, 생명의 천수는 아니야.”임건우는 그 말을 듣고는 그만 그 생각을 접었다.지금은 딸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하지만 생명의 우물의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음침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정말 계속 가면 저기 끝에 통로의 입구가 있을까?”백옥이 뒤에서 물었다.“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인데?”백옥이 말했다.백옥 뒤로 여러 명의 요족도 우물 안으로 들어왔고 나머지 요족들은 안전을 위해 바깥에 남았다.그때 앞서 달려가던 임건우가 갑자기 넓어진 공간을 느꼈다.그 느낌은 마치 지하수로에서 기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넓은 바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눈앞은 황망하게 펼쳐져 있었고 먼 곳까지 흐릿하게만 보였다.“여기가... 어딘가?”뒤에서 박철호가 물었다.“이곳은 이차원 공간이야!”당자현이 대답했다.“빨리, 통로의 결점을 찾아봐. 보통 이런 곳에는 에너지 소용돌이가 있는 결점이 있어.”모두들 급히 그 결점을 찾기 시작했다.“여기 있어!”백옥이 외쳤다.입구 결점에 있는 소용돌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서 임건우의 딸이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빛이 흔들리며 그 모습이 흐릿하게 비췄지만, 분명 그녀였다.“들어가자!”모두가